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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요약본] ‘RCEP: 비밀 거래(RCEP: A secret deal)’




지구의 벗 활동가들이 UN 회의장에서 구속력 있는 조약(UN Binding Treaty) 체결을 촉구하고 있다. ⓒ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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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7일 지구의벗 환경운동연합은 종로타워에 위치한 온두라스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Berta Cáceres)의 죽음에 대한 온두라스 정부의 책임 있는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2016년 3월, 우리는 온두라스의 대표적인 원주민 권익보호 운동가이자 환경운동가인 베르타 카세레스를 잃었습니다. 그녀는 렌카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지역에 건설될 대규모 수력발전 댐 사업에 맞서다 자택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살해당했습니다. 당시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온두라스 정부에 철저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댐 건설 중단, 환경운동가에 대한 박해 중단 등을 요구하는 대대적인 국제연대 활동을 펼쳤습니다. 지구의 벗 한국 회원단체인 환경운동연합 또한 주한 온두라스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며 행동에 나선 바 있습니다.
베르타 카세레스가 우리에게 남긴 것
베르타의 죽음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잔혹한 환경 파괴의 일부입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580명이 넘는 환경운동가들이 살해당했습니다. 이들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땅과 물 그리고 그곳에 사는 생명체들은 국가 권력과 거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국제 금융기구와 초국적 기업의 막강한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습니다. 우리와 상관없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외 진출 한국기업이 저지르는 인권침해와 환경파괴 문제 역시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렇듯 환경문제는 더 이상 일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지구적 문제이며 국제적인 협력이 없이는 쉽게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이에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002년부터 지구의 벗과 함께 든든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며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여러 환경 이슈에 대응해왔습니다. 지구의 벗은 1971년 스웨덴, 프랑스, 영국,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 모여 창설한 국제 환경단체로 설립 초기에는 반핵, 포경 금지와 같은 특정 이슈에 매진했으나 오늘날에는 전 세계 74개국의 5000명이 넘는 활동가와 200만 명이 넘는 회원들과 함께 당대 중요한 환경‧사회 이슈에 활발하게 대응하는 연합체로 성장했습니다.
지구의 벗은 “모이고, 저항하고, 변혁하자(Mobilize, Resist, and Transform)”라는 핵심 기치 아래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비전으로 삼습니다. 이를 위해 환경권과 인권을 총체적으로 보장하고,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며, 이를 훼손하는 국가권력과 자본 권력에 대해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게 하는 활동을 합니다.
지구의 벗이 집중하고 있는 국제 프로그램으로는 기후정의(Climate Justice and Energy), 경제정의(Economic Justice Resisting Neoliberalism), 숲과 생물다양성(Forests & Biodiversity), 식량주권(Food Sovereignty)이 있습니다. 기후정의 프로그램은 석탄, 핵과 같은 위험하고 더러운 에너지를 반대하고 재생에너지 100% 시대로의 전환을 위해 활동합니다. 이를 위해 세계 에너지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국제 금융기구와 쉘(Shell)과 같은 초국적 석유 기업의 영향력에 도전하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습니다. 또한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에 책임이 있는 북반구 국가에 책임 있는 역할을 강조합니다. 숲과 생물다양성 프로그램은 지역 공동체 및 원주민들과 함께 숲을 지키기 위해 긴밀히 협력합니다.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과 단일재배, 파괴적인 벌목, 자원과 생물다양성의 상품화 등에 반대하는 여러 캠페인을 펼칩니다. 식량주권 프로그램은 ‘생태적 소농 농업(ecological peasant farming)’을 생물다양성과 지역사회의 고유한 문화를 보존하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마지막으로 경제정의 프로그램은 국경을 넘나들며 대규모 환경파괴와 인권침해를 저지르고도 면책특권을 얻는 초국적 기업과 금융기관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규제하고 처벌하는 제도개선 운동에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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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지구의 벗 격년총회(BGM)에 참석한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caption]
따로 또 같이, Another World is Possible
지구의 벗 회원단체들은 위의 프로그램에 함께하면서도 조직 운영과 활동에 있어서는 높은 수준의 독립성을 유지합니다. 이들은 별도의 정관과 예산을 따로 두고 각국의 사안에 집중적으로 대응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왈히(WALHI), 독일의 분트(BUND), 남아공의 그라운드워크(Ground Work) 등 전 세계 75개 단체가 서로 연대하지 서로에게 종속되지 않습니다. 국제적으로 공동의 행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구의 벗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환경운동연합도 지구의 벗과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며 국제적으로는 다음의 사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째, 기업의 환경파괴 활동을 감시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각종 식료품, 샴푸, 화장품 등의 원료인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매년 엄청난 규모의 숲이 사라집니다.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2016년까지 한반도 면적과 비슷한 규모의 산림(약 2,300만 ha)이 파괴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소중한 천연 열대림이 남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그곳을 터전삼아 살아온 수많은 동식물과 원주민 공동체도 숨 쉬고 있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그들의 삶을 파괴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생태‧문화적 보전가치가 높은 곳에 산림파괴와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국제사회에서 지탄을 받고 있는 한국기업이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아직 파괴되지 않은 소중한 산림을 지키고, 기업이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업 방침을 수립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시장을 대상으로 정책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둘째, 공적금융이 반환경‧인권 침해 개발 사업에 사용되지 않도록 활동합니다.
우리의 세금이 가습기 살균제로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기업과 전범기업 등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여전히 투자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원주민 강제이주, 환경 파괴 등 여러 문제가 되는 해외 개발 사업에도 우리의 세금이 ‘원조’라는 이름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책임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연기금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 관련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사회‧환경‧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인 요소를 고려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하는 것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공적금융기관이 사회책임투자를 강화하고 환경파괴 및 인권침해 가해 기업에 공적금융 지원을 제한하는 정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합니다.
셋째, 기업범죄 면책 타파를 위한 제도개선 운동에 세계 시민사회와 함께합니다.
초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얻는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약은 약 3,000개가 넘습니다. 하지만 국가의 관할권을 넘어서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초국적 기업으로부터 인권과 환경을 총체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조약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세계 시민사회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초국적 기업의 환경파괴 및 인권침해를 실질적으로 처벌하고 규제할 수 있는 조약을 만들기 위해 반세기 동안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결국 지난 2014년, 유엔인권이사회는 ‘초국적 기업과 기타사업체의 인권준수 의무에 관한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법적 구속력 있는 조약’의 발전을 골자로 한 ‘결의안 26/9호’를 통과시켰습니다. 2018년 10월부터 각 정부 대표는 이 조약의 초안을 가지고 협상을 시작합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세계 시민사회와 함께 최대한 많은 국가가 이번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조약 제정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도록 활동합니다.
이 글은 <함께사는 길 10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쉘 주주총회장 앞에서 국제 환경‧인권 단체들이 쉘의 기후변화 범죄를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었다. ⓒ그린피스 네덜란드[/caption]
같은 날 각국에서 지구의 벗 회원단체들은 쉘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스톱쉘(#StopShell) 온라인 공동행동’을 펼쳤다. 지구의 벗 국제본부와 한국, 유럽, 아프리카, 스코틀랜드, 호주, 몰타, 인도네시아 등 회원 단체들이 공동행동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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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지구의 벗 회원단체들은 쉘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스톱쉘(#StopShell) 온라인 공동행동’을 펼쳤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지구의 벗 한국 회원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은 “쉘과 같은 초국적 기업이 지난 수십 년간 화석연료 사업에 열을 올리는 동안 지구온난화는 가속화되고 세계 각지에서 재앙에 가까운 이상기후 현상이 다발했다”고 지적하며 “인류의 지속가능성의 담보하기 위해서 화석연료 업계는 눈앞의 이익만 고수하지 말고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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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에서 지구의 벗 회원단체들은 쉘에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스톱쉘(#StopShell) 온라인 공동행동’을 펼쳤다. ⓒ지구의 벗 유럽[/caption]
쉘을 상대로 한 소송이 전 세계에서 줄을 잇고 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오클랜드 등 미국 10개 주요 도시에서 쉘을 상대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는 기후변화와 인권 침해에 대한 쉘의 책임을 파악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나이지리아에서 쉘은 해양 기름유출 사고, 부패, 주민 탄압 등 문제에 연루되어 수많은 소송에 휩싸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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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봅시다, 쉘!(See you in court, Shell!)ⓒ지구의 벗 호주[/caption]
쉘은 파리협정을 지지한다고 주장하지만, 여전히 석유와 가스 관련 사업 투자는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쉘이 하루빨리 화석연료 개발 중심의 사업 방침에서 탈피하지 않는다면, 쉘을 상대로 한 소송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세계 시민사회와 함께 기업에 대한 책임 있는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이 항소법원이 내린 판결에 기뻐하고 있다. 사진제공=우르헨다(Urgenda)[/caption]
네덜란드 헤이그 항소 법원이 지난 10월 9일 역사에 남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네덜란드 정부에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최소 25% 감축”할 것을 주문했다. 2015년 네덜란드 환경단체 우르헨다(Urgenda)는 약 900명의 시민과 함께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히 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부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 강화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2개월 뒤 헤이그 지방법원은 우르헨다의 손을 들어 정부에 ‘감축량을 기존 17%에서 25~40%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판결 내렸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는 ‘2020년 안에 2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사법부는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법원은 탄소배출 감축이 정부의 책무임을 강조하는 우르헨다와 뜻을 같이하며 유럽인권보호조약(ECHR)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과 가정생활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법적의무’에 근거해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네덜란드가 당사국으로 가입한 ECHR이 효력을 갖도록 판결을 내릴 권한이 있기 때문에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 시민사회는 이번 판결이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기후정의 실현에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현재 노르웨이, 독일, 미국, 콜롬비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이와 비슷한 소송이 국가와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진행 중이다. 지난 5월 환경운동연합이 회원단체로 가입한 국제 환경단체 ‘지구의 벗’은 초국적 석유기업 쉘이 지난 30년간 기후변화에 미치는 악영항을 충분히 알고도 화석연료 개발 사업에 열을 올려왔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혜린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 담당 활동가는 “최근 국내 기업과 공적수출신용기관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석탄화력발전 투자 및 건설 사업을 추진하며 지탄을 받고 있다. 쉘은 그들의 국경을 초월한 사업 활동이 미친 영향에 대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책임질 것을 요구 받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이번 네덜란드 법원이 내린 판결과 기후소송 사례들이 시사하는 바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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