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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2019년 제 14차 정기총회를 개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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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 2019년 제 14차 정기총회를 개최합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9/02/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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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제 14차 정기총회를 개최합니다. 

회원님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일시 : 2019년 2월 28일(목) 오후 7시

* 장소 :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 모임방 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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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있어 서로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서로를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어야 하는 애틋한 시기입니다. 

그 마음 전하며 나눌 수 있는

따듯한 추석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 생태지평 드림. 

화, 2020/09/2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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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댐을 짓고, 
   흰수마자 치어를 계속 댐 하류에 방류하고
● 54일간의 장마가 보여준 내성천과 금강의 극명한 차이
○ 금강에서는 모래톱이 살아나고, 내성천에서는 모래톱이 자갈밭으로 변했다.
2020년 여름, 54일간의 긴 장마가 지난 후 보를 개방했던 금강은 강에 모래톱이 크게 형성되고 흰수마자가 곳곳에서 나타났지만, 영주댐을 굳게 닫은 내성천에서는 강 곳곳에 자갈이 크게 드러나는 등 강이 더욱 황폐해졌다. 우리가 알던 회룡포가 이번 홍수가 지난 직후 사라졌다. 반면 댐 상류 20여km 지점에는 고운 모래가 펼쳐졌다. 
장마 54일이 만든 금강과 내성천의 차이, 영주댐 상류와 하류의 차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어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성천과 영주댐이 서로 공존할 수 없는 관계임을 확연히 드러냈다. 댐이 내성천에 끼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이다. 공교롭게도 환경부가 댐이 내성천에 끼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시험담수를 시행하면서 크게 2가지 용역을 25억원을 들여 진행 중이었는데, 이번 홍수기에는 댐에서 모래가 하류로 이동하는 배사문을 완전히 닫아놓은 상태여서 굳이 돈을 들이는 이런 용역이 아니더라도 댐이 끼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이보다 더 정밀한 모니터링이 있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테스트였다. 동시에 환경부가 영주댐을 시험담수하면서 진행하는 유사이동과 생태계 복원관련 조사용역이 도대체 왜 필요한지 다시 한 번 묻게 만든다. 
○ 금강에서 발견된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2020년 국감 마지막 날,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정의당) 의원은 올해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영주댐 협의체가 영주댐 시험담수를 마치고 방류하기로 정한 날인 10월 15일까지의 사후환경영향조사 자료를 수공에 요구하여 제출받았는데, 댐 하류 내성천 9곳과 낙동강 1곳 등 총 10곳을 3차례 6일간 조사한 결과 자연산이든 인공증식 흰수마자든, 성체든 치어든 한 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충격적인 결과였지만 예견된 결과이기도 했다. 
아직 강에 모래가 고운 곳이 남아 있긴 하지만, 혹시 극히 일부 개체가 생존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강바닥이 자갈밭으로 변한 곳이 너무 많이 늘었다는 점이다. 단 1년여의 시험담수와 그 기간 중의 홍수기를 거친 결과였다. 장마가 끝나고 10월에 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이 찾은 회룡포는 불과 몇 달 만에 크게 변했다. 우리나라 110곳 명승 중 백미였던 회룡포야 중장비를 동원해서 돌을 골라내어 당장의 황량함을 감춘다 해도 내성천에 회룡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댐을 정식 가동하려는 순간부터 한국의 대표적인 모래강인 내성천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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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후 자갈밭으로 변한 내성천 회룡포. 2020년 8월. <시민생태조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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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 후 모래톱이 복원된 영주댐 상류 석포교 일대. 2020년 8월. <시민생태조사단>

● 영주댐 건설 그리고 흰수마자 수난사
○ 영주댐 사업 전 흰수마자의 집단 서식처였던 내성천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와 국립환경과학원 낙동강물환경연구소가 4대강사업 전인 2007년 2월에 발표한 「낙동강 수계의 어류생태 및 수질평가에 관한 연구」는 “지점 1,2인 내성천 상·하류 지점에서는 아우점종이 흰수마자(G. nakdongensis)로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Ⅰ급종으로 지정하여 관리중인 종으로 서식처가 낙동강으로 제한되어 있는데 본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내성천 지역에 집단 서식처가 있는 것을 밝혀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아우점종이란 우점종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이 확인된 종이라는 뜻이다.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 아우점하여 집단서식처가 확인될 정도면 얼마나 많은 흰수마자가 내성천에 있었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환경부는 영주댐 건설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부터 이런 흰수마자 문제를 도외시하였고, 현 정부에 들어서서는 이미 심각해진 흰수마자 문제를 외면한 채 장관 지시로 시험담수를 강행하였다. ‘유럽연합 물관리 기본지침(EU Water Framework Directive, WFD)을 제정한 EU나 깨끗한 물법(Clean Water Act)을 제정한 미국이라면 한 국가의 대표적인 강의 모습을 간직한 곳을 훼손하는 영주댐 건설은 상상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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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흰수마자. 2014년 10월.
○ 4년간 과도한 골재채취가 내성천 수생태계에 끼친 악영향
한국수자원공사는 2009년 12월에 영주댐을 착공하고, 이후 매년 사후환경영향조사를 통해 댐 수몰예정지 몇 곳에서 어류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2013년에는 다묵장어가 확인되지 않았고, 2014년에는 조사한 7개 지점 중 골재채취를 하지 않은 댐 상시만수위인 석포교 일대를 제외하면 6개 지점 모두에서 흰수마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2014년 5월에 실시한 2차 조사에서 ST6 지점인 석포교 일대에서만 흰수마자 5개체가 확인되었다). 
한편 영주댐 수몰지내에 있는 흰수마자 개체를 댐 하류로 이주시키기 위한 포획조사가 2014년 6월부터 약 1년간 진행되었지만 댐 상류에서 한 개체도 확인되지 않았다.
사후환경영향조사는 댐 상류의 골재채취가 흰수마자의 서식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댐 상류의 흰수마자들이 산란을 위해 연차적으로 내성천 하류 인접 본류지역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골재 채취 등으로 인한 폐사 가능성을 분석하지 않았다. 
20대 국회 이상돈 의원이 낸 정책보고서 「내성천 생물다양성 보전/2019.12」은 이와 관련하여 골재채취를 주목하면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채취한 모래의 양은 총 289만6천㎥로, 이는 착공 직전 4년간의 채취량 26만6천㎥의 11배에 달하는 양”이라는 점과, “2012년 한 해에만 댐 상류에서 내려오는 연간 유사 추정량의 약 8년 치에 해당하는 165만㎥를 채취했다”는 점, 그리고 “그 중 117만㎥을 평은면에서 파냈는데, 이후 2013년부터는 평은면 소재지의 모든 조사지점에서 흰수마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보고서는 “수공도 골재채취가 모래하상에 서식하는 흰수마자의 서식환경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공은 흰수마자의 폐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하지 않은 채, 산란을 위해 내성천 하류 인접 본류지역으로 자연적으로 이동하여 더 이상 서식 개체는 없을 것으로 보았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4년에 걸친 큰 골재채취로 인해 폐사 가능성이 있음에도 전혀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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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서식처인 내성천 영주댐 수몰예정지.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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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수마자 서식처가 골재채취로 크게 훼손된 모습. 이곳에 서식하던 흰수마자의 이동이 얼마나 가능했을지 의문이다. 2013년 4월. 
흰수마자가 폐사가 아닌 산란회유를 위해 내려갔다고 주장하려면 다묵장어에 대해서도 왜 같은 시기에 확인되지 않았는지 타당한 학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와 대구지방환경청이 19대 국회 환노위 심상정 의원의 ’15년 국감 지적에 따라 제출한 「내성천 하상입도 조사계획(안)」에서 “흰수마자의 생태습성 등은 현재 10%정도 밝혀진 상태로, 산란습성 및 모래입도 등의 정확한 서식지 환경은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함”이라고 했으면서도 댐 상류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하여 흰수마자의 서식처를 4년간 과도한 골재채취로 극도로 훼손한 정황을 반영하지 않은 학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영주댐 환경영향평가에서 “유영력이 떨어지는 멸종위기종 Ⅰ급인 흰수마자의 경우 어도 이용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한 흰수마자가 골재채취로 흙탕물이 된 댐 상류 내성천에서 당시 만든 농업용 철재 보를 넘고 최대 20km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여 댐 여수로 등을 통해 모두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결론 낼 수 있는 학술적 근거 또한 제시해야 한다. 만약 영주댐 공사 중 법정보호종인 흰수마자가 집단 폐사한 정황이 있다면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한편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 급감한 주요 원인과 관련한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의 산란회유 분석에 대해 강은미 의원은 2020년도 국감 기간 중 보도자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였다. 
<한편 2019년도 영주댐 사후환경영향조사는 “산란회유로 개방”문제와 관련하여 “내성천 흰수마자는 낙동강 본류로 이동하여 산란하고, 발생한 치어와 산란을 마친 성어는 다시 내성천으로 올라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당년생 치어가 출현한 것은 대홍수가 발생하여 낙동강 본류 합수부에 모래가 퇴적되면서 산란회유로가 일시적으로 개방되었던 2016년뿐이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 산란회유로 개방문제는 문경시 영순면 일대에 있는 취수용 달지 하상유지시설을 부산지방국토청이 2015년에 보강 공사함으로 인해 흰수마자의 이동에 심각한 장애가 있음을 지적한 것인데, 부산국토청은 2018년 12월에 흰수마자 보호대책으로 해당지역에 생태수로 조성공사를 시행하였으며, 올해에는 2016년을 능가하는 대홍수가 발생하였지만, 내성천 10개 지점을 3차례에 걸쳐 6일간 조사한 결과 흰수마자는 자연산이든 인공증식 방류 개체든, 성체와 치어를 막론하고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산란회유로 문제는 비교적 쉽게 개선될 수 있지만, 영주댐 하류 내성천의 흰수마자 서식처 회복은 영주댐 처리문제를 검토하지 않는 한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수공이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나오지 않는 문제를 산란회유로를 차단하는 보에 돌리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댐으로 인한 문제는 살펴보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번 1년이 넘는 시험담수로 인해 흰수마자와 영주댐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충분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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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월, 2021/01/25-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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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꼬마물떼새는 수만리 바다를 오가고, 
   사람들은 집요하게 물떼새의 서식처를 훼손하고
>● 메추리와 붕, 그리고 꼬마물떼새
“북명에 고기 있어 그 이름을 곤이라 하니, 곤의 크기 그 몇 천리임을 알지 못하겠더라. (변)화하여 새 되면 그 이름을 붕이라 하니 붕의 등이 몇 천리임을 알지 못하겠더라. 노하여 날면 그 날개가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으니, 이 새 바다가 움직인 즉 장차 남명으로 옮겨가잔 것이더라. 남명이란 천지다.” 
함석헌 선생님이 「씨알의 옛글풀이/한길사」에서 전국시대에 살았던 장자의 사상을 소개하면서 「소요유逍遙遊」 의 첫 글을 번역한 내용이다. 이 글은 계속 이렇게 이어진다. “「제해齊諧」란 것은 괴상한 것을 기록한 책이라. 해諧의 말한 것이 이렇다. 붕이 남명으로 옮겨가려 할 때 물을 때리기 2천리를 하고 회리바람에 날개 쳐 오르기 9만 리를 한 다음 가기를 여섯 달 하여서 쉬더라...”
소요유는 뒤에 또 이렇게 이어진다. “척안(메추리)이 웃으며 말하기를 저가 또 어디를 가자는 거냐, 내 솟구쳐 올라가도 두어 길에 지나지 못하고 내려오는 것이요, 쑥대 사이에 호르락거리는 이것이 낢의(날아가는) 끝인데, 그런데 저가 또 어디를 가는 거냐 했다” 소요유와 관련하여 함석헌 선생님은 “장자는 당시 부국강병의 포악한 지배주의 때문에 희생되는 인생을 건지기 위해 말한 것이었다”고 배경을 설명하였다. 
‘붕’이라는 새는 상상의 새이지만 물을 때리기를 2천리를 한다는 따위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다. 몇 해 전에 만난 외국 NGO의 한 조류전문가에게 내성천에서 포란하는 꼬마물떼새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호주지역까지 이동하는 경이로운 새라고 말해주었다. 꼬마물떼새는 어른 손바닥보다 더 작다. 이 작은 새가 새끼를 키우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 수천 킬로미터를 오가는 것을 장자는 알고 있었을까? 마지막 남은 한 뼘의 꼬마물떼새 둥지 터마저 사람의 땅으로 만들려 하고, 빼앗은 땅은 어떻게 해서라도 돌려주려 하지 않으려하고, 해마다 녹조가 식수원을 오염시키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도 가둔 물을 흐르게 하지 않으려하고, 심지어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해놓고도 돌아서서는 강을 훼손하는 참으로 고약한 시대를 보았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 작은 물새들의 처지, 우리시대 약자들의 처지
뱃속에 아이가 생기면 태교를 한다.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아름다운 그림을 감상하고, 말을 가려서 하고, 마음을 차분히 하며 생각을 바르게 하려 한다. 모래톱에서 번식하는 작은 물새들도 알을 품으면서 알들에게 어미의 소리를 계속 들려준다. 새와 사람의 태교가 어떤 차이가 있든 생명의 신비로움은 그 무게가 다르지 않아 보인다.
 2017년 봄, 내성천에서 흰목물떼새의 서식현황을 조사하는 생태지평 시민생태조사단 모니터링을 하다가 중류의 외진 모래톱 한 곳에서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꼬마물떼새 새끼 4마리를 발견했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좁은 공간에서 몇 뺨씩 떨어져 모래톱에 바짝 엎드린 자세로 눈 하나 꼼짝하지 않았다. 카메라로 기록한 후 멀찍이 떨어져서 쌍안경으로 지켜보았다. 한 마리가 저만치 떨어져 있던 어미를 향해 종종걸음을 하더니 한 곳에서 멈춰 선다. 그렇게 한 마리씩 차례대로 모두 자리를 옮겼다. 봄부터 여름까지 모래밭의 적막 속에는 새끼를 지키면서 키우기 위한 물떼새들의 팽팽한 긴장이 배어있다. 하루에도 여러 번 생사의 갈림길이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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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꼬마물떼새 유조. 2017년 5월. <시민생태조사단>
2019년 봄, 내성천 중류의 또 다른 외진 곳에 흰목물떼새가 둥지를 틀었다. 내성천에서 오랜 기간 영상 작업을 해온 한 생태다큐 팀이 둥지와 거리를 둔 곳에 위장막을 치고 이 한 쌍의 포란 기간 일부와 부화과정을 지켜봤다. 흰목물떼새는 약 28일간 알을 품는데, 때가 지나도 새끼들이 나오지 않았다. 예정일을 잘못 잡은 모양이었다. 며칠이 더 지나 첫째가 알을 깨고 나왔다. 세 번째 녀석까지 잘 나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막내가 나오지 않는다. 애를 먹이던 막내가 새벽녘에 드디어 부리 끝의 하얀 난치로 껍질을 깨고 나왔다.
새끼들이 모두 깨어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아침에 현장에 도착했다. 네 마리가 엄마 품에 안겨 있을 전형적인 그림을 상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솜털이 다 마르고 쌩쌩해진 세 형제를 애비가 거느리는 모습이 먼저 쌍안경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그들과 떨어진 곳에 있는 어미를 다시 확인하면서 뭉클했다. 품을 파고드는 새끼를 보듬은 채 어미는 사방을 경계했다. 난산 끝에 늦게 태어나 몸을 잘 가누지도 못하는 새끼를 어미는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냉정한 자연의 법칙처럼 버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다른 새끼들과 함께 두지도 않았다. 4대강사업 이후 자연성회복을 위한 과정에서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꼼짝을 못하는 현 정부보다 이 작은 새 한 쌍이 훨씬 단호하면서도 지혜로웠다. 
2017년 봄에 꼬마물떼새 유조를 확인한 모래톱에는 2019년 여름 달뿌리풀이 넓게 군락을 이룬 채 자리를 차지했다. 2019년에 흰목물떼새가 난산을 한 둥지 주변 모래톱으로는 2020년에 풀이 많이 들어왔다. 천적을 먼저 보기 위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곳에서 포란을 시도하면 둥지뿐만 아니라 어미도 위태로워질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자리를 버리자니 갈 곳 또한 마땅치 않다. 
4대강사업과 영주댐 건설로 이들이 살만한 곳은 이미 크게 줄었고, 지칠 줄 모르는 각종 하천정비사업은 지천에 남은 서식처마저 위협한다. 둥지를 틀만한 모래톱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어서 내성천에서는 제방 가장자리 쇄석 위에다가 흰목물떼새가 알을 낳은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작은 물새들의 처지는 최소한의 사회적인 안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여러 현장에서 상해와 죽음의 위협 속에 일해야 하는 작업환경에 노출된 우리시대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 텅 비어 있음의 섭리 – 강에서.
예수님의 산상수훈은 이렇게 시작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평생 농민과 농촌을 위해 사셨던 쌍천 이영춘 박사님이 생전에 산상수훈을 한문으로 옮겨 쓴 서예에는 가난하다는 자리에 빌 허를 놓았다. ‘心虛爲福’ 텅 비어 있어서 복된 자리이고, 충만한 자리다. 어떤 말로 표현하든 “말씀”을 온전히 다 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숙련된 어떤 전문가라면 작업도구들은 선반 등에 정리해서 필요할 때 찾기 좋도록 해놓고, 일하는 작업테이블 위는 깨끗하게 비워둘 것이다. 그래서 비워둔다는 것은 어떤 여건을 조성하거나 어떤 것을 이룰, 어떤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겠다.
한편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無常’의 뜻을 보니 “항상 함이 없다. 끊임없이 변화해서 사라진다” 이런 풀이가 되어 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누가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닌데, 텅 빈 하늘에 조화가 무궁하다. 늘 비어 있어서 아름답다. 강에서는 어떨까? 20011년 봄의 내성천을 찾아가보자. 
내성천 중류 또는 하류 어느 곳이어도 좋다. 또는 댐 공사를 시작한 상류여도 상관없다. 한쪽으로는 하얀 백사장이 넓게 펼쳐 있고, 내리쬐는 햇빛에 맑게 빛나며 흐르는 강 안쪽으로도 군데군데 작은 모래톱이 머리를 물 위로 내밀고 있다. 수리부엉이는 강을 내려다보는 산 중턱 바위그늘에서 졸고 있고, 이따금 황조롱이 한마리가 정지비행을 하다가 몸을 내리 꽂거나 하늘에 예리한 선을 그으며 산 너머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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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중류 모래톱. 2014년 5월.
흐르는 강물 위로 작고 예쁜 새 한 쌍이 멋진 곡예비행을 한다. 할미새다. 이런 비행은 모래톱 터주 대감의 모습은 아니다. 갑자기 텅 비어 있는 넓은 모래톱 위로 높고 맑은 물새 소리와 함께 선회비행을 하는 새들이 눈에 들어온다. 꼬마물떼새 또는 흰목물떼새다. 번식을 위한 준비기간이다. 커다란 모래톱을 차지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어느 순간부터 물떼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모래톱에는 텅 빈 고요가 이어진다. 그 모래톱과 내가 하나가 되면 어디선가 모래톱과 하나가 된 작은 새를 보게 된다. 한 눈에 다 들어오는 모래밭에서 당당하게 알을 품는다. 
텅 빈 모래밭에는 영겁의 세월 지구를 지탱해온 섭리가 배어 있다. 크고 강하다고 모래밭을 지배할 수 없다. 수달도, 황조롱이도 수리부엉이도 잠깐 들렀다가 떠나야 한다. 작은 물새들만 이곳에 터를 잡고 당당하게 알을 품는다. 하얀 모래밭은 작고 연약한 물새들의 피난처이며 성소다.
텅 빈 모래밭에 작은 거미들이 가만히 있다가 종종걸음을 한다. 메뚜기가 슬금슬금 날고 참뜰길앞잡이가 낮게 직선으로 난다. 명주잠자리 애벌레가 모래에 만든 기하학적인 구조물은 흡사 아름다운 우주의 블랙홀 같다. 있는 줄 없는 줄 모르는 물떼새 새끼들은 곤충을 잡아먹다가도 태아 때부터 익힌 어미 소리를 따라 엎드린다. 고라니가 지나가며 파놓은 작은 구덩이, 어미가 만들어놓은 위장 둥지 등 숨을 곳은 천지다. 그냥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기만 해도 된다. 무궁무진한 형상의 모래밭 자체가 그들의 피난처다.
하얀 모래만 보이는 그 곳에 생명들이 웅크리고 있다. 모래는 강에 의지해서 사는 약한 종들의 삶터이자 피난처다. 사는 동안 그들이 강의 주인이다.
모래톱의 원래 주인은 물론 강이다. 강은 모래톱을 늘 깨끗하게 비워두고 기다린다. 물떼새들이 이른 봄부터 강이 준비해 둔 모래톱을 살펴본 후 적당한 자리를 정하면 그때부터 알을 낳고 품어 부화하기까지 온 힘을 다한다. 해가 너무 강하면 서서 그늘을 만들어주고, 날이 너무 더우면 강물을 가슴에 묻혀 알을 적셔준다. 비가 오면 꼼짝하지 않은 채 비를 다 맞으면서 알의 체온을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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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모래톱의 흰목물떼새 유조. 2015년 6월.

천적이 나타나 어미가 잠시 자리를 비우면 햇볕을 받은 모래가 대신 알을 품어준다. 태아를 감싸 보호하며 성장을 돕는 양막을 ‘모래집’으로 부른 시작이다. 알이 깨어나서 걷고 뛰고 자란다. 생로병사는 어디에나 있는 법. 살아남은 것들이 묵묵히 대를 이어간다. 물떼새들에게 자리를 제공한 대가로 강은 하늘 높이 울리는 맑은 물새 소리를 즐기고, 예쁜 알과 새끼들의 성장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면서 생명이 넘치는 아름다움을 보상받는다. 
강 가장자리에서는 뱁새라고 부르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앙증맞은 눈으로 덤불에서 폴싹대고 그 옆에서 왕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가끔 씨앗을 모래톱 물가로 날려 보내 싹을 틔워보기도 하지만 강은 물새들의 삶터에 이들이 자리 잡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장마에 불어난 강물이 자기 영역에 들어온 것들을 청소해내는데, 버티고 싶어도 성난 강물이 뿌리를 내린 모래까지 쓸고 가버리니 어쩔 도리가 없다. 강은 홍수를 이용해 모래를 적재적소에 옮겨놓은 후 생명력이 넘치면서도 텅 빈 상태로 다시 돌아가고, 이듬해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들은 늘 그래온 것처럼 알을 품는다. 강이 곧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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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0/11/2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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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참회도 사과도 없었다

●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정책이 힘을 얻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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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책임자를 고발하는 용지에 서명하는 시민들. 2013년 9월.


사과란 잘못에 대해 용서를 비는 행위이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 사과하지 않으면 관계를 새롭게 시작하기 어렵다. 같이 있어도 갈등은 해소되지 않고 함께 나아가기 어렵다. 역사적으로는 일제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사과, 일제의 앞잡이가 된 사람들의 국민에 대한 사과를 들 수 있다. 사과보다는 사죄가 더 적합할 수 있다. 참회하지 않으면 새 방향으로 새 걸음을 뗄 수 없다. 참회하여 사과하지 않으면 용서와 화해가 없고, 청산 또한 없어서 남은 불씨가 갈등의 씨가 되고 같은 일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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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4대강사업 중단촉구 전국사제단식기도회. 2010년 5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국정과제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이 추진되었다. 자연성 회복은 곧 강의 종적, 횡적 연속성을 회복하는 일이어서 당연히 보 해체를 전제한다. 4대강사업이 우리 국토에 가한 질곡을 풀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 부처가 아무런 명분 없이 이전과 반대되는 일을 할 수 없다. 국가재정으로 운영되는 공적 영역이기에 그에 대한 분명한 배경과 이유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4대강사업의 무엇이  잘못이었는지를 밝히고 그 일에 국토부와 환경부가 앞장선 것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래서 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지를 밝혔어야 했다. 


이로써 다수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 강의 자연성 회복 정책을 추진하는 동력으로 삼아야 했다. 4대강 자연성회복 업무는 환경부가 중심이 되어서 추진되고 있는데,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환경부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아무런 사과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 4대강사업을 정리하는 일을 한다면 힘 있게 추진하기 어렵다. 크게 잘못한 주체가 반성과 사과 없이 자연성회복을 반대하는 지자체 등을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4대강 조사평가단을 만들면서 기획위원회에 민·관을 구성하는 거버넌스의 형식을 취했지만, 그 이전에 환경부가 진심어린 사죄를 먼저 했어야 조사평가단의 위원회도 힘 있게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스스로 굴레를 풀지 못하니 환경부가 2019년 3월 27일 개최한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 저명한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놓고도 보도자료 조차 내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졌다. 급기야 2020년 10월 29일에 환경부가 4대강조사평가단 주최로 개최한 우리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페널 토론자로 참석한 공주대학교 장민호 교수가 보 구조물의 철거 문제와 관련하여 말하면서, 유량 변동 폭이 커지면 서식하는 생물도 어려움이 있으니까 쉽게 철거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렵다고 언급하는 일까지 생겼다. 


자연하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역동성(dynamic)으로 이런 역동성이 앞서 소개한 순간서식처를 만들고, 하천의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다양한 공간을 만든다. 하천 고유의 유황은 매우 중요해서 작은 물새들은 이른 봄부터 서둘러 번식을 시작하여 장마가 들기 전에 마치며, 물고기들은 1년 중 유량변동 폭이 가장 큰 시기인 장마를 기다려 범람원에 알을 낳곤 한다. 환경부가 초청한 전문가가 유량 변동에 따른 서식 생물의 어려움을 들면서 쉽게 철거라는 단어를 쓰기 어렵다고 말한 상황은 환경부가 강 자연성 회복 정책을 추진하면서 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XpqL9ZmaQ


지금의 추세로는 4대강자연성회복 앞에 놓인 높은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없다. 4대강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낙동강 문제를 기준으로 볼 때 환경부가 꼼짝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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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1/08/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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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4일 방문했던 경기 양평의 한 동물복지인증 산란계 농장은 최근 수 년 간 방문했던 동물 관련 취재현장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현장이었습니다. 꼬불꼬불한 농로를 지나 도착한 이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마주친 것은 치잎을 막고서 비켜주지 않는 닭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사과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있거나 뭔가 먹이를 찾거나, 흙으로 깃털을 깔끔하게 다듬고 있는 닭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닭들이 차바퀴에 깔릴까봐 선뜻 앞으로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자 이 농장을 운영하고 계신 분이 전진하는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천천히 가시면 알아서들 비켜요.” 그 말씀대로 액셀을 밟지 않은 상태에서 천천히 앞으로 가자 닭들은 귀찮다는 듯이 천천히 일어나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혹시 밟히는 닭이 있을까 신경이 쓰여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닭들이 비키는지를 살펴봤는데 알아서들 비키는 모습에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제가 방문했던 농장에서 살고 있는 약 7,500마리의 닭들은 국내에서 사육 중인 산란계나 육계 1억5747만 마리 가운데 어쩌면 상위 0.1%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닭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농장보다 더 좋은 사육환경을 마련해 놓으신 곳도 있을 수 있고, 어차피 4년이 지나면 다른 농장에 보내져 도축될 운명이긴 합니다. 하지만 이 농장에 있는 기간 동안만큼은 본성을 인정받으면서 불필요한 고통을 겪지 않고 지낸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흰 수탉들과 갈색의 암탉들이 초록색의 작은 사과 열매가 달린 나무 그늘에서 풀을 뜯고, 모래 목욕을 하는 모습은 “여기가 닭들의 천국인가”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하는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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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의 한 동물복지인증 산란계 농장의 모습

    이 농장에서는 모두 3개의 계사에서 2,500여 마리씩의 닭을 기르고 있는데 낮에는 사과나무 과수원과 주변 야산에 방목했다가 밤에는 평사 형태의 계사로 들어가서 잠을 자도록 하고 있었습니다. 닭들은 평사에서 주는 사료를 먹기도 하지만 사과나무 아래쪽에 열린 열매를 먹기도 하고, 자유롭게 풀을 뜯어먹거나 곤충, 개구리 등을 잡아먹으면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농장주분의 설명으로는 사료 외에 다른 먹이를 먹도록 하는 것은 상업적인 측면에서는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사료만 듬뿍 먹어야 닭들의 산란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초에 동물복지인증 농장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농장과는 달리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긴 합니다. 특히 정부에서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대형 마트 등에 판로가 개척되기 전까지는 다른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과 같은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분도 동물복지를 고려하면서 더 좋은 품질의 계란을 생산하지만 손해만 볼뿐이었던 시기가 꽤나 길었다고 합니다.
 이 농장의 평사는 3단, 4단으로 케이지가 쌓여있는 공장식 축산 방식의 농장과 달리 평평한 바닥 형태에 닭들이 자유롭게 올라갈 수 있는 횃대가 있는 구조였습니다. 평사 안에 있는 닭들은 본능대로 횃대 위로 올라가 서있기도 하고, 잠을 잘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케이지 대신 평사나 방사 사육을 해야 하며 1마리당 15㎝의 횃대를 제공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산란계 농장이 1㎡당 18마리를 기르는 데 비해 이 농장의 1㎡당 사육 수는 6마리에 불과했습니다. 
 면적도 차이가 크지만 다른 농장과의 무엇보다 크게 구별되는 점은 방사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다만 닭들이 알을 낳는 공간은 계사 안이 되도록 훈련을 시키고는 있었습니다. 알을 자유롭게 낳도록 했을 때는 과수원과 야산 곳곳의 맘에 드는 장소에서 알을 낳는 바람에 계란 수거가 불가능했던 탓이었습니다.
 이 농장과 반대로 전형적인 공장식 축산 방식의 산란계 농장은 ‘닭들의 지옥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공간이었습니다. 2019년 9월 방문했던 경기 남부의 한 산란계 농장은 농장이라는 말보다는 닭이라는 ‘계란 생산기계’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공장 같은 곳이었습니다. 실제 계사에 들어가기 전 외부에서 본 모습은 커다란 산업단지 내의 공장으로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계사 안에 들어가자 먼지와 냄새 때문에 제대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 좁은 공간 안에 닭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케이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먹이와 물 급여 등이 자동화된 농장이었지만 좁은 공간에서 많은 닭을 기르면서 쌓인 배설물의 냄새와 닭들이 만들어내는 먼지를 없애기는 힘들기 때문입니다. 몸을 움직이기도 쉽지 않은 케이지 안에 들어있는 닭들의 모습을 보며 연상된 것은 바로 ‘아우슈비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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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부의 한 공장식축산 방식 산란계 농장의 모습

 공장식축산 방식의 산란계 농장에서 닭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이렇게 평생을 좁은 공간에 갇혀서 알만 낳다가 도축당할 운명이라는 것뿐 아니라 해충 피해와 강제 환우를 들 수 있습니다. 해충 피해, 특히 진드기와 이는 닭들이 거의 매일같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입니다. 닭의 피를 빨아먹는 진드기와 이 등이 상시적으로 좁은 케이지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방문했던 공장식 축산 방식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케이지의 금속 부분에 숱한 진드기가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야행성인 진드기들은 닭들이 휴식을 취하는 밤에 활동하면서 닭피를 빨아먹습니다. 야생에서라면 모래목욕으로 진드기들을 떼어내겠지만 움직이기도 힘든 케이지 안에서 닭들은 진드기로 인한 고통을 피할 길이 없습니다. 해충에 물려 가렵고, 따가운데 피할 길조차 없다면 그 고통이 얼마나 클까요. 앞서의 사과나무 과수원에 사는 닭들이나 다른 동물복지인증 농장에 사는 닭들은 모래목욕으로 진드기를 털어낼 수 있지만 공장식축산 농장에선 모래목욕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겠지요.
 이처럼 좁은 케이지 안에 존재하는 진드기들은 2017년 논란이 됐던 살충제 계란처럼 닭고기나 계란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닭을 도축하면서 계사를 비울 때 진드기들을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뿌리는데 계사 안에 잔류해 있던 살충제에 산란계들이 노출되면서 고기나 계란에도 살충제 성분이 잔류하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렇게 살충제를 뿌려도 진드기들의 번식력이 매우 강한 탓에 다른 계사에 남아있던 진드기가 번지는 것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로 인해 축산업 관계자들 중에는 “공장식 축산을 생산된 계란은 살충제 때문에 안 먹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좁고 더러운 환경에서 살다보니 닭이 병에 걸릴 위험도 높기 때문에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는 항생제를 다량으로 투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아직 병이 돌고 있는 것도 아닌 데도 예방적 차원에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닭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또다른 요소는 강제환우, 즉 인위적인 털갈기를 유도하는 것과 부리 다듬기 등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즉 알 낳는 기계로서의 산란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강제 환우는 닭이 알을 많이 생산하도록 계사 안의 불을 끄고, 물을 주지 않으면서 깃털갈이를 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닭은 알에서 깨어난 후 보통 130일 뒤면 산란이 가능해지는데 1년 정도가 지나면 산란률이 낮아집니다. 이때 일반 농장의 닭들은 산란률이 80%에서 50~60%로 낮아지게 되는데 강제환우를 하면 다시 산란률이 회복됩니다. 일반 농장에서는 약 2년 동안 최대 3번까지 강제환우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강제환우를 하는 동안 닭들은 극도의 목마름과 공포에 시달리게 됩니다.
 부리 다듬기는 사료를 골라먹지 못하도록, 또 다른 닭을 쪼지 못하도록 부리의 일부를 지지는 것을 말합니다. 인간 입장에서는 알을 더 많이, 빨리 생산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닭 입장에서 강제 환우와 부리 지지기는 이유 없이 당하는 고문처럼 여겨질 것입니다.
 이렇게 상반되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닭들과 우리는 거의 매일 같이 간접적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우리의 식생활 중에서도 계란은 바로 닭들의 고통과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크게 동물복지인증 농장과 공장식축산 농장으로 구분되는 두 사육환경에서 생산되는 계란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계란을 살펴보면 여러 개의 숫자와 알파벳이 써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숫자와 알파벳을 보면 그 계란이 어떤 농장에서 어떻게 사육된 닭에게서 나온 것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앞자리의 숫자 네 개는 산란일자입니다. 0630이면 6월 30일에 낳은 계란이라는 의미입니다. 날짜 뒤에 이어지는 알파벳은 각 농장의 생산자 고유번호입니다. 맨 마지막에는  1~4 중 하나의 숫자가 쓰여있는데 이 숫자가 바로 사육환경을 의미한다. 숫자 ‘1’은 방사 방식에서 생산된 계란이라는 의미다. 경향신문 취재진이 방문한 경기 연천 서연농장 같은 동물복지농장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마트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숫자 ‘2’는 평사에서 길렀다는 의미로 방사를 하지는 않지만 3이나 4에 비하면 비교적 닭의 복지를 존중한 환경에서 사육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숫자 ‘3’은 기존보다는 개선된 케이지, 즉 케이지 사육이긴 하지만 마리당 면적을 넓힌 환경임을 의미하고, 4는 기존 케이지를 의미합니다.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계란 중에‘3’이 새겨진 계란은 거의 찾아보기 힘듦니다. 마트나 슈퍼마켓에서 파는 계란의 대부분은 숫자 ‘4’가 새겨진 계란, 즉 공장식 축산 방식의 좁은 케이지 환경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동물복지를 표방한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이들은 닭들이 평생을 스트레스만 받으며 낳은 계란과 본성대로 살 수 있도록 존중받으며 낳은 계란은 영양적으로도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제가 찾아갔던 동물복지인증 농장의 농장주는 “동물복지 계란은 포함된 콜레스테롤도 일반 계란과 수치 차이가 크고, 영양 성분도 달라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동물복지 계란을 사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공장식축산 농장의 계란보다 비쌀 뿐 아니라 아직까진 생산량 자체가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2020년 현재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모두 168곳뿐입니다.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전체 산란계 농장 936곳의 17.9%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마릿수로는 전체 7,270만마리 중 3.93%에 불과한 286만마리 정도가 동물복지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산란계 100마리 중 4마리만이 동물복지인증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것이지요. 육계 농장 가운데 동물복지인증 농장은 전체 1597곳의 6.1%가량인 97곳입니다. 마릿수로는 9,483만 마리 중 7.59% 정도인 720만마리가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습니다.
 최근 계란 가격이 폭등한 것은 역설적으로 동물복지 계란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게 하는 원인이 되면서 동물복지농장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장식축산 방식으로 생산된 일반 계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동물복지 계란과의 가격 차이가 줄어들자 ‘이왕 비싸게 주고 먹는 거 동물복지 계란을 먹자’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동물복지에 대한 생각은, 특히 농장동물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도축당할 운명인 닭에게까지 복지가 필요하냐고 묻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동물복지 방식으로 계란이나 닭고기를 생산하면 너무 비싸지고, 이는 소비자들의 권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닭에게 필요 이상의 고통을 주고, 사람에게도 살충제 위험을 안겨주는 공장식축산 농장은 동물복지를 훼손할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진열대에 전시된 계란을 고르실 때 가격과 품질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그 계란을 낳은 닭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아직 국내의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사육 중인 1억 5,747만 마리의 닭들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도 잠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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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의 사람과 자연>은 필자가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사람과 동물,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지면에 다 담지 못했지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필자소개>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2006년 경향신문 입사했고, 2013년 환경부를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동물면 담당을 맡고 있으며 환경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2020년 3월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수, 2021/06/3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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