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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0.23. 조명심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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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10.23. 조명심노무사)

익명 (미확인) | 화, 2018/10/23- 19:33

사용자의, 사용자에 의한, 사용자를 위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추석을 앞두고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과 강원랜드 노동자들이 자회사를 추진하는 사장을 만나게 해 달라며 더불어민주당사에 들어갔었다. 이들은 한 달이 조금 못 되는 기간 동안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더불어민주당사에서 나오지 않았다. 스스로를 가둬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는 집권여당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도 사장이 나타나지 않자 두 명의 노동자는 단식농성을 했다. 한 노동자는 건강 이상으로 단식을 중단했고 다른 노동자는 13일간 단식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데, 모두가 원했던 것을 한다는데, 왜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당사에서 스스로 감옥살이를 하고 목숨 건 단식농성을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방법이 문제였다. 지난해부터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추진됐고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도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노·사·전문가협의회를 1년 동안 운영했다. 1년 동안 회사는 자회사 방식을, 노동자는 직접고용 방식을 주장하며 논의를 했으나 전문가들은 더 이상 조정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협의회를 끝냈다. 전문가위원들은 노동부에 보고할 테니 이후에는 그 절차에 따르라고 했다.

도로공사는 협의회를 이렇게 끝내는 걸 원하지 않았다. 표결로 자회사 전환을 결정짓길 원했다. 전문가위원들이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고 협의를 종결하자 남아 있던 사람들끼리 ‘자회사 전환 합의서’를 작성하고 노사 간 자율적 합의에 따라 자회사로 결정됐다고 공표했다. 전문가 위원과 민주노총 대표는 이미 퇴장한 후였다. 자회사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은 이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직접고용을 요구했던 민주노총 대표는 이 합의에 참가할 기회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9월5일 노사합의 공표 이후 빠르게 대응했다. 같은달 27일부터 ‘자회사 전환 개별동의서’와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를 받았다. 영업소별로 공문을 시행해 동의서를 받았다. 정규직 전환방안 거부 확인서에는 법원 판결 전까지 도로공사 기간제 근로자로 수납업무가 아닌 공사 조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도로정비·조경·청소·경비·조리원 등)가 부여된다고 했다.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에도 공사 조무원 업무가 부여되고 패소할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가 종료되며 공사 직원도, 자회사 직원도 될 수 없다고 했다. 직접고용을 원하는 노동자에겐 너무나 가혹한 조건이다. 자회사로 가기를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겐 협박이었고 모험이었다.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용역근로자에 대해 “노·사 및 전문가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으로 정규직 전환대상과 방식·시기를 결정하되 정규직 전환 정책의 취지를 고려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 당사자 등 이해관계자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기구를 구성·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처음에는 요금수납원이 ‘스마트 톨링’으로 없어져야 할 업무라고 했다. 정규직 전환 논의가 본격화하자 자회사 전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임금인상률도 자회사는 30% 이상을, 직접고용은 12%를 제시했다. 처음에는 직접고용을 당연히 요구하던 다른 노동자 대표들도 회의가 거듭되면서 자회사로 입장을 바꿨다.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은 임금을 더 받는 게 이익일 수 있었다. 지난달 5일 마지막 회의에서도 도로공사는 표결을 하자고 했다. 도로공사 입장은 일관되게 자회사였다. 처음부터 직접고용보다 자회사를 유리한 조건으로 설계해서 선택하라고 했다.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을 자회사 전환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설계해 노동자들에게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광지역법) 효력이 2025년 끝나면 이후에는 연장이 불투명한데 직접고용하면 위험이 커진다고 한다. 또 직접고용하면 인건비 부담도 크다고 주장한다.

강원랜드의 전체 용역비용은 747억원이고 종사인원은 1천646명이다. 1인당 4천600만원 정도로, 월로 환산하면 385만원가량이다. 노동자들은 추가비용을 쏟아부으라 요구하지 않는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은 용역업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용역업체가 가져가던 이윤과 일반관리비를 처우개선비로 사용하라고 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제시한 방법에 동의한다. 그런데도 강원랜드는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 방안으로 입장을 굳히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 삶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부 지침에 적혀 있는 대로 하는 게 명분 있는 것 아닌가? 노동자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동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하라는 것은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는 단지 서류상 문구일 뿐인가? 공공기관은 그동안 고유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책임은 지려 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은 책임져야 할 자가 고용 책임도 지고 사용자 자리로 돌아가라는 것 아닌가? 정규직 전환이라는 명분 있는 일을 하면서 노동자를 배제하고 공공기관 사용자 논리와 입장만이 지배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촛불 이후에 세워진 정부에 이런 기대를 하는 것이 지나친 것일까?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며 정규직 전환을 손꼽아 고대했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의 기대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 강행으로 오히려 정규직 전환보다 못한 결과가 돼 버렸다. 그들은 말한다. “차라리 정규직 전환 협의가 없었으며 좋았겠다”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렸다면 판결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됐을 것”이라고.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정부 의지가 노동자들에게는 ‘차라리 없는 편이 나았을 것’이 돼 버렸다.


조명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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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해고병원!


장수국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장수국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지난주 금요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앞에서는 추워진 날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해고병원!"이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금천구에 위치한 이 병원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요양치료 잘하는 곳" 혹은 "1등급 병원 인정받은 곳"이라는 홍보글이 올라온다. 홍보글에는 해당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등급 요양병원’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이 빠짐없이 언급돼 있다.

반면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려 보면 홍보글과 전혀 다른 내용이 가득하다. <30분씩 환자 13명 돌봐 … 복수노조 악용해 노동력 착취> <"생리대 갈 시간도 없이 일해요" … 요양병원 작업치료사의 외침> <정규직이냐, 계약직이냐 … 병원의 이상한 계약서> <부당하게 해고된 치료사 복직시켜라> 등 주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가학적인 인사관리와 노동조합 탄압으로 발생한 해고사건에 관한 내용들이다.

해당 병원은 확실한 위계질서를 가진 곳이었고, 성희롱이 만연한 곳이었다. 치료사들의 노동조건은 병원 입맛에 맞게 수시로 변경되는 곳이었고, 숙련된 치료사들보다는 인건비가 적게 드는 저연차 치료사들을 사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너네는 시집 안 가냐?”거나 “우리 너무 오래 본 것 같다”라며 숙련된 치료사들을 내팽개치는 곳이었다.

노동조합만이 병원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치료사들은 2015년 4월3일 치료사 최초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병원은 자신들에게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어린 치료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합법과 위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노조탄압 방법을 동원했다.

치료사들이 노조를 만들자마자 병원은 1주일 만에 친기업적인 노조를 만들어 직장내 차별과 따돌림을 시작했다. 조합원의 절반이 소속돼 있던 부서를 통째로 외주화했다. 피켓을 든 노조 지도부를 상대로 총 9천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1심에서 패소하자 2심에서 취하). 피켓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경고문을 조합원들의 부모님께 보내고, 노조탄압에 못 이긴 한 조합원이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자 이직한 병원에 "노조 주동자"라며 해당 치료사를 해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취업방해사실 인정된 가운데 2심 진행 중).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3년쯤 되던 2017년 말 병원은 본격적인 노동조합 탄압을 위해 인사팀을 만들었고, 인사팀장에 노무사를 고용했다.

새롭게 고용된 노무사는 기존에는 형식에 불과하던 기간제계약서를 내밀며 노동조합 조합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개원 이래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년 연봉확인을 위해서만 작성되던 계약서를 한순간에 기간제계약서로 둔갑시켜 버렸다.

2018년 8월15일, 그렇게 한 명의 조합원이 해고됐다. 병원은 친절하게도 해당 조합원 부모님에게까지 "따님이 해고됐다"고 통지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병원은 오로지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던 치료사를 해고했다. 해고된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환자들은 해고된 치료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환자들은 서명종이에 “좋은 선생님을 잃지 마세요” “선생님은 너무 열심히 일하시고 환자에 대해서 항상 진심을 다하십니다” “선생님이 치료를 계속하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병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은 치료사들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30분씩 보통 13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조합 탄압이 시작된 이후 환자수는 그대로지만 재활치료부 치료사는 80명에서 40명으로 반토막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사들은 양질의 치료를 할 수 없다.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환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병원은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한 '1등급 요양병원'이 됐다.

2018년 11월2일 금천구에 위치한 1등급 요양병원 ‘금천수요양병원’ 앞에서 치료사들은 여전히 단단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나라는 치료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동을 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했고 안 했고만 확인합니다.”

“건강하게 좋은 치료를 하고 싶습니다.”

“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탄압병원, 1등급 해고병원!”


장수국  labortoday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서울 은평구 녹번동 5번지 18동 2층

 : 02-2269-0947~8

 : http://seoul.nodong.org/consult



금, 2018/11/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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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제도 보완해야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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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 간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다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차별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선례가 부족해 이를 판단하기가 어렵고, 노동위원회 시정명령 내용이 포괄적이라는 점 때문에 시정명령 이후에도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동위 초심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경우 초심 결정 이행을 담보할 장치가 부족해 차별상태가 장기화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위반 여부의 불명확성

공정대표의무는 교섭 과정에서의 공정대표의무, 노동조합·조합원 처우에 있어서의 공정대표의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교섭 과정의 경우 소수노조에 최초 교섭요구안 외에 교섭 과정에서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교섭 진행에 관한 정보를 교섭 과정마다 공유해야 하는지, 교섭 마무리 단계에서 한꺼번에 정보를 공유해도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노동위 판정과 하급심 판결을 종합해 볼 때 최초 의견수렴을 하고, 교섭 마무리 단계에서 정보공유·설명과 의견수렴을 했다면 공정대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이 또한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노동조합 처우는 노조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 부여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사무실을 제공해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면제시간으로 부여해야 하는지 기준이 불분명하다. 노동위 판정과 하급심 판결을 종합하면 최소한의 사무가 가능한 공간과 조합원수에 비례한 타임오프 시간을 부여했다면 공정대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시정명령의 불명확성

시정명령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것 때문에 시정명령 이후에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정명령 이후에도 의견수렴과 정보공유 횟수·정도·내용이 교섭대표노조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사무실의 크기, 타임오프 시간 비율도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의 주관적인 판단에 다시 맡겨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체적인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시정명령 이행장치 미비

노동위 초심 결정에 불복해 사용자 또는 교섭대표노조가 재심을 신청한 경우 확정되지 않은 초심 시정명령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교섭에 대한 정보공유나 타임오프 시간 배분 등 시간이 지나면 실효성을 잃게 되는 사안에서는 초심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는 이행강제금 같은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확정되지 않은 재심 결정에 대한 이행강제 방안으로 긴급이행명령 제도가 있으나, 신청 주체가 중앙노동위원회고 이행명령 결정은 법원에 맡겨져 있어 이 또한 이행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한 제도라고 판단된다. 당사자 신청으로 노동위가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홍종기  labortoday



노무법인 삶

: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536번지 (토정로37길 46) 정우빌딩 3층 315호

: 02-702-5973

: http://nodong21.net/

수, 2018/06/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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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그리고 조직폭력배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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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고 했다. 대뜸 “녹취록이 있다”고도 했다. 제한된 토론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그래도 뜬금없는 ‘녹취록’이라는 말에 더 들어 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조합원들)이 무슨 대단한 권한이라도 가진 것처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조직폭력배는 아니지 않습니까?”

얼마 전 방송제작 현장의 살인적인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고자 열렸던 토론회에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의 발언이다. 순간 토론장은 술렁거렸다. 단순히 노동조합활동을 조직폭력배로 묘사한 것에 대한 기막힘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노보다 당혹감이 앞섰다. 방송스태프들이 모여 결성한 노동조합과 교섭이 예정된 사용자단체의 대표 격인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아무 거리낌없이 한다는 것 자체가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과연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조직폭력’으로 느낄 만큼 ‘녹취록’에는 위협적이고 험악한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토론회 현장에서 지부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올해 7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무한정 연장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방송이 제외됐음에도 여전히 하루 20시간을 초과하는 드라마제작 현장이 다수 존재하고, 그중 한 곳에서 제보가 접수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지부는 ‘대화’와 ‘공문’ 등으로 ‘정중하게’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해당 제작사는 시정을 약속하는 답 공문을 보내왔다. 그러나 약속이 이행된 것은 단 이틀이었다.

이에 지부가 제작 현장을 항의방문했다. 그런데 ‘제작 중단’을 섣불리 먼저 언급한 것은 조합원들이 아닌 방송사 관계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 참석한 제작사협회 관계자는 마치 지부가 현장을 찾아와 조직폭력배들처럼 방송 제작을 멈춘 것인 양 호도한 것이다. 통상 언론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왜곡보도하기 위해 초점을 맞추곤 하는 과격한 물리적 충돌 장면은 고사하고 구호·피켓팅 같은 단체행동 역시 없었다.

지부의 강력한 요구로 제작사협회 관계자는 즉각 현장에서 사과했다. 그러나 토론회 이후에도 그가 당당하게 언급했던 문장들이 잊히지 않았다.

사실 필자로 하여금 조직폭력배라는 다섯 글자보다 더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게 한 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조합원들에게 “(무슨) 대단한 권한이라도 가지게 된 양 행동하지 말라”는 준엄하기까지 한 충고였다.

그 대목에서 새삼 최근 방영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양반들이 평소 신분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노비들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부당한 탄압과 멸시에 항의하는 노비에게 가차 없이 매질하는 장면이다.

수십년간 밥도 편히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시키는 대로 촬영 현장에서 하루 20시간, 한 달 500시간이 넘게 머물러야 했던 방송제작 현장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것만 같아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부당하고 위법한 사용자 행위에 맞서 이제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과도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인권이 존중될 만큼의 노동시간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용자에 준하는 사용자단체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노조를 만들었다고 과거의 사회적 신분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감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제작사협회는 원청에 해당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놔둔 채 제작사들의 잘못만을 따진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일부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제작 현장에서 70~80년대 외쳤을 법한 구호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제작사들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고용관계·임금 등에서 스태프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제작사들은 지난 수십년간 스태프들을 노예처럼 부려 왔던 것도 사실이다.

머지않아 방송스태프지부는 원청인 지상파 방송 3사 이전에 제작사협회 등 사용자단체와 교섭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교섭요구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일 이전에 ‘방송바닥’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져 온 고정관념을 바꾸는 일이다.

그것은 ‘방송바닥은 원래 그렇기 때문에 절대 바꿀 수 없다’ ‘제작 스케줄에 맞춰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그릇된 오해다.

방송 프로그램이 존재하기 이전에 사람이 있고, 그들의 노동인권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

방송제작 현장에 만연한 왜곡된 신념이 바뀌지 않는 이상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바탕으로 정당한 노조활동을 펼치는 이들은 언제까지나 사용자들의 눈에는 조직폭력배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유경  labortoday


돌꽃노동법률사무소 -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7-25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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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10/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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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동자 119’ 활동을 기대하며] 병원 갑질 아웃! 을들의 목소리로부터!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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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국장)

지난해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줬던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당시 노동조합이 없었던 성심병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며 그간 묵혀 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장갑질 119 오픈 채팅방에 토해 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오픈 채팅방은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절규로 도배됐고, 그들은 스스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의 상담에 장애를 초래할 수 없다며, 성심병원 노동자들만의 밴드를 개설해 달라고 직장갑질 119에 요청했다. 그들 스스로 "우리가 바꿔 보자"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밴드 초대장을 발송했고, 밴드가 개설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500명에 이를 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밴드 관리와 상담을 맡은 나는 ‘법률상담을 잘해야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최저기준에 불과한 법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호한 것들로 가득했다.

가령 이런 것. “나이트 근무가 연속 4~5일 배치되고, 연속 6~7일 근무가 난무해요. 이거 법 위반 아닌가요?” “점심식사를 마시다시피 해요. 휴게시간 1시간 보장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병원 사업장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 앞에 척 내밀기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밖에 본연의 업무 외 부당한 업무지시, 임산부 야간근로 청구서를 반강제로 쓰게 하는 문제, 법상 휴일대체인지 보상휴가인지조차 모호한 마이너스 오프(인력부족으로 그달에 사용하지 못한 휴무를 휴일·연장근로 보상 없이 대체휴일로 돌리는 제도) 문제, 당일 환자가 없다고 출근길 아침에 갑자기 연차나 비번근무를 쓰게 하는 문제, 화상회의·체육대회·장기자랑 등 병원의 과도한 행사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과중한 업무부담 문제를 포함해 부당하지만 법적으로는 모호한 문제들로 가득했다.

당시 성심병원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대상이었지만, 그 근로감독이 복잡다단한 현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법의 무력함을 함께 느껴야 했다.

그 순간 성심병원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조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로감독이 끝난다고 우리 병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요?” “노조 있는 병원은 단체협약으로 이런 걸 정하고 있대요. 우리도 노동조합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법의 무력함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이렇게 묵혀 둔 목소리를 내고, 함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그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불과 1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1일 보건의료노조 한림대의료원지부가 설립됐다. 병원 관리자가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을 알게 될까 걱정하며 닉네임을 수시로 바꾸곤 했던 그들은 이제 당당히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하고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제서야 알았다. 이 땅의 노동자, 수많은 ‘을’들은 목소리를 빼앗긴지도 모르겠다고. 그 빼앗긴 목소리를 발화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고. 대안은 목소리와 목소리의 공명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여전히 노조가 없는 병원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과 ‘공짜노동’(시간외근로에 대한 보상 부재), 의료비품 사비 구매, 업무 외 업무지시, 폭언·폭행·성희롱 같은 갑질에 시달리며 모성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4월2일 ‘병원노동자 119’ 오픈채팅방(병원노동자119.net)을 개설함으로써 성심병원의 기적을 이어 가려 한다. 그 공간에서 또다시 수많은 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공명할 것이다. 훗날 그 목소리가 절규를 넘어 이 땅 모든 병원을 노동존중·환자존중 병원으로 만드는, 해사하게 핀 봄날의 꽃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소희  labortoday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73 우성빌딩 2층 (우 07247) 

Tel: 02)2677-4889

http://bogun.nodong.org/xe/

화, 2018/04/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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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들(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목, 2018/10/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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