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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바다, 귀한 마음, 한살림 꽃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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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바다, 귀한 마음, 한살림 꽃게

익명 (미확인) | 목, 2018/09/27- 14:57

원용무 생산자는 2006년부터 에코푸드코리아와 함께 해왔습니다. 에코푸드코리아는 꽃게, 갑오징어, 전복 등 다양한 냉동·생물 수산물을 한살림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뱃머리에 쭈그린 채 부두에 밧줄을 걸던 이가 고개를 가로젓는 걸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번에도 허탕이다. 꽃게 경매 모습을 눈에 담고자 근처 여러 포구를 돌았지만 만족할 만한 물량을 싣고 온 배는 없었다. “세 시쯤에나 큰 배가 들어온다네요. 저희도 내일 나갈 활꽃게 물량을 어서 확보해야 하는데 큰일이에요.” 에코푸드코리아의 원용무 생산자가 기대와 걱정이 반쯤 섞인 말을 건넨다. 바로 전날에도 약속한 활꽃게가 나가지 못해 한살림매장과 조합원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하니 그의 초조함이 충분히 이해된다.

바다도 힘들었던 올 한 해

땅의 농민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은 올해는 바다의 어민에게도 힘든 때였다. 자연의 섭리와 사람의 욕심이 겹친 덕에 바다는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내놓았다. “매년 수온이 상승하는 데다 태풍이 바다를 뒤집어놓지 않은 지도 몇 년 되서 꽃게가 많이 줄었어요. 닻배들이 그물을 너무 촘촘하게 쳐서 작은 꽃게까지 싹 잡아들이는 것도 문제고, 꽃게를 잡고 버려둔 그물이나 통발의 영향도 있겠죠.”
어획량이 적은 만큼 꽃게의 수매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살림 꽃게는 지역 어민들이 잡은 꽃게를 에코푸드코리아가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후 손질해 출하하는 과정을 거쳐 유통된다. 에코푸드코리아와 한살림이 매해 원가를 조정하지만 갑작스럽게 변하는 바다 상황을 바로 반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산물은 배와 선주를 정해서 잡은 물량을 모두 수매하는 약정계약이 어려워요. 일정 이상의 규격과 품질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기준에 못 미치는 것들은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거든요. 대기업처럼 전처리가공을 해서 유통할 수도 없고, 소위 파격세일로 물량을 뺄 수도 없죠. 경매에서 규격과 품질을 충족하는 꽃게를 수매할 수밖에 없는데 점점 더 안정적인 수급이 힘들어져요. 한살림과 약정한 원물가격에서 벌써 30%가 올랐으니 가슴이 쪼그라들죠.”
수요와 공급에 따라 변경되는 것이 가격이라지만, 바다 상황을 모르는 이가 갑자기 오른 가격과 줄어든 물량을 납득하기는 쉽지 않다. “마트에서는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오르면 품질 안 좋은 것이나 수입산을 팔거든요. ‘한살림 것은 품질이 좋은 국산 꽃게이니 수입산과는 당연히 가격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좋은데 ‘마트 꽃게는 만 원인데 한살림은 왜 2만 원을 받느냐’고 하시면 힘이 빠지죠.”

한살림은 유자망으로 잡은 꽃게만 공급한다

유자망 꽃게만 취급합니다

한살림은 유자망 꽃게만 취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우리 바다에서 잡는 꽃게는 유자망, 닻자망, 통발 등 세 방식으로 어획한다. 작은 통통배가 조류의 흐름에 따라 그물을 내려 자유롭게 헤엄치던 꽃게를 잡는 것이 유자망, 규모가 큰 배가 닻을 내려 고정시킨 그물로 꽃게를 어획하는 것이 닻자망, 가장 큰 어선이 먼바다에 나가 통발에 고등어 따위의 먹잇감을 넣고 꽃게를 꾀는 것이 통발 방식이다. 각각 2~3일, 7~10일 조업하며 꽃게를 잡는 닻자망, 통발과 달리 유자망은 보통 새벽에 나가 잡은 꽃게를 오전에 들여와 경매에 부친다. 닻자망과 통발에 붙잡힌 꽃게가 배 안 창고에서 며칠째 먹이 활동을 못 하고 자기 살을 소모하는 것과 달리 유자망으로 잡은 꽃게는 다소 비싼 대신 신선하며 살이 풍성하고 단단하다. 꽃게의 품질도, 원하는 이도 다르니 당연히 경매마다 어획 방식을 표시한다.

꽃게 경매는 유자망과 닻자망, 통발이 따로 열린다

바다농사도 사람이 중요하지요

오랫동안 한살림 꽃게를 취급해온 중매인이 꽃게를 선별해 수매하는 것도 특별하다. “바쁘게 흘러가는 경매장에서는 꽃게를 눌러보는 것조차 어려우니 육안으로 선별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중매인은 벌써 8년 넘게 저랑 함께 했어요. 한살림 꽃게의 품질 기준을 잘 알고 있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니 함께 하는 이가 누구인지가 제일 중요해요.”
원용무 생산자가 한살림과 관계 맺은 지 올해로 12년째. 그사이 에코푸드코리아는 꽃게를 비롯해 갑오징어, 우럭, 전복, 바지락 등 수많은 생물 및 냉동 수산물을 한살림에 내는 대표 산지가 되었다. 해가 지날수록 바다에서 나오는 수산물의 양이 줄어드는 요즘. 원칙과 사람을 우선하며 한살림과 신뢰를 쌓아온 이들이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꽃게, 이것이 궁금해요

봄 암꽃게, 가을 수꽃게’라는 이유가 뭔가요?
연중 가장 좋은 꽃게는 봄에 잡힌 꽃게이며, 주로 암컷이 잡힙니다. 봄 암꽃게는 내장과 알과 살이 가득 차 있고 식감과 풍미가 좋아 찜, 구이, 탕 등 어떤 요리에나 좋습니다. 반면, 금어기가 지난 후 가을철에는 산란 후 활동량이 떨어진 암꽃게보다 수꽃게가 많이 잡힙니다. 이 시기 수꽃게는 봄철에 비해 상대적으로 살은 덜하지만 단맛이 나고 조업량이 많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습니다.

활꽃게와 냉동꽃게, 어느 것이 좋을까요?
살아 있는 활꽃게가 신선한 만큼 맛도 좋지만, 수매시기에 따라 가격 변동 폭이 크고 신선도 유지를 위한 포장비 때문에 가격이 높습니다. 냉동꽃게는 가격이 낮을 때 대량 수매해 활꽃게 상태에서 바로 급냉해 보관하기 때문에 선도가 좋고 맛도 좋습니다. 활꽃게는 살이 부드러워 찜이나 구이로 좋고, 냉동꽃게는 급속냉동 과정에서 꽃게 자체에 기생하는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고 살이 탱탱해 간장게장으로 이용하기 좋습니다. 모두 장단점이 있으니 필요에 따라 이용하시면 됩니다.

한살림 활꽃게는 포장에 톱밥이 없던데 왜 그런가요?
꽃게는 모래에 파묻혀 잠을 자는 습성이 있습니다. 톱밥에 넣어 포장하면 동면상태로 운반할 수 있지만, 이동 중에 꽃게가 죽으면 변질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톱밥은 수입산 원목을 쓰고, 훈증 등의 방식으로 소독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한살림은 활꽃게를 얼음물에 기절시킨 후 스티로폼 재질의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동봉하여 포장·공급하고 있습니다.

물코팅(글레이징)이 뭔가요?
수산물을 그냥 냉동하면 보관·유통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고 산화됩니다. 물코팅은 수산물 표면에 얇은 얼음막을 입혀 공기와의 접촉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으로 냉동 수산물 공급에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꽃게를 비롯한 한살림 냉동 수산물은 미리 무게를 재고 급속냉동한 후 물코팅을 하기 때문에 해동 후에도 정량이 유지됩니다.

 

손질꽃게 이렇게 옵니다


➊ 어획 및 경매 유자망으로 당일 잡은 신선한 꽃게를 한살림 수산물을 8년 이상 취급한 중매인이 크기, 무게, 품질 등을 고려해 수매합니다.


➋ 급랭 및 보관 가장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위해 수매 직후 영하 40℃에서 급랭해 냉동창고에 보관합니다.


➌ 해동 및 손질 손질 직전 바닷물로 빠르게 해동한 후 손질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릅니다.


➍ 포장 및 냉동 무게에 맞춰 포장한 뒤 다시 급냉해 주문에 맞춰 공급합니다.

 

간장꽃게장 맛있게 먹는 법

➊ 배딱지를 떼어내고 ➋ 등딱지를 연 뒤 ➌ 모래집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➍ 먹기 좋은 크기로 4~6등분한 뒤 ➎ 등딱지에 붙은 내장은 밥을 비벼 먹고 몸통의 살도 잘 발라 먹습니다.
•간장 꽃게장은 1년에 5회 특별품으로 공급합니다.
• 너무 짜질 수 있으니 공급받은 지 2~3일 안에 드세요. 오래 두고 드실 경우 꽃게를 꺼내 간장과 따로 보관했다가 먹기 전 다시 간장에 담가 먹습니다. 분리한 간장은 한 번 끓여 보관하세요.
• 꽃게장을 먹고 남은 간장은 한 번 끓여 간장게장을 담그거나 장조림, 생선조림 등 맛간장을 넣는 음식에 활용하면 좋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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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호(628호) 소식지 내용입니다]귤 수확이 한창이에요.눈이 오기 전에 귤을 다 따야 해서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귤은 눈을 맞으면 저장성이 떨어지거든요. 수확철엔 인력이 더 필요해 고사리 손도 아쉬운 상황이라 온 식구가 힘을 모아서 귤을 따거나 동네 어르신(삼촌)들의 도움을 받고 있죠. 귤 다루는 법과 보관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귤은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으면 유통과정에서 부패될 수 있어요. 땅에 떨어져도 안 되고요. 사람으로 치면 뇌진탕과 같은데, 겉으로는 드러나 지 않지만 부패 원인이 될 수 있거든요. 손톱만 스쳐도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꼭 장갑을 끼고 만져야 해요. 그래서 귤을 딸 때나 유통과정에서도 계란.......

화, 2020/0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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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2월호(629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직접 생산한 생강으로 편강을 만들어요저희 한밝음공동체는 2018년부터 한살림에 생강편강을 공급하고 있어요. 4월에 파종하고 열심히 농사지은 생강을 10월 말까지 수확한 뒤 저장해두고 이듬해 5월까지 편강을 생산해요. 공동체의 주 작물인 생강이 다 소비되지 못하고 남는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가공을 생각하게 됐어요. 이를 위해 저희 공동체와 부안산들바다공동체, 들판 가공생산지, 전북한살림생협의 출자로 2015년 ‘한밝음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죠. 생산기반을 안정화하기 위해 시작한 만큼 생산자 중심으로 법인을 운영하고 있어요.생강을 세척하고 껍질을 벗긴 뒤 슬라이.......

수, 2020/02/05-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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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2월호(629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접목 작업을 하며 수박 농사를 준비해요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는 겨울이지만 한살림 수박 농가는 아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파종부터 육묘, 정식까지 농가에서 자가육묘를 하는 한살림에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특히 수박은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박 대목에 수박묘를 접목하는데, 워낙 섬세하고 어려운 작업이라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요.접목한 부위 이파리의 수분이 증발하지 않도록 비닐을 덮고 이슬이 맺히면 물기를 털고 다시 덮고 햇빛을 조금 쫴줬다가 또다시 덮는 작업을 3~4일 반복해요. 온도를 20~25℃ 선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기간에는 자리를 비울.......

수, 2020/02/12-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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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2월호(629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신선한 원유를 공급하는보령우유(개화목장)1982년 젖소 두 마리로 시작했다는 개화목장은 보령우유의 원유을 생산하는 곳입니다. 개화목장에서 짜낸 원유를 목장 내 유가공 공장에서 생산하는 단일목장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신선하고 일정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2007년 유기농 목장 1세대로 첫발을 내딛고 지금까지 유기농이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살림과는 2017년 12월 인연을 맺고 현재 유기농우유, 유기농저지방우유, 맛이진한무지방우유, 달지않은 떠먹는요구르트, 떠먹는요구르트를 공급하고 있습니다.보령우유 김상민 생산자님과 함께 생산지 소개를 듣고 질의응답 시간을.......

수, 2020/02/19-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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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호(63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물살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물살림은 한살림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생산지입니다. 1991년 국내 최초로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세탁용가루비누를 개발해 한살림에 공급했고, 조합원과 함께 물살림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현재는 20여 명의 생산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화장품, 세제, 샴푸, 세안제 등 45가지의 물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물살림 30, 달라진 세상과 여전한 가치

물살림 대표인 박노수 생산자는 말을 아꼈다. 80년대 후반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고노동자 5명이 모여서 PVC용기를 만들었던 ‘협성생활공동체’ 시절, 세탁용가루비누를 매개로 시작된 한살림 생산지로서의 첫 출발 등. 듣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지만 박노수 생산자의 다음 말에 과거에 대한 질문을 멈췄다.

“지난 30년을 거치며 법제화, 제도화로 그때의 문제들은 어느 정도 해소가 됐죠.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고, 조합원들의 생활도 달라졌어요. 지금 소비자의 의식 수준은 30년 동안 이야기해 온 것을 뛰어 넘었는데, 구시대적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은 정보 수준이 높은 조합원의 격을 낮추는 것 아닐까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90년대 초반, 한살림 조합원들은 마을모임, 소모임 등에서 땅 만큼 중요한 물을 살리기 위해 합성세제와 비누의 차이를 공부하고, 폐식용유로 재생비누를 만들어 썼다. 산업화로 인한 수질오염이 심각했지만 별다른 규제가 없던 때라 소비자의 의식이 중요했다. 지금은 공업용수를 함부로 한강에 버리지 못하고, 화장품에 들어간 성분도 전부표기해야 하며,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도 모두 검색해 볼 수 있다. 살림을 잘 모르는 이라도 인공향이나 인공색소, 그리고 많은 화학물질이 몸에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는 세상이다.

이제 박노수 생산자는 새내기 조합원이 다녀가는 현장에서도 한 발 물러섰다. 대신 물살림의 본질을 지켜 나가고 있는 젊은 생산자 후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물품을 만들 때 중요한 것은 ‘안전성’이에요. 만드는 사람도, 사용하는 사람도 건강해야 해요. 그리고 다 쓰면 자연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가야죠. 이것은 세상이 달라져도 변할 수 없는 본질이에요.”

그저 당신은 당신 시대의 요구에 성실히 임했을 뿐이라는 박노수 생산자의 겸손 뒤에는 세상이 바뀌는 동안 변치 않고 한살림과 함께 물살림의 가치를 지켜온 그의 역할이 컸으리라. 어느 세대든 쉽지 않은 길인 줄 알면서도 ‘시대의 요구와 대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이 2020년의 물살림 운동을 이어가는 오늘의 한살림 조합원들을 떠오르게 한다.

 

 

안전하게, 그리고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일

같은 친환경 농사라도 한살림 농사가 더 까다롭듯, 한살림 생활용품도 허용되는 원료부터 기준이 엄격하다. 한살림에서는 국가에서 허용한 원료라 할지라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 배제한다. 물살림에서 물품 기획을 담당하는 이준배 생산자는 한살림의 까다로운 기준 내에서 물품을 만드는 것이 늘 어렵다고 말한다. “대체 원료를 찾아야 하는데 없는 경우도 있고, 물품으로서 효과가 미비하기도 하죠. 그래도 한살림 물품이니 당연히 그런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과정을 조합원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고요.”

다행히 이제는 한살림과 물살림의 오랜 역사와 취지를 원료 회사들도 이해하게 돼 대체 원료의 개발이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천연 에센셜오일 같은 원료는 세계적으로 제조사가 한정돼 있고, 가격도 변동이 심해요.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중요한데, 물품 이용이 많아져 친환경 원료를 찾는 곳이 늘어나면 원료 회사에서도 개발을 더 많이 하지 않을까요?”

물살림에서는 화장품과 세제, 세정제 등을 철저히 구분해 생산하고 있다. 품목별로 한 번 생산할 때마다 2~3개월 공급량을 만든다. 생산 현장에 있는 생산자들도 물품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이해가 높다. 한 달에 한 번씩 생산 교육을 진행하는 이상엽 생산자가 있기 때문이다. “한살림 조합원이 믿고 이용하는 물품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현장까지 잘 전달하려고 해요. 그래야 원료나 생산 설비의 관리도 더 꼼꼼하게 이뤄질 수 있고요.” 그래서일까, 물살림에서 마주한 생산자들의 인사는 유독 밝고 친절했다. 더 많은 조합원들이 물살림을 다녀가 이런 따뜻한 환대를 받고 청결한 생산 설비도 직접확 인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환경 시대, 기능에 충실한 물품

박노수 생산자부터 이준배, 이상엽 생산자까지 한 목소리로 이야기 하는 것은 ‘본질과 기능에 충실한 물품’이다.

“세탁세제의 본래 목적은 때를 잘 빼는 것이죠. 여기에 형광증백제를 넣어 하얗게 하거나, 기포제를 넣어 거품을 많이 내는 것은 우선순위가 아니에요. 아마 물살림 물품은 계속 투박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 기능을 넣느라 안전성의 범위를 우리 스스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품이 많이 난다고 세정력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오랫동안 기업은 그런 식의 마케팅으로 우리에게 학습을 시켰죠. 아마 한살림 주방세제를 보고 자란 아이는 우리와는 다를 거예요. 거품이 풍성하지 않아도 설거지를 하는 부모의 모습은 주방세제에 대해 다른 시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가급적 가짓수를 줄이고,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만 끼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는 조합원에게 물살림 물품이 생활 속 작은 실천이 될 수 있기를, 다음 세대에게 우리는 ‘우리 시대의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 윤연진 편집부

 

화, 2020/02/2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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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호(63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양파, 잘 보관하고 있으니 많이 이용해 주세요!한살림 양파 대부분은 수확 후 푸른들영농조합법인으로 모이는데, 수매-보관-선별-소포장-공급하는 과정을 맡고 있어요. 작년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양파 수매를 진행했고, 생산지에서 1차 건조 과정을 거친 뒤 저희에게 보내요.전국에서 모인 양파를 잘 보관해 이듬해까지 공급하는데, 적체가 심해지면 저장 기간이 늘어 품위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그래서 작년에는 저장성을 높이기 위해 큐어링을 위한 송풍시설을 보강했어요. 큐어링은 수확할 때 생긴 상처 부위를 치유하고 건조해 균의 침입을 막아 저장성을 높이는 작업으로, 여러가지 방법이.......

화, 2020/02/2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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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호(63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풍년 맞은 봄동, 열심히 수확하고 있어요해남은 한창 수확 철이에요. 봄동, 시금치, 대파, 알배기, 쌈배추 등을 출하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봄동은 우리 공동체에서만 나는데, 딱 펼쳤을 때 꽃 같아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봄 채소예요. 무엇보다 지금이 단맛이 강해지고 이파리도 부드러워질 시기라 가장 맛있을 때예요.올해 봄동 농사는 풍년이에요. 봄동은 여려서 추우면 이파리가 얼어버리는데 이번 겨울은 워낙 따뜻해서 동해를 입지 않았어요. 풍년이면 마냥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걱정이 커요. 약정량보다 생산량이 갑자기 늘어서 가장 많이 찾는 시기임에도 벌써 적체가 되어 버렸거든요........

금, 2020/02/28-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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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호(63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봄을 건넵니다생명을 전합니다봄나물을 생각하면, 호미를 들고 집 밖을 나섰던 어머니의 바구니에 담뿍 담겨 있던 냉이와 달래가 먼저 떠오릅니다. 길가며 밭둑에서 제 스스로 피어난 봄나물을 더는 찾기 어려워진 요즘, 겨울 삭풍에 맞서 보듬어 키워낸 봄나물을 건네는 생산자가 있어 다행입니다. 함평 천지공동체 정성욱 생산자의 바구니에, 그에게서 건네받은 냉이와 달래 봉지 안에 봄이 폈습니다.생명력 가득하기에 봄나물“냉이와 달래 모두 생명력이 어마어마해요. 겨울 동안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고 눈이며 서리도 많이 맞는 데도 끄떡 없이 버티고 봄에 꽃을 틔우잖아요. 웬만해서는 죽.......

금, 2020/03/0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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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3월호(630호) 소식지 내용입니다.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물살림은 한살림의 대표적인 생활용품 생산지입니다. 1991년 국내 최초로 폐식용유를 재활용한 세탁용가루비누를 개발해 한살림에 공급했고, 조합원과 함께 물살림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현재는 20여 명의 생산자가 근무하고 있으며, 화장품, 세제, 샴푸, 세안제 등 45가지의 물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물살림 30년, 달라진 세상과 여전한 가치물살림 대표인 박노수 생산자는 말을 아꼈다. 80년대 후반 노동운동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고노동자 5명이 모여서 PVC용기를 만들었던 ‘협성생활공동체’ 시절, 세탁용가루비누를 매개로 시작된 한살림 생산지로서의 첫 출발 등. 듣고.......

월, 2020/03/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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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호(63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지만 코로나19로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요즘입니다.겨우내 얼어붙은 땅 속에서도 뭇 생명들이 제 나름의 꼼지락거림으로 새봄의 움틈을 준비하듯이, 서로 거리를 두고 있는 우리 안에도 봄은 이미 왔습니다. 자연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도 이미 싹이 돋고 때가 되면 열매를 맺을 것이기에 우리는 매일 ‘그래도 희망’이라 말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을 일상답게 보내기 쉽지 않지만 어디에 있든 4월 봄볕 속에서 따사롭고 건강한 나날들 보내길 바랍니다.모두, 안녕하세요!고마운 계절 봄, 오직 봄과 함께 움직이기를 바라요만 평이 넘는 하우스에서 참다래를 키우.......

화, 2020/03/3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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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호(63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유기농 참외를 한창 수확 중이에요한살림 참외는 호르몬제를 사용하지 않고 꿀벌로 자연수정하는데, 올해는 착과율이 떨어졌어요. 겨우내 따뜻해 참외순은 쑥쑥 자랐지만, 구름이 자주 끼고 비가 연달아 오는 흐린 날씨 탓에 꿀벌들이 수정에 집중하지 못했거든요. 이럴 때 관행농가에서는 참외순을 억제하는 호르몬제를 쓰기도 하는데, 저희는 그렇지 못하니 동해 방지를 위해 덮어둔 비닐과 이불로 온도를 조절하느라 하우스를 떠나지 못했어요. 초기 출하량이 적어 아쉽지만, 지금은 수정이 잘 되고 있어 4월 말쯤에는 수확량이 더 늘어날 거예요.참외 농사는 10월 녹비작물로 땅심을 기르면서 시.......

금, 2020/04/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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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호(63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제철에 딴 오이라 더욱 맛있어요시중에서는 한겨울에도 오이를 만날 수 있지만, 한살림에서는 1월에 파종하고 2월에 정식한 뒤 제철에 맞춰 4월에 출하해요. 석유를 태워 인위적으로 온도를 올리는 가온재배를 하지 않는 것이 한살림 농사 원칙이기 때문이죠. 대신 저희는 겨우내 보온을 위해 일명 ‘4중 터널’을 설치해요. 큰 하우스 자체가 2중이고, 그 안에 임시로 부직포와 비닐을 2중으로 더해 만들어요.3월 중순쯤 밤 최저 기온이 영상으로 들어서면 4중 터널을 제거하고 오이가 위로 자라게 유인하는 작업을 해요. 오이는 위로 자라는 작물이라 땅에 계속 머물면 금세 꼬부랑 오이가 돼버리.......

월, 2020/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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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4월호(631호) 소식지 내용입니다.유기농 쌀 발효물로 화장품을 만드는파머스그레인첫에센스, 밸런스로션, 슬리핑팩, 클리어토너, 수분크림 등 미효담 발효수분 화장품을 공급하는 파머스그레인에 다녀왔습니다. 원래 화장품 원재료를 개발하던 회사였는데, 좋은 성분을 보다 많은 사람이 경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2019년 한살림과 인연을 맺고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파머스그레인은 ‘피부가 가져야 할 마땅한 권리, 피부주권을 지킨다’는 슬로건 아래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토대로 건강한 화장품을 만듭니다.미효담 화장품의 가장 주요한 성분은 ‘갈릭토미세스’라는 발효물인데, 이는 천연 효모 중 하나로 피부 속.......

금, 2020/04/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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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호(63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냉해를 입은 한살림 과수 꽃들이많이 힘들어 합니다지난 식목일 즈음에 전국 최저기온이 영하 2℃~영하 7℃의 낮은 온도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4월 중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들이 10일이나 되어 과수 꽃들이 냉해를 입었습니다.과수는 꽃이 피는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암술의 씨방이 검게 변하면서 죽게 됩니다. 씨방이 죽으면 수정 능력을 잃어 과실을 맺지 못하고 수확량이 감소합니다. 올해는 유독 겨울이 따뜻해 꽃들이 일주일 정도 일찍 펴서 더욱 피해가 큽니다.특히 배, 사과, 복숭아, 감 등 주요 과수 작물이 피해가 심각합니다. 과거에는 남부나 중부 지역 몇 군데에서.......

수, 2020/04/2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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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호(632호) 소식지 내용입니다

 

자연의 선순환으로 자랍니다

너무 순진했다. 항상 불이 켜 있어 낮과 밤을 알 수 없는 계사, 날개 한 번 제대로 펴볼 수 없는 좁은 철창 안에서, 성장촉진제가 섞인 사료를 잘린 부리로 떠먹으며 기계처럼 자라는 그런 닭은 이제 거의 없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자라는 환경의 차이는 있겠지만 계사에 햇볕과 바람이 통하는 창이 있느냐 없느냐, 사료에 항생제를 넣느냐 아니냐의 수준일 것이라 어렴풋이 믿고 있었다. 그래서 김하식 생산자의 계사와 그곳에서 지내는 닭들을 보면서도 ‘계사가 생각보다는 넓지 않네’, ‘풀을 잘 먹네, 신기하네’ 정도로 가벼이 대했다. 한살림에서는 너무나 익숙한 그 풍경이 아직 세상에서는 대단히 특별한 것이고 그것을 위해 생산자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간과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산란계는 총 7,270만 마리. 이들 중 232만 마리가 자라는 동물복지인증 농가를 비롯, 평사 또는 방사형 계사에서 자라는 일부를 제외하면 전체의 96%에 이르는 닭들이 케이지형 계사에서 자라고 있다. “닭 한 마리당 0.05㎡ 공간에서 자라요. 이제 법적 기준을 0.075㎡로 늘렸는데 그래봤자 A4 한 장 크기거든요. 빽빽하게 자라는데, 창이 없으니 더울 때에는 습도가 올라가고 그러면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서식할 가능성이 높죠. 그러다 보면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먹일 수밖에 없고. 사는 곳과 먹는 것이 계속 악순환을 이루는 셈이죠.”

사방에 난 창을 통해 햇볕과 바람이 오가는 자연순환, 닭이 풀사료를 먹고 그 닭의 배설물로 다시 풀을 키우는 경축순환 등. 김하식 생산자는 산란계 사육과 유정란 생산 과정을 소개하며 유독 ‘순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그의 말마따나 생명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모습을 보니 그곳이 자연과 참 닮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0.3%의 귀한 유정란입니다

한살림 생산자는 유정란 생산·출하기준에 맞춰 산란계를 키운다. 평당 16마리 이내의 평사형 개방 계사 구조, 왕겨와 톱밥 등을 사용한 깔짚, 빛이 새지 않는 산란상자, 모든 닭이 올라가서 잘 수 있는 횃대 등 계사에 해당하는 사육 환경 기준부터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혼합하지 않고 마리당 15g 이상 풀을 주는 등 사료 관련 기준, 어린 병아리 때부터 키우는 등 육성 관련 기준까지. 대부분 동물복지인증 기준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이다. 한살림에서 자라는 산란계가 약 20만 마리이니 7천만 마리가 넘는 우리나라 전체 산란계 중 한살림 유정란은 상위 0.3%에 해당하는 좋은 조건 속에서 태어난 셈이다. “저도 그렇지만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동물복지인증을 받는 한살림 생산자도 있어요. 하지만 인증을 받지 않아도 한살림 기준대로만 키우면 동물복지 수준은 충족하고도 남아요.”

실제로 풀사료를 매일 일정량 이상 먹이는 곳은 한살림이 유일하다. 풀사료에는 수분과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분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풀사료를 먹고 자란 닭은 곡물 위주의 배합사료만 먹여 키운 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건강하게 자란다. 물론 그것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도 적지 않다. 배합사료 이외에 먹일 풀사료를 위해 따로 풀 농사를 지어야 하고, 거기에 갓 태어난 어린 병아리들을 키우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러다 보니 키우는 닭의 마릿수를 늘리기도 어렵다. “한살림 유정란 작목모임에서는 농가당 6,000마리 이내로 키우는 것을 권장하고 있어요.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사실 그 이상 되면 닭을 지금처럼 키우기 어렵거든요. 시중 농가에서는 10만 마리는 되어야 타산이 맞다는데, 그러려면 공장처럼 키울 수밖에 없겠죠.”

농장이 공장이 아닌 것처럼 생명은 공산품이 아니다. 당연하지만 자주 잊게 되는 이 사실을 아는 생산자와 조합원 덕분에 한살림 닭은 생명답게 자란다. 상대를 쪼지 않게 하려고 부리를 자르지 않아도, 풀사료를 쪼아 먹으며 습성대로 살 수 있고, 자연의 이치대로 암탉과 수탉이 함께 자라니 그 결실로 낳는 유정란에도 생명이 담겨 있다.

 

조합원이 함께 지켜 온 유정란

닭과 유정란을 생명 그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하식 생산자가 한살림에 들어온 것은 2004년. 1984년부터 닭을 키웠다는 그는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 전 다른 친환경단체에 유정란을 공급했다. “그곳도 지금 한살림처럼 풀사료도 먹였었고, 계사 환경도 다른 곳보다 월등히 좋았어요. 그런데 규모가 커지면서 사료에서 풀이 빠지고, 계사 관련 기준도 점차 낮아졌어요. 그곳에서 함께하던 생산자 상당수가 한살림에 들어왔죠. 지금은 이 정도 기준으로 유정란을 내는 곳이 한살림 외에는 없어요. 그럴 수 있는 건 조합원들 덕분이에요. 닭을 자연답게 키우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데, 조금 비싸도 지속적으로 이용해주시는 조합원이 없으면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어렵잖아요. 앞으로도 한살림 유정란을 지켜주시면 좋겠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담아 닭을 키우고 있다는 그의 말이 무겁게 다가왔다. 이런 생산자들이 마음 놓고 생각 대로 닭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세상에 한 곳쯤은 남아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수, 2020/04/29-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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