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국민의 기대와는 달리, 트럼프 미 대통령은 상황의 반전이라는 전개보다는 현상이라는 봉합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하다. 이에 대하여 영국의 정치분석가인 Tom Fowdy는 CGTN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서 트럼프의 아젠다 리스트에 우선 순위가 북한에서 중국과 중동으로 확실하게 이동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는 동시에 남북한 당국이 합심하여 미국의 의도와 별개로 민족사적 관점에서 대북제재를 뚫고 한반도의 상황을 주도해 가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핵 협상과 관련된 진행 상황을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트위터를 통해 게시했다.
“서두를 필요 없다,” 혹은 “잘 되어가고 있다”는 말들과 함께 김정은 위원장이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하여 최근 몇 달간 진척이 없음을 비판하는 미국 내 여론을 일축했다.
그가 언급한 말들을 보면, 작년까지만 해도 트럼프 행정부가 평양의 문제에 대해 취했던 조급한 접근 방식과는 전혀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당시 워싱턴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는다면 선제적 군사행동을 취하겠다는 협박까지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거시적인 정치적 맥락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일련의 언급들은 트럼프의 대외정책 우선순위가 변화되었음을 점점 더 확실하게 알리고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서 설정했던 가장 중요한 목표들은 바뀌거나 버려지지 않았겠지만,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더 큰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대중, 대이란 이슈에 목을 걸고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제재만 유지한다면 평양에 대해 한 수 앞서 가고 있는 것이라는 가정 하에, 트럼프는 김정은이 종국에는 미국과 거래를 성사시키려 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 판단으로 미 대통령은 행정부 내 매파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꺼이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트럼프 당선자로서 대통령 집무실을 넘겨 받을 때, 그는 북한문제를 대외정책 이슈에 있어서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기로 했다. 그가 스스로 정한 임무란 무엇인가? 그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제조를 멈추게 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라는 트윗을 남겼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부터 급격히 확대되어, 워싱턴 내 기류가 바뀐 것을 인식한 평양 측에서 핵 능력을 최대한 빠르게 발전시키는 최고점의 상황에 이르게 하였다. 결국 모든 일은 트럼프가 스스로 언급했던, 북한을 “화염과 격노”로 “파괴”하겠다는 위협으로 인해 현재의 지경(북한의 ICBM 성공)에 이르렀던 것이며, 이는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처음부터 트럼프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니었다. 대신 중국이라는 더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었다.
2018년이 되자, 상황은 악화됐던 것만큼이나 급하게 변했다. 전쟁 위협과 끝없이 진행되었던 미사일 실험은 서울의 중재로 이루어진 워싱턴과 평양 양측의 대화로 인해 중지된 상태이다. 두 지도자들이 싱가포르에서 만났을 때, 트럼프는 “핵 위협은 끝났다”는 말로 서슴없이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그토록 빠르게 북핵 문제가 봉합된 만큼, 다른 문제가 부상했다. 그 문제는 다름 아닌 중국과 무역전쟁이었다. 4월이 되기가 무섭게 트럼프는 북핵 위기가 끝났음을 직감했고, 이제 더 어렵고 정치적 의미가 큰 안건을 손볼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실제로 2017년 한 해 동안, 트럼프는 북한 문제를 가장 우선시 했고, 그렇게 함으로서 베이징의 성실한 협조를 얻어낼 수 있었다. 이는 트럼프가 북한 공격이라는 적극적인 전술을 곧바로 실행에 옮겼더라면 불가능 했을지 모를, 서로간 선의에 기반한 협조였다. 그리곤 북한이 대화의 장에 들어서고 있음이 명확해지자, 우선 순위는 자동적으로 즉시 바뀌었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관세를 곧바로 꺼내든 것이다.
그 이후로, 트럼프의 정책 리스트에는 중국에 대항하는 요소들이 급부상했고 평양은 이제 그 중요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트럼프의 트윗 협박은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적 군사행동이 아닌 중국과의 관세 확대와 전면으로 확장된 경제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거의 매달, 트럼프 행정부는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는 일대일로 정책과 대만 문제를 언급하면서 Huawei에 대한 공격을 확대하고 있으며, 대중 강경책은 다양한 형태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한편, 북한 이슈는 멈춰서 버렸다. 미국이 협상의 수단으로 평양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진척은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실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수많은 일들을 거래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트럼프는 2017년에 적용된 경제제재가 김정은을 결국 무릎 꿇게 만들 우월한 영향력의 협상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북한이 일방적으로 약자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잘못 되었다.
결국 트럼프는 이러한 판단 때문에 대외정책 분석가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비판들이 그에게 큰 영향을 준 것 같진 않다. 미국 국내를 향해 그는 아직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점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트럼프가 정해두었던 기준선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핵 능력을 김정은이 갖추는 일을 막겠다는 것이었고, 기준선은 이미 충족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을 주창하는 국수주의적 기준과 “핵의 비확산”이라는 두 개의 국제적 의제를 분리시킬 수 있었다. 트럼프의 지지자들은 “미국우선”의 이익 만을 중요시하고, 후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다.
비록 북한과 협상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으며 내년 초에 있을 정상회담이 교착상태의 돌파구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음에도 트럼프는 급할 것이 없다. 그는 오히려 편한 상태에 있다. 더 큰 우선 과제라는 승부수들을 손에 쥐고 있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문제의 중요성을 격하시키고 매파 각료들을 멀리할 수 있는 정치적 여유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전쟁의 세계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주제로 2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년포럼에 초청된 미셸 초서도프스키 교수의 발제문을 소개한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 경제학 교수로, <빈곤의 세계화> 등의 저작으로 유명한 초서도프스키 교수는 “1953년 정전협정은 휴전협정이지 평화협정이 아니다“면서 “일시적 휴전인 정전협정은 반드시 백지화 되어야 하며 남북 간의 포괄적인 양자 평화협정이 맺어져야 한다”고 말했다.(다른백년 편집자)
서론
“화염과 분노”는 도널드 트럼프가 만든 용어가 아니다. 미국의 군사 독트린에 깊숙이 뿌리를 둔 개념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후 미국의 군사 개입을 성격지어 왔다.
백악관을 거쳐 간 전임자들과 트럼프가 다른 점은 그의 정치적 언사일 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위험한 기로에 서 있다. 외교정책 상의 계산착오는 상상도 하지 못 할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로는 “실수”가 세계사의 진행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제기한 바, 즉 핵무기가 “평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허구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외교정책 상의 미친 짓은 상상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위 정책 결정자들은 그들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굳게 믿는다. 어쩌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첫 번째 선제 핵 공격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1월이 커다란 전환점이 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통한 남북대화를 지지한다고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평양과 직접 대화할 의지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평화를 지향한다던 그의 미사여구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군사 위협의 남발로 대체되었다.
전략적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은 남북대화를 훼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국 언론에 보도되는 최근의 상황 전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내의 강력한 군사정보 파벌이” 동계 올림픽이 진행되는 와중 혹은 직후에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타격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다.
워싱턴이 “코피(bloody nose)” 공격이라고 명명한 이 작전은 북한의 미사일 시설에 대한 재래 무기 공격 혹은 저강도 소형 전술 핵무기 공격으로 구성된다.
핵무기가 즉시 사용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공격 첫날 남한에서 발생할 사망자 숫자만 수만 명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이 충돌은 중국과 러시아 등 핵무장 국가들을 순식간에 끌어들일 수 있다.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B61-12 스마트 전술 소형 핵폭탄. 워싱턴이 “코피(bloody nose)” 공격이라고 명명한 작전은 북한의 미사일 시설에 대해 소형 전술 핵무기 공격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 고위층과 안보 및 정보기관에서 현재 논의되고 숙고되며 준비되고 있는 바가 바로 이러한 무모하고 야만적인 행동이다. 더욱 구체화된 계획이 알려지면서, 최고위급의 군사 및 외교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 두려움과 반대가 고개를 들고 있다. (피터 시먼즈, “트럼프가 북한에 대한 ‘코피’ 타격을 고려하고 있다.” wsws.org, 2018년 2월 6일)
트럼프의 2018년 핵태세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는 북한에 대한 단호한 결의를 보여준다. 첫 번째 선제 핵 타격 독트린은 2001년 부시 행정부에서 공식화되었지만, 1조 2천억 달러에 달하는 핵무기 프로그램과 연계되는 2018년 보고서는 핵무기를 지닌 국가 및 핵무기가 없는 국가에 대한 선제 타격에 활용할 수 있는 “보다 편리한” 저강도 소형 핵무기 개발에 집중한다.
“보다 편리한” 핵무기란 이른바 미니누크라고 불리는 소형 핵무기(B61-11, B61-12)와 관련되는데,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3에서 12배에 이르는 폭발력을 지닌다. 이들“보다 편리한” 핵무기란 핵탄두를 장착한 벙커 버스터로, 펜타곤과 계약한 기업들의 “과학적 견해”에 따르면 “폭발이 지하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주변 민간인들에게 무해하다”고 한다.
동계 올림픽 초반에 미국과 한국의 대규모 군사훈련이 구상되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합동군사훈련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실재한다. 미국의 군사 및 정보기관 내에 이른바 “코피” 전략으로 나아가자는 압력이 존재한다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한반도 비핵화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미국의 입장은 핵태세검토보고서에도 담겨 있는데, 이는 연막일 뿐이다. 미국은 지난 67년 동안 핵무기로 한반도 민중을 위협하여 왔다. 보고서에서 공식적으로 제기한 한반도 비핵화란 오로지 북한을 향한 것이다. 미국이 축적하여 온 대규모 핵전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금지하고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로 나아가기 위하여 법적 구속력이 있는 수단”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 소집을 규정한 유엔 결의안(L.41)에 의거하여 표결이 이루어진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 북한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강도 소형 핵무기
북한과 이란 양국을 상대로 하는 “코피” 전략의 옵션으로 고려되는 것이, 더욱 편리한 중재자로서의 벙커 버스터 미니누크이다. 미국의 군사 및 정보기관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위협이 북한과 관련된 것이긴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펜타곤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저강도 소형 핵무기를 시험해볼지도 모른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중대한 군사작전에서 가까운 동맹국이 미국을 도와 행동하도록 시도하여 왔다. 북한을 상대로 한 군사행동에 미국이 홀로 나서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또 하나 위태로운 것은, 남한의 군사력을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펜타곤의 지휘 아래에 두는 한미공동방위협력협정이다.
남한의 군사훈련 참여 거부가 핵심일 수밖에 없다. 한미공동방위협력협정의 폐기가 대단히 중요하다. 남한이 군사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은 현저하게 줄어든다.
외교채널의 실패
우리는 55년 전인 1962년 10월의 쿠바 미사일 위기 상황을 기억한다.
1962년 10월이 오늘의 현실과 구별되는 점은, 양측의 지도자였던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와 니키타 흐루시초프(Nikita S. Khrushchev)가 핵무기에 의한 대량 학살의 위험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쟁의 위험에 관하여 잘못된 정보를 듣고 있으며, 민간인 대량학살의 회피에 관심을 두고 있지도 않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살 임무”를 수행 중인 “로켓 맨”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파괴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62년 10월의 미사일 위기가 오늘의 현실과 구별되는 점들
■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은 핵전쟁의 결과에 관하여 최소한의 희미한 관념조차 지니고 있지 않다. ■ 냉전 시기의 핵무기 독트린은 완전히 달랐다. 워싱턴과 모스크바 모두 상호확증파괴의 현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오늘날 펜타곤은, 히로시마 원자탄의 최소 1/3에서 6배의 폭발력을 지닌 전술 핵무기를 “지하에서 폭발한다는 이유로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무기로 분류한다. ■ 외교 채널들이 붕괴하였다. ■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된, 1조 2천억 달러를 상회하는 핵무기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이런 끔찍한 프로젝트에 추가 예산을 할당하였다. ■ 오늘날의 열핵탄은 히로시마 원자폭탄보다 100배 이상의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다. 미국과 러시아 모두 수천 개의 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남북한이 올림픽과 동시에 건설적 대화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의 시진핑 주석 및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의미 있는 대화도 시작했다. 사드의 남한 배치가 북한이 아니라 주로 중국을 상대로 한 것이라는 점을 중국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안보 위협인가?
대부분의 미국인은, 북한이 1950년대에 미국이 주도한 폭격으로 인구의 30%를 잃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한다. 그리고 이 사실은 세계 평화에 대한 이른바 북한의 “위협”을 평가하는 데 특히 중요하다. 미국의 군사 소식통 역시 북한 인구의 20%가 세 차례에 걸친 집중 폭격 시기에 사망했음을 확인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폭탄을 투하하는 유엔군 폭격기들(연합뉴스 자료 사진)
커티스 르메이(Curtis LeMay) 장군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북한의 78개 도시와 수천 개의 마을을 파괴하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민간인을 죽인 후에 …… 3년여에 걸친 기간 동안 우리는 북한 인구의 20%를 대대적으로 죽였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북한에는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지 않은 가족이 없었다.
미국은 북한 인구의 30%를 죽인 사실에 관하여 사과한 적이 없다. 사실은 정반대였다. 이후 미국 외교정책의 주요 주제는, 자국이 주도한 전쟁의 피해자들을 악마로 만드는 것이었다. 전쟁에 대한 배상도 전혀 없었다. 국제 사회는 한반도 민중에 대한 미국의 전쟁 범죄 이슈를 다룬 적이 전혀 없다. 한국 전쟁에서의 잔학 행위는 베트남 민중에 대한 미국의 전쟁을 준비하는 장이 되었다.
워싱턴은 반세기 이상의 기간 동안 북한을 정치적 고립으로 몰아넣었다. 나아가 미국이 뒷받침했던 평양에 대한 제재는 북한 경제의 와해가 그 목적이었다.
선전선동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미국 군사공격의 희생자였던 북한은 발언권을 얻지 못한 채, 전쟁 도발에 실패한 “깡패 국가”, “테러리즘을 지원하는 국가”,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되었다. 판에 박힌 이런 비난이 미국과 서유럽 언론의 일치된 견해가 되었고, 아무도 여기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거짓이 진실이 되었다. 북한은 위협의 대명사가 되고, 미국은 이제 침략자가 아니라 “희생자”이다.
역사의 맥락 : 핵전쟁, 누가 침략자인가?
미군 문서에서 확인되듯이,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지난 67년 동안 핵전쟁의 위협에 시달렸다. 1950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파견한 중국의 인민자원군은 미국의 침략에 맞서는 북한을 든든하게 뒷받침했다. 중국이 행동으로 보여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연대는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들어선 지 불과 몇 개월 후의 일이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 모두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고려하고 있었다. 이는 특히 북한군과 함께 싸우기 위해 파견되었던 중국 인민지원군을 몰아내기 위해서였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군사행동은, 중화인민공화국과 소련에 대항하여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와해시키고 파괴하려는 냉전 시기 미국의 거대한 군사 목표의 일부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펜타곤이 주요 도시 지역에 대한 조직적인 핵 공격을 통해 소련을 폭파시키는 계획을 고려했다”는 1945년 9월 15일자 기밀문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66개의 “전략” 표적 목록에는 소련의 주요 도시가 모두 포함되었다. 아래의 표는 표적이 된 각각의 도시를 면적과 해당 도시 지역의 주민을 전멸시키는 데 필요한 핵폭탄의 개수로 분류한다.
모스크바, 레닌그라드, 타슈켄트, 키에프, 하르코프, 오데사 등 규모가 큰 각각의 도시에는 6개의 핵무기가 사용될 예정이었다. “소련을 지도에서 지우기” 위해서 총 204개의 폭탄이 필요할 것으로 펜타곤은 추산했다. 핵 공격의 표적은 66개의 주요 도시였다. 이와 같이 끔찍한 군사 목표의 개요를 담은 문서가 발간된 것은 1945년 9월이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1945년 8월 6일과 9일)이 있은 지 불과 한 달 후였고, (1947년) 냉전이 시작되기 2년 전이었다.
히로시마 독트린의 북한 적용
한국에 대한 미국의 핵 독트린은, 대부분 민간인을 대상으로 했던 1945년 8월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폭격 이후 확립되었다.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히로시마 독트린”에서 핵 공격의 전략 목표는 수만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낳는 사건”의 격발이다. 이 목표는 군사 침략을 수단으로 한 나라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는 것이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세계는 첫 번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 군사기지에 떨어졌음에 주목할 것이다. 첫 번째 공격에서 가능한 한 민간인들을 죽이지 않기를 우리가 원했기 때문이다.” (1945년 8월 9일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첫 번째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에 떨어진 것은 1945년 8월 6일이며, 두 번째가 나가사키에 떨어진 것은 트루먼이 라디오 연설을 했던 날과 같은 날인 8월 9일이다.]
미국의 반인권 범죄에 인간의 얼굴을 덧씌우려는 미국 정치의 미친 짓에는 긴 역사가 존재한다. 1945년 8월 9일에 했던 그 라디오 연설에서 트루먼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에 관련하여 신이 미국 편이라고 결론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의 방식으로 그리고 신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그것(핵무기)을 사용하도록 인도하셨을 것이다.”
트루먼에 따르면 이렇다. 신은 미국 편이고, 언제 폭탄을 사용할지는 신이 정할 것이다.
“그것(핵무기)이 적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왔다는 점에 대하여 신에게 감사한다. 신의 방식으로 그리고 신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그것(핵무기)을 사용하도록 인도해주실 것을 기도한다.”
히로시마에서 나온 트루먼 독트린은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무기 배치를 위한 무대였다. 한국 전쟁이 끝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아, 미국은 핵탄두의 남한 배치를 시작했다. 의정부와 안양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계획이 1956년에 이미 논의되었다.
남한에 핵탄두를 반입하려는 미국의 결정은, 교전의 당사자가 한반도에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는 것을 금지한 1953년 정전협정 13항(d)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핵탄두의 실제 배치는 한국 전쟁이 끝난 후 4년 반이 지난 1958년 1월에 시작되었다. 미국의 핵탄두 남한 배치는 공식적으로 33년간 지속되었다. 배치된 핵무기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소련을 표적으로 삼았다.
남한의 핵무기 프로그램
미국의 핵탄두 배치와 동시에 그리고 미국과의 조율 속에, 남한은 1970년대 초반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미국이 서울로 하여금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하기 이전인 1975년 4월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서명”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야기다.(다니엘 A. 핑크스턴, “남한의 핵 실험,” CNS Research Story, 9 November 2004, http://cns.miis.edu.)
남한의 핵무기 개발 계획은 1970년대 초반 처음부터 미국의 감독 하에 시작되었고, 북한을 위협하기 위한 미국의 핵무기 배치의 일부로서 진행되었다.
서방측은 이구동성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난하고 있지만, 남한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이 이슈가 된 적은 전혀 없다. 남한이 실질적인 핵무기 보유 국가로 지칭된 적도 없다.
남한의 자체 핵무기 프로그램은 1978년 공식적으로 종료되었지만, 미국은 핵무기 사용과 관련하여 남한의 전문 과학 인력을 양성하고 남한 군대를 훈련시켰다. 한미연합사령부에 관한 협약에 따라, 남한의 모든 작전 단위는 미군 장성이 이끄는 연합사령부의 명령을 따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국군의 모든 군사 시설과 기지가 사실상 한미연합 시설이라는 의미이다.
미국 본토 및 전략 잠수함으로부터의 북한 핵 공격 계획
공식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1991년 12월 남한으로부터 핵무기를 철수했다. 남한으로부터의 핵무기 철수는 북한에 대한 핵전쟁 위협을 어떤 식으로든 전혀 바꾸지 않았다. 사실은 정반대로, 남한의 핵무기 철수는 핵탄두 전개에 관한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맞물려 있다. 북한의 주요 도시들은, 남한의 군사 시설이 아니라 미국 본토와 전략 잠수함에 배치된 핵탄두의 표적이 될 것이었다.
오늘날의 이중 잣대
한편에서 북한이 핵 위협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터키 등 비(非) 보유국 5개 나라에는 미국이 제조하고 각국이 지휘하는 B61-11 전술 핵무기가 존재한다.
이들 5개국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다.
트럼프의 “화염과 분노”는 4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그 지휘 권한을 지니고 있는 네덜란드나 벨기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10개의 핵무기를 지닌 북한을 서방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칭하는 상황과 비교해보라.
미국 군사 침략의 희생자이지만 아무도 이를 언급하지 않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전쟁을 도발하려고 안달하는, 미국 본토와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으로 끊임없이 묘사되어 왔다. 판에 박힌 이런 비난이 언론의 일치된 견해가 되어 버렸다.
유럽 각국에 배치된 미군 핵무기의 숫자.
핵전쟁의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과 그 동맹국들로부터 나온다
또한 북한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과 잠재적 공격 행위는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미국의 거대한 동아시아 군사 전략의 일부로 이해되어야만 한다. 미국은 지정학적 관점에서 북한을 완충 국가로 간주한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동방위협력협정으로) 남한 군사력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와 중국을 위협하는 것이다. 남북통일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리라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더욱이 워싱턴의 의도는 중국과 아세안 국가들을 이간함으로써 동남아시아와 극동아시아를 지속적인 군사 충돌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서구 식민주의와 미국 군사 침략의 희생 국가들이다. 베트남과 캄보디아,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광범위한 인권 범죄가 자행되어 왔지만, 이들 국가가 오늘날 미국의 군사 동맹국이라는 점은 슬픈 아이러니다.
이들 지역, 미국, 그리고 서방 국가들의 민중 모두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 안보에 위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의 양자 평화협정을 위하여
1953년 정전협정
1953년의 정전협정 속에서, 교전의 일방 당사자인 미국은 6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북한에 대한 전쟁 위협을 일관되게 지속해 왔다.
미국이 정전협정을 위반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미국은 여전히 전시 조직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 언론과 국제사회가 무심코 간과하고 있지만, 미국은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북한을 겨냥하는 핵무기를 적극 배치해 왔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이른바 사드 미사일을 배치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전쟁 중이다. 1953년 7월 서명되었고, 법적으로는 교전의 당사자인 북한과 중국 인민지원군 및 미국 사이의 “일시적 휴전”인 정전협정은 반드시 백지화되어야만 한다.
미국은 정전협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평양과의 평화 협상을 일관되게 거부하여 왔다. 남한에의 군대 주둔을 유지하고, 남과 북의 관계 정상화와 협력을 방해하기 위해서다. 현 단계에서 해결책은 남과 북이 평화 협상을 거부하는 미국을 무시하고, 양자 평화조약을 교섭하는 일이다.
남북 평화조약을 통하여 한반도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한미연합사령부와 작전지휘권의 폐지가 필요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는 작전지휘권의 폐지를 “2020년대 중반까지” 연기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충돌이 벌어질 경우” 남한의 모든 군사력이,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펜타곤이 임명한 미군 장성의 지휘 아래 놓인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60만 명의 한국군을 자국 통제 하에 두고 있다. 한미 연합사령부 구조와 작전지휘권 협약의 폐기 없이, 남한이 적절한 주권 회복을 이룰 수 없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기억하듯이, 1978년 한미 연합사령부가 창설되었다. (군사독재자이자 탄핵된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장군이 대통령이었던 시절이었다. 사실상, 이른바 유엔의 지휘라는 명칭만 변경된 것이다.
“한국 전쟁 이래, 미국의 4성 장군이 남한과 미군의 전시 ‘작전지휘권’을 갖는다는 데에 동맹국들이 합의해 왔다. …… 1978년 이전에는 유엔의 지휘권을 통해 실현되었다. 1978년 이후 한미연합사령부 구조가 되었다.” (브루킹스 연구소)
더욱이 1953년의 (법적으로는 일시적인 휴전을 의미하는)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2014년의) 작전지휘권 재협의에 기초하는 미군 장성의 지휘는 여전히 아무런 변화 없이 기능 중이다.
정전협정의 서명 당사자 일방이 평화협정에 서명하기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할 바는 남북 간의 포괄적인 양자 평화협정이다. 이는 1953년 정전협정의 실질적 폐기로 이어질 것이다. (정전협정 하에서 만연해 온) 미국과 북한의 “전쟁 상태”를 “우회”하고 이를 남북의 포괄적인 양자 평화협정 서명으로 무효화시키는 방안을 추구해야만 한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협력과 상호교류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제안하는 서울과 평양 간의 포괄적인 평화협정은 한반도의 평화, 그리고 1953년 정전협상 서명 당사자의 평화협정 조인 실패를 적극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양자 우호조약을 합법적으로 공식화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양자 간의 합의는 워싱턴의 거부를 사실상 우회하게 된다. 이는 또한 외국의 개입, 특히 평화협정의 조건에 대한 워싱턴의 지시 없이, 한반도에 평화의 기초를 수립한다. 남한에서 미군의 철수와 작전지휘권 협약의 폐지도 함께 요구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군사 기지의 건설 등 작전지휘권 협약 하에서 행해지고 있는 남한 군사화의 목적도, 큰 틀에서 보자면,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하는 군용 발사장으로 한반도를 이용하려는 것임이 지적되어야만 하겠다. 작전지휘권 협약 하에서는, “전쟁이 벌어질 경우” 남한 군사력 전부가 중국 및 러시아에 대항하는 미군의 지휘 아래 동원되게 된다.
워싱턴은 남한과 북한뿐만 아니라 북한과 중국 간의 정치적 분열 창출에도 열중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다.
(제주도를 비롯한) 남한의 미군 군사시설들이 중국을 군사적으로 포위하고 위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한 역설이다. 남북한의 양자 협약을 기반으로 규정될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영구 평화를 위해, 미군 철수를 포함하는 정전협정과 작전지휘권의 폐지가 요구됨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남북의 양자 평화회담의 방향키를, 외부 세력의 참여나 간섭 없이, 문재인 대통령이 쥐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에 부과된 경제제재의 해제는 물론 미 점령군의 철수에 관한 논의가 회담에서 다루어져야만 한다.
미군의 배제와 점령군 28,500명의 철수는 남북의 양자 평화조약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통일과 향후 나아갈 길 : 오직 하나의 코리아가 존재한다.
오직 하나의 국가 코리아가 존재한다. 워싱턴은 통일을 반대하는데, 이는 통일 한국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통일은 산업과 군사 측면에서 경쟁 세력이자 (선진 기술과 과학 역량을 지닌) 국민 국가의 출현이며, 이 국민국가는 스스로의 주권을 주장하고 워싱턴의 참견 없이 (러시아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무역관계를 확립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외교 및 군사 계획가들이 미군의 남한 주둔 유지를 조건으로 “통일”에 관한 그들의 시나리오를 이미 작성해두었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와 유사하게, 워싱턴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외국 투자자들”을 침투시켜 북한 경제를 약탈하는 것이다.
워싱턴의 목표는 한반도 통일이라는 용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2000년 출간된 네오콘의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roject for a New American Century, PNAC)”는 “한반도 통일 이후의 시나리오”에서 (현재 28,500명 수준의) 주한미군을 증강해야 하며 미군 주둔 지역이 북한으로 확대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통일 한국에서 확대 배치된 미국 주둔군은 이른바 “북한 지역의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의 통일에 따라서 한반도 주둔 미군의 감축과 역할 변경이 요구될 수도 있지만, 변화된 상황은 미군의 임무 종료가 아니라 미군 임무의 변화 그리고 변화되고 있는 기술적 현실을 실제로 반영할 것이다. 더욱이 통일 이후에 관한 현실적 시나리오를 모두 보더라도, 미군이 북한 지역에서 상당 정도의 안정화 역할을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통일 이후 한국에 주둔할 미군의 정확한 규모와 구성에 관하여 추측하는 일이 시기상조일 수는 있지만, 미군의 한반도 주둔이 미국의 보다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전략 목표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다. 한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역량의 어떠한 감축도 현재로서는 현명하지 않다. 오히려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과 북한의 대규모 포격 역량을 효과적으로 제한하기 위해서 특히 그러하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혹은 한반도의 통일과 함께, 현재 주둔 중인 단위의 구성과 인력 수준은 등락을 거듭할 것이지만, 아시아의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에서 미군의 주둔은 계속되어야만 한다.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 “새로운 세기를 위한 미국의 방어, 전략, 군사력과 자원의 재구축,” 18페이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체결할 것을 촉구하는 한국 시민들의 시위 장면.
워싱턴의 의도는 두말할 필요 없이 명백하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과의 전쟁이 한반도 전체를 휘감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만 한다. 워싱턴은 남한을 방어하고 있다고 주장하겠지만,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 상황은 북한과 남한 모두를 향한 것이다.
이는 1945년 9월 이후 미국의 군사 점령 아래 있었던 남한을 위협한다. 한반도의 지형을 보았을 때,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에 남한도 어쩔 수 없이 휩쓸리게 된다. 미국의 군사 계획가들은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해하고 있다.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벌이겠다고 위협하는 한, 미국과 남한은 “동맹”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해야만 한다.
“진정한 동맹”이란 외부의 간섭과 공격에 대항하고, 대화를 통해 남북한을 통일하고 재결합하는 일이다.
미국은 한반도 전체를 상대로 하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요구되는 바는 다음과 같다. 1953년의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양자 “평화 협정”의 조건을 명확하게 하는 합의에 서명할 수 있도록, 남북 간 양자 대화를 확대해야만 한다. 이러한 합의를 통하여 미국의 한국 주둔을 배제하고 28,500명의 주한 미군 철수를 위한 장이 마련될 것이다.
나아가 양자 평화 협상에 의하여, 한국군을 미국의 지휘 아래 두는 한미 작전지휘권 합의는 폐기되어야만 한다. 이후 한국군 전체가 한국의 작전지휘권 아래로 북귀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자 협의는 향후 남북 간의 경제와 기술 및 문화와 교육 분야에서의 심화된 협력을 추구해야만 한다.
작전지휘권 협약을 통한 미국의 배후조종이 없다면, 대화가 전쟁 위험을 대체할 것이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작전지휘권 협약의 폐기이다.
남북통일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헤게모니를 약화시키리라는 점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는 동북아시아의 무역 발전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남북한의 과학기술 역량 통합 속에 8천만의 인구를 지닌 통일 한국이 강력하고 독립적이며 주권을 지닌 경제 강국이자 무역 국가로 변모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분단된 한국은 미국의 지정학적, 경제적 이익에 복무할 뿐이다.
국제 여성활동가인 이파트 수스킨드(Yifat Susskind)가 미국의 진보 매체 <Common Dreams>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수스킨드는 경제제재는 윤리적인 문제와 함께 효과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에 맞서는 국제적 연대활동을 촉구했다. ‘Sanctions on North Korea Will Not Lead to Peace. Just Ask Iraqis.’라는 제목으로 실린 그의 글을 번역해 게재한다(다른백년 편집자).
세계가 평창올림픽의 친선의 분위기로부터 벗어나면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을 향한 적의가 다시 배가되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23일에 발표된, 북한의 교역 기능을 타깃으로 한 공격적인 새 경제제재안의 형태를 띠고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제재는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지금과 같은 핵전쟁의 위협이 짙어지는 때에 건설적인 또 다른 길을 찾아내는 것은 절박한 과제다. 그러나 경제제재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평화적인 대안이 아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효과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1990년대에 제재조치가 이라크인들에게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그들에게 물어보기만 하면 된다. 내가 이끄는 조직이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이라크에서 수십년간 활동해 온 풀뿌리 여성 조직을 통해 들은 말이나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증거들은 명백하게 제재는 결코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첫째로, 제재조치는 분명 도덕적 논란이 있다. 어떤 나라가 경제적 공격을 받게 되면 그로 인해 고초를 겪는 것은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시민들이며, 늘 비참한 인도적 결과를 낳는다. 유니세프(UNICEF)는 북한에서 6만명의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와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하에서 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문제다.
경제제재, 가난하고 취약한 집단에 가장 큰 타격
반면 제재를 받는 정부와 가까운 이들을 포함한 엘리트 계층은 충격으로부터 벗어나 있을 수 있다. 경제제재는 대개 표적이 된 정부들로 하여금 시장을 통제하고 독점권을 행사하게 한다. 또 제재를 가하는 국가들에 항의하는 국민들의 시위를 통해 지지를 받음으로써 집권층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게 된다. 북한 국민들을 굶주리게 하는 것은 증오에 가득찬 악한인 김정은이 주장하듯 미국을 악한으로 낙인 찍게 될 뿐이다.
1990년대에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행해졌을 때 우리는 지역의 여성단체들로부터 여성과 가족들이 직접 생활고로 힘겨워 한다는 소식을 직접 들었다. 병원의 선반에는 구명 의약품이 없다는 것이며 아이들을 먹일 충분한 양의 식량배급을 받지 못하는 절박한 사정의 가족들 이야기를 듣게 됐다. 당시 제재로 인해 사망한 아이들의 숫자는 가장 적게 잡아도 수십만 명에 달한다. 그리고 사담 후세인은 이 같은 곤경을 자신의 정권을 선전할 수 있는 행운의 기회로 활용해 자신을 국민의 보호자로 내세웠다.
경제제재는 단지 비윤리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외교적 수단으로서도 효과가 없다. 1990년대에 유엔안보이사회가 이라크를 비롯해 10여개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했던 이른바 ‘10년간의 제재기’ 동안 수집된 데이터를 보면 대상 국가들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데 별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에 나라 경제를 붕괴시키고 질병과 죽음을 유발했을 뿐이다.
제재가 효과적이면서도 윤리적일 수 있는 한 가지 경우가 있다. 그것은 1980년대 남아공처럼 제재를 받는 나라의 시민사회의 많은 대중들이 그 제재를 지지할 때다. 국민들이 자신들의 정부가 변화하기를 바라고 압박을 가했기에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또 국민들이 기꺼이 경제적 곤경을 감수할 의사가 있었기에 윤리적이었다. 현재 북한에 대해 가해지고 있는 제재는 이 두 가지 면에서 다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제재에 맞서고 진정한 평화를 촉진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이 있을까? 과거의 제재 경험과 이라크전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3가지 교훈을 제시한다.
범국제적 공조방안 찾아야
첫째, 국경을 넘어서는 굳건하고 효과적인 공조 방안을 찾아야 한다. 1990년대에 이라크에 대한 제재가 시행됐을 때 미국과 중동의 여성들은 힘을 모으고 함께 행동했다. 당시 우리는 트럭을 몰고서 암만과 요르단으로부터 바그다드까지 가서 수십톤의 우유와 의약품을 이라크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에게 전달했다. 그것은 미국과 이라크 사람들이 양심으로부터 협력한 연대 행위였다.
둘째로, 추상적인 말들과 맞서야 한다. 이라크에서 우리는 ‘충격과 두려움’이나 ‘부수적 피해’와 같은 말들 뒤에 도사린 잔혹성을 드러내는 일을 해야 했다. 지금 북한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행위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드러내야 한다. 그러자면 ‘코피 공격’ 같은 완곡어법을 사용하지 말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서 제재라는 미명 뒤에 북한의 어린이와 가정들이 기아와 추위에 신음하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민간인들을 기아의 위협 앞에 인질로 삼는 것을 정당한 외교정책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아주 섬칫해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제재조치가 바로 그런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활동분야를 넘어서 조직을 만들어야 하며 북한 문제를 고립적 이슈로 대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 현지의 인권활동가들이 미국의 재향군인들과 짝을 이뤄 전쟁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을 때 그 힘이나 파급력은 더욱 증폭됐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에게 중요한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가령 기후정의운동으로부터 핵전쟁과 같은 당면한 위협들에 사람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으면서 맞서도록 하는 방법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 혹은 인종정의운동의 조직활동으로부터 북한 사람들이 비인간적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 반대 시위를 벌이는 인권평화 활동가들(사진: EPA).
여성 평화운동가들은 이런 교훈들을 정립하고 적용하는 데 앞장서 왔다. 우리 여성들은 정치시장에서 체계적으로 소수로 분류되고 배제되고 있지만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감지하는 데 전문가는 다름아닌 여성들이다. 전쟁 중에 그 사회의 가장 취약한 집단의 생존에 책임을 지는 이들은 여성이다.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가족의 상실, 장애,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해 평생에 걸쳐 보살펴 주는 것은 여성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아직 가능하다. 여성 평화 운동가들의 연합이 시공을 초월한 교훈들을 통해 이미 그 길을 열고 있고 잘못된 해법, 예컨대 제재라는 형식의 경제 전쟁과 같은 잘못된 해법들을 격퇴하도록 해 준다. 그리고 평화에 대한 진정한 개입을 하도록 우리를 떠민다. 지금은 모든 양심 있는 이들이 함께할 때다.
이 글의 필자 이파트 수스킨드(Yifat Susskind)는 국제 여성인권 단체인 MADRE를 이끌고 있으며, 남미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여성의 건강과 여성에 대한 폭력, 경제 환경 정의와 평화 활동 등을 펼쳐 왔다.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폴린폴리시 등 유력 매체에도 활발히 기고하고 있다.
“우리 돈을 나눠주는 진짜 이유는, 그래서 얻는 이득은 뭐냐고요? 왜냐하면 이게 우리 삶이니까요.”, “우리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일을 하는 것이며 세계의 현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의 역할을 하는 것”, “우리는 이렇게나 많은 부를 소유한 반면 다른 수십억명이 그렇게나 적게 갖고 있다는 건 불공평한 일”, “우리의 부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닫힌 문을 연다는 사실도 불공정하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진 어떤 영향력이든 행사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돕고 전 세계의 공정함을 개선하기 위해 이 일을 한다” (‘자선가’ 게이츠 부부의 고백…”우리가 베푸는 이유는”, http://news1.kr/articles/?3236871)
세계 최대 부자이자 최대 자선사업가인 빌과 멜린다 게이츠 부부. 이 같은 기부에는 자신들이 이룬 성취와 부는 인류가 함께 축적해온 지식과 기술에 기대고 있어서 부의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위의 발언들은 세계 최대 자선사업가인 빌과 멜린다 게이츠 부부가 지난 2월 13일(현지시간) 발표한 2018년도 연례 공개 편지를 통해 지난 18년간 지속해온 거액의 사회환원 뒤에 숨은 속내를 밝히면서 한 발언들 중 일부다. 세계 최대의 거부이자 세계 최대의 기부자다운 인식이고 발언이다.
빌 게이츠 부부의 선행을 보면서 문득 빌 게이츠 아버지의 발언에 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이 떠올랐다. 정확하진 않지만 빌 게이츠 아버지가 아들의 기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 아들이 이룬 성취와 부는 인류가 누대에 걸쳐 축적한 지식과 기술에 압도적으로 기대고 있어서, 아들이 부의 대부분을 기부형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건 당연하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천만번 지당한 말이다.
나는 우리가 정의의 원리에 입각해 과세의 원리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과 인간이 만든 걸 구분해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 등 천연자원의 가치는 사회화 하는 것이 맞다. 토지 등의 천연자원은 인류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자연의 선물이며, 공급이 한정된 토지 등의 천연자원을 특정인이 소유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약하고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따라서 토지 등의 천연자원은 공공을 위해 사회화되는 것이 정당하며 효율적이다.
그 다음 인간이 만든 가치 중 공공이 만들거나 부여한 금융과 인프라망, 특수직역 같은 것들과 법인이나 단체나 개인이 만든 가치를 구분해야 한다. 인간이 만든 가치 중 공공이 만들거나 부여한 금융과 인프라망, 특수직역 같은 것들의 경우는 인간이 만들지 않은 토지 등의 천연자원만큼은 아니지만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사회화하는 것이 맞다.
한국의 조세체계는 소득불평등 개선효과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이미지:매일경제).
공공이 만들거나 부여한 가치 이외에 법인이나 단체나 개인이 만든 가치는 온전히 사유화하는 것이 옳을까? 결단코 그렇지 않다. 법인이나 단체나 개인이 이룬 성취는 크게 인류가 누대로 축적한 지식과 기술(그 중 정부가 기여한 몫이 크다), 운(어느 시대,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부모를 만났는지 등이 운의 영역인데 이 영역은 통제할 수 없지만 규정력이 압도적이다), 노력 등에 의해 결정된다. 인류가 누대로 축적한 지식과 기술, 운, 노력 가운데 어떤 요소가 법인, 단체, 개인의 부 창출에 얼마만큼 기여하는지를 계측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노력이라는 요소가 인류가 누대로 축적한 지식과 기술, 운의 합보다 크다고 강변하는 게 어리석다는 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법인이나 단체, 개인이 이룬 성취와 사회적 부조차도 크게 인류와 운에 빚지고 있는 셈이며, 따라서 고율의 법인세와 소득세가 정당화된다. 그러나 노력이라는 변수가 있으므로 법인이나 단체나 개인이 창출한 부에 대한 사회화의 강도는 공공이 만들거나 부여한 가치에 대한 사회화의 강도보다는 약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가치의 사회화를 실현하는 수단이자 가치의 재분배 도구인 과세의 일반원리는 인간이 만들지 않은 것에 가장 무겁게 과세하고, 공공이 만들거나 부여한 것이 그 다음이며, 법인이나 단체나 개인이 만든 것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그리고 과세의 일반원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지대(특권)가 가장 적확하다. 지대 혹은 특권의 성격이 짙은 순서대로 과세하는 것이 가장 정의롭고, 공정하며,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DC – “북한으로 납치된 사람들과 관련하여 일본인들을 만족시켜야만 하며,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미국인들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너희를 도울 수 없다. 아무도 너희를 돕지 못 할 것이다.”
때는 2000년 6월이었고,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김정일과 깊은 대화를 나누던 시기였다. 미국과 북한의 기본 합의가 마련된 지 거의 6년이 지났고, 각 동맹국은 북한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동시에 남한 및 국제사회와의 점진적 경제교류 확산으로 북한을 이끄는 중이었다.
4개월 후 조명록 장군이 김정일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을 방문했고, 양국 정부는 “어떠한 적대 의사도 없으며 …… 향후에는 과거의 적대감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관계를 건설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시 북한에는 핵무기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고 있었다.
18년 후 무언가 가능성과 기회를 창출하는 데 남한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탐색하기 위하여, 남한의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에 특사를 보낸 일은 타당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화 상대인 북한으로부터 의미 있는 제스처를 끌어내어, 북미 대화가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또한 남북 대화와 동시에 관계 회복의 심화에 필요한 국제 사회의 단결을 자신이 이끌어야만 한다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이 알고 있는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위치 뒤바뀔 것인가
그러나 만약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고 있다면, 문 대통령은 마침내 한반도 정책과 관련한 “운전석”에 비집고 들어가게 될 것이다. 머지않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아베 신조와, 한반도 정책이라는 자동차의 트렁크 속에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까지 있던 자리에 말이다. 시진핑과 블라디미르 푸틴은 앞 다퉈 뒷자리로 물러나고, 김정은이 문 대통령의 옆 자리 조수석에 앉는다. 차에 오른 사람들 모두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야 할 일이다.
북한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제스처는 아직도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세 명의 미국인을 석방하는 일이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향후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한다는 선언이다. 북한의 이 같은 제스처가, 안전보장과 경제개발 이슈를 무시하고 오로지 핵무기 프로그램에만 집중해 온 미국의 공허한 입장에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스처를 통해, 남북의 두 지도자는 다가올 4년 동안 가능한 일들을 탐색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
이제 정의용 안보실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에서 미국과의 조율을 담당했던 정의용 실장은 이제, 미국을 달랠 제스처와 상징적 표현을 찾아내고 미국이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세심한 작업을 맡게 되었다. 한편 서훈 국정원장 역시, 10년에 걸친 보수 정권의 무관심 속에 위축되어 온 남북의 경제 및 정치를 다시 연결하는 민감한 역할을 맡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개월 동안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고자 했지만 혼자서 이를 이루어 낼 수는 없었다. 문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두 명의 파트너는 시진핑과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이 될 것이다. 남한의 외교정책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는 언제나 시진핑과 문 대통령의 관계이다. 무엇이 되었든, 이번 주 이루어진 청와대의 평양 특사 파견에서 도출되는 어떠한 추진 계획이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 이제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가 3월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들고 있다. 뒤로는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보인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문 대통령과 구테헤스의 대화가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거나, 아니면 두 사람은 트럼프를 진정시키기 위해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이고 있다. 두 사람이 보다 현실적인 전제를 기반으로 하는 말이긴 하겠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최대의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들였다”라는 대단히 해로운 (그리고 십중팔구 틀린)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여 왔다. 미국의 최대 압박과 이를 실행에 옮긴 다양한 수단들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왔다는 주장이 대단히 설득력 있게 제기될 수 있다. 미국의 최대 압박이 지난 10년간 생산적 외교를 가로막아 왔다는 것이다.
이는 중요한 문제이다. 다각적인 제재와 미국의 어마어마한 군사 위협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의미 있는 양보를 내놓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제재들을 조속히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 문 대통령은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의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다. 지난달 평창에서 두 사람이 이 문제에 관하여 논의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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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게 주어진 기간은 약 3년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를 둘러싼 국내 정치 갈등이 한반도 정책에 관한 이슈를 덮기 전까지 말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에 묶여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내내 트럼프의 백악관을 상대해야 한다고 가정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할 여유가 없다. 문 대통령이 이전에 보좌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허약했고, 지금보다 훨씬 유능한 미국 정부를 상대해야만 했다. 두 요인으로 인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성과는 치명적으로 제한되었다.
문재인 정부에게 가장 큰 도전은, 기존에 서울과 워싱턴의 진보적인 시도를 좌절시켰던 그 장애들을 회피하는 일이다. 왜 진보적 시도를 콕 집어서 지목하는가? 북한의 비핵화와 안전보장 및 경제개발, 남한의 중견국가 역량 확보 등 상호 연관된 이슈들이 근본적으로 “좌”와 “우”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역사와 정치적 편의에 의하여 이들 이슈가 이데올로기와 정파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을 뿐이다. 서울과 워싱턴 모두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외교에 반대하고 강압을 지지해왔다. 결과는 한 세대에 걸쳐 벌어진, 다양한 수준의 정책적 재앙이었다. 이 재앙은 주로 동북아시아에 해당되지만 미국의 국익에도 마찬가지 결과였다.
양국 정치권에서 외교가 정쟁의 대상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외국 정부 및 국제기구와 맺은 협상결과,그리고 이들과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오랫동안 보수 정당이 지녀 온 단순한 세계관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들 보수정당이 명확하고 일관된 세계관, 혹은 전략적인 모든 세계관으로부터 동떨어져 왔다는 사실 역시 우연이 아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오바마의 민주당 백악관이 보여주었듯이, 전문성을 무시하고, 기대 수준을 낮추고, 전략적 기회보다는 눈앞의 국내 정치를 우선하는 결정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의 혼동을 17년 동안 겪은 결과, 대부분의 주류 정책결정자 사회에서는 지금 가용한 현실적인 대안들이 혼란스럽다. 학자와 싱크 탱크, 대학 연구소, 전통 미디어와 최근 확산되는 디지털 미디어 모두가 여기에 포함된다. 정치와 정책 시스템의 극단적인 양극화 및 와해를, 선택 가능한 현실의 전략 전술적 기회로부터 구분하라고 이들에게 요구하는 일은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이들이 해야 할 일임은 당연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지독한 비극을 목격하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주제는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을 두고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에서는 물론이고, 사람들의 관심을 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신문이나 텔레비전 뉴스에서도 애써 외면된다.
서울의 모든 동네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식료품점들이 문을 닫고 있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현상을 목격해 왔는데 대단히 걱정스럽다. 이전에 동네에서 빵집을 시작하려고 했던 용기 있고 창의적인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그들은 오래 버티지 못 했고, 가족이 운영했던 빵집들은 머지않아 사라졌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무엇을 사고팔아야 할지, 공간을 어떻게 꾸며야 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이런 가게들은 최후의 기댈 언덕이다. 이런 사람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중이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민주주의의 종말이다. 이제 지역사회에서 일이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에 관해 발언권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런 가게들이 왜 이리도 빨리 문을 닫고 있는지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 사정을 알고 있는 분들이 논의에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어쩌면 유통 시스템이 이들을 내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엄청난 자본을 배경으로, 경쟁 상대를 시장에서 몰아내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간 적자를 견딜 수 있는 편의점들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는 아마존 모델이자 구글 모델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대단히 오래된 모델이지만, 슬프게도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이 게임이 과거에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이 게임을 상대로 어떻게 싸웠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결과는 뻔하다. 편의점에서 일하거나 택시를 몰거나 혹은 다른 어떤 일을 하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비즈니스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관해 어떤 결정도 내릴 수 없고 위에서 시키는 규칙을 그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수입 수준이라는 면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웃 문화의 상실이라는 면에서도, 그 결과가 빈곤이 될 것이란 점은 명확하다. 도시가 사막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과 은행의 멋지고 깔끔하며 널찍한 내부를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대기실의 호화로운 좌석이 많이 비어 있는 일이 자주 있다. 일반 계좌를 가지고 외국에 송금하기 위해서 길게 줄 서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바로 옆 사무실에서는 상냥한 젊은 여직원이 이른바 VIP를 기다리며 하루 종일 혼자 앉아 있다. 어쩌다 한 번 들르는 기업인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 은행을 비웃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은행들은 몇몇 사람을 채용하지 않는가.
상위의 중산층에게 경고하고 싶을 뿐이다. 엄청난 경제적 균열을 만들어 낸 금융 중심의 우리 경제 속에서, 자신의 경제생활은 결코 똑같은 길을 걷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상위 중산층에게 말이다.
이윤이 좌우하는 경쟁적 시장경제에는 한계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이득을 취하려는 사람이 자신이 너무 나간 것은 아닌지 곰곰 돌이켜보는 날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 사회의 철저한 붕괴가 훨씬 빨리 다가올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가 아닌) 국군 뒤통수를 치는 ‘국군 뒤통수권자’라고 한다. 청와대 주사파 물러가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냐, 북조선 인민민주주의 김정은의 친구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자유한국당은 지난 2월26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영철 방남 규탄집회’를 열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평창 겨울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비난하는 말들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을 향한 두 사람의 발언은 쌍둥이처럼 닮아있었다.
지난해 12월12일 ‘친홍계’ 김성태 국회의원(3선·서울 강서을)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108표 중 55표를 얻어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당선 뒤 “대여 투쟁력을 강화해서 문재인 정권의 폭정과 전횡, 포퓰리즘을 막아내는 전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거친 말로 투쟁력을 높였다. 1월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이면계약 논란을 두고 “UAE 게이트는 본질은 문재인 정권의 과도한 정치보복이 초래한 외교적 위기”라며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하는 천둥벌거숭이 같은 정권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2월21일 권성동·염동열 의원에 대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로 자유한국당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실랑이를 벌이던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김 원내대표는 ‘전사’로서 모습을 보였다. 김 의원이 청와대에 자료제출을 요구하는 자신의 말에 청와대 실무자가 웃었다며 따지다가, 임 비서실장에게 “발언대에 서 보십시오. 발언대에 서세요!”라고 호통을 쳤다. “최대한 시간을 달라. 화를 왜 저한테 푸는지 모르겠다”던 임 비서실장에게 김 원내대표는 “국회를 무시하고 협조 안 한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본다”, “여기는 국회다”라고 답했다.
2월26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는 김영철 부위원장의 방문을 재차 비판하며 “상황이 이토록 엄중하고 국민적 갈등이 깊어지는 마당에 컬링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는 딴 소리를 하는 대통령을 보니 속이 터질 지경이다. 컬링이 그렇게 재밌는지 몰랐으면 감당 못할 나랏일을 덮어두시고 이참에 컬링을 배우는 건 어떤지 권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 앞에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연합뉴스).
■ 탄핵 반성했던 한 새누리당 의원
대통령 견제는 야당의 권리이자 의무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서 “대여 투쟁력을 강화하겠다”던 지향 자체를 비판하긴 어렵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김성태 원내대표의 투쟁법은 홍준표 대표와는 다를 거라 기대했다.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의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제기됐던 때 그는 조금 다른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 시절 2016년 11월17일부터 2017년 1월15일까지 60일 동안 활동한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최순실씨, 최순득씨,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무더기로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자 “인권이란 명분 속에 서슴없이 몸을 숨기는 행위야말로 국정농단 인물들이 얼마나 후안무치·안하무인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며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잠적’하자 <TV조선>에 출연해 100만원 현상금을 내걸었고, 국정조사에 출석하고도 자세가 나빴던 우 전 수석에게 “자세가 그게 뭐에요! 자세 똑바로 하세요”라고 다그치기도 했다. 여당 의원이었지만 국정조사에서 보여준 속 시원한 모습에 ‘MC성태’, ‘호통성태’라는 ‘애칭’도 생겼다.
그의 쓴 소리는 국정농단의 최종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도 피해가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한 2016년 12월9일 그는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드린다’는 제목의 보도 자료를 통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역사의 죄인으로서 역사 속에서 완전히 소멸되어야 할 것임을 천명한다. 새누리당은 해체하고 박근혜 정권의 구태는 역사 속으로 소멸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같은 해 12월27일 비박계 의원 29명과 함께 “진정한 보수 구심점이 되겠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개혁보수신당 창당까지 선언했다. 2017년 1월24일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헌법 위반과 국정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과오를 사죄드린다’면서 무릎 꿇은 의원들 중에는 김 원내대표도 있었다.
■ 돌아온 탕자? 개혁보수 코스프레였나
하지만 김 원내대표가 탈당 126일일 만인 2017년 5월2일 ‘친북 좌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바른정당을 버리고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에 입당하면서 수많은 정치인이 앞서 걸었던 ‘철새’, ‘박쥐’의 길을 택했다. 김 원내대표 등 바른정당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이 그리던 ‘새로운 보수’, ‘보수의 새 가치’를 126일 만에 찾았을 리 없었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있었다.
2017년 5월1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김 원내대표는 “병든 보수, 망가질 대로 망가진 자유한국당을 나름대로 고쳐보겠다고 뛰어들었다”고 ‘자유한국당 회군’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지방선거도 얼마 안 남아서 하부조직이 무너져서 현실 정치인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 이게 훨씬 명쾌한 답변 아닌가요”라고 묻는 김어준씨에게 “그런 답변을 요청하는 부분에 대해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고 에둘러 인정했다. 그렇게 그는 1년간의 ‘개혁보수 코스프레’를 마치고 자유한국당의 원내대표가 돼 홍준표 대표와 ‘케미’를 보여주고 있다.
‘오락가락’하는 김 원내대표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195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그는 1983년 사우디아라비아로 건너가 건설노동자로 2년간 일했다. KT 자회사에 1985년 입사한 뒤 노조위원장을 거쳐 1994년 전국정보통신노동조합연맹 위원장에 당선됐고,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 서울시의원 비례대표로 당선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임기를 마치고 2002년부터 한국노총 사무총장,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회 근로자위원 등을 맡으며 노동운동을 이어가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강서을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 2007년 대선에서 한국노총이 ‘친기업·반노동’ 공약을 내세운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공식 지지해 노동계 안팎의 비판을 받은 직후였다. 한국노총은 18대 총선에서도 일관되게 한나라당을 지지했는데, 김 원내대표는 이 선거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서울 강서을에서 계속 당선됐다.
개혁을 버리고 김 원내대표가 선택한 자유한국당은 10%대 초반 지지율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800명을 대상으로 2월27~28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지지도에서 더불어민주당이 44%, 자유한국당이 13%, 바른미래당이 8%, 정의당이 6%를 차지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5일 “여론조사가 아닌 여론조작”을 한다며 한국갤럽 불신 캠페인을 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때는 박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버리고, 대선 때는 자유한국당으로 돌아왔던 김 원내대표는 3개월 뒤 지방선거 결과엔 어떤 리액션을 내놓을까.
얼마 전에 지인(知人)으로부터 내가 젊어서 한때 사회운동을 같이 했던 사람들이 나를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신문 칼럼이나 SNS(페북) 등에 ‘남북 두 국가의 평화공존’을 한반도 평화의 밑그림으로 제안하는 글들을 보면서일 것이다.
나는 통일을 지금 단계에서 거론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아니라 남남갈등과 남북대결을 극도로 심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내 생각이 바뀔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면 나는 통일에 반대할 사람이 아니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독립’을 가망 없는 것으로 보고 전향하던 시기에 끝까지 독립운동을 한 선열(先烈)들을 마음 속 깊이 존경한다. 한편 그것과는 별개로 ‘해방’이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이어진 역사에 대해서는 실사구시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 힘으로 이룬 해방이 아니다.
일제의 패망으로 왔다.
그리고 냉전을 맞았다.
분단과 전쟁의 외적 요인이다.
삼일운동 이후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지만, 좌우 합작에 실패하였다.
분단과 전쟁의 내적 요인이다.
그리고 70년이 지났다. 남북은 각각 다른 길을 걸었고, 민족의 동질성보다 두 국가의 이질성이 훨씬 심화되었다. 그리고 지금 북핵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까지 내몰리고 있다.
삼일운동 100주년 되는 내년까지가 한반도 운명의 갈림길 될 것
다시 이 땅이 핵무기까지 동원된 전장(戰場)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를 슬기롭게 살려 평화의 발원지가 되게 할 것인가? 절체절명의 물음 앞에 서 있다.아마도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내년까지가 운명의 갈림길이 될 것 같다.
한 쪽은 베트남식 통일을 걱정하는데, 좀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한국 우파의 기우(杞憂)이거나 한국 안에서의 권력 투쟁과 관련이 있을 뿐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다른 쪽은 독일식 통일인데, 우리는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지금 단계에서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는 것 또한 권력투쟁을 한반도 전체로 확대하는 길이고, 최악의 경우는 내전(內戰)이다.
두 국가 체제로 민족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맞게 남과 북의 기본법 등이 개정되어야 한다. 각각 ‘통일’이라는 이름이 붙는 부서가 ‘민족협력부’의 성격을 띠는 부서로 바뀌어야 한다.
핵 보유를 했다고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남북관계에 북한이 주역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주역이 될 수밖에 없다. 남북의 국력 차이와 인류의 보편가치와 제도의 상대적 선진성 때문이다.
아마도 북미 간에 비핵화를 둘러 싼 치킨게임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다. 우리가 그것에 심하게 말려들 필요가 없다.
우리 안에 있는 반북 정서와 반미 정서는 내부 갈등을 심화시키는 쪽이 아니라 미국과 북한에 대해 전쟁방지를 위한 우리 외교의 주체적 입장을 강화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면 된다.
그 정도의 정치력은 이제 발휘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간 평화협정과 북미수교를 돕는 일이다.
북핵위기가 전쟁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임에는 분명하나, 그것이 대한민국이 집중해야 할 근본 과제는 아니다. 관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북핵에 함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최대 과제는 안정된 새로운 문명의 선진국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가장 튼튼한 보루이며, 언젠가 도래할지 모르는 통일의 확실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미래, 핵무기가 좌우하지 않아
북한의 미래는 핵무기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생존하기 위해서 개혁 개방을 해야 한다. 그 과정이 순탄할지(연착륙) 아니면 거칠지(경착륙)는 북한 스스로에 달려 있다.
언젠가는 선진화된 한국과 민주화된 북한 사이에서 세계 인류의 지향에 맞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위한 논의가 실질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통일일 수도 있지만, 두 국가로 평화로운 아시아 공동체의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이다.
그 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북한 인민들이 가장 좋아하고 손잡고 싶어 하는 나라가 동족인 대한민국이 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삼일운동이 성공시키지 못한 합작(협치와 연정)을 성공시켜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관문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통해 남북 간 대화와 북미 간 대화의 물꼬를 튼 것에 대해 진심으로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우리민족끼리’나 ‘통일’ 같은 말을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은 것 또한 높게 평가한다.
오히려 개방에 약할 수밖에 없는 북쪽이 이 말들을 주로 하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그 만큼 그 진의(眞意)를 잘 파악해야 한다. 나는 실제로는 북한이 ‘통일’을 더 경계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래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복잡한 국제정세와 열강들의 이해가 정면으로 부딪치는 지정학적 조건 속에서 그만큼 정부의 고뇌가 깊은 면도 있겠지만 나는 그것이 추측일 뿐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기를 바라는 몇 가지 사안들이 있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가 만들어온 터전 위에 지금 서 있다는 자각을 놓치면 엉뚱하고 위험한 길로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는 산업화에 성공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우리는 민주화 분야에서도 제도적 민주주의를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했다. 그리고 이런 성과들이 민족적 정의(친일청산)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현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고 보지만, 두 가지만 노파심에서 간략하게 언급하고 싶다.
하나는 반일(反日) 친중(親中)이나 반미(反美) 친중(親中)은 옳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한미동맹을 보다 수평적 관계로 발전시키면서 주변 열강과 점차 등거리 외교로 나아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람마다 느끼고 생각하는 친소(親疏)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의 정책은 냉철한 이해관계의 바탕 위에 서야한다.
또 하나는 이른바 ‘주류교체’에 대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떤 정권에 의한 인위적인 주류교체 시도는 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극도로 분열되어 있는 우리 현실에서 그런 시도는 오히려 나쁜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진정한 교체는 정권의 인위적 노력이 아니라 ‘맑은 물 붓기’에 의해 이루어진다.
진정으로 이 나라의 주류가 건강하게 변하기를 원한다면 ‘새로운 인간, 새로운 사회, 새로운 문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그 토양과 여건을 만드는 일에 힘을 쏟을 일이다.
삼일운동 100주년을 제2의 삼일운동으로 맞이하고 싶다.
지난 시기에 이루지 못한 ‘합작’의 성공을 통한 선진국 진입이 그 목표가 될 것이다.
※ 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조속한 만남을 희망했으며, 트럼프 대통령도 오는 5월 안에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는 뉴스를 접한 필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단상이다.
뉴스를 봤다. 대단한 진전이다. 아직도 뇌관은 많다. 평화가 정착되면, 근본적인 과제 즉 한국이 안정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좋은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ᆞ대미 노력이 성공하길 바란다.… 남북 두 국가의 평화공존과 민족 협력이라는 바탕 위에서 그에 이어 우리 내부에 건강한 보혁 합작의 대담하고 획기적인 결단을 바란다. 국부의 유지, 양극화 해소의 두 목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어떤 면에서는 대북ᆞ대미 관계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대한민국의 선진화는 한반도 평화의 가장 튼튼한 보루이고, 새로운 아시아 질서나 언젠가 논의될 통일의 믿음직한 자산이다.
“이렇게 잘 나가도 되는 거예요?” 요즘 전화나 sns를 통해 받는 질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곧 한다더니(3월 6일 평양 발 뉴스), 이제 북미 정상회담도 목전에 왔다(3월 9일 워싱턴 발 뉴스). 질문에 붙는 말이 있다. “갑자기 너무 잘 풀리니까 어쩐지 불안하네요 …” 뒤에 붙은 무언, 침묵이 꽤 심각하게 들렸다.
믿기지가 않아서였겠다. 작년 하반기 내내 북미 간에 오간 그 험악하고 아슬아슬했던 막말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뿐인가. 평화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었던 평창 올림픽 기간에도 펜스 부통령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 대표단에 대해 ‘투명인간’ 취급과 ‘코피(bloody nose) 전략’ 으름장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뀔 수 있나. 그렇다 보니 왠지, 뭔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난 웃으며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자신을 가집시다”라고 답한다. 분명히 기분 좋게 웃을 일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이따 밝히기로 하고, 우선 놀랄 일 하나를 더 들어보자. 지난 토요일(3월10일) 조선일보는 “트럼프는 북한과 수교하고 김정은은 핵 폐기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올렸다. 특히 마지막 문단은 인용할 만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과 미국·일본의 수교로 북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나서고 북한 체제 안전은 유엔과 한·미·북·중·러 등 동북아 관련국이 모두 참여하는 안전보장 체제로 푸는 것이다. 북이 핵만 버리면 이 세계에 북을 공격할 나라는 하나도 없다. 이 경우 대북 제재 해제와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단기간에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김정은이 핵을 버리고 미·북 수교와 제재 해제를 얻는 것이 살길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그 동안 모든 문제에 대해 북에 가장 적대적이었던 조선일보고, 그 사설이다. 그 조선일보가 “북한과 미국·일본의 수교”를 주장하고 “동북아 관련국이 모두 참여하는 북한 체제 안전보장”을 말하다니! 상전벽해로다! 가히 ‘역사적인 사설’이라 치하해주고 싶다.
물론 북이 궁극적으로 핵폐기를 결단할 정도의 확실한 체제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분명해야 한다. 하나는 북미, 미중 관계의 장기적 안정이다. 그런데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할까? 남북 양국 간 두터운 신뢰에 기초한 평화공존체제, 즉 한반도 양국체제의 정착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그 길로 가는 첫 고리가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성사시키는 북미·북일 수교다.
<다른백년>이 출범 이후 줄곧 주장해 온 바다. 이제 조선일보조차 <다른백년>의 합리적 주장에 공감하게 된 것이라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싶다. 부디 일회성 주장으로 그치지 말고, 조선일보의 사시(社是)로 확정해주기 바란다.
조선일보의 이 입장이 평지돌출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그 동안 ‘한반도 양국체제’는 이미 1991년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에서부터 싹이 트기 시작했음을 밝혀왔다. 그때 한국이 러시아, 중국과 수교한 것처럼 북도 미국, 일본과 수교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남북기본합의서도 그런 취지에서 채택되었고, 그 정신에서 92년에는 ‘한반도비핵화(남북)공동선언’도 나왔다. 합리적 보수라면 당연히 이 취지를 이어 받아야 한다.
이제 조선일보까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대열에 나섰으니 “지금 세계에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베와 홍준표 딱 두 사람뿐”이라는 모 정치인의 재치있는 코멘트는 정곡을 찌른 말이다. 여러 나라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자기나라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단지 북미 간, 남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평화의 문제임을 온 세계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세계적 경사에 진심으로 일익을 맡고 싶은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아베씨와 홍씨도 속 보이는 쪼잔한 짓을 그만하고 세계적 경사를 환영하는 세계인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이미지: 연합뉴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 불안한 이유는 사태의 흐름을 짧은 시각, 짧은 기억 속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작년 북에서 수폭 규모의 6차 핵실험을 하고, 그 전후로 연이어 ICBM 실험을 감행했을 때, 그리고 미국에서는 정말 금방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위협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북·미를 향해 대화와 평화를 내세우고 요지부동 밀고나갈 수 있었던 힘, 그 지속성, 일관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거꾸로, 지금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작년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면 대대적인 반북·종북 소동이 정말이지 요란하게 벌어졌을 것이고, 그 결과 박근혜가 그토록 꿈꾸었던 제2의 유신이 진짜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은커녕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가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평창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조차 불투명했을 것이다. 이미 그 때 한반도는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전화(戰禍)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정부 외교 저력의 원천은 촛불혁명
지난 1년여 대한민국 외교는 바른 방향으로 잘 왔다.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갈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된다. 좀 돌아가더라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가 왜 어떻게 그렇듯 ‘물가에 선 나무처럼’ 흔들림 없을 수 있었던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고가는, 밀어주는, 거대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6~2017년 촛불혁명의 위대한 힘이다.
큰 문제일수록 큰 변화를 못 읽을 수 있다. 촛불혁명의 실체적 존재감은 시종 지지부진하다 실패로 끝난 6자회담 5년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국제관계상 당시와 지금은 여러 기본 변수들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결정적인 차이는 단 하나, 대한민국 촛불혁명의 동력이라는 새 변수다. 북의 핵과 발사체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새 정부가 기존의 미국 대외정책 패턴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보려고 한다는 점도 물론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그 변화들은 그 동안 트럼프-김정은 충돌에서 보아 왔듯 긍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직 대한민국 민의의 가히 혁명적 변화, 그리고 그러한 민의를 충실히 받드는 새 정부의 출범만이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킬 힘으로 작용했다.
정상회담은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정상회담은 상징적 큰 합의 정도가 나오면 된다. 북이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미리 재 뿌리기’ 식의 추측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94년 북핵 위기 시 김일성과 카터가 만났을 때, 김일성 자신이 그런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북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유훈(遺訓)이란 신성한 것이다. 북미든 남북이든 상호 불신과 의혹을 남길 요구를 들고 나올 이유가 없다. 그보다는 남북·북미 관계가 정상화됨으로써 생기는 장기적 이점에 당사자 모두가 집중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집중해야 할 점은 남북 평화관계를 장기적 구조로 굳히는 데 있다. 남북 간의 깊고 두터운 신뢰의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 간 신뢰에 균열이 가면 북미·북일 수교는 물 건너간다. 그렇다면 ‘남북 간의 깊고 두터운 신뢰’의 핵심은 무엇일까? 남북 상호의 주권과 존재를 확실히 인정해주는 데 있다. 바로 양국체제다. 양국체제만이 남과 북 주권의 존립을 장기적·안정적으로 보장해준다. 실은 미국의 북 체제보장보다 더 실질적인 요점이다. 양국체제가 확실히 굳혀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길 때 북도 북미·북일 대화에 보다 큰 자신감과 믿음을 가지고 나설 것이다.
남북 평화관계 굳히기와 양국체제
한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아니 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 시 잠깐 반짝했을 때를 빼곤 도대체 제대로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한국 외교가 갑자기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다. 이어질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세 나라 정상이 올 노벨 평화상의 공동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1년간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줄곧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견지했던 쪽은 오직 대한민국 정부였다.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즐거운 변화 속에서 필자는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를 생각해본다. 필경 이 말에 물음표를 다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팍스(Pax)라니? 그건 힘에 의한 평화, 초강대국, 제국들이나 하는 폭력적 평화 아닌가? 우리 코리아가 그런 식의 팍스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렇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부터가 그러했다. 그 계열의 팍스 브리태니카,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다 그러했다. 모두 힘과 정복을 전제한 평화였다. 제국에겐 평화였으되 약소국엔 지극히 괴로운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팍스였기도 하였다.
동양에도 팍스가 있었다. 세계사상 가장 영토가 넓었던 팍스는 바로 몽골 대제국 시대, 즉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였다. 몽골제국만이 아니다. 진시황의 통일 이후의 중화제국, 팍스 시니카(Pax Sinica) 역시 그렇다. 한때 일본도 제국을 꿈꾸었으니 팍스 자포니카(Japoinca)였다 부를 수도 있다. 그런 동쪽의 팍스 역시 힘과 정복을 전제한 평화였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럼에도 팍스의 주체가 되었던 나라들, 그리고 그 후예들은 하나 같이 자신들이 인류문명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복속해야 했던 나라들에서는 사정이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한반도 발 세계평화, 한반도가 주도하여 이룩해가는 세계평화, ‘팍스 코리아나’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시선 뉴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팍스 코리아나’가 더욱 특별하다. 우선 기존의 모든 팍스가 그랬던 것처럼 ‘팍스 코리아나’도 분명 세계평화를 만들어낸다. 지금 남북·북미 정상회담부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명백하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양국이 평화공존체제를 이루어, 미중, 중일 간의 긴장과 갈등을 풀어간다면, 이것이 바로 팍스 코리아나의 진면목일 것이다. 한반도 발 세계평화, 한반도가 주도하여 이룩해가는 세계평화다. 더구나 폭력의 절대적 반대명제인 촛불혁명, 즉 순수한 평화의 힘, 위력으로 말이다.
또 하나 ‘팍스 코리아나’가 특별한 것은, 그 ‘팍스’는 코리아 내부의 깊은 폭력적 분열과 적대의 상처를 성숙하게 이겨낸 팍스일 것이기 때문이다. ‘팍스 코리아나’의 시작은 한반도 양국체제다. 한반도 양국체제란 상호 서로를 부정하고 적대하면서 처절한 전쟁을 벌였던 남과 북이 서로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내부에서 고난 속에서 싹튼 성숙한 평화의 힘이 세계평화의 밀알이 된다.
한국전쟁(Korean War)은 힘 대 힘의 극한 상황, 극도의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2차대전 이후 3차 세계대전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순간이기도 하였다. 다시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과연 힘 대 힘을 신봉하다 또 다시 세계 3차대전의 불쏘시개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오직 평화의 위력으로 세계평화의 선도자가 될 것인가.
기존의 제국 중심의 팍스(Pax)의 세계사에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진정으로 평화로운 팍스의 시대가 가능한가. 다른 어느 곳이 아닌 바로 이곳, 코리아에서 열어갈 길이 바로 그것 아닌가. 이 길을 필자는 ‘팍스 코리아나’라 부르고 싶다.
평창올림픽의 북한 참가에 이어 남북 및 북미 간의 정상회담 합의로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남북 관계가 급반전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인권이사회가 최근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해 특별 조사관과 상호대화를 가졌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2일 오후(한국 시각) 스위스 제네바의 이사회 본부에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Tomás Ojea Quintana) 북한인권 특별 조사관과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하여 상호대화(interactive dialogue)를 나눴다.
오헤아 킨타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자신이 북한과의 접촉을 소홀히 하거나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면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위반 형태가 지속된다는 점에 관하여 여전히 깊이 우려하고 북한 정부가 조사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인권고등판무관과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당사국인 북한은 이날 토론에 출석하지 않았으며 인권이사회의 발표 뒤 북한 노동신문을 통해 “이는 제국주의자들에 의한 인권이라는 미명의 공갈이며 이중잣대를 드러낸 것으로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면서 “지구상에 제국주의자들이 존속하는 한 인권은 실현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다른백년 편집자)
유엔인권이사회는 12일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Tomás Ojea Quintana) 북한인권 특별 조사관과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하여 상호대화(interactive dialogue)를 나눴다.
오헤아 킨타나는 이날 발표를 통해, 자신이 북한과의 접촉을 소홀히 하거나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면서 “미국과의 채널은 물론 남북한의 대화 채널이 점차 안정적으로 구축되면서 정치 및 안보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진전이 이루어지고 가까운 장래에 역사적인 정상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보인다”면서도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위반 형태가 지속된다는 점에 관하여 여전히 깊이 우려했다. 특별 조사관은 북한 정부가 조사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인권고등판무관과 소통할 것을 촉구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Tomás Ojea Quintana) 북한인권 특별 조사관(사진: 노컷뉴스).
특별조사관의 발표에 이어 계속된 논의에서 각국의 대표는 북한에서 지속되고 있는 인권 위반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어떤 방식의 협력이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질문했다. 인권 위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각국 대표는 평양과 유엔의 접촉 증가가 긍정적 상황 전개라고 지적했다. 몇몇 발언자는 특별 조사관이 건설적 대화를 촉진해야만 하며 북한을 악마로 치부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발언자는 북한에만 적용되는 기준이 조사의 저해 요인이며 긍정적인 대화에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언급했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공정한 방식과 긍정적 대화로 접근할 것이 촉구되었다.
논의에서 발언했던 대표의 출신 국가는 유럽연합, 리히텐슈타인, 러시아연방, 독일,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스위스, 스페인, 체코, 그리스, 폴란드, 헝가리, 쿠바, 시리아, 프랑스, 중국, 미국, 베네수엘라, 일본, 이란, 뉴질랜드, 네덜란드, 수단, 영국, 아일랜드, 벨라루스, 아이슬란드, 슬로바키아, 남한, 호주, 그리고 미얀마이다.
시민사회 단체로는 유엔와치(United Nations Watch), 세계기독연대(Christian Solidarity Worldwide), 국제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 세계변호사협회(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 “투팍아마루”인디언운동(Indian movement “Tupaj Amaru”), 그리고 성공적인 통일을 만들어가는 사람들(People for Successful Corean Reunification)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문서 기록
위원회는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특별 조사관의 보고서를 제출 받았다.(A/HRC/37/69)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특별 조사관의 발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특별조사관인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는 자신이 북한과의 접촉을 소홀히 하거나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인권이, 안보 상황의 인질이 아니라,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해왔다. 미국과의 채널은 물론 남북한의 대화 채널이 점차 안정적으로 구축되면서 정치 및 안보 분야에서 빠른 속도로 진전이 이루어지고 가까운 장래에 역사적인 정상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그는 지적했다.
특별조사관은 관련 국가의 모든 정부가 북한의 인권 개선 노력에서 손을 맞잡아야 하며, 이는 전 세계는 물론 관련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도 인권 상황의 조사에 발맞추어 문호를 개방하고 관계 회복을 공고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2015년 10월 이후 이산가족의 상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가족 상봉을 신청한 수천 명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이산가족 상봉이 시급하게 재개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특별조사관이 아직 북한을 방문할 수는 없었지만,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상황을 평가하는 데 줄곧 도움을 주고 있는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생생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특별조사관은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위반 형태가 지속된다는 점에 관하여 여전히 깊이 우려했다. 북한의 광범한 수용시설과, 표현과 이동 및 정보 접근에 대한 모든 형태의 가혹한 제한이 계속되면서 국가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고 무책임한 정부관리의 손에 인민을 방치하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된 사람들의 상태는 수용시설이 비밀리에 운영되기 때문에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 그러나 특별 조사관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여타 수용시설에서 벌어진 다수의 학대 사례에 주목하여 왔다. 심리가 개시되기 이전의 구금자들, 특히 외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은 여전히 고문의 위험에 처해 있다. 이들 여성 대부분은 불법 무역을 위한 밀수 루트를 사용했는데, 이는 인신매매 네트워크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북한으로부터 인신매매에 대한 법적 보호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여성은 밀입국 주선자들의 꾐에 빠져 중국인과 결혼하거나 섹스 산업에서 일하게 되기 쉽다. 특별 조사관은 수용시설에서의 학대와 고문 관행을 중지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고,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과 건강에의 권리 보장 등 수용시설의 상태를 개선할 것을 북한에 촉구했다. 그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1월 사이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의 숫자가 20%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북한과 중국 간의 국경 통제가 강화된 결과임을 시사했다. 특별 조사관은 중국에게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하고 탈주민이 국제 구호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북한 인민의 경제, 사회 및 문화 권리와 관련하여, 특별 조사관은 불안정한 식량 사정을 포함하여 기본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 하는 비참한 상황이 북한의 만성적인 문제이며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17년 3월 유엔의 북한 팀이 작성한 최신 평가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에 걸쳐서, 1천50만의 북한 인민 즉 전체 인구의 41%가 여전히 충분한 영양을 공급받지 못한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기본 욕구를 국가가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은 사적인 수단을 통해 음식과 여타 필수품을 확보해야만 했다. 북한 정부가 산업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농촌사회는 강제이주의 위험에 여전히 노출되고 있다.
특별조사관은 북한 정부로 하여금, 경제계획을 추진하면서 식량과 경제, 사회 및 문화 권리와 관련된 의무를 따르라고 촉구하고 국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을 권했다. 책임성을 제고하는 일은 조사단이 지속적으로 직면하여 온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책임지는 문화의 확립은 북한 당국의 행동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특별 조사관은 북한 정부가 조사에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인권 고등판무관과 소통할 것을 권고했다.
조사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북한이 국제 인권기관들과의 대화를 재개했다. 이는 수년 전만 해도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나아가 북한 당국은 유엔과의 협력 프로그램에서 인권 기반의 접근방식을 일부 채용했다. 또한 평화와 안정에 관한 주변 지역 시민사회와의 대화에도 참여했다. 이는 긍정적인 상황 전개이며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증거이다. 북한 조사단이 제기하여 온 인권의 핵심 이슈가 계속해서 의제로 남아 있도록 해야 할 의무가 국제 사회에 있다는 점을 특별 조사관은 지적했다. 계기가 마련되었고 이를 움켜잡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해당 국가의 입장 표명
당사국인 북한은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유엔인권이사회 회의 모습(이미지: 뉴스타운)
상호대화
유럽연합은 북한의 위중한 인권상황, 그 중 일부는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인권상황에 대하여 깊이 우려했다. 2018년 계획이 무엇인지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하여 어떤 기회가 있는지를 특별조사관에게 질문했다. 리히텐슈타인은 범죄적 잔혹행위를 기록하는 고등판무관의 책임성 프로젝트를 지지하며, 북한의 인권상황을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에 부응하여 행동할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남북대화의 결과 북한에서 지난 수년간 이루어진 긍정적 상황 전개의 시작을 지적하고, 인권을 의제로 포함할 수도 있을 평양과 서울의 향후 외교 대화에 기대를 표시했다. 특정 국가를 고립시키고 악마로 비난하기보다는 이들을 건설적 대화로 이끄는 것이 보다 나은 접근법이라고 특별조사관에게 상기시켰다.
독일은 북한에게, 국제법에 따르면 심각한 인권침해의 책임은 법적 처벌임을 상기시키면서 모든 인권침해를 끝낼 것을 요구했다. 보고되는 잔혹행위를 국제사회가 체계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가? 노르웨이는 북한의 체계적인 인권침해, 특히 표현의 자유 및 정보 접근의 제한과 수감자들의 상태에 대한 우려에 공감을 표시했다. 안보리의 제재가 인도적 지원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관하여도 지적했다. 에스토니아는 인권협약 위원회 및 특별 절차와 북한의 접촉이 증대했다는 점에 환영을 표시했다. 특히 장애인 인권 특별 조사관의 지난해 방문을 환영했으며, 북한 정부에게 권고의 이행을 촉구했다.
스위스는 지속되고 있는 중대한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했으며, 시민사회가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북한과의 대화를 증진할 수 있는 방안에 관하여 질문했다. 스페인은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책임져야 할 인물들을 해당 사법기관에 세워야 하며, 북한 정권으로부터 탈출하는 사람들의 취약한 상황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체코는 인권침해에 관하여 눈감으려는 완고함이 평양에서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화를 향한 현재 기회의 창을 지적하면서, 어떤 방식이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질문했다. 그리스는 보고서에 언급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우려를 다시 언급하며 한반도의 탄도 미사일 실험이 가져온 긴장 고조를 언급했다. 폴란드는 북한의 부패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며 이러한 현상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에 관하여 질문했다. 헝가리는 오헤아 킨타나 특별 조사관의 임무를 평양이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권침해의 중대함에 비추어, 여기에서 가장 크게 연루된 인물들에게 책임을 묻는 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쿠바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조사와 결의안이, 위원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진정한 협력에 역행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북한과 관련된 조작이 지속되고 있으며, 쿠바는 “정권 교체”를 목적으로 하는 조치들을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시리아는 위원회가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언급하고, 이 작업은 객관성과 중립성 그리고 비정치성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불개입 원칙이 적절하게 준수되지 않는 일이 종종 있다. 프랑스는 북한의 인권상황이 세계 최악이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에 대하여 대단히 염려했으며, 이들에 대한 면책이 중요함을 상기시켰다.
중국은 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대화와 협력을 요구했다. 또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긴장완화의 긍정적 계기를 모든 관련 국가가 붙잡아야 한다는 기대를 표시했다. 미국은 북한 인민의 안위, 특히 정치 수용소에 감금된 사람들의 안위에 관하여 여전히 우려했다. 북한 인민의 빈곤과 고립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북한 정권에게 있다. 베네수엘라는 북한에게만 해당하는 조사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특히 해당 국가의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위원회는 인권 이슈를 다룸에 있어서, 차별적이지 않은 방식 및 진정한 대화를 통해야 한다.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특별 조사관의 언급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특별 조사관인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는 북한과의 더욱 진전된 협력을 탐색할 수 있는 세 가지 영역에 관해 말했다. 첫째는 아동이 당면하고 있는 상황인데, 북한 정부가 아동인권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여성과 관련한 영역이다. 국제 기준을 충분하게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이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조사가 더욱 힘들지만 중요한 영역인데, 구금 시설의 상태에 관한 영역이다. 여기에는 국내 시설, 강제노동 수용소,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가 포함된다. 북한 정부가 구금시설 관계자들에게 과도한 폭력을 행사하지 말 것을 요구했으며, 권한을 남용한 관계자들을 해임했다는 정보가 있다. 경제제재의 영향과 관련하여, 제재의 해로운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기본 틀을 마련할 것이 안보리에게 요구되었다. 그러나 이에 관한 통계를 축적하고 국제사회에 정보를 제공할 의무는 북한에게 있다. 고문과 학대에 관한 주장에 대해서는 북한 정부가 스스로의 책임 하에서 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는 안보리를 포함한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와 함께 개입할 수밖에 없다.
상호대화
일본은 조사위원회가 설립된 후 5년이 지났지만,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이성을 잃은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이 포함된다. 일본은 유럽연합과 함께 북한 인권상황에 관한 결의안을 매년 안보리에 제출할 것이다. 이란은 위원회의 정치적 고려와 특정 국가에만 해당되는 이중기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는 기준은 비생산적이며, 모든 국가의 인권을 효과적으로 향상하는 근본 원칙 하에서 협력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뉴질랜드는 북한에서 대규모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관한 자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하여 왔으며, 제재가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을 국제사회가 인지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 특별조사관과 정무담당 유엔 사무차장의 방문을 환영했다. 네덜란드는 기독교인의 처형에 관한 세계변호사협회의 우려에 찬 보고서를 지적하면서, 사상의 자유에 관한 북한 정부의 제한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특별 조사관의 보고를 다시 언급했다. 안보리의 일원으로서 네덜란드는 안보리가 북한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라는 조사관회의 권고를 지지했다.
수단은 평양의 반응이 아직 없었다는 점을 들어 보고서가 근거에 바탕을 둔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권위원회는 북한의 시민 대중과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에 대한 제재의 영향에 집중해야만 한다. 영국은 평양이 북한 주민의 삶 모든 측면에 걸쳐 속박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정권은 비핵화에 관한 진정한 대화에 나서야 하며, 핵 개발에 앞서 주민 복지를 우선해야만 한다. 아일랜드는 북한의 불안정한 식량 공급에 특히 우려를 표명했다. 아일랜드는 작금의 제재가 북한 인민에게 어떠한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질문했다.
벨라루스는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는 기준이 비생산적이며 발전적인 대화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인권위원회는 평양과의 진정한 대화를 추구해야만 한다. 아이슬란드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주변 지역의 안정에 위협이라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평양과 특별 조사관 간 협력의 부재에 유감을 표하고, 고위급 회담이 인권상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슬로바키아는 정치적 불안정과 상호 적대적인 표현이 북한 상황을 다루는 데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슬로바키아는 평양과의 신뢰 구축에 필요한 수단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남한은 이산가족에게 사랑하는 이들을 만날 기회가 즉시 주어져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북한에 억류된 “남한” 및 여타 국가 시민들의 안위에 우려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남한은 북한과 유엔 인권기관들의 접촉을 지적했다. 호주는 북한이 보다 개방적으로 국제사회와 접촉하고 특별조사관의 방북을 허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호주는 심각한 인권침해에 연루된 인물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요구를 지지했다. 미얀마는 인권의 실현이 지역적 그리고 국내적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는 기준은 진정한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조사단과 해당 국가의 효율적인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와치는, 공동 발표문을 통해, 북한에서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는 정치범 수용소에서 벌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수감자는 연좌제로 인하여 수감되며 극악한 상황을 감내해야만 한다. 세계기독연대는 북한에 사상, 양심, 종교 및 믿음의 자유가 없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으며 끔찍한 생활환경과 무자비한 고문을 견디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기독교인이다. 국제인권감시단은 조사위원회가 북한에 관하여 기록한 반인권 범죄를 저지하거나 이에 대하여 책임을 묻는 등의 유의미한 진전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기소를 가능케 할 수단과 피해자 구제의 국제 메커니즘이 시급하게 필요하다.
세계변호사협회는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의 반인권 범죄에 관한 조사”라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의 로마 규정에 열거된 11개의 반인권 범죄 중 10개가 북한에서 자행되었다고 결론 지을 만한 합리적 근거를 찾았다고 언급했다. 국제사회와 안보리가 이들 범죄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적절한 조사를 통해 이들 범죄를 단죄해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유효한 여행증명서를 소지하지 않고 나라를 떠나는 “북한 주민들”이 강제로 송환되고 있으며, 이는 강제송환금지원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북한 주민의 절대 다수는 여전히 외국 인터넷에 접근할 수 없으며, 국제전화를 시도할 경우 독단적인 감시와 구금에 직면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투팍아마루”인디언운동은 북한 인민과의 연대를 표명했으며, 안보리가 발효한 일체의 군사위협과 경제제재를 규탄했다. 북한은 서방 국가들이 내세우는 선별적 정의와 이중 잣대의 희생자이며 인권위원회는 특정 국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공적인통일을만들어가는사람들은 “북한”의 핵 및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겨냥한 제재가 가솔린 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되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제재로 인하여 북한 정부가 더 많은 불법 행위에 관여하게 되었고, 군부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북쪽 국경을 통한 상품의 밀수를 중개업자들에게 명령하고 있다.
특별 조사관의 맺음말
북한의 인권상황에 관한 특별조사관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는 모든 인권의 상호의존성과 개별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경제의 개선은 시민권의 향상과 동반되어야만 한다. 그는 심지어 현재의 상황 속에서도 평양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나설 것을 회원국들에게 요구했다. 특별조사관은 회의장에 좌석 한 자리가 비어 있으며, 그 좌석은 바로 북한의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대화는 당사국의 비전과 계획에 관해 청취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 안보를 다루기 위한 해당 지역의 상황 전개는 평양의 인권정책에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북한 정부는 특정 국가에만 적용되는 기준과 결의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가 이 상호대화에 불참할 이유는 없다. 발전적인 대화를 위한 조건이 마련되었다. 책임성에 관한 이슈는 여전히 인권고등판무관의 우선순위로 남아 있으며, 북한 정권과의 접촉 노력은 인권에 관한 의제에서 손에 잡힐 만한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평양이 인권과 관련하여 정당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기 위한 협상에 각국이 나설 것을 특별조사관은 요청했다.
<프레시안>의 성추행 의혹 보도를 두고 당사자인 정봉주 전 의원(58)과 <프레 시안>의 공방이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정정보도와 사과가 없다면 프레시안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레시안이 가짜 뉴스를 서울시장 출마 선언식 1시간 반 전에 보도함으로써 출마를 못하게 하고 정치생명을 끊어놓으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기자회견 직후 <프레시안> 홈페이지는 일시적으로 접속 불능까지 됐다. 정 전 의원의 지지자들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겠다며 엉뚱한 사람을 지목해 ‘신상털이’에 나섰다가 60여명이 무더기로 고소당하기도 했다. 정 전 의원을 비롯해 <프레시안>과 관련 인물들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락내리락 했다.
<프레시안>은 후속 보도로 반격했다. 정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카페지기였던 닉네임 ‘민국파’가 “당시 정 전 의원을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렉싱턴 호텔로 데려다줬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국파’는 정 전 의원과 이미 사이가 벌어진 상태이고 미권스 카페에서도 문제가 된 인물이어서 증언의 신빙성이 없다는 반박도 나왔다. 정 전 의원 역시 “민국파는 수행 비서가 아니었다”고도 했다. 해당 보도를 한 <프레시안> 기자를 비롯해 몇몇 언론사 기자를 검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민국파’는 “피해자도 모르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렉싱턴 호텔에 간 사실을 양심에 따라 진술했을 뿐”이라며 “저에 대해 각종 음해가 벌어지고 있지만 이미 정 전 의원이 먼저 도와 달라 제안해 화해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7일 <프레시안>이 현직 기자 A씨가 기자 지망생이던 대학생 시절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 카페 룸에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보도로 정 전 의원은 당일 예정돼 있었던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까지 뒤로 미뤘다. 정 전 의원은 이틀 뒤 보도자료를 통해 “그 날 렉싱턴 호텔을 간 사실 자체가 없고 A씨를 만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에 <프레시안>은 피해자 A씨의 당시 남자친구였던 K씨가 사건이 벌어지고 2주 뒤 A씨로부터 받았던 e메일에서 이미 피해 사실을 밝혔을 뿐더러 이외 다른 지인들 역시 당시 피해 사실을 들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다만 이 e메일에서 사건 날짜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표현됐는데, 이를 두고 정 전 의원은 최초 2011년 12월23일이라고 보도했던 성추행 날짜가 24일로 바뀌는 등 보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공박했다.
정 전 의원은 당시 대법원 확정 판결과 수감을 앞두고 정신없는 와중에 모친까지 쓰러져 병원에 가야 했고 이후 명진 스님을 만나는 등 A씨를 만난 여력 자체가 없었다고 말한다. 당시 동시간대 찍은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알리바이’를 내세우고 있다. 피해자 A씨는 <프레시안>을 통해 입장을 밝히면서 “사적인 e메일에서 잠시 날짜를 혼동해 썼을 뿐 날짜를 번복한 적 없다”며 “2011년 12월23일 렉싱턴 호텔 1층 레스토랑에서 성추행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 잘난 척을 밉지 않게 하는 정치인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17대 전 국회의원, 아름다운 영혼의 소유자, 위대한 정치인,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정봉주 전 의원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주었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의 자기소개는 한때 가수 이승환까지 방송에서 따라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지역구가 태어난 고향이기도 하다. 1960년 서울 노원구 공릉동(당시 경기 양주군)에서 태어났다. 봉화 정씨로 정도전의 후손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경찰서장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집안 환경은 넉넉한 편이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독립심이 강했고 고교생 때는 복싱을 했는데 ‘전설의 일진’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김광선 선수가 절친한 후배인데 지금도 “아마추어 대회 나가면 챔피언 먹는다”고 대회 나가자고 할 정도라고 한다.
한국외대 영어과에 입학한 뒤 학생운동에 참여해 총학생회장과 민주화추진위원회 회장을 지냈다. 1983년에는 시위 주동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 형을 살았다. 당시 ROTC 22기 후보생 신분이었지만 임관을 앞두고 제명됐다.
1985년 대학 졸업 뒤에는 도시빈민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운동권에서 ‘마당발’로 통했다고 한다. 해직 언론인들이 주축이 됐던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 간사와 월간 <말>지 기자로 활동했다. 민주 운동단체의 전국 통합 조직이었던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그 후신 ‘전국민족민주운동협의회’(전민련)의 기획차장으로 활동했다. 민통련 의장이었던 문익환 목사를 4년여간 수행·보좌하기도 했다. 훗날 BBK 사건 의혹 제기로 수감되기 직전에 문 목사의 묘소를 참배하기도 한 이유다.
영어과 출신이기도 한 그는 ‘영어’에 대한 애착을 놓지 않았다. 재야 단체의 각종 외신회견에 단골 통역을 맡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면서도 영어학원에 열심히 다녔다고 한다. 1989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영어교사 양성 과정인 TESOL 과정을 마쳤다. 1991년에는 서울시 의원 선거에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신민주연합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다. 이후 모교인 한국외대와 손잡고 프랜차이즈 영어 학원인 외대어학원을 운영했다. 전국적으로 20여개의 분원까지 둘 정도로 성공했는데 이 시기에 “빌딩 한 채를 샀을 정도로 돈을 벌었다”고 했을 정도다.
정치권에 입문해서는 김근태 계열의 인사로 분류됐다.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도 김근태 캠프에 참여했다.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서울 노원구 갑에서 국회의원에서 당선됐다. 2007년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후보를 겨냥한 ‘BBK 사건’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결국 이 때 활동으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기소돼 뒤에 징역형까지 치르게 된다.
2008년 총선에서는 낙선했지만 그가 진짜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우주는 나를 기준으로 돌아간다”며 모든 것을 자기자랑으로 마무리하는 ‘깔때기’ 화법은 거부감을 주기보다 웃음을 자아냈다. <나는 꼼수다>가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부각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그의 인지도와 인기도 수직 상승했다.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의 회원 수는 10만을 가뿐히 넘었다. 그러나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기, BBK 사건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선고되면서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
감옥에서도 그는 ‘식스팩’을 만들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부터 미리 트레이너에게 맨손으로 운동하는 법을 배우고, 좁은 감옥에서 자는 연습을 미리 하기 위해 집 한켠 파우더룸 바닥에 쭈그리고 잤다고 한다. 수감 중 모범수로 선정됐지만 가석방은 되지 못하고 ‘정치인 최초’로 만기출소했다. 그는 출소하자마자 대한문 쌍용차 농성천막과 한진중공업 고 최강서 노동자의 장례식장, 한상균 당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올라가 있던 평택 송전탑 등을 찾았다. 이후 오프라인 정치강좌를 이어가기도 했고, 경북 봉화로 내려가 살면서 봉봉협동조합을 창립하기도 했다. 진보 진영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부수고 싶었다고 했다. ‘미권스’ 회원들을 참여시켜 협동조합이든 농촌공동체든, 사업이든 시작해 보겠다고 했다.
‘정치 본능’은 버리지 못했다. 2014년 1월부터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청담동에 오프라인 문화공간 ‘벙커’를 만들기도 했다.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종합편성채널의 방송프로그램에 패널, 진행자로 출연하면서 보폭을 넓혀갔다. 선거법 위반 실형 선고로 2022년까지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였지만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관리를 해 온 셈이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통한 복권은 그에게 있어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선거 출마 기회를 얻은 그는 서울시장 출마선언까지 거침없이 내달렸다.
■ 최고의 순간에 위기를 맞다
정 전 의원은 새벽 4시까지 자료를 읽다가 잠들고, 오전 5시50분에 일어난다고 한다. 체육관에 가서 2시간 동안 운동을 하고 각종 프로그램 녹화를 진행한다. 부족한 잠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채우는데 하루 3시간 남짓 잔다고 한다. 그의 열정은 놀랍다. 기자회견을 저지하려던 조계사 여신도를 폭행한 사건으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다혈질’이고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와 동시에 “단군 이래 최초로 휴대전화 번호를 명함에 찍어서 공개한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화끈하고 소통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생전에 문익환 목사는 정말 쉬운 표현을 썼다. 구어체로 글을 썼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다. 설득력이란 쉬운 데서 나온다.” 정작 정치인으로서 크게 성공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를 일상생활로 불러 내리는 데 그는 큰 역할을 했다. 배운 사람들일수록,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보통 대중들이 어리석어서 일이 안 된다고들 한다. 그것이 진정 대중을 움직이지 못한 아쉬움의 토로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이 만들어낸 틀이나 수사를 정당화시키고 싶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정 전 의원은 그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2012년 대선 패배에 대해서도 “실패가 아니다. 48%를 우리가 언제 얻은 적 있냐. 그걸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수감된 직후 ‘정봉주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그를 옭아맨 허위사실 공표죄가 선거 과정에서 검증과 의혹제기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취지에서 ‘허위임을 알고도 후보자를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도록 했다.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고 공공성에 부합한다면 처벌도 면책되도록 하는 조항도 넣었다. 결국 개정되지는 못했지만 감옥을 가면서까지 그가 걸었던 길이 의미 없지는 않았다는 방증이다.
남들이 말하기 어려운 진실을 폭로했다가 감옥살이까지 한 그처럼, 2018년 오늘에는 많은 이들이 성추행 피해 경험을 어렵게 털어놨다가 신상털이와 인신공격, 심지어 무고죄까지 뒤집어쓴다. ‘가카의 비행’을 폭로하는 일과 ‘미투 운동’은 서로 경중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두 중요한 일이다. 어쩌면 후자가 더 광범위한 사회 변혁을 이끌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그가 받고 있는 성추행 의혹은 뼈아프다.
정 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수감 중 생활을 이렇게 말했다. “150일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밤마다 울었어요. 가족이 보고 싶어서 우는 게 아니라 살아오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어도 제 양심에 비춰 잘못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것들 때문에요. 어저께 잘못한 거, 그저께 잘못한 거, 한 달 전에 잘못한 거, 1년 전에 잘못한 거. 이게 어디까지 올라가냐 하면 5살 때 잘못한 것까지 기억이 나면서 멈춰요. 그게 150일 걸린 거죠.”
정 전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을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라고 밝혔다. 한 번 물면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영국의 투견 ‘핏불테리어’가 가장 좋아하는 상징물이라고 한다. 그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던 ‘가카’는 검찰청으로 소환됐고, 구속에 사법처리까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허공에 대고 소리치는 것만 같았던 그의 외침이 이제 서서히 거대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려 할 무렵, 역설적으로 그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16일 정봉주 전 의원은 성추행이 있었다고 지목된 당일 하루 종일 1~5분 단위로 자신의 행적을 찍은 사진 780장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 <프레시안>을 제외하고 고소를 모두 취하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프레시안>은 정 전 의원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하겠다고 대응했다. 양쪽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모양새다.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 주목된다.
■ 참고자료
[경향신문 2018-01-19] 정봉주 인터뷰 “MB, 법의 심판대에 서면 더 끔찍한 비리들 드러날 것”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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