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아래의 글은 국제기구에서 오랜 동안 일해온 경제전문가가 남미를 중심으로 한 제3세계적 시각에서 세계화와 일방적 개방무역을 옹호해온 국제기구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미국우선의 신중상주의 물결을 오히려 수탈적 세계화를 저지하고 자주적인 국가주권의 회복의 계기로 바라보는 것이 흥미롭다. 오로지 개방무역과 세계화에만 매달리는 한국경제도 다시 한번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불 기회를 제공한다. 소수의 자본가들을 위한 맹목적인 세계화와 일방적인 개방무역에서 국가적 주권를 방어하고 지역사회 중심으로 민중들의 삶을 옹호하는 방향에서 평등과 호혜를 추구하는 올바른 국제무역의 시대를 꿈꾸어 본다.
그동안 미국이 배후에서 조종해왔던 국제금융과 무역분야의 중심축인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 10월초에는 호화로운 리조트 섬인 발리에서 만남을 가졌다. 그들은 트럼프 정부가 시작하고 부추긴 무역전쟁이 확대됨으로써 생긴 비참한 결과, 즉 국제투자와 경제성장의 감소에 대해 경고했다. 또한 그들은 국가의 번영을 막을 수 있는 보호주의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IMF는 올해와 2019년에 대한 세계경제성장 예측을 일방적으로 중단하였다.
이 모든 것은 협박성 유언비어에 불과하다. 사실은 경제성장 중에 무역과 투자의 증가로 인한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고, 오히려 세계화와 개방무역은 개발도상국과 선진공업국 모두에서 빈부격차를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선진제국의 지배도구이자, 엘리트를 위한 거짓말쟁이들이 자랑하는 GDP 성장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분배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러한 성장지표가 어떻게 계산되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냥 허공에서 끌어온 것인가? 페루를 예로 들어보자. 페루는 과거 5-7%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경제성장의 결실 중 80%는 국민의 5%에게, 나머지 20%는 95%의 국민에게 분배되었다. 상하 계층의 분열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방식의 분배가 가난, 불평등, 실업, 그리고 범죄의 문제를 심화하는 원인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아니면 IMF가 2018-2019년 베네수엘라의 새화폐에 대해 예상한 백만 퍼센트의 인플레이션을 보자. 이를 뒷받침할 근거도 없을 뿐더러 마치 제정신이 아닌 소리처럼 들린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이런 예상을 입증할 근거조차 그들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무역의 감소 때문에 생길 비참한 결과를 예상할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잘 알듯이, 무역은 부유한 선진공업국의 법인들이 오로지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만 유리한 체계이다. 무역에 참여하는 가난한 개발 도상국들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불공평한 계약과 이로 인한 빚 뿐이다.
IMF와 WB를 비롯한 다른 국제금융과 무역기관은 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이들이 행하는 일은 너무 노골적이고 명백하게 잘못된 일이고, “전문성”이라는 핑계로도 무마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들의 판단이 결코 틀리지 않는다는 명성 하나만으로 정부의 결정에 간섭할 수 있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정부가 외부의 간섭없이 자국의 자주적인 경제를 돌볼 기회를 빼앗음으로써 국가와 해당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경제침체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것을 원하는 국가가 택할 수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의 간섭에서 벗어나 자국의 사회경제적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하는 것임은 반복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좋은 증거는 중국이다. 중국은 1949년 10월 1일, 마오 주석의 통치하에 중화인민 공화국을 세우고, 몇 백년간 이어진 서양의 식민지 지배와 압제에서 벗어났다. 이후 마오를 중심으로 한 중국 공산당은 질병, 교육의 부재, 서양의 무자비한 수탈 등으로 붕괴된 나라의 질서를 바로 세워야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중국은 1980년대 중반까지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는 길을 택한다. 이를 통해 그동안 기승을 부리는 질병과 가난을 극복할 수 있었고, 전국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하고, 곡물을 비롯한 다른 농산물을 수출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완벽한 자급자족이 가능하게 된 후에야 국제투자와 무역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중국을 보라. 30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중국은 세계 1위의 경제력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서양의 제국주의가 감히 침략할 수 없는 초강대국으로 거듭났다.
굳이 그렇게 멀리까지 볼 필요도 없을 것이다. 미국의 노스다코타 주는 이미 자본과 주주의 욕심이 아니라 주의 경제적 수요를 충족하는 공공은행 시스템과 100% 취업률을 보장하는 생산과 서비스 활동의 계획을 통해 2008년의 “위기”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다. 이는 노스다코타 외의 미국 전역에서 실업률이 치솟았을 때의 일이다. 2008-2009년 사이 주의 경제는 3% 정도 성장했고, 현재에도 노스다코타 주는 나라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을 자랑한다. 이는 주의 경제발전 정책이 공공은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지역의 역량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노스다코타는 미국 유일의 공공은행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를 본받아 뉴저지, 뉴멕시코, 아리조나를 비롯한 다른 주와 로스앤젤레스 같은 도시도 공공은행을 만들기 직전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은 이런 예시를 언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이 은행과 기업의 과두제 집권층을 지원하는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전쟁일까? 아니면 “반세계화”일까?
지역주민에게 이득이 되고, 지역투자를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는 초자본주의 체계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화를 부르짖고, 정부로 하여금 내핍이라는 쓴 약을 삼키게 하며, 국민을 착취하고, 가난을 심화하고, 사회체계를 쥐어짜 자원을 훔치는데 최적화된 신자유주의적 경제원칙에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제는 깨어 일어날 시간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평화를 위한 만병 통치약도 아니고, 또한 타국에 간섭하여 중동을 비롯한 세계 여러 곳의 갈등과 전쟁을 악화시킨 것은 규탄받아야 마땅하지만, 그의 보호주의적 정책, 즉 “관세전쟁 ”은 세계화의 뱃가죽에 칼을 꽂아 넣은 것과 같은 행위이다. 세계화는 매우 신자유주의적인 경제원칙으로 지난 30년간 세계의 99.99%의 사람들에게 아담 스미스 이후 어떤 경제원칙보다 더 많은 슬픔과 비탄을 가져다 주었다. 트럼프가 이러한 행동을 의도하고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참모와 조언자들은 드러나던 드러나지 않았던 모두 맹목적인 개방적 국제정책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의 목적은 세계화를 통하여 대상국가의 정치적인 결집력을 끊는 것이며, 정복할 대상을 분할시키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워싱턴과 개발도상국 사이에 일어날 쌍방 합의와 협상 과정에서 상대국을 무장해제 시키는 것이다. 부패한 지도자가 다스리는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고, 따라서 제국이 내세우는 냉혹한 조건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정책의 목적은 미국의 뒷마당인 라틴 아메리카가 다시 자주권을 찾도록 도와 주는 것이 아니다. 이와 반대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 페루, 콜롬비아의 경우를 본다면, 이들에게 부과된 쌍방합의는 이들 국가를 미국과 달러의 패권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다.
요점은 지금이 자주적인 정치권을 되찾기를 원하는 깨어난 정부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지금은 세계화와 세계무역이라는 시류에 편승하여 무분별한 국제투자에 문을 열어줄 때가 아니다. 오히려 앉아서, 생각하고, 자주적인 지역정책으로 눈을 돌릴 때이다. 지역시장을 위한 지역경제, 그리고 해당 지역경제를 돕기 위해 지역의 돈을 자금화한 지역공공은행 등 말이다. 무역도 물론 지역경제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무역은 비슷한 목적과 정치적 믿음을 지닌 이웃이나 국가에 국한되어야 한다. 반세계화의 상황에서 무역은 쌍방에게 똑 같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것이며, 나아가 무역에 참여하는 모든 동업자에게 윈-윈 상황을 만들어줄 것이다. 무역이라는 단어의 원래 뜻처럼 말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적인 무역은 부유한 국가가 빈곤한 국가를 착취하여 이득을 얻는 식으로 기능한다.
평등하고 공정한 무역의 좋은 예시는 ALBA (남아메리카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 일 것이다. 11개의 라틴아메리카와 캐리비안 국가 (안티과, 바르두바 볼리비아, 쿠바, 도미니카, 그라나다, 니카라과, 세이트키츠와 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수리남, 그레나딘제도 그리고 베네수엘라)로 이루어진 연합인ALBA는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처음 만들어낸 것이다. ALBA는 무역이라는 것이 국가, 혹은 여러 국가 사이에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ALBA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이는 국제언론이 이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엘리트들은 평등이 성공한 예시를 다른 이들이 따라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거나, 더욱 알려지지 않은 공정한 무역의 예시가 세계 곳곳에 존재하지만, 역시 언론은 이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
평등하고 공정한 무역을 촉진하는 것은 WTO, IMF, 그리고 WB의 의제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들이 하는 역할은 이와 정반대이다. 오히려 서구가 남반부의 사람들을 착취하는 것을 중재하고, 특히 서구 EU 노동자들의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는 적립기금을 갉아먹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들의 공격대상은 물, 위생, 전기, 병원, 공항, 철도 등 사회 인프라의 민영화와 국제기업 금융시스템에 의해 악용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의 기반이다. 이득을 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신자유주의 경제원칙에 의해 민영화되는 것이다.
제3의 국가와 사회는IMF, WTO와WB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조언을 정책에 반영하고, 이들과 협력하여 일하는 것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이들은 유럽서방연합의 노예이자 미연방주의 제도(FED)와 월스트리트, 그리고 그들의 유럽은행 파트너들이 채무를 통한 노예생산을 위해 만들어낸 금융시스템의 노예이다.
이 글은 자신의 정치적, 경제적 자주권을 되찾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든 국가에게 하는 간절한 조언이다. IMF , WB 그리고 WTO가 퍼뜨리는 협박성 유언비어를 믿으면 안된다. 이들이 하는 것은 진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기관이라는 자신의 명성을 통해 통계를 작성하고, 이를 통해 현실을 조작하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시 한번 IMF가 베네수엘라의 명예를 훼손한 사건을 다시 돌아보자. IMF는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2018년에 백만 퍼센트의 인플레이션을 겪을 것이고, 이는 2019년에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상이 가는가? 이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발리에서던지, 워싱턴에서던지, 제네바에서던지, 이들의 말은 허공에서 끌어온 공포와 협박에 불과하다.
Peter Koenig
경제학자이자 지정학적 분석가이다. 또한 그는 물자원과 환경에 대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월드뱅크와 세계보건기구에 30년이 넘게 몸을 담고 환경과 물자원 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다.
필자는 이미 2021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생략을 예측했고, 그래서 <통일뉴스>에 기고할 목적으로 하루 전날인 2020년 12월 31일에 원고를 미리 써놨고, 이걸 ‘예측: 2021년 북 신년사를 대체한 제8차 당 대회’라는 제목의 분석글을 기고한 바 있다.(<통일뉴스>, 2021.1.1.)
아니나 다를까 북은 2021년도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김정은 위원장은 “위대한 인민 받드는 충심 변함없을 것 다시금 맹세”라는 내용을 중핵으로 하는 ‘전체 인민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형식의 새해인사를 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서한 <출처: 로동신문>
이를 두고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남측 사회에서 일어났다. 다름아닌, 통일부가 2021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1년 새해를 맞아 주민들에게 공개한 친필서한을 두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2012년 이후 전 인민을 대상으로 발표한 첫 친필 서한 형태의 ‘신년사'”라며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사례라면서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친필 서한도 ‘신년사’라고 판단한다, 했다.
참으로 수준 낮은, 아니 한심한 통일부이다. ‘새해인사’와 ‘신년사’가 어떻게 갔단 말인가?
말 그대로 새해인사는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에게 새해를 맞아 보내는 덕담인사이다. 단지, 그 덕담의 내용과 수위가 우리 자본주의 사고방식으로는 수용하기 좀 어려운 정치적 행위의 연장이기 때문에 그렇게 오해할 수는 있어도, 새해인사는 새해인사 일 수 밖에 없다. 반면, 신년사는 새해인사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수준의 문제이다. 최고지도자의 한 해 국정운영 철학과 국정운영 목표, 방식 등에 대한 계획을 당과 인민에 총화발표하고, 이를 당이 중심되어 군중적으로 조직동원하기 위한, 즉 한 해 북이 나아가가야 할 좌표방향과 목표에 대해 북 사회전체가 공유하고 결의하는 내용과 형식으로 집중된 고도의 정치행위이다.
바로 그 행위를 김정은 위원장이 생략하고, 시기적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제8차 당 대회(2021.1.5.개막)를 통해 대체한 것이다. 그러니 새해인사와 신년사와는 전혀 다른 층위의 차원문제이다.
어쨌든 그래놓고 기억을 되돌려보자. 북은 이미 지난해 8월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열에 제8차 당 대회를 2021년 1월에 개최할 것을 예고했고, 또 12월 29일에는 제7기 제 22차 당 정치국 회의를 열어 제8차 당 대회를 2021년 1월 초순에 개최할 것을 최종 결정함에 따라 정권수립 이후 아주 이례적인 예외 없이는 곧잘 지속되어왔던 최고지도자의 신년사가 생략될 것임을 미리 예고했었다.
유추하면 다음과 같다. 북도 여느 사회주의국가처럼 당 우위의 국가체제이다. 그러면서도 수령의 절대권한이 보장되는 수령중심의 체제이기도 하다. 바로 이 두 의미가 교집합되면 1월 초에 개최될 당 대회, 그것도 당의 최고의사결정 단위인 당 대회에서 그 조직의 최고지도자가, 그것도 ‘유일’최고지도자가 자신의 국정철학과 국정운용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체제원리적으로도 맞다.
조선노동당 제8차대회가 5일 오전 평양에서 개막되었다. <출처: 노동신문>
2. 제8차 당 대회 소집목적에 대한 간략한 고찰
제8차 당 대회 소집목적이 어디 있느냐는 <조선중통신>이 보도한 1월 6일 자 기사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통신은 그 소집목적을 공개했는데, 이로부터 이번 제8차 당 대회가 어떤 목적을 갖고 개최하려 했는지에 대해 충분히 유추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고조기, 장엄한 격변기가 도래한 시대적 요구에 맞게 당중앙위원회의 사업을 전면적으로 엄중히 총화하고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 실제적인 개선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8번째로 되는 당대회를 소집했다.”
분석하면 첫째, ‘새로운 고조기’는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전진하는 북의 향후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름하여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의 ver.2이다.
둘째, ‘장엄한 격변기’는 미국과의 판가리싸움에서 결정적 승리국면을 반드시 열어제끼겠다는 의미가 있다.
셋째, ‘사회주의 위업의 보다 큰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정확한 투쟁방향과 임무를 명백히 재확정하며’에서 확인받는 것은 자강력제일주의와 정면돌파전에 기초한 자체의 힘, 주체역량강화에 기반 한 전략노선이 채택된다는 의미를 함의한다.
넷째, ‘실질적인 개선대책’에서 확인받는 것은 사회주의제도와 질서를 ‘개건’과 ‘개선’을 통해 보다 우리 식(주체)사회주의제도를 더 확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고했고, 그 모습은 수령-당-대중의 혼연일체에 있다.(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 구현과 당을 김일성·김정일주의로 무장된 혁명적 당으로 질적 전환을 내 오는 것, 그리고 수령의 절대성이 더 공고화 되는 방향으로의 정립이다.)
3. 총론적 분석: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중심으로
내용적으로는 대략 4가지 방향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북 언론보도가 이를 증거 해주는데 △첫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둘째, 조선로동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셋째, 조선로동당규약개정에 대하여 △그리고 마지막 의제가 조선로동당 중앙지도기관 선거부분, 그렇게 4가지 의제로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이후 북의 국정운영 방향과 좌표 관련해 핵심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은 뭐니 뭐니 해도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A4용지 20여장 분량에 해당되는 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이하, ‘김정은 위원장의 보고’로 약칭, 정식 보고명칭은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을 새 승리에로 인도하는 위대한 투쟁강령’이다.)이다. 12일 폐막 때 채택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결론’ 부분도 매우 중요한 분석 자료이다.
해서 이 두 부분을 and적으로 조합하면 지난 제7차 당 대회 분석이 어떻게 심층분석 총화됐고, 향후 5년간 북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총적과제가 집대성된다. 5년간의 국정운영 방침결정서가 그렇게 수립되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당 대회도 일반적으로 당 대회가 개최되면 최종적으로는 결정서 채택을 끝으로 폐막되는 그런 경로를 그대로 따랐다. 대회 기간이 좀 길어지면서(역대 두 번째로 긴 대회, 1/5 ~ 1/12) 한때는 결정서 채택없이 끝날 수도 있겠다는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 예외를 북은 허용하지 않았다.
물론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문제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기간 사업총화보고를 했는데도, 그에 대한 결정서 채택이 없다?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북 체제의 특성 간과이다. 결과, 이번 제8차 당 대회도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와 결정서 채택중심으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 치의 어그러짐도 없는 북의 생각과 의도, 국정운영방향을 알 수 있다.
틀은 다음과 같다.
제1부: 제8차 당 대회 총론분석: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이념으로 무장되다
제2부: 제8차 당 대회 대내관계 분석: 정면돌파전과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에 대한 이해
제3부: 제8차 당 대회 대외관계 분석: 북미, 남북관계 전망을 중심으로
이 중 이 글은 우선 그 첫 번째, ‘제8차 당 대회 총론분석: ‘위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 3대 이념으로 무장되다‘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시작해 보자. 총론분석 그 첫째, 북은 이번 제8차 당 대회가 갖는 의미에 자신들의 현 단계 혁명발전단계 성격규정을 명확히 했다. 어떻게? 혁명의 ‘정착기(김일성시대)’를 거쳐 ‘과도기(김정일시대)’가 끝나고,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는 자신들의 혁명발전단계가 ‘계승기와 발전기’ 단계로 진입했음을 공식 선언했다.
“우리 당과 혁명발전에서 중대한 정치적 사변(강조, 필자)으로 되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는”에서 확인받듯이 이번 제8차 당 대회 개최를 ’정치적 사변‘으로 성격 규정해 북의 사회주의 혁명발전단계가 ’계승기와 발전기‘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려 내었다.
구체적 뒷받침은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는 조성된 대내외형세하에서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주객관적 요인들과 심중한 결함들을 인정하고 당과 국가사업전반을 혁신하며 사회주의위업을 승리의 다음단계로 이행시키는데서(강조, 필자) 나서는 명확한 투쟁과업과 방도들을 밝힌 위대한 실천강령이다.” 이어 “전투적 기치이며 주체위업의 력사적뿌리와 오늘, 미래를 굳건히 이어주는 혁명적 문헌으로 된다.”고 성격 규정한데서도 그 의미가 찾아진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 보고된 사업총화가 1월 12일 채택된 결정서(정식명칭: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 결론)에서는 자신들의 혁명단계를 “혁명과 건설의 새로운 고조기, 격변기를 열여놓기 위한(강조, 필자)”단계로 성격 규정했다. 그렇게 북의 사회주의가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에 진입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이 되었음을 사회과학적 용어로 정립해내었다.
총론분석 그 둘째, 사회주의완전승리노선을 본격적으로 가동시킬 수 있는 물적·정치사상적 토대가 확고히 구축되었음을 선언하였고, 이를 5개년 국가발전계획 목표완성과 연동시켜 내었다. 그 대강으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강조, 필자)”임을 분명히 했다. 방침으로는 “현 단계에서 우리 당의 경제전략은 정비전략, 보강전략으로서 경제사업체계와 부문들사이의 유기적련계를 복구정비하고 자립적토대를 다지기 위한 사업을 추진하여 우리 경제를 그 어떤 외부적영향에도 흔들림없이 원활하게 운영되는(강조, 필자)”원리의 천명이다.
이미 이 기본원리는 제7차 사업총화보고에서 확인된다. “현 단계에서의 조선혁명의 진로를 명시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보고의 진수는 우리자체의 힘, 주체적력량을 백방으로 강화하여(강조, 필자) 현존하는 위협과 도전들을 과감히 돌파하고 우리 식 사회주의건설에서 새로운 비약을을 일으키며”로 정의 된데서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고, 이번 결정서를 통해서 “사회주의건설의 주체적 힘, 내적동력을 비상히 증대시켜(강조, 필자) 모든 분야에서 위대한 새 승리를 이룩해 나가자는 것이 조선로동당 제8차대회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입니다.(강조, 필자)”로 정식화 되었다.
총론분석 그 셋째,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거쳐 확립된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또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가 북의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되었다는 점이다. 달리는 김정은식 통치스타일이 확정되어졌음과 같다. 이는 통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치스타일을 ‘선군정치’로 규정했다면,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거치고, 규약 개정전문이 발표되지 않아 그 내용 속속들이는 알 수 없으나, 일부 공개된 당 규약 서문확정을 통해 드러난 김정은식 통치스타일은 분명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이다.
당 규약 서문 표현은 이렇다. “우리 국가의 지위와 국력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승리에서 더 큰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전진하고 있는 혁명발전의 요구를 반영하여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사회주의 기본정치방식으로 정식화(강조, 필자)하였다.” 그 근본정신에 ‘모든 것을 인민을 위하여, 모든 것을 인민대중에게 의거하여!’라는 기치가 있고, 이를 김정은 총비서는 사업총화보고에서 “정세가 아무리 엄혹하고 난관이 중첩되어도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를 철저히 구현하면 불리한 모든 요인들을 능히 극복하고, 방대한 과제들을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방식으로 정식화하였다.
북은 그렇게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방식으로 전환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군대이자 당이고 국가이며 인민’이라며 군대중시의 선군정치와는 달리 이번 당 대회에서 “인민군대가 참다운 인민의 군대라는 사명과 본분(강조, 필자)을 다하라”고 주문하면서 2020년도 여름 태풍과 홍수 피해를 당한 인민들을 위해 군인과 평양 핵심 당원들을 피해 복구 지역에 파견한 것은 인민대중제일주의정치구현의 대표적인 사례이자, 당과 군대의 존재 이유를 인민에 대한 헌신복무에 찾아야 한다는 진리를 실천적으로 입증해 주었다.
총론분석 그 넷째, 이번 제8차 당 대회를 통해 드러난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등 대외관계 부문은 기존 형제국들과는 친선과 우호협력을 보다 공고히 하면서도 미국을 대하는 방식으로는 핵무력 강화발전노선에 근거한 대북적대정책을 분쇄하고, 조국의 자주적 통일방향을 명확히 하였다. 증명하면 제8차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 “대외정치활동을 우리 혁명발전의 기본 장애물,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지향시켜나가야 한다.” 고 못 박고, 그 방도도 “국가핵무력건설대업을 완성(강조, 필자)하는것은 우리가 리상하는 강력한 사회주의국가건설행정에서 반드시 선차적으로 점령해야 할 전략적이며 지배적 고지”임을 분명히 밝혀 핵무장력 강화발전을 통해 미국을 제압하겠다는 의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연장선상에서 미국을 상대하는 기본원칙이 ‘강대강, 선대선’의 대미정책이 수립되었다. 해서 향후 북의 대미전략은 일관되게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에 기본방점이 찍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으로 나아가는 프로세스가 확립될 것이다.
이를 남북관계와 연동하면 총화보고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듯이 “남조선당국이 비정상적이며 반통일적인 행태들을 엄정관리하고 근원적으로 제거해버릴 때(강조, 필자) 비로소 공고한 신뢰와 화해에 기초한 북남관계개선의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될 것”임을 분명히 해 남측당국(현, 문재인 정부)이 민족자주와 자결의 정신으로 되돌아오지 않는 한, 구체적으로는 4.27판문점공동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약속이행이 담보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 진전없음은 보다 확실해졌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신년사와 이인영의 통일부는 여전히 방역과 인도적 지원문제 등에 집착하는 ‘작은교역’에 매달리고 있다. 참으로 번지수 잘 못 짚었다.) 달리 표현은 북이 미국과의 적대관계 청산을 기본핵으로 해 남북문제를 해결해가겠다는 전략구사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당분간 남북관계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소강국면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총론분석 그 다섯째, 통상 각급 당 체계를 중심으로 총화분석이 이뤄지던 특성과 절차대신, 이번 제8차 당 대회는 개최이전 4개월 전부터 당 중앙위원회에 비상설 중앙검열위원회를 구성하고 ‘요해사업 소조’를 각 도와 성, 중앙기관들에 파견하여 진행한 특성이 있다.(이름하여 ‘총결기간’으로 표현됨.) 아마도 이는 2020년 8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을 주관하면서 제8차 당 대회에서 결정될 5개년 국가발전계획과 관련해 제 7차 당 대회 결정사항인 5개년 국가발전전략에 대해 “해부학적으로 분석총화하고”에 대한 약속이행절차였고, 그 만큼 핵심당원 중심으로 심층적으로 분석총화가 이뤄졌음을 증거한다하겠다. 결과, 향후 5년 동안 ‘우리 국가제일주의’와 ‘인민대중제일주의’, ‘자력갱생전략’ 3대 키워드로 국가운영방침을 명확히 해냈다.
추진동력으로는 당 제7차대회가 강조한 ‘자력갱생정신’과 그 실현을 위한 투쟁방침인 ‘정면돌파전’을 지속시켰다. 이것이 사업총화보고에는 “우리 당의 자력갱생전략은 적들의 비렬한 제재책동을 자강력증대, 내적동력강화의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키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사회주의건설에서 항구적으로틀어쥐고나가야 할 정치로선(강조, 필자)으로 심화발전되였다.” 더해서 “자강력을 증대시켜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치기 위한 전인민적인 투쟁속에서 자력갱생은 주체조선의 국풍으로, 조선혁명의 유일무이한 투쟁정신으로 더욱 공고화(강조, 필자)되였다.”고 맺는다.
이상으로 제8차 당 대회 분석을 총론적으로 끝냈다.
핵심은, 북의 혁명발전단계를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의 고조기·격변기로 분명히 한 것과, 사회주의완전승리단계 고지점령을 위해 보편적인 사회주의 질서체계(예, 김정은 위원장 총비서 추대, 당의 혁명적 기풍확립, 당 중앙의 유일적 사상체계 확립 등) 구축, 그리고 대외관계는 형제국들과는 상호협력·친선확대를 도모하면서도 미국과 남북관계는 보다 핵무력 강화와 자주·자결에 기초한 정공법에 보다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분쇄와 자주적 통일방향으로의 전환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조세도피처를 통한 역외 탈세 문제를 비판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그러나 애플비(Appleby) 유출 문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상무장관인 윌버 로스 등 최측근과, 대선 당시 트럼프에게 고액을 후원한 재계 인사들이 대거 발견되었다. 특히 이 중 일부 인사들이 조세도피처에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국제 제재 대상이던 러시아 자본과의 은밀한 거래를 통해 큰 돈을 번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트럼프의 오랜 친구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의 조세도피처 활용법
상무장관에 오르기 전 윌버 로스는 ‘기업 사냥꾼’으로 불렸다. 월가 사모펀드 계의 대부로, 부도 위기의 기업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비싼 값에 되팔아 차익을 올리는 것이 그의 주특기였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로스는 재계 12위였던 한라그룹의 구조조정에 참여해 한 몫 챙긴 바 있다.
하지만 조세도피처에 유령회사를 세워 각종 사업을 벌인 사실은 이번 ICIJ의 국제 공조 취재로 처음 드러났다.
애플비 자료에 따르면, 로스는 케이맨 제도에 설립한 ‘WL 로스 그룹’을 통해 역시 조세도피처인 마셜 제도에 본사를 둔 해운회사 내비게이터를 사들였다.
로스는 이 회사를 통해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측근들이 운영하는 기업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 내비게이터는 특히 지난 2012년 푸틴의 막내사위인 키릴 샤말로브가 소유한 에너지 기업 ‘시부르’와 10년 짜리 가스선 운항 계약을 맺는 등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내비게이터는 해당 계약을 맺은 이후 매출과 수익 모두 크게 신장되었고, 이 회사의 상위 5대 거래처에 시부르가 포함될 정도였다. 2015년의 경우 내비게이터의 총 매출액 중 9퍼센트인 2870만 달러, 우리 돈 320억 원이 시부르와의 거래에서 발생했다.
트럼프 초대 상무장관 로스와 푸틴의 막내 사위 키릴 샤말로브의 ‘상부상조’
시부르는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침공한 이후 주요 경영진인 제너디 팀첸코와 레오니드 미켈슨 등이 금융제재 대상 인물로 지정돼 투자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조세도피처를 이용해 검은 사업을 운영한 로스와 러시아 국영은행 개즈프롬은행과 국영투자펀드 등을 동원해 금융 지원을 아끼지 않은 푸틴 덕에 시부르는 국제 제재의 타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로스는 지난 2014년 키프로스은행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해충돌방지법에 따라 내비게이터의 이사직을 사임했다. 그러나 그의 측근 웬디 테라모토가 그 자리를 이어 받았다. 테라모토는 현재도 미 상무부에서 로스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사모펀드 ‘WL Ross & Co.’와 같이 로스가 장관직 수행을 위해 사임한 기업의 임원직을 물려받아 수행하고 있다. 로스가 공직에 있으면서도 측근을 통해 시부르 같은 러시아 기업들과 거래를 지속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뉴스타파와 함께 이번 ICIJ의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스웨덴 방송사 SVT가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해명을 듣기 위해 시부르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시부르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윌버 로스는 애플비의 최대 고객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애플비는 로스 소유의 ‘WL Ross & Co.’와 관련된 페이퍼 컴퍼니를 케이맨 제도에서만 50개 넘게 관리해왔다.
미 상무부 대변인 또한 로스 소유의 사모펀드 ‘WL Ross & Co.’’가 내비게이터의 실제 주인이라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시부르가 제재를 받은 사실 또한 없다고 ICIJ 측에 해명했다.
트럼프 선거자금 댄 고액 후원자들도 조세도피처 활용한 것으로 드러나
이번 애플비 유출 문서에는 지난 미국 대선 당시 거액의 선거자금을 후원해 트럼프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히는 사람들의 이름도 쏟아졌다.
트럼프의 대출 규제 철폐 관련 대선 공약에도 큰 영향을 미친 워렌 스티븐스도 그 중 한 명이다. 철저한 시장주의자이자 오랜 공화당 지지자인 그는 저신용자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고리의 이자를 뜯어가는 대출업으로 악명높은 인물인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설정한 대출 규제 철폐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화당에 로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지지자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설립자 폴 싱어,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 헤지펀드 투자자 로버트 머서, 카지노 거부 셸던 애덜슨 등도 애플비 고객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번 유출 문서엔 러시아 사업가 유리 밀너가 트럼프의 사위이자 백악관 선임고문인 재러드 쿠슈너의 부동산 업체에도 투자한 사실이 나타났다. 밀너가 러시아 국영은행 등이 조세도피처를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투자하는데 중개인 역할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최측근, 그리고 주요 정치자금 후원자들이 조세도피처와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게 드러나면서 트럼프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취재 :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 김지윤 촬영 : 김남범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경실련 등 해외 48개 단체, 「핵무기금지조약」 다자협약 비준,
핵군축 6자회담 개최, 동북아 비핵화지대 등 ‘핵무기의 종언’ 촉구
김정은 정권의 반복되는 핵실험과 탄도미사일은 미국을 향하고 있고, 260여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 역시 집권 2기 출범과 함께 미국과 나란히 군사강국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베 총리 역시 미국의 핵우산 속에서 평화헌법 개정을 통해 전쟁 가능한 국가로 탈바꿈해 동아시아 패권경쟁에 발을 맞추려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전 세계는 일상적인 핵위협과 불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UN은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조약 가입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이에 경실련 등 해외 48개 단체는 11월 7일(화) 오전 10시 UN핵무기금지조약 비준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공동서한을 주한미대사관에 전달합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방한 일정에 핵무기금지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향후 핵무기금지조약 비준을 촉구하는 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공동서한에는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것으로 유엔 <L45호 2018 핵군축 고위급회의> 결의안 지지, ▲고위급회의에 직접 참석하여 ‘핵무기의 종언’ 선언, ▲「핵무기금지조약」 체결 비준 등의 내용 등이 담겨 있습니다. 비준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전 세계의 평화를 구축하는데 큰 기여할 것입니다. 특히, 서한 속에 인용된 <L45호>는 ▲포괄적인 다자협정 통한 핵무기 전면폐기 가속화, ▲핵무기 철폐약속에 의한 공동선 확장 등의 효과가 기대 됩니다.
[현장] "미국정부, 성분 규제완화 조치 철회해야"... 진상규명 등 관련법안 통과 호소
[caption id="attachment_185015" align="aligncenter" width="640"]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아래 피해자들)이 국회로 향했다.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아래 진상규명법)'과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아래 피해구제법) 개정안의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서다.[/caption]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아래 가피모) 회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이하 가습기넷) 활동가들은 지난 6월 26일 SK를 시작으로, 가해기업들에 대한 진상규명과 엄벌을 촉구하는 시리즈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6일 국회에서 18번째 시리즈캠페인이 열렸다.
'진상규명법'은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라는 두 사회적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방지하자는 목적에서 발의되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어 지난해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이 법안은, 11월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85016" align="aligncenter" width="594"]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아래 피해자들)이 국회로 향했다.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아래 진상규명법)’과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아래 피해구제법) 개정안의 통과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 가습기넷[/caption]
'피해구제법 개정안'은 가해기업의 추가배상과 피해자 구제확대 등을 골자로, 부족한 현행법을 보완하는 취지다. 환경운동연합 정미란 부장은 "최근 문건에서 드러난 바 있듯이,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인 방해와 여당이던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진상규명 작업은 벽에 부딪치곤 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도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모두 진상규명이 되어야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재발을 우려하는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구제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현행 법안이 사실상 반쪽짜리"인 만큼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7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바람도 있었다. 미국정부가 WTO에 제기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규제완화조치를 철회해달라는 것이다. 한 참여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고, 신고된 환자만 1200명이 넘는 참사를 미국정부가 모르는 것이냐"며 한탄했다.
[caption id="attachment_185017" align="aligncenter" width="640"] ▲ 7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바람도 있었다. 미국정부가 WTO에 제기한 가습기살균제 성분 규제완화조치를 철회해달라는 것이다. 한 참여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어 놓았고, 신고된 환자만 1,200명이 넘는 참사를 미국정부가 모르는 것이냐”며 한탄했다. ⓒ가습기넷[/caption]
지난 10월 9일 우원식 의원이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WTO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CMIT/MIT의 '스프레이형제품사용'을 제한하는 환경부의 조치를 완화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의 공식 피해접수창구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의하면 2017년 11월 3일까지 신고된 피해자는 모두 5893명이다. 이 중 사망자는 21.6%인 1271명이다. 이 캠페인은 매주 월요일 낮 12시에 계속된다.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해외망, 트럼프 한국에 수십억 달러 미국 무기 구매 요구 -트럼프, 미 군수물품 구매 ‘취업 기회와 무역 불균형’ 해소 -한미 FTA 개정 중점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중국 언론들이 연이어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망은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다. 해외망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행기이든 미사일이든 그것이 무엇이든…한국은 수 십억 달러의 ...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한 획기적인 조치는 없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강력한 대북 압박 태세를 고수하고,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입과 한미 FTA 재협상 등 막대한 동맹의 비용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양국이 원칙적으로 ‘평화적인 해결’을 내세웠지만, 이러한 조치들이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과 갈등을 완화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과시하는 군사태세와 무기 증강 등이 한반도에서의 대립과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한반도 핵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거듭 확인되었던 정책기조이다. 지난 6월 한미정상이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최대한의 압박을 결의했지만 북한은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감행한 바 있다. 북한은 한미 당국이 대화와 협상을 외면했던 그 시기를 거쳐 지금은 거의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한미정상은 또 다시 북한에 대한 강력한 군사 태세만을 강조했고, 문재인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제재와 압박에 집중할 때”라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은 찾아볼 수 없고, 한반도를 지속적인 군사적 대립과 갈등상태에 두기로 결정한 한미정상회담이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막대한 비용이 지불되는 동맹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한반도 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놓은 트럼프 행정부는 노골적으로 무기 강매에 나섰고, 문재인정부는 한반도 평화를 명분으로 미국산 무기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를 확대하고 한국의 핵잠수함을 포함한 최첨단 군사정찰 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를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 평택미군기지 건설비용은 한미가 절반씩 부담할 것이라는 노무현 정부 당시 주장과는 달리 건설비용 약 10조 원 중 92%를 한국이 부담했고, 기지이전이 거의 완료단계에 있음에도 미 측의 방위비분담금 증액에 대한 요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한미동맹이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으며,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서만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과 추가적인 무기 구매 그리고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과 같은 동맹 유지를 위한 과도한 청구서를 내밀었고, 문재인정부는 이미 한반도에 차고도 넘치는 군비를 더욱 증강시키기로 했다. 한미동맹이 한반도에서의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주민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존재한다면, 더 늦기 전에 북한을 핵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한다. 군사적 압박 태세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끝 모를 군비경쟁을 조장하거나 편승할 것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공동안보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진정 평화를 위한 동맹이라면 그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열린 8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을 잘 아는 미국인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격정적인 글을 보내왔다. 이 글에서 임마뉴엘 교수는 “트럼프는 진정한 미국의 대표가 아니다”면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한국과 미국 양국의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앞장서자”고 촉구했다.
친애하는 한국인 친구 여러분!
저는 20여년간 한국의 정부와 연구기관, 대학, 민간기업, 그리고 평범한 시민들과 함께 일해 온 미국인입니다.
우리는 방금 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들었습니다. 트럼프는 그 연설에서 미국과 한국, 일본에 대한 위험하며 지속될 수 없는 비전을 제시했는데, 그 비전은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전쟁과 대규모의 사회적, 경제적 갈등으로 치닫는 길입니다. 그가 제시한 비전은 고립과 군사주의의 무서운 결합이며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미래 세대를 위한 고려 없이 무자비한 정치학을 충동질하게 할 것입니다.
한국과 미국 간의 안보조약 이전에 유엔헌장이 있었습니다. 이 헌장은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의해 비준된 것입니다. 유엔헌장은 미국, 중국, 러시아 및 그 밖의 다른 나라들의 역할을 전쟁의 방지와 전쟁으로 몰아가는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다루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안보’는 반드시 그 점에서부터, 평화와 협력의 비전과 함께 시작돼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 유엔헌장의 이상주의, 2차세계대전의 공포를 겪고 난 뒤에 수립된 전지구적 평화라는 그 비전이 필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을 대표하기보다는 극소수의 슈퍼리치와 극우집단을 대표할 뿐입니다. 그러나 일부분에 불과한 그들 집단이 저의 나라 미국의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위험한 수준으로까지 키워 왔고, 이는 부분적으로는 많은 시민들의 수동성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한겨레)
하지만 나는 우리, 즉 민중들이 안보와 경제, 사회에 대한 논의의 통제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우리에게 창의성과 용기가 있다면 우리는 고무적인 미래는 가능하다는 다른 비전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먼저 안보 이슈로부터 시작해 보겠습니다. 한국인들은 북한의 핵공격에 대한 보도의 홍수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 핵공격 위협은 사드 배치와 핵잠수함과 소수의 사람들에게 부를 가져다 주는 수많은 고가의 무기시스템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쓰였습니다. 그러나 이 무기들이 안전을 가져다 줄까요? 안보는 협력의 비전으로부터, 용기 있는 행동으로부터 오는 것입니다. 안전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떤 무기 시스템도 안전을 보증하지 않습니다.
트럼프는 극소수의 슈퍼리치와 극우집단 대표할 뿐
그러나 슬프게도 미국은 지난 수년간 북한에 대해 외교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으며 미국인들의 수동성과 오만이 지금의 위험스러운 상황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이같은 상황은 이제 트럼프 정부에서 외교 자체가 실종돼버렸기 때문에 더더욱 나빠졌습니다. 미 국무성은 모든 권위를 박탈당했으며 대부분의 나라들은 미국과 외교적 협의를 하기 위해선 누구를 상대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지경이 돼버렸습니다. 미국과 세계 간의 보이는 장벽과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우리의 가장 큰 우환이 됐습니다.
신은 미국에게 아시아에서 영원히 군림할 수 있는 권능을 주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게 해 줄 선순환을 창출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으로서 이 지역에서의 자신의 군사적 과시를 줄이고 핵무기와 재래식 전력을 감축하는 것은 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한 것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국제법 위반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유엔안보이사회가 북한에 대한 터무니없는 시각을 지지하는 미국의 힘 있는 세력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평화를 위한 첫 걸음은 미국에서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저의 나라 미국은 비확산조약 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핵무기 폐기를 재개하고 가까운 장래에 모든 잔존 핵무기의 폐기 일정을 제시해야 합니다. 핵무기와 비밀 무기 프로그램의 위험은 미국인들에게 감춰져 왔습니다. 만약 그에 대한 진실이 알려지면 미국인들은 압도적으로 핵무기 금지에 관한 유엔 조약을 지지할 것으로 나는 확신합니다.
한국과 일본의 핵개발에 관한 경솔한 얘기들이 많이 나돌고 있습니다. 그런 움직임이 비록 단기간에 일부 사람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줄지는 모르지만 그건 전혀 안전을 가져다 주지 못합니다. 중국은 핵무기를 300기 미만으로 억제해 왔지만 만약 미국이 비핵화를 천명하면 이를 감축할 의사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일본과 남한이 핵개발을 한다고 나서면 중국은 이에 위협을 받아 손쉽게 1만기까지 늘릴 수 있습니다. 비핵화 제창은 한국의 안전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책입니다.
중국은 모든 동아시아 안보체계의 동등한 파트너가 돼야 합니다. 만약 신흥 글로벌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 안보체계에서 배제된다면 그 안보체계는 온당치 않은 것이 될 게 뻔합니다. 또 일본도 모든 안보체계망에 참여해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 문화의 최선의 것, 즉 기후변화에 대한 전문성과 평화운동의 전통을 그같은 협력을 통해 끌어내야 합니다. 집단안보라는 기치가 ‘군사국가 일본’을 꿈꾸는 초군국주의의 집회구호가 아니라 일본의 더 나은 측면, 최선의 면을 끄집어 내는 데 쓰여야 합니다. 우리는 일본을 홀로 놔둬선 안 됩니다.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진정한 역할이 있습니다. 그건 본질적으로 미사일과 탱크와 관련된 것이 아닙니다.
동아시아에서미국의 역할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미국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미국은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한 대응에 협력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우리는 이 같은 목적 하에 군사력을 개혁하고 ‘안보’를 새롭게 정의해야 합니다. 그 같은 대응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요구합니다.
안보에 대한 그같은 재정의는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시민들이 기후변화 및 우리 사회의 재건에 대응하는 걸 돕도록 해군과 육군과 공군, 정보기관의 사명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은 굉장한 용기를 요구하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아마도 전장에서의 전투에 필요한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것입니다. 나는 군부 내에 그 같은 용기를 가진 이들이 있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일어설 것을,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우스꽝스러울 정도의 대중적 무관심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기후변화의 위협에 정면으로 맞설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와 경제, 그리고 우리의 습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전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인 샘 로클리어는 기후변화가 압도적인 안보 위협요인이라고 밝혔는데 그로 인해 그는 끊임없는 공격을 받아야 했습니다.
8일 낮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2번 출구 앞에서 ‘노트럼프 공동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사진:한겨레)
그러나 우리의 지도자들은 인기를 얻는 걸 자신의 일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나는 학생들과 셀카 사진을 찍는 데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지도자들은 우리 시대가 부닥친 도전을 분명히해야 하고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자신의 힘을 쏟아 모든 걸 다 해야 합니다. 그것이 엄청난 자기희생을 의미하더라도 말입니다. 로마의 정치가인 키케로가 말했습니다. “올바른 일을 하다가 인기를 잃는 것은 영광스런 일이다”라고.
수십억 달러짜리 공군 수송기와 잠수함, 미사일 계약을 포기하는 것은 몇몇 회사에 고통스런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최대 위협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명백한 소명감이 우리의 군부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의무감과 책무감을 주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또한 1970년대와 80년대 유럽에서 체결된 무기억제 조약들도 필요합니다. 그 조약들은 차세대 미사일과 무기들에 대응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새로운 조약들과 의정서들은 집단 방어 시스템이 드론과 사이버 전쟁, 새로운 무기들의 위협에 대응하도록 협의돼야 합니다.
우리는 또한 내부로부터 정부를 위협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국가행위자들과 맞서는 용기도 필요합니다. 그 싸움은 가장 힘겨운, 그러나 중요한 전투가 될 것입니다.
우리 시민들은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지금의 인터넷 시대에 허위와 기후변화에 대한 부인, 가상의 테러 위협의 범람을 겪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모든 시민들에게 진실을 찾고 통상적인 거짓말을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정부나 기업이 우리를 위해 이런 일을 해 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또 미디어가 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전달해주는 자신의 우선적인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야 합니다.
한국과 미국 간 ‘진정한’ 자유교역 필요
미국-한국간 협력의 토대는 양국 시민 간의 교류에 있으며 무기 시스템이나 국제협력을 위한 거액의 교부금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몇 년간, 몇 십년간 지속되는 초급학교 간, 지역의 NGO들 간, 예술가들 간의, 작가들 간의, 사회적 일꾼들 간의 교류를 필요로 합니다.
기업들에게 주로 이익이 돌아가며 우리의 귀중한 환경에 타격을 주는 자유무역협정에 의존해서는 우리 두 나라 시민들을 결합시킬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 미국과 한국 간의 ‘진정한’ 자유교역이 필요합니다. 그건 당신과 나, 우리 이웃들이 우리 자신의 주도와 창의성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수혜를 받는 공정하고 투명한 교역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겐 지역 공동체에 유익한 교역이 필요합니다. 교역은 근본적으로 공동체들 간의 글로벌 협력과 협업이어야 하며 거대자본 투자의 이해관계나 경제의 규모에 따른 것이 아닌 개인의 창의성의 그것이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정부를 국민의 장기적인 건강에 책임을 지며 기업들에 맞서고 규율하는 권능을 가진 본연의 위치로 회복시켜야 합니다. 정부는 나라 간에 시민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을 교역하는 데 요구되는 과학과 인프라를 증진시키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소수의 민간은행의 단기간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됩니다. 증권거래소에게는 자신의 고유기능이 있지만 국가 정책의 수립에 있어선 주변적인 것입니다.
정부기능이 민영화되는 시대는 끝내야 합니다. 우리는 국민들을 도와주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제공해 주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시민의 공복을 존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더욱 공평한 사회 건설이라는 명분에 함께해야 하며, 그것도 서둘러야 합니다.
공자는 “나라가 도를 잃으면 부와 군사력은 오히려 부끄러운 것일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에서, 우리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함께합시다.
Dear Korean friends
I am an American who has worked for over twenty years with Korean government, research institutes, universities, private industry and with ordinary citizens.
We have just heard the speech of Donald Trump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to the Korean National Assembly. President Trump laid out a dangerous and unsustainable vision for the United States, and for Korea and Japan, a path that runs towards war and towards massive social and economic conflict, both domestically and internationally.
The vision he offers is a frightening combination of isolation and militarism, and it will encourage in other nations ruthless power politics without any concern for future generations.
Before the US-Korea Security Treaty was signed, there was the United Nations Charter, signed by the United States, Russia and China. The United Nations charter defined the role of the United States, China, Russia and other nations as the prevention of war, and the active effort to address the terrible economic inequity that leads to wars.
Security must start there, with that vision for peace and for cooperation. We need today the idealism of United Nations Charter, that vision for global peace after the horrors of the Second World War.
Donald Trump does not represent the United States, but rather a tiny group of the superrich and members of the far right.
But those elements have increased their control of my country’s government to a dangerous level, in part because of the passivity of so many citizens.
But I believe that we, the people, can take back control of the dialog on security, on economics and on society. If we have creativity, and bravery, we can put forth a different vision for an inspiring future.
Let us start with the issue of security. Koreans have been bombarded with reports about a nuclear attack from North Korea. This threat has been a justification for THAAD, for nuclear-powered submarines and any number of other expensive weapons systems that generate wealth for a small number of people.
But do these weapons bring security? Security comes from vision, from cooperation and from courageous action. Security cannot be purchased. No weapons system will guarantee security.
Sadly, the United States has refused to engage North Korea diplomatically for years and American passivity and arrogance has led us to this dangerous situation.
The situation is even worse now because the Trump administration no longer practices diplomacy.
The State Department has been stripped of all authority and most nations do not know where to turn if they want to engage the United States.
The building of walls, seen and unseen,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world is our greatest worry.
God did not give the United States a mandate to remain in Asia forever.
It is not only possible, but imperative, for the United States to cut down its military presence in the region and to reduce its nuclear weapons, and conventional forces, as a first step towards creating a positive cycle that will improve relations with North Korea, China and Russia.
North Korea’s testing of missiles is not a violation of international law. Rather, the United Nations Security Council has been manipulated by powerful forces in the United States to support positions regarding North Korea that make no sense at all.
The first step towards peace starts with the United States. The United States, my country, must follow its obligations under the Non-proliferation Treaty, and begin again to destroy its nuclear weapons and to set a date in the near future for the total destruction of all remaining nuclear arms.
The dangers of nuclear war have been kept from Americans.
If informed of the truth I am certain that Americans will overwhelmingly support the signing of the UN treaty to ban nuclear weapons.
There has been much careless talk about Korea and Japan developing nuclear weapons.
Although such actions might provide a short-term thrill for some, they will not bring any form of security.
China has kept its nuclear weapons under 300 and would be willing to reduce them further if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disarmament.
But China can easily increase the number of nuclear weapons to 10,000 if threatened by Japan, or by South Korea. Advocacy for disarmament is the only action that can increase Korea’s security.
China must be an equal partner in any security framework for East Asia.
If China, quickly emerging as the dominant global power, is left out of a security framework, that framework is guaranteed to be irrelevant.
Moreover, Japan also must be included in any security framework. We must bring out the best of Japan’s culture, its expertise on climate change and its tradition of peace activism through such collaboration.
The banner of collective security must not be used as a rallying call for ultranationalists dreaming of a “warrior Japan” but rather as a means of bringing out Japan’s best, its “better angels.”
We cannot leave Japan to itself.
There is a real role for the United States in East Asia, but not concerned ultimately with missiles or tanks. The United States’ role must be transformed radically.
The United States must focus on coordinating the response to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We must reinvent the military and redefine “security” for this purpose. Such a response will demand cooperation, not competition.
Such a shift in the definition of security requires bravery.
To reinterpret the mission for the navy, army, air force and the intelligence community so as to focus on helping citizens respond to climate change and rebuild our society will be an act that will demand amazing bravery,
perhaps more bravery than fighting on a battlefield.
I have no doubt that there are those in the military who have that sort of bravery. I call you to stand up and demand that we face up the threat of climate change in the midst of this grotesque mass denial.
We must fundamentally alter our culture, our economy and our habits.
The former US head of the Pacific Command Admiral Sam Locklear declared that climate change is the overwhelming security threat and he was subject to constant attack.
But our leaders should not see being popular as their job. I could care less how many “selfies” you take with students.
Leaders must identify the challenges of our age and do everything in their power to address those dangers head on,
even if that means tremendous self-sacrifice.
As the Roman statesman Marcus Cicero once wrote, “unpopularity earned by doing what is right is glory”
It may be painful for some corporations to give up multi-billion dollar contracts for aircraft carriers, submarines and missiles,
but for the members of our military, however, to serve a clear role protecting our countries from the greatest threat in history will give them a new sense of duty and commitment.
We also need arms limitation treaties, like those we established in Europe in the 1970s and 1980s.
They are only way to respond to next generation of missiles.
Similar protocols must be negotiated for collective defensive systems to respond to the threat of drones, of cyber warfare and of emerging weapons.
We also need the bravery to take on the shadowy non-state actors who are threatening our governments from within. This battle will be the hardest, but most important, one.
Our citizens must know the truth.
Our citizens are flooded with falsehoods in this internet age, denials of climate change, imaginary terrorist threats.
This problem will require the commitment of all citizens to seek out the truth and not to accept convenient lies.
We cannot expect government, or corporations to do this job for us.
We must also make sure that the media sees its primary roles as conveying accurate and useful information to citizens, rather than the making of a profit.
The foundations for United States-Korea cooperation must be grounded in exchanges between citizens, not weapons systems or massive subsidies for international corporations.
We need exchanges between elementary schools, between local NGOs, between artists, writers and social workers, exchanges that extend over years, and over decades.
We cannot rely on free trade agreements that benefit primarily corporations, and that damage our precious environment, to bring us together.
Rather we need to establish true “free trade”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Korea.
That means fair and transparent trade that you, me and our neighbors can benefit from directly through our own initiatives.
We need trade that is good for local communities.
Trade should be primarily about global collaboration between communities and the concern should not be with massive capital investment, or with economies of scale, but rather with the creativity of individuals.
Finally, we must restore government to its proper position as an objective player that is responsible for the long term health of the nation and which is empowered to stand up to, and to regulate, corporations.
Government must be capable of promoting projects in science and in infrastructure aimed at the true needs of our citizens in both countries, and should not focus on the short-term profits of a small number of private banks.
Stock exchanges have their role, but they are marginal to the making of national policy.
The age of the privatization of government functions must come to an end.
We need to respect civil servants who see their role as helping the people and give them the resources that they need.
We must all come together for the common cause of creating a more equitable society and we must do so quickly.
As Confucius once said, “If the nation loses its way, wealth and power will be shameful things to possess.”
Let us work together to create a society in Korea and in the United States that we can be proud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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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사, 한미 정상 북핵 평화적 해결 원칙 천명 -한미 정상, 북 ‘사찰 가능한 비가역적 방식의 비핵화 실현’해야 -상호투자 및 무역 확대 통한 경제협력 위해 한미 FTA 협의 -한국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최종 합의 신화통신은 7일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을 긴급 타전했다. 한국 방문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한다. 한미정상화담의 주된 의제는 북핵 문제와 한미FTA 관련 사항이다. ...
지난주에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간에 오간 말들을 지켜보면서 나는 두 나라에서 ‘정치’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절감했다.
자신이 소유한 고급 골프코스와 사치스런 요리에 대해 말하는 트럼프의 말에선 한국과 미국의 수백만 저임금 노동자와 실업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의 말은 단지 ‘미국 퍼스트’를 넘어서 ‘트럼프 퍼스트’를 떠들어대는 것으로 들렸다.
그런 트럼프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혀 이의를 달거나 꾸짖지 못했다. 그의 인종주의적인 발언이나 이민자들에 대한 차별적 정책,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위협에 대해 제동을 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국의 언론들은 모든 미국인들, 그리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트럼프의 우스꽝스럽고 위험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나는 트럼프와 문재인 두 사람의 발언들을 보면서 ‘정치’는 정확히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되돌아보았다.
정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정치 문화를 개혁하고, 정책과 함께 지역사회와 도시, 그리고 국가 전체의 장기적 발전을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담화, 정책을 입안, 이행, 해석하는 이들이 바로 반영할 수 있는 담화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 발전한 사회구조도 면밀히 살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 정치 지도자들이 진보적 외양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은 수 년이 걸릴 수도 있다. 정치적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지금의 노력이 끝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다음 세대를 교육지원하는 데에도 이와 비슷하게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정치는 평범한 시민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요식적 공간이 되어 버렸다. 의미가 없고, 접근이 가능하지도 않다. 정치인은 자기들끼리 만나 외부인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의 필요와 관심에 대해서만 논한다. 시민 앞에서 연설을 하고 정기적으로 공식만남을 가지는 등 형식적 행동은 한다. 그러나 이는 자신에게 권한이 있으며, 권력자로서 지역사회를 향해 선의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질문을 받고 미리 준비한 답변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시민과 만나 이야기를 하는 건 지역사회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들어 정책으로 만들고자 함이 아니다. 대중 홍보용 이미지를 다듬고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해서다.
이는 하나의 형식으로 굳어진 요식 행위일 뿐이며, ‘정치’의 원래 의미와도 맞지 않는다. 시민과 정치인의 우선순위에는 큰 간극이 존재하며, 이를 줄이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다.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민들이 더 잘 알지만, 지난 50년간 소비문화가 맹위를 떨치면서 시민들은 수동적 자세가 몸에 배었다. 정치인은 그저 고를 수 있는 상품이고, 기대했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다음 선거 때 폐기하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요구하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음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정치인은 펩시콜라나 코카콜라처럼 광고를 통해 접하고 구매한 다음 소비해 버리는 상품이 아니라, 책임의식을 가진 시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압박을 받으면서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야 할, 강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이다.
‘시민과의 만남’은 정치인의 권위를 돋보이게 하거나 언론에 좋은 모습으로 나오기 위한 기회가 아니다. 정책을 제안하고 논의하는 입안과정에서 뺄 수 없는 필수 과정이다. 치열한 논의와 정책 입안을 위한 의사결정은 특정 위원회 안에서 비밀스럽게 내려지거나 정치인, 기업인, 고위 관료가 특권계층을 위한 클럽에서 만나 술을 마시며 내려져서는 안 된다. 시민 또한 이 과정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참여해야 하고, 도로 건설이나 교육예산 삭감 계획 등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치 참여야말로 시민의 책임이라는 의식과 열의가 있다면, 정치를 개혁할 수 있다. 아무리 재능 있는 정치인이라도 혼자 힘으로 혁신을 이뤄낼 수는 없다. (먹방 동영상이나 프로그램을 보는 대신) 국회에서 논의되는 이슈가 무엇인지 시민이 알고, 국회에서 계류 중인 법안과 예산이 무엇인지 신문기사를 만들 만큼 일상에서 잘 따라가고 있다면, 진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한국 문화, 특히 정치 문화가 변할 때에만 가능하다.
시민과 정치인의 관계는 환자와 의사 관계에 비유할 수 있다. 환자 대부분은 자신이 받는 치료에 대해 상세하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런 수동적 태도는 많은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이 받는 치료의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의사도 환자를 위해 치료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치료 결과는 훨씬 좋아진다. 환자가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고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며,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의사 또한 환자가 해당 분야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의사의 전문성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고맙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정치위기 극복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실수를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이 의회에서 다수당 자리를 확보하고 변화를 위한 강한 열망이 있을 때 변화를 이끌라는 임무와 함께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러나 그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 쉬운 일에 집중했다. 정치적 이미지와 입지를 구축하는 데에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그러나 투자은행이 행정부 정책입안 과정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바꾸기 위한 노력은 별로 기울이지 않았다. 심지어는 부시 행정부 때 금융위기를 초래했던 금융전문가 일부를 그대로 데려와 경제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물론, 오바마는 자신이 영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굳이 갈등과 물의를 일으키지 않았고, 공화당에 손을 내밀어 무리 없이 정책을 처리하고 자신의 이미지를 개선했다. 그러나 중요 문제에 있어 명확한 태도를 취하지 않고, 인기가 떨어지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다. 그 결과 월스트리트는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키웠고, 오바마는 금융자본의 정부 장악을 숨기기 위해 시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진보정치의 마스코트로 전락했다. 결과는 재난에 가까웠다. 민주당의 정치 임무가 흐려지면서 결국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미국 시민은 민주당이건 공화당이건 별 차이가 없다는 걸 점차 느꼈다. 민주당이 더 이상 평범한 서민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유권자가 깨달았기 때문에 미국 우선주의로 강렬한 감정을 일깨운 트럼프의 작전이 성공할 수 있었다.
미국 민주당의 역사를 보면 현재 한국 정치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 1980년대 미국 민주당은 시민과 (힘 잃은) 노조, 청년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점차 떨어지고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동시대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인식하지 못했고, 시민의 불안과 우려를 알지 못했다. 공화당에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민주당은 표를 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더 이상 서민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함께 한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 빌 클린턴이 등장했다. ‘새로운 민주당’을 표방한 그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연설문에 민주적 개념과 원칙을 넣긴 했지만, 시민단체와 노조의 지지가 예전처럼 선거의 승패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공화당이 그 동안 무시했던 산업에 손을 내밀어 그들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공화당이 석유기업이나 방산업체를 보호했다면, 민주당은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IT 기업을 위해 나선 것이다. 전략은 효과적이었고, 클린턴은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평범한 시민을 대변하지 않고 공화당과 영역이 다른 재계를 대변한 변화의 시작점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점차 투자은행으로 옮겨갔고, 기존 지지층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제는 많은 시민이 정치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들은 어떤 후보에도 표를 줄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어떤 정당에도 당원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민주당 등의 정당은 시민이 원하는 바를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선거철이 되면 표를 얻으려고 능력 있는 연설문 작가를 고용해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는 연설문에만 집중한다는 걸 경험상 알고 있다. 선거가 끝나면 정치인들은 기업 고객의 이익을 대변하는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자취를 감출 것이다. 정책입안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없다. 서민을 위한 자리도 없다.
그러나 정치가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민주당이 처음부터 진보당이었던 것도 아니다. 민주당이 정치인을 돕는 조직 이상의 정당이 된 시기는 1920년대 말이다. 당시 민주당은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어 국민이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정치 조직으로 성장했다. 선거철에만 나서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국민을 한 자리에 모으는 협력적 형태의 조직이었다. 완벽한 정당은 아니었지만, 사회에서 분명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시민에게 의미 있는 정당이 된 민주당은 보수 공화당이 소유한 부와 이것이 만들어낸 권력에 맞설 수 있었다. 서민의 상호 지원을 돕는 네트워크를 구축했고, 강력한 조직을 기반으로 권력을 가진 기업에 성공적으로 맞서며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당은 이제 미국과 한국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주류 정당은 있지만, 우리 일상과 관계가 없고 국민 대부분이 깊이 신뢰하지도 않는다. 특정 이슈 때문에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참여가 제한될 것이다. 진보 정당조차도 돈 쪽으로 기우는 결과가 발생했다.
정당의 기능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할 때다. 정책입안 과정을 정당과 컨설턴트, 기타 이들과 관련된 기업이 장악하면, 헌법에 반하는 정치 환경이 만들어진다. 정책입안과 정책이행은 정부가 담당해야 한다. 충분한 자원을 갖추고 정책을 효과적으로 이행할 역량 있는 인재를 고용해야 한다. 정책입안은 정부와 국민이 해야 한다. 정당은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역할만 할 뿐이다. 정당이 거대 관료조직처럼 되어 정책을 입안한다면, 정책입안 시스템을 통해 책임을 지우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시대의 이슈
해결할 이슈의 범위는 엄청나게 넓지만, 대부분 무시받고 있다. 문제 일부는 정책을 통해 해결 가능하지만, 다른 해결 방식을 필요로 하는 문제도 있다. 어떤 경우든, 시민의 앞에 놓인 복잡한 문제를 역시 복잡한 방식으로 해결 가능한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겐 금리 인상 혹은 인하, 정부조직 예산 증액 혹은 감액이라는 선택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 조직은 그 특성상 지역사회와 유리되어 있어서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예산을 집행할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잠재적 해결책과 논의 주제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공을 위해 필수다.
예를 들어 보자. 계급 문제는 한국 사회의 중심 이슈지만, 정치인은 해결책을 강구하지 않는다. 소수 특권계층에 부가 집중되고, 이들은 엘리트 계층이 되어 법을 무시하고 가족을 위한 특권을 돈으로 산다. 한국민은 이런 사회문제에 관해 잘 알고 있지만, 계급 격차를 불러온 경제구조의 왜곡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부의 집중은 계급 격차를 가져왔고, 부유층이 자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사람을 어떻게 하대하며 ‘갑질’을 하는지 우리는 많은 사례를 보아왔다. 그렇게 하대를 받는 하위 계급이 증가하고 있다.
부유층 자녀는 가족의 끈을 이용해 인턴이나 일자리를 쉽게 얻는다. 대학 입학 또한 학생 각자의 능력보다 자녀를 엘리트 학교로 보내는 부모의 재력이 좌우한다.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결국 사회 구조를 파괴할 것이다.
경제학적 문제 또한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GNP’나 ‘수출’만이 경제 성장을 측정하는 유일, 혹은 최선의 기준이 아니다. 요즘 이들 수치는 소수에게 집중된 부의 정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깝게도 서민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은 금융기관이 이끄는 경제를 지칭할 때 이들 수치를 인용한다.
이들 정치인은 서민의 상황을 공감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서민의 삶을 도울 정책은 만들지 못한다. 이들은 자금의 상당 부분이 결국 대기업으로 향하는데도 낙수효과를 통해 서민에게도 조금은 돌아간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의도가 아무리 좋다 해도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제한된 선택안 사이에서 억지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는 아니다. 이 틀을 벗어나야 한다. 우리 경제에 필요한 사항을 결정하고 서민의 필요에 집중한 경제를 만드는 것이 정치가 되어야 한다. 로봇이나 공장, 기업 채권과 파생상품 등 각종 금융상품이 아니라 사람, 그것도 모든 사람을 향한 투자가 우리의 최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무역이 증대된다고 반드시 서민의 부가 증가하는 건 아니다. 은행은 단기 수익에 매몰되지 말고 장기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은행이 주식채권과 연관된 어떤 투기행위도 못 하도록 금지하고, 국가 중요 프로젝트에 관해 뻔하지만 체계적이고 일관된 방식으로 자금을 제공하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국가 프로젝트의 경우 규모가 크고 기간이 10~40년까지 늘어날 수 있으며, 재생 가능한 경제 참여에 기여해서 지역사회에 협동조합을 만들고 가차 없는 경쟁을 지양하면서 일자리를 주도적으로 창출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런데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경제를 새롭게 조직하거나 제도적 변화를 통한 해결책을 제안하지 않고 있다. 탐욕을 부리는 ‘악당’을 공격하려는 경향은 있지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피해자 다수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노력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인은 빈곤층이나 노동계층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 중산층도 무시하기 일쑤다. 사회 최상위층에 속한 경제 엘리트나 기업의 편의를 먼저 봐주고 그 다음에야 서민으로 눈을 돌린다. 그러나 이 순서는 반대로 바뀌어야 한다.
게다가 기후변화의 위협도 있다. 이제 과학계는 기후변화가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다수의 생물종이 멸종하고 어쩌면 인간도 멸종할지 모른다. 농업을 완전히 혁신하고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고 사막화를 늦추기 위해서는 수조 달러의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기후변화를 우선 과제로 삼거나 심각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국내 정치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요소로 확실히 고려해야 하며, 상대적으로 위해 가능성이 낮은 북한을 넘어서는 요소로서 안보정책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결론
뛰어난 교육을 받은 유능한 인재가 정부에 필요하다. 사회계급이나 기후변화 등의 난제를 피하지 않는 자신감과 용기를 갖추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산업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기업은 이들 위협이 실재하지 않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돈을 지출했다. 그 결과 북한 핵무기만이 최대 위협이며, 계급격차와 기후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한국의 정치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과 정치 행동, 구체적 제안을 통해 이들 문제가 실재함을 인식해야 한다.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정부 혹은 각종 조직과 힘을 합치거나 이들의 목표를 알리거나 교육하는 과정에 폭넓게 참여하는 모습이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참여가 가능하며, 그것이 도덕적 의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시험 점수가 목적이 아니라 시민 역량을 부여하기 위한 교육, 다른 사람의 이익을 갈취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더 나은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함께 일하는 교육을 맛보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을 위해 일하고, 국민과 함께 일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정부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노력은 하루아침에 결실을 이룰 수 없지만, 조금씩 시험적 노력을 하다 보면 다른 이에게 영감을 주어 진전이 일어날 것이다.
정당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정당의 역할도 변화한다는 걸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야 한다. 서민의 필요에 집중하는, 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치 문화 및 경제가 최종 목표다. 가는 길에는 고통스럽고 많은 좌절과 희생이 따르겠지만, 목적을 이루고자 노력한다면 일상의 행동은 새로운 의미를 가질 것이고, 우리가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신하게 될 것이다.
이번 주, 대한민국의 정부는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의 현실을 고려한 외교 정책을 수립하는 데에 일정한 진전을 보였다. 동아시아 지역의 ‘큰 게임’에 뛰어들기 시작했고, 동맹국인 미국과 현대적이면서 전향적이고 효율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평화실현 5원칙은 하나의 탁월한 출발이다. ‘제재와 압박(sanctions and pressure)’이라는 백악관의 환상과 그 네 번째 원칙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 모순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여전히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남북문제의 주도적 해결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북한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 등 한반도 평화실현 5대 원칙을 천명했다.(사진: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주 국회에서 명확하게 언급한 ‘3불(3 No)’ 원칙 또한 커다란 진전이다. 한국이 양보할 수 없는 독자적 이해관계가 당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이 언급이 6개월 전에 나왔을 수도 있겠지만, 수차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현재 시점도 전혀 늦지 않다. 시진핑의 불법적인 보복이 가져온 80억 달러의 손해에 대하여 모종의 보상을 요구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사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는 패를 쥐고 있다.
문 대통령, 한반도 평화실현 5대 원칙 고수할 수 있을까
그로부터 며칠 후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의 언급을 옹호하고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외교적 해법이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으로부터의 후퇴라느니 중국에 대한 ‘한국의 굴종’이라고 떠드는 비판은 이미 예상된 일이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을 통해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위를 맞추고 중국의 압력에 굴복하고 있어서 믿을만한 동맹이 아니’라는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데, 이는 문 대통령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증거일 뿐이다.
북한을 둘러싼 문제와 한미 동맹에서,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원칙들을 고수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한국이 네 번째 평화원칙에 내재된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즉 압박과 제재를 어떻게 포용할 것인지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기본적 사실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첫째, 더 많은 무력시위 혹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 전쟁이 북한을 움직이는 데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허구이다. 20년 전 양국 간의 성공적 합의를 거부한 것은 평양이 아니라 워싱턴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북한은 서로에게 만족스럽고 신뢰할 만한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음을 여전히 내비치고 있지만, 미국은 그런 의지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따라서 압박과 제재란, 어떤 국가의 불법적이고 국제적으로 위협이 되는 행위를 단순히 벌주려는 것이 아닌 이상, 잘못된 문제설정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 북한의 ‘위협’이란 적어도 지난 15년간 잘못된 단어 선택이며 또한 과장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미국 CIA와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난 수년간 내놓은 보고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이 보여준 주요한 위협이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궁지에 몰리지 않는 한, 북한이 미국이나 여타 국가에 심각한 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이나 러시아의 역량을 위협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북한을 용납할 수 없는 국제적 위협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수년에 걸친 전문가들의 분석과 달리, 김정은을 손 쓸 수 없는 미치광이로 몰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미국의 주장이 허위라는 점을 반증한다.
셋째, 현재 한국은, 미국 정부가 당황스럽게도,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한다는 사실 또한 언론인과 전문가 그리고 정책결정자들이 주목해야 할 무언가를 드러낸다. 기존의 성공적인 합의는 서로가 만족할 만한 상호이익에 바탕을 두었는데, 트럼프 정부에게는, 이전의 두 정부도 마찬가지지만, 이를 다시 창출할 로드맵 혹은 계획이 전혀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언제나 그랬듯이, 경제와 안보를 기반으로 하는 플랜이다.
한국 주도로 관계국들 연합 이끌어내야
만일 한국 정부가 신뢰할 만한 플랜을 제출하고, UN을 비롯하여 의욕적이고도 강력한 지지자들을 규합할 수 있다면, 한국은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던 염원, 즉 관계국들의 연합(coalition)을 이끌어 문제를 해결한다는 염원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여기에 우호적인 중국의 힘과 이해관계가 필요하다. 중국의 힘과 이해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을 경우, 중국의 외교적, 경제적 힘이 중국과 한국 및 미국의 공동이익을 증진하는 데 성공적으로 사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의 이전 두 행정부 그리고 미국의 지난 세 행정부는 중국의 힘과 이해관계가 우호적이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이라는 전술적 환상에 젖어 있었다.
한국 정부의 명확하고도 실질적인 새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른 장애물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은 한국 정부가 원칙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며, 불가피하지만 얼른 처리하고 잊어야 할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트럼프 방문 이후 한국이 취해야 할 선택은 더욱 명백하며 한국이 져야 할 책임은 보다 긴급하다. 취소되기는 했지만 비무장지대 방문의 깜짝쇼를 벌이고 북한에 ‘항복’을 요구하는 국회 연설을 하는 등 트럼프가 뻔한 수를 둔 반면, 문재인 정부는 올바른 입장을 취하면서 현명하고도 인상적으로 미국 대표를 맞이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한국 정부가 지난주 새로이 표명한 입장을 약화시키는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운전석’에 제대로 앉아야 할 때다.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전국개인택시발전협의회 지지 선언식에서 택시 운전석에 탑승해 기사들과 함께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트럼프의 술수는 뻔해 보인다. “너희에게는 필요도 없겠지만, 미국 무기를 사들이는데 수십억 달러를 낭비해 주기만 한다면 너희 나라를 날려버리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의 ‘거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것도 아니다. 한편 한국의 언론과 정책 전문가 상당수가, 일시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라를 위한 염원을 포기한 듯이 보인다. 두 달 전만 해도 외교적 성과를 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정부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이제 와서는 워싱턴의 무모한 아마추어들이 꾸며낸 가상의 전쟁을 회피했다는 사실에 그저 만족한 듯이 보인다.
한국 언론, 나라 위한 염원 포기한 듯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그러한 마피아 식 강탈의 수용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해야 할 중대한 임무가 있으며 관련자들을 이끌어 합의에 도달하고자 하는 포부가 있다. 문 대통령이 이번 주 새롭게 시작할 것을 기대한다. 트럼프가 방문하는 동안, 청와대가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킨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가정하는 것은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다. 압박과 제재라는 환상을 추종한다면, 이제 새롭게 밝힌 명확한 원칙은 엉망이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운전석’에 앉기를 두려워하거나 그럴 능력이 없을 경우, 누군가가 이미 뒷좌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4년간 트렁크에 구겨 넣어진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표현대로 하자면 ‘슬픈’ 일이다.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이 ‘트럼프의 새로운 대북전략은 실제 효과적일 수 있다’란 제목의 기고문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했다. 글로벌미디어 플랫홈인 ‘더 월드포스트(The WorldPost)’에 공동게재된 기고문에서 홍 이사장은 “지난 8일 한국 국회연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라고 하는 ‘트럼프 독트린’을 선언했다”며 “한국 국민들은 ‘힘을 과시하는 목적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 내 비핵화뿐 아니라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은 “북한에 최대한 압박·제재를 가해 코너로 몰아넣으면서도 대화를 위한 문을 활짝 열어놓아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책임 있는 고위 당국자나 특사가 직접 평양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 측과 만나 미국의 ‘4노즈(Four Nos)’ 원칙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의미 있는 대화를 향한 여건을 만드는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월드포스트는 워싱턴포스트(WP)와 싱크탱크인 베르그루엔 연구소가 공동 설립했다. 홍 이사장의 글 전문을 소개한다.
한국 국회의 연단에 섰던 도널드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자극적 언사로 소통하던 트럼프가 아니었다. 국제사회 일반에게 보내는 그의 메시지, 특히 평양을 향한 그의 메시지는 매우 명확했고 표현 역시 감탄할 정도로 절제된 것이었다. 지난 9월 유엔 연설에서와는 다르게, 북한을 끝장내겠다고 위협하지 않았고, 김정은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사실상 트럼프는 김정은의 이름을 단 한 번 언급했을 뿐이다.
대신 그는 트럼프 독트린이라 불릴 만한 언명을 내놓았다. 즉 힘을 통한 평화이다. 미국은 갈등이나 대결을 추구하지 않지만 결코 이를 회피하려고 하지 않으며, 평화를 원한다면 항상 강력한 힘을 지녀야만 한다고 트럼프는 말했다. 남한 정부는, 무력시위의 목적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북한의 비핵화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관하여 대화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트럼프를 환영했다. 남한 국민은, 한반도에서 또 다시 역사상 최악의 잔혹함이 되풀이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에 안도했다. 실제로, 평화야말로 우리 한국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이다.
평양과의 핫라인
전쟁의 위협 속에 있는 우리에게 트럼프가 제시한 해결방안이 만족스러울지는 모르지만, 주의해야할 점 역시 있다. 평양의 핵과 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기 위하여 미국이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때, 워싱턴은 전략 자산의 전개가 평양의 군사행동으로 이어지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반드시 보장해야만 한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만약 북한이 미군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는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는 그러한 비극적 실수에 대비할 수 있는 완충 수단이 전혀 없다.
상황이 대단히 불안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핫라인은 물론 남북한 간의 군사적, 외교적 채널을 긴급하게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위험한 난제
김정은이 현재의 한반도 위기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정은의 궁극적 목표는 대륙 간 핵탄도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전에 김정은이 국제 사회의 압박과 제재에 굴복할 것 같지는 않다. 완성된 핵무기와 미사일을 지렛대로 삼아 워싱턴과 빅딜을 성사시키려는 것이 김정은의 숨은 목표일 수 있다.
상황이 대단히 불안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핫라인은 물론 남북한 간의 군사적, 외교적 채널을 긴급하게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 출처: KBS)
이 단계에 이르게 되면, 남한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모른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의 직접적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면, 워싱턴의 핵우산 및 남한에 대한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라는 확신이 흔들리게 된다. 북한은 이를 최대한 이용하여 남한을 다방면에서 위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보유국임을 무시하고 북한을 억제하고 봉쇄하는 전략을 취할 경우, 남한은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김정은이 그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지금과 같이 무모하게 밀어붙인다면 앞서 말한 상황으로 치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김정은을 멈춰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가 동시에 터져 나오면, 한반도에서 군사충돌의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만일 트럼프가 군사 옵션을 선택한다면, 그 시기는 북한이 핵무기를 완성하기 이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시아가 전쟁에 휩싸이는 상황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하여 어느 나라도 원하지 않는 악몽이다.
너무 늦기 전에 협상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성하기 전에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하여 모든 가능한 수단을 활용해야만 한다. 다음은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들이다.
(이미지:연합뉴스)
우선, 평양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서도,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모든 문호를 활짝 개방해야만 한다. 북한에 대한 전례 없는 압박에는 원유 수입의 추가 제한,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의 추가적인 감축, 평양과의 외교관계 축소 등을 포함한다. 북한을 궁지로 몰아넣어야만 한다.
트럼프 정부의 4불(4 NO) 원칙은 유의미한 협상 조건을 창출하는 첫 단계가 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 북한의 붕괴, 한반도의 급격한 통일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38선 이북에의 파병을 원치 않는다고 확언했다. 이러한 4불 원칙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료 혹은 특사가 평양을 방문하거나 제3국에서 북한의 대화 상대와 만나야만 한다.
비핵화 이후에도정권 유지 가능하다고 김정은 안심시켜야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나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경우와 달리, 비핵화 이후에도 북한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김정은을 안심시켜야만 한다.
남북한에 더하여 미국과 중국이 고위급 2대2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미국이 군사행동으로 치닫는다면, 남한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기대했던 바와는 달리,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완성하여 배치하는 날이 오더라도 워싱턴의 핵우산이 남한과 일본을 방어할 것이라는 명시적 선언을 트럼프에게 들을 수 없었다. 미국이 이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남한과 일본 국민은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 할 이유가 무엇인지 묻기 시작할 것이다.
확고한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및 일본을 한 편으로 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다른 한 편으로 하는 균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부드럽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제재에 합의하기 힘들어진다. 남한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베이징과 모스크바를 설득하여 워싱턴 및 도쿄와 협력하도록 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한이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남북 대화가 그 선행 조건일 수밖에 없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는, 경제와 문화 그리고 스포츠 채널을 비롯하여, 막후에서 시도되어야만 한다.
김정은이 트럼프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이길 바란다. 김정은이 손에 넣고자 하는 무기는 그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 할 뿐더러, 정권을 더 큰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남한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아사히, 문재인 대통령 ‘한·미·일 군사협력’에 신중한 태도 보여 -트럼프,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협력’을 요구 -일, 기존 한•미 협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아쉬움 아사히 신문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한 지난 7일, 양국의 외교부 장관 등도 참석한 확대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이 이례적으로 ‘한·미·일 협력’을 한국 측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아사히 신문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확대 정상회담의 첫 ...
오늘날 한국은 한국전쟁 이래로 가장 어려운 대외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정치경제의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과 더불어 세계질서의 새로운 장주기(long cycle)가 시작되고 있다. 세계사에서 ‘탈냉전’이라는 약 20여년에 걸친 시기는 냉전시대와 현재 도래하고 있는 시대 사이의 ‘과도기’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게 ‘탈냉전 이행’이 기회의 국면이었다면, 현재 임박한 ‘새로운 이행’은 위기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새로운 이행’은 학자들 사이에서 ‘자유주의질서의 쇠퇴’와 ‘세계화의 퇴조’라는 불안한 전망을 동반하고 있다. 세계화의 퇴조 추세는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세계정치경제질서가 이미 장기적으로 새로운 순환주기에 진입하고 있다는 징조로 해석될 수 있다.
스티븐 월트는, ‘세계는 지금 민주주의가 부서지는 시대로 진입하는 중(2016)’이라고 비관하면서, ‘자유주의 세계의 붕괴’를 전망하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된 자유 민주주의 세계질서가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들이다. 예를 들어, 2000년에서 2015년 사이 27개국에서 민주주의가 붕괴되고, 기존의 권위주의국가들에서도 더욱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백서(2016)에서도 이러한 사실들이 자유주의 세계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들로 지목되고 있다.
키신저는 ‘서양국가들이 보편적 질서라고 수립한 세계질서’에 대해 과감하게 ‘그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면서 ‘세계질서에 대한 새로운 조망’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인 하스는 혼란에 빠진 세계와 현존질서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독일의 전 외무장관 피셔(Y. Fischer)는 ‘서구의 종언’을 주장하였고, 퓰리처상을 수상한 아펠봄(A. E. Appelbaum)은 냉전해체 이후 세계질서가 급진적으로 변형되고 있다고 우려하였다. 유럽의 언론 또한 이러한 견해들에 동조하고 있다. 독일의 유력 언론매체인 “슈피겔(Spiegel)”의 한 기사(2017/01/20)에 따르면 현재 유럽은 ‘시대적 전환(epochal shift)의 전야’에 있다.
세계질서의 구조적 변동에 관한 우울한 전망은 트럼프 정부 출범과 더불어 기정사실화 되는 듯하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선언한 트럼프 정부는 현재 미국의 세계적 지위에 대해 비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이 수행해 온 ‘자유민주주의의 확산과 가치 수호자(global pacifier)’보다는 국제사회를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국익을 중심으로 한 ‘거래적 접근(transactional approach)’을 선호하고 있다. ‘자국우선주의’는 유럽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영국총리 테레사 메이의 ‘영국 우선주의(Britain First)’, 프랑스 국민전선의 당수 마린 르펜의 ‘프랑스 우선주의(La France d’abord)’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동아시아에서는 ‘rising power’와 ‘established power’ 간의 비대칭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군사력 경쟁은 치열하고, 가치와 주권에 관한 합의는 취약하다.(이미지 출처: 뉴시스)
자유주의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은 비단 중동이나 북아프리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러한 징조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프랑스 국민전선(FN), 빌더르스의 네덜란드 극우파 자유당(PVV), 오스트리아의 자유당(FPOe), 등 극우정당들이 제2당으로 약진하고 있고, 급기야 2017년 9월에 실시된 독일총선에서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히틀러의 나치당 이래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였다. 동유럽 국가들의 권위주의화 경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 핵심국가들을 비롯하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과거 소련권의 권위주의 우경화 경향이 뚜렷하게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인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 또한 권위주의 노선을 강화함으로써, 냉전 해체 이후 ‘평화의 지대’로 칭해졌던 EU 및 NATO 지역은 더 이상 ‘자유주의 세계의 미래’로서 이정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2. 동아시아는 평안한가?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이 기존질서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은 단순히 기존의 국제질서를 부정하기 위한 수정주의적 행동만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질서를 수립하는 데서 배제되었다고 생각할 경우에
선택하는 대외적 행위이다. 중국은 자신이 아무런 선택을 할 수 없었던 국제질서와 원칙들에 저항해 왔는데, 이제 21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규칙을 제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탈냉전 국제질서 수립과정에서 배제되었다는 데서 중국과 유사한 동기를 지니고 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연합국 편에 섰던 러시아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체했다고 자부하는 냉전의 패배자이자 패전국으로 취급되는 것에 반발하고 있다.
국제관계의 접근원칙에 있어서 중국과 러시아 등 대륙아시아 세력은 국가주권이 우선하는 ‘주권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동아시아 국제질서를 구축하기위한 ‘보편적 가치’가 취약하다는 점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시하는 ‘주권민주주의’는 과거 베스트팔렌적 원칙(주권국가경쟁체제)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21세기 새로운 국제질서의 보편적 가치를 충족하기는 어렵다. 현재 동아시아 국제체제에서 미중일러 4강을 비롯한 역내국가들은 세력배분을 위한 경쟁 중에 있으나 세력균형을 정당성과 결합시키는 데에는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자유·민주주의를 온전히 허용할 수 없고 미국은 주권민주주의를 수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유럽의 과거가 아시아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신아시아가 구유럽를 답습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3. 동아시아 동맹체제와 한반도 평화
유럽의 과거가 아시아의 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 21세기 신아시아가 구유럽를 답습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의 군비경쟁과 민족주의의 고조, 국익과 국가주권을 최우선시 하는 경향 등은 과거 유럽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가들 간의 경쟁과 갈등이 자기파멸적 결과(두 차례의 세계대전)를 초래했던 과거 유럽의 역사를 아시아가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아시아의 궁극적인 문제는 유럽처럼 ‘평화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이며 한반도 또한 그러하다.
동아시아에서는 ‘rising power’와 ‘established power’ 간의 비대칭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군사력 경쟁은 치열하고, 가치와 주권에 관한 합의는 취약하다. 전통적인 세력균형의 대표적인 작동 메카니즘은 동맹체제이다. 동맹정치가 한반도정치를 지속적으로 압도하고 있고 동북아 평화체제 형성을 지연시키고 있다. 동맹정치의 연성화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이다. 경직되고 있는 동아시아의 동맹체제, 미-중 등 강대국들의 외교적 압박 등을 감안하면, 정작 우려해야할 것은 ‘코리아 패싱’이 아니라 ‘코리아 프레싱’이다.
대륙아시아(유라시아)와 해양아시아(아태지역)에서 각기 다른 별도의 외교안보 및 경제 아키텍처가 고립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경쟁하는 이 두 아키텍처는 아시아의 통합이나 안정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두 아키텍처가 충돌할 가능성이 동아시아에서 점증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예상되는 충돌지점은 한반도와 중국해 주변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동맹체제가 경직화되면 전쟁발발 가능성이 증대되었다. 유럽의 경직된 양대 동맹체제(Triple Alliance vs. Triple Entente)가 제1차세계대전을 초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양대 아키텍처 간에 접점이나 매개하는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한반도의 안전에도 중요한 불안정 요인이다. 두 아키텍처의 통합이 당분간 무망한 상태에서 양자를 매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한국과 같은 중견국들에게 정치적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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