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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실련 재벌개혁 운동 방향 “재벌문제를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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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실련 재벌개혁 운동 방향 “재벌문제를 알리오!”

익명 (미확인) | 월, 2019/01/28- 16:12

[월간경실련 2019년 1,2월호 – 2019 재벌개혁]

2019 경실련 재벌개혁 운동 방향

“재벌 문제를 알리오!”

권오인 경제정책팀장 [email protected]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3대 경제정책기조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하였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공정경제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재벌개혁을 주축으로 하는 공정경제에 대한 정부 정책의 성과가 없다. 오히려 재벌들의 숙원사업이었던 은산분리 원칙 완화를 시켰고, 규제완화와 함께 차등의결권 까지 도입하려하고 있다. 재벌개혁 정책을 담당하는 공정거래위원회와 법무부를 통해 실효성 없는 법률안을 발의한 것이 전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들이 스스로 개혁하는 ‘셀프개혁’까지 주문하고, 재벌들이 일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자, 자랑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공정경제를 바탕으로 혁신성장을 끌어내고, 포용국가로 가겠다고 모두에 밝혔다. 하지만 뒤 이어 발표한 세부정책 내용을 보면, 공정경제 정책은 역시 보이지가 않았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벌개혁에 적극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지만, 대통령과 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과거 정부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물론,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부와 정치권, 언론, 전문가 등 사회곳곳을 지배하고 있는 재벌을 개혁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재벌개혁 없이는 높은 진입장벽, 기술탈취와 불공정 행위가 만연해 중소기업의 성장과 혁신이 일어날 수 없으며,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 또한 더욱 커질 것이다.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먼 이야기 일 뿐이고, 높은 재벌 의존도로 한국경제의 리스크만 키울 것이다. 재벌 3세와 4세 후계경영인들은 또 다른 편법과 불법을 통해 부와 경영권을 세습해 나가며, 소수지분으로 황제적 권위까지 누려 나갈 것이다.

설립 30주년을 맞은 경실련은 지금까지도 해왔지만, 금년에는 총력을 기울여 재벌개혁 운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 여론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이 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크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의 운동을 계획하고 있다.

 

재벌의 실태를 드러냄으로써 국민 개혁 여론 조성 (재벌 알리오)

경실련의 재벌개혁 운동이 빛을 보지 못한 이유는 국민여론 형성에서 실패한 이유가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의 관심도를 높이지 못하고, 정부와 정치권을 겨냥한 제도개선 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과거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불공정 행위 관련 실태를 알리는 데이터 기반 운동을 했을 경우, 경제민주화가 총선과 대선의 공약이 될 만큼, 사회적 이슈화가 되어 개혁의 발판을 마련한 적이 있다. 2019년에는 또 다시 재벌들의 문제를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알리는 데이터 기반의 운동을 진행하고자 한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관련된 자산, 매출, 계열사, 이익, 불공정행위 등의 실태를 지속적으로 언론과 국민들에게 알려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재벌개혁 아카데미’와 ‘유튜브 토크 영상’의 제작과 홍보도 병행해 나갈 예정이다. 즉 재벌들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개혁 여론을 조성되도록 하여, 제도개선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포석이다.

 

총선을 겨냥한 정부와 정치권의 재벌개혁 정책 평가

올해는 내년 있을 총선 분위기로 정부와 정치권이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정치권과 정부는 여론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경실련은 현 20대 국회의 재벌개혁 관련 입법 활동과 정부의 재벌정책을 평가하여, 사회적으로 알림으로써 총선에서 재벌개혁 의제가 관철되도록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재벌개혁 공약 평가, 국회의 법안발의 조사 및 평가, 정책 전문가 설문조사, 평가 토론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불러오는 특혜제거

우리 경제의 곳곳을 보면,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가져오는 특혜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조세, 금융, 부동산, 공공건설, 공공요금, 농업, 정보통신 등 많은 분야에서 특혜가 존재한다. 조세제도의 경우만 하더라도 근로소득자와의 소득세율 및 양도세에서 형평성이 어긋나 있다. 부동산과 공공건설, 금융 분야 등 나머지는 말할 것도 없다. 그 만큼, 우리 경제는 재벌에게 기울어져 있다. 이에 경실련은 분야별로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가져오는 특혜를 드러내어 여론화시킴으로써 개혁의 발판으로 삼고자 한다.

최근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포함한 정부에서는 재벌들과의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는 상황에서의 만남은 과거의 정경유착, 친재벌 정책으로 선회했던 정부를 떠오르게 하여, 우려감이 크다. 경제에는 왕도가 없다고 했다. 고착화 된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경제발전은 담보되기 어렵다. 2019년 경실련은 어렵지만, 개혁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전력을 다할 계획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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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시사포커스(1)]

기득권 정당에 놀아난 선거제도 개혁 운동

서휘원 정책실 간사

2019년 12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둘러싼 지난했던 협상과정이 끝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석을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하고, 이 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선거법 개정안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총 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제의 원칙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그 수준을 50% 연동형 비례제 도입에 국한하고, 그 마저도 30석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경실련은 27일,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의미 있지만 아쉽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낸 바 있다.

그렇다면 왜 연동형 비례제의 원칙이 훼손된 것일까? 나는 그 원인이 선거법 협성과정에서 기득권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셈법 굴리기에 급급한 것에 더해 경실련을 포함한 57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더불어민주당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휘둘렸다는 데에 있다고 본다. 연동형 비례제 원칙의 도입을 위해 그간 엄청나게 많은 기자회견, 집회, 성명 발표 등을 했지만 결국 그 결과는 반쪽짜리에 불과했고, 더불어민주당에 좀 더 유리한 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취지와 훼손

경실련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운동에 뜻을 모았던 것은 비례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의 선거제도는 지역구에서 최다득표자만을 당선시키는 단순다수대표제와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4년에 도입된 전국구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선거제도 하에서는 정당지지율과 실제 의석 수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해 비례성이 매우 낮다는 문제가 지적되어져 왔다. 2016년 제20대 총선의 경우 새누리당이 33.5%, 더불어민주당이 25.5%, 국민의당이 26.7%, 정의당이 7.2%의 정당득표율을 받았지만 실제 의석 배분의 경우 새누리당 122석(40.7%), 더불어민주당 123석(41.0%), 국민의당 38석(12.7%), 정의당 6석(2%)으로 되어 정당지지율과 의석 점유율 사이에 많은 괴리가 있었다.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한 기득권 정당의 경우 정당지지율은 적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 대결 구도에 편승해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하여, 정당의 실력만큼, 정당이 지지받는 만큼 의석을 갖게 하자는 제도이다. 예를 들어 총 의석수가 100석인 상황에서 A정당이 정당득표율로 30%를 얻었다면 A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 수와 상관없이 무조건 30석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지역구 당선자가 10명이면 나머지 20명을 비례대표제로 채워주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그동안 지역주의에 편승해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기득권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감수하게 하고,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던 소수 정당들은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가지게 해 정당지지지율만큼 총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현행 지역구의원 선출제도의 장점인 지역구 대표성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비례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현행 선거제도의 대안으로 주목 받았다.

그렇지만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정수 확대 논의에 선을 그어 비례의석을 최저 수준에 머무르게 하고, 준(準) 연동형을 주장하며 연동률을 50% 줄이고, 여기에 연동형 방식으로 배분되는 의석에 상한선을 씌웠다. 사실상 비례성 확대라는 원칙이 대부분 소실된 것이다.

후퇴에, 후퇴를 거듭한 협상 과정

그렇다면 왜 연동형 비례제의 원칙이 훼손된 것일까? 첫 번째 이유는 기득권 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셈법 굴리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온전히 도입되기 위해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과정에서 기득권 정당이 지역구에서 정당지지율보다 과대 대표되는 의석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본다는 합의, 소수 정당이 과소 대표되는 의석만큼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완해줘야 한다는 합의가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현행 선거제도에서 수혜를 보고 있는 기득권 정당은 더욱 공정한 선거제도로의 합의를 포기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

자유한국당은 대안 제시 없이 선거제도 개혁 논의 일체에 반대하다가 국회의원 정수 축소 및 비례대표제 폐지라는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안을 가지고 나왔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을 뺀 4개 정당을 위주로 선거법 협상이 본격화된 2019년 3월 10일에 와서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270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를 완전 폐지하는 방안을 협상안이라고 고려 중이라는 발언을 내놓았다. 이후에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개정안은 모든 정당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삼아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지연시켜왔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갑자기 선거법 개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고, 선거법 협상 과정에서는 선거제도 개혁법안을 후퇴시켜 나갔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된 것은 2018년 11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국회의장과 여야5당 대표회담에서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정당지지율을 고려할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시 더불어민주당에 아무런 이득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부터였다. 2019년 1월 21일에는 정책의원 총회에서 선거제 개혁안으로 ‘한국형’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 하나가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이는 정당지지율 전체가 아니라 정당지지율의 절반만을 의석수 배분에 적용하겠다는 것이었다. 2019년 3월 7일에는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원 정수 유지(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 ‘한국형’ 연동형 비레대표제, 석패율제 도입 등을 내놓았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온전히 비례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례대표 의석이 필요함에도, 의석정수 확대에 선을 긋고,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협상 과정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가면서 부터였다.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의 개혁안은 ‘240대 60’으로, ‘250대 50’으로, 결국 ‘253석 대 47석’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기 어려워지자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나아가 ‘최저이익’을 주장하며 ‘연동형 캡’ 30석을 씌우는 안을 제안했다. 이것은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즉,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하면서도 한국당과 같이 기존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연동형 비례제의 원칙을 점점 훼손시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개정안이 후퇴한 두 번째 이유는 정치개혁공동행동이 협상 과정에서 적절한 개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개혁공동행동은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정서를 고려해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를 큰 소리로 주장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의석수를 축소하고,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이 손해를 볼 수 없는 상태에 봉착해 연동형 비례제의 원칙을 훼손해 나갈 때에도 협상의 판이 깨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 했다. 정치개혁공동행동은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협상안으로 제시했을 때, 아무런 압박을 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공수처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던 터라,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이해타산에 따라 묶어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이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패스트트랙안으로 지정되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의미가 있다는 워크숍을 개최해 운동을 이어나갔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시뮬레이션

이렇듯 선거법 개정안이 협상과정에서 후퇴에 후퇴를 거듭했음에도 그 운동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라는 믿음이랄까, 자기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20대 총선 결과에 도입해보면, 비례성이 개선되었지만 여전히 매우 역부족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도’라는 믿음이, ‘이러려고’라는 한숨을 동반하게 됐다.

정의당의 경우 정당득표율에 100% 비례했을 때 얻어야 하는 의석은 22석이다. 하지만 이번에 통과된 선거법에 따라 지역구 당선자 2석을 빼고 남은 수에 준연동형 비율인 50%를 적용하면 10석을 배당받게 된다. 하지만 연동형 캡을 적용하므로 다시 2석을 빼야 한다. 여기에 병립형 방식으로 1석을 추가하면, 최종적으로 얻게되는 의석은 총 11석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성과와 한계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놓고 보았을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안의 한계는 분명하다. 위의 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여전히 정당득표율과 개정안 적용 의석배분율 사이에는 괴리가 크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36.01%와 27.46%의 정당득표율을 가지고, 37.0%, 8.33%에 해당하는 의석을 가져가는 반면,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28.75%, 7.78%의 정당득표율을 가지고도, 17.33%, 3.66%의 의석밖에 차지할 수 없다.

차라리 이럴거였으면, 병립형 방식을 고수하더라도, 비례대표 의석수라도 확실히 증가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옳았다. 지난 2018년 2월 12일 경실련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정개특위 간사와 면담을 가졌다. 이 날 김종민 의원은 우리에게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21일 제안한 선거제도 개혁안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그 내용은 국회의원 정수를 고정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이제와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자면, 당시 김종민 의원은 “이번에 선거법 개정 됩니다!”라고 확실하게 말했고, 가만히 들어보니 그 복안은 비례대표 정수를 찔끔 늘리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추측컨대 더불어민주당은 이때부터 캡 상한을 두어 조정의석을 통해 병립형 방식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받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 바에야 기존의 병립형 비례대표제도 방식을 고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비례대표 의원 정수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좋겠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내가 운동했던 이슈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운동이 기득권 정당에 처음부터 끝까지 놀아났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도 과한 혹평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의 기득권 지키기에 아무런 압박을 하지 못했고, 결론적으로 그동안의 정치개혁공동행동의 운동 과정이 무색하게, 민주당의 정개특위 간사가 당당하게 밝힌 그 안이 통과된 것을 나는 목격했다.

2024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 운동이 전개된다면, 다시는 이러한 과오가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득권 정당이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예측가능한 당연한 시나리오이므로, 국민들을 설득해 비례대표 의석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를 보완한 이후에도 거대 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비례대표 의석 대폭 확대를 주장해야 한다. 또, 협상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타협이 생긴다면, ‘이것이라도’ 라는 자세가 아니라, ‘반드시 이것이어야만 한다’라는 자세로 협상안에 대해 가차없이 비판해야 한다.

참고자료
• 서휘원, 연동형 비례대표제 관련 7가지 쟁점. 월간경실련, 2019. 01. 28.
• 서휘원,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퇴색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의미, 월간경실련, 2019. 03. 27.
• 서휘원, 패스트트랙 정국이 던진 화두, 월간경실련, 2019. 05. 24.
• 강지헌, 비례대표제 선거개혁, 이제 다시 시작이다. 프레시안 2019. 12. 31.
• 박효영 선거제도 개편 80 ‘헌신한 사람들’ 선거제도 개혁 관철되기까지, 중앙뉴스 2019. 12. 28.

화, 2020/02/0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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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시사포커스(2)]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악영향

 

서휘원 정책국 간사

 
1. 위성정당 논의의 시작

지난 연말 공직선거법개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후, 미래한국당을 필두로 거대정당들이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위해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9년 12월 27일, 공직선거법 통과로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어려워지자, 자유한국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이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대표 전담 정당을 만들겠다”고 발언하면서부터 위성정당 논의가 본격화됐다. 미래통합당은 2020년 1월 20일 미래한국당을 창당하고, 2020년 2월 3일 황교안 대표가 한선교 대표를 당 대표로 수락했다. 또 정운천 등 5명이 꼼수 제적과 이적을 통해 국고보조금 5억 7천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수령했다.

그전까지 미래한국당에 대한 비판과 고발까지 했었던 더불어민주당도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반칙에 반칙으로 맞서겠다는 것”이었다. 2020년 2월 6일, 당 지도부가 비례민주당 창당을 논의한 이후, 시민을 위하여를 창당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형식적 요건을 구비한 정당의 등록의 신청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명분으로 미래한국당 정당등록 승인(2/13)에 이어 시민을 위하여 정당등록 승인(3/16), 더불어시민당으로의 정당명칭 변경(3/25)을 승인했다.

2.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 훼손과 위성정당 창당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기본적으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수를 연동하여,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을 갖게 하자는 제도이다. 한국 사회에서 지역구에 편승해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했던 기득권 정당이 비례대표 의석에서 손해를 감수하고, 지역구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던 소수 정당이 더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가지게 해 정당지지율만큼 총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제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취지는 훼손됐다. 지난 2019년 12월 27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통과된 선거법 개정안은 의석을 지역구 253석에 비례대표 47석으로 하고, 이중 30석에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이 법안은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총의석수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원칙을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늘리지 않는 수준에서 그 수준을 50%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국한하고, 그마저도 30석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큰 법안이었다.

3.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득표율과 의석수 간의 비례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제도적 결함을 비집고 들어가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 창당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소수정당이 국회로 진출해 더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한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의 훼손과 위성정당 창당으로, 선거제도 개혁 이전보다 의석과 지지율 간의 불비례성은 더욱 커지고 말았다. 위성정당이 한국 정치에 미친 영향은 다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헌법과 정당 민주주의의 근본을 흔들었다.
거대정당의 위성정당 창당은 순전히 비례대표 의석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 정당인 위성정당은 우리 헌법 제8조 2항,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헌법 제24조의 선거권과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했다. 그런데도 헌법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거대정당이 공공연하게 위성정당 창당을 표방하고, 공직선거에 나서 유권자에게 혼란을 주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둘째, 연동형 비례대표제 취지를 훼손시켰다.
거대정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빈틈을 파고 들어 위성정당을 창당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은 지역구 163석, 비례대표 17석, 총합 180석(60%),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지역구 84석, 비례대표 19석, 총합 103석(34.3%), 정의당은 지역구 1석, 비례대표 5석, 총합 6석(2%), 국민의당은 비례 3석(1%), 열린민주당은 비례 3석(1%), 무소속이 지역구 5석(1.7%)을 얻었다. 한편 정당득표율은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33.35%,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33.84%, 정의당 9.67%, 국민의당 6.79%로 나왔다. 이에 따라 왼쪽 <표>와 같이 실제 비례대표 의석수와 정당득표율 사이에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전체의석수 비율은 180석(60%)이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33.35%에 불과했다. 반면, 정의당의 전체의석수 비율은 6석(2%)에 불과했지만, 실제 정당득표율은 9.67%에 달했다.

셋째, 정당체계의 안정성과 통치력이 더욱 악화됐다.
정당체계론에서는 정당체계를 전환시키는 요인으로, 선거제도와 정당 효과를 꼽는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정당체계는 그동안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근거를 둔 선거제도의 효과로 양당체계와 온건한 다당체계의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한국의 정당은 선거전문가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그 결과 선거결과 예측을 통해 이합집산함으로써 한국의 정당체계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정당 내 파벌이 정당의 지속성을 어렵게 만들고, 정당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했다. 즉, 한국의 정당체계는 이합집산에 의한 불안정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이것은 정책적인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위한 원심적인 경쟁의 양상을 보여준 것으로, 소모적이며, 정치체계 전반의 안전성과 통치력을 약화시킨 것이었다(곽진영, 2009).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러한 한국의 정당체계의 변화를 불러오고, 정당들 간의 정책선거를 도모할 것이라 기대됐다. 하지만 거대정당들의 위성정당 창당과 이합집산으로 인해 한국의 정당체계는 전환되지 못했고, 오히려 한국의 정당체계의 안정성과 통치력은 오히려 더욱 악화됐다.

4. 남겨진 과제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26일, 경실련이 제기한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과 미래한국당에 대한 정당등록 위헌확인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지난 4월 7일,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처리했다. 이에 경실련은 위성정당의 선관위의 정당등록 승인행위로 인해 국민들이 선거권 행사에 있어서 심각한 혼란을 겪었음에도 헌법재판소가 자기관련성 부족을 이유로 각하 판결했던 것에 대해 유감의 의사를 표했다. 이에 경실련은 4월 21일 다시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을 재청구했지만 또 다시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제 시민사회단체에게는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 운동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온전히 살아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고, 정당의 편법과 불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도록 정당법을 개정하는 데 주력 할 것이다.


참고
•곽진영, 한국 정당의 이합집산과 정당체계의 불안정성, 한국정당학회보 제8권 제1호, 2009.02. 115-146.

금, 2020/06/05-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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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특집. 2020년 경실련이 바란다(1)]

21대 국회의원 선거, 국민주권실현을 위한 계기가 되어야

윤철한 정책실장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선거는 우리 사회의 비전과 국정운영 방향을 결정하고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계기다. 현재 우리 사회는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부동산 가격폭등, 청년 일자리 부족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심화되는 양극화와 사회 갈등도 극복해야 한다.

20대 국회는 국정농단에 저항하는 촛불시민의 힘을 받들겠다고 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맞물려 순탄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적폐 청산과 국정교과서 수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부자 증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오래가지 않았다. 촛불 민심은 잊고, 오직 당리당략과 기득권 유지에 매몰되었다. 여당은 소통과 화합보다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으로, 야당은 개혁 발목잡기로 일하지 않는 국회로 국민에게 실망을 줬다. 정치에 국민은 없었다.

국민은 광장으로 다시 모였고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뉘어 국론은 분열됐다. 정치인은 분열을 부추겼고, 정치는 기득권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정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국민은 실망을 넘어 정치를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젠 국회가, 정치가, 정당이 스스로 바꾸길 기대할 수 없다. 국민이 정치를 바꿔야 하고,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21대 총선은 국민주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놀고먹는 국회의원, 막말하는 국회의원, 선거 때만 기웃거리는 국회의원, 재산만 불리는 국회의원, 재벌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국회의원은 없어져야 한다. 국민의 아픈 목소리를 듣는 국회의원, 국민을 존중하는 국회의원, 정책을 개발하는 국회의원, 소신투표 하는 국회의원, 공부하는 국회의원, 국민과 소통하는 국회의원이 뽑혀야 한다.

경실련은 2020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정보공개운동’을 넘어 ‘국민주권실현운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과거 선거에서 국민은 정당을 기준으로 투표했고, 정당이 대안이라고 생각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바랐고, 민생을 안정시켜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자신만을 생각했고, 정당의 이해득실만 관심이 있었다. 국회의원은 국민에 무관심했고 무능했다. 국민을 존중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과거 경실련의 유권자운동은 투표권이 있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후보자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돕기 위해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분석했고, 쉽고 나와 생각이 일치하는 후보를 골라주는 후보선택도우미(Wahl-O-Mat)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나아가 공명·정책선거와 투표참여 캠페인을 지속해 전개했다.

21대 총선 국민주권 운동은 국민이 주권자로서 무능하고 소신 없이 권력만 탐하는 정치인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걸러내는 적극적 행동을 기반으로 한다. 주권자들의 주권재민 인식의 확산과 실현, 기본 자질과 자격을 갖추지 못한 정당과 정치인 물갈이, 국민에 무관심하고 무능했던 정당과 정치인 탄핵, 이념과 소신 없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심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당과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고 후보자의 자질을 평가해 시민과 함께 온라인에서, 현장에서, 거리에서 “21대 총선 IN·OUT 캠페인‘ 전개할 예정이다. 또한 개혁의제 제안 및 공약검증, 헛공약 및 반민생·반개혁공약 발표, 20대 국회의원 의정평가, 정당선택도우미, IN·OUT 대자보, 국민주권실현 헌법소원, 역대총선 공약이행평가, 공천기준제시 및 공천반대명단 발표, 전과·병역·재산증식·막말·반개혁입법발의 의원 발표 등 다양한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최악 중 최악으로 꼽히는 20대 국회.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과 탄핵은 이제 20대 국회의 정당과 국회의원으로 향할 차례다. 21대 총선에서는 국민이 주권자고, 정치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월, 2020/02/03-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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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시사포커스(5)]

국책사업감시단의 직접시공제 탐방기, GS건설

장성현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

2019년 12월 5일.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몇 년 전부터 직접시공을 시행 중이라는 GS건설을 방문했다. 초겨울 날씨인지라 도시 건물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매서웠다. 하지만 건설대기업에서의 직접시공 사례를 들으러 가는 발걸음은 상쾌했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우리나라 건설산업 경쟁력 향상 방안으로 직접시공 활성화를 지속해서 주장해왔다. 원도급 건설사의 직접시공은 선진국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터뷰는 GS건설 본사가 있는 종로구 청진동 그랑서울 4층에서 진행됐다. GS건설 측에서는 인프라국내CM팀 김종찬 부장, 이승규 차장 그리고 홍보팀 김창태 부장이 인터뷰를 위해 나왔다. 인터뷰는 경실련이 질문을 하면, GS건설의 직접시공 시스템을 설계한 김종찬 부장이 주로 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실련(이하 ‘경’) ● 하도급 없이 직접시공해서 적기준공 등 매우 의미 있는 사례를 알게 됐다. GS건설 실무팀을 직접 만나서 얘기 듣고 싶었다.

GS건설 ● 반갑다. 궁금한 내용은 솔직담백하게 답해 드리겠다.

경 ● 현장에서는 직접시공을 직영이라고 하던데, 직영 개념이 뭔가?

GS건설 ● 현장에서는 직접시공보다는 직영이라는 말로 편하게 쓴다. 직영은 말 그대로 하도급하지 않고, 원도급업체가 인부고용, 장비수배, 자재구입 등 공사관련 업무를 모두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경 ● 경실련은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주요 문제가 하도급고착화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을 직접시공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세울만한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건설대기업인 GS건설의 직접시공 사례를 접하게 됐다. 직접시공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GS건설 ● 계속 설명하겠지만, 우리에게 ‘직접시공은 생존의 문제’였다. 직접시공에 대한 고민은 2011년경 시작됐다. 2011~12년 사이에 같이 일했던 하도급업체가 계속해서 부도났다. 2011년에 원도급사도 기업회생(구 법정관리) 신청을 많이 했고, 협력업체도 엄청나게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2012년부터는 기업회생 신청 후 파산되는 사례로 번져갔다. 대형 전문건설업체가 다 넘어졌다. 그 과정에서 GS건설의 직접시공시스템이 태동됐다.

어떤 업체는 한 현장의 미불(미지급) 어음이 40억 이상이었고, 두 개 현장 합쳐서 96억까지 미불이 있었다. 우리는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지급했지만, 그 돈들이 아래로 보내지지 않았던 것이다. 미불을 해결해야 공사를 재개할 수 있으므로, 우리 입장에서는 이중변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스란히 적자가 됐다. 발주처와의 계약은 진행돼야 하고, 어떻게든 계약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 ● 하도급업체 부도가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GS건설 ● 협력업체가 부도가 나면 공사가 3~4개월 중단된다. 당시엔 외주 하도급시스템이기 때문에 잔여 예산을 가지고 하도급업체를 다시 선정해야 하므로, 공기(공사기간)는 한없이 늦어졌다. 어렵게 재계약한 하도급업체가 다시 부도나버리면 그땐 방법이 없다. 비용도 2~3배 정도 늘어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공사비는 30억 남아있는데 공사를 끝내려면 90억 가량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당시 토목현장의 90%가 그렇게 됐다.

경 ● 당시 GS건설의 원가율은 어느 정도였나?

GS건설 ● 발주방식별 낙찰률에 따라 다르다. 당시 원가율이 안 좋은 현장은 수서-평택(SRT) 9공구가 134%, 서울지하철 917공구 124%, 인천 지하철 2공구 108% 정도였다. 평균 114% 정도 초과였다. 모두 협력업체가 부도난 현장이었다.

경 ● 손실의 주원인을 공기지연으로만 볼 수는 없지 않나?

GS건설 ● 업체 부도에 따른 공기지연이 컸다. 여기에다 공공발주 사업은 예산이 제때 나오지 않는 어려움도 있었다. 아울러 우리 잘못 없이 발생한 설계변경에 대해 제값을 못 받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었다.

경 ● 최근의 직접시공 현황은 어느 정도인가?

GS건설 ● 2018년의 경우 20개 토목현장 중 16개 현장을 순수 직영으로 수행했다. 건축 분야나 기계설비 공사 빼고는 다 직영으로 한다고 보면 된다. 조경공사도 직영으로 했다.

경 ● 최근 직접시공 사례 하나를 설명해 달라.

GS건설 ● 경기도가 발주한 하남선 3공구 지하철공사가 기사에 난 경우다. 100% 직영이다. 그라우팅(지반보강공사) 같은 특허공사를 제외하고는 토공사 및 가시설, 콘크리트 타설, 터널공사를 모두 직접시공했다.

2014년도에 이 공사를 수주하고 여러 생각을 했다. 모든 지하철 현장에서 이윤을 못 챙기는데 뭐가 문제인지 미래가 안 보였다. 우리가 실력이 없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정말 한번 잘 해보고 싶었다. 현장을 설득해서 직영으로 끌고 갔다. 공사 초기에는 현장소장이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소장도 이전 현장에 있을 때 하도급업체가 다 부도나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직영에 동참했다.

지금은 직접시공 전도사가 됐다. 인프라국내CM팀 역시 매주 현장에 가서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정말로 최선을 다해 진행했던 프로젝트였다. 직접시공은 하도급업체에 의지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 주었다. 발주처에게도 계약 공사기간을 지켜주니, 계약상대자로서 우리 요구를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게 됐다.

경 ● 건설업체는 영리법인이다. 직접시공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윤을 얻지 못하면 지속하기 어려울 것인데, 실행원가율은 어느 정도 되는가?

GS건설 초기인 2015년~2016년은 협력업체 부도 및 타절에 따른 직영수행으로 원가율이 좋지 않았으나, 2017년 이후로는 상대적으로 양호하여 직영 현장이 원가율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표> 참조).

경 ● 직접시공은 의지만으로 어려울 것인데, GS건설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GS건설 ● 우리 회사가 직접시공을 할 때는 유능한 직영팀장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2011~2012년 수습 단계를 지나서 2014년도에 본격적으로 직접시공제 시스템 설계에 들어갔다. 일 잘하는 직영팀장을 공종별로 공모를 받아 직영팀장 풀(Pool)을 만들었다. 팀장 대부분은 협력업체 소장, 임원 또는 직접시공 경험이 있는 분들이다.

우리의 컨셉은 ‘사람’이다. 일을 해보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일을 하고 사람을 대하는지 안다. 그런 사람들과 신뢰를 갖고 일을 하자는 컨셉을 잡았다. 직영팀장들은 전문건설업체 출신들로 그 분야에서만 20~30년 일했고, 누가 일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잘 알고 있다. 신뢰가 없는 사람은 추천하지 않는다. 덕망을 쌓은 사람들이다.

경 ● 사람’이 컨셉이라고 했는데, 당연한 말인데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GS건설은 건설노동자와 어떻게 근로계약을 체결하나?

GS건설 ●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우리는 100% 직영하므로, 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한다. 기본적으로 모든 걸 우리 회사 이름으로 책임진다. 그렇게 해야 직영이라 할 수 있다. 건설근로자와 직접계약하지 않았다면 기사도 못 나갔을 것이다. 일용직이지만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니 퇴직금, 주휴수당, 월차 등도 다 보장된다. 여담이지만 임금은 ‘일당’이 아닌 ‘시급’ 개념으로 이뤄져야 한다. 시급으로 해야 근로기준법에 맞는 임금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 ● 건설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GS건설 ● 모든 임금과 대금을 정해진 날짜에 한 번도 끊기지 않고 현금으로 지급하므로 다들 좋아한다. 기능공 분들은 GS건설의 작업복을 입고, 안전모를 쓰고 작업하기 때문에도 좋아하는 것 같다. 특히 숙소에 많은 신경을 쓴다. 모든 숙소가 2인 이하로 구성됐고,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했다. 더운 여름에 일을 잘하려면 그 전날 잠을 잘 자야 한다. 그래야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는다.

직영팀장 중에 3년 반 정도 같이 일한 분이 있다. 계속 우리와 일하는 걸 선호하지만 지금은 일이 없어 다른 현장 하도급업체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역시 정규직 또는 상용직 채용을 하고 싶지만, 공공공사 수주가 연속적으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그렇다. (웃으며) 가능하지 않겠지만, 정부에서 직접시공 우수업체에게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준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경 ● 일용직은 작업시간이 줄어들면 그만큼 임금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당직은 52시간 적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있는데 GS건설은 어떠한가?

GS건설 ● 최근 52시간 도입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줄어든 근로시간은 시급을 높여서 총 임금이 줄지 않도록 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300인 미만 기업이 많아서 법이 늦게 적용되지만, 우리는 52시간 적용 회사이고 근로자들도 우리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52시간을 준수한다.

요즘은 일당이 좀 올라서 기능공들도 주말에 쉬기를 원한다. 일요일에는 거의 안 나온다. 건설현장은 날씨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일주일에 6일 일하는 것도 만만찮다. 그래서 52시간 적용해도 큰 문제는 없다. 건설인들도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 원도급업체 직원도 아침 7시에 조회 및 체조를 해야 하고, 매일 같이 야근한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하나.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건설인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다. 특히 공공공사는 국민 세금으로 하는 일이다.

경 ● 지금까지 직접시공 사례 및 사람중심의 철학에 대해서 감명 깊게 들었다. 건설현장의 4대 관리대상은 안전, 품질, 공기 및 원가라고 하는데, 안전과 품질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GS건설 ●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다. 안전시설물 설치도 직영팀에서 한다. 먼저 안전시설물 설치한 뒤에 구조물 작업을 진행한다. 그렇게 하니 직영팀장은 일이 빨라지고 품질이 좋아진다고 얘기한다. 최근 3년 동안 직영으로 수행한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없다가, 안타깝게도 2019년에 사망사고 1건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아직 자료가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직영현장의 산재사고 발생이 하도급한 현장과 비교하여 현저히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단순히 사고건수로만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 왜냐하면 직영현장에서는 안전사고를 바로 인지해서 모두 산재신고를 하는데, 하도급 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의 미보고 및 자체 공상처리로 산재신고되지 않는 안전사고가 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GS건설 직영현장의 실제 안전사고 건수는 대폭 감소하였다고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

품질도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도급한 공사에 대해서는 하자발생시 하도급업체와 하자원인을 두고서 실랑이를 벌여야 하지만, 직영시스템은 하자가 나면 100% 우리 책임이다. 목적물을 제대로 못 만들면 우리가 다시 공사하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쓴다.

경 ● 공사기간에 대한 평가는 어떠한가?

GS건설 ● 앞에서 말한 하남선 3공구는 계획단계부터 직영방식을 적용한 첫 현장이다. 고난도의 지하철공사임에도 옆 공구보다 1년 먼저 완공했다. 매월 격주 휴무를 했는데도 충분히 공기를 완수한 것이다. 경기도가 처음으로 지하철 공사하면서 3공구 사례에 상당히 만족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현재 당사 직원 2명만 남아서 시운전하고 있다. 참고로 하남선 1공구는 서울시 발주구간이고 2,3공구 경기도 발주구간이다. 옆 공구는 협력업체가 2번 부도가 나서 공사가 늦어졌다.

경 ● 경실련은 대형공사장에서의 직접시공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해 왔다. 이에 대한 실증적 사례를 보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관련 당사자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먼저 가장 가까운 GS건설 직원들의 평가는 어떤가?

GS건설 ● 팀장을 포함한 직원들의 업무량이 많아졌다. 자재관리도 직접 해야 하고, 시공상세도(shop drawing)도 직접 그려야 한다. 당연히 현장시공에도 더 많이 관여해야 한다. 예전에는 모두 하도급업체가 했던 부분이다. 업무량이 늘어났지만 그로 인해 직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이 디테일해졌다. 일명 엑셀맨이 아니라 진짜 엔지니어가 된 것이다. 초기에는 어려워했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만족하고 좋아한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민자사업 현장에서도 직접 시공하겠다는 소장님들이 나오고 있다.

52시간 제도가 도입되면서 응집력 있게 일할 수밖에 없다. 야근한다고 현장에 남을 수 없다. 시간 내에 계획성 있게 해야 한다. 근무시간에 집중도가 높아진다. 쉬는 날이 정해져 있으니까 건설노동자 역시 효율이 높아지고 여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경 ● 혹시 직접시공으로 협력업체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불만은 없는가?

GS건설 ● 예전에 같이 일했던 협력업체 대부분이 부도났기 때문에 그런 불만이 생길 수 없다. 그 이전에 우리가 상생해야 할 대상이 누군가 생각해봤다. 현장근로자, 장비업자, 자재업자들이다. 물론 새롭게 협력업체로 들어오고 싶은 전문건설업체가 있겠지만, 하도급업체 부도사태를 겪은 우리로서는 직영시스템이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였음을 이해해줬으면 한다.

경 ● 좋은 말씀 잘 들었다. 향후 계획을 듣고 싶은데, 공공 토목현장 말고 건축현장 등으로 직접시공을 확대 시행할 계획은 있는가?

GS건설 ● 토목현장은 전부 직영시스템으로 시행하고 있고 효과도 좋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건축공사는 우리팀 소관이 아니라 잘 알지 못한다. 토목현장과는 다른 특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토목현장의 직영시스템 운영현장도 많은 이윤을 남기는 건 아니다. 공사기간을 지키는 정도다. 악화되는 걸 방지하는 정도이고, 개선해야 할 부분이 앞으로도 많다.

경 ● 잘 알겠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궁금하다.

GS건설 ● 직접시공 기사가 나간 후 여러 업체들의 방문을 받았다. 하지만 직접시공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우리 회사는 강한 추진체가 있어서 그나마 가능했다. 사장님, 본부장님, 상무님 그리고 우리 인프라국내CM팀이 한 몸이 되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건설회사의 기술력이 무엇이겠나? 우리는 생존의 문제로서 고민과 철학이 확고했었기에 그나마 이 정도라도 가능했다. 결과만 아니라 그간의 과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경 ● GS건설의 직접시공 사례는 대기업으로서 매우 이례적이다. 아시겠지만 경실련은 직접시공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부에 건의할 내용이 있는지?

GS건설 ● 현실적인 사안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말한다면, 동절기 등 현장작업 단절기간에 국민연금 보험료 추납 제도 신설 및 지원이 되었으면 한다.

화, 2020/02/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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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5,6월호 – 특집. 그리고… 다시 시작(4)]

21대 국회의 전망과 소망

 

황도수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 건국대학교 교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요즘 공화국 개념을 사회복지주의의 근거 원리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사회복지주의에 대한 근거는 헌법의 다른 조항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공화국 개념은 ‘합의체 기관’으로서 국회가 국가기관 중 최고가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게 옳다. 그것이 공화국의 원래 의미이다. 공화국 원리에 따라, 헌법은 헌법 아래에서 최고의 국가의사인 ‘법률’을 국회가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이처럼 막강한 입법권을 행사하므로,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공무원으로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공무원 의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제발 1. 청렴하고, 2.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3.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국가·공공단체 또는 기업체와의 계약이나 그 처분에 의하여 재산상의 권리·이익 또는 직위를 취득하거나 타인을 위하여 그 취득을 알선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할 수 있는 수양(修養)이 되어 있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 20년 뒤에 우리 자손들이 어떤 모습으로 살아갈지를 구상하고,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리를 탐해서 국회의원이 됐다면, 이제 국회의원을 해봤으니 즉시 사표를 내고 나올 일이다.

20대 국회에 대해서 국민이 완전히 실망했었다. 국회는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 청산에만 몰두했다. 여당, 야당이 서로 편을 갈라 으르렁거리는 데 시간을 허비할 뿐, 미래를 위한 대화와 토론은 뒷전이었다. 동물국회, 식물국회였다. 이렇게 국회를 운영하는 의원들의 가슴속에 미래 청사진이 들어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차라리 저들 없는 국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국민은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마저 저버리지는 않았다.

이제 21대 국회가 새로 출범한다. 늘 그랬듯이 국민은 절묘하게 선택했다. 국회의석수 300석 중 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을 여당에 몰아줬다. ‘한 번 해보라!’라는 격려이다. 국회의원 각자가 원래 가슴속에 품고 있던 비전을 실현해 보라는 명령이다.

오늘날 정치는 ‘행정부(대통령) : 입법부(국회)’의 견제 균형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 : 야당’의 견제 균형이다. 그리고 5분의 3 이상 의결정족수 국회법 조항으로 인해 여당과 야당의 싸움으로 국회가 마비될 수 있다. 국민은 국회의 이런 현대적 구조를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여당에 180석을 몰아줬다. 국민은 정부와 여당의 가슴속에 품고 있는 원대한 꿈이 실현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 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이제 여당은 자신의 정치적 포부를 국민에게 보여야 하고, 보일 수밖에 없다. 더는 야당을 핑계 삼아서 자신의 무능을 숨기거나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핑계를 댈 곳이 없어졌다. 자신의 적나라한 진상을 보여야 한다. 평소 품고 살았던 비전을 국민 앞에 솔직하게 펼쳐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정권을 잡겠다고 노력한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 영달을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진정 국민을 위하여 헌신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던 것인지, 단순히 정권을 움켜쥐고 장기집권하고 싶었던 것인지,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국민과 함께 누리기 위한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제 정권을 잡았고, 더하여 다수 여당이 되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할 때다. 이제 ‘정권을 잡기 위한 소수정예 정치인’이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자’이다. 이제는 정권을 잡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비밀을 유지하던 사람들 속에서 뱅뱅 돌 것이 아니다.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국가 인재들과 함께 국정을 논의할 때다.

그동안 정권을 잡기 위해서 공부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던 것을 벌충할 수 있는 국가 인재들을 서둘러 영입해서 함께 걸어갈 시점이다. 국가를 운영하고 있으니 내 주머니 수첩에 적혀 있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에 있는 수많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한다. 다음 정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인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아야 한다. 누가 어느 분야에서 어떤 공부를 깊이있게 하고 있는지 축적해둬야 한다.

내 편에 속한 사람도 다시 관리해야 한다. 어떤 ‘자리’에 가면 사람이 바뀌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 앞에서 제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도 있다. 만일 내 편 사람이 잘못되었으면, 그 사람을 없애고 더 좋은 사람을 새로 찾아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내 편 전체가 튼실해질 수 있다. 내 편이라고 해서 불성실하고 부정한 사람을 끝까지 옹호하다가 내 편 전체를 무너뜨리는 어리석음은 피할 일이다. 편 가르기는 정의, 공정, 올바름을 뒤흔드는 ‘눈의 들보’이고,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다. 시야를 넓게 확보해야 한다.

정권을 잡은 이유는, 국가를 운영할 때 네 편 내 편을 나눠서 내 편을 먹여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들과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위한 것이다. 우리 헌법이 기본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함께 잘사는 민주주의이다.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국민을 죽여서 더 이상의 경쟁자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에서 다른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진 상대방과 경쟁자는 필수요소이다. 그들이 없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경쟁자와 상대방이 없어질 것을 꿈꾸기보다 진실과 정의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서 나가야 한다. 대화와 토론, 비판과 설득이 이뤄져야 한다.

이곳에서 굳이 21대 국회가 할 일의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헌법을 고치는 일, 국가조직을 정비하는 일, 국민의 거래질서를 개선하는 일 등등. 국회에서 180 의석이라면 할 수 있는 일은 수없이 많다. 주어진 시간 속에서 그중에 무엇을 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쓰기보다는 오히려 정부 여당이 원래부터 가졌던 꿈과 비전을 펼쳐보라고 주문하고 싶다. 만일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이나 처리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세비로 맛있는 음식이나 먹을 생각이라면 또한 사표를 내는 것이 마땅하다.

할 일의 내용과 관련해서 한마디만 덧붙인다. 우리나라 국가질서에서 정치는 ‘시장’을 전제로 하고, ‘시장’을 대상으로 한다. 정치는 시장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을 규제하고 조정할 사명(使命)을 다해야 한다. 시장을 모른 채 정치를 한다면 시장에 놀림만 당할 것이다. 시장에 끌려다닌다면 정치의 사명을 저버리는 셈이다. ‘나는 정치가 전공이니, 경제는 모른다’거나 ‘몰라도 된다’라는 어리석은 말은 꺼내지도 말라.

우리 헌법에 시장과 정치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조문이 있다. 제119조이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국가(정치)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국민은 시장 속에서 삶을 영위한다. 시장에서 죽고 시장에서 산다. 시장에서 아프고 시장에서 괴로워한다. 국회, 국회의원, 정치하는 사람들이 시장을 모른다면 국민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말할 것이고, 벌거벗고 활보하는 임금님을 보고 있을 것이다.

진보정권과 진보여당이 마음껏 뜻을 펼칠 기회를 얻었으니 멋있는 정치를 국민에게 선사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금, 2020/06/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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