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기온 상승 1.5도 이상이 가져올 재앙 10가지

지역

기온 상승 1.5도 이상이 가져올 재앙 10가지

익명 (미확인) | 월, 2019/01/28- 11:47

편집자 주: 우리는 지난해에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한 혹독했던 더위를 잊고 살아 가고 있는 듯하다. 한국은 일인당 탄소배출량과 플라스틱 및 비닐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배출하는 국가군으로 알려져 있다. 당연히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과 포장과 보관 방식에 일대 혁명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현안이 되어버린 미세먼지 절감이라는 현안 정책 외에는 한국 정부의 별다른 정책이 들려오고 있질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필자가 별종으로 보이는 사회이다. 아래의 글은 물론 미국의 환경운동가 시각에서 작성된 기사이지만, 삼면이 바다에 둘러 쌓여있는 한반도의 장래에도 기후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예시적으로 잘 경고하고 있다.


 

칼럼_190126
10월에 발행된 IPCC의 특별 보고서는 0.5도의 추가적인 온난화만으로도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2018년의 여름은 격렬했다. 치명적인 산불, 이어지는 가뭄, 숱한 생명을 앗아간 홍수와 기록적인 더위까지, 과학자들은 각각의 날씨를 기후변화와 연결하는 일에 있어서 극도로 주의하는 편이지만, 인류의 소비활동으로 인한 세계적인 온도상승의 격렬함, 이러한 추세가 반복될 공산, 그리고 지속기간은 다 같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 추세대로라면 2018년은 사상 4번째로 더웠던 해가 될 것이다. 2015년, 2016년 그리고 2017년만이 2018년보다 더웠다. 파리 기후협약은 온도 상승을 섭씨 1.5에서 2도 아래로 유지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대수롭지 않게 기후변화에 접근한다면, 세기말이 될 무렵 우리가 지금보다 섭씨 4도나 더 뜨거운 지구를 향해 질주하고 있을 확률은 93퍼센트에 이른다. 이는 잠재적으로 재앙에 가까운 수준의 온난화이다.

 

경고와 심판

이미 1992년, 세계 각자의 과학자 1,700명이 섬칫한 “인류에 대한 경고문”을 발표하였다. 이 악명 높은 서신은, 자연을 파괴하는 활동들의 고삐를 붙잡지 않는다면 인류가 자연과의 “충돌 경로”에 돌입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종말적 의견을 무시하는 것은 쉬울지 모르겠으나, 그런 태도는 심판의 시간이 가까워진 이때 정치적 행동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될 수 없다. 2017년에는 184개국의 과학자 15,000 명이 갱신된 버전의(그리고 더 암울해진) 1992년 헌장에 공동으로 서명하였다.

최신 버전의 제목은 “인류에 대한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 두 번째 공지문”이었다. 이 버전은 원본에서 제기되었던 환경적인 어려움들이 (담수원의 고갈, 어족자원 남획,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악화, 유지 불가 수준의 인구증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그리고 해당 문제들이 “훨씬 더 악화되고 있음”을 주장하였다.

 “특히 걱정되는 것은 화석연료를 태우는 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삼림벌채, 그리고 농업 생산, 특히 육류 소비를 위한 축산 등으로 인해 대두되고 있는 잠재적 재앙 수준의 기후 변화와 현재 우리가 가는 궤적이 일치하고 있다는 것” 이라고 보고서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저자들은 “우리는 대량 멸종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5억 4천만년 새에 6번 정도 일어난 일이며, 현재의 많은 생물들은 이번 세기 안에 전멸당하거나 멸종위기에 몰릴 것이다.”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곧 있으면 실패의 궤적에서 벗어나기엔 너무 늦을 것이며,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도 강조하였다.

최근에는 지난 11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가 1,600페이지 길이의 제4차 국가 기후 평가서를 내 놓았다. 이 보고서는 13개의 연방 기구들에 의해 편찬되며, 4년 마다 발행된다. 이 보고서는 특히나 더 잦은 가뭄, 홍수, 산불, 극단으로 치닫는 날씨, 수확량 감소, 병원균을 운반하는 곤충, 그리고 해수면 상승을 포함한 암울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모든 시나리오들 중 하나라도 일어난다면, 이번 세기가 끝나기 전에 미국의 GDP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수도 있다.

우리가 지난 여름에 본 것을 생각해보자. 인류가 힘을 모아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욱 심한 미래만이 기다리고 있다. 혼란한 기후 속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한 번 보도록 하자.

 

 1. 멸종

2018년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교, 제임스 쿡 대학교, 세계 야생동물 보호기금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해당 연구는 세계 야생동물 보호기금이 지정한 35개의 “우선 지점”에 서식하는 80,000여 종에 이르는 식물, 조류, 포유류, 파충류 그리고 양서류에 대해 기후 변화가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분석하였다. 기후 변화가 제지 없이 진행된다면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종들이 살고 있는 아마존에서는 양서류와 식물의 70%, 그리고 조류, 포유류 그리고 파충류의 60% 이상이 자취를 감출 수 있다.

연구에서 제시된 가장 걱정스러운 예상 지점은 중앙아프리카와 남아프리카에 걸쳐있는 Miombo 삼림지대로 해당 장소는 기후 변화에 취약한 “우선 지점”들 중 하나이다. 만약 지구의 온도가 섭씨 4.5도 오른다고 했을 때, 연구자들은 양서류의 90%와 식물, 조류, 포유류 그리고 파충류의 80%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믿기 힘든 손실을 겪으면 인간에게도 그 영향이 미친다. 저자들은 “이는 단순히 어떤 종이 어떤 장소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닌, 수십억의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생태계 시스템의 중대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 라고 경고했다.

 

 2. 식량안보 불안과 영양 결핍

기후 변화가 실제로 생육기간을 늘려주면서 추운 지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반면에 아프리카, 남아프리카, 인도 그리고 유럽의 열대와 아열대 지방들은 상당히 많은 경작지를 잃을 수 있다. 해안에 인접한 국가들에게는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해 경작지와 음용수에 염해를 입는 것 또한 문제이다.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열량을 공급하는 주 작물인 밀, 쌀, 옥수수, 대두는 온도와 강수량,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 등에 매우 민감하다. 2017년의 전면적인 연구에 따르면, 온도가 섭씨 1도씩 올라갈 때 마다 밀의 수확량은 6%, 쌀은 3.2%, 옥수수는 7.4%, 그리고 대두는 3.1%씩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서 최근의 기사에 따르면, 2050년경 존재할 것으로 예상된 이산화탄소량은 쌀이나 밀 같은 주 작물의 영양가를 떨어뜨릴 것이다. 이는 1억 7,500만 명에게 아연 부족을(불균형 성장, 불균형 면역체계, 생식불능 등을 포함, 여러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으킬 수 있으며, 또한 1억 2,200만 명이 단백질 부족을 겪을 수 있다 (부종, 간 세포 지방축적, 어린 아이들의 근육손실, 성장발달저해 등을 유발할 수 있음). 추가적으로 연구자들은 10억 명의 여성과 어린이들이 일일 권장 철 섭취량의 대부분을 손실할 수 있다고 보았고, 이는 빈혈과 여타 질병들에 노출될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3. 해안 도시들과 섬 국가들에 작별을 고하라

열을 가두는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는다면 해수면이 2100년까지 약 3피트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예상하였다. 이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5차 평가 보고서에 등장한 내용이다.

해수면 상승은 높은 파도와 강력한 폭풍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연안지역에 거주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올해 NOAA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이 3피트 상승하는 시나리오 하에서 마이애미의 일부, 뉴욕 그리고 샌프란시스코가 2100년 경에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잠길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모든 나라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해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 특히 남태평양에 33개의 환초와 암초로 이루어진 국가인 크리바티는 첫번째 중의 하나일 것으로 예상된다.

수면 아래로 잠기는 건 크리바티 뿐만은 아니다. 2016년 이후, 태평양에 위치한 섬들 중 적어도 8개 정도가 이미 사라졌고, 지난 4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중반이 되면 대부분의 환초에서는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다.

 

 4. 사회적 갈등과 집단 이주

2017년, 뉴욕 매거진의 부 편집장인 데이빗 월러스-웰스는 “주거가 불가능한 지구”라는 제목의 충격적이고 널리 읽힌 에세이를 집필했다. 에세이의 거의 대부분은 최악의 기후 시나리오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그는 홍수로 인해 줄어드는 자원과 늘어나는 집단 이주로 인해 “이 나라의 사회적 갈등이 두 배 이상 늘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기사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으나, 세계 은행은 2018년 3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물 부족, 수확량 감소, 해수면 상승이 2050년까지 1억 4,300만명을 현 주거지에서 쫓아낼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해당 보고서는 늘어나는 세계 인구의 55%가 거주하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아시아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 집중하였다. 놀랍지 않은 이야기지만, 가장 가난하고 기후에 취약한 지역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5. 치명적인 더위

2017년의 한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인구의 30% 가량은 연간 20일 이상 치명적인 수준의 습도와 더위에 시달린다. 현재의 추세대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고 했을 때, 연구자들은 세계 인구의 74%가 치명적인 더위를 20일 이상 견뎌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환경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지금껏 너무나 무모했고, 그로 인해 미래를 위한 좋은 선택지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해당 연구의 저자인 하와이 대학교 마노아 캠퍼스의 카밀로 모라가 내셔널 지오 그래픽과 인터뷰한 내용이다.  “혹서에 관해 우리에게 남은 선택지는 최악과 차악 뿐입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혹서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6. 급증하는 산불

지난 11월 Butte county에서 150,000ac가 넘는 대지를 태운 캠프 화재는 85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며 캘리포니아의 역사상 가장 파괴적이고 치명적인 화재로 기록되었다. 6월에 시작되어 북부 캘리포니아의 대지 300,000ac 가량을 전소시킨 멘도시노 산불은 캘리포니아의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화재였다. 두 번째로 컸던 화재는 2017년의 토마스 화재였고, 이 역시 산타 바바라와 벤츄라 카운티의 대지 281,000ac에 피해를 주었다.

하지만 주 정부가 지난 8월 발간한 제 4차 캘리포니아 기후변화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화재피해는 더 커지기만 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가 계속해서 늘어났을 때, 25,000ac 이상에 피해를 입히는 대형 화재의 숫자는 현 세기가 끝나기 전까지 50% 이상 늘어날 것이며, 산불에 의해 피해를 입는 면적 또한 연 평균 77%씩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참여 과학자 모임은 자신들의 블로그 포스트에서 “봄과 여름의 높은 기온과 눈이 빠르게 녹는 현상으로 인해 토양이 더 오랫동안 말라있게 되며, 이는 가뭄과 산불 시즌을 더 늘리게 되고, 이러한 현상은 특히 미국 서부에서 두드러질 것이다”고 설명하였다.

“이렇게 덥고 건조한 상태는, 낙뢰나 인간의 오류로 발생한 산불을 더욱 격렬하고 오래가게 만든다.”

 

 7. 태풍과 허리케인: 더 자주, 더 격렬해진다.

현재로선 기후의 변화가 2017년의 주요 허리케인들(파비, 어마, 마리아, 오필리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불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는 따뜻한 해수 위의 습도 높은 공기는 태풍과  허리케인의 연료가 됨을 알고 있다.

 “대기중의 모든 요소들은 현재가 그 어느때 보다 따뜻하다는 사실 그 자체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CNN의 수석 기상학자인 브랜든 밀러의 발언이다. “대기 중에 더 많은 수증기가 차 있고, 해수는 더 따뜻한 상태입니다. 이 모든 점들의 영향은 결국 한 방향만을 향하고 그건 더 최악으로 치 달리고 있습니다. 폭풍들이 더 급증할 것이고, 폭풍들이 지닌 강수량도 늘어나겠죠.”

이번 6월, NOAA는 “온실 온난화가 앞으로 다가오는 허리케인들을 더욱 격렬하게 만들고 강수량 또한 현재의 허리케인들보다 많아지리라 보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8. 녹아버린 북극과 영구 동토층

극지방은 나머지 지방들에 비해 두 배의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으며, 얼음과 눈이 덮고 있는 지역의 넓이가 점점 줄어들면서 “해류, 대기 순환, 어업 특히 기온에 커다란 변화를 줄 것이다. 이는 온도를 내려주는 표면의 얼음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라고 캠브릿지 대학 극지방 해양 물리학 그룹의 수장 피터 와담스가 퍼블릭 라디오 인터내셔널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로 인한 영향이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린란드의 기류에 영향을 주고, 이로 인해 그린란드의 빙상이 녹는 속도를 증가시킬 것입니다.”

이 뿐만 아니라, 얼어붙은 극지방의 토양(영구동토층이라고도 불린다)이 녹으면서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영구동토층은 1.8조 톤의 탄소를 품고 있는데, 이는 지구 전체의 대기에 머무르고 있는 양의 두 배에 이른다. 와담스는 영구동토층이 “한 번에 급속하게” 녹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된다면, “한 차례의 거대한 파동을 타고 터져 나오는 메탄의 양, 그리고 그 양이면 0.6도 정도의 탐지 가능한 기후 변화가 일어난다. 이는 세계 기후에 커다란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9. 병원균 전파

불안하게도 영구동토층은 병원균으로 가득차 있으며, 영구동토층이 녹는다면 한 차례 얼었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들이 풀려날 수 있다, 이는 아틀랜틱 지가 보도한 내용이다. 2016년 시베리아 지방에서 탄저병이 확산되면서 12세 소년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병원에 입원했다. 2,000마리 이상의 사슴들이 감염되었다. 해당 지역에선 75년 동안 탄저병이 발병한 사례가 없었다. 이유는? NPR의 보도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장기간의 혹서가 수십 년 전 탄저병에 감염된 채로 죽은 사슴의 시체를 녹였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얼어 붙어있는 병원균들이 인류를 몰살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는 반면 (아직은 그럴 필요가 없다),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진드기와 모기, 여타 병원균을 운반하는 생명체들의 지질학적 활동범위 또한 넓혀놓은 것 또한 사실이다.

 “이제 텍사스 남부에서도 뎅기열이 발병하고 있습니다” 미주리 대학교의 미생물 병리학 교수이자 가축 병리생물학부 학과장인 조지 C 스튜어트 교수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이야기 한 내용이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말라리아가 발병하는 고도와 위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콜레라의 전파자인 Vibrio cholarae는 높은 온도에서 더욱 잘 분열합니다.”

 

 10. 죽어가는 산호들

세계에서 가장 큰 이산화탄소 흡수계인 바다는 기후 변화의 예봉을 받아낸다 .하지만 바다가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수록 (일일 220만 톤에 이른다), 물은 더욱 더 산성화된다. 이는 모든 해양생명들을 위험에 빠뜨리며, 여기에는 산호초 생태계도 포함된다, 수천 종의 생물들이 산호초에 의지하고 살아가며, 세계에서 약 10억 명의 사람들이 산호초에 의지하여 가족을 부양하고 소득을 얻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사이언스 지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산성화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대부분의 산호초들은 세기가 끝날 때까지 차츰차츰 용해되어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기후 예측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들이다, 하지만 점점 따뜻해져 가는 이 행성에는 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네이쳐 클라이밋 체인지 저널에서 최근에 발행한 보고서는 “인류의 건강, 수자원, 식량, 경제, 인프라스트럭쳐, 그리고 안보가 온난화, 혹서, 강수, 가뭄, 홍수, 화재, 폭풍, 해수면 상승 그리고 지표면과 해양 화학 등의 기후적 위험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467 갈래의 증거”를 담고 있다.

 

0.5도가 만들어내는 차이

19세기 이후로, 지구의 기온은 섭씨 1도 상승했다. 10월에 발간된 IPCC의 주요 특별 보고서에서는 0.5도만 더 온난화가 진행되면 재앙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주 조금의 온난화라도 의미가 있으며, 특히나 섭씨 1.5도혹은 그 이상의 상승은 생태계의 부분적 손실처럼 되돌릴 수 없거나 장기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위험성과 연결되어 있다.” IPCC 워킹그룹2의 공동 의장인 한스-오토 푀르트너의 말이다.

 “섭씨 2도보단 1.5도에서 지구 온난화를 통제할 때,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며 상생하기가 더 쉽다.” 고 그는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가 발간한 보고서를 믿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지속 가능하고 깨끗한 사회는 이제 먼 꿈처럼 멀어지게 되었다.

 

Lorraine Chow

She is a freelance writer for EcoWatch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지구의 벗 환경운동연합 www.kfem.or.kr

(03039) 서울특별시 종로구 필운대로 23 전화 02)735-7000 팩스 02)735-7020

취재요청 (1)

환경운동연합, 포스코 주주총회장 앞 석탄발전소 중단요구

일시: 2016311일 금요일 오전 930

장소: 포스코센터(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프로그램

발언: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등

성명서 발표

– “포스코 침묵의 살인자석탄발전소 중단퍼포먼스

◯ 포스코 그룹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11일 포스코센터 앞에서 환경운동연합은 포스코 석탄화력발전소의 계획 중단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기후변화 대응과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국제적 기후협약과 정부 정책은 석탄화력발전의 확대를 중단하고 규제하는 가운데 포스코는 국내외 석탄화력발전 추진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기업이다.

 

◯ 포스코가 포항과 삼척에서 추진 중인 석탄화력발전소 계획은 대기오염과 건강피해로 시민사회와 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왔지만, 포스코는 경영악화를 이유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기후변화 문제는 물론 환경 윤리적 기준에 의해 석탄 관련 사업에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금융투자기관들의 방침은 석탄화력발전 사업의 리스크를 더욱 키우고 있다.

 

11일 오전 930, 포스코 주주총회가 열리는 포스코센터 앞에서 환경운동연합은 시민의 건강권과 환경권에 반해 이윤을 앞세워 석탄화력발전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는다. ‘환경윤리경영을 표방해온 포스코가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며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행태를 풍자한 퍼포먼스도 진행될 예정이다.

 

2016310

 

환경운동연합 ‧ 포항환경운동연합

 

※ 문의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장(010-9963-9818, [email protected])

정침귀 포항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010-9434-0688, [email protected])

목, 2016/03/10- 17:21
459
0

베트남 석탄 홍수 피해

베트남 북동부 지역의 폭우 피해 소식이 심상치 않다. 이번 수해는 베트남 최대 탄광 지역인 꽝닌성 일대에 집중되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 일주일 가까이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탄광과 석탄화력발전소에 있던 독성물질이 범람하면서 주민 안전은 물론 세계자연유산인 하롱베이까지 위협에 처하게 됐다. [caption id="attachment_152410" align="aligncenter" width="650"]베트남 석탄 홍수 피해 위험 경고를 무시한 채 수백 명이 홍수가 난 진흙탕 속에서 석탄을 건져내고 있다. 사진=Vietnamnet[/caption] 탄광 운영사인 베트남 국유 탄광기업(Vinacomin)에 따르면 홍수에 떠내려간 석탄의 양은 수십만 톤에 달한다. 현지 언론은 석탄 찌꺼기에 범벅이 된 무릎 깊이의 진흙탕을 헤치며 여성과 아이들이 대피하는 장면을 보도했다. 재해 속에서도 일부 주민들이 위험 경고를 무릅쓴 채 석탄을 건져내느라 안간힘을 쏟는 모습도 포착됐다.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진 하롱베이 인근엔 5,736헥타르에 달하는 노천 탄광과 세 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다. 이 일대 탄광은 베트남 석탄 생산량의 약 75%를 공급한다.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침수로 인해 탄광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8만 명이 일손을 놓아야 했다. 화력발전소에 공급되는 석탄 생산과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전력 부족을 둘러싼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더 심각한 우려는 석탄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빗물에 휩쓸려 유입되면서 광범위한 건강과 환경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국제 환경단체 워터키퍼 얼라이언스(Waterkeeper Alliacne)는 “베트남 정부의 재해 구호팀이 배치되면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피해 규모와 확산 속도는 매우 우려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천 탄광의 범람으로 중금속물질을 비롯한 각종 독성물질이 유출됐을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과거 조사 결과 이 지역 토양에서 비소, 카드뮴, 납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검출됐고, 이런 유해물질이 홍수에 의해 확산되는 일이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해와 같은 기존 사례에서 실제로 벌어졌다는 것이다. 폭우 피해 지역 지도. 세계자연유산 하롱베이 주변에 탄광과 석탄화력발전소의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자료=워터키퍼 얼라이언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24"] 하롱베이 주변 석탄화력발전소 중 하나인 몽즈엉 화력발전소. 이 사업은 현대건설을 비롯한 한국기업이 참여했다.[/caption] 이와 관련해 아론 번스타인 하버드 의대 소아과 교수는 “심각한 수해로 인한 정식적 외상과 수인성 질병 또는 사망과 같은 일반적인 직접 피해 외에 꽝닌 일대의 홍수는 독성물질에 특히 취약한 아이의 발달 신경계에 영구적인 손상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단체는 석탄 오염에 따른 하롱베이 지역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와 유네스코 그리고 국제사회가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베트남 폭우 사태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서 환경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오게 된 온 대목이다. 이런 재난은 안전과 환경보호 조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기업에 의해 발생하지만, 피해는 사회와 생태계에 고스란히 전가되어 왔다. 이번에도, 석탄 산업계가 일으킨 끔찍한 피해를 무고한 주민과 자연 생태계가 뒤집어쓰게 됐다. 탄광과 석탄화력발전소가 인접한 하천은 하롱베이로 직접 유입된다. 하롱베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서 수천 개의 기암괴석과 동굴 그리고 수상마을을 보러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다. 베트남 하롱베이 외에도 호주의 그레이트베리어리프, 방글라데시의 순다르반은 천혜의 물 생태계에 기반한 세계자연유산인 동시에 석탄 산업계에 의해 위협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석탄의 유해성을 염두에 두면 생태적으로 민감하고 식수 공급에 중요한 지역에 석탄 개발 사업을 허용해선 안 된다. [caption id="" align="aligncenter" width="650"] 폭우와 홍수로 인해 꽝닌성 캄파시에 있는 최대 탄광 지역에서 석탄이 바다로 유입됐다. 사진=Vietnamnet[/caption]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에선 해안과 하천 주변에 석탄화력발전소를 더 늘릴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게다가 탄광 기업은 재해 수습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업 재개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폭우 사태에서 나타났듯 석탄 화력발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기후변화로 인한 전력 공급의 불안정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 대부분 해안가에 입지한 석탄화력발전소는 기후변화에 의해 더 심각해지는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석탄은 기후변화의 최대 주범이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차지한다. 극심한 폭풍과 이상기후는 점점 더 빈번해지는 가운데, 석탄재 폐기물 처리장이 폭우에 견디도록 제대로 건설되지 않는다면 ‘시한폭탄’에 불과할 수 있다. 폭우가 시작되던 시점에 석탄을 싣고 베트남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다섯 척의 선박이 폭풍을 만나 침몰하는 사건도 있었다. 한국 기업이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시아 지역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도 짚을 필요가 있다. 이번 재해 지역에 인접한 몽즈엉 석탄화력발전소는 포스코, 현대건설, 두산중공업이 참여하고 한국수출입은행이 자금을 조달한 사업이다. 한국의 발전사와 건설업체들은 수출신용 지원을 통해 해외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뛰어들어왔고, 대부분이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이다. 세계가 위험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해나가는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검은 황금’으로 이윤을 거두는 일에만 몰두해있다.
화, 2015/08/04- 15:31
458
0

 ‘한 나라가 자유를 잃다’

독일을 대표하는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지난 13일 이례적으로 특별호를 발간해 터키 정권을 강력 비판했다. 화살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정조준 했다.

200943901_700
3번의 총리와 1번의 대통령. 2014년에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헌법까지 바꿨다. 그리고 이제 21세기의 술탄을 꿈꾸는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 출처: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81769)

슈피겔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며, “개혁가에서 폭군으로 변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일한 이슬람 회원국으로 서로를 우방국이라고 치켜세우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졌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터키의 대표적 지성 오르한 파묵도 앞선 11일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 1면 기고문을 통해 “터키가 법치국가로부터 멀어져 가장 빠른 속도로 공포정치 체제로 가고 있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을 성토했다. 터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터키의 ‘이명박’에서 ‘박정희’로

물론 에르도안 대통령은 1922년 술탄(오스만 제국 황제)를 없애고 터키 공화국을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에 이어 제2의 국부로 국민적 추앙을 받는다. 지난 7월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국민의 힘’으로 물리쳤을 정도다.

230
지난 7월 발생한 쿠데타는 터키 국민들이 직접 쿠데타 군에 맞서고, 군부 퇴출을 요구하는 야간 시위를 벌이는 등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 이를 계기로 에르도안은 정국 장악력을 높여갔다. 그래서 이번 쿠데타가 에르도안에 의한 자작극이라는 추측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사진 출처: http://www.stevenh.co.kr/1174)

총리 3선에 마친 뒤 연임 제한에 걸리자 헌법을 바꿔 대통령 자리에 오르면서 ‘터키의 푸틴’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지만, 국민들은 선출된 권력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살인적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을 잡고, 장기 경제 호황을 이끈 공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복귀 일성으로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권력보다 더 높은 권력은 없다”고 호응했다.

하지만 위기를 넘기자 국민은 잊혀지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즉각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장기 집권을 향해 내달리고 있다. 의회를 거치지 않고 즉각 발효되는 칙령 제정권도 손에 쥐었다.

박정희 유신 정권의 ‘긴급조치’를 떠올리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에르도안 정권에 주어지면서 정적 숙청과 민주주의 탄압이 터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치사에 빗대 에르도안 대통령이 ‘터키의 MB(이명박)’에서 ‘터키의 박정희’가 돼 가고 있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꾀하며 터키만 자유를 잃은 게 아니다. ‘신 오스만 제국’의 술탄이 되려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주의 탄압에 따른 외교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와 거리를 급격히 좁히면서 유럽에 제2의 냉전 전선이 그어지는 모양새다.

자수성가한 이슬람 근본주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민적 친화력에 자수성가 스토리까지 여러모로 우리나라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견된다.

그는 1954년 터키 북동부 흑해 연안의 항구도시 리제의 엄격한 수니파 무슬림 집안에서 태어났다. 해안경비대원이었던 그의 부친은 자녀들이 더 나은 교육환경에서 자라길 바라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13세가 되던 해에 이스탄불로 이주했다.

이스탄불 변두리 거리에서 레몬에이드와 참깨번즈(빵)를 팔아 용돈을 마련해야 했던 도시 빈민가 소년 에르도안은 이슬람 학교를 다니며 꿈을 키웠다.

11
에르도안은 이스탄불 근처의 가난한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13세때 이스탄불로 이주했다. 그의 어린시절 모습(왼쪽 사진). 또 그는 Marmara대학 경영학과 재학 당시, 세미프로 축구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슬람주의가 자양분이 됐다. 세미 프로 축구선수로 뛰며 대학에 다니던 그가 정치에 눈을 뜬 것도, 훗날 이슬람주의자 최초로 터키 총리에 오르는 이슬람 운동가 네흐메틴 에르바칸을 만나면서다.

그는 에르바칸을 정신적 스승으로 삼은 뒤 뼛속까지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된다. 이스탄불 교통국 관리로 일하던 1980년 전역 군인 출신의 국장이 콧수염을 밀라는 지시를 하자 이를 거부하고 사표를 쓴 일화로 유명하다.

에르바칸이 이끄는 복지당에 몸담아 1991년 처음으로 의원에 당선될 당시 지역구가 터키 이슬람 원리주의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의 카이세리였다.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시장으로 전국적 인지도 얻은 뒤 대권을 쥐었다는 점도 이 전 대통령과 닮은 꼴이다. 1994년 40세 나이에 인구 1,000만명이 넘는 이스탄불의 시장이 된 그는 물 부족ㆍ대기 오염ㆍ교통 체증 문제 등 시의 3대 난제를 해결하면서 정계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세속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군부가 1997년 ‘세속주의를 위협한다’는 명분으로 당시 총리였던 에르바칸을 실각시키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명실상부 터키 이슬람주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자리매김 한다.

12
에르도안의 정치적 스승인 에르바칸(왼쪽 사진). 그는 케말 파샤의 군부 5대 정책중 세속주의 정책에 반하는 이슬람정당을 창당했다. 1970년대는 연합내각을 구성해 2차례 부수상을 역임했다. 그러나 이슬람정당 활동으로 군부에 의해 구금 되는 등 정치활동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오른쪽 사진은 에르도안이 1983년 창당한 복지당에서 연설하는 모습.

군부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복지당도 해산시킨다. 이른바 ‘무혈 쿠데타’ 당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탄불 시장 신분으로 “이슬람 사원은 우리의 병영이며, 신도는 우리의 병사”라는 내용의 시를 공개 석상에서 낭송했다 체포 된다.

그는 국민을 선동했다는 혐의를 적용 받아 4개월간 복역해야 했지만, 대중에게 그는 언론의 자유 수호자로 각인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1년 이슬람계 정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창당한 이후 승승장구 했다.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하며 단독 정부를 구성했고, 2003년 처음으로 총리에 취임한 이후 2007년과 2011년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해 총리 3연임에 성공했다.

13
에르도안은 2001년 동료들과 함께 정의개발당(AKP)를 창당했다. 이후 에르도안은 선거에서 연승하며 3차례나 총리를 연임한다.

2009년과 2014년 치러진 지방선거까지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선거의 술탄’으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경제 성과로 선거 연승… 정적 귤렌 숙청으로 장기집권 틀

에르도안 대통령은 경제 해결사를 자처하며 선거에서 연전연승 한다. 지난 2004년 ‘0’을 여섯 자리 없애는 화폐단위변경(리디노미네이션)을 전격 실시하는 등 총리 취임 초기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부터 잡았다. 커피 한 잔에 100만 리라(터키 화폐 단위)에 달하는 ‘세계 최고액권’ 리라는 터키 경제의 실패의 상징과도 같았다.

국제금융기구(IMF) 구제금융 프로그램도 착실히 이행하며 총리 재임 10년 동안 터키의 국내총생산(GDP)를 3,030억달러에서 8,172억달러로 3배 가까이 키웠다. 20%대였던 실업률은 10% 선으로 떨어뜨렸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노선에는 이슬람주의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 바탕에 깔렸다.

주류세를 인상하고, 터키 국민의 95%를 차지하는 무슬림에 대한 각종 경제혜택을 제공했다. 식료품 등 생필품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는 대신 자동차 및 사치품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저소득ㆍ저학력의 이슬람 유권자들로부터 절대적 지지가 뒤따라왔다.

_87101884_turkey_bosphorus
이스탄불을 상징하는 보스포러스 다리. 이 다리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한다. 에르도안은 재임 중 거둔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장기 집권에 성공했다. (사진 출처: BBC)

힘을 얻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슬람 노선 강화에 번번히 제동을 걸어온 군부 힘 빼기에 나선다.

에르도안 정권은 2010년 쿠데타 음모를 사전에 적발했다며 군부 숙청을 시작했다. 이른바 ‘철퇴 사건’으로 관련자 300명이 수감되고, 군 장성의 20%가 옷을 벗었지만, 사법부의 판결이 엇갈리면서 실제 쿠데타 음모가 있었는지는 지금까지 확정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신 경찰력을 강화해 자신의 우군으로 삼았다. 지난 7월 군부 쿠데타를 제압한 핵심 세력이 경찰이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권 세력 내부 권력 투쟁에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가장 큰 힘이 된 동지이자 잠재적 경쟁자였던 온건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이 타깃이 됐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지난 2008년 진행한 세계 최고 100대 지성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세계적 석학이기도 한 귤렌은 터키 사법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군부 숙청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귤렌을 권력의 바깥으로 내몰았다.

200943916_700
귤렌(왼쪽 사진)은 이슬람 교육과 사회 운동을 이끄는 저명한 학자이다. 그의 추종세력이 언론, 정치, 군과 검경에 퍼져 있어 그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귤렌과 에르도안(우)은 세속주의에 대항한 정치적 동지였다. 귤렌은 에르도안이 군부를 숙청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 (사진 출처: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81820&plink=TEXT&co…)

두 사람의 관계는 2013년 에르도안 대통령과 그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물이 10억달러(1조여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어떻게 숨길지 논의하는 전화 통화 감청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파국을 맞는다. 앞서 터키 검찰은 비리 혐의로 에르도안의 3남을 포함한 정권 주요 인사 52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에르도안 당시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터키 전역에서 벌어졌다.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더욱 노골적으로 권력에 대한 집착을 드러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리 스캔들을 정부 내 범죄집단이 외부세력과 결탁해 체제 전복을 노린 정치적 음모라고 주장하며 그 배후로 귤렌을 지목하고 1급 지명수배 테러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리 혐의를 수사하던 검찰과 경찰을 국가전복 및 불법도청 협의로 파면하거나 좌천시켰다. 비리 스캔들을 취재한 기자들을 체포하고, 이를 보도한 일간지 ‘자만’을 강제 법정관리에 처했다. 비리 스캔들이 퍼져나가지 못하도록 트위터도 차단한다.

경쟁자가 사라지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주가 시작된다. 헌법을 바꿔 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한 후 대선에 나가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자리를 바꾸면서 내각제를 대통령 중심제로 전환하려는 시도에도 나섰다. 비판 세력에는 무차별적 철퇴를 가하고 있다.

전가의 보도 된 ‘반테러법’… 국제사회 고립 자초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인권침해와 언론탄압 비판에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배경에는 ‘반테러법’이 자리하고 있다.

반테러법에 저촉돼 유죄 판결을 받은 인원은 지난해 8,000명에 달한다. 대통령 모욕죄도 비판 목소리 내는 이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최근 1년 반 사이 대통령 모욕죄로 기소된 사람만 오르한 파묵을 비롯해 2,000명에 육박할 정도다.

123
터키 헌법은 대통령 모욕죄를 명문화하고 있다. 에르도안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이 죄에 걸려 고욕을 치뤘다. 여기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르한 파묵(왼쪽 사진)과 미스 터키 출신도 포함된다.

한때 이슬람 민주주의의 성공한 모델로 꼽혔던 터키는 이제 유럽의 골칫거리가 돼 가는 모양새다.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철퇴와 시리나 난민 문제 해결이 시급한 유럽연합(EU)로서는 터키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에르도안 정권이 정적 제거에 테러법을 활용하며 언론탄압과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상황을 묵인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터키로서는 경제 침체의 돌파구로 여겨왔던 EU 가입이 당분간 힘들어지면서 곤혹스런 상황이 됐지만, EU의 반테러법 수정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터키는 대신 러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8월 쿠데타 시도 이후 첫 해외순방지도 러시아를 방문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지난해 터키 전투기의 러시아 전폭기 격추 사건으로 훼손됐던 양국 관계를 전면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와 서방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시리아 문제 등으로 제2의 냉전을 방불케 하는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나토의 유일한 이슬람 회원국 터키마저 EU와 마찰을 빚으며 러시아와 거리를 좁히면서 유럽 정세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폭되는 모양새다.

목, 2016/09/22- 13:56
456
0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불법사찰)파일! 시민행동’을 제안하는 운동에 나섰다.  국정원의 불법사찰의 전모를 밝히는 정보공개청구 운동을 통해 시민들이 국정원 개혁에 참여하자는 취지다.  곽 전 교육감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이 운동의 취지를 밝히는 글을 필자의 허락을 받아 전재한다. 곽 전 교육감은 다른백년의 고문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오마이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사진 출처:오마이뉴스)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불법사찰)파일!

연일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국민사찰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최성 고양시장, 가수 이효리, 야구선수 이승엽,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 MC몽, 배우 김여진, 작가 이외수, 공지영 등은 말할 것도 없고, 구 여당인사였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이상돈 의원, 민경욱 의원 등 전·현직 구 여권 인물들까지도 정권에 조금이라도 비판적이면 모두 사찰대상이 됐다. 전교조에 대해서는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이 전교조 와해 목적으로 전교조 교사로 위장해 전교조 탈퇴 양심선언을 조작하기도 했다. 캐도 캐도 끝이 없다. 국가안보를 책임져야 할 국정원이나 군이 조직적인 대국민사찰에 여념이 없었다.

실상을 낱낱이 밝혀 진실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번 기회에 국정원과 군 개혁이 근본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는 일부 사실 공개나 몇 사람의 책임추궁과 부분적인 조직개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폭로된 정황으로 보면 모든 국민이 잠재적인 사찰대상이었다. 다시는 국가안보 대신 정권안보와 사회통제를 위해 국정원과 군이 동원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 책임을 일부 개혁위에 맡기고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직접 나서 그동안 국정원이 벌인 대국민사찰의 전모를 밝히는 시민참여 운동이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나는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불법사찰)파일! 시민행동’을 제안한다. 국정원에 내 사찰파일을 공개하라는 시민운동을 벌이자는 뜻이다. 돌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할 수 있느냐고 혀를 찰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국정원이 그런다고 정보파일 하나 내줄 것 같으냐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조금만 따지고 들면 그렇지 않다. 이미 국정원에 내 개인정보를 내놓으라고 신청하는 것은 헌법과 정보공개법, 개인정보보호법이 보장하는 모든 시민의 권리다. 지금까지 우리 시민사회가 활용하지 않았을 뿐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우리들의 소중한 권리다. 적극적인 시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알 권리와 정보인권을 행사하는 ‘열려라 국정원, 내놔라 내(사찰)파일’ 캠페인을 제안하는 제도적 배경이다.

지난 9년 이명박근혜 정권시절 정치활동이나 사회운동, 시민행동이나 노동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실이 있는 분들이 1차 대상이다. 이런저런 반정부 집회시위나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한 경력이 있는 분들도 1차 대상이다. 이런 분들은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원의 불법사찰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운동은 그런 분들을 위해, 그런 분들을 중심으로 진행할 국정원 적폐청산 캠페인이다. 적극적인 시민의 알 권리 행사 캠페인이자 피해구제 캠페인이다. 시민 개개인의 작은 권리행사에 터를 잡아 국정원의 무차별 불법사찰을 확인하기 위한 불법사찰청산과 근절캠페인이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중단을 넘어 산처럼 쌓여 있는 불법사찰파일의 영구삭제와 폐기를 촉구하는 과거청산캠페인이다.

국정원법상 국정원 국내파트는 국가안보에 필요한 정보(전문용어로 ‘국내보안정보’)만 수집하도록 제한된다. 내국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대북, 방첩, 대테러, 내란, 국제조직범죄’에 대한 정보만 수집할 수 있다. 국정원의 법적 존재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다섯 가지 범주의 국내보안정보를 빠짐없이 효율적, 전문적으로 수집·분석하는 데 있다.

국정원 적폐청산의 시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국가안보정보보다 정권안보정보, 즉 정권비판 위협세력에 대한 광의의 정치정보를 더 광범위하게 수집하며 정치개입을 일삼아왔다. 국정원 적폐청산은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관행을 정조준한다. 무엇보다 먼저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의 진상을 최대한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피해당사자들이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국정원에 내(사찰)파일을 내놓으라고 청구하는 시민운동이 필요하다.

20170830164357727439
원세훈 전 국정원장(사진 출처: 노컷뉴스)

정보기관에 대한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운동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지만 세계적으로 처음은 아니다. 미국이 이 운동의 선구자다. 국내정보기관인 FBI에 대한 사찰기록 공개청구운동이 이미 1980년대부터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에 정보자유법과 프라이버시법이 제정되면서 자연스레 알 권리와 정보인권을 행사해서 FBI의 불법사찰에 대항하자는 정보공개청구운동이 불붙었다.

FBI의 항시적 사찰대상에 올랐던 진보성향 인사들과 단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많은 사찰기록을 부분적으로 공개 받을 수 있었다. 수천, 수만 페이지의 FBI 기록들이 군데군데 새까맣게 지워진 채 공개되고 나서야 수많은 의문이 풀렸다. 어째서 전화통화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났는지, 어째서 미행당하는 느낌이 들었는지, 어째서 연설이나 강연 약속이 자주 취소되었는지, 과거의 미스터리들이 한꺼번에 풀렸다.

독일에서도 정보기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권이 대규모로 활용된 때가 있었다.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체제이행을 서두를 당시의 독일 정부는 악명 높은 비밀정보기관 ‘슈타지’가 수집·작성·보관해온 본인 관련 사찰보고서를 누구든지 과거청산 차원에서 알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신청을 받아 열람을 허용했다. 과연 동독은 비판세력의 입을 틀어막고 사생활까지 감시한 슈타지의 국가였다.

슈타지는 목사, 변호사, 교사 등 고신뢰 직업군까지 끄나풀로 고용해서 한 국가를 믿을 사람 하나 없는 밀고자들의 사회로 만들었다. 독일통일 전후의 슈타지 활동을 그린 영화 <타인의 방>이 잘 보여주듯이 많은 동독인들이 본인에 대한 사찰기록을 열람하고 경악과 슬픔에 잠겼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시시콜콜한 사생활정보까지 상세하게 기록돼있는가 하면 음해성 엉터리 허위정보가 많았기 때문이다.

das-leben-der-anderen-ulrich-muehe-von-donnersmarck-sebastian-koch-oscar-martina-gedeck-128_v-img__16__9__xl_-d31c35f8186ebeb80b0cd843a7c267a0e0c81647
옛 동독의 악명 높은 비밀정보기관 ‘슈타지’의 사생활 감시를 그린 영화 <타인의 방>.

번번이 용두사미로 끝난 국정원 개혁

지금까지 국정원 개혁은 언제나 용두사미로 진행됐다. 대형폭로로 시작해서 몇 사람에게 형사책임을 묻는 식으로 끝났다. 늘 폭로된 사안에만 초점이 머물렀고 좀처럼 대증요법을 넘지 못 했다. 국정원의 권한과 조직, 운영방식을 대폭 정비하는 구조개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 20년 넘게 간간이, 국가안보를 위한 비밀정보기관이 북풍, 세풍을 만들어내고, 간첩을 조작하고 도청에 매달리며, 블랙리스트와 정치댓글을 작성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때마다 국정원 개혁요구가 높았으나 간신히 국정원장이나 그 하수인을 벌주는 선에서 무마됐다. 국정원법 개정은 고작 정치개입 금지 유형을 구체화하고 형량을 강화하는 선에서 그쳤을 뿐, 꼭 필요한 구조개혁은 시도도 못했다.

이제야 국정원을 둘러싼 근본구도와 정치상황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은 정권안보와 선거개입, 심리전 수행에 일로매진한 ‘이명박근혜’ 국정원에 대한 일대 ‘징치’이기도 했다. 국정원은 오직 국가안보를 위해 음지에서 무명의 헌신을 해야 한다. ‘국정원도 적폐다, 국정원을 해체하라’는 촛불시민들의 구호는 정권안보를 위해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국정원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양지로 나와 온갖 기관을 제집 드나들 듯 출입해온 국정원은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서훈 국정원장은 국내보안정보 외에 관행적으로 수집해온 전방위적 국내정보 수집 활동을 취임 직후 전면 중단시켰다. 아예 일반국내 정보를 담당해온 국내파트 두 국을 폐지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리고는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를 만들어서 연말까지 과거청산 작업에 나선다. 개혁발전위는 한편으로는 지난 9년 동안 발생한 중요한 불법사찰과 정치개입사건을 조사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발방지에 필요한 국정원법개정안을 만들어서 종전과 차원이 다른 구조개혁을 단행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이제 직권남용과 정치개입이라는 오랜 불법 관행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이러려면 국내파트 전체가 잠시 쑥대밭이 되더라도 지난 9년의 일탈과 타락을 다시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특단의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이 필요하다. 이번에는 적당히 넘어가면 안 된다. 다소 가혹하더라도 총체적 타락상을 밝히고 엄격하게 책임을 추궁해야만 조직 전체에 경각심을 불어넣고 망각의 유혹을 방지할 수 있다. 대선댓글사건은 물론 국내파트의 갖가지 권력 남용 관행 유형을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처벌을 가해야 하는 이유다.

‘정권안보 본능’ 반드시 끊어야 

창설 이래로 반세기 넘게 지속되며 조직의 DNA처럼 아로새겨진 정권안보 본능과 정치개입 기질, 권력남용 체질을 이번에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 그것이 ‘촛불혁명’과 ‘촛불시민’의 명령이다. 문재인 정권과 국정원개혁위는 이 사실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국정원 직원은 음지에서 민주공화국을 위해 헌신하는 본연의 역할에 자부심을 느낄 만큼 민주공화국에 대한 신념과 충성심이 투철하고 해외정보기관에 견줘서 정보수집·분석 역량이 출중할 만큼 유능하고 식견이 높아야 한다. 이제부터 업무수행의 적법성을 넘어 고도의 전문역량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국내파트는 국내보안 정보만 한정적으로 수집·분석해야 한다. 해외파트의 전문역량 제고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외교·안보·통일 정책에 필요한 최고급 정보는 물론 해외경제·무역·금융과 자원·에너지·기후변화에 관한 최고급 정보까지 제공하는 가장 스마트한 국가기관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명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이 해온 온갖 유형의 불법행태를 생각하면 국내파트를 완전히 해체·재편하지 않고 몇 사람만 혼내주는 방식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부분의 국내파트 직원은 광의의 국내보안정보를 수집한 게 아니라 광의의 국내정치정보를 수집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의 경험은 민주법치국가에서는 약에 쓸래도 쓸 데가 없다.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을 국내보안 정보로 정상화할 경우 국내파트의 대폭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 통상적인 국내정보수집분석을 멈춘 지금도 유휴인력이 워낙 많을 것이다. 국정원개혁위는 이들이 어떤 이유와 명분을 붙여서 재진입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국정원수술 운동은 정보인권운동

‘내놔라 내 파일’운동은 국정원이 수집·작성·보유한 내 파일 내용을 정보공개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내게 알려달라는 정보인권운동이다. 내 관련 정보가 국가안보를 위한 국내보안정보에 해당하는지, 그렇지 않고 정치사찰 정보나 사생활 정보인지 알아보는 국정원의 불법사찰확인운동이다. 만약 국가안보와 아무 관련이 없으면 국정원의 불법사찰행위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인권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운동이다. 그 배상금의 전부 또는 일부로 정보기관 감시 전문 시민단체를 만들려는 시민기금마련운동이기도 하다.

대규모 공개신청 후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리 속단할 수 없다. 국정원이 정보공개법 제4조의 규정을 일방적으로 해석해서 국정원은 아예 공개신청대상 기관이 아니라고 발뺌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보공개법 제4조는 국정원과 군 기무사, 경찰정보파트가 수집한 정보를 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틀림없다.

그러나 제4조의 문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 적용대상에서 원천 배제되는 정보는 ‘국가안보 목적으로 수집, 작성된 정보’뿐이다. 국정원이 정권안보 목적, 기타 정치 목적으로 수집·작성한 불법사찰정보는 해당되지 않는다. 특정한 개인정보를 수집한 목적이 국가안보 목적인지, 비판세력제압을 위한 국내정치 목적인지는 법원의 판단을 따르면 된다.

다행히 현재 국정원개혁위가 가동 중이므로 법의 정신에 부합하는 해석을 제공하며 국정원에 정보제공을 채근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이는 군데군데가 지워진 엄청난 분량의 사찰기록을 받을 것이고 어떤 이는 해당사항 없음이나 전면 비공개 결정을 통보받을 수도 있다. 공개된 기록은 국가안보와 무관한 내용일 것이다. 안 그러면 비공개대상으로 지정돼 삭제됐을 터다. 신청인이 받아본 국가안보와 무관한 정보는 국정원이 보유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아니, 처음부터 국정원이 수집하거나 작성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지금에라도 국정원이 일괄 삭제, 폐기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무관하게 정치적 이유로 불법사찰 당한 시민은 법원에 그로 인해 발생한 물질적, 정신적 피해에 대해 국가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낼 수 있다.

국정원이 나에 대해 어떤 파일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 주권자적 시민과 활동가, 명망가는 국정원에 대해 먼저 정보공개 및 열람신청을 내도록 하자. ‘열려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청구운동에 동참함으로써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적폐청산을 향한 작지만 확실한 발걸음을 내딛자. 시대의 대의를 요구하며 작은 행동으로 함께 뭉친 국민을 이길 장사는 세상천지에 없다. 박근혜, 이재용, 원세훈을 촛불 하나 들고 단죄한 우리 국민 아닌가. 이번에는 내놔라 내파일 정보공개신청서를 한 장씩 써서 흔들며 불법사찰과 인권유린, 정치개입의 적폐청산에 나서자.

 

 

토, 2017/10/14- 16:02
450
0

이 책은 스티븐 J. 맥나미 (Stephen J. McNamee) 와 로버트 K. 밀러 주니어 (Robert K. Miller Jr.)의 『능력주의 신화 Tne Meritocracy Myth(3rd.)』(2013)를 완역한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윌밍턴 캠퍼스의 사회학과 교수와 명예교수로서, 미국사회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탐구해 왔다. 이 저서 이전에도 두 사람은 『미국의 상속과 부Inheritance and Wealth in America』를 공동 편집하기도 했다.8993178615_1

공교육과 학교에 대한 논의와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미 이반 일리히(Ivan Illich)의 『학교 없는 사회(한국어판), Deschooling Society』(1970), 마이클 애플(Michael Apple)의 『교육과 이데올로기(한국어판) Ideology and Curriculum』(1979),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의 『재생산 (La) Reproduction』 (1970) 등에서는 학교와 자본주의 체제 간의 구조적 근친성, 학교의 계급 재생산 기능, 학교내 지배적 문화자본 등이 논의되어 왔다.

최근에는 『대학의 몰락』(서보명, 2011), 『최후의 교수들』(Frank Donoghue, 2008) 등에서 학력 인플레이션과 대학 졸업장의 유명무실화, 대학교육의 직업교육화에 관한 일련의 논의들이 이어져 왔다.

이 책은 이러한 공교육과 학교 및 고등교육 비판의 연장선상에 있는 논의로서, 학교의 근본적 신화이자 가정인 능력주의를 질문한다. 근대사회의 신자유의주의적 개편 및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로 인해 졸업장은 더 이상 사회경제적 보상으로 이어질 수 없게 되었으며, 따라서 이제는 바야흐로 능력주의 자체를 회의하는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시대의 변화와 그에 따른 공교육의 몰락을 감지케 하는 바, 도대체 그간 학교 그리고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능력주의(meritocracy)는 허구다!

능력주의는 마이클 영(Michael Young)의 풍자 소설 『능력주의의 출현 The Rise of Meritocracy』(1958)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이다. 이 소설에서 미래 사회는 지능지수와 시험 결과 등 개인의 능력을 토대로 이른 바 인재를 선발하는 바, 그 결과는 엘리티즘(elitism)이 지배하는 또 다른 디스토피아(distopia)이다. 즉 능력이 많다고 간주되는 자들이 능력이 없다고 낙인 찍히니 자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는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쩐지 낯익지 않은가.

1
능력주의라는 용어는 마이클 영(Michael Young)의 풍자 소설 『능력주의의 출현 The Rise of Meritocracy』(1958)에서 처음 등장했다.

전통적으로 능력주의는 개인의 능력과 사회적 보상 사이에 비례적 관계가 있다고 가정한다. 즉 능력이 많을수록 혹은 높을수록 그에 걸맞는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또 그래 마땅하다는 것이다. 즉 능력주의에서는 개인의 능력이 성공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가정하며, 학교는 이러한 소질이나 재능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발현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러한 능력주의의 가정과 이에 기초한 학교 및 사회의 기능과 작동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개인의 성공과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단순히 능력적 요인만이 아니라 비능력적 요인도 있으며, 오히려 전자보다 후자가 더 결정적이고 장기적이며 지속적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다른 출발선을 제공하거니와, 출발선에서 벌어진 차이로 인해 가난한 집 아이들은 결코 부잣집 아이들을 따라잡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가난한 아이나 여성, 소수자들은 항상적으로 사회적 차별에 노출되며,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끊임없이 성취동기를 억압하고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형성하는 사회적 차별 앞에서 능력만큼의 사회적 성취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직업을 얻거나 괜찮은 경력을 쌓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거시적인 경제 상황이나 사회구조적 변화, 출생률, 출생시기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호황기에 태어나지 못했거나 운이 나쁘면 타고난 능력치의 발휘는 지난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전사회에 만연된 능력주의적 환상은 여전히 사회적 성취에서 개인의 능력적 요인을 과대평가한다. 동시에 대표적인 비능력적 요인들, 즉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사회자본과 문화자본, 사회적 차별, 태어난 시기와 개인적 운, 경제상황과 거주지역 등은 본래의 능력적 요인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 마치 능력적 요인만이 개인의 성공의 결정적 변수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학교는 이러한 오해를 조장하는 주된 기관이거니와, 학교에서는 중산층 학생들의 선행학습이나 사회문화적 자본, 이들에 대한 부모의 지원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이 모두를 이들의 능력으로 합법화, 정당화한다.

또한 학교는 계급이나 젠더, 종족, 장애, 거시경제 변수와 거주지역 등 소수자들이 처한 사회구조적 조건은 고려하지 않은 채, 이들을 수업태도가 적극적이지 못하고 수업준비를 해 오지 않으며 장래에 대한 비젼이나 꿈이 없는 열등생으로 낙인찍는다. 이처럼 학교는 능력주의의 환상을 적극적으로 유포하는 바, 그 결과 실제로 작용하고 있는 비능력적 요인들을 은폐하고 간과하게 한다.

1
학교는 근대 능력주의를 상징하고, 그것을 제도화한 것이다. 그렇지만 능력주의라는 근대의 믿음은 가정환경, 계급, 사회적 환경 등의 영향력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는 능력주의라는 근대의 신념이 현실의 불평등을 감추는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사진 출처: http://allwork.me/86)

사회학 전공자들답게 저자들의 결론은 좀 더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지점을 향한다. 즉 지금이라도 능력주의의 환상을 꿰뚫어보는 안목을 가지고, 기회와 분배가 좀 더 공정한 사회를 지향하지 않으면 진정한 평등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능력주의의 환상에 사로잡혀, 불평등에 면죄부를 주고 또 그것을 영속화할 것인가, 능력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사회를 지향하자면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가치는 과연 무엇인가, 이는 우리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할 것이다.

능력주의, 그 필패의 운명

사실 이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일찍이 알뛰세를 비롯하여, 부르디외, 애플 등 많은 논자들이 학교가 어떻게 계급을 재생산하고 그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는가를 논해 왔던 터이다. 즉 학교는 자본주의 체제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바, 작동하며 그 결과 계급 재생산 기능을 충실히 대리하고 정당화한다.

사실 학교는 모든 인민에게 평등한 교육이라는 근대 부르주아지들의 이상에서 비롯되었다. 일찍이 오귀스트 꽁트(Auguste Comte)가 프랑스에서 최초로 공교육을 실험하고자 했을 때, 인민과 그의 권리는 평등하며 따라서 인민에게 교육에 다가갈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것이 이른 바 ‘기회의 평등’으로서, 취학 연령에 다다른 모든 시민은 공교육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이로써 빈부와 성별, 장애, 국적에 구애받지 않는 의무교육의 이상이 인류 최초로 공교육을 통해 실현될 수 있었다.

이처럼 공화주의자들이 공교육을 통해서 의도한 것은 학교를 통한 사회적 평등의 실현이었다. 즉 신분이 아닌 능력에 의해 개인의 사회적 참여와 경제적 보상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했으며, 학교는 능력주의적 가정을 적극 수용하였으며, 개인의 능력을 판가름하고 측정하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지표가 될 것이었다.

여기에는 이전 시기 신분으로 사회적 지위와 재화가 분배되는 것에 반대하여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갈망한 상 퀼로트(sans-culotte, 상 퀼로트는 귀족들이 입었는 퀼로트를 입지 않은, 프랑스의 급진 공화주의자들을 말한다)들의 염원이 있었거니와, 이들에게 학교는 능력에 따른 정의로운 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위대한 사회적 평등의 기제였다. 아울러 그렇게 될 때 도래할 사회는 능력에 따른 역할과 기능이 질서 있고 조화롭게 자리잡힌 사회로서, 근대 국가 곧 리바이어던(The Leviathan)을 실현할 것이었다.

그들에게 학교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이었으며, 그 보이지 않는 손이 개인을 그의 자유의지대로 자유롭게 한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오오, 꿈은 얼마나 야무졌던지.

그러나 안타깝게도 근대 공교육은 능력주의를 차용함으로써 그 태동에서 이미 근본적인 모순을 배태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영의 소설이 그리고 있는 대로, 능력주의를 채택하게 되면 이는 소질과 재능의 위계라는 또 다른 불평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능력이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바로 그 사실에서 비롯되는 바, 능력의 차이는 단순한 차이에 그치지 않고 필연적으로 위계가 되고 서열이 될 것이었다.

아무리, 무슨 짓을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사람의 능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타고난 능력이라는 개념은 있을 수가 없으며, 여기에는 불가피하게 주되게는 부모의 재산, 직업 등 사회경제적 지위(Social Economic Status, S.E.S.)가 개입할 것이다. 그리하여 가령 이른 바 금수저로 태어난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사들의 관심을 받고 학업적 성취를 이루기에 유리할 것이며, 소질이나 재능이라는 것은 결국 이들에게 한정된 개념이 되고 말 것이다.

반대로 흙수저로 태어난 학생들은 소질이나 재능을 발견할 기회도 갖기 어려울 것이며, 그리하여 그것은 애초에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것이 되어 버릴 것이다. 즉 학교교육만으로 모든 학생을 ‘결과적 평등’에 이르게 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한 바, 즉 잘 사는 집 아이는 잘 살기 때문에 학교에 와서 공부 잘 하는 우등생과 모범생이 되고 못 사는 집 아이는 못 살기 때문에 부진아와 부적응아가 될 것이다.

달리 말하면, 학교는 기껏해야 입학이라는 ‘기회의 평등’을 제공할 수 있을 뿐, ‘결과적 평등’은 애시당초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

이에 대해 낙관적인 학교 개혁가들이 소수자들이나 그들이 속한 ‘게토 학교’에 헤드스타트 프로그램(Head-Start Proogram, 1960년대 중반 미국 정부가 사회경제적 소수자 집단의 유아를 대상으로 교육, 보건, 복지 등에서 시도했던 일련의 ‘보상 교육(compensatory education)’)이나 양질의 교육환경과 교수자 등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처한 불리한 조건들을 상쇄하거나 만회하려고 시도해 보았지만(이것이 이른 바 ‘보상적 평등’이나 ‘과정적 평등’의 개념이다),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었음을 지난 역사들이 예증한다.

결국 학교는 학생이 속한 사회경제적 유리함을 성적이나 소질, 재능이라는 이름으로 치환하여 합법성을 부여하였을 뿐으로, 사회경제적 보상의 차등화된 분배의 기준을 귀족이라는 신분적 변수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해서 백 여 년만에 위대한 사회적 평등의 기제가 되고자 했던 학교의 이상은 근본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이클 영의 소설에서 그려진 미래 사회가 능력에 기초한 또 다른 위계적, 서열적 사회로 귀결된 것은 다만 우연이 아니거니와, 능력주의에 기초한 근대 사회란 필연적으로 신분에 기초한 중세사회로 회귀할 수 밖에 없다.

비근하게 영화 가타카(Gattaca)는 바로 이러한 우울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 바, 능력이라는 변수가 유전인자로 바뀐 미래 사회에서 새로운 신분사회, 계급 사회가 도래한다. 근대의 장밋빛 출발선에서 오래된 미래는 앞서 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셈.

어쩌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인간이 상상한 모든 아름다운 이상은 필연적으로 타락한다는 비관론을 수긍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순정했던 이상이 제도로 실체화하면서 거기에는 그것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유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개입한다. 그 결과 애초의 드물고 귀했던 이상은 부패하고 타락하여 원래의 고왔던 얼굴빛을 잃는다.

이미 우리는 사회주의의 실험에서 이를 목도하였으며, 능력주의의 기치를 걸고 야심차게 내달렸던 공교육의 실험 역시 그 수명이 다하였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포함한 오늘날 근대 공교육이 처한 보편적인 우울한 자화상이라는 것을.

사회적 연대의 정신, 아무도 굶어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그러나 경솔하게 비관론에 빠질 필요는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인류를, 사회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제나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패한 능력주의 앞에서 우리는 이제 다시 무엇을 질문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철 지난 능력주의를 붙들고 불가능한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삽질”할 것이 아니라, 능력주의를 회의하고 능력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평등과 분배를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능력주의는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사회구성원 상당수가 중산층으로 상향적 계층 이동이 가능한 산업자본주의 초기에나 적합한 아이디어였다. 당시에는 이른 바 개천 용이 가능했던 사회로서, 학교는, 결혼과 로또를 제외하는, 그러한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매개가 되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에는 이러한 능력주의에 기초한 분배와 계층 상승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할 수가 없다.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괜찮은 사회경제적 보상이 극도로 축소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대졸자의 상당수가 무난히 중산층으로 편입하는 것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1
능력주의 사회에서 능력이 없으면 굶어죽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능력을 절대화하는 환상에서 깨어나 사회적 연대의 정신으로 공동체를 꾸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http://www.earthtimes.org/politics/international-human-solidarity-day-2…)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능력주의에 기초한 계층상승의 가능성이 아니라,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나야 하는가, 혹은 능력이 없으면 분배에서 제외되어야 하는가, 능력이 없어도 굶어죽지 않을 권리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일 것이다.

아울러 이것은 우리가 여전히 근대 초 상 퀼로트들의 고민과 궁구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도 한데, 그도 그럴 것이 평등과 인권의 의제는 인간 사회가 존속하는 한 폐기되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라진 시대상에 따라 다만 그 고민의 방식과 전략의 수정이 있을 뿐, 더 나은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고민은 계속되어야 한다.

공화주의자들은 공교육을 통해 사회적 평등을 도모했으나 오늘날 우리는 공교육을 우회하지 않고 곧장 사회적 평등으로 가는 직선의 길을 상상해야 한다. 소비자본주의의 후기 근대에서도 근대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일 수 밖에 없으며 또 진행형이어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권과 평등,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이름으로.

따라서 향후 한국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일은 계층상승을 하지 않아도 개인의 생존과 존엄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이는 한국사회가 단 한 번도 제도적으로 실현한 적이 없었던 공동체를 이 땅에서 만들어나가는 일이 될 것이며, 계급과 젠더, 장애와 다문화, 연령과 지역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살게 하는 것과 같은 말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급박하고 실천적인 아젠다들, 곧 기본소득과 의료보험, 의무교육 강화 및 공공보육 확대, 최저 임금과 최저 생계비, 남녀고용 평등, 차별 금지법 등을 끊임 없이 문제제기하고 논의해 가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학력과 학벌을 통한 지위경쟁은 현저히 완화될 수 있을 것이며, 죽은 능력주의를 붙들고 불가능한 평등을 실현하고자 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멈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사회적 개방성이라는 측면에서 계층 상승의 합법적 통로를 열어두는 것은 여전히 중요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의미에 한정해서라면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는 여전히 중요한 화두일 수 있겠지만 말이다.

역자 김현정은 삼성경제연구소(SERI)에서 경제·경영 전문 번역가로 일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이 강연에 기초하여 대중 일반을 대상으로 씌어진 것이기 때문에, 원래의 문장 역시 그다지 복잡하지 않고 덕분에 번역 역시 술술 읽힌다. 사회과학에 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이라도 책장을 넘기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목, 2016/07/07- 18:51
44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