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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시선] 잊혀진 이름, 한반도습지

지역

[생태시선] 잊혀진 이름, 한반도습지

익명 (미확인) | 금, 2018/10/19- 10:44
보호지역에 대해서

보호지역(protected area)에 대한 정의는 국가 및 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정의에 따르면, “보호 지역은 생태계 서비스 및 문화적 가치와 관련된 자연을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법률 또는 기타 효과적인 수단을 통해 인정되고 전용되고 관리되고 있는 명확하게 정의 된 지리적 공간”이다. (IUCN. 2008)

‘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http://www.kdpa.kr)에 등록된 한국의 보호지역은 2017년 기준 총 2,071개소에 면적은 20,439.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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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 보호지역 유형별 통계


이 중 면적 기준으로 가장 넓은 보호지역은 국립공원으로 6,726.3㎢에 달하며, 개소수로는 천연기념물이 371개로 가장 많다.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이름의 중요성

위에서 기술한 IUCN의 보호지역과 별도로, 생물다양성협약(UN, 1992)은 “보호구역”이라 함은 특정 보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지정되거나 또는 규제되고 관리되는 지리적으로 한정된 지역(CBD 협약 제2조)“을 말한다.

보호지역 유형 중에서, ‘습지보호지역’ 역시 ‘습지의 효율적 보전 ·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여 습지 및 그의 생물다양성 보전을 도모하고, 습지에 관한 국제협약의 취지를 반영함으로써 국제 협력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습지보전법’에 의해 지정되며 보호받는 지역이다. 습지보전법은 구체적으로 ‘①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②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서식·도래하는 지역, ③특이한 경관적·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 중에서 환경부장관 혹은 환경부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지정하게 되어 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인 ‘원시성 및 풍부한 생물다양성,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서식지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습지보호지역은 그 자체로 보호되어야 하는 지역이다. 2017년 기준 내륙 습지보호지역은 총 23개소에 126.8㎢의 면적으로, 국내 보호지역 전체 면적대비 0.6%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지역 들이다. 


희귀한 하천습지(하도습지)

국립습지센터에 등록된 국내 내륙습지 2,499개소 중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된 지역은 23개소에 불과하다. 또한 전체 하도형 습지 885개소 중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한반도습지(2012 지정)와 담양하천습지(2004), 김해 화포천습지(2017), 대구 달성습지(2004) 등에 불과하다. 국내에 조사된 내륙습지 중 1/3이 하도습지임에도 불과하고 보호지역 지정은 4개소에 불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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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습지 지리경계 모습. 좌측 상단에 위치한 지역이 '한일현대시멘트 영월공장'이다


이는 국내 물관리 관련 행정이 수량과 수질 분야로 분리되어, 그동안 수량은 국토교통부가 담당하고 수질은 환경부가 담당하였던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하천 관련 업무를 총괄하였던 국토교통부는 습지보호지역의 수위 변동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습지보전법이 하천 수량 및 수위 관리에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하천(하도)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었다. 그러나 2018년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향후 환경부가 중요한 하천습지의 보호지역 지정에 적극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었다. 하천습지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해졌다. 


한반도습지? 한반도지형? 국민관광지?

이렇게 희귀한 내륙습지보호지역 및 하천(하도)습지중 ‘한반도 습지’가 있다.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신천리 및 웅정리 일대에 ‘한반도 지형을 닮은 하천(하도형) 습지’이다. 환경부 기준 습지유형으로 내륙습지->하천형->유수역->하도습지(R4)에 해당하는 하천습지이다. 국내에서는 21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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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습지 전경(2018년 5월)


사실 한반도 습지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알려지기 보다는, 전체 경관 모습이 한반도 지형을 닮아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주요 지점으로 지형 전체를 조망하는 지점 인근에는 대형 주차장까지 설치 되었다. 

한반도습지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자연형 하천습지.한반도습지는 한반도 지형을 속 빼닮은 지형과, 석회동굴, 자연교, 바위절벽 등 다양한 하천 침식 및 퇴적지형이 존재하며, 자연적인 퇴적활동으로 인해 생성된 자연형 하천습지’이다. 또한 수달, 돌상어, 묵납자루 등 다양한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며, 생물다양성이 높은 지역이다.(국립습지센터. 2017)

구체적인 생물상 현황은 식물(469종), 조류(59종), 포유류(10종), 육상곤충(288종), 양서·파충류(16종), 어류(28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52종)이며, 이중 멸종위기 1급(1종)인 수달, 멸종위기 2급(10종)인 층층둥굴레, 백부자, 흰목물떼새, 삵, 담비, 무산쇠족제비, 묵납자루, 가는돌고기, 돌상어와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붉은배새매, 황조롱이 등의 법적 보호종이 서식하는 공간이다. 도한 서식 담수어류 중 15종은 한국 특산종일 정도로 생물학적 가치가 크다.(국립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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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결과 - 한반도지형(상단), 한반도습지(하단)


이처럼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보유한 ‘한반도습지’이나, 실상 시민들에게는 ‘한반도지형’으로 더 알려져 있다.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해시태그(#)를 이용하여 ‘한반도 지형’을 검색하면 1만 3천여건 이상의 한반도 습지 전경 사진이 검색된다. 그러나 ‘한반도습지’를 검색하면 몇건 검색되지 않는다. 이곳은 시민들에게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인식보다는 관광지라는 인식이 높은 상황이다. 


보호지역을 보호지역답게

작은 안내판 하나가 습지보호지역임을 알려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관광지로 인식된 한반도습지를 습지보호지역이라는 정확한 의미로 알려줄 ‘한반도습지 생태문화시설’이 조만간 건설될 예정이다. 다만, 해당 시설이 한반도 습지 북측에 위치해 한반도 습지 조망 지점과 이격되어 있어 얼마나 방문자들이 자연스럽게 찾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시설 마련과 함께, 자연하천의 천이과정을 포함하여 한반도 습지의 형성과정과 생태적 중요성, 하천습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보호지역은 많은 관광객이 찾고 방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보호지역의 지정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우선이다. 한반도습지를 찾는 탐방객들이 한반도 지형보다 한반도습지라는 본래의 의미를 더 기억하게 되길 기대해본다.


글 : 명호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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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국립습지센터 블로그(https://wetlandkorea.blog.me/)에 게재되었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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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생태지평과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더위에 지친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었습니다.

결실의 계절, 생태지평과 함께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추석을 맞아 사랑과 안녕의 인사를 보냅니다. 

올 추석은 뜨거운 여름을 이겨낸 생명들과 이웃들에게 격려와 안부를 묻는 추석이 되면 어떨까요.


보름달이 주는 넉넉함 만큼 정겹고 행복한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생태지평에 보내주시는 변함없는 성원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

사랑과 행복이 가득한 추석이 되길 바랍니다.


생태지평 연구원 일동

금, 2018/09/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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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늦게 생태지평연구소 창립 12주년 기념행사를 치뤘습니다. 

조금 늦은만큼 이것저것 소소하게? 많이 준비한 행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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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운영위원님이 사회를 맡아주셔서 행사가 부드럽게 진행되었습니다. 

언제나 든든하게 살펴주시는 전승수 소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이용선 님(청와대 시민사회 수석)의 격려사에 힘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공연도 했습니다. 공연해주신 윤제형 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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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많은 분들이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주셨습니다. 

연구원들이(특히, 명호 부소장) 모두 행복했습니다. 

항상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석해주실까입니다. 

앞으로도 꼭 잊지말고 참석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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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빠지지 않는 PPT 발표! 이번 주제는 한반도 생태계 보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2018년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고 다양한 분야의 남북 간 교류 가능성이 높아지면 관심이 부쩍 많아졌는데요. 명호 부소장의 야심차게 준비하여 발표했습니다. 


올해 생태지평상은 한겨레신문사 '애니멀피플'에서 수상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동물뉴스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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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자희 선임연구원의 진두지휘로 강은주 연구실장, 홍숙경 책임연구원의 피, 땀, 눈물으로 만들어진 고급진 테이블세팅. 매년 하던 방식을 탈피해 테이블 참석자 이름표, 니스, 프로그램 진행 안내문, 모두 한땀 한땀 연구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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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의 참여로 풍성한 행사가 되었습니다. 

항상 생태지평연구소를 응원해주시고 후원해주셔셔 감사합니다. 

내년에 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행사를 잘 마무리하는데 여러 분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특히, 초청장 이미지 작품을 그려주신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님과 

항상 생태지평연구소 행사때마다 사진촬영을 해주시는 서경렬 회원님께 

이 글을 통해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참석과 후원해주신 분들과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진_ 서경렬 생태지평연구소 연구회원

화, 2018/11/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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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제도는 왜 존재하는가

국가재정법 제38조의 2항에는 대통령령에 따라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를 면제할 수 있는 조건이 10가지 명시되어 있다. 관련 시행령의 예타 조사 대상 제외 항목은 2009년 3월 5가지에서 10가지로 추가되었으며, 재해예방 , 복구지원이 추가되었다. 이 조항은 4대강 사업의 예타조사 면제의 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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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는 500억 원 이상의 사업, 국고 300억 원 이상의 국책사업을 진행하기 전 진행하는 사업의 타당성 검증제도 이다. 경제성평가를 비롯한 사업의 일관성, 추진의지, 고용파급효과와 같은 정책성, 지역낙후도,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의 지역균형발전이 각각 35~50%, 25~40%, 25~35%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결과를 내놓는다. 1999년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국가재정법의 목적과 부합한다. 국가 재정법의 제1조 목적에는 ‘예산ㆍ기금ㆍ결산ㆍ성과관리 및 국가채무 등 재정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성과 지향적이며 투명한 재정운용과 건전재정의 기틀을 확립하는 것’ 즉, 예산 낭비 방지 및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한국만 이러한 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공공사업 평가제도는 경제학적 비용편익 분석에 기반해 UN이나 세계은행 등에서 개발되어 198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당연히 불필요한 재정의 낭비를 막고, 마구잡이식 국책사업으로 경제, 정책, 지역의 부정적 파급력을 최소화 하려는 것이다. 1999년 제도의 도입이래 2017년까지 모두 767건의 지방자치단체의 사업 중 36.7%가 ‘사업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국고 141조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지난 1월 29일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총 23개 사업, 24조 1천억 원 규모의 ‘균형발전’계획은 모두 예타가 면제되었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는 “상대적으로 인구 수가 적고 인프라가 취약한 비수도권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어려워?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오히려 늦어지”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라 언급하고 있다. 이 문장은 우리가 왜 제도와 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려고 하는지, 제도와 규제는 왜 존재하는지, 굳이 이러한 제도를 왜 만들고자 했는지를 간과하고 있다. 필요한 사업인데 예타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니 면제해준다는 문장은 법의 취지,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한번에 무력화 시켰다. ‘필요한 사업’의 기준은 무엇인가. 누가 결정하는가. 이번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지자체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쳤다. 물론 정부의 이러한 절차는 ‘위법’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 국가재정법이 인정하는 예외조항에 부합할 수 있다.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하여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한다면 예타는 면제될 수 있다. 앞으로 지자체는 이러한 예타면제 과정의 선례를 확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예타 심사에서 탈락한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이런 과정이 위법하지 않다면 굳이 예타제도, 즉 국가재정법 제38조 2항은 없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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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남불

이명박정부의 4대강 사업은 위법했는가. 법을 개정했으므로 ‘위법’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관련 시행령을 개정해 예타 면제 대상에 ‘재해예방사업’을 추가했다. 4대강 사업의 준설사업, 보 건설 사업은 이에 따라 예타면제 대상이 되었다. 22조 원이 넘는 4대강 사업 중 예타 대상 사업은 전체 예산의 11.2%였다. 현 정부의 주요 ‘적폐청산’ 사업이었던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서 ‘복구’를 말했던 정부는 ‘내로남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번 문재인 정부의 예타면제 대상 사업 규모는 24조 가량이다. 4대상 사업 예산은 22조 였다. 

예타를 면제해달라고 지자체가 신청한 사업은 (중복사업 포함) 총 33개 81.5조원이었다. 이 중 23개 사업이 면제를 받았다. 대부분의 사업은 SOC 건설사업이다. 69%인 16조 6천억 원이 철도와 도로 건설사업이다. 이 중에는 과거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사업이 7개 포함되어 있다. 남부 내륙철도, 울산 외곽순환도로, 부산신항~김해고속도로, 서남해안 관광도로, 동해선 단선전철화, 울산 산재 전문 공공병원, 국도 단절구간 연결(8개 구간) 사업 등이다. 이들의 총사업비 규모는 9조 1천억 원으로 전체 사업비의 38% 가량이다. 


균형발전 정책의 최선인가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번 예타면제 결정은 ‘지역경제’와 ‘균형발전’의 시급성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수도권 사업은 원칙적으로 제외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 교통 물류망 구축 사업 5개 중 제2경춘국도, 도봉산포천선 등의 도로건설 사업이 수도권 확장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 수도권은 이제 세종-청주 고속도로, 평택-오송 복복선화가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막고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할 것인가. ‘수도권과 영남내력을 2시간대로 연결’하는 것이 과연 수도권의 확장과 집중화를 제어하는 묘안이라 할 수 있는가. 지역주민의 삶과 질을 재고하겠다는 환경, 의료 등의 사업에는 제주 공공하수처리시설현대화(0.4조 원)와 울산 산재전문 공공병원(0.2조 원) 사업 외에는 모두 SOC 사업이다. 전체 사업 중 환경과 의료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사업은 고작 0.6조 원이다. 

단적으로 울산의 예를 들어보자. 지역 경제의 악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물류비 감축 등을 목표로 1.0조원의 울산외곽순환도로를 건설한다고 한다. 예상되는 사업효과는 기존 50분이던 거리를 20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현재 울산의 경제는 30분 단축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울산 경제의 핵심은 조선산업의 불황이다. 이는 울산의 문제 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를 조선산업에 의지하고 있는 거제, 통영도 함께 앓고 있는 문제이다. 지역의 경제와 균형발전을 고민한다면 도로 건설로 30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지속가능한 경제 생태계, 새로운 산업영역으로의 전환 등을 고민해야 한다. 도로 건설 등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효과를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건설 사업의 일자리 창출효과는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크지 않다. 2015년 건설업근로자 고용 통계에 의하면 건설업 노동자의 53.9%가 임시직이다. 또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라 할 수 없다. 일시적 고용창출로 통계숫자를 올릴 수 있을지언정 우리 사회의 새롭고 미래지향적 일자리 창출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의 모델은 왜 SOC 사업인가. 우리는 더 많은 도로와 공항이 있어야 균형적으로 성장하는가. 아니 과연 이것이 2019년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성장모델’인가. 우리는 새만금에 공항이 있어야만 국내외 교류를 활성화 할 수 있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수 있단 말인가. 지역경제 문제에 대한 현 정부의 대답은 과연 대규모 건설 사업 뿐인가. 


모든 정책은 정치적이다. 

이번 정부의 결정이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혐의를 벗기는 어렵다. 물론 모든 정책은 정치적이다. 정책이 정치와 분리되어 ‘중립적’이기는 불가능에 가까울지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 논란을 시작하는게 민주주의적이지 않은가. 차라리 보다 명확히 정치적 결정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의 외피를 쓰는 것 보다 훨씬 합리적이지 않은가. 입법부의 역할은 이럴 때 발휘되어야 한다. 

예타면제와 건설경기부양은 가장 단순하고 손쉬운 카드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의 후보들을 위한 정치적 안배에도 나쁘지 않다. 이제 많은 후보들은 자신의 선거 공약집에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이며, 지역에 얼마나 많은 예타 면제 사업이 진행될 것인지 광고할 것이다. 혹여 그렇지 않은 지역의 후보들 역시 자신을 뽑아준다면 어떤 사업을 예타면제사업으로 따낼 것인지 적극적으로 알릴 것이다. 여기엔 부동산 투기라는 한국사회의 고질병도 함께할 것이다. 정치는 언제나 이런 쉬운 해결책에 대한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 이런저런 예외조항을 늘리고, 시행령을 고치고, 국무회의로 우회하여 누더기처럼 제도를 무력화시켜왔다. 새로운 계획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기 어려우니 선거용으로 적절치 않다. 정책소통은 번거롭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사회적 대화는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번거롭다 여겨지는 소통의 비용과 시간보다 더 큰 부작용을 치러야 한다는 사실은 당선과 함께 잊혀질 것이다. 4대강 사업이 그러했듯 우리는 이미 지역의 수많은 건설 개발 사업이 예타면제 후 적자의 구렁텅이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선거 승리에 급급한 여당, 이념논쟁에 빠져있는 거대 야당은 물론 진보정당조차 자신의 지역의 예타면제 사업을 환영하거나 촉구할 뿐이다. 이 선거용 정치적 결정의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누구인가. 아니 감당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왜 한국사회의 산업구조나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방안에 대해 논쟁하고 토론하지 않는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비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새만금 공항이고 철도를 고속화하고, 관광도로를 늘리는 것 뿐인가. 새로운 정부의 새로운 국정 비전은 이것 뿐인가. 아니면 고심 끝에 이것으로 귀결된 것인가. 

정책학의 창시자라 불리우는 미국의 정치학자 Lasswell은 ‘정책학이란 인간의 존엄성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과연 2019년 우리의 정책은, 정치는 우리의 존엄을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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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강은주 연구실장
월, 2019/02/2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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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가 연일 극성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도시를 뒤덮고 마스크로 중무장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어린 시절 소년잡지에서 보던 암울한 미래시대가 현실화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일부에서는 “옛날에도 다 그랬는데 요즘 사람들이 너무 예민해져서 난리법석을 떨뿐”이라는 반응도 있다. 정말 그럴까? 1950년대 런던 스모그 사건이나 1960년대 LA 스모그 사건도 있었으니 분명 먼지와 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문제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지금 연무현상이라 부르는 스모그를 안개로 치부한 적도 있었으니까. 그러나 과거 스모그와 지금 우리가 매일같이 만나는 스모그는 질적으로 다르다. 스모그의 원인인 먼지 크기가 과거와 달리 어마어마하게 작아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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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 입자 크기는 머리카락 단면 크기인 70㎛ 이하인데 지금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PM-10)는 그보다 7배에서 30배 가까이 작은 10㎛∼2.5㎛ 크기이며 이보다 작은 초미세먼지(PM-2.5)와 초초미세먼지(PM-1)는 머리카락 단면 보다 거의 70배나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물질이다. 이제는 심지어 나노 미세먼지(PM-0.1)까지 등장했으니 입자 초소화 경쟁이라도 벌어진 느낌이다. 문제는 미세먼지의 입자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호흡과정에서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미세먼지가 걸러져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폐 또는 혈관을 통해 체내로 직접 침투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체내 침투된 미세먼지는 호흡기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세계보건기구 WHO는 2012년 미세먼지를 석면이나 벤젠 등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과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우리는 지금 발암물질로 가득한 도심에서 살고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럼 이 심각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접근 방법은 무엇인가? 미세먼지를 포함하여 모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과정은 같다. 
첫째, 문제의 정확한 분석이다. 둘째, 문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핵심 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채택, 제도화하며 셋째, 해당 제도가 잘 운영되는지 검증하여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 제도 수정을 하는 것이다. 

미세먼지 문제 분석이라 하면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나 발생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일 것이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발전소, 공장 그리고 자동차와 같은 대기오염배출원에서 직접 발생하는 소위 1차 미세먼지가 1/3 그리고 대기오염배출시설에서 배출된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대기 중에서 다른 오염물질등과 화학반응을 통해 생성되는 소위 2차 미세먼지가 2/3라고 한다. 그렇다면 1차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대기오염배출시설을 규제하고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 물질(미세먼지 생성물질 또는 전구물질)을 규제하는 방법이 상식적으로 타당해 보인다. 규제를 하기 전에 기존에 얼마만큼의 1차 미세먼지가 배출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의 미세먼지 생성물질들이 얼마만큼의 2차 미세먼지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 그 과정을 알아야 효율적 규제방식 채택과 사후 검증도 가능할 것이다. 

비공학도로서 그저 막연히 생각하면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주요 배출시설의 굴뚝에 측정기를 부착하여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배출량을 자동 측정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방식은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곳에 여과지를 놓고 24시간 동안 시료를 채취하여 여과지에 모인 물질 중 그 크기가 2.5㎛ 보다 작은 미세먼지의 질량을 미세저울로 직접 측정하는 중량농도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정확하게 1차 미세먼지 배출량을 알 수 있을까? 
2017년 12월 14일 환경부는 미세먼지관리종합대책 중 하나로서 수도권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에 규정된 오염물질총량관리 대상 물질에 먼지를 포함시키는 발표를 하였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먼지 총량제는 2008년부터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총량제와 함께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먼지 배출시설 형태가 다양하고 배출량 측정 상의 기술적 문제로 그동안 시행을 유보해 왔었으나 먼지 배출량 측정에 필요한 굴뚝 원격감시체계(TMS) 부착률이 향상되는 등 여건이 변화되어 먼지총량관리제를 미세먼지 관리종합대책 중 하나로 시행됨을 밝힌바 있다. 그러나 미세먼지가 아닌 일반 먼지(먼지 입자 크기 70㎛∼10㎛)만이 총량제 대상임은 아직까지 대기오염배출시설에서 미세먼지 배출량 측정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리고 이는 1차 미세먼지에 국한하는 것이며 2차 미세먼지의 경우 얼마만큼의 미세먼지 생성물질이 얼마만큼의 미세먼지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미세먼지 생성물질의 대기 중 화학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타 요소 등 전반적으로 2차 미세먼지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 자체는 발생과정 규명이 아직 시료분석에 집중되어 있고 전문 인력 및 기초 생성과정 연구 등의 부족으로 미세먼지 기여율 등 정확한 통계 분석 자체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미세먼지(PM-2.5) 생성량 추정에 관한 연구(I) 국립환경과학원, 기후대기연구부 대기환경연구과, 2017) 따라서 현 상태에서 총체적으로 미세먼지의 정확한 발생량 등의 통계자료 확보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제도 마련 이전에 선행될 과제는 미세먼지 발생 및 측정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연구조사이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수도권대기환경개선 기본계획 상 분야별 투자계획에 따르면 10년간 전체 소요예산 중 과학적 관리기반구축에 소요되는 예산은 1.6%에 불과하다.(수도권 대기환경 개선 대책 그 성과와 미래, 환경부 대기환경관리과, 2014.7) 

현재 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만큼 발생하는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효율적인 미세먼지 저감책 수립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이런 자료 부족은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에도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 측에 제기하려면 국내 미세먼지 중 중국유입량과 국내발생량이 어느 정도는 명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피해의 원인이라고 억지주장을 계속 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기상 사진으로 중국에서 먼지가 국내로 날아드는 자료로는 중국 측 뿐 만 아니라 제3자도 설득하기 어렵다. 정확한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미세먼지 측정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많은 환경문제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생하며 그 해결 역시 과학기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환경문제의 과학적 진단과 공학적 해결책 그리고 이들을 법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 환경문제 해결의 종합적 접근 방법이다. 미세먼지 해결의 첫 단계는 미세먼지의 과학적 특성을 정확히 진단하고 정밀한 측정으로 발생량을 확인하여 첨단 저감장치 개발을 통해 미세먼지 및 그 생성물질의 발생량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1차 미세먼지 측정 및 2차 미세먼지 생성과정 확인에 대한 과학기술의 한계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물질이다. 이렇게 작은 물질을 측정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류가 그렇게 작은 물질을 만들어 대기 중에 배출하였다면 그 측정도 인류의 기술로 할 수 있다. 정부는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미세먼지 측정 등 연구개발에 예산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야 할 것이다. 정확한 측정으로 얻어진 미세먼지 자료에 근거하여야만 효율적 미세먼지 문제 제도설계나 그 이행 확인도 가능하다는 상식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은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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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소병천(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월, 2019/01/2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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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한반도로 가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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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9/02/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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