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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시선] 지금 필요한 것은 1℃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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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시선] 지금 필요한 것은 1℃의 정치

익명 (미확인) | 수, 2018/09/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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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기록을 좋아한다. 

2018년 여름은 1994년 여름에 비해 얼마나 더 더운가를 마치 기록 중계하듯 언론이 중계하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이제 한반도의 더위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이야기 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겨울은 또다시 ‘기록적 한파’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게 될지도 모르며,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여름은 더울 것이다.
 
엄청난 더위 앞에서 이제 사람들은 ‘에어컨이 복지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단어가 연일 언론을 장식했다. 전기요금 인하에 대한 여론이 더위만큼 뜨거워졌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부와 여당은 결국 한시적 누진제 완화라는 대답을 내놓았다.

2016년의 더위도 ‘기록적’이었다. 10만원이 훌쩍 넘는 전기요금의 ‘폭탄’을 맞았다는 뉴스 앞에서 여론은 ‘요금인하’로 몰렸다. 당시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주택용 전기 사용료 누진 배율 완화와 단계 축소를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당시 국민의당은 거리에 현수막을 붙이고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구간 완화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은 긴급간담회에서 ‘전기요금 개편 원칙’ 정도만 내놓았다. 더위만큼 뜨거운 여론 앞에 정당들은 가볍게 반응했고, 정부는 ‘한시적 할인’이라는 손쉬운 해법을 제안했다. 여론은 갑자기 찾아온 서늘한 바람만큼 가라앉았다.


정말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문제일까

근래 몇 년 간의 폭염에 이제 사람들은 전기요금 전문가가 되었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의 불합리함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졌다. 산업용요금과의 형평성 문제도 계속 제기된다. 정말 ‘전기요금’이 불합리해서 시민들은 ‘에너지 기본권’을 외치는 것인가.

2016년의 가정용 전기요금 한시적 할인에 대해 조금만 살펴보면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구간은 6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2016년의 한시적 요금인하로 혜택을 받은 가정은 30%가량이었다. 대다수의 가구는 1~3단계인 300킬로와트시 이하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 당시 할인은 70%가량의 가구의 가계부에는 크리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전기를 많이 쓰는 가구일수록 혜택을 받는 방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18년의 요금인하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덜 나왔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아예 없애거나 대폭 완화하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정말 진짜 문제가 가정용 전기요금의 불합리한 누진제 때문일까.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사회로 가자는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여름철 혹서기 한두 달을 위해 한겨울의 전기요금까지도 조정해야 하는걸까. 혹서기와 혹한기를 제외한 봄철과 가을철에는 전기가 남는데도 말이다. 

기실 꼬인 전기요금 제도의 핵심은 산업용 전기요금제도 있다. 심야전기할인, 계약전력제도 등 수출산업 장려라는 이름의 산업용 전기 원가 이하 공급정책은 사라 진적이 없다. 한국 정부의 해외공장 유치의 핵심 홍보 문구는 저렴한 전기요금이기도 하다. 한국산 열연강판에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물리겠다고 하는 것이 단지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 분쟁의 유탄을 맞을 것이라고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박주민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2014년 기준 한국전력공사가 대기업 공급 전기 원가 부족액은 포스코가 1,596억 원, 현대체절 1,120억 원, 삼성전자 924억 원, 삼성디스플레이 635억 원이었다. 한전 적자의 대부분은 대기업 전기요금 할인에 기인한 것이다. 상용자가발전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한국의 대기업이 자체적으로 발전소를 통해 생산하는 발전 비중은 2014년 기준 3.8%다. 일본은 20%가량이다. 저렴한 산업용 전기가 있는데 굳이 자가발전설비를 할 필요가 없다.


누진제 폐지를 말하기 전에 원칙부터 토론하자

2016년, 전기요금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갈등은 시작되었지만 요금체계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했다. 모두가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것 같은 불안이 더위만큼 끓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또다시 더위와 논란이 찾아왔다. 가장 빠르고 쉬운 대답을 내놓은 정치 앞에서 어떤 원칙도 논의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손쉽게 여기저기 기워진 전기요금체계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불만잠재우기의 단기해법 앞에서 멈췄다. 

전기요금을 어떻게 바꾸자는 논의 이전에 그 원칙부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공공요금은 사회적 정의에 부합해야 한다. 사회적 형평성을 충분히 고려한 에너지 복지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전기를 더 많이 쓰는 가구에 대한 누진제가 나쁜 제도라고 말할 수 없다. 1인 가구도 늘었고 생활의 패턴도 달라졌으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기사용량에 대한 고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산업용 전기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큰 과제이다. 물가인상의 우려는 넣어도 좋다. 전기요금이 제조업 생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 수준이다. 수출산업에 대한 위축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수출기업은 저렴한 전기요금과 환율정책으로 이중지원과 혜택의 당사자이며, 반덤핑 관세의 무역 보복을 당하는 수준이라면 인상해도 괜찮다.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문제는 향후 전기요금 개편논의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여기에는 노동의 문제도 연결되어 있을 것이다. 폭염주의보 재난 문자에는 외출을 자체하라고 되어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있다. 반드시 중공업과 철강공강을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걸까. 24시간 문을 여는 대형 마트는 또 어떠한가. 폭염으로 전력 피크가 우려된다면 3교대 노동으로 유지되는 24시간 공장가동은 조금 멈추면 어떠한가.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너무 많이 너무 길게 일하고 있다. 


전기요금이 아니라 기후적응을 고민해야 할 때

여름철 집중 호우는 오랜 시간 우리사회의 재난 과제였다. 도시는 하천의 흐름을 막았고, 물길을 바꾸었다. 몬순기후의 한반도는 여름철 태풍과 집중호우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물길을 막고 범람지에 도시를 건설한 곳은 여지없이 해마다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새로운 재난 대책이 등장했다. 제방을 쌓고 둑을 올리는 일로는 피해를 줄이기에 역부족이었다. 새로운 치수 정책은 범람하는 공간을 인정하는 것이다. 집중 호우로 인해 범람하는 지역을 습지의 형태로 두고 자연스럽게 물이 넘치도록 여유공간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침수피해’는 그곳이 습지가 아니라 인간의 건축물이 있을 때 발생한다. 결국 인간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이 현명한 것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 더위도 혹시 마찬가지는 아닐까. 한국전력에 따르면 7월 초부터 8월11일까지 평균 증가액은 2만 원 선이다. '전기요금 폭탄'이라 불릴 수준인 10만 원 이상 증가한 가구는 1.5% 안팎에 그쳤다.?사람들은 이제 ‘기록적 폭염’과 ‘기록적 한파’ 라는 연교차 50도에 육박하는 한반도의 날씨에 적응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북극의 최후의 빙하가 녹아 사라지는 것은 이제 어떤 수를 써도 막을 수 없다고 한다. 한반도의 혹서와 혹한은 앞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매년 누진제를 완화해달라고, 전기요금을 할인해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전기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회로 가야 한다고 말할 것인가. 이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에어콘 밖에는 없는 것일까. 이 새롭고 기록적인 날씨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으로 에어콘을 선택했다면 과연 현명한 방법이라 할 수 있을까. 겨울의 한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도시의 온도를 낮추는 방안도 함께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 1994년의 더위보다 분명 더 덥다고 느끼는 것은 도시의 골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어콘 실외기의 열기와 더불어 불투수층의 아스팔트 온도도 한몫한다. 도시의 초록공간은 앙상한 가로수에 불과하니 도시는 시원해질 수 없다. 바람은 막고 녹색은 빈약하고 볕은 따가우니 온도가 내려갈리 만무하다. 건축물의 옥상녹화와 외장재 교체만이라도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것이 태양광 판넬이라면 금상첨화겠다. 

더위와 추위 때마다 만나는 언론의 옥탑방 쪽방 뉴스도 줄어야 한다. 저소득층 집수리 사업은 이미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오랜 시간 논의 되어 왔다. 에너지 부분 세제 개편이나 전력산업기반 기금의 개편을 통한 예산도 고려해볼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의 정치다. 

조금 혼란스럽더라도 이제 우리는 ‘기후 적응’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들끓는 민심에 땜질 처방이나 임시방편 정책은 내년과 내후년의 더위를 막아줄 수도 없으며, 북극의 빙하를 막을 수도 없다. 우리는 더 많은 발전소, 더 많은 전기가 아니라 더 시원한 삶을 고민해야 한다. 매년 한시적 전기요금인하는 우리의 대답이 아니다. 

전기요금 문제는 단순한 공공요금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요금이 갖는 사회적 형평성과 정의의 문제부터 도시계획과 에너지 복지, 기후 적응, 그리고 한 사회의 지속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정치는 삶과 기후변화, 전기와 발전소,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까지 모두를 고민해야 한다. 정치는 우리 삶의 영역이기도 하다. 여론에 휘둘리는 단시안적 정책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그저 우리의 고민을 미뤄두는 것에 불과하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열린 반핵집회에서 시민들은 ‘콘센트 너머에 핵발전소가 있다’고 외쳤다.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갈등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갈등의 본질의 찾고 그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모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콘센트 너머, 에어컨 너머에 더 많은 갈등이 있다. 저 먼 곳의 빙하도, 지구의 변덕스러움도, 인간의 이기심도 있다. 그 너머를 논의의 장으로 끌어오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자 역할이다. 유례없는 더위에 정치까지 이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날씨는 이제 정치의 문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의 정치다. 


글 : 강은주 연구실장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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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대강 조사·평가단과 영주댐 협의체

○ 같은 4대강사업인데 4대강 조사·평가단 목적에서 제외한 영주댐 문제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자연성 회복을 국정과제에 포함하였고, 대통령 훈령 제393호(‘18.8.17)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두었다. 규정 1,2조는 다음과 같다.


이 규정의 제1조(목적)은 “이 훈령은 한강, 낙동강, 금강 및 영산강의 수질 개선, 수생태계의 건강성 회복과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물의 이용을 위하여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평가단을 설치하고,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으며, 제2조(설치 및 기능)은 ① 한강, 낙동강, 금강 및 영산강(이하 이 조에서 “4대강”이라 한다)의 다음 각 호의 보(이하 이 조에서 “보”라 한다) 개방에 따른 효과 영향에 대한 조사·평가와 보의 처리계획 수립 및 추진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환경부 소속으로 4대강 자연성 회복을 위한 조사 평가단(이하 “조사 평가단”이라 한다)을 둔다. 


4대강 본류만 들어 있지 4대강사업에 포함하여 건설한 영주댐 문제를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2020년 6월 19일자로 규정 일부가 개정된 내용에 따르면 조사평가단이 수행하는 업무에 당초 “그 밖에 보 개방 관련 조사·평가 및 보 처리계획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에서 “그 밖에 4대강 자연성 회복 방안의 마련 및 추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제2조 ②의 6.)으로 변경되었다.


낙동강의 주요 지천인 내성천에 건설한 영주댐은 당초 4대강사업 중 낙동강사업의 핵심사업으로 포함하여 1조1천여억원이 들어갔다. 4대강사업 중에서도 단일사업으로는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낙동강의 자연성회복을 염두에 둔다면 4대강사업 준설로 텅 비어버린 낙동강에 모래를 공급해야 하는데, 영주댐이 공급할 모래를 차단한다는 점에서도 당연히 조사·평가단에 포함되었어야 했고, 환경단체들도 이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외되었다. 조사·평가단을 구성하면서 영주댐을 제외한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강 자연성 회복과 관련된 문재인 정부의 철학을 피부로 느낄 수 없다.


○ 초대 장관은 전량 방류하고, 후임 장관은 댐 안전성 평가한다며 닫아걸고.

영주댐은 2016년 7월부터 시험담수를 시작하였다. 이때는 박근혜 정부 때이다. 문재인 정부로 바뀐 후 초대 장관이었던 김은경 전 장관이 재직 중이던 2018년 3월에 영주댐은 전량 방류되었는데, 후임인 조명래 장관이 2019년 9월에 다시 시험담수를 지시하여 댐에 물을 채웠다.


그러나 9월 시험담수 이전인 지난해 7월에 종교환경회의 소속 5개 종교단체와 환경운동연합 등 6개 환경단체 및 대한하천학회 그리고 이상돈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내성천과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영주댐 해체 로드맵을 마련하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이 보도자료는 시험담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영주댐 처리에 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 없이 영주댐 시험 담수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영주댐과 관련된 최근의 시험담수 논란은 영주댐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기에 정부가 여전히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 때 댐 하류 낙동강 수질을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이유로 댐 시험담수를 중단시킨 바 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영주댐 처리에 관한 확고한 청사진도 없이 수자원공사가 느닷없이 담수와 댐 가동을 거론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댐 공사 이후 강이 급격히 훼손되었기에, 지금은 멸종위기생물을 되살리는 등 내성천 생태계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환경부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것이다. 특히 흰수마자 등 야생생물 서식환경에 대해 환경부의 전수조사가 시급하다. 이러한 정밀조사야말로 환경부와 수공이 내성천과 영주댐에 관하여 우선 취해야할 대책이라 할 것이다. 하천생태계의 건강성을 책임지고 있는 환경부는 강의 자연성 회복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재확인하고, 내성천과 낙동강의 생태보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환경부는 제 사회단체의 댐 담수와 관련한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험담수를 강행하면서 “하자보수기간 만료 전 시험담수를 통해 댐 안전성 평가 시행” 및 “내성천 생태·환경 종합진단을 통해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정보 확보”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고 이후 국회에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을 위한 모니터링계획」을 제출한 바 있다. 이 계획은 댐 안전성 검증을 포함하고 있으며, <영주댐 시험담수 계획>은 2020년 6월에 발전설비 정격수위인 EL. 154.7m에 도달하여 부하시험 후 점차 방류하여 9월초 시험담수 이전 상태로 회복하도록 하고 있다. 즉 국회에 제출한 모니터링계획에는 부하시험 후에는 바로 방류하도록 되어 있고, 방류 중 다른 모니터링을 하는 계획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환경부는 이 모니터링 계획과 크게 다르게 2020년 11월 중순이 되어서야 방류를 개시했는데, 이 방류 일정에 대해서 TBC(대구방송)는 ”농업용수 공급 가능 수위 149m, 저수율 34%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언론보도대로라면 당초 국회에 제출한 완전방류가 아닌 것인데, 환경부는 이 보도에 대한 해명보도 등을 하지 않았다. 


농업용수 사용 시비와 관련하여 뉴스타파는 위의 요약 글에서 ”농업용수 때문에 댐이 있어야 한다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논에다 물을 대기 위해서는 다 댐이 필요하다 라는 논리가 된다. 댐 없이도 그냥 하천에 물만 흘러가면 거기다 양수시설만 하게 되면 농업용수 양수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 백경오 국립한경대 교수의 발언을 소개한 바 있다. 


한편 환경부는 이 방류 이전에 10월 15일 방류하기로 결정했지만, 지자체의 반대, 댐 바로 밑에서의 천막 농성 등이 있으면서 방류를 미뤄왔었다. 이 자리에 경북도지사까지 나서서 영주댐 조기 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지역의 이런 영주댐과 관련된 기류는 지난해에 해당 지역에 일제히 붙은 현수막 등을 통해 이미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이기 때문에 담수를 강행했을 때는 당초 계획한대로의 전량방류를 이행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가 있었어야 했다. 지역주민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정황인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공동기자회견 보도자료 내용처럼 영주댐 처리에 관한 확고한 청사진을 도출한 이후 그에 따라 결정했어도 될 시험담수를 환경부가 행정적 절차를 내세워 강행한 것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의 정책의지가 분명하면 행정 절차는 그에 맞게 운용할 방안을 찾으면 되는 일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환경부가 환경부 본연의 영역인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 문제를 제쳐둔 채 국토부에서 댐 업무가 이관된 후 영주댐 유지에 힘을 기울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현재 영주댐 처리 관련 사안은 국토부로부터 이관된 수자원정책국이 맡고 있다. 


○ 4대강 조사·평가단과 영주댐 협의체의 차이점

환경부는 영주댐 협의체를 구성하여 1차 회의를 ’20년 1월에 개최하였는데, 영주댐 처리방안 마련과 시험담수 모니터링 전반에 대한 자문 및 정책제언이 이 협의체의 역할이다. 댐 처리방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부여한 것은 4대강 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가 보 처리방안 등을 심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참고로 4대강사업 총 사업비 중 보 사업비는 집행액 기준으로 1조 4천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각각의 보를 기준하면 1천억원이 안 되는 수준이다. 반면 영주댐 총 사업비는 이미 1조1천억원 규모가 투입되었다. 같은 4대강사업에 대해서 대통령 훈령으로 설치된 4대강 조사·평가단이 다루는 각각의 보에 들어간 국가재정의 규모보다 영주댐 총사업비가 훨씬 큰 규모인데 이를 환경부가 임의기구를 만들어서 다루는 것이 격에 맞는가의 문제가 우선 제기된다. 


구성면에서 볼 때 영주댐 협의체는 공동대표와 간사를 맡고 있는 환경부를 포함하여 시민사회와 전문가, 지역대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4대강 조사·평가단이 ”분야별 대표성 및 전문성 등을 고려하여 전문·기획위원회를 구성“한 것과 다르다. 조사평가단은 지역 주민과 관련하여 ”단장이 요구할 경우 필요한 현지조사 및 주민 등 조사·평가단 업무와 관련된 지역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체계 운영 등에 협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지역주민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보 처리와 관련된 결정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있다. 


금강에서는 보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정치인들이 현장을 찾아 정치적인 발언을 하고, 지역에서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들이 등장하면서 사회적 갈등이 적지 않게 표출되고 보 처리과정이 난항을 겪었다. 이를테면 공주보의 공도교까지 철거한다는 유언비어가 주민들을 자극하였고, 공주보 개방으로 농업용수가 부족하다는 공주시 우성면 일대는 사실 확인 결과 농업용수 부족이 없거나 백제보 상류지역으로 공주보 영향이 아닌 지역 등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평가단은 금강과 영산강의 보 처리여부를 결정한 바 있는데, 만약 지역주민들을 이해당사자라면서 관련 위원회에 포함하였다면 보 처리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본질적으로 4대강 보 문제든 영주댐 문제든 국가 전체에 영향을 주는 국토 이용과 관련된 사안이다.


환경부는 보 처리과정에서 드러난 이런 문제점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당초 기획위원회 등에 지역주민을 포함하지 않은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영주댐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지역주민들을 포함하였다. 이미 댐 지역에서는 2019년 시험담수 개시 전에 담수를 하라는 많은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그중 무섬마을에 붙었던 현수막은 영주댐과 관련된 사안이 어떤 차원에서 다뤄지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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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에 부착된 댐 담수 주장 현수막. 2019년 7월. 


영주댐 하류 약 6km에 위치한 무섬마을은 영주댐 담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다. 부산지방국토청이 펴낸 「내성천 중류권역 하천기본계획(2014)」에 의하면 영주댐으로 인한 연 유사량 감소는 무려 55%에 달한다. 이런 영향은 영주댐 가물막이를 설치한 2011년부터 나타난 바 있다. 영주댐을 담수하고 유지하면 마을의 모래톱 훼손을 피하기 어렵다. 무섬마을의 핵심 관광자원이 훼손되면 관광수입도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무섬마을은 댐과 관련된 실질적인 이해당사자이지만 마을 보존회 명의로 영주댐을 담수하자는 현수막이 붙은 것이다. 이는 영주댐 문제가 이미 지역에서 정치적인 사안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지역주민들을 포함한 것인데, 영주댐 협의체 운영규정의 제1조(목적)은 ”본 운영규정은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구성된 영주댐 협의체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적시되어 있다. 국가하천에 국가 명승이 있는 내성천의 자연성 회복을 내세우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지자체의 지역주민들을 협의체에 포함하면 협의체 내에서의 충돌과 갈등표출은 처음부터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볼 것이다. (물론 지역민이 모두 댐 유지를 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댐 처리방안과 관련된 여러 전문적 검토와 논의가 필요한 자리에서 댐 방류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이 위원으로 참여하여 회의석상에서 댐 담수유지 주장을 굽히지 않으면 원만한 회의 진행과 깊이 있는 전문적 검토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협의체 회의가 이미 댐 방류문제를 두고 충돌하면서 반복하여 파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19년 담수 때 국회 제출 자료에 의하면 댐 방류는 분명한 기준에 의해 그 시기와 방법이 이미 결정된 내용이다) 협의체에 분명한 규칙과 상호 존중이 없다면 무늬만 거버넌스가 되기 십상이다.


한편 댐의 영향을 받는 내성천 유역으로 예천에 있는 명승인 회룡포와 선몽대일원이 댐 건설 이후 계속 훼손되는 상황에서 이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예천 주민들은 주요 이해당사자이다. 내성천에서 취수하는 지역도 있다. 그렇지만 환경부는 협의체를 구성하면서 예천주민을 지역민으로 포함하지 않았다. 거버넌스를 내세우면서 정작 중요한 이해당사자를 빼놓은 것이다.


4대강 조사·평가단과 영주댐 협의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위상을 지녔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조사·평가단은 회의록을 작성하면서 참여한 전문가의 주요 발언을 모두 기록하고 있지만 영주댐 협의체는 회의 결과만을 회의록으로 남기고 있다. 1조1천억원을 들인 댐의 처리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환경부가 맡긴 역할의 무게를 감안하면 이런 회의록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자칫 권한만 부여한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지금이라도 여러 전문가로 구성된 4대강 조사·평가단에서 영주댐 처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격에 맞다고 할 것이다. 물론 영주와 예천 등 지역민의 의견을 충실히 수렴하고 고민하는 부분도 함께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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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박용훈 – ‘초록사진가’라는 이름으로 미처 알지 못한 아름다운 강, 우리가 잃어버린 강, 위기에 처한 우리의 강들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내성천의 아름다움과 상처를 기록해왔다. 
화, 2021/07/27-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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