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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슈]유독 화학물질이 들어간 페인트 제거제를 퇴출시킨 미국의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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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이슈]유독 화학물질이 들어간 페인트 제거제를 퇴출시킨 미국의 시민운동

익명 (미확인) | 금, 2018/08/17- 14:36

미국의 대표적인 주택용품 전문 매장인 로우스(Lowe’s), 셔윈 윌리암스(Sherwin-Williams), 홈디포(Home Depot)가 염화메틸렌(methylene chloride 또는 dichloromethane)N-메틸피롤리돈(N-Methyl-2-Pyrrolidone, NMP)이 함유된 페인트 제거제를 내년부터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결정은 시민단체 안전한 화학제품, 건강한 가족(Safer Chemicals, Healthy Families, SCHF)’가 진행해 온 매장 책임(Mind the Store) 캠페인의 영향 덕분이다. 이는 소비자 건강 보호 운동의 중요한 성공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캠페인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이번 해외이슈에서 현재까지의 경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휘발성 화학물질인 염화메틸렌, 용매(솔벤트)NMP는 페인트 제거제나 코팅 제거제 등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이다. 미국 환경보호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EPA)에 따르면, 해마다 6만 명의 노동자와 200만 명의 소비자가 이들 물질에 노출된다고 한다. 이들 물질에 노출되면 암을 비롯한 만성적 건강 영향뿐 아니라 급성 독성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특히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하면 질식 위험이 있다. 염화메틸렌의 경우, 고농도에서 마취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용자는 의식을 잃고 호흡이 멈추게 된다. 또한 염화메틸렌은 체내에서 일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흡연자에게 심장 마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60명 이상이 페인트 제거제를 이용한 작업 중 질식사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사망자에는 노동자뿐 아니라 10대 청소년을 포함한 소비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EPA는 오바마 행정부 임기가 끝나기 직전인 2017112일에 염화메틸렌과 NMP에 대한 사용 제한 규정안을 발표했다. EPA는 이들 물질들이 페인트나 코팅 제거제로 사용될 경우 예기치 않은 위험(unreasonable risks)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염화메틸렌은 중추 신경계, , 신장 독성, 암 등을 유발하여 노동자와 소비자의 건강에 해를 끼치고 사망을 유발할 수 있으며, NMP가 함유된 제품으로 페인트/코팅을 제거할 경우 신경, 면역, 생식 독성 피해를 입을 수 있고 특히 임산부와 태아 발달에 유해할 수 있다는 위해성 평가 결과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EPA는 소비자용 또는 상업용 페인트/코팅 제거제로 염화메틸렌과 NMP를 제조하거나 가공, 유통하는 것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을 제안하면서 2017412일까지 의견 수렴 후 최종안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2017120,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 완화가 정책 기조로 자리잡게 되었다. EPA는 염화메틸렌과 NMP 규제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가졌다. 페인트 제거제 제조업체와 수출입 업체들은 일자리 감소, 대체 물품의 인화성 위험 등을 이유로 새로운 규제에 반대했고, 제품에 경고 문구를 강화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예정대로라면 새로운 규제에 대한 결론이 났어야 할 시기를 훌쩍 넘긴 이후에도, EPA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발표를 미루었다. 페인트 제거제에 대한 EPA의 규제 계획은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은 채, 현재까지도 기약 없이 중단된 상태이다.

 

EPA가 사용 제한 규정안을 제안했던 20171월 이후 이와 관련하여 4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소비자 단체와 시민단체들은 EPA의 무책임한 행태에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 없었다. 이들은 염화메틸렌과 NMP가 함유된 페인트 제거제 판매 금지를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페인트 제거제에 함유된 유독성 화학물질들의 건강 영향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제품 금지를 위한 청원 운동을 전개했다. 이와 더불어 이들 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업체들에게 제품 판매 금지를 요구했다. 그러던 중 201710월에는 사우스 캐롤라이나에 거주하는 31세 남성 드류 윈이 소매점 로우스(Lowe’s)에서 페인트 제거제를 구입하여 바닥 제거 작업 중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로우스에 염화메틸렌 함유 페인트 제거제를 금지하라는 청원 운동이 벌어졌고 20만 명 이상이 서명했다. 20182, 펜실베이니아의 31세 남성 죠슈아 엣킨스가 염화메틸렌이 함유된 페인트 제거제를 이용하여 BMX 자전거를 손질하던 중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자 금지 운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5월 초, 옹호단체들은 로우스 매장 앞에서 전국적인 "행동 주간 (week of action)"을 진행했다. 소매업체를 겨냥한 판매 금지운동은 최근 들어 결실을 보이고 있다. 20185, 로우스는 염화메틸렌과 NMP가 함유된 페인트 제거제를 올해 안에 매장에서 퇴출시키겠다는 발표를 했다. 6월에는 미국 최대의 페인트 관련 제품 소매업체인 셔윈 윌리암스와 세계 최대 주택용품 소매점 체인 홈 디포가 잇따라 같은 약속을 발표했다. SCHF는 월마트, 머나즈, 에이스 하드웨어 등 다른 대형 소매업체들도 이러한 금지에 동참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소매업체들의 금지 약속을 이끌어낸 매장 책임(Mind the Store)” 캠페인은 포괄적인 화학물질 정책 수립을 위해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과 협력하는 것을 목표로 비영리 단체인 SCHF가 주도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대형 소매업체들이 유독 화학물질이 포함된 제품들의 판매를 금지하고, 안전한 대체 물질들을 사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캠페인을 주도하는 SCHF450여 개 조직의 연합 단체로서, 환경운동가, 보건전문가, 기업 등 다양한 영역의 개인과 조직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소매업체들에게서 염화메틸렌과 NMP가 함유된 페인트 제거제 판매 금지 약속을 받아 낸 것은, 정부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마냥 기다리기보다 직접 행동을 통해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EPA의 규제 정책 도입에 긍정적인 압박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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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어진 현실을 더 많이 드러내는 것이 새로운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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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8/05/10-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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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건강연대가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여 활동을 하지 않은지 꽤 되었다. 인력과 예산은 적은데 할 일은 넘쳐나기에 노동건강연대에게 선택과 집중은 늘 중요한 과제다. 중요하면서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다. 모든 문제가 다 저마다 심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의 크기, 심각성, 해결가능성, 활동가들의 관심 등을 종합하여 일의 우선순위가 정해지는데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은 2006년 정도 이후부터 노동건강연대의 주요 사업에서 빠졌다. 2001년 창립 이후 2005년 정도까지는 이런저런 이주노동자 관련 사업이 있었는데, 2006년부터는 거의 없어졌다.

 

당시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이주노동자 안전과 건강 관련 사업을 해보려 이런저런 시도를 했고, 그에 따라 관련 사업을 하는 단체 혹은 기관이 늘어났다. 꼭 노동건강연대가 하지 않아도 정부가, 다른 단체들이 관련 사업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노동건강연대는 새로운 사업을 기획했다. 이 때가 기업살인문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때와 겹친다.

노동건강연대 독자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이주노동자들은 국적, 민족 등으로 나뉘어 있어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에 한계가 있었고, 언어가 장벽으로 작용하여 사업을 벌여나가기 어려운 때가 많았다. 요구되는 사업의 성격도 주로 교육, 정보 전달, 의료 지원 등으로 한정되어 있어 노동건강연대 사업의 성격과 맞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후 10년이 지났다.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안타깝게도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환경과 구조는 10년 전에 견줘 별로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안 좋아진 듯하다.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도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접근 수준, 일반적인 노동권 보장 수준, 체류자격의 안정성 및 시민권 획득의 용이성,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에 대한 포용성 등 사회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 및 구조는 지난 10년간 거의 나아진 게 없다.

사회구조나 환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위험은 더 증가하는 양상이다. 10년 전에는 매우 소수에 불과했던 농업, 어업, 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농업, 어업, 축산업은 안전과 건강 측면에서 매우 위험한 업종이다. 한국의 농업, 어업, 축산 관련 사업장은 그 규모가 매우 영세하여 특히 더 많은 위험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50인 미만 농업, 어업, 축산업 사업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정부의 관리 감독 사각지대인 것이다.

위험하고 어렵고 지저분한 작업은 이주노동자 몫이 되는 제조업 작업장의 경향도 더 심화되었다. 이들의 죽음이나 건강 피해는 소리 소문 없이 묻히는 경우가 많아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최근 제주도 예멘 난민과 관련한 논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주민에 대한 막연하고 비합리적인 두려움, 멸시, 차별, 혐오 등의 부정적 정서 역시 10년 동안 별로 나아진 게 없는 듯하다. 그간 한국 경제는 더 안 좋아졌고, 지난 10년간 극우보수 정부의 집권은 악영향을 끼쳐 오히려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정서는 더 커진 듯하다.

 

이에 노동건강연대도 이주노동자 건강과 안전 관련 사업을 다시 기획해보려 한다. 아직은 그간 따라잡지 못한 환경 변화와 주체의 변화를 확인하고 상황을 파악하는 단계이다.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관련 주체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 후 노동건강연대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은 다시 사업으로 만들어 시작해 볼 요량이 있다. 문제가 크고 심각한 것에 견줘 문제가 너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 사안에 대한 무기력증도 한몫 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들과 관심 있으신 분들의 많은 참여와 토론이 필요하다.

금, 2018/08/1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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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경영공학이라는, 문과도 이과도 아닌 전공을 했으면서 공학도의 시선으로 영화를 감상하고 평가한다는 것은 약간 낯간지러운 일인 것 같다. ‘공학은 아름다워! 공학을 통해 세상은 더 좋아질 거야라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공룡퍼즐 100조각을 질리지 않고 가지고 놀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멋진 것에 설레었을 뿐 아니라 어벤져스에 나오는 외계생명과 비브라늄 같은 미지의 물질이 어딘가에 존재할 거라고 믿었다.

곧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공상가로서 글을 써본다.

 

쥬라기 월드 : 폴른 킹덤(이하 쥬라기 월드)’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이다. 기존의 시리즈인 쥬라기 공원’ 3부작에서는 유전공학을 통해 호박석에서 DNA를 추출하여 상업적 목적으로 쥬라기 공원을 만들어서 생긴 문제를 다루었다. 기술 진보에 따른 윤리 문제, 예측 불가능한 위험을 얼마나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 말이다. ‘쥬라기 월드에서는 기존의 고민들과 더불어 이제는 공존의 현실을 제기하고 있다. 인간 외의 다른 생명체에 대해 인간이 흥망성쇠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인가,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진다. 심지어 영화의 배경을 2018년으로 설정하면서 이야기에 현실감이 더해졌다.

영화는 위협으로 느꼈던 공룡에 대한 인식이 공룡보호연대가 설립될 정도로 변화된 상황에서 시작된다. 화산폭발로 인해 멸종위기종 공룡 11개의 개체들이 위험에 빠진 상황에서 갈등이 촉발된다.

 

보호해야 하는가? vs 멸종하도록 놓아두는 게 맞는가?

 

걸음마도 하기 전에 뛰려고 했었던 젊은 시절에 대해 반성하고 있지... 공룡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그저 빠져주는 것이야’ - 벤자민 록우드

 

벤자민 록우드(이하 벤자민)’는 쥬라기 공원의 공동창립자이다. 그는 철저하게 다중방호시스템을 구축하여 공룡들을 격리시키고 각계의 주요 전문가들을 통해 정밀안전진단을 하여 공룡들을 통제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리고 결국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빠르게 깨닫는다. 쥬라기 공원에서 시스템이 폭주하고 자유를 얻은 공룡들이 인간을 위협하면서, 결국 공룡들이 공원을 탈출하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공룡 보호의 입장을 취하는 것을 보면서 공룡에 대한 트라우마가 적었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룡을 풀어주는 것은 과학기술 맹신에 대한 회개였던 것 같다. 과학기술에 대한 환상이 깨진 벤자민은 현실을 직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쥬라기공원을 벗어난 공룡들은 이제 더 이상 유전공학을 통해 복제한 볼거리가 아니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임을 깨달은 것이다.

 

제가 또 공룡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나요? 자칫하면 공룡들이 지구에 활보하게 될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 이안 말콤

 

이안 말콤(이하 말콤)’ 박사는 쥬라기공원 사건의 생존자이다. 그는 수학자로서 과학기술 때문에 벌어질 위험을 계속 이야기해 왔다. 벤자민의 제안으로 공룡구출 팀이 꾸려지자 말콤은 말한다. 공룡 구조작전을 실행하는 것은 큰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니, 책임을 져야 하기에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과학기술은 죄가 없다?

 

그 연구가 초래할 결과를 생각해 보았나요?’ - 오웬 그레디가 앨리 밀스에게

 

앨리 밀스는 벤자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람이고, 공룡 구조를 명목으로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 구출한 공룡을 팔아넘기려 한다. 공룡구조팀의 일원인 오웬 그레디가 훼방을 놓으려하자 록우드 저택의 지하시설에 감금한 상황에서 위와 같이 말한다.

공룡 경매장이 되어 버린 록우드 저택에서는 애완용으로 키우기 위해 공룡을 사려는 사람, 기념품으로 사려는 사람, 유전자 조작을 한 공룡을 무기로 사용하려는 사람 등 각종 인간 군상이 몰려든다. 그렇다. 과학기술 자체는 죄가 없다. ‘신기술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보는 사람들의 태도는 대체로 매우 긍정적이고 막대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사 속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들은 이런 긍정적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인도의 보팔가스 참사, 챌린저호 폭발사고, 쓰리마일 원전사고,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을 보면 기술 맹신의 결과는 참혹했다.

 

챌린저호 폭발사고 사례만 봐도, 당시 사고원인인 ‘0-ring이 결함이라는 한 마디 안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챌린저호 발사를 앞두고 커지는 사회적 기대감앞에서, 추운 날씨로 인해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발사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엔지니어의 말은 묻혀버렸다. 시간압박과 자금압박 때문에 간과했던 것들이 엄청난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로 7명의 우주비행사가 사망했지만 마땅히 처벌할 대상이 없었다. 말콤 박사의 우려는 공룡의 공격에 대한 것이 아닌 인간에 대한 것이었다.

 

대응과 적응의 필요한 이유

 

다 살아 있는 거잖아요 나처럼메이지 록우드

 

존재하는 것을 부정하기란 쉽지 않지만 해야 할 때가 있다. 영화에서도 격리시설에 가두어 둔 공룡을 환기장치가 고장 나는 바람에 풀어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공룡구출팀이자 공룡보호연대의 대표인 클레어 디어링은 격리시설의 문을 모두 열어 공룡을 내보내는 버튼을 누르지 못한다. 하지만 메이지 록우드(이하 메이지)는 공룡을 살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메이지는 벤자민의 딸이 죽자 유전공학을 통해 복제한 인간이지만 벤자민을 할아버지로 사랑한다. 살아서 따스한 숨결을 내뱉고 들이쉬는 메이지의 존재는 생명에 대한 고민을 남긴다.

영화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상황이고 다른 형태로 일어나고 있다.

대응과 적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금, 2018/08/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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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29, 한국산업보건학회 주최로 <위험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와 보장방안>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의 산재 소송과 관련한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 공개를 거부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전문가 토론의 자리였다. 이날 발표 중에서 건강권에 대한 국제 규범과 정부의 책무성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룬 김명희 회원의 발제를 공유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건강권

 

김명희/ 시민건강연구소·노동건강연대 회원

 

 

저는 예방의학을 전공했습니다. 건강불평등, 건강권과 관련된 이슈를 주로 연구해왔기 때문에 학회 측에서 조금 포괄적인 내용의 건강권 관점에서 이 문제를 얘기해 달라고 하셔서 준비를 하게 되었고요. 뒤에 발표하시는 선생님들은 구체적인 법안이나 제도를 말씀하는데 비해서 제가 이야기 드리는 내용은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자료집에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를 하면서 읽어나가겠습니다.

 

삼성전자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안에 영업기밀이 담겨 있는가 아닌가 논쟁이 벌어지고 있고, 다 아시는 것처럼 삼성, 산자부, 경제신문이 한 팀이 되어서 만약에 보고서가 공개되면 후발주자 중국에 우리 핵심기술 모두가 유출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것이 영업기밀인가 아닌가를 떠나, 최대한 양보해서 실제로 영업기밀이 담겨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과연 노동자의 건강권보다 우선 순위에 놓일 수 있는 것이냐 궁금합니다. 기업이라는 것은 비인격체이고 비인격체의 이윤 보호가 인간의 존엄성이나 권리보다 앞설 수 있는 문제인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는 것이죠. 제 발표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소위 CSR이라고 하는 사회적 책임에 노동자 건강권보호가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어야 하고 이것을 위해서는 기업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고 작업장 내 민주주의 플러스 정부의 책무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주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가지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고 판매를 하고 또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도 내서 지역이나 국가재정의 보탬이 되기도 하고. 혁신이라는 것도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내죠. 그래서 기술과 사회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업들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다른 이름으로 지속가능경영 혹은 사회적 책임 CSR이라고 하는데요, 이거는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사회와 생태적,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책임 있게 행동하는 어떤 행위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입니다. 처음에 CSR 개념이 등장했을 때는 기업들이 하면 좋은자율 규제 활동이었다면 현재는 지역 수준에서나 초 국가수준에서 상당한 수준의 의무이행을 강조하는 규약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기업이 하면 좋고 아니면 말지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들 특히 책임 있는 대기업들은 이 문제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국제적인 규준이 된 상황이구요.


초기의 CSR이라는 것이 대개는 미국이나 유럽 기업들의 저개발 국가 노동착취 문제 혹은 환경파괴 문제 이런 것들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이 강력하게 벌어졌을 때, 그것에 대해서 기업이 대응하거나 반응하는 수세적 활동이었다면 지금은 CSR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자 위험관리도구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고 제도화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전히 CSR이라고 하면 기업이 공여한 기금이나 기부금, 임직원의 봉사활동 참여를 통한 자선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는 취약계층이나 저개발 국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주거/의료 지원 사업, 문화예술 진흥사업, 기부금 이런 것이 대표적이죠. 민간 기업을 다니는 제 친구들을 보면 자기 집 김장은 안 해도 매해 겨울만 되면 김장하고 연탄 나르고, 이런 것이 한국에서는 CSR의 일반적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삼성도 사실은 마찬가지로. 자료집에 실어놓은 것은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회공헌 사업의 내용입니다. 보시면 본인들이 잘하는 것, 기술과 관련해서 청년들이나 학생의 역량을 키우는 사업이 있고 나머지는 대개 자선활동에 가까운 것들이죠. 이 사업들이 어떤 공통점이 있냐 하면 작업장 안이 아니라 작업장 바깥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죠. 삼성이 획득한 초과이윤, 삼성이 보유하고 있는 내부의 인적자원, 노동력을 동원해서 사실 기업 평판을 높이는데 활용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최근의 국제적 트렌드는 사실 이런 것과 다릅니다. 예를 들면 자본주의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한다고 하는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보면, 올해 2018 CSR 글로벌 트렌드가 어떠냐 했을 때 국내 기업들이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들이 첫 번째로 언급하고 있는 게 뭐냐면, 한국에서 갑질로 알려져 있는데, 작업장 내 괴롭힘과 불평등을 척결하는 것이 CSR에서 가장 중요한 활동 중에 하나로 언급하고 있어요. 그 외에 젠더와 인종, 그 다음에 브랜드 행동주의, 기후 변화문제, 아니면 최고위급에서 CSR의 내용을 강화하는 것, 공급업체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 것, 소비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즉 얘기를 하자면 기업 바깥에서 어떤 자선활동을 하는 것이 CSR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서 조직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근로환경, 외부 환경 보호에 대한 강조라 할 수 있는 거죠.


최근에 하루가 멀다 하고 비위사실이 폭로되고 있는 대한항공 같은 경우에만 봐도 굉장히 많은 CSR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장학사업, 헤비타트 운동 지원, 연탄도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죠. 문화예술 후원, 국제 재난구호 이런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실 여기 계신 분들이 잘 아는 것처럼 작업장 바깥에서 이렇게 좋은 활동을 하는 것과는 다르게 작업장 안에서는 전근대적인 권력형 괴롭힘으로 자사 그리고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드는 게 현실인 거죠. 이런 대한항공의 모습이 한국사회에서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소비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칙적으로 CSR의 세 가지 축이라고 하면 3P를 의미합니다. people, planet, profit 이라고 해서 첫 번째 people 이라는 것은 외부의, 작업장 바깥의 사람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노동관행을 통한 노동자 보호와 지역사회 주민 보호를 가리킵니다. 이런 기본적인 P에 해당하는 것을 지키지 않으면서 작업장 바깥에서 사회공헌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CSR 영역에서 중요한 이야기는 기업이 CSR 경영을 통해서 노동자 권리를 보호한다고 해도 이게 다는 아니다, 다른 두 가지가 같이 가야된다는 겁니다. 뭐냐 하면 첫 번째로는 정부 당국에 의해서 강력하게 집행되는 법규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노동자들이 자기 조직화, 단체교섭을 통해서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민주적인 노동조합이 있어야 이것들이 실현가능해지는 거죠. 이런 맥락에서 유엔 글로벌콤팩트의 10대 원칙에도 기업이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의 실질적 인정을 지지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는 차치하더라도 삼성전자에 없는 게 바로 이거죠. 노동자 권리 보호를 위한 두 가지 축이 모두 결여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아까 CSR 활동 내역에서 본 것처럼 CSR 활동에서 내부의 노동권 존중에 대한 것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또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민주적 노동조합이 삼성에 없는 것이죠. 사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그룹 전체가 여러 가지 기업 활동을 통해서 국내 경제성장에 기여도 많이 했고, 사람들에게 질 좋은 상품과 괜찮은 보수의 일자리를 제공했다는 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 인정하는 부분일 겁니다. 예전에 자료를 분석해보면, 특히 여성 노동자의 경우 같은 연령대 다른 어느 집단의 노동자보다도 임금수준이 높았는데, 반도체 생산업종이 보수가 괜찮은 좋은 일자리라는 것은 다들 인정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삼성이 지난 10년간 소속 노동자나 시민들에게 끼친 해악도 굉장히 큽니다. 오늘 반도체 이야기이지만 반도체를 빼더라도 많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다들 기억을 하실 텐데 과거에 삼성1-허베이스피릿호 원유 유출 사고가 굉장히 큰 해양오염으로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피해, 건강 피해를 일으켰지만 이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2013년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에 대한 폭력적 탄압은 지금 막 진상 규명이 진행되고 있는 중입니다. 보건 분야에 되게 큰 이슈였던 2015년 메르스 유행 때에도 삼성의료원을 통해 메르스가 급격하게 전파되어 공분을 사기도 했었죠. 전체 감염자의 절반이 삼성의료원을 통해서 전파됐고, 당시 병원 측의 부실한 대응이 문제가 되어 노동단체들이 해마다 수여하는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었습니다. 작년 2017년 노동절에도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타워크레인이 붕괴해서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그것 때문에 올해 삼성중공업이 최악의 살인기업에 선정되었죠. 뿐만 아니라 여기서 다 일일이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의 손실을 초래하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었다는 건 다들 많이 아시는 거고.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된 소송비 대납, 최근에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건. 하여튼 이런 부정부패 사건에도 삼성이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이것들을 종합해 보면 민주주의와 투명성, 건강권, 노동권, 환경권 측면에서 골고루 문제를 일으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콤팩트 10대 원칙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거든요. ‘기업은 국제적으로 선언된 인권보호를 지지하고 존중해야 한다.’, ‘기업은 인권 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당취득 뇌물을 포함하여 모든 형태의 부패에 반대해야 한다.’ 이러한 원칙들이 있는데 앞서의 행동들은 이것들을 모두 가볍게 져버린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영업기밀 보호를 이유로 작업환경 측정기록 공개를 거부한 것은 이런 긴 목록 중에 한 가지를 더 보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마 여기 삼성에서 오신 분들도 있을 텐데 억울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없는 사실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잖아요.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진정한 CSR이나 사회공헌을 지향한다면 그 첫 단계를 외부에서 연탄을 나르고 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 소속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건강권 보호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 째로 말씀드릴 부분은 정부와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산업계가 CSR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을 얻는 거죠. 그동안 기업은 이윤을 얻기 위해서 환경을 파괴하기도 하고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하기도 하고 때론 시민이나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해치기도 했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그런 면에서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라는 것은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규칙을 만들고, 야수 같은 기업들을 길들여온 규제 발전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멀리 보면 아동노동의 금지나 8시간 노동제도의 시작부터 해서 산재보험의 도입,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여러 가지 법규의 제정이 잘 보여주고 있죠. 사실 기업이 스스로 윤리적 행동을 하고 자율적 실천을 하고, 이런 것만으로 작동했던 자본주의는 역사상 실재한 적이 없었고, 소위 보이지 않는 손도 저절로 움직인 적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민이나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정부의 개입, 정부의 책무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회권 규약이라고 통상 부르는데, 정식 명칭은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대한 국제규약입니다. 여기 12조에서는 건강권을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건강에 대한 권리라고 정의하고, 건강권의 완전한 실현을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안전한 식수나 위생 이런 것들이 들어있고, 환경과 산업위생의 모든 측면 개선이라는 용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건강권은 단순히 보건의료서비스를 많이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저의 결정요인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권리라 할 수 있습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도 일반논평 제14조를 통해서 특별히 건강한 자연환경과 근로환경이라는 명칭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건강권을 보장하려면 보건의료만이 아니라 식량, 주거, 노동, 인간 존엄, 생명권 이런 여러 가지와 정보접근권, 결사·집회·이동의 자유 등 여타 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말하자면 건강권 보장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와 노동권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라는 점을 국제 인권 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건강권 보장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크게 세 가지 의무를 가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첫 번째가 존중(respect)’으로, 법이나 정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건강을 향유할 수 있는 능력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정부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두 번째 보호(protect)’의 의무가 있는데 정부가 아닌 기업 같은 비정부기구의 행위나 부작위에 대해서 정부가 직접 책임을 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개인과 지역사회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보장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말하자면 정부는 본인이 직접 나서서 보호해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 고용주가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는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보증하고 민간 기업이 환경오염을 시키거나 지역공동체에 위해를 가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역할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정부는 법과 규제를 통해서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민간 기업에 의해 자행되는 건강권 침해 상황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산업통상자원부가 나서서 영업기밀과 노동자 건강권이 마치 저울질할 수 있는 동등한 가치의 사안인 것처럼 다루는 것 자체가 국가의 건강권 보호 책무에서 벗어난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건강권이라든지 사회권은 노동부나 복지부 같은 데서만 책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번 사안은 정부가 건강권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성을 충분히 다 하지 못한 사례였다고 지적할 수 있습니다.


발표를 마무리하면서 40년 전에 발표된 논문의 한 도막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81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것인데. 나중에 토론자 분께서 말씀하시겠지만 노동자 알권리 운동이 확산되고 제도화가 진전되던 시기였죠. 당시에 논문을 발표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작업장 건강위험을 확인하고 노동자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데에는 최소한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가 노동자의 자율성 존중, 그 다음에 현재 작동하는 위험 분포의 정당화, 다음에 세 번째가 위험 감소를 위한 노력의 효율성 증진. 이 세 가지를 이야기했는데 노동자가 유해물질 노출로부터 발생한 건강 위험에 대해 충분한 지식을 갖지 못했다면, 해당 노동자가 그 위험을 자발적으로 수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또 작업장 건강위험에 대한 정보가 불충분하면 직업성 질환에 대한 산재보상이 이루어지기 어렵고, 심지어 노동자들이 아예 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신청할 생각조차 하지 않게 된다는 거죠. 저자는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되면 건강문제에 대한 부담이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 개인 혹은 공적 재원으로 충당되게 되고 고용주의 부담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되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작업장 건강을 증진시킬 인센티브가 없는 게 아니냐. 이런 상황에서 작업장 내에서 알 권리의 충족이야말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라고 지적했어요. 알 권리는 해결책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를 했고 지금 소개한 논문이 40년 전 미국에서 나온 것이지만 오늘날 한국 학술지나 신문 사설에 발표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내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업장 위험요인에 대한 노동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이거 공개한다고 바로 그 다음날 산재 인정 되고 보상이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지만 최소한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겠죠. 유해하다는 것을 알아도 이를 피할 수 있는 수단이 없거나 저감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노동자의 권력이 없다면 알 권리만으로는 건강권이 보장되기 어렵습니다. 알 권리는 그야말로 문제 해결의 출발점에 불과한데 이것조차 인정되지 않는다면 사실 그 다음 단계로의 이행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CSR의 기본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고, 인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중요한 의무 중 하나는 제3자의 인권침해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삼성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기본 원칙을 다시금 성찰해서 전향적 태도를 보여야 하고, 정부는 이 사안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하면서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정리 정우준 / 노동건강연대 활동가)

금, 2018/08/17-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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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주민과 난민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에서 상근 변호사로 활동하며 법률 지원, 제도 개선 활동 등을 하고 있다.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이주 아동 등 한국에 체류하는 다양한 이주민과 난민들은 저마다의 문제를 안고 찾아온다. 필자는 주로 이들의 개별 법률 상담과 무료 변론을 지원한다.

 

그동안 다양한 사건 사고들을 접했지만, 유독 이주노동자의 노동 사건들은 항상 똑같은 의문으로 귀결되고는 했다. “똑같은 일이 어쩌면 이렇게 계속 반복될까?” 사람만 바뀔 뿐 신기하게도 문제가 되는 사실관계는 다 비슷하다. 게다가 아무리 억울해도 소송으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이렇게 같은 사안이 반복되고 소송을 통해서도 해결되지 않는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된다. 제도의 흠결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 이 흠결을 악용하는 사람들과 이로 인해 권리를 침해당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들의 사건이 바로 그렇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베트남 출신의 이주민 어업 노동자 한 명이 선장으로부터 가혹한 구타와 흉기 협박, 성추행 등을 당하고도 모자라 한밤중 바다에 빠트려져 죽음의 공포를 겪은 사건이 알려졌다. 이는 이주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고용허가제의 흠결을 극명히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다. 사람들은 언론보도를 접하고 선장의 인면수심에 경악을 금치 못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이와 비슷한 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이쯤에서 고용허가제가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국내에 이주노동자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1해외투자업체연수제도를 통해서인데, 본격적으로는 199311외국인 산업연수제도가 시행되면서부터이다. 외국인 산업연수제도는 이를 통해 입국한 이들을 노동자가 아닌 연수생신분으로 규정함으로써 노동관련 법규의 적용에서 거의 배제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목적으로 20048월부터 고용허가제가 시행되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노동부가 국내에서 인력을 구하지 못한 한국 기업에게 이주노동자를 합법적으로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제도이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외국인 고용법이라 한다)’에 의해 운용되는데, 이 법률에는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의 범위, 고용 절차, 취업활동 가능 기간, 사업장 변경 제한 등이 규정되어 있다. 컨설턴트나 엔지니어, 교수로 일하는 외국인들도 이주민신분인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이들은 고용허가제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고용허가제는 비전문취업(E-9) 체류자격을 가진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는데, 주로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베트남 등지에서 입국하여 제조업· 농업· 축산업· 어업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를 이야기할 때에는 대부분 이들을 가리킨다. 정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소위 3D 업종 분야의 노동력을 충원하고,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송출 비리를 차단하게 되었으며,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이 이루어졌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전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이 일부 보완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거의 매일 이주노동자들의 사건을 접하는 필자로서는 고용허가 제도로 해결되지 못하는 (또는 고용허가제로 인해 오히려 생겨나는) 문제가 너무 많다고 느낀다. 이러한 문제들이 사람만 바뀐 채 계속 반복된다면, 그리고 소송으로도 해결이 안 된다면, 이는 정부의 판단과 달리 개인을 넘어선 제도의 잘못이 있는 것이다.

 

사실 고용허가제는 그 명칭만 놓고 보아도 제도의 설계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고용허가제는 노동을 허가하는 것이 아닌, ‘고용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 노동자가 아닌 고용주를 주체로 삼는 제도인 것이다. 출발점이 이렇다 보니 이주노동자는 존엄한 인간이 아니라 부족한 일손을 대체할 수단, 통제해야 할 이방인으로 취급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 등을 적발해야 할 고용지원센터의 근로감독관, 이주노동자의 체류 문제를 다루는 출입국·외국인청과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직원들에게도 만연해 있다. 이주노동자를 한 명의 노동하는 인간이 아니라 돈 벌러 온 사람’, ‘미등록 체류의 위험성이 있는 자라는 편견을 가지고 대하는 경우가 잦다. 그러다 보니 억울한 피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는 일들도 종종 생긴다.

고용허가제 하에서 사업장 변경, 재고용허가, 근로 계약 기간 연장 등은 모두 이주노동자의 체류자격과 직결된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결정이 대부분 사업주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가 대등한 인간으로 대우받지 못하고 사업주에게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사업장 변경과 관련된 억울한 사연들이 많다.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없다. 외국인고용법 제25조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변경의 기회는 단 3회 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을 할 수가 없다. 사업주의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기려면 고용노동부장관 고시 상의 사업장 변경 사유(폭행 등 부당한 대우, 일정 비율 이상의 임금 체불 등)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고시는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을 눈감아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불합리하다. 임금 체불이나 근로조건 위반이 있더라도, 그 위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애초에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근로조건 위반을 이유로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 변경이 가능하려면


채용 시 제시된 근로조건 또는 채용 후 일반적으로 적용받던 임금·근로시간이 20퍼센트 이상 저하되고,

그 저하된 기간이 사업장 변경 신청일 전 1년 동안 2개월 이상이어야만 하고,

그 경우에도 근로조건이 저하된 기간 중이거나 근로조건이 저하된 기간의 종료 후 4개월이 경과하기 전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한 경우여야 한다.


이 까다로운 요건들을 충족하기 전까지는 계약과 다른 무보수 추가 노동, 임금 체불 등이 있더라도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옮길 수가 없다. 따라서 인권 침해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게다가 고시 상의 사업장 변경 사유를 전부 충족하더라도 그에 대한 입증책임은 이주노동자에게 있다. 매일 힘든 노동에 시달리고 한국어도 유창하지 않은 이주노동자가 녹음, 녹취 등으로 증거를 모으기란 쉽지 않다. 목격자가 있다 해도 대부분 비슷한 처지의 이주노동인 경우가 많다 보니, 사업주의 보복이 두려워 선뜻 도와주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이주노동자가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어떻게 될까? 사업주가 관할 고용센터와 출입국·외국인청 (, 출입국관리사무소) 또는 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 무단이탈신고를 하는 순간, 해당 이주노동자는 체류자격이 취소되고 강제 출국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부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의 체류자격을 볼모로 저임금 고강도 노동을 강요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 ‘계약서 상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이주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너 불법 체류자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이주노동자를 협박하기 일쑤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동안 고생했으니 한 달 휴가를 다녀오라며 선심 쓰듯 이주노동자를 본국에 돌려보내고, 그 사이에 허위로 무단이탈 신고를 하거나 퇴사 처리를 하여 이주노동자의 멀쩡한 체류자격이 취소되게 만드는 악덕 사업주도 있다. 개인 짐도 모두 사업장에 그대로 있고 못 받은 임금도 쌓여 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휴가를 다녀왔더니 입국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악덕 사업주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체불한 임금을 주고 싶지 않아서, 다른 사람을 뽑고 싶어서,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 다양하다.

 

산업재해 사건에서도 고용허가제가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12년부터 20175월 까지 이주노동자의 산재 발생율은 국내 노동자의 6배를 넘어섰다. 그런데 일하다가 다쳤다는 사실을 고용주에게 말하면 산재 신청하면 불법 체류자 만들어버린다고 협박을 하거나, 산재 신청 후 사업주가 느닷없이 해고 통보를 하는 경우가 있다. 산재 사업장으로 기록되면 산재 보험료 인상, 고용 가능 인력 제한 등의 불이익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필사적으로 막는 것이다.

일단 해고를 해버리면, 부당해고 구제 문제는 차치하고 원칙적으로 외국인고용법의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이 적용된다. 1개월 내에 사업장 변경을 신청하고 3개월 내에 새로운 사업장을 알선 받아 근로계약을 하지 못하면 해당 이주노동자는 강제출국 대상이 된다. 힘겹게 산재 신청을 하고 요양 승인을 받아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사업주가 치료비 일부를 피해 이주노동자의 임금에서 공제해 가거나, ‘꾀병 부리지 말고 일하라며 치료 중 노동을 강요하기도 한다.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각 관할 고용지원센터에서도 통역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이주노동자에게 산재요양 신청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건설업 종사 외국인근로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건설업 이주노동자의 67.9%가 일을 하다 다쳐도 산재보험 처리를 받지 못했고, 전체 응답자 중 17.1%는 산재보험 제도에 대해 아예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상태에 따른 건강권·노동권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특히 도심에서 떨어진 농축산업 현장이나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사업주가 제공하는 숙소에서 거주한다. 그런데 외국인고용법의 고용허가 요건에는 기숙사에 대한 내용이 아예 없고, 기숙사 환경 관련법도 미비하다. 이 때문에 비닐하우스에 성별도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남녀 이주노동자 여러 명이 교대로 살거나, 화장실과 냉난방 설비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열악한 위생 상태와 영양 부족으로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여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잠금장치가 없는 숙소에서 지내다가 사업주나 동료 노동자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하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다. 특히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에는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사건을 목격했더라도 진술을 꺼리기 때문에 대부분 꾹 참고 버티는 방법을 택한다.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를 방지하기 위한 차별 금지 조항과 벌칙 조항이 있지만, 노동 환경에 대한 실질적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벌칙 조항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작년 말, 필자가 속한 <이주민 주거권 개선 네트워크>에서 주거권과 관련하여 외국인고용법과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되도록 하는 성과를 냈지만, 그 뒤 후속 조치는 아직 미미하다. 이 와중에 사업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숙박비 명목으로 임금에서 많게는 수십만 원씩 사전 공제를 하기도 한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숙박비 공제 실태를 파악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하자, 고용노동부는 오히려 올해 초부터 사전 공제 가능한 상한액을 정하는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은 주거시설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임금을 기준으로 숙박비의 상한액을 정했기 때문에 주거 환경의 열악함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지침으로 인해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상 임금 전액 지급의 원칙을 위반하도록 정부가 조장하는 셈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밖에도 명목상으로는 사업주의 퇴직금 체불 방지를 위한 것이라지만 실상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더 오래 머무르지 못하도록 하는 출국만기보험제도 또한 고용허가제와 연관되어 있다. 이 제도는 퇴직 후 바로 퇴직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사업주가 임금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으로 인해 실제 받아야 하는 퇴직금보다 훨씬 덜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주노동자들은 체류자격이 볼모로 잡혀 있는데다 부당한 처우를 피해 사업장을 옮겨보려 해도 그 요건을 입증하기가 워낙 어렵고 편견· 차별· 무시와 싸워야 한다.

한국에서 지내는 것이 여간 녹록치 않다. 이 모든 상황은 노동이 아닌 고용을 허가하는, 시작부터 발을 잘못 내딛은 고용허가제에서 비롯된다.

 

물론 좋은 사업주나 근로감독관도 많다. 자신이 고용한 이주노동자가 이전 직장에서 임금을 다 못 받은 것 같다며 직접 센터로 찾아와 도와주려는 사업주도 있고, 억울한 사정을 헤아려 진정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해 주는 근로감독관도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가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매번 고용허가제라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내가 아무리 개별 사건을 조력한다 해도 달라지는 게 없겠지라는 좌절감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미안함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국내 체류 이주민이 200만 명을 넘어서고 고용허가제를 시행한 지도 15년이 되어 간다.

이제는 제도를 고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우선, 가장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는 사업장 변경 금지 원칙부터 바꾸어서, 더 이상 이주노동자가 체류자격을 부당하게 취소 당할까봐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 부당한 처우 등의 사실이 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인권 침해가 중단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장관 고시 에서 사업장 변경 사유와 이주노동자의 입증 책임을 완화해야 한다.

특정 사업주에게 외국 인력 고용허가를 내주기 전에 실질적인 사업장 검증을 시행해야 하며, 기숙사 환경에 관한 부분도 허가 기준에 추가되어야 한다.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노동허가제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수단보다는 존재, ‘노동력보다는 존엄한 한 명의 인간으로 이주노동자들이 환대 받는 날이 오면 좋겠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 이제는 그 문제를 하소연하시는 분들이 없네하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금, 2018/08/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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