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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촛불정신 되새겨 사법적폐 청산해야 (8.13. 최영연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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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모의 노동에세이] 촛불정신 되새겨 사법적폐 청산해야 (8.13. 최영연 공인노무사)

익명 (미확인) | 수, 2018/09/05- 17:11

촛불정신 되새겨 사법적폐 청산해야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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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연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

돌이켜 보면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었다. 누군가의 삶이 걸린 재판이었다.

2015년 2월26일 대법원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해고된 KTX 승무원 들이 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KTX 승무원들이 철도공사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2015년 3월 해고된 KTX 승무원 중 한 명이 목숨을 끊었다. 그녀는 세 살 난 아이의 엄마였다. “빚만 남기고 떠나서 미안하다, 아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 간 KTX 승무원 판결은 소송 당사자가 아닌 청와대 이해득실이 고려된 결과였다. 양승태 대법원은 박근혜 정부의 ‘4대 부문 개혁과제’ 중 시급한 부분을 ‘노동 부분’이라고 규정한뒤 KTX 승무원 사건을 “법원이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와 바람직한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해 온 대표적인 사례”로 자평했다.

2018년 6월27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가 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9년 정리해고 이후 30번째 희생자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대법원 판결이 사법부와 행정부의 부적절한 거래대상 목록에 들어 있다.

2018년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조사보고서와 추가 공개된 문건들은 양승태 대법원 체제에서 일어난 사법농단 사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목표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헌법과 법률을 포함해 어떠한 제약도 개의치 않는 모습은 흡사 ‘기무사’와도 같다.

양승태 대법원이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판결을 박근혜 청와대 입맛에 맞춰 정치적으로 거래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문건에서 법원행정처는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을 사법부가 이니셔티브를 쥔 주요 사건으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

2013년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조합원(6만명) 가운데 9명의 해직조합원이 현직교사가 아니므로 '노동조합 아님'이라고 통보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로 되는 과정에 청와대의 조직적 개입이 있었음은 이미 확인됐다. 2018년 양승태 대법원마저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박근혜 정부와의 신뢰관계를 확보하고 상고법원을 추진하기 위한 추악한 거래와 흥정 대상으로 삼았음이 드러났다.

특별조사단이 공개한 문건에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과거 정권의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부당하거나 지나친 국가배상을 제한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판결을 했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심기를 미리 읽어서 심기에 맞는 재판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악 그 자체다.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의혹은 판사 블랙리스트에서 시작됐다. 속속 드러나는 내용을 보면 점입가경이다. 그런데도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검찰 수사에 대한 법원의 미온적 태도는 그 내부에 사법농단을 은폐·축소·비호하는 세력이 있음을 추측케 한다.

대법원장을 필두로 법원행정처 소위 엘리트 판사라는 자들이 사법부를 통째로 권력에 헌납했다. 어느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 명백한 헌법유린이고 조직적 범죄다. 국정농단을 넘어 사법농단까지 저질렀다.

국민의 65% 이상이 현 사태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보다 심한 것으로 보고 분노하고 있다. 국민의 재판권을 거래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어떤 범죄보다 죄질이 나쁘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적폐청산보다 조직보호에 급급하다. 사법농단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촛불정신이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겨야 할 때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에 “사람들이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란에 호소하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인권이 법에 의한 지배에 의해 보호돼야 함이 필수적” 이라고 밝히고 있다. 법의 지배에 근거해 공평한 정의를 실현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바로 독립된 사법부의 역할이다. 사법부 독립은 법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권력남용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최영연  labortoday



민주노총 대전본부 

: 대전광역시 대덕구 대화로 10, 근로자복지회관 1층, 민주노총 대전충남법률원

: 042)624-4130

: http://tc.nodong.org/wp/?page_id=1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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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해고병원!


장수국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장수국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지난주 금요일, 서울 금천구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 앞에서는 추워진 날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해고병원!"이라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금천구에 위치한 이 병원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요양치료 잘하는 곳" 혹은 "1등급 병원 인정받은 곳"이라는 홍보글이 올라온다. 홍보글에는 해당 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등급 요양병원’ 인증을 받았다는 내용이 빠짐없이 언급돼 있다.

반면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려 보면 홍보글과 전혀 다른 내용이 가득하다. <30분씩 환자 13명 돌봐 … 복수노조 악용해 노동력 착취> <"생리대 갈 시간도 없이 일해요" … 요양병원 작업치료사의 외침> <정규직이냐, 계약직이냐 … 병원의 이상한 계약서> <부당하게 해고된 치료사 복직시켜라> 등 주로 병원에서 일어나는 가학적인 인사관리와 노동조합 탄압으로 발생한 해고사건에 관한 내용들이다.

해당 병원은 확실한 위계질서를 가진 곳이었고, 성희롱이 만연한 곳이었다. 치료사들의 노동조건은 병원 입맛에 맞게 수시로 변경되는 곳이었고, 숙련된 치료사들보다는 인건비가 적게 드는 저연차 치료사들을 사용하기 위해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너네는 시집 안 가냐?”거나 “우리 너무 오래 본 것 같다”라며 숙련된 치료사들을 내팽개치는 곳이었다.

노동조합만이 병원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 치료사들은 2015년 4월3일 치료사 최초의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병원은 자신들에게 복종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던 어린 치료사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합법과 위법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노조탄압 방법을 동원했다.

치료사들이 노조를 만들자마자 병원은 1주일 만에 친기업적인 노조를 만들어 직장내 차별과 따돌림을 시작했다. 조합원의 절반이 소속돼 있던 부서를 통째로 외주화했다. 피켓을 든 노조 지도부를 상대로 총 9천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1심에서 패소하자 2심에서 취하). 피켓시위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경고문을 조합원들의 부모님께 보내고, 노조탄압에 못 이긴 한 조합원이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자 이직한 병원에 "노조 주동자"라며 해당 치료사를 해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취업방해사실 인정된 가운데 2심 진행 중). 노동조합이 설립된 지 3년쯤 되던 2017년 말 병원은 본격적인 노동조합 탄압을 위해 인사팀을 만들었고, 인사팀장에 노무사를 고용했다.

새롭게 고용된 노무사는 기존에는 형식에 불과하던 기간제계약서를 내밀며 노동조합 조합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개원 이래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매년 연봉확인을 위해서만 작성되던 계약서를 한순간에 기간제계약서로 둔갑시켜 버렸다.

2018년 8월15일, 그렇게 한 명의 조합원이 해고됐다. 병원은 친절하게도 해당 조합원 부모님에게까지 "따님이 해고됐다"고 통지했다.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병원은 오로지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던 치료사를 해고했다. 해고된 치료사에게 치료를 받던 환자들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환자들은 해고된 치료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서명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환자들은 서명종이에 “좋은 선생님을 잃지 마세요” “선생님은 너무 열심히 일하시고 환자에 대해서 항상 진심을 다하십니다” “선생님이 치료를 계속하기를 간절히 부탁합니다”라고 썼다. 하지만 병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남은 치료사들은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을 만큼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30분씩 보통 13명의 환자를 치료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실제로 노동조합 탄압이 시작된 이후 환자수는 그대로지만 재활치료부 치료사는 80명에서 40명으로 반토막 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사들은 양질의 치료를 할 수 없다.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환자들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병원은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정한 '1등급 요양병원'이 됐다.

2018년 11월2일 금천구에 위치한 1등급 요양병원 ‘금천수요양병원’ 앞에서 치료사들은 여전히 단단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나라는 치료사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동을 하는지 관심이 없습니다. 환자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했고 안 했고만 확인합니다.”

“건강하게 좋은 치료를 하고 싶습니다.”

“1등급 요양병원, 1등급 탄압병원, 1등급 해고병원!”


장수국  labortoday


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서울 은평구 녹번동 5번지 18동 2층

 : 02-2269-0947~8

 : http://seoul.nodong.org/consult



금, 2018/11/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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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신청제도 보완해야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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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종기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 간 공정대표의무에 관한 다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차별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선례가 부족해 이를 판단하기가 어렵고, 노동위원회 시정명령 내용이 포괄적이라는 점 때문에 시정명령 이후에도 분쟁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동위 초심 결정에 불복해 재심을 신청한 경우 초심 결정 이행을 담보할 장치가 부족해 차별상태가 장기화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위반 여부의 불명확성

공정대표의무는 교섭 과정에서의 공정대표의무, 노동조합·조합원 처우에 있어서의 공정대표의무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교섭 과정의 경우 소수노조에 최초 교섭요구안 외에 교섭 과정에서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교섭 진행에 관한 정보를 교섭 과정마다 공유해야 하는지, 교섭 마무리 단계에서 한꺼번에 정보를 공유해도 되는지도 불분명하다. 노동위 판정과 하급심 판결을 종합해 볼 때 최초 의견수렴을 하고, 교섭 마무리 단계에서 정보공유·설명과 의견수렴을 했다면 공정대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이 또한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노동조합 처우는 노조사무실 제공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 부여에서 어느 정도 크기의 사무실을 제공해야 하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면제시간으로 부여해야 하는지 기준이 불분명하다. 노동위 판정과 하급심 판결을 종합하면 최소한의 사무가 가능한 공간과 조합원수에 비례한 타임오프 시간을 부여했다면 공정대표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나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시정명령의 불명확성

시정명령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라는 것 때문에 시정명령 이후에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시정명령 이후에도 의견수렴과 정보공유 횟수·정도·내용이 교섭대표노조의 주관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사무실의 크기, 타임오프 시간 비율도 사용자와 교섭대표노조의 주관적인 판단에 다시 맡겨지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노동위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체적인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

시정명령 이행장치 미비

노동위 초심 결정에 불복해 사용자 또는 교섭대표노조가 재심을 신청한 경우 확정되지 않은 초심 시정명령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교섭에 대한 정보공유나 타임오프 시간 배분 등 시간이 지나면 실효성을 잃게 되는 사안에서는 초심 결정을 이행하도록 하는 이행강제금 같은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확정되지 않은 재심 결정에 대한 이행강제 방안으로 긴급이행명령 제도가 있으나, 신청 주체가 중앙노동위원회고 이행명령 결정은 법원에 맡겨져 있어 이 또한 이행을 담보하기에는 미흡한 제도라고 판단된다. 당사자 신청으로 노동위가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홍종기  labortoday



노무법인 삶

: 서울시 마포구 도화동 536번지 (토정로37길 46) 정우빌딩 3층 315호

: 02-702-5973

: http://nodong21.net/

수, 2018/06/0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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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그리고 조직폭력배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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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경 공인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겠다”고 했다. 대뜸 “녹취록이 있다”고도 했다. 제한된 토론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그래도 뜬금없는 ‘녹취록’이라는 말에 더 들어 보자 싶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귀를 의심하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대화로 해결할 수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들(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 조합원들)이 무슨 대단한 권한이라도 가진 것처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여러분들이 조직폭력배는 아니지 않습니까?”

얼마 전 방송제작 현장의 살인적인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고자 열렸던 토론회에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대표로 참석한 토론자의 발언이다. 순간 토론장은 술렁거렸다. 단순히 노동조합활동을 조직폭력배로 묘사한 것에 대한 기막힘 때문만은 아니었다. 분노보다 당혹감이 앞섰다. 방송스태프들이 모여 결성한 노동조합과 교섭이 예정된 사용자단체의 대표 격인 사람이 공개석상에서 이런 발언을 아무 거리낌없이 한다는 것 자체가 머리를 멍하게 만들었다.

과연 드라마제작사협회가 ‘조직폭력’으로 느낄 만큼 ‘녹취록’에는 위협적이고 험악한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토론회 현장에서 지부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올해 7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후 무한정 연장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방송이 제외됐음에도 여전히 하루 20시간을 초과하는 드라마제작 현장이 다수 존재하고, 그중 한 곳에서 제보가 접수된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지부는 ‘대화’와 ‘공문’ 등으로 ‘정중하게’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해당 제작사는 시정을 약속하는 답 공문을 보내왔다. 그러나 약속이 이행된 것은 단 이틀이었다.

이에 지부가 제작 현장을 항의방문했다. 그런데 ‘제작 중단’을 섣불리 먼저 언급한 것은 조합원들이 아닌 방송사 관계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 참석한 제작사협회 관계자는 마치 지부가 현장을 찾아와 조직폭력배들처럼 방송 제작을 멈춘 것인 양 호도한 것이다. 통상 언론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을 왜곡보도하기 위해 초점을 맞추곤 하는 과격한 물리적 충돌 장면은 고사하고 구호·피켓팅 같은 단체행동 역시 없었다.

지부의 강력한 요구로 제작사협회 관계자는 즉각 현장에서 사과했다. 그러나 토론회 이후에도 그가 당당하게 언급했던 문장들이 잊히지 않았다.

사실 필자로 하여금 조직폭력배라는 다섯 글자보다 더 수치심과 분노를 느끼게 한 말은 따로 있었다. 바로 조합원들에게 “(무슨) 대단한 권한이라도 가지게 된 양 행동하지 말라”는 준엄하기까지 한 충고였다.

그 대목에서 새삼 최근 방영된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양반들이 평소 신분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노비들을 짐승처럼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 부당한 탄압과 멸시에 항의하는 노비에게 가차 없이 매질하는 장면이다.

수십년간 밥도 편히 못 먹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시키는 대로 촬영 현장에서 하루 20시간, 한 달 500시간이 넘게 머물러야 했던 방송제작 현장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이렇게 살다가는 죽을 것만 같아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그리고 부당하고 위법한 사용자 행위에 맞서 이제 막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과도한 요구를 한 것도 아니고 단지 ‘인권이 존중될 만큼의 노동시간을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용자에 준하는 사용자단체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노조를 만들었다고 과거의 사회적 신분이 달라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감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제작사협회는 원청에 해당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은 놔둔 채 제작사들의 잘못만을 따진다며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호소했다. 일부 맞는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제작 현장에서 70~80년대 외쳤을 법한 구호들이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조건을 좌지우지하는 제작사들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더욱이 고용관계·임금 등에서 스태프들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제작사들은 지난 수십년간 스태프들을 노예처럼 부려 왔던 것도 사실이다.

머지않아 방송스태프지부는 원청인 지상파 방송 3사 이전에 제작사협회 등 사용자단체와 교섭을 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교섭요구에 대한 이견을 좁히는 일 이전에 ‘방송바닥’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져 온 고정관념을 바꾸는 일이다.

그것은 ‘방송바닥은 원래 그렇기 때문에 절대 바꿀 수 없다’ ‘제작 스케줄에 맞춰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그릇된 오해다.

방송 프로그램이 존재하기 이전에 사람이 있고, 그들의 노동인권은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

방송제작 현장에 만연한 왜곡된 신념이 바뀌지 않는 이상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을 바탕으로 정당한 노조활동을 펼치는 이들은 언제까지나 사용자들의 눈에는 조직폭력배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유경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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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10/1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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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노동자 119’ 활동을 기대하며] 병원 갑질 아웃! 을들의 목소리로부터!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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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희 공인노무사(보건의료노조 법규국장)

지난해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줬던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당시 노동조합이 없었던 성심병원 노동자들은 "더 이상 이렇게 살 순 없다"며 그간 묵혀 둘 수밖에 없었던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장갑질 119 오픈 채팅방에 토해 내기 시작했다.

어느새 오픈 채팅방은 성심병원 노동자들의 절규로 도배됐고, 그들은 스스로 다른 사업장 노동자들의 상담에 장애를 초래할 수 없다며, 성심병원 노동자들만의 밴드를 개설해 달라고 직장갑질 119에 요청했다. 그들 스스로 "우리가 바꿔 보자"며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밴드 초대장을 발송했고, 밴드가 개설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가입자가 500명에 이를 만큼 그들의 목소리는 간절했다.

밴드 관리와 상담을 맡은 나는 ‘법률상담을 잘해야지’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최저기준에 불과한 법으로는 어쩔 도리가 없는 모호한 것들로 가득했다.

가령 이런 것. “나이트 근무가 연속 4~5일 배치되고, 연속 6~7일 근무가 난무해요. 이거 법 위반 아닌가요?” “점심식사를 마시다시피 해요. 휴게시간 1시간 보장돼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근로시간 특례업종인 병원 사업장에서는 그림의 떡에 불과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규정’을 그들의 간절한 목소리 앞에 척 내밀기엔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밖에 본연의 업무 외 부당한 업무지시, 임산부 야간근로 청구서를 반강제로 쓰게 하는 문제, 법상 휴일대체인지 보상휴가인지조차 모호한 마이너스 오프(인력부족으로 그달에 사용하지 못한 휴무를 휴일·연장근로 보상 없이 대체휴일로 돌리는 제도) 문제, 당일 환자가 없다고 출근길 아침에 갑자기 연차나 비번근무를 쓰게 하는 문제, 화상회의·체육대회·장기자랑 등 병원의 과도한 행사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과중한 업무부담 문제를 포함해 부당하지만 법적으로는 모호한 문제들로 가득했다.

당시 성심병원은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대상이었지만, 그 근로감독이 복잡다단한 현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법의 무력함을 함께 느껴야 했다.

그 순간 성심병원 노동자들은 스스로 ‘노동조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근로감독이 끝난다고 우리 병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요?” “노조 있는 병원은 단체협약으로 이런 걸 정하고 있대요. 우리도 노동조합이 있으면 좋을 텐데.”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법의 무력함을 넘어 적극적으로 대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이렇게 묵혀 둔 목소리를 내고, 함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그들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 시작했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 불과 1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1일 보건의료노조 한림대의료원지부가 설립됐다. 병원 관리자가 자신들의 온라인 활동을 알게 될까 걱정하며 닉네임을 수시로 바꾸곤 했던 그들은 이제 당당히 사용자와 대등한 위치에서 교섭하고 또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제서야 알았다. 이 땅의 노동자, 수많은 ‘을’들은 목소리를 빼앗긴지도 모르겠다고. 그 빼앗긴 목소리를 발화하는 순간 ‘변화’는 시작된다고. 대안은 목소리와 목소리의 공명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러나 여전히 노조가 없는 병원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장시간 노동’과 ‘공짜노동’(시간외근로에 대한 보상 부재), 의료비품 사비 구매, 업무 외 업무지시, 폭언·폭행·성희롱 같은 갑질에 시달리며 모성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4월2일 ‘병원노동자 119’ 오픈채팅방(병원노동자119.net)을 개설함으로써 성심병원의 기적을 이어 가려 한다. 그 공간에서 또다시 수많은 병원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공명할 것이다. 훗날 그 목소리가 절규를 넘어 이 땅 모든 병원을 노동존중·환자존중 병원으로 만드는, 해사하게 핀 봄날의 꽃이 되길 기대해 본다.


박소희  labortoday


보건의료노조


서울시 영등포구 버드나루로 73 우성빌딩 2층 (우 07247) 

Tel: 02)2677-4889

http://bogun.nodong.org/xe/

화, 2018/04/0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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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률단체들(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 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
목, 2018/10/18-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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