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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61] 예멘 난민이 드러낸 우리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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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461] 예멘 난민이 드러낸 우리의 민낯

익명 (미확인) | 수, 2018/07/11- 16:11

예멘 난민이 드러낸 우리의 민낯

예멘 난민,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안과 과제를 노출시키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제주도에 단기간에 입국한 500여 예멘 난민들이 한국사회에 이례적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조직적 동원 여부를 다 알 수는 없지만 50만 명을 순식간에 돌파한 소위 불법난민 추방, 난민법 폐지 취지의 청와대 청원, 각종 관심 분야별 인터넷 커뮤니티들의 타오르는 댓글들, 가짜(Fake) 뉴스의 범람과 흔치 않은 언론사들의 자발적인 팩트체크부터 뜨거운 취재열기가 놀랍다. 한국에서 난민제도가 실시된 이래 이런 열기는 처음이다. 그리고 난민들에 대한 열기는 난민들을 배제하는 위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예컨대, 한국사회에서 축출된 공간으로서 약자를 조롱하고 경멸하는 일베 즉 일간베스트 사이트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거나, 여성들을 성적으로 조롱, 혐오하는 게시물들은 공론장에 들어올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일베에서 난민을 조롱, 혐오하는 게시물들과 유사한 내용의 글들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난민들이 위기의 국면에서 가장 먼저 밀려날, 한국사회의 동심원 맨 바깥에 있는 구성원임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왜 난민들만 그렇게 취급되어도 될 존재들인가? 왜 우리는 난민들에게 가혹한가?

 

난민? 난민의 존재는 사실 새롭지 않다.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권에서 난민신청을 접수, 심사하여 난민으로 보호할지 여부를 정부가 결정하는 몇 안 되는 국가인 한국은 이미 1994년부터 난민협약에 근거하여 출입국관리법 일부 조항을 활용한 난민인정심사를, 그리고 2013년부터 난민협약의 수용법률인 난민법에 따른 난민심사를 해왔다. 1994년부터 2017년까지 23년간 난민신청을 하여 한국정부에게 보호를 구한 신청자들만 해도 3만2733명에 달한다. 매우 그 수가 적지만 그간 약 2000여 명의 난민에게 난민 또는 인도적 체류자라는 지위를 부여하고, 한국사회 구성원으로서 이미 받아 들여왔다. 무슬림? 이미 한국사회에는 다양한 이슬람 배경의 이주자들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심지어 제주에 살던 인도네시아 선원들도 1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결코 갑자기 아무 내부 갈등 없고 단일하고 순결한 한국사회에 예멘 난민들이 이질적인 요소로 불쑥 들어온 것이 아니다. 격렬한 한국사회의 반응에 일부 외신들은 해외에서는 결코 이슈가 될 수 없는 500명에 불과한 예멘 난민들의 도착이 한국의 깊은 외국인혐오(Xenophobia), 혹은 인종주의(Racism)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국내에서는 우리 사회의 배타주의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있고, 소수자성, 권력, 페미니즘과 연계된 논의까지 다양한 분석도 등장한다. 맨 바깥에 위치한 난민들의 자리에 관해 모두 타당한 지점이 있는 분석들이다.

 

노출된 우리의 불안과 생성된 과제

 

개인의 정체성과 차별성이 삭제된 채, 오직 집단으로만 호명된 존재들은 언제나 소수자들이었다. 또 그와 같은 호명은 집단적 정체성만을 근거로 소속된 개인들을 혐오하는 실제 행동으로 진전된다. 제주도에 피신 온 모두를 ‘난민’이란 단어로만 묶어 평가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혐오와 차별의 전제가 되기에, 인종주의적 틀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살고 있는 난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하지만 조직적인 목소리를 내는 혐오세력을 제외한, 예멘 난민으로부터 촉발되어, 난민, 혹은 외국인 일반을 향해 불안을 표출하는 일반 시민들을 단순히 외국인혐오주의자, 인종주의자고만 부르는 것은 부분적인 분석이다. 나는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인식의 장에서 불현듯 솟아오른 타자인 예멘 난민들의 존재성이 한국사회의 구조적 불안을 노출시켰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의 취약한 토대에 대한 불안이 갑자기 난민으로 인해 상기되었던 것이다.

 

어떤 불안인가? 한국현대사의 긴 질곡의 통과는 물론, 촛불혁명을 통한 정권교체까지, 우리 시민들은 민주주의의 도약을 스스로의 힘으로 일궈냈다. 그러나 우리들은 아직 불안하다. 여성들의 미투(Metoo) 운동도, 각종 갑질에 대한 폭로와 분노, 처벌도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생명력을 가졌지만, 아직 목표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다. 세월호의 비극 이후 한국사회는 누군가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아직 안전하지 않은 곳이며, 안전은 정부도, 사회도 아닌 내가 지켜야 하는 무엇임을 시민들은 집단적으로 체험했다. 그런데 솟아오른 난민들은 그 지점을 파고드는 것처럼 오해된다. 잠재적 ‘테러’, ‘범죄’에 대한 불안 혹은 생뚱맞게 ‘이질적 문화수용의 한계’가 한국사회에 줄 불안이란 방식으로 등장한다. 설령 이민자 혹은 난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가치관은 우파의 오래된 아이템이긴 하지만 사실 그 근거는 매우 취약하다. 국내는 물론, 한국과 전혀 비교할 수 없는 숫자의 난민들을 오랫동안 수용하고 보호해온 해외의 사례를 통계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비교해도 아무 근거가 없다. 일종의 신앙에 가까운 편견이지만, 이런 편견은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안전에 대한 불안에 터 잡아 강한 강도로 반복된다.

 

또 있다. 한국사회는 우리들의 평화, 복지, 의료, 교육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 그 점에 대한 신뢰가 없는 시민들은 각자도생해야하는, 멈추지 않는 경쟁에서 고강도의 노동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오롯이 모든 짐을 짊어진다. 스스로를 반복해서 착취해야하는 삶이 버겁고 고되다. 한국 사회의 신뢰할 만한 안전망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지점에서 난민들은 우리들이 힘겹게 짊어져야만 할 내 삶을 위한 노력에, 아무 기여 없이 무임승차할 존재들로 표상된다. 실제로 이 곳을 찾은 난민들이 국제사회의 최저수준에 달하는 낮은 난민 인정율, 심사기간동안 알아서 버티라며 난민신청자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가혹한 시스템을 맨몸으로 마주하며 연대가 필요한 대상이고, 난민은 결코 짐이 아니며, 실제로도 난민관련 총예산도 연간 20억 원 즉, 강남 아파트 값 한 채 정도에 불과한 소액이어 세금 운운할 것도 없음에도 그렇다. 우리의 평화와 복지에 관한 자존적 불안에 터 잡아 난민은 한국에 노력 없이 무임승차한 괘씸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렇다. 불안의 근원은 정작 한국 사회 안에 있다. 

 

난민들은 한국사회에서 그간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개인과 가족에게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나, 취약한 법적·사회적 지위 때문에 직접 자신을 드러내면서 공론장에 나올 수도 없었다. 제3자에 의해 부정확하게 대표되거나 재현되어 왔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민이 문제’인 것처럼 비춰진 지금의 사태를 숙고할 때엔, 결코 문제의 근원이 결코 난민들, 혹은 이를 둘러싼 제도가 전혀 아님을 분명히 기억해야해야 한다. 정말 500명의 난민이 한국사회를 흔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인가? 과연 그들로 인해 한국사회가 불안한가? 결코 아니다. 난민이 문제가 아니라 난민 앞에 토대의 취약성이 노출된 ‘우리가 문제’다. 현존하는 불안은 더 평화롭고, 더 안전하며, 더 다양성을 포용하고, 함께 공존하는 한국사회의 미완의 과제해결을 위한 연대와 운동의 에너지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서 모두가, 모든 분야에서 난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지금, 즉 난민들이 공론장에 출현한 지금은 어쩌면 새로운 기회다. 가혹한 한국 난민 제도의 개선을 꿈꿔볼 기회 정도가 아니라, 난민에 대한 텍스트가 사회적으로 두껍게 축적될, 더 나아가 노출된 한국사회의 문제를 새롭게 다시 직시하고 해결할 기회.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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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0_쪽방주민토론회

<2017.12.20. 쪽방주민 토론회에 참석한 동자동사랑방 주민들>

 

지난 11월 29일 “수요자 중심”의 “사회통합형 주거정책”을 표방하며 관계부처 합동 ‘주거복지 로드맵’이 공포되었습니다. 그러나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망을 구축해 사회통합형 주거사다리를 마련하겠다는 계획과 달리, 도시 최빈곤 거처인 쪽방에 대한 대책은 전무합니다. 물론 쪽방 등에 해당하는 ‘비(非)주택 거주자’ 지원 방안이 포함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지원수준(전세임대)을 소폭 상향한 것을 제외하고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운영기관에 대한 운영비 등 지원”, “주거복지재단에 대한 지원 및 역할 강화” 등 전달체계 지원이 과잉 강조되면서,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대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안이한 진단과 달리 쪽방 주민의 삶은 매일이 위기입니다. 서울 전역의 쪽방이 개발사업 구역으로 편입되어, 개발에 의한 쪽방 철거는 예고된 미래입니다. 건물주들의 수익 전략 변화로 쪽방은 카페로, 식당으로, 외국손님을 위한 숙박시설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지자체의 주거정책과 복지정책은 이에 대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거복지 로드맵’의 문제의식은 옳습니다. “공급자”가 아닌 “수요자”, 주민의 입장에서 주거복지정책은 구상되고, 실행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진단은 옳으나 알맹이가 없는 빠진 주거복지로드맵은 쪽방주민들의 목소리로 다시 쓰여야 합니다. 이에, 경험이 길어낸 전문성을 바탕으로 주민 스스로 쪽방의 문제들을 고발하고, 정책 개선을 요구하기 위한 토론회를 아래와 같이 개최하고자 합니다.

 

▶ 토론회 자료집 [원문보기/다운로드]

 

▶ 토론회 개요

  • 제목: <쪽방주민 토론회>  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겨야 할 쪽방 대책

  • 일시 장소: 2017.12.20.(수) 오후 2시~5시  /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 (11층)

  • 주최: 2017 홈리스추모제 공동기획단, 정의당 윤소하 의원(보건복지위원회)

  • 순서

    • 사회: 이원호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 /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 인사말: 윤소하 (정의당 국회의원), 조두선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이사)

    • 발제1: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문제점 / 김호태(동자동사랑방 대표/주민)

    • 발제2: 상업화에 따른 주거지 해체의 문제점 / 차재설(쪽방 주민)

    • 발제3: 주거환경과 복지지원의 문제점 / 김정호(쪽방 주민)

    • 토론1: 기재일 (서울시 자활지원과 주무관)

    • 토론2: 배완복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과 과장)

토론회_주거복지 로드맵에 담겨야 할 쪽방 대책

수, 2017/12/2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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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6_이통사의 고가요금제 유도 규탄 기자회견

 

이동통신 고가요금제 유도정책 개선 촉구 기자회견

일시 및 장소 : 3월 16일(금)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

 

 

2018년 3월 16일(금)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사)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 소비자시민모임 ‧ 참여연대 ‧ 한국소비자연맹이 공동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에서 참가자 일동은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은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보편요금제를 비롯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실효성을 후퇴시킨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관리수수료 차등 지급을 포함한 고가요금제 유도정책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기자회견문

 

 가계통신비 절감은 온 국민의 소망이며,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가계통신비 절감의 주체가 되어야 할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아무런 대안 없이 기본료 폐지와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아서고 있을 뿐 아니라 통신소비자들에게 고가요금제를 유도함으로써 전 국민적 소망과 정부 정책에 정면으로 반하고 있습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그동안 장려금 차등, 삭감 정책을 통해 통신소비자들에게 고가요금제를 유도해 왔습니다. 최근 한 이동통신사업자는 요금제와 상관없이 대리점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던 관리수수료율을, 저가 요금제는 삭감하고 고가 요금제는 인상하는 차등 지급 방식으로 갑작스레 변경하였습니다. 이는 유통대리점으로 하여금 저가 요금제를 유치하면 수익을 줄이고, 고가 요금제를 유치하면 이익을 주겠다는 명백한 고가요금제 유도입니다. 이러한 수수료율 차등 지급은 대리점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가계통신비 부담을 심화시키는 행위입니다.

 

 아울러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고가요금제에 가입하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데이터 속도 제한을 없애주거나, 추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등 차별적인 서비스 및 혜택을 통해 마치 자신들이 소비자 편익과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통신비 부담에 고통 받고 있는 소비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업자들은 고가요금제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기 보다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다양한 저가요금제를 출시하고 기본료 폐지 또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의 관리수수료 차등지급을 비롯한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은 결국 이용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보편요금제를 비롯한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의 실효성을 후퇴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동통신사들에게 관리수수료 정책을 비롯한 고가요금제 유도 정책의 개선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소비자와 대리점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동통신사의 탐욕을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2018. 3. 16.

 

정의당 추혜선 의원, (사)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소비자시민모임‧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금, 2018/03/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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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boat

금주 말레이시아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은 인권침해와 죽음을 무릅쓰며 뱃길에 올라야만 하는 미얀마, 방글라데시의 난민과 이주민 수천 명을 위해 시급히 공동 대책을 마련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가 밝혔다.

11월 18일부터 22일까지 콸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총회 참석을 위해 모이는 국가들은 현재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난민 위기가 다시 임박하고 표현의 자유가 탄압 받고 있는 만큼, 경제 발전에만 논의를 집중해서는 안 된다.

참파 파텔(Champa Patel) 국제앰네스티 동남아시아-태평양 지역 국장대행은 “세계적인 난민 위기가 시작된 올해 5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떠난 수천 명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한 배 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하고, 안전하게 해안에 상륙하지 못한 채 돌려보내지고, 강제노역 현장으로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해상에서 목숨을 잃었다. ASEAN 국가들은 금주 열리는 정상회의를 통해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긴급한 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할 중요한 기회를 얻었다”며 “동남아시아 국가, 특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와 태국은 각국의 의무에 따라 강력한 국내 난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국제관습법에서는 모든 사람에게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고, 이러한 망명 신청이 공정하게 심사될 권리와, 고문이나 박해의 위험이 있을 경우 본국으로 송환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직 이를 따르지 않은 ASEAN 국가들은 1951년 제정된 난민협약의 비준 절차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
동남아시아 지역의 모든 국가, 그 중에서도 말레이시아와 태국, 미얀마,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표현의 자유를 존중, 보호해야 하고, 이를 침해하는 관련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독재정권 당시 제정된 ‘선동금지법’에 따라 정부 또는 왕가를 비판한 야당 정치인과 정치활동가, 인권옹호자, 학자, 기자, 변호사 등 수백 명이 수사, 기소되거나 투옥되었다. “주나르(Zunar)”라는 필명으로 알려진 정치만평가 줄키플리 안와르 울하케(Zulkiflee Anwar Ulhaque)는 트위터(Twitter)에 사법당국을 비판하는 트윗을 올렸다가 이러한 선동금지법에 따라 9개 혐의를 받고 기소되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정부의 탄압이 최근 급격히 강화되었다. 양심수들은 임의로 구금되어 상습적으로 보석을 거부당하거나 군사법원에서 불공정한 재판을 받고, 항소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불경죄와 반역죄를 적용해 평화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수백 명을 감옥으로 보냈다. 인권옹호자들은 계속해서 검열과 강제실종, 폭력적인 공격에 직면하고 있다. 일례로 활동가 솜바스 분가마농(Sombath Boongamanong) 역시 2014년 5월 쿠데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을 앞두고 있다.

최근 역사적인 선거를 치른 미얀마에서도 지난 수년 간 평화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되거나 수감되는 경우가 더욱 증가했다. 미얀마에서 평화적으로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구금된 양심수의 수는 이미 수백 명에 이르지만 선거를 수 주 앞둔 시기에 최소 19명 이상의 새로운 양심수가 추가로 구금되었다. 이들 중 한 명인 전국 버마학생연합(ABFSU)의 사무총장 표 표 아웅(Phyoe Phyeo Aung)은 신규 국가교육법 시행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벌이다 체포되어 다른 학생들 및 시위대 수백 명과 함께 지난 2015년 3월 10일부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평화적, 사회적, 종교적 활동에 대한 탄압은 베트남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감시와 이동 제한, 임의 구금, 기소, 구금, 신체적 공격 등 주기적으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블로거인 응우엔 후 빈(Nguyen Huu Vinh)은 동료인 응우엔 치 민 투이(Nguyen Thi Minh Thuy)와 함께 정부 정책과 관료들에 대해 비판적인 블로그를 운영했다는 것과 관련, 2014년 5월 체포된 후 지금까지도 미결 구금된 상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 5월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파푸아 지역을 방문한 기간 동안 파푸아의 정치적 활동가들이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자 보안군이 시위대 최소 264명 이상을 임의로 체포했다. 지금도 수감되어 있는 파푸아와 말루쿠 지역의 평화적인 분리주의 활동가 수백 명 중에는 그저 분리 지지 깃발을 흔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구금되기도 했다. 신성모독법 역시 소수 종교를 억압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참파 파텔 국장대행은 “동남아시아 전 지역의 모든 양심수들을 즉시 무조건적으로 석방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하는 바”라며 “ASEAN 국가들은 이번 콸라룸푸르 회의에서 자국의 인권옹호자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약속 없이 돌아가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 인권옹호자들은 기소될 우려 없이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전문 보기

Southeast Asia: Refugee crisis and freedom of expression must be tackled at ASEAN Summit

Southeast Asian leaders meeting this week in Malaysia must urgently prioritize a coordinated plan to help the thousands of asylum seekers and migrants from Myanmar and Bangladesh who are forced to risk abuse and death at sea, said Amnesty International.
Governments meeting at the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 Summit in Kuala Lumpur from 18-22 November cannot solely focus on economic development while there is a looming refugee crisis and an ongoing clampdown on freedom of expression in the region.
“The global refugee crisis erupted in Southeast Asia in May this year, when thousands of people from Myanmar and Bangladesh were stranded in rickety boats, pushed back from safety on shore, trafficked into forced labour, or killed at sea. ASEAN nations have an important chance at this week’s Summit to agree on urgent action to prevent this tragedy from happening again,” said Champa Patel, Amnesty International’s Interim Director for South East Asia and Pacific regional office.

“Governments in the region – in particular Indonesia, Malaysia and Thailand – must put in place strong domestic asylum systems, in line with their obligations. Customary international law is clear – people have the right to seek asylum, to have their requests fairly considered and not to be returned to a risk of torture or persecution.

“Those ASEAN member states who have yet not done so should also begin the process of ratifying the 1951 Refugee Convention.”

Freedom of expression
All governments in the region, but especially Malaysia, Thailand, Myanmar, Viet Nam and Indonesia, must respect and protect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repeal or amend laws that violate this right.
In Malaysia, the colonial-era Sedition Act has been used to investigate, charge or imprison hundreds of individuals who have criticized the government or the monarchy. They include opposition politicians, political activists, human rights defenders, academics, journalists, lawyers and others. Political cartoonist Zulkiflee Anwar Ulhaque, also known as “Zunar,” is facing nine charges under the Sedition Act for tweets criticizing the judiciary.
In Thailand, official repression of free speech has dramatically intensified. Prisoners of conscience have been arbitrarily imprisoned, routinely denied bail and tried in often unfair trials in military courts, some without the right to appeal. Authorities are using laws on lèse-majesté (insulting the monarchy) and treason to imprison scores of people for peaceful acts of self-expression. Human rights defenders continue to face censorship, enforced disappearances and violent attacks. For example, activist Sombath Boongamanong is among those facing military trial, for his criticism of the May 2014 coup.
While historic elections recently took place in Myanmar, there has been an increase in the numbers arrested and imprisoned solely for peaceful dissent during the past year. Weeks before the elections, at least 19 new prisoners of conscience were locked up adding to the scores of people already detained solely for peacefully exercise their rights. One of them is Phyoe Phyoe Aung, Secretary General of the All Burma Federation of Student Unions (ABFSU) who has been in prison along with scores of other students and protesters since 10 March 2015 after being violently arrested during a student protest against the newly adopted National Education Law.
The suppression of peaceful, social and religious activism continues in Viet Nam. Members of activist groups face regular harassment, including surveillance, restrictions on their movement, arbitrary detention, prosecution and imprisonment and physical attacks. Blogger Nguyen Huu Vinh and his colleague Nguyen Thi Minh Thuy remain in pre-trial detention since their arrest in May 2014, in connection with their blogs critical of government policies and officials.

In Indonesia, security forces arbitrarily arrested at least 264 Papuan political activists in May for peaceful protests during President Joko Widodo’s visit to the province. Scores of peaceful pro-independence activists from the Papua and Maluku regions remain imprisoned, some simply for waving a pro-independence flag. Blasphemy laws also continue to be used to repress minority beliefs.
“We continue to call for the immediate and unconditional release of all prisoners of conscience across the region,” said Champa Patel.

“ASEAN leaders must not leave the Kuala Lumpur Summit before there is a commitment to end the ongoing assault on human rights defenders in their countries. These defenders must be allowed to carry out their work without fear of persecution.”

수, 2015/11/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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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할만한 법원의 공익제보자 감형 판결

공익제보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 바로잡아
감형을 넘어 책임 면제까지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쉬워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제주지부의 보조금 부정청구 사실 등을 감독기관에 신고하였다가 부패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공익제보자 김은숙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제주지방법원 형사1부)가 지난 8월10일 김은숙씨의 제보로 수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 벌금 200만원으로 감형하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 7월13일 항소심 재판부에 김은숙씨에 대한 ‘책임감면 요청서’를 제출한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재판부의 감형 판결을 환영한다. 그러나 공익제보자 보호 취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감안해 선고유예나 무죄선고 등과 같이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면제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

김은숙씨는 2015년 4월과 5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제주지부에서 근무하던 중 상담소에서 지자체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하여 편취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감독기관 및 수사기관에 알렸고, 2017년 2월 법원은 부정행위를 지시한 당시 상담소 소장과 소장의 지시를 따른 직원 등에 대하여 사기, 업무상횡령, 보조금관리에관한법률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은숙 씨가 공익제보자라는 점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고, 단지 부정행위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은숙 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처벌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직원들이 소장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했고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보조금을 직원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인 직원 3명 모두 벌금형으로 감경했다. 특히 김은숙씨에게는 “제보로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 벌금 600만원을 선고한 다른 직원과 달리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부패방지법)」 제66조와 「공익신고자보호법」  14조는 부패행위 신고 및  공익신고로 신고자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책임감면 규정을 둔 취지는 내부자가 아니면 알수 없는 조직 내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부패행위 신고를 활성화하고, 이로 이한 불이익으로부터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비록 재판부가 김은숙씨의 제보로 수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 감형했으나 부패방지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책임감면 취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 처벌을 면제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는 새정부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6월 공익제보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다며, ‘필요적 책임감면제’ 도입을 공언했다. 이는 내부제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가담하게 되는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감면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내부제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사법부 또한 공익제보자 보호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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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8/1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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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 문재인 정부의 이 결정에, 성주 소성리는 언제 또 다시 사드 장비를 맞닥뜨려야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결정에 '잘했다'고 찬성 의견을 표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다시 짚어봅니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가 정말 '잘 한 결정'일까요?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o29v

 

① '촛불 정부'라면, '2006년 5월 4일' 반복하지 마세요

② 사드 배치, '인권 변호사'다운 검토가 필요하다

'사드배치'는 왜 '신고리 5,6호기'가 될 수 없나 

 

'사드 배치'는 왜 '신고리 5, 6호기'가 될 수 없나

[연속기고] 문재인 정부의 사드 배치 과정, 이의 있습니다 ③ 

 

정주진 평화갈등연구소 소장

 


이번 위기는 이전 것보다 심각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큼지막한 것이 뚝 떨어졌다. 재수 없게 맞은 사람만 억울하다. 사드 배치 결정이 그랬다. 이전 정부는 성주 주민들과 사전에 소통하지도, 그들의 삶을 고려하지도 않고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저항을 할지, 그냥 '재수 없는 일'로 생각하고 넘어갈지, 아니면 보상을 받기 위해 정부와 협상을 할지는 모두 주민들의 숙제가 됐다. 

 

주민들은 많은 선택지를 가진 것 같지만 사실은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거부하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주민들은 거부를 선택했고 저항했다. 그 와중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문제는 더 악화됐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하자 정부는 곧바로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기로 결정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웠던 정부 역시 일방적 불통 행정을 보여줬다. 새로운 정부에서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주민들의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부터 정부와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은 시작됐다. 갑작스런 결정 때문에 갈등은 발생 직후 위기로 치달았다. 조기 대선 직전과 직후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로 소강 상태를 유지했지만, 7월 말의 추가 발사대 배치 결정으로 갈등은 다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이번의 위기는 이전 것보다 심각할 것이다. 높은 기대감 이후 깊은 실망감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드 배치로 인한 정부와 현지 주민들 사이의 문제는 전형적인 공공갈등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정책 결정과 실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전 정부도, 현 정부도 의도적으로 이를 일반적 공공갈등으로 보지 않으려는 것 같다.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드 배치는 갈등 현안이 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대화를 통한 '해결'의 대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책이나 사업이라고 해서 갈등을 비켜가지는 않으며, 존재하는 갈등을 없는 것으로 취급할 수도 없다.

 

주민 저항과 갈등이 생긴 이유는 명확하다. 주민들에게 사드는 건강, 농사, 지가 하락, 생활권 침해, 지역 개발 등 삶과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 기존 2기의 철수가 아니라 추가 4기를 배치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주민들은 더욱 위기감을 느끼고 분노하고 있다. 효용성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군사적 카드로 쓰기 위해 추가 배치를 결정한 것은 정부가 자신들의 존재와 삶을 하찮게 여기는 증거라고 보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갈등, 다시 말해 공공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것을 공공갈등으로 보지 않고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저항은 강해지고 갈등은 악화될 것이다. 

 


▲  8/19 소성리 평화행동에서 합창을 하는 성주 소성리 주민들 ⓒ 참여연대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사드 배치 갈등은 다른 공공갈등과 유사한 발생과 전개 과정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실수를 반복하고, 그 결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곤 한다. 가장 기본적인 실수는 저항을 예상하면서도 일방적이고 기습적인 결정을 하는 것이다. 정부 결정이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이 수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여론을 설득해 주민들의 주장을 님비(NIMBY), 또는 이기주의로 포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일방적, 기습적 결정은 주민들이 합리적인 내부 논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용 또는 거부 의사를 표할 기회 자체를 막아버린다. 이것은 갈등 전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책이나 사업 자체에 대한 이견에 더해 '배신감'이라는 부정적 감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갈등 발생 후 정부가 저지르는 실수는 강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이고 성실한 태도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저항하는 이유는 정부와 협상하기 위해서인데 정부는 시간이 지나면 저항이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안이한 대응은 역효과를 내고 오히려 저항을 강화시킨다. 갈등이 위기에 도달하면 사실 대화와 협상의 여지가 생기곤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 상황에서도 강력 대응과 여론전을 통해 해당 지역사회나 저항하는 주민들을 고립시킴으로서 증오와 불신을 높이는 실수를 저지른다. 주민들은 결국 모든 것을 거는 저항을 결심하게 된다.

 

이 모든 실수를 관통하는 것은 불통, 불성실, 무책임이다. 덧붙여 힘에 의존하는 대응 방식이다. 사드 배치 갈등도 위의 일반적 경로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현 정부 또한 이미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고 앞으로도 반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은 이전 정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젠 그런 변명을 할 수 없게 됐다. 발사대 추가 배치를 결정하면서 정부는 사드 배치 문제를 완전히 현 정부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니 남은 선택은 그로 인한 갈등에 어떻게 대응하고 갈등을 어떻게 잘 해결하느냐다. 정부가 갈등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갈등은 이미 생겼고 계속되고 있으니 이전 정부들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길을 찾는 것이 가장 현명한 대응책이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성주, 김천 주민과 원불교 교도, 평화활동가들은 매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 함형재    
 

사드 배치, '갈등 관리' 적용 가능하다

 

사드 배치 논란에 대응하는 최선의 방법은 소통과 대화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소통하고 있다고, 그래서 추가 발사대 배치를 적어도 하루 전에 주민들에게 통보할 계획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방적 실행을 통보하는 것은 소통으로 볼 수 없다. 소통은 일방적인 주장이나 자의적인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객관적인 기준과 쌍방에 의해 평가돼야 하는데 주민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진짜 소통을 위해서는 일시적, 이벤트성이 아닌 조직적인 소통 체계를 만들고 지속시켜야 한다. 그래야 갈등이 위기로 치닫는 것을 막고 대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정부 판단으로 사드가 정말 필요한 것이라면 더욱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해야 한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지속 또는 중단을 결정하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시민참여형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것은 획기적이 일이고, 앞으로 공공갈등이 예상되거나 진행 중인 정책이나 사업을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갈등 관리' 방식을 택하겠다는 의지와 방향을 보여준 것이다. 이런 갈등 관리 접근은 사드 배치 문제에도 적용돼야 하고, 충분히 적용이 가능하다.

 

국방부는 대통령령인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대한 규정'에 따라 2010년 6월부터 국방 정책 및 사업과 관련된 갈등 사안을 심의하고 자문을 받기 위해 '갈등관리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갈등 관리 상세 실행을 명시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훈령'도 가지고 있고, 훈령에 따라 진행 중인 공공갈등 해결을 위해 '갈등조정협의체'를 설치해 운영할 수도 있다.

 

소통, 대화,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근거가 마련돼 있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국가 안보' 담론을 내세워 사드 배치 논란을 공공갈등으로 보지 않고 아무런 갈등 관리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갈등 관리'를 적용해 불통이 아닌 소통으로, 배제와 외면이 아닌 수용과 접촉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일방적 결정이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항은 계속될 것이고, 성주가 제2의 강정이 될 수도 있다.

 

 
▲ 국방부와 롯데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하던 날 ⓒ 참여연대    
 

* 필자 정주진은 평화갈등연구소 소장이며, 평화학 박사입니다.

 

화, 2017/08/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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