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1] 국민연금 기금소진인식의 형성배경
국민연금 기금소진인식의 형성배경
- 언론기사 분석을 중심으로1)
남찬섭 |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민기채 |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수정 |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서론
국민연금은 지난 1988년에 시행된 이래 주로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제도개편을 하였다. 즉, 1998년 법 개정을 통해 연금급여의 소득대체율을 40년 가입기준 70%에서 60%로 하향조정하고 연금수급연령을 2013년부터 매 5년마다 한 살씩 늦추어 2033년부터 65세가 되게 하는 등 재정안정성을 위해 보장성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또 2007년 법 개정 때는 소득대체율을 2008년에 50%로 낮추고 그 다음해부터는 매년 0.5%p씩 내려 2028년 이후부터 40%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물론 두 차례의 제도개편에서 적용대상 확대와 최저 가입기간을 15년에서 10년으로 단축, 분할연금 도입, 자동물가연동장치 도입(1998년 개정), 크레딧 제도의 도입, 분할연금 수급요건 완화(2007년 개정) 등 보장성강화를 위한 조치도 있었으나 전반적인 기조는 재정안정론이 지배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두 번의 개편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재정불안감은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기금소진론은 여전히 지배적이다. 1997년 국민연금제도개선기획단이 구성되어 추계할 당시 국민연금기금은 2031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었는데, 그 이후 재정안정론에 입각한 제도개편에 따라 소진시점은 계속 연기되어 2003년의 제1차 장기재정계산 때는 2047년, 2008년 2차 계산 때는 2060년, 2013년 3차 계산 때는 2060년으로 추정되었다. 이번 4차 계산 때는 3차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으로 추정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기금소진시점이 연기되는 추세이지만 국민들은 기금소진불안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기금소진인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다소 독특한 점이 있다. 공적 연금을 운영하면서 큰 규모의 기금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등 5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들 나라들의 연금기금도 재정계산에서는 모두 일정기간 내에 소진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미국의 사회보장연금(OASDI)은 부과방식이지만 기금이 GDP의 17% 정도로 거대한데 이 기금도 2015년의 재정계산결과 2034년에 소진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흔히 거론되는 바이긴 하나 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공적 연금을 기금을 거의 적립해오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기금이 소진된 상태로 공적 연금을 운영해왔다는 것이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1개월 반 정도의 지불준비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외국사례가 국민들의 인식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사회보장연금은 2034년에 기금소진이 추정되어도 아무도 기금소진을 걱정하지 않지만 우리는 올해의 재정계산결과로 봐도 그보다 23년이나 후에 기
금소진이 예측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것은 그야말로 예측일 뿐이며 증명된 것이 아닌데도 얼마 안가 기금이 소진되고 그러면 연금급여를 못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물론 이런 기금소진인식과 재정불안감은 급속한 고령화와 심각한 저출산과 같은 객관적인 근거를 가진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떠한 사회문제라도 중요한 것은 그 사회가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는가에 따라 문제해결의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공적 연금의 재정방식이 적립방식이든 부과방식이든 혹은 기여와 급여 간의 관계가 완전히 비례이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된다. 또 인구문제가 심각하다면 이는 공적 연금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 사회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공적 연금을 인구문제와 연관하여 접근하는 경우에도 이를 연금기금의 소진이나 연금재정문제라는 좁은 틀로 접근할 수도 있지만 공적 연금을 사회전체의 부양능력의 한 수단으로 보는 넓은 시각으로 접근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인구문제를 연금기금소진과 재정불안이라는 좁은 시각으로 접근해 온 측면이 더 강하였다.
이런 좁은 접근이 강하게 나타난 배경의 하나로 여기서는 국민연금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에 주목해보고자 한다. 장기재정추계는 그야말로 추계일 뿐이며 장기적인 방향을 가늠하려는 참고자료인데도 우리 언론은 이런 사실보다는 기금소진을 선정적으로 보도하고 인구문제와 기금소진을 곧바로 연결시켜 불안을 조장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또 위에서 본 것처럼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사실상 기금소진 상태에서 공적 연금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금급여 지급에 큰 문제가 없으나 언론은 이런 외국 사례를 통해 사회복지 제도로서의 공적 연금의 의미를 강조하기보다는 재정불안을 조장하는 듯한 보도를 많이 해왔다. 게다가 우리의 경우 두 차례의 연금개편이 이루어진 시점이 공교롭게도 모두 민주정부 집권기였다. 재정안정론에 입각하여 국민연금을 비판적으로 다룬 기사는 민주정부 기간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면서 이것이 정권비판의 수단으로 동원된 측면도 없지 않다. 이하 본문에서는 국민연금 관련 기사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신문사별로 그리고 정권별로 국민연금 관련기사들이 어떤 추이를 보였는가를 살펴본다.
분석대상 및 분석방법
여기서 분석대상으로 삼은 것은 6대 일간지에 실린 국민연금 관련 기사이다. 6대 일간지는 보수성향 일간지 4개(조선, 중앙, 동아, 한국)와 진보성향 일간지 2개(경향, 한겨레)이다. 분석대상기사는 김대중 정부 출범일(1998.02.25.)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국회 가결일(2016.12.09.)까지의 국민연금 관련 기사이다. 이 기간에 6대 일간지에 국민연금 관련 기사는 모두 20,559건이며 일간지별로 보면 조선 4,535건2), 중앙 2,642건, 동아 3,745건, 한국 2,660건, 경향 3,631건, 한겨레 3,346건이다. 이 글에서는 이 중 3%를 비례층화집락계통 방식에 의해 무작위 추출하여 620건(조선 137건, 중앙 80건, 동아 113건, 한국 80건, 경향 109건, 한겨레 101건)을 분석하였는데, 보수성향 일간지의 기사가 410건이었고 진보성향 일간지 기사가 210건이었다.
이들 기사분석에는 엔비보(NVivo) 10.0 패키지를 활용하여, 발췌 및 코딩, 범주화의 순으로 질적 자료분석을 하였으며, 이에 따라 국민연금 관련 기사가 245개의 의미코딩(nodes)되었다. 이렇게 의미코딩된 기사를 다시 크게 보장성강화론 기사와
재정안정화론 기사 및 기타 기사로 분류하는 한편,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신뢰), 부정적(불신), 중립적 기사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기사분류를 키워드별로 보면 보장성강화 기사는 노후소득보장, 비정규직 근로자 및 시간제 노동자 관련 사각지대, 공적 연금강화, 보험료 지원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고, 재정안정화 기사는 연기금고갈, 연금개혁, 고령화, 보험료 인상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다. 또한 국민연금의 신뢰성을 제고하는 성격을 가진 긍정적 기사는 노령연금, 노후소득보장, 의결권행사, 공적 연금강화, 사각지대 해소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고, 부정적 기사는 연금개혁, 저출산ㆍ고령
화, 연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형평성 등의 키워드를 주로 가지고 있었다. 보장성강화 기사는 긍정적 기사와 그리고 재정안정화 기사는 부정적 기사와 강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분석결과
전체적으로 분석대상기간 동안의 기사에는 보장성강화 또는 재정안정화의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가 어려운 기타 기사가 395건(63.7%)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 기사를 제외하면 재정안정화 기사가 146건(23.5%), 보장성강화 기사가 79건(12.7%)으로 재정안정화 기사가 보장성강화 기사의 거의 2배 분량에 달했다.
이처럼 기타 기사를 제외하면 재정안정화 기사가 지배적이지만 보수매체와 진보매체 간 차이도 상당히 뚜렷하다. 즉, 보수매체의 경우 재정안정화 기사(30.5%)가 보장성강화 기사(10.0%)의 3배인 반면, 진보매체는 그 반대로 보장성강화 기사(18.1%)가 재정안정화 기사(10.0%)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2> 참조). 또한 정권별 기사의 차이도 상당히 뚜렷하여 민주정부 기간에는 재정안정화 기사가 33.9%로 보수정부 기간의 재정안정화 기사 16.5%의 2배 가량에 이른다(<표1-3> 및 <그림 1-1>, <그림 1-2> 참조).
긍정적 기사와 부정적 기사의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뉘앙스의 기사가 더 많으며(51.8%) 중립적 기사도 상당한 비중(32.6%)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가 다소 있는데, 대체로 보수신문들은 부정적 기사(56.8%)가 많은 반면 진보성향 매체들은 중립적 기사(41.%)가 많은 특징을 보인다. 진보성향 매체들의 경우 부정적 기사(41.9%)가 보수매체보다는 적지만 절대적 비중으로는 결코 낮다고 할 수 없다(<표 1-4> 참조).
정권별로 긍정적 기사 및 부정적 기사의 추이를 보면 민주정부 기간에 부정적 기사(64.5%)가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긍정적 기사는 민주정부 기간에 8.8%였으나 보수정부 기간에는 20.3%로 증가하였다(<표 1-5> 및 <그림1-3>, <그림 1-4> 참조). 이러한 추이는 연도별 긍정적 기사 및 부정적 기사의 추이에서도 나타나는데 다만, 2013년 이후 부정적 기사가 증가한 것은 기초연금 실시 및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공적 연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국민연금관련기사들을 보장성강화 대 재정안정화 기사라는 프레임별 분류 및 긍정 대 부정 기사라는 긍정ㆍ부정별 분류로 살펴보았는데 이제 이 두 분류를 교차해보자. 이들을 교차하면 재정안정화 기사의 81.5%는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기사들로 나타났다. 이는 앞에서 키워드로 기사를 분류할 때 두 분류 간에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았다는 점에서도 일정정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기사는 긍정적 기사(55.7%)가 상대적으로 많으며 중립적 기사의 비중(19.0%)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1-6>참조).
프레임별 분류와 긍정ㆍ부정별 분류를 교차하면 모두 9개의 조합이 나오는데, 이 중 보장성강화 및 재정안정화와 긍정 및 부정의 조합만 뽑아 이를 정권별로 나타내면 <그림 1-5>와 같다. 이에 의하면 민주정부 기간에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기초한 부정적 기사(재정/부정)가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반면, 보수정부 기간에는 이런 기사의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보장성강화 프레임에 기초한 긍정적 기사의 비중이 민주정부 기간에는 낮아서 특히 노무현 정부 기간에는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기까지 하지만 보수정부 기간에는 이런 기사가 제법 증가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런 기사추이에서 우리는 어떤 사실을 알 수 있는가?
첫째로, 우리나라에서 두 차례 진행된 연금개편에서 언론은 주로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한 보도에 치중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로 두 차례 진행된 연금개편에서 언론은 국민연금에 대해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기초한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보수정부 기간에 연금개편 이슈가 잦아들면서 재정안정화에 입각한 부정적 기사가 줄어들고 그와 동시에 보장성강화 프레임에 입각한 긍정적 기사가 늘어난 데서도 알 수 있다. 앞에서 국민
연금에 대한 부정적 기사와 재정안정화 기사는 주로 보수언론들에서 많이 보도하였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이와 같은 언론의 보도행태는 언론들이 연금개편을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접근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런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정권 특히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기사들의 키워드(의미코딩)를 살펴보아도 드러난다. 앞서 본 것처럼 보장성강화 기사의 키워드로는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 해소, 공적 연금 강화, 보험료지원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고, 재정안정화 기사의 키워드로는 연기금고갈,
연금개혁, 고령화, 보험료 인상 등이 높은 빈도를 보였다. 그리고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적 기사의 키워드는 노령연금, 노후소득보장, 의결권행사, 공적 연금 강화, 비정규직 근로자 및 시간제 노동자 관련 연금확대 등이 주를 이루었고, 부정적 기사의
키워드는 연금개혁, 저출산ㆍ고령화, 연기금고갈, 보험료 인상, 형평성 등이 주를 이루었다.
키워드는 신문사별로도 차이가 있었다(<표1-7> 참조). 즉, 한겨레ㆍ경향의 경우는 노후소득, 노령연금, 비정규직, 의결권 행사, 공적 연금등이 주된 키워드인데 비해, 조선ㆍ중앙ㆍ동아의 경우는 연금개혁, 연기금고갈, 고령화, 기금운용 등의 내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또한 의미코딩에 의한 키워드는 정권별로도 차이가 있었다(<표1-8> 참조). 즉, 김대중 정부의 경우 형평성, 연기금투자, 보험료 인상 등이 주요한 화두였던데 비해 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고령화, 연금개혁, 노후소득보장 등이 주를 이루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의결권행사, 연금고갈 등의 이슈가 기존 논의와 함께 주요하게 등장하였고, 이어 박근혜 정부에서는 연금개혁이 중요한 이슈로 크게 부상하였는데, 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시기에 추진된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인한 것이다.
결론 및 함의
본문에서 본 것처럼 분석대상 기간의 신문기사들은 전체적으로 재정안정화나 보장성강화의 어느 한 쪽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기타 기사가 가장 많았으나 그 외의 기사에서는 재정안정화 기사가 보장성강화 기사의 거의 2배 분량에 달했다. 또한 국민연금에 대한 긍정ㆍ부정 기사 분류에서는 부정적 기사가 절반을 넘는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신문사별 차이도 있었다. 진보성향 신문사들에 비해 보수성향의 신문사들이 재정안정화 기사와 부정적 기사를 더 많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권별 보도행태에도 차이가 있어서 연금개혁이 화두가 되었던 민주정부 기간에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한 부정적 기사가 상당히 집중적으로 나타났으며 보수정부 집권기에는 긍정적 기사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워드로 보았을 때에도 보수신문들에서는 연금개혁과 연기금고갈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진보신문들에서는 노후소득보장, 비정규직 등 사각지대, 의결권 행사 등이 좀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하면 그간 언론들 스스로가 국민연금을 사회복지 제도라는 프레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갇혀 접근해왔다고 볼 수 있으며 이것이 언론기사의 키워드에서 기금고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한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경향이 진보신문보다 보수신문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났고 연금개편이 추진된 민주정부 기간에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보수언론들은 연금개편을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토록 여론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 민주정부를 비판하는 데에도 노력하지 않았던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최근 제4차 장기재정계산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와 함께 이 글에서 분석한 바 재정안정화 프레임에 입각하여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 행태들이 또 다시 재현되는 것 같다. 특히 이런 보도행태가 보수언론에서 과거보다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물론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인구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개혁은 필요하고 또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서론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인구문제는 국민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며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이다. 이를 국민연금의 재정안정화라는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려는 태도 자체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접근이다. 인구문제를 앞두고 중요한 개혁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을 두고서 재정안정화 프레임으로만 이를 몰고 간다든지, 나아가 국민연금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여 국민을 겁박한다든지, 그리고 이러한 국민의 불안을 정권비판의 수단으로 삼으려 한다면 이는 결코 국민연금의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진보신문들도 재정안정화 프레임에서 벗어난 보도를 하려는 노력을 과거보다 더 많이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동안 많이 성장한 대안매체들도 새로운 시각으로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도를 많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노력들이 함께 어우러져 우리의 공적 자산으로서의 국민연금을 건전하게 지켜나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고령화에 슬기롭게 대비하게끔,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개혁하고 그와 함께 국민연금도 개혁해나가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희망해
본다.
1) 이 글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의 ‘국민연금 기금소진론 형성배경과 극복방안 연구’ 연구용역(연구책임: 남찬섭)에서 행한 신문기사의 중간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이후 최종적인 분석이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추가분석으로 결과 경향성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지만 세부수치에는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2)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연금’의 한 단어로 검색하더라도 한 기사 내 ‘국민’과 ‘연금’의 단어가 포함되어 있으면 국민연금 기사로 간주하여 검색결과를 도출함으로써 모수 추정에 어려움이 있어 본문의 수치가 정확한 모수라 보는 데에는 신중해야 한다.






영국계 글로벌 투자은행 HSBC는 지난 4월 전 세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대한 금융투자 및 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에 집행한 석탄 투자까지 모두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 HSBC STRENGTHENS ENERGY POLICY[/caption]
HSBC뿐만 아니라 여러 글로벌 금융기관이 반환경 사업에 투자 중단을 본격화하고 있다. 자금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적 추세가 이들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보다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그들의 자산 가치를 위협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와 플로리다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은 AIG, 처브 등 글로벌 손보사들의 대규모 보험손실을 일으켰다. 당시 보험업계가 보상해야 할 금액은 약 9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다. 북극곰의 문제로만 치부되던 기후변화가 어느새 경제영역에 깊숙이 침투했다. 이제 금융기관은 기후변화 리스크를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을 평가받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후변화 앞당기는 반환경 사업, 투자대상에서 제외
업계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 산업에서 발 빠르게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GPFG)은
2017년 11월 4일 COP 23을 앞두고 독일 석탄화력발전소 앞에서 탈석탄 시위를 하고있는 지구의 벗 활동가들ⓒ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caption]
화석연료 사용 다음으로 기후변화의 주요인으로 지목되는 산림파괴 역시 금융권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국제환경단체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에 따르면
팜유 플랜테이션을 짓기위해 불도저로 무자비하게 밀어낸 열대림. 수많은 생명체들이 뛰놀던 이곳에서 이제 기름야자나무만을 볼 수있다ⓒMighty Earth[/caption]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회는 6월 11일 국민연금이 새롭게 채택할 책임투자 방침 전반을 살펴보고 환경단체로서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환경적 관점에서 바라본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심국보[/caption]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유니버설 오너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발제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란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주주가 아닌 장기적으로 다양한 산업의 주식을 보유한 자본시장 전체의 주주를 일컫습니다. 이들의 투자수익은 전반적인 국민경제 성과와 연동되고 다음 세대의 이해관계에 깊은 영향을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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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국민연금 책임투자 현황 점검 및 향후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심국보[/caption]
따라서 유니버설 오너는 수익성만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즉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같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과 맥락을 고려해 주주로서 직간접적으로 기업경영에 관여하고, 환경(E)‧사회(S)‧지배구조(G)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한 책임투자를 수행하는 등 공익성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투자 접근법을 취합니다.
국민연금은 유니버설 오너일까요? 세계 3대 연기금, 자산 운용 규모 600조 원 등 국민연금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여러 수치가 이에 “Yes!”라고 답합니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은 유니버설 오너로서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최소화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투자 과정 내에 접목해 장기적인 위험을 조정하는 투자를 하고 있을까요? 연일 언론을 뜨겁게 달구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와 각종 비리에 국민연금의 책임론이 끊임없이 대두 되는 것을 보면 아직 미흡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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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틴베스트[/caption]
류영재 대표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를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이에 대한 철학적 논의가 부재한 채 책임투자를 단지 스타일 펀드 중 하나로만 인식하고 운용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했습니다.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의 철학과 개념 및 대원칙을 먼저 정립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을 제안 했습니다. 또한 모든 주식 유형 및 자산군에 ESG 요소를 확대 적용해 유니버설 오너로 책임을 다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는 국민연금 내부의 의지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책임투자를 감시하고 이행할 수 있는 책임투자 생태계를 발전 시킬 것을 제안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유니버설 오너로서 수행해야 할 책임투자의 당위성과 이행 과정에서의 한계 및 향후 개선사항에 대한 점검이 끝나고 책임투자 생태계에서 환경단체가 맡아야 할 역할에 관해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지정토론을 맡은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ESG 요소를 고려하면서도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지속가능금융’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주류 금융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미흡한 상황임을 지적했습니다. 지속가능금융의 대표적 방식에는 국민연금이 발표한 책임투자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책임투자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7천 5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이 중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91%에 달할 정도로 절대적이지만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운용 규모 대비 사회책임투자 비중은 2017년 말 기준 1.1%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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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사회책임투자 확산에 따른 시민단체(환경단체)의 향후 대응방향"을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심국보[/caption]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도 지속가능금융에 대한 변화가 불어오고 있습니다. 2016년 중반 이후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한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 투자자들이 수탁자로서 지켜야할 책무에 관한 원칙) 강화를 요구하는 입법 발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법안은 금융기관이 기금 운용에 있어 ESG 요소를 고려하고 이를 의무적으로 공시할 것을 핵심 내용으로 담고 있습니다. 기업의 ESG 정보를 공개를 강화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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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I 수탁자 책임 관련 입법 발의 현황 ⓒ의안정보시스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caption]
또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은 돌아오는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많은 민간기관 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책임투자 공모 펀드 등을 확대할 전망입니다.
이종오 사무국장은 시민들이 기업의 사회적 문제에 금융의 힘을 주목하고 있는 이때 환경단체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금융기관 및 기업의 ESG 관련 공시 법제화 혹은 정보공개 이니셔티브 참여 촉구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주요 환경이슈에 글로벌 스탠다드 수준((CDP, TCFD 등)에 맞는 정보공개 제도화에 앞장서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이외에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활용, 사회책임투자 확대 요구 등 금융기관이 사회‧환경적 가치를 고려한 투자를 이행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다음으로 양인목 성신여대 교수가 “책임투자에 대한 환경단체의 책임과 역할”이란 제목으로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양인목 교수는 환경의 중요성에 비해 우리 사회의 대응이 미흡한 이유가 공공재에 대한 인식 미흡 및 자본주의 경제 질서에서 환경이 돈과 경쟁하고 있는 구조에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기업은 공공재를 훼손하며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나 문제라고 인식해도 분석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해득실을 따지기 때문에 공공재에 대한 기업의 인식을 바꾸는 것을 매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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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인목 성신여대 교수가 "책임투자에 대한 환경단체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에 나섰다. ⓒ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심국보[/caption]
이에 양인목 교수는 우리에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환경적인 가치를 지키는 기업이 수익성 역시 담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업에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공적연기금 운용에 환경과 사회 항목이 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한 기업이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양인목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위와 같은 환경과 관련된 투자와 소비 시장이 변하는 글로벌 추세를 잘 모르는 것을 지적하며 이를 체계적으로 알리고 보다 강력한 변화의 흐름을 이끌어 내는 것이 환경단체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와 소비자의 입장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기업의 상황을 평가하여 알리는 활동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습니다. 이때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쉬운 표현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환경책임투자연구소의 설립도 제안했습니다. 그는 이 연구소가 환경과 책임투자와의 관계를 연구하고,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정보를 사회에 알리며, ‘넛지’와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환경단체가 추구하는 환경적으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토론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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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회는 6월 11일 국민연금이 새롭게 채택할 책임투자 방침 전반을 살펴보고 환경단체로서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환경적 관점에서 바라본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워크숍을 개최했다.ⓒ서울대 아시아 연구소 심국보[/caption]
류영재 대표는 마지막 청중토론 시간에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정책이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대변한다고 밝혔습니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안 산다. 적당한 타협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곳에서 결코 책임투자가 성장할 수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특히 언론과 국회가 국민연금의 기업관여에 대해 국민경제를 망가뜨린다는 프레임을 씌워 공세를 퍼붓는 상황이 책임투자에 대한 철학적 기반 수립 자체를 막는 장애물이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종오 사무국장 또한 수익성에 심하게 매몰된 투자 풍토가 책임투자의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 되는 세상. 자본주의의 심장인 금융권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세계적인 연기금이라는 위상에 맞게 세계적인 변화의 시류에 앞장설 수 있을까요?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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