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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해양보호구역. 관리 중요성 갈수록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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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되는 해양보호구역. 관리 중요성 갈수록 커져.

익명 (미확인) | 목, 2018/09/06- 14:34
해양수산부는 지난 8월 27일 충남 서천갯벌, 전북 고창갯벌, 전남 신안갯벌, 보성벌교갯벌의 습지보호지역을 대폭 확대·지정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관련 고시 등의 행정 절차는 9월 중으로 진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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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확대 지정되는 습지보호지역 면적은 단일한 공간의 보호지역 지정은 아니나 합산면적 약 1,185㎢로, 서울시 면적(605㎢)의 약 2배 크기이다. 한국보호지역 통합DB관리 시스템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을 비롯한 국내 보호지역은 총 2,071개소이며 전체 보호지역 면적으로 20,450.0㎢에 달한다. 이중 육상 보호지역(중복면적 제외)은 11,599.3㎢에 달하며, 해상 보호지역(중복면적 제외) 면적은 5,255.5㎢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보호지역은 강원도 고성에서 지리산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보호지역으로 2,751㎢에 달한다. 그 다음으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2,262.2㎢) 및 완도-도암만 환경보전해역(769.9㎢), 한려해상 국립공원(535.6㎢), 지리산 국립공원(535.67㎢) 등이 있다.(2017년 10월 기준) 

이번에 확대 지정되는 서천 갯벌, 고창갯벌, 신안갯벌, 보성벌교 갯벌은 법률적으로는 습지보전법 제8조에 의한 ‘습지보호지역’에 해당된다. 또한 하천 등의 내륙습지와 구분되는 ‘연안습지(만조 때 수위선과 지면의 경계선으로부터 간조 때 수위선과 지면의 경계선까지의 지역)’로 구분된다. 우리가 흔히 갯벌이라 부르는 지역은 대부분 이러한 연안습지에 해당된다. 

이러한 연안 습지보호지역은 더 크게는 해양보호구역(MPAs: Marine Protected Areas)에 포함된다.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태계 및 해양경관 등을 특별히 보전할 가치가 있어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 공유수면에 대해 지정·관리하는 구역’을 말한다. 이러한 해양보호구역에는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5조에 의한 ‘해양생태계보호구역, 해양생물보호구역, 해양경관보호구역’ 및 ‘습지보전법’ 제8조에 의한 ‘연안 습지보호지역’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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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우리나라에는 연안 습지보호지역 13개소, 해양생태계보호구역 13개소, 해양생물보호구역 1개소 등 총 27개소의 해양호보호구역이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중 옹진 장봉도 갯벌 및 서천갯벌, 부안줄포만 갯벌, 무안 갯벌, 신안 갯벌, 보성벌교새벌, 순천만 갯벌 등 6개소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국내 연안습지보호지역 면적은 전체 1,421.65㎢으로 연안해역 87,000㎢의 약 1.63% 정도 되는 공간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까지 국가 해양면적의 1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자는 아이치 목표11에 비추어 볼 때 보호지역 지정면적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국내 갯벌 면적의 절반 이상에 어업권이 설정되어 활발한 어업 활동이 진행된다는 점과 보호지역 지정에 있어 중앙정부 만의 노력 뿐 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해당 지역공동체의 동참도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보호지역 자체에 대한 수용성이 매우 낮다는 국내 여건상 신규 보호지역 지정의 어려움도 역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는 보호지역 확대가 아니다. 이번 확대 지정 이전의 연안습지보호지역은  235.81㎢에 불과하였다. 이번에 기존 면적보다 5배 이상 증가하였지만, 보호 관리를 위한 예산이 5배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보호 관리를 위한 담당 인력 역시 증가되는 것은 아니다. 연안 습지보호지역의 지속가능한 보호 관리를 위한 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연안습지 보호 관리의 중요성을 모르는 국회는 관련 예산을 계속 삭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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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갯벌의 넓적부리도요>

보호지역의 지속가능한 보호 관리는 구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생태자원 조사 및 주민모니터링을 통한 지속가능한 해양 생태계 서비스 관리, 생태탐방로 및 방문객 센터의 운영, 보호지역 관련 주민 일자치 창출, 해양쓰레기 처리 및 위해시설 제거, 보호지역의 지속가능한 보호관리를 통한 주민 삶의 질 향상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보호지역은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도 있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 협약 관련 국제세미나에서, IUCN 세계유산프로그램 선임 자문위원인 피터 셰이드(Peter Shade)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지역에 대한 조사 결과, 40%의 지역이 보호 및 관리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유산 보호관리 있어 지속가능한 재원 마련과 현지 주민공동체와의 관계, 모니터링 등을 중요한 필요 요소로 분류하였다. 이는 국내 보호지역 관련 정책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지적이다. 

습지보호지역 역시 확대도 중요하지만, 관련 보호 관리를 실질화 하기 위한 재원 확충과 주민공동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 보호지역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한 보호관리 정책 향상 등이 진행되어야 한다. 

보호지역은 우리 국토의 마지막까지 남겨질 생명의 씨앗이다. 눈 앞의 이익 때문에 보호지역을 개발하겠다는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않도록 모든 이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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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가 왔다. 매년 11월 초,중순이면 강화도를 찾는 두루미들인데 올해도 어김없이 왔다. 흔히 두루미 하면 철원을 떠올리지만, 강화도에도 40여 마리가 월동(우리나라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가 주로 월동하고 검은목두루미, 캐나다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들이 매우 드물게 섞인다. 강화도에는 주로 두루미가 월동하며, 흑두루미가 이동 중에 잠시 쉬어가는 경우가 있고, 1940년경에 쇠재두루미가 한 번 관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자로 ‘학(鶴)’이라고 하는 두루미는 뚜루루루~ 하고 목청껏 운다고 붙여진 이름(두루미의 학명인 Grus나 일본명인 츠루(つる)도 모두 두루미의 울음소리에서 연유했다.)이다. 러시아나 중국 등지의 습지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우리나라와 중국 남부에서 월동한다. 전 세계에 15종의 두루미가 있는데 그 중 11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Red List)에 ‘야생에서 멸종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는’ VU(Vulnerable: 취약) 등급 이상에 등재되어 있다. 
강화도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는 정수리가 붉다고 ‘단정학(丹頂鶴)’이라고도 한다. 전 세계 생존 개체 수가 3,400여 마리밖에 되지 않아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 ‘위기(EN)’ 등급에 등재되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멸종위기야생동물 제1급,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되어 있고 인천광역시를 상징하는 새(인천시조)이기도 하다.
인천시조 두루미에는 돈과 권력이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 과정이 숨어있다. 1977년 문화재청은 인천 연희동, 경서동 일대의 갯벌 지역을 ‘두루미 월동권의 남한계를 이루는 대표적이고 유일한 월동지’라며 천연기념물 257호로 지정했다. 1981년 광역시로 승격된 인천시는 시를 상징하는 새로 두루미를 지정했다. 그런데 1984년, 문화재청은 돌연 천연기념물 257호의 지정을 해제한다. 1980년 겨울부터 두루미가 도래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였다. 매년 이곳 갯벌에 날아와 겨울을 나던 두루미들이 갑자기 오지 않은 이유는 무얼까. 인천시는 오지도 않는 두루미를 상징으로 지정했다는 말인가.

의문을 풀려면 1980년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해 1월 14일, 동아건설은 연희동, 경서동 두루미도래지 일대의 공유수면(갯벌)을 간척할 수 있는 매립면허를 취득했다. 우리나라 공유수면법은 참으로 요상해서, 공공의 소유지이던 공유수면을 누군가 큰돈을 들여 매립하면 그의 소유가 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대규모 개발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 문화유적…, 이런 것들이 끼어들면 방해가 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는 없으나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을 해제했고, 동아건설은 이곳 갯벌을 모두 매립했다. 두루미가 먹이활동을 하던, 여의도 14개가 넘는 갯벌 1,300만 평이 4년 만에 사라졌다. 인천시 공식 기록물에는 인천시조 두루미가 (1980년이 아니라) 1984년부터 도래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다. 당연한 일이다. 중장비가 굉음을 뿜어대고 수십 대의 덤프트럭들이 오가는 갯벌에서 여유롭게 거닐 수 있는 간 큰 두루미가 어디 있겠는가. 이렇게 인천시조 두루미는 역사에서 사라졌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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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연희동, 경서동 인근 갯벌의 매립지도. 지도상의 검은 선이 매립 전의 해안선이다. 두루미 서식지를 메우고 들어선 동아매립지는 이후 수도권의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쓰레기매립장이 되었다.
이후 과거를 추억하는 매개로, 때론 환경 파괴를 걱정하는 신문기사에나 오르내리던 인천시조 두루미가 2018년 다시 등장한다. “과거 대규모 갯벌 매립으로 서식지에서 쫓겨났던 두루미가 다시 인천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쫓겨났던 두루미가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기사는 두루미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새로이 조성되고 있다는 듯 들린다. 이런 기사들은 대체로 ‘더 이상 두루미들을 쫓아내지 않도록 환경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끝맺는다. 훈훈한 기사인 건 분명하지만, 팩트는 왜곡되어 있다. 두루미들이 인천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월동지 중 한 곳이던 강화도가 1995년에 인천으로 편입되었을 뿐이다. 두루미가 돌아온 것은 환경이 좋아져서가 아니라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착시현상이다. 오히려 강화도 두루미들의 월동조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해안도로와 그 해안도로를 따라 줄지어 들어선 카페나 팬션들, 철과 때를 가리지 않고 두루미의 안방까지 난입하는 낚시꾼들 때문에 두루미들이 쉬거나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이 들어 갯벌이 잠겼을 때 쉴 수 있는 공간도 농기계나 차량, 사람들로 방해받기는 매한가지다. 천연기념물 두루미가 들면 개발에 지장을 받을까봐 사냥꾼을 동원해 엽총을 쏘아대며 위협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두루미 월동지인 철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주된 서식 공간이 민통선 안에 위치(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각종 개발과 방해로 계속 밀리고 밀려 민통선 구역 안으로 서식 구역이 좁혀진 것이다. )해 있어서 일상적인 방해나 위협은 강화도에 비해 조금 덜 한 것이 사실이지만, 민통선이라는 방어막이 언제까지 지켜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논이 사라진 자리에 비닐하우스와 인삼밭, 축사가 들어서고 있다. 포장도로가 늘고 전봇대와 전선도 늘어나고 있다. 남북 기류가 조금이라도 훈훈해지면, 철원에는 개발의 광풍이 분다.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경원선 철도 복원공사 구간은 두루미의 핵심 서식지를 관통한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14년 사이 24마리가 전깃줄과 철책에 부딪혀 죽거나 다쳤으며, 15마리가 농약이 묻은 볍씨를 먹고 죽었다.

철원시가 두루미생태관광을 하겠다며 한탄강변에 탐조대를 만들었다. 때 맞춰 먹이를 주기 때문에 많은 두루미들이 모이곤 한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공급하는 것에 대해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혹독한 겨울철에 먹이를 공급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탐조대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두루미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엄격하고 제한된 규칙 하에 야생의 두루미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두루미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방도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루미 탐조대는 들어서자마자 눈을 의심케 한다. 탐조대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새들이 경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일 텐데, 상반신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커다란 창문이나 아무 거리낌 없이 창밖으로 불쑥불쑥 내밀어진 대포렌즈, 자랑과 소란으로 가득찬 방에는 ‘사진작가의 방’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연천에서 활동하는 한 생태세밀화가의 블로그에 이곳에 대한 묘사가 나와 있다. 

“야야, 붙어. 붙어! 그렇지! 싸워라, 싸워. 싸워, 싸워!… 서로들 원하는 장면이 나오라고 두루미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방문을 쾅쾅 닫는다. 방이 아수라장이다.…사진작가방에는 두루미는 없고 사진만 있는 것 같다. 겨울 손님 삶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남다른 장면을 잡아내는 것밖에 없어 보였다. 정말 자연을 담는 작가라면 이런 곳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 진짜! 싸움도 벌어지곤 한다는 이 아수라장에 생태관광이니 두루미 보호니 하는 개념은 들어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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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두루미 월동지이다. 두루미를 비롯해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7,000여 마리 이상의 두루미류들이 월동한다. 철원의 두루미 탐조대 앞.
우리나라에는 약 1,400여 마리의 두루미들이 월동하는데, 그 중 80%가량이 철원에, 20%가량이 연천에 분포하고 강화도에는 약 40마리가 월동한다. 그런데 강화도 두루미는 다른 지역의 두루미 집단과는 조금 다른 특징을 보인다. 다른 지역의 두루미는 주로 들판에서 낙곡을 먹고 살지만, 강화도의 두루미는 갯벌에서 망둥어나 게, 갯지렁이 같은 갯벌생물을 먹는다. 한 마디로 해산물을 좋아하는 미식가다. 그저 입맛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철원지역과 유조비율도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혹시나 태생이 다른 건 아닐까 추측해 볼 수도 있다.

두루미는 이동 경로에 따라 2~3개의 집단으로 분류된다. 먼저 섬 집단. 일본 북해도에 텃새로 자리 잡아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는 1,500개체의 두루미가 그렇다. 이동 철새로 분류되는 두루미는 대륙 집단이다. 이는 다시 두 그룹으로 나뉘는데, 러시아 한카 호나 중국 산장평원 등지에서 번식하고 북한의 금야평야, 안변평야를 거쳐 한반도에 도래하는 동부집단과 내륙 안쪽인 아무르강 유역의 러시아 힝간스키 보호구나 중국 자롱 보호구 등지에서 번식하고 중국 솽타이즈보호구, 황하 하구나 옌청 보호구에서 월동하는 서부집단이다. 중국 판진의 솽타이즈보호구는 나문재 같은 염생식물이 군락을 형성해 ‘홍해탄(붉은해변)’이라는 불리는 넓은 갯벌지역이고, 양쯔강 하구에 위치한 옌청보호구 역시 광활한 갯벌을 가지고 있어 중국에서 월동하는 두루미도 강화도의 두루미처럼 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다. 서식공간이나 식성, 이동경로의 근접성으로 볼 때 강화도 두루미는 오히려 서부집단에 더 가까워 보인다. 어쨌건 연구자들 또한 강화도 집단이 철원 집단과는 다른 부류일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돈이 없어’ 구체적인 연구·조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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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는 무척 큰 새다. 날개를 활짝 펼쳤을 때 길이가 230~250cm, 키는 120~150cm나 된다. 날개 편 길이로는 3미터에 이르는 독수리보다 작은 편이지만, 키만 놓고 보자면 날 수 있는 새 중에서 가장 큰 새다. 키만 큰 게 아니다.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코와 입부터 허파까지 연결되어 있는 기관도 무척 길어서 성조의 경우에는 거의 1.5미터에 이를 정도다. 가뜩이나 긴 목을 타고 내려오던 기관이 흉골 안에서 꼬불꼬불 꺾이며 접혀 폐와 연결된다. 이렇게 길고 독특한 기관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학자들은 두루미의 고공비행과 연결 짓는다.

얼마 전, 흑산도에 그 자태를 드러내 버드워처들을 흥분시켰던 두루미가 있다. 쇠재두루미다. 두루미 중에서도 가장 작은 이 두루미는 이동 과정에 8,000미터가 넘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다. 영하 수 십도를 오르내리는 히말라야의 찬 공기가 바로 폐로 들어가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은 뻔한 일이다. 흉골 안에서 구불구불 돌아 폐로 들어가는 사이에 따뜻한 체온으로 공기를 따뜻하게 데울 수 있다. 긴 두루미의 기관은 장거리 고공비행을 위한 치열한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트럼펫처럼 긴 기관을 가진 탓에 목청도 커서 십 리 밖에서도 두루미의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행히 철원, 연천 등지의 두루미의 개체수가 조금 늘었다(전 세계의 생존 개체수는 최근 증가하여 약 3,400여 개체로 판단되며, 일본 북해도에 약 1,500개체가 텃새로 정착해 서식하고 있으며 중국에 약 500마리, 국내에서는 약 1,400여 개체가 월동하고 있다. )고 한다. 강화도에서도 요 몇 년 사이에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보호활동과 같은 긍정적 요인도 작용했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표면의 눈 두께가 얇아져 먹이활동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24시간의 지구 시계에서 마지막 1초에 해당하는 인간의 시간. 이 찰나의 시간이 지나온 모든 시간의 흔적을 지우려는 시점에 우리는 서 있다. 우리가 진화의 오케스트라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된다면,  그건 그 오케스트라를 들을 관객도 이미 없다는 것을 의미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두루미의 울음소리를 들을 때 단순히 새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화의 오케스트라에 속한 트럼펫 소리를 듣는 것이다. 두루미는 길들일 수 없는 우리의 과거와 유구한 세월의 상징이다.” Aldo Leopold <습지대의 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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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15종의 두루미가 서식한다. 왼쪽부터 회색관두루미, 쇠재두루미, 흑두루미, 검은관두루미, 청두루미, 검은꼬리두루미, 캐나다두루미, 검은목두루미, 재두루미, 브롤가, 미국흰두루미, 두루미, 시베리아흰두루미, 볼망태두루미, 큰두루미. 이중 11종이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멸종위기종으로 등재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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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월, 2020/11/2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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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인간들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자연이 회복되고, 지구는 살아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여러달 지속되면서 잊을 만하면 포털 뉴스창에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의 도심부터 남아메리카나 인도 등 곳곳에서 인간의 발길이 뜸해진 곳에 야생동물들이 출몰하고, 중국을 비롯해 대기오염물질을 쏟아내던 국가들의 기업이 생산, 발전 등 활동을 줄이면서 대기질이 맑아졌다는 소식들을 숱한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전하고 있다. 후술하겠지만 필자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바 있다. 사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당장은 반갑게 여겨지는 소식인 것만은 사실이기도 하다. 덕분에 ‘코로나로 인해 인간 활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이 살아나고, 지구가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어느덧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자연이 스스로 회복되고, 지구가 깨끗해지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아니, 언젠가는 다가올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생각하면 대부분 틀린 얘기일지도 모른다. 야생동물의 귀환과 대기질 개선,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등은 모두 부분적으로 맞는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총체적인 진실과는 거리가 멀고, 부분적, 일시적인 현상들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의 과학 저술로 선정된 바 있는 과학서적 ‘인간 없는 세상’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 연표가 나온다. 인류가 사라지고 1년이 지나 고압전선에서 전류가 차단되면 매년 10억마리씩 희생되던 새들이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나고, 100년이 지나면 상아 때문에 죽임을 당하는 일이 없어진 코끼리의 개체 수가 스무 배로 늘어난다는 것, 500년 후 온대지역의 교외가 숲으로 회복된다는 내용 등이다.

사실 이런 사건들을 다룬 기사들에 대해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 미래지향적인 반응들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사들의 댓글을 보면 “인간은 지구의 기생충이었어.”, “인간이 자연을 망치고 있는 거였어.”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필자가 지난 3월 27일 인도 언론들을 인용해 보도했던 ‘코로나19로 출입통제된 인도 해변에서 바다거북 80만마리 산란’ 제목의 경향신문 기사에도 “인간이 없으니 자연스레 동물들이 오는구나”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걸 보면 전염병은 인간을 청소하려는 지구의 뜻인가도 싶다”처럼 다소 섬뜩하게 느껴지는 댓글이 달려 있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이런 댓글들에 공감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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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을 위해 인도 오디샤주 루시쿨야 해변에 나타난 올리브바다거북 무리. 인디아타임즈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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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바다거북. 세계자연보전연맹( IUCN), 조엘 뒤포 제공.

이런 기사와 댓글이 이어지다보니 어느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인간이 망치고 있던 지구가 오랜만에 숨을 쉬게 되었다’든지 ‘인간이 아무짓도 안 하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된다’는 식의 메시지를 담은 기사들이 나오고, 이에 공감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는 비과학적일 뿐더러 코로나19 이후의 지구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한 야생동물들의 도심 출몰이나 귀환, 대기질 개선 등은 모두 진정한 ‘회복’과는 거리가 멀고,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다시 원래대로의 경제활동을 시작하는 순간 불안정한 토대 위의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릴 공산이 큰 것이다. 이런 일시적 사건들이 의미를 가지려면 ‘인간 없는 세상’의 가정처럼 인류 전체가 한순간에 사라져야 한다. 그래야 앞서 언급했던 야생동물의 귀환과 지구 대기질 개선, 온실가스 저감이 영구적인 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나 지구 대부분을 오염시킨 미세플라스틱과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등 역시 ‘인간 없는 세상’에 따르면 자연 스스로 회복하는 데 수십만~수백만년이 걸릴 수도 있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면 자연은 스스로 회복될 것이지만 거기엔 근본적인 오염원인 인류의 존재 자체가 없어진다는 가정이 들어가야 한다. 슈퍼히어로 영화나 만화 등에 나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들이나 좋아할 만한 내용인 것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 일시적인 현상일뿐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텍사스A&M대학교 이경선 박사(환경 전공)는 지난 19일 한민족과학기술자네트워크(KOSEN)의 ‘KOSEN리포트’에 기고한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하는 ‘리바운드(rebound)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중국은 공장 폐쇄로 인해 2월 초부터 3월 중순 사이 탄소 배출량이 18% 감소했고, 유럽과 이탈리아의 3월 배출량도 27% 감소했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경우 전체적으로 배출량이 약 7% 감소했는데, 교육용·상업용 에너지 소비는 25~30% 줄어들고, 주거용 에너지 소비는 6~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보고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암울한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의 원인으로 각국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해 환경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했으나 경기가 회복된 후 리바운드 효과가 일어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한 바 있다. 보고서에서 우려한 것처럼 미국은 지난 3월부터 자동차산업의 연료 경제성 및 배출 표준을 완화하고, 규제 집행도 느슨하게 하고 있다. 이 조치 덕분에 미국 석유업계는 온실가스 등 오염원 배출에 대한 보고를 중단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는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요소다. 코로나19가 진정되어가는 중국에서는 공장들이 가동을 재개하자 대기오염 및 탄소 배출 수치가 다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중국의 1월 말부터 약 4주 간의 통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배출량이 증가하면서 3월말까지의 통계에서는 감소폭이 약 18%로 줄어들었다.

게다가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책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지는 기후변화 관련 예산은 전 세계적으로 대폭 감소하는 추세라고 우려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부품의 공급사슬이 마비되고, 노동자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중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미국 내 청정에너지 관련 분야에서는 약 1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자연 회복 측면에서도 코로나19를 핑계로 인간들이 손을 놓아버리는 것은 극히 무책임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멸종위기를 맞은 동식물들을 방치하는 것은 인류가 저지른 원죄에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일일 수 있다. 영국 에딘버러 네이피어대의 생태학자인 제니퍼 토드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지구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자연은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경선 박사도 보고서의 결론에서 “온실가스 및 오염물질 배출은 분명히 줄고 있지만 있지만 이것은 단기적인 성과이며, 장기적으로는 리바운딩 효과로 인해 소비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포스트 팬데믹 시대를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으로 이끌기 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연 생태계와 우리 인류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있어 자연의 회복력을 과신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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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의 사람과 자연>은 필자가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사람과 동물,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지면에 다 담지 못했지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필자 소개>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2006년 경향신문 입사했고, 2013년 환경부를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동물면 담당을 맡고 있으며 환경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2020년 3월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공부할 예정입니다.
화, 2020/05/26-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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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꽃사슴

만화 그리는 디자이너 겸 카페주인 

아직도 어떻게 살아야할지 모르겠다며 무턱대고 그냥 살아가는 강화도에 있는 버드카페 주인

화, 2020/07/2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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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저어새 전국동시모니터링 때문에 볼음도에 갔다 왔다. 강화도에서 뱃길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볼음도는 넓은 모래갯벌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지는, 강화도와는 사뭇 다른 느낌의 섬이다. 볼음도 바로 앞, 저어새가 번식하던 수리봉은, 예전에 한 TV 다큐멘터리 촬영 팀이 마구 난입한 이후 번식을 포기한 곳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수리봉 주변 갯벌을 포함해 볼음도 인근에서 모두 66개체의 저어새들이 관찰되었다. 

어쨌거나 오랜만에 찾아가는 볼음도라 기대에 부풀어 배에 올랐다. 때가 때인지라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가린 승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실 풍경이 약간은 침울한 듯, 어쩌면 그로테스크해 보이기까지 했다.
배가 출발하자 이내 연안여객선 본연의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갈매기 때문이다. 긴 고동 소리와 함께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배가 출발하자, 여기저기서 날아오르는 괭이갈매기의 소란한 날갯짓과 함께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누군가 던져 준 ‘시옷깡’을 향해 달려드는 괭이갈매기들의 치열한 경쟁과 요란스레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 이게 바로 배를 타는 재미 아니겠는가.


갈매기 알쓸신잡

바다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새 중 하나가 바로 갈매기 종류다. 가장 흔하게 만나는 괭이갈매기부터 전 세계에 100여 마리밖에 없다는 뿔제비갈매기까지, 우리나라에는 대략 30여 종의 갈매기들이 산다. 

갈매기는 물과 떨어질 수 없는 새다. ‘갈’은 물을, ‘기’는 뜸부기, 비둘기, 따오기처럼 새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물에서 사는 새라는 뜻이다. ‘매’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는데, 갈매기의 옛 이름이 ‘갈며기’인 걸 감안하며, ‘멱을 감는다’고 할 때 그 ‘멱’이 변한 게 아닐까 추정하기도 한다. 즉 갈매기는 물에서 멱을 감으며 노는 새라는 것이다. 갈매기는 바닷새의 대명사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주요 바닷가 도시들, 부산, 포항, 군산, 영덕, 울진 등이 시를 상징하는 새로 갈매기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말 옛 이름 중에는 ‘해고양이’가 있는데 아마도 갈매기의 울음소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자로는 ‘구(鷗)’를 써서 백구, 해구 등으로 불렀다. “백구야 훨훨 나지를 마라. 너 잡을 내 아니란다.”라는 민요에 나오기도 한다. 오래 전에 재미있게 봤던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은 갈매기 식당이라는 뜻이다.

해방 이후 운행되던 열차 중에 새 이름을 딴 것은 비둘기호와 갈매기호 두 종류이다. 특급피서열차로 출발한 갈매기호는 이후 몇 차례 구간이 바뀌다가 70년대 중반에 폐지됐고, 서울~부산을 오가던 비둘기호는 완행열차의 대명사로 지속되다가 2000년에 사라졌다.


갈매기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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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관찰되는 30여 종의 갈매기 중에 괭이갈매기, 검은머리갈매기, 뿔제비갈매기, 쇠제비갈매기, 한국재갈매기 등이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데, 이중 괭이갈매기는 독도, 홍도, 칠산도, 신도 등 주요 무인도에서 대규모로 번식하는 흔한 텃새이다. 이런 대규모 번식지들은 대부분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봄, 가을 이동시기에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제비갈매기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갈매기들이 북반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다. 

갈매기는 도요새와 함께 버드워처들이 무척 까다롭게 생각하는 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성조가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령에 따른 깃털갈이가 복잡한데다, 강한 햇빛과 바람에 의한 탈색과 마모가 심하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갈매기는 괭이갈매기다. 마치 고양이처럼 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듣다보면 꼭 고양이다. 괭이갈매기는 다른 종들에 비해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두 가지 동정키만 잘 들여다보면 된다. 먼저 부리. 노란색 부리 끝이 검고 위아래에 붉은색 반점이 있다. 재갈매기를 비롯한 다른 갈매기류들은 대체로 부리 끝 아랫부분에 붉은 반점이 있는 경우가 많고, 세가락갈매기처럼 아예 노랗거나 큰부리제비갈매기처럼 검은색이어서 괭이갈매기와 닮은 부리를 가진 종은 없다. 다음은 꽁지깃. 다른 갈매기들은 꽁지깃이 하얀색인데 비해 괭이갈매기는 흰색 꽁지깃 끝에 넓은 검은색 띠가 있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쉽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건 아니다. 부리와 꽁지깃의 동정키는 성조를 기준으로 할 때다. 어린 새를 포함하면 복잡해진다. 성조일 때는 완전히 하얀색 꽁지깃을 가지지만, 유조 시절에는 꼬리 끝에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종들도 많기 때문이다. 갈매기, 재갈매기, 한국재갈매기, 큰재갈매기, 줄무늬노랑발갈매기, 붉은부리갈매기 등이 그렇다. 우리나라의 갈매기들을 계절별, 연령별로 구별할 줄 안다면 굉장한 내공의 소유자라고 보면 된다. 


갈매기계의 아이돌

갈매기는 생각보다 큰 새다. 먼 갯벌에서 쉬고 있거나 하늘 높이 날고 있는 모습만 염두에 두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비둘기보다 약간 큰 정도의 새로 생각한다. 그러나 소형 제비갈매기류를 제외하면 대부분 몸길이만 50센티미터 이상, 날개 편 길이는 1미터 이상으로 웬만한 오리만큼 크다. 유럽과 북미, 대서양 연안에 서식하는 큰검은등갈매기(great black-backed gull)는 세상에서 가장 큰 갈매기로 알려져 있는데, 몸길이 75cm, 날개 편 길이 160cm의 어마어마한 덩치를 자랑한다. 

어쨌건 갈매기는 귀여운 새와는 거리가 좀 멀다. 손에 든 시옷깡을 향해 사나운 눈매로 돌진해 올 때는 위협감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이런 갈매기 무리 중에도 귀요미 그룹이 있다. 다른 갈매기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딱 멧비둘기 사이즈다) 생김새도 무척 색다르다. 검은 두건을 쓴 갈매기랄까. 검은머리갈매기다. 중국동북부 해안지역과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대만, 일본, 베트남 등지에서 월동하는 검은머리갈매기는 전 세계 생존개체가 15,000개체 안팎인 국제적 보호종이다. 1990년대 후반에 시화호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500개체가량이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화호를 비롯해 인천 송도, 영종도가 주된 번식지인데,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 장소로 선호하는 염생식물이 자라는 개활지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지역이 개발 압력이 높은 곳이라는 사실이다. 이 지역의 광범위한 개활지 자체가 갯벌 매립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지속적으로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보니 번식 상황이 무척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송도만 하더라도 6,8 공구에서 11공구로, 다시 9공구로 매년 쫓겨 다니며 위태롭게 번식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난민 상태마저도 언제까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독특한 외모 덕분에 다른 갈매기들과 헷갈릴 수 없는 검은머리갈매기지만, 복병이 있다. 붉은부리갈매기, 고대갈매기가 같은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로 겉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크기로 보자면 검은머리갈매기〈붉은부리갈매기〈고대갈매기 순이지만, 세 마리가 나란히 서 있지 않는 한 필드에서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쉽게 보기 힘든 고대갈매기는 제외하고 검은머리갈매기와 붉은부리갈매기만 비교해 보자. 번식기가 되면 둘 다 검은 두건을 쓰지만, 검은머리갈매기는 목까지 두건을 내려 쓰는데 비해 붉은부리갈매기는 정수리까지만 걸치는 수준이다. 또한 붉은부리는 첫째날갯깃이 검은색이고 검은머리는 검은색에 흰색 반점이 있다. 날개를 접고 있으면 붉은부리의 꽁지깃 위로 길게 뻗은 깃이 검게 보이지만, 검은머리는 검정색 바탕에 흰 반점이 여러 개 있다. 부리도 동정 포인트다. 검은머리갈매기는 검은색 부리를 가지고 있지만 붉은부리갈매기는 이름 그대로 더 길고 붉은 부리를 가지고 있다. 겨울에는 검은두건을 쓴 갈매기를 볼 수가 없다. 세 종 모두 비번식기인 겨울철에는 두건을 벗어버리고, 눈 뒤에 검은색 반점만 흔적처럼 남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붉은부리갈매기의 영어명이 ‘Black-headed gull’라는 점이다. 검은머리갈매기가 영미권에 살았다면 아마 그 이름은 검은머리갈매기가 차지했을 것이다. 동양이건 서양이건 보는 눈은 비슷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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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공동체의 미래

갈매기처럼 집단으로 생활하는 새들은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 괭이갈매기는 태어난 지 열흘가량 지나면 부모와 형제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음성신호들은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Alarm call), 집단 내 일상적 의사소통을 위한 교감음(Contact call), 천적에 대한 전투 신호인 공격음(Aggressive call)으로 나뉜다. 평소에 들을 수 있는 고양이 소리(Mew call)는 교감음의 하나인데, 둥지로 돌아올 때나 암수가 교대할 때, 짝짓기할 때, 어미한테 먹이를 달라고 조를 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된다.

볼음도 행 페리가 출발할 때, 왁자지껄 내는 그 소리 역시 교감음일 터, “야, 야, 배 출발한다.” “쟤, 시옷깡 들고 나온다. 아까 건 너무 짜던데….” “새치기 하지 마.” “얌마, 잘 보고 다녀. 부딪힐 뻔 했잖아.” 등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관찰력과 상상력만 동원한다면 배 꽁무니를 쫓아오는 갈매기들의 일상을 엿들을 수 있다. 

공동체를 형성하는 갈매기들은 외부 침입에 대한 방어도 집단적으로 한다. 사실 갈매기는 매우 용맹한(사나운) 새다. 간혹 모니터링 때문에 바닷새 번식지에 가는 경우가 있다. 배가 섬 근처에 도착하면 벌써 새들이 경계하며, 겁이 많은 놈들은 일찌감치 날아서 도망가기도 한다. 그러나 두려운 웅성거림과 소란 속에서도 갈매기들은 둥지에 버티고 앉아서 ‘쟤들 뭐야?’하는 눈초리로 흘낏 쏘아보곤 만다. 우리가 배에서 내리면 대부분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지만, 여전히 갈매기는 요지부동, 둥지 쪽으로 다가갈라치면 그제야 날아오른다. 도망가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꺼번에 떠올라 이쪽저쪽에서 집단적으로 몰려들어 사람들을 위협하며 똥 폭탄을 떨군다. 갈매기처럼 집단적으로 번식하는 종들의 집단방어 전략으로 ‘모빙(Mobbing)’이라고 한다. 갈매기 번식 섬에 가려면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써야만 한다. 

자신들의 공동체를 지키려는 갈매기들의 집단방어 전략이 놀랍기도 하지만, 이 공동체의 미래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늘도 외포리 선착장에는 시옷깡을 차지하기 위한 갈매기들의 쟁탈전이 한창이다. 전형적인 포구의 모습이지만, 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마음 한편이 착잡해지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새들의 삶터를 무지막지하게 밀어 버리면서, 한편에서는 기껏 과자 부스러기 몇 개 적선하듯 뿌려대며 낄낄대는 우리네 천박성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럽다. 내년에는 송도에서 검은머리갈매기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괭이갈매기의 시끄러운 소리는 또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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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여상경  생태교육허브물새알 협동조합 관리자




강화로 흘러들어와서 어쩌다 새를 보기 시작, 덕분에 심심치 않게 시간 보내며 남은 여생을 준비하고 있는...

화, 2020/09/2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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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다리소똥구리, 점박이물범, 수원청개구리, 초원수리, 두루미, 물방개, 수달, 참수리······ 
모두 멸종위기종, 또는 천연기념물로서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돼 있는 생물들입니다. 이 동물들을 포함해 5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서식하고 있음이 확인된 지역이 있다면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상식적인 답변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하며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한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초등학생에게 물어도 이견이 없을 이런 답변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무리한 개발행위가 진행되면서 심각한 환경 훼손이 발생한 지역이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미래 세대로부터 삶의 터전을 빼앗는 개발행위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현 정부 내에 착공을 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무리하게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임진강 하구 장단반도 일대가 바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DMZ생태연구소, 파주환경운동연합,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 등 이 지역의 생물상을 10년 이상 조사해온 단체들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약 5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발견됐습니다. 민간인통제구역인 데다 곳곳에 지뢰가 매설돼 있어 극히 제한적인 조사만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법정보호종이 발견된 것입니다.

모두 희귀하고, 귀중한 동물들이지만 특히 긴다리소똥구리는 1990년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뒤 두번째로 발견된 것이기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곤충입니다. DMZ생태연구소는 지난해부터 서부 민간인통제구역 내 경기 파주에서 실시한 생물상 조사에서 소똥구리류 2종을 발견했습니다. DMZ생태연구소는 홍석영 연구원이 해당 지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긴다리소똥구리와 애기뿔소똥구리를 멧돼지, 고라니 등 포유동물의 배설물에서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동물 배설물로 경단 모양을 만드는 습성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곤충이기도 합니다. 연구소 측은 소똥구리류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발견 일시와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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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출입통제구역 서부권의 경기 파주에서 확인된 긴다리소똥구리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두 소똥구리류 곤충 가운데 긴다리소똥구리는 1990년 강원도 철원과 양구에서 확인된 것을 마지막으로 분포가 확인되지 않다가 23년 뒤인 2013년에야 다시 발견된 종입니다. 국내에선 사실상 멸종된 종으로 여겨지고 있는 곤충이기도 합니다. 또 애기뿔쇠똥구리는 과거 한반도 전역의 목초지에서 볼 수 있는 곤충이었지만 현재는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확인되고 있는 멸종위기 곤충입니다. 이처럼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소똥구리가 민통선 이북 DMZ(비무장지대) 서부에서 발견된 것에 대해 DMZ생태연구소 측은 그만큼 DMZ의 생태계가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한 교란을 덜 받아 과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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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출입통제구역 서부권의 경기 파주에서 확인된 애기뿔소똥구리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특히 소똥구리는 정부가 멸종위기종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해외에서 수입해와 증식시키려는 곤충이기도 합니다. 환경부는 앞서 2019년 소똥구리 200마리를 몽골에서 수입해 증식 연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처럼 정부 한쪽에서는 예산을 들여 복원하려는 곤충의 서식지를 또 다른 정부 부처에선 필요하지도 않은 고속도로를 건설해 훼손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장단반도 일대에 국토부가 설치하려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는 문산읍에서 장단면 도라산역까지 11.8㎞ 구간입니다. 국토부가 왕복 4차로의 고속도로를 설치하려 하는 이 구간은 통일이 되거나, 남북 간 교류, 협력이 활성화되기 전까진 교통량이 전무할 수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남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돼 있는 현재로선 검토할 필요조차 없는 노선인 것이지요. 하지만 파주지역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국토부는 “현 정부 임기 내에 착공해야 한다”는 정치적인 이유로 이 도로의 건설을 막무가내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가 “현 정부 임기 내 반드시 착공이 필요하다”면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에 대한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조치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의견서를 환경부에 보냈다는 것입니다.

앞서 지난 5월 환경부는 한국도로공사가 제출한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서’에 대해 환경 훼손 우려가 적은 노선을 택하는 등 내용으로 조건부 동의를 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파주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환경부가 비무장지대(DMZ) 인근 생태계 파괴를 용인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당시 임진강~DMZ 생태보전 시민대책위원회와 파주·북파주 어촌계는 성명을 내고 “정부는 DMZ 일원의 생태를 망가뜨리고 농어민 생존의 터전을 빼앗는 고속도로 추진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게다가 이 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면제 받은 채 추진되는 ‘묻지마’ 개발사업 중 하나입니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다는 점에서 육지의 4대강사업 중 하나라는 비판을 받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 국토교통부가 남북철도경협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건설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습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우려를 낳고 있는 조건부 동의 처리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지난 7월 환경부에 보냈습니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처리를 개발주체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일각에서는 같은 정부 부처인 국토부가 환경부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의 조건부 동의, 부동의 처리 등에 대해 개발주체가 수용하지 않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 일이긴 하다”거 합니다. 하지만 환경부로서는 자존심을 구기는 일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장단반도 일대가 포함된 서부 민통선 지역은 소똥구리뿐 아니라 멸종위기 조류 12종이 상시적으로 관찰되고,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의 주요 서식지역과도 중첩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 지역에 많이 남아있는 둠벙들은 국내의 주요 보호지역 못지 않는 생물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는 습지로서 보호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기도 합니다.  DMZ생태연구소는 지난달 학술지 ‘환경과 생태’에 서부 민통선 북쪽 지역의 둠벙 가운데 경기 파주에 있는 둠벙 143곳을 선정해 생물상을 조사한 결과 총 59과 192종의 저서무척추동물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2018년 8월 15일부터 9월 22일까지 둠벙의 생물상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저서무척추동물이란 곤충, 조개류 등 가운데 물속 바닥이나 수초 주변에 사는 척추가 없는 동물을 말합니다. 둠벙은 전통적인 농법에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를 가두어 만든 인공습지를 말합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서부 민통선 둠벙들에서는 연천 물거미서식지(26과 60종), 강화 매화마름군락지(29과 48종), 대암산 용늪(36과 61종), 울주 무제치늪(23과 64종), 창녕 우포늪(59과 135종) 등 정부·지자체가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습지들보다 더 많은 생물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보호대상인 제주 동백동산습지(22과 60종), 제주 물영아리습지(26과 58종) 역시 서부 민통선 둠벙들보다 적은 수의 저서무척추동물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다. 조사 면적, 시기 및 반복 횟수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서부 민간인출입통제구역 일대 둠벙이 국내 주요 보호습지에 준하거나 더 높은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종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192종은 국내 논 생태계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 중 물벼룩류와 선충류를 제외한 200종의 96%에 달하는 수치이기도 합니다. 국내 습지에 서식하는 저서무척동물의 대부분이 이 지역에서 확인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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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출입통제구역 서부권의 둠벙에서 확인된 물방개의 모습. ©DMZ생태연구소

이처럼 장단반도 일대의 개발이 상식적으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증거들이 속속 공개되고, 불필요한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한국도로공사는 환경단체들에 공동조사단을 제안하는 등 어떻게든 개발사업을 정당화하려는 명분 쌓기에 나선 상태입니다. 환경부가 지난 8월 전문가, 환경단체와 생태계 공동조사, 상생협의체 구성 등의 조건을 달자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공동조사를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도로공사의 제안을 일축하고,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파주환경운동연합과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파주지회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문산-도라산 고속도로에 대한 ‘공동조사’에 참여할 수 없음을 밝힌다”며 “문산-도라산 고속도로 노선은 전 구간 지뢰지역으로 조사를 할 수 없는 곳인데 공동조사를 한다는 것은 기만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생태적으로) 소중한 곳에 대해 고속도로 건설을 강행하기 위한 공동조사에 참여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한다”며 “지역주민과 전국의 환경단체, DMZ와 민간인통제구역을 소중히 여기는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 지역 농어민의 생존과 생태환경을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들의 지적처럼 한국 사회는 현재 ‘필요하지도 않은 고속도로’와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의 보고’ 중 어느쪽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물어볼 필요도 없는 어리석은 질문 앞에 놓이게 된 것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 부끄러움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택되는 답변은 상식적인 쪽이길 기대해 봅니다. 고속도로 건설 백지화라는 선택이 내려져야만 한국 사회는 4대강사업을 비롯한 온갖 인위적 환경재앙으로부터 조금이나마 교훈을 얻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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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범 기자의 사람과 자연>은 필자가 경향신문 지면을 통해 소개한 사람과 동물,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지면에 다 담지 못했지만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필자소개> 
김기범 생태지평연구소 운영위원 / 경향신문사 기자
2006년 경향신문 입사했고, 2013년 환경부를 출입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동물면 담당을 맡고 있으며 환경전문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2020년 3월부터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에서 공부할 예정입니다.
화, 2020/09/2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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