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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비토크라시(Vetocracy)와 시민주권

지역

#20. 비토크라시(Vetocracy)와 시민주권

익명 (미확인) | 목, 2019/02/21- 08:00

안녕하세요.
2019년 두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오늘은 정치에 대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눈에 띄는 기사는 장재연 교수의 ‘미세먼지 긴급조치가 의미가 없다’라는 글입니다.(<기사 참고 >) 장 교수는 아주대 의과대학(예방의학교실)에 재직하고, 환경연합공동대표를 지내며 ‘미세먼지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제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과잉공포를 우려하고, 정부의 미세먼지 비상대책의 실효성을 지적하면서도 일상에서 미세먼지의 감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미세먼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개인적 구난이 아니라 사회적 각성과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미세먼지 문제처럼 저출생·고령화·양극화·신산업과 구산업 간 충돌과 같은 문제들은 한국사회의 난제가 되었습니다. 필요한 조치는 분명하지만, 제대로 조치를 시행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습니다. 사회적 난제의 상당 부분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와도 관련돼 있습니다. 시장의 실패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치가 문제해결을 위한 어떤 결정도 못 하는 현실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상대방의 주장을 무조건 거부하는 거부권의 정치가 구조화돼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비토크라시’(Vetocracy)라고 일컫습니다. 거부(veto)와 민주주의(democracy)의 합성어입니다. 비토크라시는 국제정치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만든 용어입니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모조리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뜻합니다. 후쿠야마 교수는 소속 정당을 떠나 미국 정치권이 공유해온 최소한의 가치 공감대가 사라지면서 ‘무조건적 반대’가 미국 정치를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가 반복됨으로써 민주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큰 흐름으로 보면 보수세력의 독점적 지위는 약화되었지만, 정치는 복원되지 않고 있습니다. 87년 체제의 단임제대통령-소선구제로 만들어진 정치구조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 군인-관료-재벌-정치의 순이던 정책결정권자의 지위가 현재 관료-법조-재벌-정치의 순으로 변화된 양상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관료집단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습니다. 관료집단은 주권자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 탓에 왕왕 ‘위험의 공공화와 이익의 사유화’를 방치합니다.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가 우리 사회를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변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기성 정치권에 맡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관객 민주주의’는 당신들의 잔치를 만들 뿐입니다. 국민이 주인인 시대,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일상민주주의, 과정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대거 사표(死票)를 만들며 다수의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선거제도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나의 일터와 삶터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시민 스스로가 해결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민주권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원을 전달하는 국가에서 시민이 연대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국가(사회연대국가)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중 대통령과 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하는 방식에서 시민들이 의원들과 함께 문제를 직접 해결해나가는 방식을 꿈꾸어봅니다. 시민들이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과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실험인 리빙랩(living-lab), 폴리시랩(policy-lab)의 활성화도 하나의 대안입니다. 직접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가 시민 역량을 키우는 길입니다. 비판과 감시의 대상인 의원을 시민권력의 도구로, 시민사회 협력의 파트너로 만드는 도전을 희망제작소가 응원하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의 소식도 전합니다. 새해를 맞아 일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 대안을 만드는 시민주권센터, 상상을 대안으로 만드는 대안연구센터, 시민과 후원회원이 함께하는 이음센터, 그리고 정책기획실과 경영기획실로 개편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다음에 또 전하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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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제선입니다.

대전에서 서울로 온 지 3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낯선 서울 생활이 불편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기도 합니다. 익숙한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칠 일이 서울 풋내기인 저에게는 새롭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스마트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과 친하게 된 점입니다. 익숙지 않은 길을 찾을 때 굉장히 유용합니다.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교통수단의 종류와 소요시간까지 상세히 알려줍니다. 신기하게 여겨지는 일도 있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의 안내 전광판이 그렇습니다. 버스 도착 시각 안내를 넘어 최근에는 버스 내부의 혼잡 상황도 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유사 노선이라면 여유 있는 버스를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전에서 승용차를 주로 이용하던 시절에는 알 수 없었던 재미입니다.

서울시의 버스 내부 혼잡 정도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빅데이터(Big Data)’ 분석 덕분인 듯합니다. 교통카드 승하차 정보를 통해 버스 내 인원을 집계한 후, 승객 수와 버스 크기를 고려해 혼잡도를 계산한 것이지요.

빅데이터는 디지털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방대한 범위의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많은 양(Volume), 빠른 생성 및 유통속도(Velocity), 다양한 형태(Variety), 새로운 가치(Value)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데이터를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하거나, 새로운 정보를 더해 의미 있는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는 실제 우리 사회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한 이동통신사는 부산의 해운대를 찾은 피서객 수를 정교하게 산출했습니다. 거주지와 세대별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방문객들은 출신 지역별로 동선이 각각 달랐다고 합니다. 부산시는 이 분석을 활용해 더 나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성남시는 빅데이터 분석 기법으로 유동인구 및 공공시설 위치, 지역별 이동통신사 데이터 사용량을 파악했습니다. 이를 통해 공공 와이파이 설치 지역을 선정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는 주민 생활에 필요한 주요 정보를 동네 지도에 담았습니다. 공공데이터 71종을 경제, 교육, 교통, 문화체육 등 8개 분야로 분류해 지도에 표시한 것인데요. 주민들은 어린이집, 주차장 등 필요한 정보를 지도에서 확인하고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에 관한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지방자치단체도 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7월에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김포시는 ‘김포시빅데이터주식회사 설립 운영 조례’를 만들었고, 부산시는 ‘빅데이터 활용 및 빅데이터산업 육성 조례’를 제정하여 빅데이터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남도는 정보화 조례에 빅데이터 관련 조항을 신설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대개의 빅데이터 관련 조례는 행정 효율성(과학적 행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빅데이터 책임담당관’을 두고 관련 위원회를 설치하며, ‘빅데이터 기본계획 수립’과 ‘빅데이터센터의 설치와 운영’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가 모든 시민의 자산으로 생성·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행정의 수요와 산업적 측면에서 중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염려됩니다. ‘빅데이터’가 시민이 접근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자리 잡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빅데이터는 많은 시민에 의해 생성된 정보의 집합입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보유하는 것 자체가 돈벌이의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만 분석할 수 있고 ‘돈’과 ‘효율’만을 추구하는 경향도 적지 않습니다. 이렇듯 빅데이터 관련 제도화의 추세에 따르면, 대다수 시민은 정보 소외에 빠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빅데이터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격차를 심화시켜 또 다른 불평등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빅데이터에 대한 시민 주권과 접근권을 고민해야 합니다. 시민 생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빅데이터가 언제든지 제공·분석되는 시스템,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합니다. ‘데이터 기반 사회혁신’을 만들기 위해 빅데이터는 모두의 자산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제작소도 모두를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지혜를 모아보겠습니다.

가을이 다가옵니다. 막바지 더위 잘 이겨내시고 평안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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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뜨거운 여름이 한발씩 물러나더니 아름다운 이슬이 맺히는 절기, 백로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결실을 준비하는 백로인 오늘은 제가 희망제작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100일을 앞둔 날이기도 합니다. 희망제작소에 출근하는 첫 날, 우리 연구원들께 잘 도와주시고, 끌어달라고 부탁드리며 장미 한 송이씩 드렸습니다. 대개 배움과 깨우침은 함께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지고, 연구원과의 새로운 만남이 희망제작소가 세상의 희망을 모으고 연결하는 출발이 되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의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울사람에게 ‘서울 것들’이라고 부르곤 했던 저의 ‘서울살이’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낯선 공간이 익숙해지면서 희망제작소에서 일했던 분들을 꾸준히 찾아뵙고, 말씀을 듣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살아있는 역사를 들었고, 현재 희망제작소가 서 있는 자리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또한 희망제작소 과거와 현재의 구성원을 서로 연결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요즘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와 시민사회’를 주제로 전국 순회 간담회를 진행 중입니다. 지금까지 대구, 춘천, 청주, 대전, 홍성, 부산, 광주, 전주 등 총 8개 지역의 시민 분들을 만났습니다. 촛불시민혁명의 결과로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부터 시민사회가 문재인 정부에 흡수되는 게 아닌지 걱정하시는 원로 분들의 염려는 제게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시민사회의 독자성을 어떻게 발전시킬 지 논의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문재인 정부와의 공감대가 낮지만 역량도 부족하다면 차별화 위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공감할 수도 없지만 역량이 뛰어나다면 저항의 기치를 들 수 있습니다. 공감대는 높지만 역량이 부족하다면 동원될 것이고, 공감하면서도 역량이 뛰어나다면 문재인 정부의 제약을 넘어서는 혁신의 주체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에서 ‘차별적 위치 잡기’(포지셔닝)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의 준비입니다.

희망제작소도 혁신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합니다. 두 달여 논의를 거쳐 10개 팀에서 3개 센터로 전환해 탄력적으로 환경변화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작은 일상의 변화부터 한국사회의 근본적 전환을 꿈꾸되, 시민의 상상에서 출발하는 ‘시민상상센터’, 지역혁신으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구고, 풀뿌리민주주의의 든든한 벗을 만들어가는 ‘지역혁신센터’, 희망제작소와 후원자, 구성원, 그리고 시민과 소통하고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센터’를 꾸렸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전략적 과제를 찾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해 대표자에게 위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대표하는 ‘국민주권시대’,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을 모색하는 ‘사회혁신시대’를 여는 데 발 맞추기 위해서입니다. 시민이 기획하고 참여하는 연구와 실천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일, 모든 시민이 연구자요 대안을 구현하는 ‘시민연구플랫폼’으로 희망제작소의 공간을 재구성하는 데도 지혜를 모으겠습니다.

시민이 새 정부가 잘하면 박수치고, 못하면 야유하는 관객으로 물러서면 기대는 환멸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깨어있는 주권자로서 시민의 역할을 해내는 방법 중 하나는 희망제작소를 후원하는 일입니다. 그간 희망제작소가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인 시민참여형으로 연구하고,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고, 그리고 아래로부터 대안을 찾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던 배경은 시민의 든든한 후원과 참여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취임 100일을 맞아 시민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새 정부 출범이 한국사회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데 시민사회가 무엇을 할지, 희망제작소의 역할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도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민간연구소의 재정은 늘 어렵기 마련입니다. 한 분 한 분의 참여와 후원은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실은 시민 모두와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후원하기)을 부탁드립니다.

늘 고맙습니다.

–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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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추석, 한가위를 맞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나눔의 기쁨을 누리시길 바랍니다.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농번기인 5월에는 농부의 등거리가 마를 날이 없지만, 8월에 들어서면 농사가 마무리되어 신선처럼 편안해진다는 뜻입니다. 고달픈 계절을 지나 수확기가 시작되는 추석은 조상을 비롯한 사람과 자연, 공동체에 감사를 드리는 때이지요.

추석을 앞두고 감사한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중에는 희망제작소 창립 당시 함께 해 주셨던 선배님들도 있습니다. 선배님들은 걸어온 길을 회고하는 즐거움에만 머물지 않고, 희망제작소가 나아갈 길에 관한 지혜를 주셨습니다. 민간독립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세상의 희망을 깨우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응원하고 협력하는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또한 요즘은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만들어 갈 희망제작소의 사옥 마련을 위해 이곳저곳 다니고 있습니다. 엄청난 부동산 가격에 숨이 막힐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간 탐색을 함께 해 주시는 프로보노 건축가, 부동산 전문가의 안내와 도움에 힘이 납니다. 더 많은 시민이 즐겁게 참여하고 대안을 실험하는 시민 연구 플랫폼을 만드는 기쁨을 깨닫고 있습니다. 선한 뜻을 세우면 도움 주는 분들을 만나게 된다는 경험이 자신감을 느끼게 합니다.

지난 9월, 목민관클럽 정기포럼에서 만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감동이었습니다. 많은 지자체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을 행정에 접목하려 노력 중이었습니다. 사물인터넷을 도입해 공공쓰레기통의 적정한 설치장소를 찾고 수거 주기를 자동화한 서울 서대문구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또한 서울 노원구는 블록체인(Block Chain)을 활용해 지역화폐에 도전하고 있었습니다. 300여 종의 각종 데이터를 지리정보시스템(GIS)에 탑재해 행정 수요와 공급의 과학적 분석을 만든 광주 광산구의 노력은 데이터 기반의 사회혁신, 과학행정의 진화를 보여줍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에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실인 지방자치 영역에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 활용에도 앞서고 있으니, 어찌 고맙지 않을 수 있을까요.

대구에서 활동 중인 산업정책연구자, 청년정책담당자, 시민단체 지도자와의 만남도 신선했습니다. 산업기술정책혁신과 청년혁신, 사회혁신이 모이고 협업하는 시도는 경계를 넘어서는 도전이 될 듯합니다. 전주시의 ‘가장 전주스럽게, 더욱 사람 곁으로’라는 시정 방침도 놀라웠습니다. 시장실을 공용 사무실과 세미나 장소로 바꾸고 입식 책상에서 업무를 보는 김승수 시장은 “서울보다 부유할 수 없지만, 더 행복한 도시 전주를 만들겠다”며,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라는 결단의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청백봉사상 심사에서 만난 공직자들의 헌신과 혁신도 인상적입니다. 직무혁신을 이끎과 동시에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키워온 공직자가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 징표이기도 합니다. 생활 현장에서 문제의 대안을 찾는 리빙랩의 도전도 흥미롭습니다. 당사자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직접 구현하는 ‘리빙랩네트워크’는 시민에 의한 과학, 시민에 의한 문제해결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혁신 대안을 만들기 위한 청년들의 고뇌와 실험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분들과 만나다 보니 희망제작소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우선 전국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는 분들이 모일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영역, 경험, 처지가 달라서 교류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입니다. 중앙, 서울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헌신하고 도전하는 사회혁신가들이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장(場)을 꿈꿉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지만, 북핵을 둘러싼 갈등이 심상치 않습니다. 마치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악순환에 들어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러 만남을 통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대안을 찾거나 스스로 대안이 되는 변화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선한 일에는 협력자가 생긴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변화도 깨달았습니다. 모두 희망의 근거입니다. 앞으로 희망제작소는 혁신과 변화를 연결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따뜻하고 행복한 가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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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붉은 단풍과 차가운 바람, 완연한 가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올가을은 강원도에서 많은 분을 만났습니다. 동강에 비친 추색(秋色) 덕분에 황홀함을 느낄 수 있었던 정선군 덕천 산촌에서 희망제작소 ‘1004클럽’ 가입을 추진하는 친우들과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또 눈부신 단풍과 물소리, 그리고 가을바람을 안은 인제군 방태산 자락에서는 청년 사회적기업가, 일본의 NPO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러나 두 곳 모두에서 정주하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웠던 점은 마음 한편을 아리게 했습니다. 마을 곳곳에 빈집이 많았고 중간중간 외지인이 운영하는 펜션만 있을 뿐,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사람과 공동체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풍광은 빛났지만 마을은 쓸쓸했습니다. 지역 소멸의 현장을 다녀온 셈입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하는 중에 많은 사람이 수도권과 대도시로 몰리면서, 인구감소와 지역소멸의 위기를 맞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간 격차가 심해지면서 읍면지역의 중산간지대는 인구감소뿐만 아니라 재원 확보의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생활을 뒷받침할 인프라를 갖추기가 힘든 것이지요. 인구감소로 공동체가 붕괴하고 출산, 보육, 교육, 경제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의 인구 과밀·집중 현상과 읍면지역의 지역소멸 위기가 공존하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의도된 불균형 발전으로 압축적 고도성장을 추진해 온 결과, 같은 땅에 살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듯한, 즉 이중화된 한국을 만들었습니다. 국가의 선택으로 우선 발전 지역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나뉘었고, 오랜 시간을 거치며 낙후지역이 생기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과소지역의 위기는 그들 자신의 선택 때문이 아니라 국가정책의 결과물입니다.

저성장이 일상이 되면서 전국이 어렵다고 하지만, 가난한 사람이 더 춥다고 기초체력이 부족한 지방은 더 어렵습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을 살찌우는 인재를 양성하고 도시 발전의 밑거름이 된 농산촌은 오갈 데가 없는 형편입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에 사는 사람의 비중은 70%를 넘었습니다. 반면 강원도 면 지역의 87% 정도는 소멸 위기에 봉착했다고 합니다. 충남의 경우, 비교적 젊은 사람이 맡는다는 이장의 평균 나이가 73세라고 합니다.

과소지역의 소멸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고향사랑기부제’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시작한 후루사토납세(고향세)를 모델로, 문재인정부가 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도시민이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 기부하면 10만 원까지 전액 세액공제하고, 10만 원을 넘은 금액은 일부 공제해주는 제도를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바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출신지나 거주지 등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이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목적은 지방 및 농어촌의 재정을 확보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하는 데 있습니다. 고향에 기부하면 다음 해 연말정산에서 소득세를 돌려주는 등 국세를 지원하는 형식으로 논의 중입니다. 지난 9월까지 이미 8개의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습니다.

2007년 대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내놓은 도시민이 부담하는 주민세의 10%를 고향에 떼어준다는 공약이 고향세의 시초입니다. 2009년과 2011년 국회에서 고향세법이 발의되었고, 2010년 6·2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는 한나라당이 고향이나 5년 이상 거주한 지역에 내는 ‘향토발전세’ 신설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세를 걷어 낙후지역으로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수도권과 대도시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때문에 지금은 기부금 형식으로 내고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형식의 고향세가 제안되고 있습니다. 지방소멸 위기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여야 구분 없이 대다수 과소지역이 환영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민간기부로 지방의 재원을 늘리고, 이를 통해 과소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중앙정부의 우선적인 책무인 국가재정 제도의 개혁, 재정분권에 대한 설계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걱정이 대표적입니다. 문재인정부의 재정분권 공약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정부부처의 반발도 없지 않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를 넘어 국가재정제도를 개혁해 자치재원을 확충해야 하고 재정분권의 로드맵도 그려나가야 합니다.

물론 고향사랑기부제의 정착을 위한 주체적 준비도 필요합니다. 지역마다 특색 있는 발전 방안과 사업 기획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냥 기부를 받는 게 아니라, 의미 있는 사회적 투자를 유치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합니다. 기부금이 지역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합니다. 일본처럼 기부자가 지정한 사업에 기부금을 사용해 기부 만족도를 높여야 합니다. 비영리단체의 협력과 참여로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합니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와 과소지역이 상생협력차원으로 홍보관을 설치하는 등의 협력방안도 모색해야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소멸위기 지역 문제 해결의 최종 대안이 아니라, 그것을 찾아가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 그 과정에 희망제작소도 힘과 지혜를 보태겠습니다.

내내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2회), 한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의 시선이 담긴 연구원의 글 ‘희망다반사'(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7/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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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새 봄과 함께 남북정상의 만남이 확정되었고 북미정상회담도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주요 뉴스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선언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합동평가 항목에 사회적 가치 지표를 포함시켰고,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로 했습니다.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 일자리 질 개선, 윤리경영, 사회적 약자 배려, 지역사회 공헌, 친환경 경영 등과 같은 지표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또한 그동안 제한적이고 형식적이었던 ‘사회적 가치’ 항목의 배점을 확대하고, 항목이 5개 세부 지표로 구성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습니다. 100점 만점에서, 일반 경영관리와 기타 주요사업을 제외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평가하는 항목이 40점~63점까지 차지합니다. 곧 발표될 행정혁신 기본계획에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정부평가 주요지표의 핵심 방향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역대 정권은 정부혁신과 공공개혁의 기본 방향을 시장형 경쟁과 효율성 도입으로 잡았습니다. 관료제의 경직성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시장의 방식과 가치를 접목하려는 흐름이 대세였습니다. 고객 중심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신공공관리론’은 기득권에 맞서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습니다. 공공영역에 민간경영방식을 도입했고 성과중심관리, 고객만족을 강조했습니다.

결국 시민은 ‘주권자’가 아니라 ‘고객’으로 여겨졌습니다. 계량적 성과를 강조하다 보니 비경제적이거나 정량적으로 측정이 어려운 가치는 자연스레 외면당했습니다. 내부경쟁이 심해져 부서 간 칸막이가 높아졌고, 조정과 협력도 어려워졌습니다. 관료 이기주의를 고치는 데도 실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직된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시장의 방식과 가치를 접목했지만, 공공의 본래 가치를 흔든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 실현 정부’는, 그간 시장형 개혁에 치우쳐서 ‘공공성을 상실한 공공성’을 만들었다는 깨달음이 반영된 것입니다. ‘정부와 공공의 역할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고 유지·확산한다’는 본질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혁신의 방향을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정한다고 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실천방식과 조직문화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특히 정책분석의 범위를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 성과로 확장해 사회변화의 저변을 넓혀야 합니다. 시야를 확장하지 않는 혁신은 ‘내부의 변화’를 성공시킬지 몰라도, ‘사회의 변화’를 만드는 데는 실패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공공부문은 비정규직을 채용하지 않으면 된다’로 국한되면, 사회적 가치 실현이 공공부문 내부로만 제한될 수 있습니다. 물론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를 더 확장해 우리 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민간기업을 우대하는 공공조달 등으로, 공공영역 이외 비정규직 문제까지 해결하는 정책적 시야가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사회적 가치 실현 정부’는 시장원리를 중심으로 했던 행정혁신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는 길입니다. 시민생활의 변화, 사회변화를 일구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가 정부 ‘내부’에서만 실현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게 하려면 시민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먼저, 사회적 가치 실현의 중심에는 ‘공직자’가 아니라 ‘시민’이 있어야 합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이 서비스를 받는 ‘고객’ 혹은 ‘관객’이 아니라 주권자의 입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선언한 국민의 시대는 ‘나 스스로 나를 대표하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이제 국민은 ‘나’를 대표하지 못했던 기존 정치와 관료의 한계를 넘어, 권력의 생성과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국민 스스로 정책을 만들고 결정하는 일이 바로 행정혁신이고 ‘사회적 가치 실현 정부’를 만드는 길입니다.

희망제작소는 ‘사회적 가치 실현 정부’를 만드는 데 시민과 함께하려 합니다. 시민 누구나 연구하고 대안을 만드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꿈꿉니다. 시민 스스로 조사하고 연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대안을 만드는 독립연구자를 연결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고 합니다. 다양한 대안을 실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현장실험실(소셜리빙랩)의 도전을 지원하려 합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기 위한 첫 도전은 희망제작소의 새 보금자리, 즉 시민연구플랫폼 ‘희망모울’을 만드는 일입니다. 희망제작소의 사옥이 아니라 ‘시민의 연구 공간’을 만드는 길에 여러분의 응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희망모울 공간 소개 보기) (희망모울 공간 조성 참여하기)

활기찬 새 봄을 맞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3/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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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저는 서울 사람입니다. 동작구 대방동에서 태어나 자랐고, 지금도 그 동네에서 삽니다.
그런데 제가 요즘 우리 동네 사는 맛에 흠뻑 빠졌습니다. 동네 한 켠에 자리 잡은 ‘동작주말농장’ 텃밭 덕입니다.

주말이면 텃밭에 나가 김을 매고 물을 주면서 동네 사람들과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군요.
상추와 옥수수, 고추가 자란 텃밭은 녹색의 쉼터가 되었고요. 같이 일구는 공간이 생기니
아파트로 빽빽하던 동네에 숨통이 트인 듯합니다. 이곳은 과거에 미군 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담장은 높고 정문은 굳게 닫혀 있던 땅입니다.

문득 대학 시절 활동하던 서울 성동구 행당동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그때의 행당동은 낡은 집들이 이어진 산동네였습니다.
대학생이던 저와 동료들은 그곳의 아이들에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습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생계를 위해 노동을 해야 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소풍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개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세입자였던 아이들의 엄마 아빠는 저항했지만,
건설회사 용역을 앞세운 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와 동료 교사들은 아이들과 “우리에게 땅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로 시작되는 노래 ‘땅’을 기타를 치며 불렀습니다.

땅이 문제입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최근 이 ‘땅’과 관련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원래는 영국의 전통적 중간계급인 ‘젠트리’(gentry)에서 나온 말인데요.
도심 노후 주택 지역에 중산층 이상이 유입되어 고급화되면서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했지만,
최근에는 외부인이 유입되면서 본래 거주하던 원주민이 밀려나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홍대∙삼청동∙가로수길 변화시키는 이것⋯‘젠트리피케이션’의 뜻은?)

그 예로 서울의 홍대 앞, 북촌, 서촌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인이나 사회혁신가들이 모여들면서 지역의 가치가 높아진 뒤,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
정작 처음 이 지역을 일구었던 토박이들은 떠나고 수익성 높은 상점들이 빈 자리를 매꾸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요.
땅을 가진 이들에게는 좋은 현상이겠지만,
땅이 없는 이들에게는 땀 흘려 일군 가치를 모두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가혹한 일입니다.

최근 젊은 사회혁신가들이 모여들어 소셜벤처, 사회혁신단체 등을 만들면서 화제가 된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오고 있나 봅니다. 화제가 되면서 이미 땅값이 많이 올랐다는데요.
성동구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례제정을 통한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지역의 진정한 가치는 지역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이 가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 눈여겨볼 만합니다.
(관련 기사 보기:“토박이 밀려난 서촌처럼 되지 말자”…‘뜨는 동네’ 성동구의 실험)

깨알 같은 홍보를 하자면,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 ‘목민관클럽’ 회원입니다.

내친김에 더 소개를 드리지요. 희망제작소는 ‘도심 속 공동체를 위한 공간의 필요성’에 대한 연구와 실행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서울의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작은도서관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는
‘행복한 아파트 공동체’ 사업도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target="_blank">내 아이만 생각했던 마음이 공동체 전체로 ‘활짝’)

‘땅’은 이중적 공간입니다. 사익을 위한 투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함께하는 삶의 기폭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텃밭이나 작은도서관, 놀이터 같은 공간은 공동체의 기반을 다지는 좋은 매개가 됩니다.

대방동 텃밭 옆에는 ‘무중력지대’라는 이름의 청년 활동 공간도 자리 잡았습니다.
컨테이너 박스로 만든 사무실에 입주한 청년 혁신가들은 오늘도 어떻게 사회를 변화시킬지에 대해 궁리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그곳에서 일하는 청년 건축가를 만났습니다. 그는 텃밭 옆 공터에 1인 가구 청년들이 살 수 있는
‘저밀도 주택’을 지으면 좋겠다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텃밭 옆 땅 덕분에 동네에는 청년들의 젊음과 혁신적 아이디어도 넘칩니다.
한국 사회 미래를 꿈꾸며 잠시나마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함께 일구는 공간이 꿈을 주고 도시의 숨통을 틔워 줍니다.
우리의 도시가 시민이 함께 일굴 수 있는 공간이 많은 곳이 되도록, 희망제작소가 힘과 지혜를 보태겠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수, 2015/07/1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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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지난 12일 희망제작소의 새 보금자리 ‘희망모울’ 개소식을 잘 마쳤습니다. 원근 각지에서 축하하고 격려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희망모울이 완성되도록, 희망제작소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후원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잊지 않겠습니다.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은 지하 1개층, 지상 4개층 건물입니다. 현재 지하 1층은 자료실이자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하층이기 때문에 덥고 습한 날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한 후 어떻게 활용할지 정하려 합니다.

1층은 시민을 환영하는 공간입니다. 시민 누구나 편하게 들러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카페형 코워킹스페이스 ‘누구나 카페’입니다. 투명 유리로 성미산의 녹음이 그대로 관통합니다. 외부에는 테라스를 만들어 안과 밖에서 자연스레 모이고 흩어지는 공간으로 구성했습니다. 민간 독립연구소의 길을 만들어주신 분들을 기억하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11,699명의 후원자의 이름을 새긴 기부자의 벽과 1004의 벽이 그것입니다. 모두 다르지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길 꿈꾸는 바라는 시민의 얼굴을 담은 시민의 초상과 희망의 메시지를 볼 수 있습니다.

2층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의 구분이 없는 교육장 ‘누구나 학교’입니다. 앞쪽에 ‘HOPE’라는 조형물을 크게 걸어두었더니, ‘호프집’ 같다는 분도 계십니다. 호프집처럼 많은 시민이 이용하길 바랍니다. 3층과 4층은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의 주된 업무공간이면서 시민연구자도 사용할 수 있는 ‘누구나 연구실’입니다. 고정 좌석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3개의 회의실과 1개의 휴게실, 전화부스도 있습니다. 각 공간에 붙어있는 공간안내 문구로는 우리가 가진 편견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여자화장실은 파란색, 남자화장실은 분홍색으로 표시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일찍이 현장에서 자신의 문제와 씨름하고 실천 중인 시민과 함께하는 길이 대안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창했습니다. 이제 희망모울에서 그 역할에 좀 더 충실하려 합니다. 연구는 전문가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시민 누구나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시민의 절실한 필요가 담긴 연구를 연결하고 거드는 길을 꿈꿉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열어갈 방법과 전략을 탐색하여, 시민연구자의 플랫폼을 만들겠습니다.

우선 시민의 일상을 새로이 발견하고 다시 정의하려 합니다. 지금, 여기, 우리 시민의 일상 문제와 그 근본의 이치를 시민과 함께 깨쳐나가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안, 불공정과 불통을 찾고 그 원인과 대안을 천착하는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희망모울 개관을 시작으로 큰 뜻을 세우고 멀리 바라(大志遠望)보지만,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실천(切問近思)하는 희망제작소, 편안함을 찾지 않고(無逸) 시민 속에서 골똘히 생각해서 이치를 깨치고 대안을 만드는 희망제작소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7/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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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희망제작소 새 보금자리이자 시민연구공간인 ‘희망모울’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연구할 수 있는 시대, 누구나 대안을 만드는 세상이 필요하다는 믿음을 실천하고자 했습니다.

흔히 ‘연구’라고 하면, 전문적인 훈련과정을 거쳐 학위를 취득한 직업으로 생각하곤 합니다. ‘전문가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이나 연구소의 전업 연구자처럼 제도권에 있지 않으면 사회적 발언권을 갖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전환은 전문가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잘 알고 계시듯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한 걸음 진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다수의 시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희망모울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습니다. 소득주도성장론 역시 학계에서 만들어졌다기보다 노동계의 문제의식에서 숙성된 이론입니다. 기업을 지원하면 총생산량이 늘어나 경제가 성장한다는 낙수효과식 담론에 맞선 새로운 접근입니다. 일부 논란이 있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문제의식이 학계와 국책연구소가 아닌 현장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절실한 필요’를 가진 현장에서 이론이 무르익을 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시대’라고 밝힌 근저에는 삶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해결하는 시민에 대한 발견이 포함돼 있습니다. 문제의 피해자 혹은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라는 소극적 인식에서 벗어나 문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 문제를 해결할 주체로서 시민을 주목한 것입니다. 희망제작소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열려는 이유입니다. 모든 시민이 직업적 연구자이길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새롭게 질문할 수 있는 사람, 삶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는 당사자가 바로 시민이기에, 생활에 맞닿은 질문과 답을 찾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얼마 전, 익산시민창조스쿨에 다녀왔습니다. 시민이 연구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장이었습니다. 현재 익산의 변화를 일으킬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대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제안자인 시민그룹과 공무원, 시의원이 해당 아이디어와 관련해 함께 공부하고, 조사하면서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시민이 서비스의 수혜대상이 아니라 대안을 만드는 연구자이자 대안자로 활동하는 일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니 실로 놀랍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런 실천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작지만 소중한 일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독립연구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관련내용 보기)입니다. 일상과 대안을 연결하는 독립연구자들의 아이디어 공모를 거쳐 총 3팀의 연구자 그룹에게 연구공간과 연구기금을 지원했습니다. 반려동물 재난대피소 만들기, 남자청소년 대상 성교육, 청년라이프스타일설계 교육과정 연구 등 주류사회가 주목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과제가 선정됐습니다. 참신한 연구결과를 고대합니다.

행정안전부와 함께 ‘국민참여사회문제해결프로젝트–국민해결 2018’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시민이든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가 있다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관련내용 보기) 약 230여 개 아이디어가 접수되었고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상상테이블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서류심사, 전국 160여 명의 국민심사단이 참여한 온라인 심사를 거쳐 최종 20여 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도전은 오는 20일부터 약 100일 동안 진행됩니다. 또한 순천시와 서울 금천구에서는 시민의 아이디어 제안과 숙의 과정을 거쳐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안을 만드는 열린작업실(OpenWorks)도 시작됩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는 희망제작소의 힘만으로 열어갈 수 없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시민연구자를 연결하고, 서로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할 뿐입니다. 희망제작소 곁에서 함께 해주시고 응원해주시길 소망합니다.

폭염이 기승입니다.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8/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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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나눔이 풍성하길 소망해봅니다.

여러 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국민해결2018 – 시작하는 날’을 진행했습니다. 600여 개의 제안 중 선정된 연구주제를 수행할 국민연구자와 함께 ‘새로운 질문’으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가기로 다짐했습니다. 민선7기 목민관클럽 출범식도 진행했습니다. ‘시민을 위한’(for) 자치행정이 ‘시민과 더불어’(by) 혁신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국회에서도 각 당의 지도부가 새로 선출되고 정기국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는 소득주도성장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출산주도성장’을 내세워 논란을 불렀습니다. 한 아이를 출산하면 2000만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1억 원씩 지원하자고 했으나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 이전, 주택공급 확대를 꺼냈습니다. 야당의 공격에 방어만 하는 방식을 넘어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는 노련함을 보였습니다.

여야의 공방 속에서 가려진 것도 있습니다. ‘잠자는 아이 확인법’이 통과되지 않은 것이 대표적입니다. 어린이집 차량에서 아이들이 숨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의된 법이지요. 하차 확인 장치 의무화와 정부의 비용 지원이 주요 골자입니다. 여야대표는 ‘응당 만들어야 할 법’이라며 카메라 앞에서 손을 맞잡았습니다.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도 통과했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본회의 전 단계인 법사위에 상정조차 못했습니다. 한창 이슈일 때는 금방 처리하겠다며 서로 나서다가 여론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지니 챙기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잠자는 아이 확인법’은 미아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때 반짝 관심을 끌었던 자치분권 의제 역시 잊혀가고 있습니다. 개헌이 아니어도 실행할 수 있는데도 입법 과제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취임 때부터 약속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사라진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지방분권의 두 축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편, 지방소득세·소비세 인상 등과 같은 ‘재정분권’과 자치경찰제·주민참여·자치강화 등의 ‘자치분권’ 최종안 발표 예정일을 넘기고도 어떤 사정이 있는지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제2국무회의 형식으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선7기 시·도지사 간 첫 간담회에서는 일자리 문제만 논의되었고, 자치분권 로드맵 의제는 주제에서 아예 빠졌습니다. 자치단체장들이 대통령에게 ‘일자리 창출계획’을 보고했을 뿐 국정을 논의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6월까지 마무리 짓겠다던 자치경찰제 기본계획과 각종 주민참여 자치 관련 법률 역시 소식이 없습니다. 지난 연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재정분권 종합대책은 예정 시기보다 8개월이 지난 지금도 제자리걸음입니다. 정부가 재정분권TF를 통해 만들었던 권고안은, 지방소득 소비세를 늘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4까지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국회에서는 쟁점이 많아 지연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야 간 큰 쟁점이 없는 법률에도 큰 관심이 없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가 그 예입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방재정 확충방안으로 국정과제에 반영되었고, 11개의 관련 법 제·개정안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고향납세제를 도입하여, 개인이 원하는 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지역특산물 등 답례품을 받게 하고 있습니다. 자치단체는 기부받은 재원을 인재육성과 복지 산업진흥 등 다양하게 활용합니다. 지역 공동화 완화와 특산물 판로 확대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올 7월 일본 총무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81억 엔이었던 고향세가 2017년에는 3,653억 엔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대도시 집중 현상으로 발생하는 지방소멸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도시와 지방의 세수 격차를 완화해 재정 격차를 줄이고 지방의 자주재원을 확충하는 효과가 기대됩니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을 역전 시키는 수직적 재정분권이 우선돼야 합니다. 그러나 수직적 재정분권이 지체된다 해서 고향사랑기부제 입법을 미룰 이유도 없습니다.

국정감사와 예산을 처리하는 국회의 책무는 막중합니다. 여야 간 공방도 뜨거울 것입니다. 협치가 필요한 논의도 많아지겠지요. 그러나 여야 모두가 주장한 자치분권과 관련한 의제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이해할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청와대 앞에서 농정개혁시민농성단이 무기한 단식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농업, 농민, 농촌이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현실이 가슴 아픕니다. 국회가 늘어만 가는 소멸지역, 농업-농민-농촌의 절망에 대안을 마련해 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가족이 함께하는 풍성한 한가위를 기원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8/09/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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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뜨겁던 여름이 찬란한 가을로 영글더니 금세 가을 끝자락에 서 있습니다.
가을이 저만치 물러가고 있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데 적기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곳은 핀란드 헬싱키입니다. 디자인박물관에서 디자인혁신을 둘러보다가 우연히 ‘1004클럽’ 후원회원 한 분을 만났습니다. 1004클럽은 자신만의 기부스토리로 스스로 모금방법을 선택하는 희망제작소만의 맞춤형 기부 커뮤니티입니다.

안애경 후원회원 님은 핀란드에 거주하며 자연중심, 지속가능한 디자인 관련 일을 하고 계십니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핀란드에서 1004클럽 후원회원님을 만나다니 희망제작소 네트워크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안 후원회원님은 디자인은 사물을 형상화는 게 아닌 사람과 환경을 자연스레 순환시키는 일련의 태도와 가치를 실현하는 노작(勞作)이라고 정의합니다. 책상머리에서 설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운데 몸소 경험하는 게 디자인이라는 것입니다.

안 후원회원 님이 디자인을 바라보는 태도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태도도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현장과 사람의 필요에 맞춘 지원과 협력이 아니라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방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 대안을 만드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한국 사회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습니다. 하루아침에 무엇인가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라 작은 혁신을 쌓아가듯이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은 일상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꼈습니다.

겨울에 들어선 헬싱키에서 절실하게 묻고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자(切問近思)고 새해를 다짐합니다. 희망제작소도 한 해를 갈무리하고 나아갈 길을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만들기 위해 서울 마포구에 희망모울을 마련해 이사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사옥 이전을 넘어 새로운 연구와 대안을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실천하는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또 연구원 중심의 연구와 실행을 넘어 내외부 이해관계자와 함께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희망제작소 창립 당시 내걸었던 독립, 참여, 현장, 대안, 지역, 실용, 종합 등의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시민과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합니다. 시민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입니다. 시민 스스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연구, 창안, 시민참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희망편지> 독자분들께 도움을 청합니다. 희망제작소가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여는 시민연구플랫폼 운영자로서,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시민과 시민을 연결하는 비영리 민간독립연구소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제안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희망제작소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공동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가 이해관계자와 협력할 때 투명한 정보 공개를 비롯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희망제작소는 시민이 일상이 문제를 발견하고, 대안을 만들 때 무엇을 지원해야 할까요.
그리고 공공과 민간이 경계를 넘나들며 협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시민이 주인인 시대, 절실함이 없다면 변화는 없습니다. 시민이 직접 대안을 만드는 데 함께 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기 위해 여러분이 제안한 의견들을 모아 연구원들과 함께 토론하겠습니다.(2019 희망제작소에게 바란다 제안하기)

이미 알려진 방법과 대안도 좋습니다. 누군가에게 익숙한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아직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기다리겠습니다. 희망제작소를 향해 쓴소리를 해주셔도 좋습니다. 따끔한 질책은 변화를 일구라는 말씀으로 소중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핀란드에서 새로운 희망제작소의 길을 새롭게 상상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미세먼지와 큰 일교차에도 강건하길 바랍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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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11/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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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입니다.

건조하고 추운 날씨,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희망제작소는 올 한 해도 분주하게 보냈습니다. 매년 그렇듯이 많은 일이 있었지요.

올 6월 새로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함께 민선7기 목민관클럽을 구성하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1월에는 ‘우리가 꿈꾸는 똑똑한 시티, 스마트시티를 읽다’라는 주제로 제2차 정기포럼을 열기도 했습니다. 시민을 위해 일하는 지자체장이 아니라 시민과 함께, 시민의 힘으로 일하는 지방정부의 도전을 응원하고 함께하겠습니다.

올해 희망제작소가 새롭게 수탁해 운영 중인 ‘서대문50플러스센터’도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삶이 즐거운 학습, 스스로 혁신, 더불어 협동’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주민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지난 14일과 15일 방송·공연·연극·전시로 활동 성과를 나누는 공유회를 열었습니다. 재미있게 배우고, 즐겁게 활동하는 시니어의 길을 만드는 실험이 점차 무르익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어 희망제작소는 ‘누구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정다운 우리학교’로 활동 중인 수원시평생학습관을 세 번째 위탁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희망제작소가 휴먼트리를 통해 위탁 운영 중인 ‘모금전문가학교’는 벌써 10년째를 맞이했습니다. 모금전문가학교는 비영리단체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고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800여 명의 수료생을 배출하고 모금실습 과정을 통해 6억5천여만 원을 모으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난 12일에는 모금전문가학교총동문회 홈커밍데이를 개최해 모금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개인 또는 공동체의 다양한 문제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직접 해결해보는 100일의 실험, 국민참여사회문제해결프로젝트 ‘국민해결2018’도 마무리 중입니다. 40일 동안 634명의 국민연구자가 등록했고, 291개의 상상테이블을 거쳐 236개의 제안서가 접수되었습니다. 서류심사와 국민심사단의 심사를 거쳐 사회문제해결실험 총 20개, 마중물씨앗사업 총 10개를 선정했습니다. 또 서울 금천구와 전남 순천 지역에서는 주민과 행정이 소통을 통해 해결하는 오픈워크 방식을 도입해 실험했습니다. 100일이라는 기간이 짧아서 아쉬웠지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국민임을 일깨우는 성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여는 ‘돌아온 온갖문제연구 프로젝트’도 매듭지었습니다. ‘반려동물방재프로젝트’, ‘미투시대, 백래시와 남자청소년 성교육’, ‘청년 라이프스타일설계 교육과정 연구’ 등 3개의 연구주제에 연구비를 지원했고, 최종 결과물을 공유하는 자리를 진행했습니다. 독립연구자와 함께 프로젝트를 꾸리면서 시민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를 되짚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 청소년의 진로 탐색을 지원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의 3년 차 사업도 잘 진행되었습니다. 순창, 장수, 전주, 진안 청소년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살 방법을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미래인 ‘내일’과 자신의 일감인 ‘내 일’을 찾는 도전이 계속될 수 있도록 지원하려고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올 초 ‘희망드로잉26+ 워크숍 활용설명서’를 크라우드펀딩으로 발간했습니다. 발간 이후 교육에 관한 문의가 많았습니다. 이에 지역 각지를 다니며 실습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희망제작소에서도 ‘희망드로잉26+ 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 교육 과정을 운영했습니다. 시민 스스로 대안을 만들려는 뜨거운 열망을 확인했습니다. 워크숍 기법에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 대안을 찾아가는 전문교육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연구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지역발전, 협치, 지속가능발전, 시민인권, 사회혁신을 위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문가와 공무원 중심을 넘어 시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만든 ‘2030 시민이 빛나는 순천’ 프로젝트가 떠오릅니다. 시민이 함께 그려낸 계획은 실행력과 효능감이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에는 신산업과 구산업의 충돌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한 길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제작소가 보금자리를 마련한 건 가장 큰 일이었습니다. 매월 높은 임차료를 내던 때를 끝내고, 시민 여러분의 십시일반 후원금으로 시민연구플랫폼 ‘희망모울’을 서울 마포구에 마련했습니다. 아직 은행 대출금이 남아있지만, 여러분의 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마음을 전하기 위해 지난 13일 ‘송년의 밤’을 열었습니다. 희망제작소를 후원하고 끌어주신 분들을 모시고 올해 활동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눴습니다. 민간독립연구소인 희망제작소가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새롭게 다짐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정부나 기업의 출연으로 설립된 곳이 아닙니다. 시민 여러분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민의 관점을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은 ‘모든 시민이 세상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만드는 데에 큰 보탬이 됩니다. 앞으로도 후원과 응원으로 희망제작소와 함께해 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망설이고 계신 분이 있다면, 희망제작소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희망제작소 후원회원 가입하기)

희망제작소를 후원하는 분들은 꿈꾸는 사람입니다.
꿈을 나누는 사람입니다. 꿈을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새해에도 늘 강건하시길 빕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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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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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늘 강건하시고 서로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한 해 만드시길 소망합니다.

2019년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촛불항쟁도, 민족 자주독립의 길을 확고히 한 3.1운동도 모두 시민의 각성과 실천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생・고령화, 기후변화, 사회적 양극화와 같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경기 불황이 국가의 개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국가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주장은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과 책임을 찾을 수 없게 합니다. 어느 때보다 연대와 협동이 필요한 시기지만, 대부분의 개인이 각자 일상을 보내는 나홀로족이 늘어나면서 ‘1인 체제’도 공고해지고 있습니다. ‘1코노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 경향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면 관심을 두지 않는 방식이 우리 사회의 파편화를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는커녕, 어떤 결정도 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악화시키는 ‘비토크라시’(Vetocracy) 양상을 보입니다. 거대 양당의 주된 관심사는 상대를 부정하는 것일 뿐,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는 듯합니다.

이럴수록 시민주권, 사회적 가치, 사회혁신 등의 단어를 다시 마음에 새깁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자가 되어 언제 어디서나 권력을 향유하고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는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해 희망제작소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을 열었습니다. 일상의 문제를 깊이 생각하고, 그 이치를 깨달아 변화의 길을 만드는 시민을 지원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로 시민주권의 새 길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국민해결2018>프로젝트는, 시민이 선택한 문제를 시민이 직접 해결하는 생활현장실험실(LivingLab)로 대안을 만드는 데 함께했습니다. 책상에서 문헌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이해당사자가 함께 지혜를 모으는 방식의 대안 연구와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아직은 부족합니다. 희망모울은 다양한 연구자가 모이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고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독립연구, 시민연구자의 실태를 조사하고 협업 프로젝트도 활성화하려 합니다. 폐촌 위기에 몰린 산골에서 탄생한 ‘마을연구소’, 정부도 하지 못하는 문화재 해외반출 현황 백서를 만든 독립활동가,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소셜벤처와 함께하는 희망제작소가 되겠습니다.

시민주권은 마을 자치와 민주적인 일터 속에서 탄생합니다. 주민이 즐겁게 모여 새로운 길을 만들 수 있도록, 우리의 일터가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곳이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60여 개 지방자치단체가 함께하는 목민관클럽과 함께 ‘주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일하는’ 지방자치 혁신의 길을 닦겠습니다. 새로운 길을 찾고 싶은 시민의 배움과 실천을 돕는 일도 쉬지 않겠습니다. 시민의 창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민간독립연구소의 활성화는 미래 희망의 척도를 살피는 데 필수적입니다. 늘 응원하고 후원해주시는 여러분은 희망제작소의 버팀목이자 한국 사회의 희망입니다. 여러분과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참여공동체를 만드는 데 더욱 힘쓰겠습니다.

절실하게 묻지만 가까운 것부터 실천하겠습니다(切問近思).
본래 소명을 다함으로써 나아갈 길을 찾겠습니다(務本道生).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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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9/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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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19년 세 번째 희망편지를 드립니다.

지난달 <희망편지>에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정치, ‘비토크라시’(Vetocracy)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사회적 갈등을 반영하지 않는 정치체제를 바꾸지 않고선 변화하기 어려운 현실을 되짚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 모습일까요. 청년 대다수는 정규직을 얻기 위해서 치열한 경쟁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모두 경쟁자인 시대, 청년들의 고독과 고립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혹 경쟁에 뒤처지면 자신에게 탓으로 돌리며 마음의 병에 걸리는 경우도 생깁니다. 무엇보다 공정한 경쟁을 바라지만, 연이은 실패로 인해 자신의 노력을 배신하지 않는 것만이 공정함이라고 여기는 등 타인을 배제하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의 노동 현실은 어떨까요. 프랑스의 노란 조끼를 입은 프레카리아트(이탈리아어 불안정한·precarious와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를 합성한 조어)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일자리가 있어도 사내복지 혜택은 물론 공공 복지혜택을 제한적으로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기업의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요하고, 강자만이 누리는 기회를 넓히는 신자유주의가 지배한 결과입니다. 돌봄과 밥벌이라는 이중노동에 시달리는 여성의 얼굴, 시시때때로 부서나 근무지를 옮기며 직장불안을 겪는 회사원의 얼굴,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을 해야하는 퇴직한 노년의 얼굴은 모두 비슷합니다. 바로 ‘불안함’입니다.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회 구조 탓이 크지만, 사회의 전환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정권교체에도 바뀌지 않는 우리의 일상에 변화를 불어넣기 위해선 ‘새로운 촛불’이 필요합니다. 광장에 집결하는 방식이 늘 가능하지도, 늘 효과적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큰 파도는 작은 파도의 물결이 일렁일 때 생깁니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는 작은 도전, 아래로부터의 작은 실천이 반복될 때 ‘새로운 촛불항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부딪히는 문제들은 기존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입니다.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국가 중심의 민주주의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촛불항쟁에서 우리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시민이 국가를 구성하는 구성원에 머물지 않고, 직접 국가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결정권을 행사하는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시민 스스로 사회문제의 대안을 찾는 일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에서 시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도전이 필요합니다. 시민과 시민이 만나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찾아보는 모임을 여는 등 함께 해답을 찾아가는 노력의 축적이 필요합니다. 시민끼리 답을 찾기 어렵다면 지역사회전문가, 지방의원과 함께 대안을 탐색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괴리가 발생하는 ‘비토크라시’를 넘어서는 등 시민과 시민의 연결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오는 3월 27일은 희망제작소가 창립된 지 13주년이 됩니다. 민간독립연구소로 역할을 감당하도록 함께해주신 분들과 특히 후원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올해 희망제작소는 기존 단체만이 아니라 흩어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연결과 작은 실천이 대안을 만들어가는 도전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역할을 해내기 위해 시민이 주인되는 사회, 함께 희망을 실현하는 ‘시민주권센터’, 한국사회 주요 의제·정책 대안을 연구·조사하는 ‘대안연구센터’, 시민 누구나 삶의 대안을 탐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음센터’, 사회혁신 의제를 발굴하고 목민관클럽 운영을 통해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책기획실’, 희망제작소의 살림살이와 사업 및 운영을 지원하는 ‘경영기획실’로 조직을 재구성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여러분들과 함께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 ‘시민이 대안인 시대’를 함께 열어가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김제선 드림

희망제작소는 활동소식을 담은 ‘뉴스레터'(월 1회), 우리 시대 희망의 길을 찾는 ‘김제선의 희망편지'(월 1회)를 이메일로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구독을 원하시는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목, 2019/03/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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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이 나라는 나라도 아니다. 국가 기관 어느 한 곳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곳이 없고 부실하지 않은 곳이 없다. 주권자인 대중은 오로지 통치의 대상, 피치자로서 조작과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시민주권의 개념과 적용은 철저히 결여되고 봉쇄되어 있다. 이제 우리는 국가로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기본적 권리로서 사회권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국가를 기획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사회공동체의 틀 안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구현하는, 소수 기업의 경제적 독점과 담합을 반대하고,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정의로운 분배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 제도를 수정하고,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 본 글은 다른백년연구원 대안민주주의분과 내부 연구모임에서 소준섭 국제관계학 박사가 발제한 글로서, 공식적으로 외부 인용을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부득이하게 인용이 필요할 경우, 저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수, 2016/08/3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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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왜 이 주제를 선택했나요?
– 주민이 실제로 행복한 정책 설계를 위해
– 주민참여정책의 모니터링 및 평가를 위해
* Who!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 일상의 변화를 통해 행복을 찾고 싶은 시민
– 행복지표 개발 및 운영에 관해 관심있는 공무원
– 주민참여정책 평가지표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
* When!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 지역에서 행복하고 살고 싶지만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를 때
–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행복교육이 궁금할 때
– 시민참여형 행복지표가 궁금할 때
– 행복지표의 개발과 설계에 관해 궁금할 때
– 주민참여정책을 평가하고 싶은데 방법이 궁금할 때
* What!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행복정책의 트렌드와 사례
– 행복정책에 참여하는 주민의 목소리
– 주민참여정책을 정성적으로 평가하는 방법
– 행복지표를 만드는 새로운 운영 과정

* 요약

◯ ‘국민행복시대’를 표방한 박근혜 정부는 ‘지역공동체 행복지표’를 만들었으나 그 실효성을 거두지 못함. 이에 국민행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이야기한 문재인정부의 행복정책이 관심을 받고 있음

◯ 반면 민선6기 들어서며 지방자치단체는 각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행복지표’를 고민하고 구현하고 있음. 대표적으로 인천 부평구, 순천시, 서울 종로구 등이 있음

◯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행복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필수적임. 서울 종로구는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행복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행복조례를 만들어 발의하고 행복드림아카데미 운영을 통해 시민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음

◯ 희망제작소에서는 서울 종로구 주민들의 참여를 돕기 위한 행복드림아카데미를 운영함. 주민들의 행복에 대한 접근방법으로 ① 공감하기-불만 들어내기, ② 작은실천부터 함께하기, ③ 불만을 줄이고, 행복은 늘리기(행복실천)가 진행됨

◯ 종로구 사례를 통해 본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복지표를 만들기 위해서는 ①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시민주체와 ② 주민들의 참여를 지원해 줄 전담행정이 필요함

◯ 무엇보다 시민들이 삶에서 행복변화를 경험하기 위해서는 ③ 기존 참여정책들과 행복지표를 연계할 필요가 있음

◯ 대표적인 주민참여정책인 주민참여예산과 마을공동체사업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주관적 지표로써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만드는 행복지표를 고려할 수 있으며, 시민들의 참여 동기를 형성하고 제도의 효과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민참여플랫폼 형태로 운영할 것을 제안함

수, 2017/09/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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