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연의 미세먼지이야기 17] WHO(세계보건기구)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국가 순위는?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국가 순위는?
장재연(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는 수치 중 하나가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1만 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는 1백만 명이 넘는다'라는 사실과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9" align="aligncenter" width="640"]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결과가 국민 겁주기 결과가 될 수 있다. ytn뉴스 캡처[/caption]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는 사망진단서에 사인으로 기록되거나 또는 개별적으로 진단이 내려졌다는 것이 아니고(뒤에 설명하겠지만 학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미세먼지 오염도와 질병별 사망률 등 몇 개의 변수를 이용해 통계적 계산 방법으로 추정한 수치다.
따라서 진짜 사망자 숫자로 착각하거나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 사용하면 오해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수치는 미세먼지 저감의 보건, 경제, 사회적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의미 해석 없이 그저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자가 1만 명이 넘는다는 식으로 말하니, 국민들은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라 미세먼지에 대해 극도의 공포심을 갖게 된다.
국민소득이나 행복지수, 출생률과 자살률 등 온갖 지표들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 통계값은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그 수준을 평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언론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치가 크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국민들은 매우 나쁘구나 하는 느낌 이외에는 정작 그 의미가 무엇인지 또는 국제적으로 어느 수준에 해당하는지 이성적으로 판단할 길이 없다.
다른 나라 통계값은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라도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치는 과거 학자들이 추정한 자료들이 들쭉날쭉해서 많은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2018년에 세계보건기구(WHO)가 183개국의 2016년의 추정값을 정리해 발표했기 때문에 국제적인 비교가 가능해졌다.
아래 표는 미세먼지(PM 2.5)에 의한 각국의 조기 사망자 추정값을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중국이 약 115만 명으로 1위였으며, 인도가 약 109만 명으로 2위였다. 우리나라는 15,825명으로 세계 33번째로 높았다. 이 수치는 최근 우리나라 환경부가 추계한 것보다 약 4천여 명이 많은 값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0" align="aligncenter" width="480"]
PM 2.5 로 인한 조기 사망자(명)[/caption]
미세먼지 오염이 높은 국가로 알려진 나이지리아(3위)가 약 14만 명, 파키스탄(4위)이 약 12만 명, 방글라데시(7위)가 약 8만 2천명, 이집트(9위)가 약 6만 7천명 등이었다.
그런데 세계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인 미국이 약 77,550명, 일본은 약 54,780명으로, 우리나라 보다 무려 5배와 3.5배나 높았다. 그뿐이 아니다.
역시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보다 훨씬 낮은 유럽 국가들인 독일은 37,085명, 이탈리아는 28,924명, 영국은 21,135명, 프랑스는 16,294명으로 모두 우리나라보다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숫자가 훨씬 많다. 어찌 된 일일까?
미세먼지 오염도가 같더라도 인구가 많으면 피해자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일본, 그리고 앞에서 예를 든 유럽 국가들은 인구수가 우리보다 많다는 점이 이런 결과가 나오는 첫째 이유일 것이다.
따라서 인구수를 보정해서 계산해야만 제대로 국가 간 비교를 할 수 있다. 물론 세계보건기구 역시 인구 10만 명당 조기 사망자 숫자를 제시하고 있다.
아래 표는 주요 국가의 인구 10만 명당 미세먼지(PM 2.5)로 인한 조기 사망자 수치를 나타낸 것이다. 인구수를 보정하니 미국은 인구 10만 명당 조기 사망자 숫자가 24명으로 우리나라 31명 보다 작았다. 그러나 영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등은 여전히 우리나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1" align="aligncenter" width="550"]
PM 2.5 로 인한 조기 사망자, 2016년(인구 10만 명당 )[/caption]
아래 그림은 183개국의 수치를 크기순으로 열거한 것이다. 그나마 영국은 71위로 우리보다 약간 뒤처진 순위이지만, 일본은 110위, 독일은 120위로 한참 아래이고 세계 순위에서도 하위권이었다. 이런 결과는 인구수만 보정하는 것으로는 국가 간 비교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국제기구나 학계에서 합의된 미세먼지가 인구 집단의 사망률이나 병원 내원율 등을 높이는 기전은 건강한 사람에게서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환자들이 상황이 악화돼서 사망이 앞당겨지거나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수치는 미세먼지 오염도만이 아니라 미세먼지로 인해 악화되는 질병으로 인한 사망률이나 유병률 등을 함께 고려한 계산식에 의해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 인구 비중이 높거나, 해당 질병 사망률이나 유병률이 높은 국가 등은 미세먼지 오염이 낮더라도 건강 피해가 크게 산출된다.
일본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인구 고령화가 매우 높은 국가들이다. 노인 연령층일수록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자 산출에 적용하는 질병들인 뇌졸중과 심장 질환, 그리고 호흡기 질환이나 폐암 등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조기 사망자 수치는 높게 계산된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2" align="aligncenter" width="640"]
세계 각국의 PM 2.5로 인한 조기 사망자, 2016년(인구 10만 명당 )[/caption]
이런 인구 집단의 연령 구조의 차이로 인한 오류 가능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보건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지만, 연령 표준화를 통해 통계값을 보정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현상이나 문제의 원인을 왜곡할 수 있고, 인구 구성이 다른 국가나 집단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과정은 필수적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미세먼지로 인한 인구 10만 명당 조기 사망자 통계도 당연하게 연령 표준화를 거친 값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 그림이 그 값의 크기순으로 배열한 것이다.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이 예상대로 전 세계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들이다. 또한 인구수만 단순 보정했을 때와 달리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값을 보여, 합리적 결과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 사망률인 인구 10만 명당 18명 역시 세계에서 최상위권에 속하는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로 따지자면 27위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고, 국민들의 건강 상태가 세계에서 수준급이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수치는 일본의 인구 10만 명당 12명보다는 1.5배, 미국의 13명보다는 약 1.4배 높다. 영국보다는 약 1.3배, 독일보다는 약 1.1배 높은 수준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3" align="aligncenter" width="640"]
세계 각국의 PM 2.5 로 인한 조기 사망률, 2016년(인구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값)[/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96634" align="aligncenter" width="480"]
PM 2.5로 인한 조기 사망률 최저 국가들(인구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값, 2016년)[/capt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미세먼지로 인한 건강 피해 수준은 개발도상국가들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 입장에서는 부러운 수준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최상위권이다. 매일 같이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나 다른 결과다.
이 세상 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발생하며 그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유난히 나쁜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은 믿을 수 없고,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힐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자료는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자료이고, 분명하게 공식적으로 발표한 통계수치다. 지금까지 많은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자료만 골라 제시했기 때문에 실체적 진실을 볼 수가 없었을 뿐이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가 선진국에 두 배 이상이어서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은 필자도 강연이나 글에서 매번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지표와 마찬가지로 비록 OECD 국가들 중에서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지난 30여 년 동안의 미세먼지 오염 개선 성과가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하게 만든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물론 미세먼지가 과거보다는 개선된 지금의 상황에 대해, 국민들은 이런 환경에서는 살 수 없다고 아우성이다. 그런 인식은 매우 좋은 것이다. 지금까지 달성한 것에 조금도 만족하지 않고,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는 동력이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5" align="aligncenter" width="480"]
PM 2.5 로 인한 조기 사망률 최고 국가들.(인구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값, 2016년) OECD 국가들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caption]
다만 지금처럼 미세먼지 오염의 원인과 대책이 터무니없고 괴담 수준의 논의에 머물러서는 도약은 불가능하다. 최근 5년 동안 중국발 미세먼지 탓과 마스크와 공기청정기에만 매달리다가, 이웃나라는 40퍼센트 가까이 오염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세월을 낭비했다.
자기 주변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지 않고 문제가 개선될 것을 바라는 것은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것(연목구어)과 같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가는 상황은 점점 악화될 것이다. 현재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오염 수준에 비해 조기 사망자 수치가 상대적으로 적다.
그것은 일본이나 유럽 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고령 연령층 비율이 낮고, 뇌심혈관질환과 폐암 등의 사망률 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오염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고령화와 관련 질환 유병률 증가가 급속도로 진행됨에 따라 건강 피해 역시 급속도로 커질 수 있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위권 국가들이 누리고 있는 환경의 질을 우리도 가지려면, 우리 사회의 에너지, 교통, 산업, 시민의 환경 인식과 실천, 그리고 환경 정책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우리 사회를 저에너지 고효율의 지속가능한 사회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만이 미세먼지 문제도 해결하고, 온실가스 문제도 해결하고, 에너지 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삼조의 정답이다.
[caption id="attachment_196636" align="aligncenter" width="640"]
WHO의 세계 각국의 PM 2.5 로 인한 조기 사망률, 2016년(인구 10만 명당, 연령 표준화 값)[/caption]
환경운동연합은 우원식 국회의원, 이수진 국회의원, 윤건영 국회의원, 풀씨행동연구소,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국제환경법정책학회, 하천연구소와 함께 기후위기·생물다양성 위기 시대 극복(적응)을 위한 자연복원법 제정 토론회를 8월 24일 10시 국회의원회관 제 3간담회실에서 개최합니다.
토론회는 우리나라 재자연화 정책과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에 대한 논의를 육상, 해양, 담수, 언론에 시각에서 논의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순환경제와 제로 웨이스트
순환경제가 거시적 관점에서 자원과 쓰레기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제로 웨이스트는 소비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미시적 차원의 용어로,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순환경제와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단어 뜻에서 알 수 있듯 물질 소비 총량을 줄임으로써 쓰레기 발생량을 0으로 수렴시킨다는 의미와 더불어, 발생한 쓰레기의 재사용 및 재활용을 통한 물질 순환으로 소각 및 매립되는 양 또한 제로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뿐만아니라 앞선 두 개념을 통해 유해물질(플라스틱)의 사용 감소로 물질 소비 및 쓰레기의 독성 제로로까지 그 개념을 확산시킬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으로는 3R(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 Recycle-재활용하기)이 있으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
제로 웨이스트는 소비자의 실천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고, 중고물품을 소비하거나 하나의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으며,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인 재활용·재사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행동인 제로웨이스트 만으로 모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구조와 시스템의 전환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소비자의 행동 또한 필요하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제품 설계에 있어 규제 강화를 이끌고, 플라스틱 대체품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으며,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할 수 있으며,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나 분리배출 거점 등 인프라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림1) 보고서 개요[/caption]
환경운동연합은 2023년 상반기 전국 광역지자체 242개를 대상으로 그림1과 같이 질의하였다. 242개 중 답변이 온 지자체는 239개였다. 답변이 없는 지자체는 △경기도 과천시, △서울시 중랑구, △전라남도였다. 전국의 광역·지자체 평균 점수는 5점 만점 중 2.63점이었다. 5.0 만점인 지자체는 2곳이었으며, ▲부산광역시 사하구, ▲부산광역시 중구가 해당했다. 무응답(0점) 제외 0.3에서 1점 사이의 지자체는 8곳으로 △충남 당진시(0.3점), △경기도 용인시(0.7점), △서울시 강서구(0.7점), △서울시 성북구(0.7점), △서울시 서초구(1점), △서울시 용산구(1점), △인천광역시 강화군(1점), △전남 함평군(1점)이 해당했다. 상·하위 지자체는 아래 그림2와 같다.
[caption id="attachment_234271" align="aligncenter" width="640"]
그림2) 상·하위 지자체[/caption]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은 2022년 11월 24일 본격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돌연 1년 간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결정해 논란이 되었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2개월 앞둔 지금, 환경부는 지자체가 적극적선도적인 플라스틱 규제와 지역 주민 홍보 및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과 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지역 축소·1회용품 사용 줄이기 계도기간 등과 같은 자원순환 정책의 후퇴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며 환경운동연합은 생산 단계부터의 플라스틱 감축을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국 지자체 1회용품 대응 현황 보고서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은 자원순환 정책이 후퇴하지 말고 당당히 걸어가야 하며, 정부에게 오늘 나온 보고서를 토대로 유예시켰던 정책 운영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환경부에 불필요한 1회용품 사용 감량과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하반기 시민들과 함께 11월 24일 본격적으로 시행될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이 계도 기간 동안 잘 정착했는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실질적으로 감량할 수 있었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쓰레기를 주워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절대로 값지고 좋은 물건은 쓰레기로 나오지 않습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무조건 더 이상 필요가 없고, 더럽고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팔아서 돈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게 처치하려면 종량제 봉투를 사던지, 폐기물 신고를 하던지 비용을 내가 부담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도 이런 쓰레기의 본질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일본 정부에게 득이 되고, 팔아서 돈이 되고, 효용가치가 있는 것은 절대 버려지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기 싫고, 더럽고,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것을 버리는 데, 그 종량제봉투의 값이 최대한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더 이상 큰 사이즈가 없는 종량제봉투입니다. 바다입니다.
저는 이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로 진짜 무슨 심각한 인간 건강에 위해가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세계인 중 단 한명이라도, 바다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 중 한 존재라도 이번 오염수 투기의 악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 쓰레기가 단 한 존재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려면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육상에서 이 폐기물을 처리하고 감당했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부담도 지지 않으려면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안 됩니다. 원자력의 혜택은 있는대로 다 누리면서, 원치 않는 사고가 났을 때의 뒷감당은 해당 지역 주민이나 아무 관련도 없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나누어 지자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국제정치의 원리가 슬프게도 오로지 힘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지배되니, 일본 정부는 자국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해양투기 결정을 내렸구나하고 쳐봅시다. 더 어이가 없는게,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입니다. 8/31일자 KBS뉴스에도 나오던데, 우리 정부가 수산물 활성화를 위해 8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30여년에 걸친 오염수 방류가 우리 나라의 관련 산업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많은 금액의 세금을 투입해야 할겁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투입이 대체 누구 때문에 시작 된겁니까? 왜 일본의 쓰레기 투기를 위해서 우리가 이런 엄청난 감당을 해야하는 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오염수 방류에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들을 싸잡아서, 괴담을 만들어낸다느니 불안감을 조장한다느니 비난하는 것이 나라의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닙니다. 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지, 그것을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현명한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도자와 집권당이 해야 할 책무입니다. 대통령은 절반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말로 더 걱정되는 건 이번 오염수 방류가 끝이 아닐까봐입니다. 나쁜 선례라는 말이 있죠. 법에서도 앞선 비슷한 사례들에서 어떤 판결이 실제로 내려졌던지가 현재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되어 간다고 유엔 사무총장이 말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상당기간 우리는 해수면상승, 이상 기후의 빈번한 발생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을 포함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하고 있는 탄소절감 실천을 보면 지금 당장 온실가스 제로가 되긴 틀렸습니다. 지금처럼 탄소배출량을 신나게 늘려가다가는 북극곰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다가올 해수면 상승과 폭염, 폭우, 잦은 태풍, 해일, 산불, 토네이도 같은 극심한 이상기후현상들이 지금껏 우리가 해변에 잔뜩 지어놓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 정말 염려됩니다. 일본이 지진대비 강국이라고 자처하지만, 자연의 움직임 앞에 그 원전이 무력하기 짝이 없던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일본 탓만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현재 운전중인 원전만 422기, 건설중과 계획중인 것 까지 합하면 583기에 달합니다. 그 중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해안에 위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운행중인 한울, 월성, 새울, 고리, 한빛원전들. 한결같이 바닷가에 딱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제2, 제3의 후쿠시마를 잠재적으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번 오염수 방류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정말 중요한 시험대인 것입니다.
위험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안전하다고 하는 자와, 안전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위험하다고 하는 자의 싸움. 언뜻 보면 논리 싸움인 듯, 힘의 대결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순간에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논리에서, 힘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행복 그리고 자유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2011년에 일어난 또 하나의 비극,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우린 기억합니다. 그때도 환경부 그리고 옥시와 같은 제조사들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거라고 초반에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673명이 사망하고 총 피해자가 7800여명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훗날 인류에게 이런 구체적인 피해자 수치를 만들어 준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보수적으로 좀 더 보수적으로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 행복에 대한 추구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해주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제 꿈이 너무 야무진가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벌써 12년 전의 일이란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지금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모은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12년전 그 끔찍했던 날은 조용히 시간의 지층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일본 사고 현지의 주민들과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은 여전히 고통이 현재형이겠으나, 적어도 일본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보통 사람들의 시선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자력발전의 음영이 이렇게나 짙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진절머리 나게 반대하고, 분통터지는 여기에 모인 우리라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의 어두움 앞에서 남 탓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추구해 온 소비와 성공과 눈부신 경제적 번영 아래에는 핵 오염수와 미세플라스틱과 불에 탄 숲속 동물의 사체가 뒤엉켜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caption id="attachment_234341" align="aligncenter" width="800"]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계획이 일본 정부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그 시점부터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보이고 운동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마음 깊숙이 자리했던 무력감, 어차피 아무리 반대해도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가 정한대로 흘러갈 거라는 허탈한 심정. 그것이 진작에 여러분과 함께 적극적인 행보를 걷는 것을 방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에! 여러분과 함께 있고 저의 속마음을 충분히 내보였으니, 이젠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우리가 만들어 갈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짧고 운동은 길다. 여러분 힘내서 함께 걸어갑시다!!
(이 글은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지난 7월15일 미호강의 제방 붕괴로 인해 궁평2지하차도가 잠기면서 14명의 무고한 시민의 희생되었다. 이후 7월 28일 국무조정실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5개 기관 공직자 34명과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총 3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찰 과정에서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의 관리·감독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은 최고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감찰대상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았다.
감찰 내용에 따르면 ① 행복청의 경우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 발주기관으로서 기존 제방 무단 철거, 부실한 임시제방에 대한 관리감독 위반, 제방 붕괴 인지 이후 재난 관련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미조치 ② 충북도는 오송 궁평2지하차도 관리 주체로서 홍수경보 발령에도 교통통제 미실시 및 미호천 범람 신고에 따른 비상상황 대응 부재 ③ 청주시는 미호강 범람 위기 상황을 통보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 부재 ④ 충북경찰청은 112신고 접수에도 현장출동을 하지 않고 112신고 시스템 조작 ⑤ 충북소방본부는 현장의 상황보고에도 인력과 장비 신속 투입 등 조치 부재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오송 참사는 검찰에서 지목한 행복청,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가 각 기관의 역할만 충실히 이행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전국 시민사회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이번 오송 참사가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실의 발표는 이러한 주장을 묵살했다. 그리고 오송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충청북도 김영환 지사와 청주시 이범석 시장은 지금까지도 오송 참사 피해의 수습과 회복,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의 노력을 뒷전이고 책임 떠넘기기와 기억 지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오송 참사는 명확한 인재다. 오송 참사가 일어난 지 50여 일이 지났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진상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송 참사는 명확한 중대시민재해로 그에 따른 진상조사와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도로관리청의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충북도지사,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한 행복청,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서 재난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청주시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전국 지역조직은 각 기관의 최고책임자를 검찰이 당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번 오송 참사가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 없이 꼬리 자르기로 끝난다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에 이은 인재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시민들의 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