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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2018년 지방선거 보건·복지 분야 정책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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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4] 2018년 지방선거 보건·복지 분야 정책제안

익명 (미확인) | 금, 2018/06/01- 15:17

2018년 지방선거 보건·복지 분야 정책제안

 

조준희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가장 가까운 권력을 뽑는 가장 먼 선거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주요 공직선거 중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가장 낮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 실제로 투표율이 급락했던 제18대 국회의원 선거(46.1%) 정도를 제외하면 55.4%라는 지방선거의 평균투표율을 하회하는 공직선거는 드물다. 투표율 뿐 아니라, 선거결과를 가름하는 이슈에 있어서도 지방선거에는 정작 지역에 대한 이야기, 시민의 일상을 다루는 이야기보다 당대의 중앙정치 이슈, 지연과 학연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지하철역 앞에서 받아든 후보의 명함에서 내 일상에 대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에서 나고 자람’을 강조하는 내용을 보고 있자니 지방선거가 점점 내 일상과는 멀게만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선거가 그야말로 일상과 가장 가까운 정치권력을 위임하는 선거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지자체 별 특색 있는 정책뿐 아니라, 중앙정부의 정책이 시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달하느냐는 결국 지자체의 의지와 역량에 달려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복지 부문은 그 자체로 시민의 일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의제인 동시에, 지자체의 장, 지방의회 의원의 의지에 따라 정책효과가 크게 달라지는 의제 중 하나다. 가령 도보 거리에 이용 가능한 국공립어린이집이 있는지,  보육교사 1인이 돌볼 수 있는 아동의 수는 몇 명인지, 공공병원의 병상 수는 충분한지,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은 중앙정부의 정책 못지않게 지자체의 역할이 막대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지방선거가 더 나은 돌봄, 더 나은 건강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할 복지와 보건의료 관련 정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일상을 바꾸는 보건복지 분야 정책1)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아이와 노인, 장애인에 대한 돌봄 책임이 가족에서 사회로 옮겨오기 시작하면서, 그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돌봄을 국가,지자체 등 공공이 공급하는 방안보다는 민간 부문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족한 인력을 단기 양성하여 해결해 왔다. 그 결과, 민간 어린이집, 민간 요양시설, 재가요양기관 모두 민간 주체가 설립, 운영하는 시설이 대다수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민간 부문 중에서도 개인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시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돌봄서비스 분야의 민간 경도는 규모의 영세성, 업자들 간 과도한 경쟁과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낮은 돌봄의 질을 만드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반면, 시민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돌봄의 비중은 매우 낮다. 국공립어린이집의 비중은 시설 수 기준 6.8%, 이용아동 수 기준  12%(이상 2016년 기준)에 머물러 있어 이 비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는 것이 정부의 ‘국정과제’로 꼽히기도 했다. 노인돌봄의 경우 보다 취약한데, 노인요양시설 중 국공립시설 비중은 2.2%이며, 재가요양기관 중 국공립 기관은 0.8%에 불과한  상황이다(이상 2016년 기준).

 

이에 따라, 대표적인 질 낮은 일자리로 꼽히는 사회서비스 부문의 노동 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서비스를 공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된 바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지자체가  설립하고, 국공립어린이집, 국공립요양시설, 재가요양기관 등 사회서비스기관을 공단이 위탁 받아 직접 운용하며 종사자인  돌봄노동자를 직접 고용하여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이다.

 

이는 물론 국회의 입법과 중앙정부의 정책의지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의제라고도 할 수 있으나, 결국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기 때문에 지방선거 국면에서 주요하게 다뤄져야 할 의제이기도 하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관련하여 발의된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2018.05.04. 남인순 의원 대표발의)에도, 사회서비스원2)의 설립과 운영의 주체로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설정하고 있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오랜 요구이자, 정부가 내세운 과제인 사회서비스공단의 성패는 지자체장의 의지와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공론화, 공약화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사회서비스에 대한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지자체별 공립어린이집, 공립요양시설, 공립재가요양기관을 확대해 지자체 측면에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 것은 보육 부문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중요한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체 4만여 곳의 어린이집이 운영 중인데, 이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3,400여 곳에 불과해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다(2018.04.30. 기준).3) 서울시가 민선 6기 기간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1,000개소 확대하는 정책을 펼치는 등, 일부 지자체의 국공립 시설 확대 기조로 다소 개선되기는 하였으나, 여전히 보육 부문의 심각한 민간 경도는 영유아 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어렵게 만드는 주요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은 보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보육 공공성 강화를 위해 2022년까지 이용아동 수 기준 4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 국공립시설 이용아동이 전체의 12%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획기적인 확충 계획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중앙정부의 의지뿐 아니라 실제로 지역의 어린이집 설립, 관리, 감독의 책임을 갖고 있는 지자체의 의지와 노력이 동반되어야만 가능하다.

 

 

시도별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아동 비율의 격차를 통해, 지자체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1>을 보면,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아동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시가 31.5%를 기록한 데 반해, 하위 2개 지자체인 광주와 대전은 각각 5.2%, 4.4%의 수치를 보여 지자체 간 격차가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의 국공립시설 이용아동 비율이 2위인 부산시의 비율(15.0%)의 2배에 이른다는 점을 볼 때,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시의 주요 정책프로그램으로 설정하여 추진했던 서울시의 정책의지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겠다. 한편, 지자체 간 격차에 대해 일각에서는 지방재정 규모에 따른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그림 4-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재정자립도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지역 간 격차는 큰 상황이다. 영유아 돌봄이라는 보편적 과제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확충 의지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자체장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라는 의제에 대해 선언적인 대응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중기 계획, 이를 시행하기 위한 단기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예산 배정에 힘써야 한다.

 

특히 지자체 내에서도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발생하는 점을 고려하여, 영유아 수 대비 국공립어린이집 부족  지역과 아예 국공립어린이집이 부재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을 지원하여 주민들의 국공립어린이집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공보건의료기관 확충

한국은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이 매우 낮고 병상 수 비중으로도 최하위 수준이다. 의료기관 수 대비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5.8%로, OECD 평균인 53.5%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병상 수 기준으로 보더라도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수 비중이 10.5% 로 OECD 평균인 74.6%에 비해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4) 더불어, 지역 간 차이도 심각한 상황이다.

 

민간병원의 높은 점유율로, 한편으로는 연평균 의사 방문 수가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과잉의료가 이뤄지고, 또 소득격차에 따른 의료이용 불평등이 심각한 수준이기도 하다. 또한 병원의 과잉투자에 따라 인구당 병상 수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수는 OECD 평균 이하 수준을 보여, 적절한 인력배치가 이뤄지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공공의료 인프라의 부족은 재난, 감염병 등의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을 떨어뜨리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를 추진하고 있는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의료이용의 적절한 모델을 제시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하여야 한다. 따라서 지자체에서는 지역적 의료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며, 적정한 의료이용에 대한 지침을 제시하도록 공공의료기관을 적극 설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보건소-공공병원 등 지역의 공공의료전달체계 개선도 병행되어야 할 과제이다.

 

방과 후 돌봄 확충 및 개선

방과 후 돌봄교실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대기자 수가 지역별로 수백, 수천 명에 이른다는 기사를 흔히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정책적으로 19시 30분까지 돌봄을 제공받는 영유아와 달리, 만 7~12세 아동의 경우 학교 정규수업이 종료되는 13~15시 이후 ‘돌봄공백’ 상태에 놓인다. 이를 위해서 교육당국을 포함한 관련 부처와 지자체에서 초등돌봄교실을 포함한 공적 돌봄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이러한 공적 돌봄을 이용하는 아동은 전체 초등학생의 12.5%에 그치고 있다. 특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초등학교 1~3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여성 퇴사자가 15,841명(2017년 기준)에 이르는 등 돌봄역할이 여성에게 불평등하게 편중된 상황에서 아동기의 돌봄공백은 여성 경력단절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5)

 

공급 자체가 부족한 것과 더불어, 분절적인 서비스 제공 주체 역시 개선의 대상이다. 현재 초등돌봄교실은 교육부와 각 지역 교육청이,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는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학령기 아동에 대한 공적 돌봄이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아동돌봄을 원하는 양육자가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받아 원활하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으며 공적 돌봄 간 유기적인 연계도 미약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18년 4월, ‘온종일돌봄체계’를 구축,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돌봄교실 확충을 위한 예산이 실제 시도 교육청 차원에서 집행될 때 완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각종 공적 돌봄 체계가 지자체의 예산과  사무의 영향 아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시도 교육청과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온종일돌봄체계’가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있다.

 

학령기 아동의 공적 돌봄 중 가장 많은 아동을 담당하는 ‘초등돌봄교실’은 앞서 언급했듯이 시도 교육청의 소관이다. 따라서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각 시도 교육감 후보 그리고 선거 이후 각 시도 교육청은 지자체별 대기자 수요를 고려하여 연도별 초등돌봄교실 확충 계획을 수립, 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확충 계획은 단순히 선언적으로 그치는 것을 넘어, 돌봄교실 공간 마련 및 개선, 돌봄 전담인력의 충원 및 고용안정성 확보 방안이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돌봄교실 설치와  운영에 따른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교육당국과 교사, 양육자 등 시민과 전문가, 돌봄 교실 노동자 간 충분한 소통이  확충 계획 수립 단계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2018년 4월 ‘2018~2022년 초등돌봄교실 확대를 위한 중기계획’을 발표하고, 4년 내 초등돌봄교실 대기자 수를 0명으로 하겠다는 목표로 향후 4년 간 연도별 확충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지역아동센터와 방과 후 아카데미 등 ‘마을돌봄’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특히 지자체는 학교돌봄(초등돌봄교실)과 마을돌봄 간 발생하는 부처 간 칸막이 문제를 극복하고 통합적인 지역 내 돌봄체계 마련을 위하여 ‘온종일돌봄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시도 교육청과 적극 협력하여야 한다.

 

또한 공립 지역아동센터 설립, 지역 내 공공 공간(도서관, 자치회관 등)을 활용한 돌봄공간 마련 등 마을돌봄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책적, 재정적, 물리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언급한 온종일돌봄협의체의 운영과 마을돌봄에 대한 지원 등의 근거를 담은 조례를 제정하여 정책과 예산편성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지방선거, 이제 일상을 이야기하자

1991년 지방의원 선거, 1995년 지자체장을 포함하는 동시지방선거가 치뤄지면서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민선 6기, 즉 동시지방선거를 6번 치를 동안 지차제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 시민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복지가 주요 이슈로 등장한 적은 손에 꼽는다. 초기 지방선거에서는 주로 교통인프라 구축 등 토건 공약, 지역별로 소위 ‘번화가’를 조성하는 상권활성화 공약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물론 이마저도 정권심판 등 중앙이슈나 지연, 학연 등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았다. 2000년대 이후에도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는 뉴타운 등 부동산 개발이었다. 2010년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주요 이슈로 부상되었던 것을 제외하고 복지 이슈가 전면에 드러났던 기억은 드물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선거일 한참 전부터 ‘지역 없는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하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남-북 관계, 여론조작 혐의 사건, 유력 정치인의 몰락과 재기 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편으로 후보와 정당의 지방선거 공약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토건과 부동산에 대한 집중보다 주거와 돌봄 등 복지 의제나 안전 의제에 대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의 일상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이슈가 점차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공보물의 활자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요하게 논의되고, 또 공약화되려면 후보들이 먼저  나서 적극적으로 복지 정책을 제시하고, 또 치열한 토론장으로 복지 정책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다.

 

선거는 공약이 아니라 당선자의 이름만 남는다고들 한다. 특히 시민과 언론의 견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지방정부의 경우 더욱  그렇다. 정책연구나 토론보다는 유력 정치인과 사진을 찍기 위해 노력하고 ‘○○의 아들’ 따위의 토박이 경쟁에 몰두하는 이유도 그것일 테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도 계속되는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선자의 이름이 아니라 선거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토론, 그리고 그 토론으로 만들어 낸 시민과 대리자 간의 약속일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돌봄’, ‘건강’, ‘평등’, ‘권리’ 같은 단어가 더 많이 들려오길 기대해본다.

 


1) 이하 제시하는 정책제안과 그에 대한 설명은 참여연대가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간한 「2018년 지방선거 ‘17개 좋은 정책’ 제안」 (2018.05.03.) 중 복지와 보건의료 분야 정책제안을 수정ㆍ보완한 것임을 밝힌다.

2) 본고에서는 사회서비스의 공적 운영과 직접고용 등을 명확하게 나타내는 명칭이자, 시민사회의 요구 단계에서부터 활용되어온 명칭인 ‘사회서비스공단’을 사용하고 있으나, 남인순 의원의 발의안에서는 사회서비스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3) 이는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의 월별 정기현황 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자료로, 매년 발행되는 ‘어린이집 및 이용자 통계’와 상이하며, 본고에서 앞서 제시한 통계수치와의 차이 역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4)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2017년 공공보건의료 통계집

5) 교육부, ‘온종일돌봄체계 구축ㆍ운영 계획’(2018.04.04.)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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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사회권 규약과 개헌

 

이숙진 | 한국여성재단 상임이사

 

사회권 규약과 한국의 사회권 논의

우리사회에서 사회권 논의가 시작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것도 매우 소극적이고 주변화된 형태로 진행되어 사회권이 무엇인지, 혹시 사회주의국가들에서나 주장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는 수준에 머물러있기도 하다. 차별금지와 평등권 침해를 연구한 여성주의 연구자인 필자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에 관한 사회권위원회의 권고로부터 사회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논의는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개헌논의가 권력구조 개편에만 집중되고 있는 점을 두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로서의 사회권이 개헌 논의에서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사회권규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이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헌 논의와 사회권 규약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고자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사회권
사회권의 개념과 내용이 권리 개념으로 이해되고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의 장을 갖게 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사회권 논의 시작으로부터 그 계기를 찾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사회권포럼을 개최했다. 당시 정강자 인권위 상임위원은 국가인권위가 출범 이후 상당기간 자유권과 평등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사회권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면서, 2005년 9월부터 발족한 사회권연구회의 결과를 사회권포럼을 통해 공유하고 국제인권기준에 입각한 사회권 보장을 위해 국가의 의무를 조명하는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힘입어 주요 연구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나오게 되었으며, 사회복지학계를 비롯한 관련 학계와 여성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도 내부 조직에 사회권위원회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주요 연구 동향은 여성, 아동, 장애인, 노인 등 각 대상별 사회권의 내용과 실태를 파악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사회권 지표를 통해 우리나라 사회권 수준을 판단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러한 논의에 기초하여 사회권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사회권을 위한 재정의 확보와 실행 가능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는가, 유엔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에서는 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인권위가 주최한 사회권 관련 논의는 2007년에 ‘빈곤과 사회권’이라는 주제로 기초생활 취약계층의 생존권 보호와 국가의 의무에 대한 심포지엄이 있었고, 2008년에 ‘사회권 지표를 통해서 본 한국의 사회권’을 주제로 사회보장권, 노동권, 주거권, 건강권 등의 현황을 점검하였으며, 2009년 비판사회학회와 공동으로 ‘경제위기와 사회권’ 심포지엄을 개최한 사례 등이 있다. 이후 인권위가 주관하여 사회권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하지는 못했는데 이는 정부의 성격과 인권위 내부의 동력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와 사회권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사회권에 대한 접근이 인권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사회복지분야에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준에 대한 제도와 정책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졌다. 빈곤 심화, 사회적 배제 그리고 양극화 등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회보장의 보편성을 강조하고 기초생활과 취약계층에 대한 프로그램과 제도의 보완을 요구하는 사회복지는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로의 진입이라는 과제로 사회권을 다루어 왔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라는 측면에서 사회복지의 권리적 접근인 사회보장권은 사회권과 동의어로 이해될 만큼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권리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사회권은 사회보장권을 포함하여, 노동권, 건강권, 주거권 등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를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의의 사회복지를 넘어선 영역이다. 사회복지 지표를 통해 나타나는 사회권 현실은 그런 점에서 사회권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기 보다는 빈곤, 실업, 건강상태 등을 중심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기준에 대한 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권은 사회복지 지표를 통해 사회적 약자의 보편적 복지를 강화하게 되며, 2차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확대를 추구하여야 한다.

 

유엔 사회권 규약
한국은 1990년에 유엔의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이하 사회권 규약)을 비준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국가는 167개국에 달한다.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무엇을 이행할 수 있는지 국가의 책무는 무엇인지를 살펴보기 전에 우선 사회권 규약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사회권 규약은 1966년에 채택되어 1976년에 발효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적용일은 1990년 7월 10일이다. 이 규약의 당사국인 대한민국은 “세계인권선언에 따라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향유하는 자유 인간의 이상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시민적, 정치적 권리뿐만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를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경우에 성취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총 31개의 조문에 합의한다. 핵심적인 조문들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제2조의2.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 등에 의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이 행사되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
제3조 모든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를 향유함에 있어서 남녀에게 동등한 권리를 확보할 것을 약속한다.
제6조의1. 모든 사람이 자유로이 선택하거나 수락하는 노동에 의하여 생계를 영위할 권리를 포함하는 근로의 권리를 인정하며, 동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제6조의2. 근로권의 완전한 실현을 달성하기 위하여 취하는 제반 조치에는 개인에게 기본적인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는 조건하에서 착실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발전과 생산적인 완전고용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및 직업의 지도, 훈련계획, 정책 및 기술이 포함되어야 한다.
제7조 이 규약의 당사국은 특히 다음 사항이 확보되는 공정하고 유리한 근로조건을 모든 사람이 향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a) 모든 근로자에게 최소한의 다음의 것을 제공하는 보수
      (ⅰ) 공정한 임금과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없는 동등한 가치의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 특히 여성에게 대하여는 동등한 노동에 대한 동등한 보수와 함께 남성이 향유하는 것보다 열등하지 아니한 근로조건의 보장
      (ⅱ) 이 규약의 규정에 따른 근로자 자신과 그 가족의 품위있는 생활
  (b)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조건
제8조의1.(a)     모든 사람은 그의 경제적, 사회적 이익을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하여 관계 단체의 규칙에만 따를 것을 조건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그가 선택한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권리, 그러한 권리의 행사에 대하여는 법률로 정하여진 것 이외의 또한 국가안보 또는 공공질서를 위하여 또는 타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하여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거 이외의 어떠한 제한도 과할 수 없다
제9조 모든 사람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제10조의1. 사회의 자연적이고 기초적인 단위인 가정에 대하여는, 특히 가정의 성립을 위하여 그리고 가정이 부양 어린이의 양육과 교육에 책임을 맡고 있는 동안에는 가능한 한 광범위한 보호와 지원이 부여된다. 혼인은 혼인 의사를 가진 양당사자의 자유로운 동의하에 성립된다
제10조의2. 임산부에게는 분만전후의 적당한 기간 동안 특별한 보호가 부여된다. 동기간중의 근로 임산부에게는 유급휴가 또는 적당한 사회보장의 혜택이 있는 휴가가 부여된다
제11조의1. 모든 사람이 적당한 식량, 의복 및 주택을 포함하여 자기 자신과 가정을 위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생활조건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제12조의1. 모든 사람이 도달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제13조의1. 모든 사람이 교육에 대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인정한다. 당사국은 교육이 인격과 인격의 존엄성에 대한 의식이 완전히 발전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교육이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더욱 존중하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제13조의2. 동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 사항을 인정한다
  (a) 초등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무상 의무교육으로 실시된다
  (b) 기술 및 직업 중등교육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형태의 중등 교육은, 모든 적당한 수단에 의하여, 특히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에 의하여 모든 사람이 일반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또한 모든 사람에게 개방된다
  © 고등교육은, 모든 적당한 수단에 의하여, 특히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에 의하여, 능력에 기초하여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개방된다
  (e) 모든 단계에 있어서 학교제도의 발전이 적극적으로 추구되고, 적당한 연구·장학제도가 수립되며, 교직원의 물질적 처우는 계속적으로 개선된다
제15조의1. 모든 사람의 다음 권리를 인정한다
  (a) 문화생활에 참여할 권리
  (b) 과학의 진보 및 응용으로부터 이익을 향유할 권리

위에서 열거한 사회권 규약의 조문들을 실체적 권리들로 정리해보면, 차별받지 않을 권리, 남녀평등권, 노동권, 공정한 노동조건에 대한 권리, 노동조합 관련 권리, 사회보장권, 임산부·어린이 및 연소자의 보호, 식량, 의복, 주택 등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 건강권, 교육권, 문화와 과학 관련 권리 등이 규정되어 있다.

 

유엔 사회권 비준국으로서의 한국
사회권 규약을 비준한 당사국으로서의 한국에서 사회권 규약에 규정된 권리항목들의 실현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의 사회권적 기본권을 침해당한 경우, 이러한 피해를 구제할 법적 근거와 수단이 확보되어 있는가는 사회권의 규범력과 이행절차에 대한 핵심적 논의가 될 것이다. 현재 사회권 규약의 제 권리 목록에 대하여 우리의 헌법은 다양한 근거규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각 개별법을 통해 이를 집행하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피해구제의 절차 혹은 국가의 사회권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근거는 미흡하며, 따라서 매우 소극적인 혹은 선언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회권 규약 당사국의 관련 전문기구라 할 수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는 2007년 이후 5년마다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안을 작성하고 있다. NAP 권고안은 정부의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수립의 근거가 되며 동시에 정부의 인권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법무부는 2007년에 1차 기본계획을, 2012년에 2차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3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15년에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연구는 사회권 실현을 위한 국가의 책무 실현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사회보장권, 근로권, 노동3권, 건강권, 주거권, 교육권, 문화권, 환경권, 인권교육 등의 영역을 중심으로 인권 NAP 사회권 영역의 이행상황과 진단 그리고 정책수단별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연구에 기초하여 수립되는 3차 NAP에 국가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각 대상별, 영역별, 부처별 정책을 실행하여야 하는 것인데 아직 3차 NAP는 수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권에 대한 총체적 접근을 시도하는 유일한 국가종합계획인 NAP의 이행과 효과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않다. 그것은 사회권의 권리목록을 집행하는 각 부처별 특성과 이행 기준과 강제수단의 부재, 그리고 재정 범위의 제약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3차 NAP가 실행되어야 할 2017년 3월의 시점까지, 법무부의 NAP는 공개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사회권 규약의 비준국으로서 한국은 양극화, 고용과 주거의 불안정, 차별과 혐오 문화, 교육격차 심화 등의 사회적 위기 상황에 보다 구속력있는 국가정책의 이행을 촉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개헌 논의는 이러한 사회권 이행실태의 장애요인을 인식하여 헌법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권 규약의 쟁점

사회권 규약을 비준하고 이를 기본적 인권이라고 이야기하면서도 왜 사회권의 이행과 실행에 대한 국가적 책무가 부재하며, 사회권 침해에 대한 피해를 법에 호소할 수 없는 것일까. 

 

사회권과 자유권은 서로 다른 인권이 아니다
우리는 1990년에 시민적, 정치적 권리로 알려진 자유권 규약과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인 사회권 규약을 동시에 비준했다. 세계인권선언으로부터 자유권과 사회권이 분리되어 별도의 규약으로 선택된 세계사적 흐름이 있다.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이 서로 다른 권리목록인가에 대한 논쟁은 권리의 성격과 이행수단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권, 즉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등의 권리들은 침해에 따른 법률적 구제가 사법적 심사를 통해 가능하다. 그러나 사회권은 각 국가들마다 상이한 재정 수준과 사회권 기준들을 문제 삼으며, 침해에 따른 법률적 구제가 여의치 않다는 입장들이 제시되어 왔다. 과연 자유권과 사회권은 서로 다른 인권인가.

 

유엔 사회권위원회 위원이자 독일 만하임대 법대 Eibe Riedel 교수(2008)는 자유권과 사회권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사회권의 실현이 자유권의 실현임을 설명하고 있다.

 

첫째, 사회권은 정책 가이드라인이거나 입법 활동 또는 자원의 이용가능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으로 시간을 초월한 신성한 청구권이 아니므로 인권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Riedel 교수는 자유권과 사회권이 비준국가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지니는 기제이며, 모든 UN기구는 인권의 불가분성, 상호의존성, 공분산성을 언급하고, 적정 수준의 생활, 보건, 교육, 사회보장 및 일자리에 대한 동등한 접근성이 없을 경우 자유권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실례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사회권이 자유권을 훼손할 수 있는 쉬운 예는 비용과 정책이 투입되지 않을 경우 장애인의 이동권이 제약되고 이러한 제약은 장애인의 투표권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둘째, 자유권은 비용 중립적이지만 사회권은 국가의 적극적 행동을 통한 비용투입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서로 다른 인권이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이러한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데 자유권의 보장을 위해서도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집회결사의 자유 보장이 비용중립적인 것은 아니다. 평화로운 집회와 시위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한 경찰력 배치가 필요할 수 있으며 귀가를 위한 대중교통 제공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일 수 있다. 즉 비용의 문제 혹은 국가의 개입의 문제만으로 사회권과 자유권이 근본적으로 다른 인권이라고 볼 수는 없다.

 

셋째, 자유권은 절대적 보장 권리이며, 사회권은 상대적 보장 권리로 서로 다르다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절대적 권리인 자유권은 침해가 발생할 경우 바로 법에 호소할 수 있는 반면에 사회권은 각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고 국가 재정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침해에 대한 구제를 즉각적으로 호소할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관해 Riedel 교수는 사회권 규약과 사회권위원회가 사회권이 자유권과 마찬가지로 변동가능한 권리인 것이 아니며 국가별로 다른 기준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언급한다. 오히려 사회권 규약 당사국들로 하여금 사회권의 실현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정하고 있고, 특히 최저 핵심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모두의 의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Riedel 교수는 사회권이 본질적으로 자유권과 다르게 취급되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은 표현에 있어서 일정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자유권 규약의 경우 ‘모든 사람’ 등의 표현이 사용되고 있는 반면, 사회권 규약은 ‘인정하는 당사국’ 등의 표현이 사용됨으로써 권리주체를 달리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차이가 사회권은 모든 사람이 주장할 수 있는 기본적 인권이 아닐 것이라는 해석을 가져왔는데, 1993년 비엔나 세계인권선언 및 행동강령은 이에 대해 일정한 입장을 정리해준다. “모든 인권은 보편성, 불가분성, 상호의존성과 상호관련성을 갖는다. 모든 인권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이든 아니면 시민적, 정치적 권리이든 간에 직접적으로 적용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회원국에서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하다”며 자유권과 사회권이 서로 다른 권리가 아니며 그 차이를 더 이상 확대분리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했다.  

 

박찬운(2006)은 국제인권의 시각에서 사회권과 자유권의 이원론은 극복되었다고 말한다. 이같은 입장은 노대명(2010)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사회권을 ‘자명한 구속력’을 갖는 원칙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프레드먼의 논의를 빌어, 국가가 사회권 보장의 의무를 가지며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주영(2017) 역시 인권에 대해 통합적 사고를 할 필요가 있으며, 1990년 들어 사회권에 대한 국가 의무의 성격을 명료하게 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고 지적한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시민적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책무가 뒤따라야 시민적 권리가 보장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두운 골목길에서 성폭력 등으로부터 신체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가로등을 밝히고 도로를 정비하거나 대중교통이 제공되어야 하는 재정 투입을 필요로 한다. 자유권이 소극적 권리이고 사회권이 적극적 권리이며, 이에 대한 국가의 책무가 상이하다는 주장은 상호의존성에 의해 그 설득력이 약해지고 있다.

 

사회권의 구속력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와 함께 모든 시민적, 정치적 권리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구속력 있는 조약으로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1966년에 이르러서 사회권 규약과 자유권 규약으로 분리하여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었는데, 두 개의 별도 규약은 이후 냉전 상황을 거치면서 서로 다른 성격의 인권 목록인 것으로 설명되기도 했다.
자유권적 침해와 사회권적 침해가 달리 취급되는 가장 큰 쟁점은 침해에 대한 사법적 판단을 구할 수 있는가와 관련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회권과 자유권이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인권이 아니며, 상호의존적이고 불가분성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구속력 있는 법률을 통해 집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한상희(2010)는 사회권위원회가 발표한 1990년 일반논평, 1998년의 일반논평 등에서 사회권의 사법적 집행가능성에 대한 국제적 합의를 도출하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입법부나 행정부가 아닌 사법부가 사회권 실현을 해야 하는 이유로, 정치과정에서 소외되는 계층이 사회권 수혜계층이므로 이들이 사법과정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박찬운(2009)이 번역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의 사법집행: 사법심사가능성 비교연구」에서도 자유권과 사회권이 인권의 상호의존성과 불가분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많은 국가에서 사회권이 사법적 보호를 받아왔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법관들이 사회권에 기초해서 국내영역에서 심판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한다. 특히 사회권의 내용이 구체적이지 못하는 이유로 사법심사가능성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실체법적이거나 절차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권의 내용을 구체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이주영(2017)에게서도 비슷하게 제시되는데, 사회권에 대한 사법심사가 입법부나 행정부가 해야 할 정책결정과 집행의 기능을 대체하지 않으면서, 해당 사회권 문제에 대해 시민과 국가기관, 그리고 국가기관 상호간에 민주적 대화와 숙의의 장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논의를 소개하고, 사회권의 규범력을 높이는 것이 사회권 이행을 위한 기본과제라고 보고 있다.

 

헌법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하고 자유권적 기본권과 사회권적 기본권의 인권으로서의 보편성을 적시한다면 개헌 논의에 반드시 검토되어야 할 사항은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규정하여야 할 부분에 대한 검토이다. 또한 부당한 차별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시정 그리고 결과적 평등을 향한 책무를 헌법에 담아야 하며 이로써 평등권의 결과적 실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권과 헌법, 그리고 개헌의 과제

2016년에 제출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에 관한 시민사회단체 약식보고서는 정부의 주장과 달리, 지난 5년간 사회권을 중심으로 한 인권의 체감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는 아직 사회권 규약의 위반사항에 대해 국제적 차원의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사회권규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사회권 규약의 효력에 관한 시민사회단체 보고서는 대한민국 헌법이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유권과 사회권에서 배제되는 ‘사람’인 외국인 근로자가 있으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사회권 규약을 재판 규범으로 적용하거나 해석기준으로 인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보았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사회권 규약 인용은 8건이었다.

 

대한민국 헌법은 사회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권규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위보다 넓지 않다. 모든 조항이 권리주체를 ‘국민’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기본권의 확대, 기본권의 실효성 확보 등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미 헌법 제6조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권 규약의 규범력 강화는 개헌 논의과정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보인다.

 

Riedel 교수에 따르면 사회권이 국가 차원에서 인정되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헌법적 권리 보장의 포괄적 또는 무계획적인 형성을 통해 채택되는 경우. 둘째, 인간 존엄성에 대한 언급을 모든 권리의 일차적 원천으로 폭넓게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헌법 구성 원칙에서 사회권을 폭넓게 언급함으로써 그에 포함되는 경우. 셋째, 일반 법령의 수준으로 끌어내려서 사회권의 실현을 입법적, 행정적 재량의 문제이며 정책적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문제로 간주되는 경우이다. 2008년 한국을 방문한 유엔사회권위원으로서의 Riedel 교수는 한국의 법질서에 사회권이 지니는 의미를 세부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으나, 국제차원에서 이루어진 기준 합의가 국가 차원으로 유입되면서 국내 법리에 영향을 미치고 헌법 차원에서의 사회권 이행 문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언급에도 불구하고 우리 헌법재판소는 사회권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준일(2017)에 의하면, 헌법재판소는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표현과 사회권적 기본권 혹은 생존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회적 기본권에 대한 개념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다. 헌재가 이해하는 사회적 기본권은 “자유권을 수정하는 의미의 생존권(사회권)적 성격”이나 “사회경제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지위를 보완·강화하는 기능 혹은 국가의 지원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같은 표현이라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02년 기초생활보장 최저생계비 위헌확인사건에서 장애인가구의 생계급여가 최저생계비에 못 미친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보지 않았으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 보지 않았다.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소극적 태도는 헌법의 사회권 명문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용자원의 범위 혹은 정책 프로그램으로서 작동하는 사회권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사회보장에 관한 헌법상 권리의 침해여부에 관한 심사기준과 관련한 정영훈(2015)의 연구 역시, 사회권의 헌법 반영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연구에서 헌법상 ‘사회보장’이란 ‘삶의 과정에서의 특정한 위험의 발생 또는 특별한 상황에 있어서 이것과 근본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개인의 재화의 결핍을 재분배의 방법으로 행정주체가 급부함으로써 저지 또는 제거하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의 재화의 결핍을 조정할 1차적 책임이 국가에게 있고, 헌법상 사회보장권은 그 법적인 성격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주관적 권리로 보고 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 결정의 심사기준과 심사강도에 대한 분석결과 최소보장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별다른 검토 없이 ‘제한’의 개념을 사용하며, 과잉금지원칙 또는 본질적 내용침해금지와 같은 심사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에 대해 검토가 없으며, 사회보장 급부 범위 심사가 최소보장의 원칙으로 무분별하게 적용되고, 심사강도에서 일률적으로 명백성 통제만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같은 연구결과에 따라, 향후 헌법재판소의 사회권적 기본권 침해에 관한 심사기준의 정립은 시급히 요구되는 부분이며, 이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한 심사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헌법적 규정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헌논의와 관련하여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헌법은 주요한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사회권에 관한 상세한 규정들과 평등에 대한 조항들은 우리의 헌법 개정 방향에서 참고할 만하다. 제9조 평등은 ‘모든 사람’이 법 앞에서 평등함을 규정하고, 국가는 인종, 성별, 임신, 혼인상태,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피부색, 성적지향, 연령, 장애, 종교, 양심, 신념, 문화, 언어 및 태생을 포함한 하나 이상의 사유를 근거로 하여 누군가를 직간접적으로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차별금지사유를 열거하고, 복합적 차별 그리고 직접차별과 간접차별을 모두 위헌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등 실현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제26조 주거는 ‘가용자원의 범위 내에서’ 모든 사람은 적당한 주거를 이용한 권리를 점진적으로 실현하는 것을 규정하고, 이 모든 관련 상황을 검토한 후 이루어진 법원의 명령 없이는 누구도 자신의 집에서 퇴거당해서는 안 되며, 집이 파괴되어서도 안 되고, 법률은 임의적 퇴거조치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남아공의 Grootboom(2000)건은 케이프타운 인근의 빈민가 철거구역에서 390명의 성인과 510명의 아동이 강제퇴거될 예정이었으나, 대법원은 대체주택 확보 증거를 지방 당국이 제시하지 못한 것을 이유로 강제퇴거 조치를 중단시켰다. 적어도 남아공 헌법의 사례가 사회권의 완전한 실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사회권에 관한 국가적 차원의 적용이 사법부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가지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의 사회권 규약이 보다 국내적 규범력을 강화하고 사법적 심사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일반적인 추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는 양극화가 심화되고 저소득, 빈곤 노령층, 고용불안에 따른 근로빈곤층 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필수적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빈곤과 차별이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혐오는 물리적 폭력으로 현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개헌 논의에 평등권 보장과 사회권적 기본권의 권리 목록을 반영하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들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권력구조의 개편에만 치중되어 있는 개헌 논의가 ‘모든 사람’의 인간다운 삶을 반영하는 개헌 논의가 되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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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운(2009),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의 사법집행:사법심사가능성 비교연구”, 국제법률가위원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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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2010), “사회권과 사법심사:여전히 ”생성중인 권리“의 복권을 위하여”, 공법연구 제39집 제1호, pp.93-133.

목, 2017/06/0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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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권을 어떻게 실효화할 것인가?

-건강권을 중심으로

 

신영전 |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 보건대학원 교수

 

 

헌법개정과 사회권 논의의 의미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사회권논의가 포함해야 할 핵심적인 부분은 첫째, 최근 정치, 사회, 문화 등 변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기존 헌법이 담지 못하거나 담았어도 충분하지 않았던 사회권의 내용을 분명히 하는 것이고(상황부응성, 범위의 확대), 둘째, 헌법에 명시된 각종 조항의 책임주체와 그 역할을 구체화하고 강화하는 것이며, 셋째, 그간 사회권이 가졌던 핵심적인 문제, 즉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여건’이 충분하지 못해 사회권을 실효화하기 어렵다는 (다양한 수준에서의) 결정을 돌파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서술을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가이다(실효화). 넷째, 그 밖에도 국민의 정책결정과정의 참여 확대 등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공고히 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상황, 재난, 재해 등과 같은 문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가체계를 만들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의 상당수가 기존에 간과되어오던 사회권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발제안에 대한 의견

이찬진 발제문에 대한 의견

전반적인 의견에 동의하나,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완되거나 추가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한국사회에 직면하고 있고, 또한 가까운 시일내에 직면하게 될 주요 문제들이 충분히 전제되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예를 들어, 대규모 재난 및 재해관련 안전문제, 사회의 다양성 문제, 기술의 급속한 발전, 한반도 통일과 평화체계 등). 둘째, 새롭게 추가되거나 개정된 헌법내 사회권 관련 내용들을 어떻게 실효화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개발이 필요하고, 그러한 전략에 입각한 헌법 조항의 배치, 기술이 필요하다. 셋째, 사회권적 건강권에 대한 내용은 아래 별도의 기술과 같다.

 

이숙진 발제문에 대한 의견

헌법에 명시한 사회권을 실효화하는 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국제사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회권 이행 수준의 상시적 모니터링과 피드백이 가능한 체계의 마련, 국제적 비교지표의 설정, 보고의무, 불이행시 불이익조항 등과 같이 현재 국제사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며, 그러한 장치를 헌법내에 어떻게 포함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사회권과 건강권

기존 헌법에서는 제10조에서 행복추구권을 규정하고 있고, 제34조에서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짐을 천명하고 있다. 특별히 제36조에서는"모든 국민이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가진다”와 같은 적극적인 표현을 피하고 ‘보건’, ‘보호’와 같은 추상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헌법에서는 구체적으로 ‘건강권’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고 있고, 보건의료관련 법령 중 이를 명시하고 있는 것은 「보건의료기본법」이다. 그 내용은 다음와 같다.

 

제10조(건강권 등) ①모든 국민은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②모든 국민은 성별·연령·종교·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이 외에도 건강권은 의료법, 소비자보호법, 환자권리장전 등 다양한 법률과 규정에서 언급되고 있다.1)

기존의 관련한 국내외 선언, 규약, 법 등에서 보이고 있는 건강과 관련한 권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건강권은 첫째, 최선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 둘째, 알 권리, 셋째, 치료과정에서의 자기결정권, 사전 동의(informed consent), 넷째, 진료 상의 비밀을 보장 받을 권리, 다섯째,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 생활환경의 확보 권리로 구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사회권적 성격을 강하게 가지는 건강권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유하는데 필요한) 최선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와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 생활환경을 보장받을 권리이다.

 

 

물론, 본질적으로 인권을 자유권과 사회권으로 기계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옳지도 않다. 이는 개념의 상대적 유사성을 중심으로 어떤 측면이 강한지를 중심으로 한 분류일 뿐이다. 또한 이러한 사회권적 건강권은 『보건의료기본법』 제10조에서“모든 국민은 성별·연령·종교·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자신과 가족의 건강에 관한 권리를 침해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여기서 언급한 사회권적 성격이 강한 건강권 역시 성별, 연령, 종교, 사회적 신분, 또는 경제적 사정 등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신영전2011).

 

개정헌법에 포함되어야 할 사회권적 건강권

이러한 건강권의 요소들을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잘 포함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헌법은 사회권적 건강권의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요소들을 보다 명확히 하고, 표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제36조 ③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표현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제35조 조항을 다음과 같이 변경할 필요가 있다.

 

제35조 ①모든 국민은 건강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여야 한다.

②모든 국민은 안전하고 건강한 작업, 생활환경에서 일하고 살아갈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③모든 국민은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유하는데 필요한최선의 보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장해야 한다.

④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과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응급 보건의료서비스와 같은 건강관련 기본적 권리는 국민 뿐만 아니라(거주의 합법성과 무관하게) 국내 체류 외국인에게도 제공되어야 한다(제35조4항). 또한 책임이행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제35조5항), 국민참여기전(제35조7항)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34조 5, 6항 등 관련 조항들을 사회권적 건강권의 내용과 조응하도록 수정해야 할 것이다.

 

 

소결

무엇보다 사회권과 관련한 논의가 권력구조문제의 들러리나 구색맞추기 형태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헌법제정과정을 모든 국민들과 함께 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헌법안의 구체적인 항목을 검토하기에 앞서, 주요 이슈들(예를 들어, 전망, 수용가능성, 운영 전략 등)에 대한 기초적인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인권은 선언적이고, 인권의 힘도 거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권과 자유권의 구분, 건강권, 주거권, 교육권 등으로 인권을 쪼개어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그것을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헌법의 조항을 보다 적절하게 개정, 신설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다. 이에 비해 이러한 조항이 어떻게 실효적인 구속력을 가지도록 할 것인가는 조항의 개정, 신설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와 작업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법제화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기구의 운영, ‘위험자 전환전략’(국민 개개인이 사회적 위험에 대해 우선적으로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에서 국가가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으로의 전환) 등의 작업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부패방지, 수입과 소득파악률 대폭 향상, 재정사용 투명성의 획기적 확대 등과 함께 이루어지는 보장성의 확대를 통해 사회권 실효화의 전제조건인 국민적 지지와 안정적인 재원확보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정책 내용과 같은 각론작업에는 늘 맥락에 대한 고려, 다양한 접근방식에 대한 이견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많은 경우, 이러한 이견의 존재는 애써 확보한 인권의 결실을 무력화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되곤 한다. 따라서 인권이 지향하는 목적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 못지 않게 다양한 이견들을 어떻게 인권적으로 조정하고 결정해 나갈 것인지와 관련한 과정에서의 합리성과 민주성을 확보하는 내용이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헌법에 바람직한 조항들을 새로 새기고, 이를 지켜내며, 또한 이들 조항들이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를 향한 끊임없는 행동, 헌신, 연대가 필요함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1) 자세한 내용은 “신영전 (2011). "사회권으로서의 건강권-지표개발 및 적용가능성을 중심으로." 상황과 복지(32): 181-222.”을 참고할 것

 

 

<참고문헌>

신영전(2011). "사회권으로서의 건강권-지표개발 및 적용가능성을 중심으로." 상황과복지(32): 181-222.

 

 

 

 

목, 2017/06/0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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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도입의 함의와 쟁점 1)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한국 아동의 삶이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다. 2013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동이 직접 평가한 삶의 질이 한국의 경우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아동 삶의 질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지표인 10대의 자살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인 것은 사실과 다르지만2) 사안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10-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인 점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에서도 아래 <그림 2-1>에 정리된 바와 같이 십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2013년 기준으로 10만 명 당 8.2명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1990-2013년까지의 청소년 자살 자료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전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1990년 6.1명에서 2000년 6.4명, 그리고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에는 8.4명으로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동이 매우 현실적인 삶의 위기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아래 <그림 2-2>에 제시된 바와 같이 OECD 평균 가족지원정책에 대한 공적지출이 2011년 현재 2.5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OECD 전체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최하위 수준인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족지원 정책에 대한 공적 지출은 그 총량에서뿐만 아니라 지출구조에 있어서도 다른 국가들과 상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지원 정책은 세제혜택, 사회서비스 제공, 그리고 현금 급여 등의 급여 방식을 채용하며 이들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적으로 전체 가족지원 공적 지출금액의 약 53%를 이루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현재 OECD 최하인 4%에 불과한 반면 사회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지출규모는 역시 OECD 최고 수준인 77%에 이르고 있다 (OECD 평균 37%). 이와 같은 극단적인 수치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가족지원 정책이 그 총량 차원에서 매우 빈약할 뿐만 아니라 공적 지출의 구조면에서도 매우 불균형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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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현재 제도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에 대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도입의 의의 및 기대효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아동수당과 복지국가 - 아동수당의 정의와 필요성

 

아동수당(children’s allowance; child benefit)은 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개별 아동을 기준으로 가족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가족수당(family benefit; family allowance)이라 불리우는 경우도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에 대한 양육을 조건으로 별도의 자격여건에 대한 조사(means test) 없이 양육비(의 일부)를 급여의 형태로 보호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가족이 아동을 양육하면서 성공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아동수당 제도는 아동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책으로서 아동정책 및 가족 정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아동수당의 개념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부양자녀가 있는 피고용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아동수당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장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아동의 복지를 향상할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아동수당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뉴질랜드는 1926년 아동수당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가 되었으며, 초기에 유럽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되다가, 1949년에 영국, 핀란드, 프랑스, 독일, 캐나다를 비롯한 27개국으로 확산되었고, 1967년에 65개국, 그리고 2006년 현재 전 세계 92개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아동수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과 시행은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과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의 이론적 기반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베버리지는 아동수당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아동 양육에 대한 국가지원의 보편성과 보장수준은 아동 양육에 대한 해당 복지국가의 책임분담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은 일찍이 아동을 키우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을 지급해오고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을 다음 세대 노동력으로써 사회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국가의 주요 기초생활보장 정책의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제공되어 왔다. 

 

아동수당의 도입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동수당이 노령, 의료, 실업, 산재 연금과 더불어 5대 사회보장 프로그램 중 하나이면서도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1차 분배의 실패에 대한 노동 계급의 리스크 보호라는 특징이 약하다는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3)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은 그 도입부터 아동의 기초생활보장이라는 정책적 측면과 더불어 ‘가족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남성 생계 부양자에 대한 공적 부조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수급자로 정했다는 점에서’ 4) 가족 수당은 가족 내에서 행해지는 무급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성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5) 영국에서 가족수당의 도입을 위한 사회 운동이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주도된 점은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6) 

 

아동수당제도의 필요성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자녀양육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보조함으로써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보장한다는 아동권리 실현의 측면이다. 둘째, 자녀가 없는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지출비용의 규모가 큰 자녀가 있는 가구에로의 소득 이전을 통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아동이 있는 가구에 대한 보편적 소득보장의 제도적 특성에 따라 빈곤가구 위주의 선별적 정책에 비해 사회통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여성의 무급 돌봄 및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통해 여성지위향상의 의미가 있다. 다섯째,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 강조에 따른 출산율장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전통과 다양한 도입 배경 및 효과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아동수당은 20세기 후반 서구 복지국가의 위기를 겪으면서 일정한 부침을 경험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아동의 건강하고 안전한 발달과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안정적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정책으로 운용되고 있다. 아동수당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동양육이라는 조건 외에 소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고려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이 사회부조적 성격이나 고용연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국가별 아동수당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고찰하고자 한다.

 

타국가의 아동수당 사례

 

아동수당 제도는 급여자격요건, 재원조달 방식, 지급기간, 재정 지원 규모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재정부담에 있어서 국고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용주와 국가가 공동분배하는 방식의 활용도 상당수 국가에서 발견된다. 지급대상 아동의 연령과 대상아동 구분의 측면에서는 최저 15세에서 최고 19세까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첫째 자녀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둘째 자녀부터 지급함으로써 아동수당의 출산장려 성격을 강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급여수준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첫째 아이의 경우 아동 당 최소 약 $120에서 많게는 $200불이 넘게 지불하고 있다. 

 

한국 기존 정당 및 제도정치권내 아동수당 정책 논의 현황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의원은 연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가정(기초생활보장법 기준 중위소득의 2배)의 만 0~12세 아동 554만 명에 대해 연령에 따라 10만 원~30만 원을 차등지급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이상 가구는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금 대신 거주지 주변 골목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이 다르지만 대상 아동이 많은 만큼 연간 1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의원은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통합세(아동수당세법) 도입을 주장했다. 아동수당법과 마찬가지로 아동수당세법을 대표발의 한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세법은 목적세로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과표 200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 상속세와 증여세, 개별소비세 중 사치품목에 대하여 일정비율만큼 아동수당세를 부과한다는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약 8.5조 원에서 9.5조 원의 재원이 마련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개인들에 대해서는 초고소득층의 불로소득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 상속세는 전체 상속자의 2%, 증여세는 증여자의 46%만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상위 10%의 실효세율은 18%~22%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과 증여에서 일정 부분을 아동수당세로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하여 김병관 청년 최고위원은 “현재 51개국은 기업이 아동수당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적정인구와 활발한 소비가 뒷받침 되어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아동수당정책이 곧 친기업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현재의 보육체계를 유지한 채 0세~만 6세 미만 아동 약 274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월 1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육·육아 학비지원, 가정양육수당 등 기존 제도는 현재대로 유지한다는 방침 아래 3조 3,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국민의당은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의당

정의당은 지난 2016년 9월 20일 심상정 의원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의 부분적 실시를 제안하면서 0-5세 아동에 대한 기본소득 제공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원칙적 수준에서 제안하였을 뿐 구체적 지급액, 지급기준, 재원 마련과 관련한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표안)는 만 0~15세 아동 770만 명을 대상으로 기본급여로 월 30만 원, 추가로 소득 하위 50% 이하 만 0~6세 아동에게는 월 15만 원의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요 재원은 무려 연간 27조 2,700억 원(기본 아동수당 25조 3,000억 원, 추가 지원 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봉주 교수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보육예산(13조 원)을 활용하고 부족분은 특수목적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대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보육 · 육아 학비지원, 가정양육수당 등 기존 제도는 아동수당으로 단일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동수당 관련 쟁점들

 

아동수당과 출산율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과 관련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으로라도 아동수당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으로서의 아동수당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일관된 근거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7) 아동수당이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당연한 얘기지만 인구정책으로서의 아동정책에 대해 국내 자료를 이용한 실증적 논의가 거의 없는 상태이며 이와 관련한 논의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의 연구들 중에는 아동수당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있는 반면 8) 다른 연구들에서는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출산율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있다. 9) 이렇게 일치되지 않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로부터 다음의 사항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이 보편적인 수준에서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의 유의미성은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아동수당이 계층에 따라 다른 수준의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Riphahn & Wiynck (2016)은 아동수당이 상대적으로 고수입 부부들이 둘째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10) 또한 Gonzalez (2011)는 아동수당이 전반적으로 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산모가 출산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연장함으로써 가족의 안정성과 전반적 안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11) 

 

이상의 논의들은 주로 이미 아동수당을 도입 및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아동수당의 급여액을 조정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수당 도입을 최초로 시도하는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던지는 함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아동수당의 도입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과 기타 보육정책과의 관계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보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보육료지원정책과 가정양육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제도의 목적에서부터 수급 대상에 이르기까지 아동수당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지만 가정양육수당의 경우는 0-5세라는 제한된 연령층에 한해 보편적인 아동에 대한 현금성 급여라는 측면에서 중복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동수당의 도입과 더불어 기존 무상보육 정책은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동일한 현금성 급여인 가정양육수당제도는 아동수당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육정책의 경우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과 유치원의 획기적 확대, 보육 및 유아교육 종사자의 신분강화 및 처우개선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되, 보육료지원의 경우는 도입되는 아동수당의 수준에 따라 지원의 규모와 성격(전면 무상 vs. 차등형 지원)에 있어서 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육정책의 측면에서 아동수당의 도입과 관련하여 한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이 우파적 기본수당 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기존의 공적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해체하고 보육과 같은 주요 사회서비스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12) 이와 같은 주장은 결국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통한 서비스 질의 개선이라는 주요한 정책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육시장의 공급자 중심성을 강화함으로써 시장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아동수당 도입의 정책적 효과성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타: 지급기준 및 방식, 급여지급대상, 적정급여액의 문제

지급방식의 측면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고려없이 (no means test)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이 사회부조적 성격이나 고용연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아동인권보장, 사회통합, 여성인권향상 등 아동수당의 정책적 기대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급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여지급대상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무교육연한에 해당하는 시기까지를 급여지급기간으로 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경우 중학교 졸업시기인 만 15세까지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고등학교까지 대부분의 아동들이 학교를 다니는 점과 이시기에 사교육비 등 양육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학교에 다니는 아동에 대해 선별적으로 만 17세까지 지급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적정급여액의 경우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족급여의 지급수준을 아동 1인당 임금의 3%로 권고하고 있다. 13) 이와 같은 권고액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급여 264만원의 3%인 약 8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반면 2006년 OECD 국가의 아동수당 규모는 아동 2명 가구를 기준으로 총소득 대비 7.7%, 가처분소득 대비 9.3%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2015년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하면 대략 아동 1인당 약 16만원에서 20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14) 이 외에도 소득공제제도, 비과세감면제도, 근로장려세제 등 기존 아동부양가구에 대한 소득보장정책과 병행할 것인지,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1) 이 원고는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토론회: 아동수당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어줍니다. (2016. 10. 26.)’에 발표한 필자의 발제문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6740
3)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4)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5) 윤홍식송다영김인숙. (2011). 가족정책: 복지국가의 새로운 전망. 공동체.
6)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7)  Riphahn, R.T., & Wiynck, F. 2016. Fertility effects of child benefits. CESifo Area Conference. Munich, Germany.
8)  Gonzalez, L. 2013. The effect of a universal child benefit on conceptions, abortions, and early maternal labor supply,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 5(3), 160-188.;  Cohen, A., Rajeev D., & Romanov, D., 2013, Financial Incentives and Fertility, Review of Economis and Statistics 95(1), 1-20.; Milligan, K., 2005, Subsidizing the stork: new evidence on tax incentives and fertility,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87(3), 539-555.
9) Crump, R., Goda, G. S., & Mumford, K. J., 2011, Fertility and the Personal Exemption: Comment, American Economic Review 101(6), 1616-1628.; Baughman, R., &  Dickert-Conlin, S., 2009, The earned income tax credit and fertility,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22(3), 537-563.
10) Riphahn, R.T., & Wiynck, F. 2016. Fertility effects of child benefits. CESifo Area Conference. Munich, Germany.
11) Gonzalez, L. 2011. The effect of a universal child benefit. Barcelona GSE working paper series 574.
12) Murray, C. (2016). In our hands: A plan to replace the welfare state. Washington, DC: The AEI Press. 
13)  최성은 외. (2009). 아동수당 도입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4) 최영. (2016). 한국형 아동수당제도 도입방안.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토론회-네번째, 국회.

 

목, 2016/1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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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위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인가

 

김보영 | 영남대학교 새마을국제개발학과 교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이하 찾동)는 주민들에게 가장 가까운 공공기관인 동주민센터에 복지·보건분야의 인력을 획기적으로 투입하여 시민들의 복지체감도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사업으로 현 민선 6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공약을 통해 공식화된 사업이다(남기철, 2015). 이전 정부에서도 읍면동 주민센터에 맞춤형 복지팀을 설치하는 등 복지허브화 사업을 추진했지만 서울시는 이보다 앞서 2014년부터 찾동 사업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동복지 허브화 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4,800명을 충원하여 읍면동 평균 1.37명을 증원한데 반하여 찾동 사업은 서울시만 2,450명을 충원하여 동평균 5.8명을 증원하는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 졌다(이태수, 2016b).

 

이러한 투자를 통해 찾동은 2015년부터 1단계로 13개구 80개동에서 시작하여, 2016년 2단계 사업에서는 18개구 283개동, 2017년에는 24개구 342개동 등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되며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서울시, 2016). 65세에 이른 전 노인과 0세 아동가구 전부를 대상으로 포괄절인 복지와 함께 보건전문인력이 방문하는 복지플래너·방문간호사 활동, 동단위로 이루어지는 통합사례관리, 통합적인 복지상담을 제공하는 복지상담전문관, 구역별로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우리동네주무관, 복지생태계 조성 등과 같은 주요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 사업에서는 동주민센터 직원 출장 횟수가 전 대비 141% 증가하였고, 초기상담건수는 96% 늘어났으며, 사례관리가구는 1,334건, 빈곤위기가구 신규발굴은 12,291건 등의 성과가 나타났다고 하고 있다(김귀영, 2016).

 

이러한 가운데 복지직 공무원 등 공공일자리 확대를 최우선 공약으로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들어서고 초기 청와대 인사에서 서울시 출신 인사들이 다수 선임되면서 찾동이 전국 사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찾동이 과연 애초 의도한 바대로 복지인력의 획기적인 증가를 통해 시민들의 복지체감도를 증진시키는 새로운 공공전달체계 모델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찾동은 그 설계부터 매우 모순적인 목적이 충돌되면서 공공과 민간영역의 역할에 대한 혼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과도하게 공공이 개인의 생활을 침해하는, 가부장적 성향까지 목격되고 있어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는 찾동이 과감한 투자에 비해 성과는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만 키워 복지 확대에 대한 역풍을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는 점이다.

 

공공책임성 강화인가, 민간책임 전가인가

우선 찾동은 크게 복지, 마을, 건강 세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건(건강)과 복지는 원래 상호연계성이 높고 이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려는 논의와 시도는 이미 있어왔지만 복지와 마을을 한 사업 안에서 추진하는 것은 찾동의 큰 특징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복지의 영역, 주민자치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지향하는 마을의 영역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기도 하다(이태수, 2016a). 하지만 현장 실무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지향을 가지고 있는 두 영역이 융합하기는 어렵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를 위한 상호간의 교류나 의사소통의 기회도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김정현, 2017). 복지와 마을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기보다는 두 상반된 영역간의 어색한 동거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복지영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모순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미 서두에서 밝히고 있듯이, 복지영역에서는 공공 복지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사각지대 방지를 위해 0세 아동이나 65세 이상 노인 등 고려대상 전 주민을 방문하고, 분절된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복지상담전문관을 배치하는 것과 같이 복지에 대한 공적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복지 욕구를 공적자원보다는 민간자원 동원을 통해 해소한다는 ‘복지생태계’ 구현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공복지전달체계 보강을 통한 제도적 사회복지를 강화하는 방향과 이러한 제도성과 대비되는 지역 공동체 지향과의 충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실제 찾동 사업추진 과정에서 공공 중심의 복지체계를 ‘폐해’로 인식하는 모습이 나타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남기철, 2015). 하지만 더 심각한 부분은 ‘복지생태계’를 구현하는 것이 지역을 주체로 내세우는 공동체적 지향으로서 나타나고 있기 보다는 공적 복지의 제도적 사각지대나 불충분성을 민간 자원을 동원하여 때우고자 하는 의도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공적 제도로 복지욕구를 모두 해소할 수 없고, 따라서 일정부분 민간의 역할은 필요하다. 특히 제도적 접근은 그 속성상 경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측면적인 욕구를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특히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 영역에 있어서는 요양이나 활동지원과 같은 제도적 지원 뿐 아니라 지역사회 안에서 상호의존적인 관계에 바탕을 둔 지원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김형용, 2013).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지역사회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 서로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이들을 객체로 보는 자원개발 대상의 관점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김보영, 2016). 다시 말해 지역사회 공동체를 활성화시키고자 한다면 민간의 주체적 역량을 키우고 발휘할 수 있도록 공공은 촉진하고 지원할 수 있지만, 공공이 나서서 민간자원을 동원하려고 한다면 민간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 활용되는 것일 뿐이다.

 

그동안 정부는 통합사례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공공전달체계 개혁을 진행하면서도 정작 공적 지원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의 제도적 사각지대를 민간자원을 동원하여 ‘땜질’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김보영, 2011). 지방정부를 통해서 전달되는 중앙정부의 복지사업만 170여 가지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을 중심으로 한 통합사례관리는 이러한 공적 지원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생활보장제도 비수급 빈곤층 등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대상자에 대한 기본적 사회권의 보장을 민간자원의 동원을 통해 메꾸는 사업으로 나타난 것이다. 중앙정부의 동복지 허브화의 맞춤형 복지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으며 이를 ‘동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보다 제도적 영역으로 공식화하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찾동은 업무매뉴얼에서 복지생태계를 “어려운 이웃을 마을 안에서 돌보는 주민들의 나눔과 돌봄 공동체”라고 규정하고, 이를 위한 주민들을 발굴하는 “우리동네 나눔이웃”, 이를 위해 기부를 하는 지역 업체를 조직하는 “우리동네 나눔가게”를 동사무소의 담당자가 추진하는 찾동의 사업으로 제시하고 있다(서울시, 2016). 역시 공공이 주도하는 민간자원 동원체계를 공식화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복지는 공적으로 조성된 예산을 통해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현실적인 제도적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민간의 자원을 활용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방편일 뿐이고, 이를 아예 제도화하거나 공식화하는 것은 편법에 불과할 뿐이다. 찾동에서 묘사하는 것처럼 이것이 정말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지역사회 복지생태계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면 공공은 어디까지나 2선에서 이를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이미 지역의 시민사회가 취약하고 권위주의적 행정의 역사가 오랜 우리나라에서 공공이 그 선을 넘는 순간 지역사회 공동체는 허울 좋은 명분이 되어버릴 뿐이다. 과거 중앙정부가 국민의 모금을 동원하여 자기 예산처럼 쓰던 권위주의시대 관행이 지역사회 공동체란 이름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공공 전달체계 개편인가, 공공의 민간화인가

그렇다면 찾동은 공공전달체계 개혁 모델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물론 그동안 공공전달체계 개편이 여러 번 있었지만 대부분 이에 필요한 인력 확충이 따라주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려웠다는 평가를 받아왔기 때문에 2배로 인력을 증원시키는 찾동의 시도는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면 찾동은 공공전달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분절성과 파편성의 문제를 극복하고 있는가. 찾동은 65세 노인, 출산가정 등 생애주기별 대상 전수를 찾아가는 복지플래너, 동단위 사례관리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공적지원의 통합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공공전달체계의 분절성과 파편성 측면에서 살펴보면 중앙정부에는 360여 가지, 지방자치단체만 170여 가지의 복지사업이 있지만 제각기 다른 경로와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필요한 사람에게 적합한 지원이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만 찾동 사업은 정작 이 구조에 손을 대고 있지는 않은 것이다.

 

찾동에서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생애주기 기준에 따른 모든 시민에게 찾아가는 복지플래너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그 명칭처럼 복지에 대한 통합적인 ‘계획’을 세워준다기 보다는 욕구를 확인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서울시, 2016). 그러면서 복합적인 욕구를 가진 경우를 발견하면 사례관리를 연계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동단위 사례관리는 공적 지원을 통합적으로 전달하는 공공의 사례관리 체계인가. 역시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당사자의 노력과 참여”를 통해서 “당사자 자신의 문제를 해결 및 개선하는 과정”으로 규정하면서 동주민센터 사례관리의 지향으로 당사자 스스로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는 “당사자 중심의 사례관리”, “이웃관계망을 활용한 자원연계”를 제시하고 있다(서울시, 2016). 분절되고 파편화 되어있는 공적 지원을 대상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통합하여 제공하려는 공공 전달체계의 접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민간의 문제해결 중심 사례관리에 더욱 가까운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정신건강이나 알코올 중독 등 문제를 갖고 있는 사례가 많이 발굴되고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하여 동 단위에서 개입하기도 어려우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도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안기덕, 2016).

 

이렇듯 찾동 사업은 공공전달체계로서 공적 지원체계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기 보다는 오히려 민간자원을 동원하고 민간의 문제해결 중심의 사례관리를 도입하다보니 민관협력을 지향하고 있지만 결국 민관갈등을 더욱 증폭시키게 된다. 과거에는 복지에서 공공의 역할을 민간에 전가하고 공공은 보조금만 제공하고 통제하는 종속적 대행자 관계로서 민간의 공공화가 있었다면 지금의 찾동은 반대로 공공이 민간처럼 자원을 조직하고, 개별사례에 개입하는 공공의 민간화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다시 말해 찾동을 통해서 공공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공적 사회보장 전달체계로서 역할을 확립하고, 민간은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받아 제도적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 재정립을 하고 있기 보다는 공공 전달체계를 크게 바꾸지는 않은 채 발굴되는 사례들에 대한 민간방식의 접근을 도입하다보니 민간영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이 되어버린 것이다.

 

물론 사례관리와 같은 경우 동주민센터가 주로 수행하는 지역사회 자원 연계와 기초상담 등이 이루어지는 일반사례, 심층 상담 및 개입이 필요하여 민간복지기관이 주로 수행하는 전문사례, 위기 상황을 안정화하는 것에 초점을 두어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이 주로 수행하는 위기사례를 구분하고 있기는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공통된 지적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사례구분이 매우 모호하다는 것이다(김정현, 2016; 송인주, 2016). 찾동 사업 자체에서 공공과 민간의 명확한 역할 구분이 없다는 것은 사업 초기라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민간은 찾동으로 인해서 협업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자원으로 인식되어 협조만 요청받고 있고, 민간의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는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김정현, 2016). 또한 찾동으로 인하여 업무부담은 가중되고 있는데 그에 상응하는 지원은 없을 뿐 아니라(최성숙, 2016) 다른 상위부서의 분절적인 업무 속에서 지도점검과 사업평가를 받고 있어 이 또한 충족해야하는 이중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송인주, 2016). 결국 민간은 찾동에서 자기 영역을 점유당하면서 동원되는 가운데 여전히 기존의 종속적 대행자로서의 구속은 유지되고 있어 민간으로서의 역할 모색 역시 어려워 생존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가부장주의적 과잉행정과 윤리문제

찾동 사업이 민관의 역할 구분이 모호하고 사실상 공공의 민간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강제력이 없는 민간이 할 경우 문제가 안될 일도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공공이 하게 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공은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욕구를 파악하고, 공적 자원의 낭비를 위해 필요한 감시와 감독을 수행해야하지만 역시 국민의 시민적 자유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에 그쳐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찾동 사업에서는 민간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 공동체 사업이라든지, 민간에 더 적합한 개입중심의 사례관리를 공공이 직접 수행하다보니 오히려 가부장주의적인 과잉행정의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으며 지나치게 세세하고 민감한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이를 축적하고 공유하고 있어 윤리적 문제마저 제기될 수 있다.

 

가령 찾동의 주요사업 중 하나인 우리동네주무관은 동사무소의 전 직원이 각자의 구역을 할당받아 지역주민과 소통하고 지역문제를 담당하여 해결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활동 내용을 보면 담당 구역 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통반장뿐 아니라 미장원, 경로당 등을 돌며 주민에게 말을 걸어보고, 동네 사진을 찍고 이러한 활동 내용을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을 보면 마치 권위주의시절 정보수집 활동을 연상케 한다. 물론 현재는 주민통제와 감시가 목적이 아니라 지역의 공무원들이 보다 지역에 더욱 애정을 가지고 살피라는 목적이지만 국가가 모든 일상생활까지 살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관점에 기초하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공권력을 가지고 있어 항상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공공이 이러한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축적을 사업화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질문은 분명 필요하다. 공권력이 항상 선의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애주기별 대상 전원을 방문하고자 하는 복지플래너 사업의 경우 그 기록지를 보면 직접적인 공적 지원을 위한 욕구를 파악하는 내용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매우 깊숙이 캐고 있다. 직접적인 서비스나 급여의 욕구를 파악하는 것 이외에 이것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이 가족사항, 질병, 병원 이용횟수, 우울감, 자살생각, 결혼관계, 종교, 종교기관 이용까지 매우 민감한 정보들을 역시 수집하고 있는 것이다. 사례관리에 있어서도 사회적 관계망 뿐만 아니라 2~3대에 걸친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 관계까지 포함하는 가계도 및 생태도까지 그리도록 하고 있다(서울시, 2016).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전산시스템에 모두 등록되고 앞으로 민간기관과의 공유까지 계획되어 있다.

 

물론 이러한 정보수집은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절차를 지키고 있지만 시민에 대해 매우 민감한 사적인 정보를 명확한 보장이나 보호의 목적 없이 단지 모호하게 도움을 준다는 이유로 수집하고, 축적하고, 심지어는 외부 기관에까지 공유하겠다는 것이 얼마나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미 정부에서 대상자 발굴이라는 명분으로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하지도 않은 국민의 23종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최근에는 민감한 금융정보까지 포함하도록 사회보장급여법을 개정하여 논란이 된 바 있다(참여연대 외, 2017). 근본적인 문제는 제도적 사각지대임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빈곤층 발굴의 명분만 내세워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찾동은 직접 대면하여 수집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만큼 더욱 민감하고 예민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측면에서 개인정보 침해 여지는 더 작다고 하기 어렵다.

 

‘찾동’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

2006년 지자체 주민생활지원 기능강화 개편,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 구축, 2011년 지자체 복지인력 증원 추진, 2012년 시군구 희망복지지원단 설치, 2015년 읍면동 복지허브화 추진까지 최근 10여 년간 공공 전달체계 개편은 지속적으로 시도되어 왔다. 앞서 언급한 대로 찾동은 기존의 어떠한 공공 전달체계 보다 과감한 인력충원과 투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사업이다. 찾동의 성패에 따라 이러한 충원과 투자가 효과적인 공공 전달체계를 만드는 핵심 요소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성과없는 낭비에 불과하다는 역풍을 맞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현재 찾동 사업은 분명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기보다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을 불러일으킬 요소를 더욱 많이 갖고 있다.

 

찾동의 차별성으로서 전담인력의 대대적 확충과 함께 공공복지의 보편성 확대, 보건과 복지의 강력한 통합, 마을 개념과의 접합시도, 민관협력의 새로운 시도 등이 꼽히고 있다(이태수, 2016a). 하지만 살펴본 바와 같이 보편적 복지란 보편적 대상에 대한 방문안내 정도에 그치고 있고, 보건과 복지 통합이란 복지인력과 간호인력의 공동방문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마을 개념과의 접합은 공동체를 주체로 내세우기 보다는 자원개발의 객체로 만들면서 민간의 영역을 공공이 뛰어 들어 민관협력보다는 공공의 민간점유로 인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찾동이 무엇을 위한 사업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나 목적이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데 있다. 공공 사회보장 전달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 핵심인 분절성이나 파편성을 해결하여 공적 책임성을 높이기보다는, 민간 자원 동원을 오히려 공식화하면서 민간의 역할을 공공이 점유하여 불필요한 과잉행정으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나 윤리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물론 사업을 추진하면서 복지플래너로 인해 위기가정을 발굴하여 고독사를 예방하고, 사례관리를 하면서 단절된 가족관계가 복원되고, 위기가정을 발굴하여 절망적인 가정을 안정화시키는 등의 사례들도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더욱 강화된 민관협력을 실천하는 지역도 있다. 또 무엇보다 전에 없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행정으로 주민의 인식이 좋아지고 문턱이 낮아졌다는 성과도 보이고 있다(정창영, 2016). 하지만 이러한 미담성 성과정도로 전례없던 과감한 인력충원과 투자가 성공적으로 평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관협력의 모범사례가 나타나는 지역 역시 찾동으로 인해 그렇게 되었다기 보다는 이미 관계가 잘 형성된 지역에서 찾동으로 인한 갈등이 자체적으로 조정된 결과로 보인다.

 

따라서 찾동은 지금까지 사업 추진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통해서 사업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정이 매우 시급하다. 이러한 상태로 찾동이 계속 확대되기만 한다면 공공 전달체계 개혁에 있어 주목을 받은 만큼 치명적인 실패의 사례가 되어버려 상당기간 공공 복지전달체계 개혁에 대한 관심과 노력의 침체를 가져올 위험이 크다. 무엇보다 찾동이 공공 전달체계 개혁 사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민간과의 관계와 협력에 대한 분명한 대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찾동에서 이루어진 과감한 투자만큼 과감한 성찰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고문헌

김근식. 2016. “서울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추진의 의미와 과제 : 사회복지인력의 전 문성에 미치는 영향이란 측면에서”.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 학술대회 자료집』,

김귀영.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1단계 사업의 성과와 과제”. 『2016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성과공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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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06/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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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황수영 |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간사

인터뷰 및 정리 이경민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작년 7월, 경북 성주 주민들에게 예고 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한미 정부가 성주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나라 돌아가는 일은 나라님에게 맡겨두고 평생 농사지으며 풍년에 웃고 흉년에 울던 마을 주민들. ‘국가 안보’란 4글자 때문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주민들의 삶을 절망으로 만들었다. 한 발 양보해 대한민국 다수를 위해 사드를 배치한다고 해도 삶의 모든 순간들이 고스란히 녹아져있는 곳에 미군기지가 들어선다는데 주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진정성 있는 설득, 진심어린 위로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했어야 할 일을 못한 국가를 대신한 활동가, 황수영. 사드 배치 예정지 성주 소성리 주민들에게 황수영 활동가는 사드 반대 상황실 아가씨(?)로 불리우고 있다. 성주·김천 주민들, 그리고 성지를 지키기 위해 나선 원불교 교도들과 함께 “평화를 지키는 무기는 없다, 한국 어디에도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외치고, 그들의 목소리가 더 많은 시민들에게 닿을 수 있도록 확성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소소한 일부터 어려운 일까지 함께하며 대소사를 대변하는 그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 운동이라고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기소개 부탁한다.
이름은 황수영이라고 한다. 현재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주로 국방, 외교 분야 감시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사드 배치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해외파병, 국방예산, 무기도입 사업 감시, 군사비 축소 요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예산 관련해서는 군사비를 축소해서 복지비용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시민운동 경험은 참여연대가 처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2008년에 티베트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한국에 돌아온 직후 티베트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것을 뉴스에서 보았다. 티베트 여행 카페에서 그 모습을 지켜만 볼 수는 없다며 ‘여행자의 윤리’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되었고 베이징올림픽 즈음해 티베트와 연대하는 촛불을 들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 아프가니스탄 재파병 반대 활동 등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평화문제 전반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참여연대 입사 전에는 ‘경계를 넘어’라는 작은 평화단체에 있었다. 주로 파병 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 국제분쟁을 알리는 활동을 했었다. 


최근 성주에 사드배치가 이슈가 되고 있다. 사드배치 대응 활동을 하고 있는데, 사드가 무엇이며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해 달라. 
사드는 미국 미사일방어체제(MD)에 속하는 무기다. 날아오는 미사일을 미사일로 맞춰 방어한다는 개념이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해 미사일방어체제를 구축하고 있고, 사드는 그 일부다. MD는 고도별로 여러 무기체계로 구성되는데 사드는 그중 상대적으로 높은 고도(40~150km)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무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 한다. 탐지하는 X-밴드 레이더와 요격하는 미사일이 사드의 핵심 장비다.  


분단이라는 현실에서, 사드가 우리의 안보를 지켜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우선, 방어체계라고 하니 사드가 방어용 무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사일 방어라는 개념 자체가 ‘절대 방패’를 만들겠다는 미국의 욕망에서 탄생한 것으로, 단순히 ‘방어용’ 체계가 아니다. 군사적으로 완벽한 방어는 완벽한 공격과 동의어로 매우 위협적인 개념이다. 미국은 MD 구축으로 상대방의 미사일 공격은 완벽하게 방어하면서, 미국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선제공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미국은 핵무기 선제사용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방의 핵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MD는 게임의 규칙을 바꿔버릴 수 있다. 
한국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 아시아 지역에 구축하는 MD에 한국이 하위 파트너로 편입된다는 걸 의미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한국 배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한미일이 MD를 강화할수록 중국이나 러시아도 그것을 무력화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개발하고 구축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사드의 본질적인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질적으로 다른 군비경쟁이 유발한다.
두 번째로, 박근혜 정부는 마치 사드가 있으면 북한의 핵미사일을 다 막을 것처럼 이야기해왔지만 사실 한반도에 별로 효용성이 없다. 남한과 북한은 가깝기 때문에 미사일이 저고도로 날아오고, 북한의 공격이 발생한다면 단거리 미사일이나 장사정포, 방사포를 사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최소 요격고도가 40km인 사드는 쓸모가 없다. 사드가 한반도에 군사적 효용성이 낮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 국방부, 미국 국방부의 자료와 여러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로 검증이 되어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아직까지 실전 배치된 적도 없고 기술적으로 검증도 되지 않은 무기다. 
세 번째로는, 결국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 무기를 도입한다는 것인데, 그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커져온 시간은 사실 대화나 협상이 단절됐던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북 적대정책은 이미 실패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결국 대화와 협상이다. 사드 배치 등 군사동맹 강화, 군사력 확장은 답이 아니다.

 

ⓒ 참여연대

 

사드 배치가 비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 한미간 합의 내용이나 부지를 성주로 결정한 근거 등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놓고 3일 뒤에 배치 결정을 발표했다. 사드 배치는 기존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범위를 뛰어넘는 무기체계이기 때문에 사실상 새로운 조약을 맺는 행위에 해당하고, 헌법상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주민의 동의는커녕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았다. 롯데에게 부지를 취득하는 과정, 주한미군에 부지를 공여하는 과정 등 절차 전반에 불법과 탈법이 판을 치고 있다. 주민들에게 호언장담했던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사회적 합의나 주민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 국가 안보, 국가 안보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한 국가 안보이고 누구를 지키기 위한 국가 안보인지 모르겠다. 주민들이 반대하고, 사드가 우리 안전과 평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묻지도 말고 그냥 받아들이라고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일본도 비슷한 일을 경험했는데, 비교하면 어떠한가? 
X-밴드 레이더가 배치된 일본 교가미사키 기지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절망스럽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레이더 배치 전 주민 설명회를 약 16차례 열었다. 지자체와 중앙 정부 간의 면담 자료, 공사 일정, 공사 계획, 각종 질의에 대한 답변, 각종 환경 조사 측정값 등을 교탄고시, 교토현 웹사이트에 상세히 공개했다. 예를 들어 레이더 설치를 하면 비행제한구역을 정하게 되는데, 응급상황 시 헬기를 띄워야 할 때 어떻게 레이더를 멈출 수 있는지 등과 같은 주민들의 궁금증을 듣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현재 사드가 배치되는 성주 주민들은 사드가 성주에 배치된다는 걸 TV를 보고 알았다. 그리고 이런 불투명함에 대해 황교안은 국가안보를 위해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성주 현장 상황을 공유해 달라. 
작년 7월에 소식을 접한 후 성주 주민들은 현재까지 투쟁을 하고 있다. 처음 군은 성주읍 성산포대를 부지로 정했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성주 주민들은 인구밀집지역에 사드를 배치한 선례도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있는 곳에는 절대 안 된다며 반대했다. 나아가 성주뿐 아니라 한국 어디에도 사드는 필요 없다, 평화를 지키는 무기는 없다고 외쳤다. 
이후 군이 제3부지를 검토하겠다는 자세로 돌아섰고 그곳이 초전면 소성리다. 소성리는 160명 정도,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소성리가 김천 혁신도시 바로 옆이다 보니 김천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곳에 원불교 성지가 있다. 원불교 교도들이 평화의 구도길 순례를 하는 곳이다. 원불교는 평화의 종교이며 성지에 전쟁 무기는 안 된다고 하며 결국 현재 성주 주민, 김천 주민, 원불교가 적극 대응하게 되었다. 성주 대책위 상황실장님은 사드 배치에 맞서 성주가 싸워 온 과정을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참 열심히도 해주었고, 30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각자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성주는 이미 그 자체로 진정한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묘사한다. 

 

ⓒ 참여연대


대부분의 주민들이 생업을 거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사는 때를 놓치면 망치다 보니 작년에 대부분은 생업을 못 챙기셨다. 사실상 생업을 포기한 채 성주 소성리 상황실에 상주하시는 김천 주민 한분은 일요일에 밭에 갔다가 양파한테 정말 미안해서 울었다고 하시더라. 작년에는 참외밭을 갈아엎은 주민들도 많았다. 경찰과 대치하면서도 추운 날씨에 두고 나온 딸기들이 걱정인 분들이다.


최근에는 사드 유지비를 한국에게 부담하라고 하지 않았나?
트럼프가 사드배치에 대한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조 원 이상이다. 원래는 우리가 부지와 전기 등 기반시설을 제공하고 나머지 운영비용, 전개비용은 미군이 부담한다는 것이 한국 국방부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비용 부담에 대한 한미간이면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그래서 비용 관련해서 합의내용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현 정부가 사드 배치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새 정부에서의 사드배치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를 하겠다고 했다. 우리가 보낸 질의서에서도 집권하면 최우선적으로 사드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사드 배치는 주민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새 정부가 약속을 지켰으면 좋겠다.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좋겠다. 평화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근본적으로 고민했으면 좋겠다. 

 

성주에서 사드 반대 상황실 아가씨(?)로 불리울 정도로 열심히 대응하고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소성리에 몇 주간 내려가 있었다. 그 와중에 4월 26일 새벽 사드 장비가 반입되었다. 할머니들이 “단 한 번이라도 우리 의견 물은 적 있느냐”며 절규하는 가운데 경찰에게 다 뜯겨나와 고착당한 채로 레이더, 발사대 등이 들어갔다. 그 후 연휴 기간에 소성리와 함께 하고 사드 장비 추가 반입 등을 막기 위해 전국에서 시민들이 달려와 주셨고 후원 물품이 쏟아졌다. 만감이 교차하던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또 서울에서 대응할 것들이 많아서 올라와 있다. 이 사안은 박근혜 정부의 적폐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적폐 청산을 요구할 것이다. 오늘부터 김천 주민들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성주‧김천 주민들이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매일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6월 중 한미정상회담이 있을 예정인데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미국 측에도 우리의 요구를 전달할 예정이다. 쉽지 않겠지만 성주, 김천 주민들은 사드배치가 철회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운동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드 문제에 있어서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리고, 사드가 아니라 평화를 선택하자는 우리의 메시지에 동의할 수 있도록 시민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또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평화운동을 계속할 예정인데, 거창한 계획은 없다. 우선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 있을 생각이다.

 

목, 2017/06/0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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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1)

 

윤홍식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즐거운 당황스러움이라고 할까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보여주었던 문재인 후보가 맞나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취임 일주일간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지난 9년간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즐거움을 선물했습니다.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의 기념곡으로 제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인천공항을 방문해 좌고우면 없이 비정규직을 단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패한 검찰에 대해서는 민주적 통제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 같습니다. 백미는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유족을 껴안고 모두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이었습니다. 막힌 속이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외하면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검찰 개혁 등은 재정을 투여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있겠지만, 대통령이 결심하면 추가적인 재원이 들지 않고도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어떤 복지국가로 만들어갈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치의 핵심은 그 사회가 생산한 잉여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국 복지국가의 모습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다양한 이념적 지향을 5개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저마다의 공약을 내놓고 치열하게 국민의 선택을 기다렸습니다.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취약계층에게 공적 복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후보부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후보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시민들에게 주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들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일부 후보들은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해 복지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4년 동안 입증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들은 마땅히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수반되는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제시된 대통령 후보들이 지향하는 한국 복지국가의 상을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GDP 대비 사회지출을 OECD 평균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후보들 간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속도를 어떻게 할지는 후보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는 공적 사회복지의 지출을 매년 70조 가까이 늘리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사회복지지출을 확대를 통해 만들어가야 할 한국 복지국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적 복지의 양을 확대한다는 것이 곧 한국 복지국가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지출은 27.0%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25.1%보다 높고, 스웨덴의 27.1%와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를 보면 그리스의 지내계수는 0.3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데 반해 스웨덴은 0.27, 노르웨이는 0.2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빈곤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의 빈곤율은 15%인데, 반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빈곤율은 8%, 9%에 불과합니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10.4%에 불과한 한국의 지니계수가 0.31이고, 빈곤율이 15.0%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 복지지출의 확대가 반드시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계출산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나 지출하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복지국가는 소득보장보다 사회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적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아동수당과 같은 보편적인 사회수당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금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고, 이점에서는 모든 후보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던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만큼이나 확대된 공적 복지를 통해 한국 사회가 만들고자 하는 복지국가의 모습을 정확하게 설계하고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제가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한 것을 옮기면 문재인 정부는 좌파정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의 정당도 의회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유럽의 사민당도 아닙니다. 굳이 민주당의 이념적·정치적 기반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치적으로는 이승만 정권 이래 지속되었던 독재정권에 대항했던 제도권의 자유주의적 민주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안보 문제를 제외한 복지정책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심상정 후보는 물론이고 보수 후보였던 유승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조건 없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문제를 이유로 장애인부터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여건을 고려해 아동수당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유승민 후보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우리의 기대는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성격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중도적 자유주의 개혁의 한계를 넘어 문재인 정부에게 혁명적 개혁을 요구하는 순간 시민은 ‘좌파 신자유주의’와 ‘좌측 깜빡이를 켜면서 우회전’했던 노무현 정부의 재림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도 자유주의 정부에게 좌파적 개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슴을 말이라고 해서도, 말을 사슴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식인과 시민사회는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기능을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한 ‘진보 어용 지식인’이란 지식인과 시민사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어용 지식인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영합하는 지식인을 일컫는 말인데, 여기에 진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진보 정권을 보수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지식인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라크 전쟁과 같은 불의한 전쟁에 파병한다면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처럼 국민연금의 소득보장기능을 약화시킨다면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평등한 분배를 추구하려는 정권에 대한 보수의 공격에 맞서 지식인, 시민사회와 정권이 함께 할 수 있지만, 민주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를 위협하고, 훼손한다면 설령 좌파 정부라 하더라고 우리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입니다.

 


 

1) 본 글은 한국사회복지학 제69권에 실린 편집인의 글 "어떤 기대를 해야 할까?"를 기초로 수정·보완해 작성한 글임

목, 2017/06/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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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복지시민연대_

복지기준선, 늦었지만 유의미한 방안이었으면

 

지역복지운동단체네트워크의 제안사업이었던 지역복지기준선 도입은 경기도에서도 ‘복지 균형발전 기준선’이라는 명칭으로 경기복지재단의 연구팀이 연구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고 1년 5개월만인 지난 3월, 결과물이 빛을 보게 되었다. 도민의 복지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31개 시·군의 약 3만 1천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조사자료를 토대로 시·군간 복지 격차를 완화해줄 수 있는 31개 시·군별 기준선과 각 기준선에 도달하기 위한 전략과제를 제안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연구 방향 논의를 위한 포럼, 시·군 공무원과 연구 협조 회의, 권역별 공무원 의견수렴, 영역별 시·군 및 외부기관 행정통계 자료수집 및 분석, 경기도민 복지 욕구 실태조사 및 분석, 영역별 기준선(안)에 대한 자문회의, 도민공청회, 전략과제 자문회의, 맞춤형 전략과제 수립을 위한 정책토론회, 찾아가는 시·군 토론회 등의 과정에 지역사회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 경기복지시민연대

 

 

복지기준선 연구를 영역별로 보면 소득 7개, 일자리 7개, 주거복지 9개, 노인돌봄 8개, 장애인돌봄 8개, 건강 9개, 복지인프라 4개 등 총 52개의 전략을 제시하고 있으며 영역별 예산으로 일자리 영역 2,070억 원(국비 1,417억 원 포함)으로 가장 많고, 재원별로는 경기도가 총 3,760억 원(도비 1,918억 원, 시·군비 1,842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산출되었다. 전략과제 소요예산을 경기도 중기지방재정계획과 비교해보면 전략과제 소요예산이 중기재정계획의 부문별 예산증가율보다 낮아 재정적으로도 가능함을 제시하고 있다. 기준선 및 전략과제 추진을 위한 행정계획으로 “경기도 사회보장격차해소에 관한 조례” 개정 등 법적 기반 마련을 제시하고 있으며 조례에는 복지격차에 대한 실태조사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3년 주기로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또한 기준선 도달을 위한 전략과제의 실행력을 담보하가 위해 법정계획인 ‘지역사회보장계획과의 연동’을 시·군에 권고하고 있다. 그 외 사업의 안정적 추진을 도모하기 위해 경기도 복지균형발전 센터를 설치하여 31개 시·군 간 사회보장 격차해소를 위해 역할을 할 수 있게 제도개선을 제안하고 있다. 향후 과제로 복지서비스 수요자인 도민이 누리는 복지수준이 경기도가 정한 복지기준선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지표 개발을 계획 중이다.

 

 

전북희망나눔재단_

복지확대와 복지권 실현을 위한 각 정당 대선 복지공약 관련 토론회

복지확대를 위해서 필수 선결과제인 증세문제와 지방을 살리는 복지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차별화도 재원 마련 방안도 없는 부실 공약!

 

전북희망나눔재단은 지난 20일(목) 전라북도의회 1층 세미나실에서 ‘복지확대와 복지권 실현을 위한 각 정당 대선 복지공약 관련 토론회”를 진행했다. 2017년 대선은 촛불민심을 이어받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국민들의 강력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국민적 요구와 관심이 집중된 대선이다. 이번 토론회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내건 복지공약에 대해서 정당 관계자의 입장을 들어보고 국민들과 전북지역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복지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또한 지역차원에서 시민사회를 비롯한 의회와 사회복지 전문가,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복지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이날 토론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5.9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이 제시하는 복지 공약이 차별화되지 못하고 이념대결의 프레임에 갇혀 소신 있는 정책발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복지공약의 대부분이 지난 정부에서 지켜지지 않았던 현안사업과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유력 후보들의 재원 마련 방안이 부실한 만큼, 각 정당 후보들이 실질적인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조세저항이 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재원마련을 위한 증세 방안을 구체적으로 약속해야 한다. 또한 현재의 복지공약만 놓고 본다면 각 정당의 공약이 이슈 중심의 피상적 수준으로 예산과 실행계획이 결여돼 책임성과 실천가능에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이어서 각 정당들이 표를 얻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복지공약을 내세우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실질적인 복지공약이 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부와 대선 후보들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각 정당에서 전북이나 충청, 강원 지역과 같이 상대적으로 낙후되고 경제적으로 열악한 지역부터 예산이 먼저 배정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선 후보들과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조기대선은 엄동설한에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나라건설을 위해 촛불을 든 국민들이 만든 대선임을 다시 한 번 잊지 않고, 촛불 국민의 염원이 담긴 개혁과제를 어떻게 잘 수행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평가받는 대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당일 토론회는 전북희망나눔재단 양병준 국장의 사회로 진행되었고, 더불어민주당 정호영 의원(전라북도의회, 더불어민주당 전라북도당 대변인), 국민의당 최인정 의원(전라북도의회, 국민의당 전북 선대본 대변인), 정의당 오현숙 위원장(정의당 전라북도당), 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장 최낙관 교수, 전북희망나눔재단 서양열 운영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여하였다. 바른정당에 참여를 요청하였으나 바른정당 전라북도당은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_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캠프 초청 복지정책 토론회 개최

ⓒ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대전광역시사회복지사협회는 지난 4월 28일(금)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대선후보들의 복지정책을 듣고 평가하는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캠프 초청 복지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이경희 후보캠프에서 참여했다. 그동안 관심사였던 노인기초연금, 아동수당, 부양의무제 폐지 등이 이경희 후보를 제외한 각 후보들의 공통공약이었다.

기초연금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는 '소득하위 70%이하 노인,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안철수 후보는 '소득하위 50%이하 노인, 기초연금 30만원 지급', 유승민 후보는 '소득하위 50%이하 노인, 기초연금 차등적 인상'을, 심상정 후보는 '모든 노인에 30만원 지급'을 내세웠다.

아동수당 지급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5세 이하 아동 월 10만원 지급부터 시작, 단계적 인상', 안철수 후보는 '소득하위 80%이하 가구, 11세 아동에게 아동수당 지급 도입', 유승민 후보는 '가정양육수당 2배 인상 및 초등학생-고등학생 자녀 1인 10만원 지급', 심상정 후보는 '모든 아동 월 10만원 지급'이 공약이었다. '부양의무제 폐지'에 있어서는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 모두 '폐지'를 약속했다. 상대 후보의 좋은 공약을 뽑아달란 질문에 유승민 후보의 '돌발노동금지' 심상정 후보의 '노동복지부총리제'와 '산재보험 사각지대 해소로 전국민산재안전망 구축'이 뽑혔다.

 

 

목, 2017/06/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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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부과체계 소득중심 개편의 위험성 

 

제갈현숙 / 민주노총정책연구원장

 

2013년 연간 근로소득이 2,000만 원보다 적은 249만 명은 약 5,234억 원, 1인당 약 18만 원가량의 소득세를 냈다. 반면 2주택 임대소득자들은 임대소득세를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유리지갑’으로 국세청에 고스란히 소득신고가 되기 때문에 소득만큼 조세 책임을 지고 있다. 반면 부동산 및 불노소득을 매개로 증식되는 재산소득에 대한 세금 부과는 여전히 미약하다. 이러한 조세형평성의 문제가 개선되지 못한 시점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마저도 소득중심으로 개편된다면, 소득재분배에 역행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소득재분배는 재산을 포함한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 소득이 낮은 계층으로 수직적인 재분배가 클수록 효과적이다. 현재 한국 사회의 구조에서 소득중심 혹은 소득단일 부과체계 개편은 국세청이 확보한 사업 및 근로소득의 신고 정도에 따라 보험료 수준이 결정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소득과 같이 재산을 기반에 둔 고자산가에 대한 소득파악 자료의 미비로 이들에 대한 부과체계 기준이 마련되기 어렵고, 그 결과 보험료 수입구조에서 소득역진성이 발생한다.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로 조세의 형평성이 왜곡된 요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근로소득 이외에 임대, 배당, 상속, 증여와 같이 재산증식형 소득에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에서 제기되고 있는 소득중심 개편 방향이 갖는 위험성에 대해 살펴본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논의의 배경과 경과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의 문제의식은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마련에 있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평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부과기준 차이, 소득 있는 피부양자의 무임승차 문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에 따른 문제점이다. 이에 2012년 9월부터 직장가입자 중 7,200만 원 이상 종합소득자에 대한 추가 보험료가 부과되었고, 2013년 6월부터 금융, 연금, 임대소득이 각각 4,000만원 넘을 경우에 대해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시켰다. 이 두 가지 방안은 기존 부과체계 방안을 보완하고 소득수준에 따른 형평성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수용 가능했다. 그런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중 재산에 따른 비중이 1998년 27%에서 2010년 40%로 증가하면서 재산부과 비율의 증가에 따른 문제점은 심화되었다.

 

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2년 12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방안」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소득중심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해 재산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재정 부족분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에 대한 방안이 중심과제였다. 보고서에서는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부과함으로써 약 2조원을 마련하고 , 이 밖에 부가가치세에 건강세 부과, 연금소득 인정률 100% 상향,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경감 규정 폐지 등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방안은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대한 부과 이외에는 서민증세적인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공단 밖으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기 부가가치세 인상을 통한 건보재정 확대가 잠시 수면위로 올랐다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박근혜 정부는 건보부과체계 개편을 국정과제로 설정했다. 이후 2013년 7월 25일 건강보험 부과체계개선기획단(이하 기획단)이 발족되어, 2014년 9월까지 운영되었다. 기획단의 단장은 맡은 이규식 교수는 의료민영화를 주장해왔던 대표적인 학자로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병원 도입 등을 주장해왔을 뿐만 아니라, 2012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 작성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했었다. 기획단의 건강보험부과체계는 2015년 1월 연말정산의 후폭풍 속에서 복지부가 개편안 발표를 보류하기로 했다가, 기획단 안이 마치 매우 친서민적으로 마련된 방안인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처럼 그려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소득이 적은 지역가입자가 재산부과에 따른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가 갖는 문제점과 고자산자 피부양자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되었다. 그렇다면 기획단의 소득중심 부과체계 방안대로라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될 수 있을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개선기획단 최종활동보고서의 주요 내용

 

첫째, 보수 이외에 별도의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직장가입자에 대해 보험료를 추가로 부과한다. 직장가입자가 보수 이외에 임대소득 등 사업소득, 금융소득, 근로소득 등 종합과세소득을 보유한 경우에 대해 보험료를 추가 부과한다. 현재 직장가입자 중 보수외 소득이 연간 7,2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일반 보험료율의 1/2(’13년도 2.945%)을 적용하여 추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보험료 부과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추가 보험료 대상층은 과연 부유층 혹은 고소득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리고 금융소득에서 주식배상이나 펀드수익은 배제됐으며, 소득에 대한 부과 기준에서 양도․상속․증여 소득이 단일성 소득이란 이유로 배제되었다. 이렇게 볼 때, 국세청에 신고 되는 소득이 높을수록 부과되는 보험료는 증가될 수 있고, 보수월액의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득부족으로 투 잡을 하게 되는 노동자가 추가 보험료를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부담능력과 소득 있는 피부양자에 대한 보험료 부과이다. 소득과 재산이 있는 피부양자의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보험료 책임을 면해왔다. 그러나 부담능력 즉, 종합과세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하고 보험료를 부과 한다는 계획이다. 피부양자 중 종합과세소득 보유자수는 약 233만 명(전체 피부양자의 약 11.5%)이고, 이중 66%가 연소득 336만원, 월 28만 원 이하 소득자였다. 결국 주요 피부양자 박탈 대상자는 공적연금 수급자가 될 것이다. 

 

셋째, 지역가입자의 소득 이외의 보험료 부과 기준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재산보험료에서 재산에 대한 기초공제 제도를 도입 하고,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재산보험료 기초공제액을 적용할 경우 기초공제액 규모에 따라 재정 감소 액은 약 8천억 원에서 1.7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소득이 없는 지역가입자에 대한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연소득 500만 원 이하 세대에게는 최저보험료를 부과하고, 연소득 500만원 초과 세대에 대해서는 소득과 재산을 모두 고려한다. 

 

약화되는 자본의 재정 책임 VS 강화되는 노동의 보험료 부담

 

기획단의 소득중심 단일화 방안대로라면 소득을 중심으로 직장가입 노동자들은 기존의 월급 이외에 추가적인 소득에 보험료를 더 부과 받게 된다. 추가적인 보험료 부담은 해당 노동자가 개인으로 더 납부하게 되기 때문에 증가된 액수만큼 자본의 보험료 증가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보험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재정책임을 자본과 노동자가 절반씩 부담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이 신자유주의 복지국가 개혁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노동자가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어 온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병수당(질환으로 입원 시 지급되는 생계비 급여)을 민영화하거나 노동측이 더 부담하는 방식으로 개혁되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자녀가 없는 경우 보험료율을 더 내는 방식 등이 유럽에서는 사용되었다. 그러나 공적 의료보험 급여와 관련된 보험료 부과에서 노동과 자본의 부담률을 차등적으로 적용하진 않았다. 

 

그런데 기획단의 방안대로라면, 생계를 위한 모든 노동에 부과된 세금은 국세청 자료로 등록되고, 이것이 건강보험 보험료 산정에 그대로 노출되게 된다. 이제까지 직장소득이외 종합소득으로 추가적인 7,000만 원 이상의 소득 기준보다 더 하향화된 기준이 제시된다. 이것은 자칫 소득이 있는 모든 곳에 세금이나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측면에서 진보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철저하게 노동자의 소득에 준한다. 자본의 추가적인 소득이나, 주식배당, 펀드 수익은 아예 배제된 것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두 가지인데 첫째, 자본의 사회보험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책임을 절반 이하로 축소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실제 고소득층은 노동자 개인이 아니라 법인이고, 이들은 노동비용 절감을 위해 고용형태를 유연화 시켜왔다. 그 결과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보험료 책임에서 벗어나 있고, 국가복지를 위한 재정 책임에서도 법인세 인하라는 혜택을 받아왔다. 그런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서 더 많은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누락시킴으로서 건강보험 재정 책임의 주요 주체에서 이탈되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가입자의 위치를 개개인의 소득으로 집중시킴으로써 가입자 내부의 왜곡현상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왜곡현상은 끊임없이 노동자 내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 새로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것이다. 그러므로 부과체계 개편의 근본적인 목적은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형평성 제고가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책임의 정의로운 책임 부과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저소득 지역가입자에 대한 재산부과는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 

 

고자산가와 국가의 재정책임 강화의 필요성

 

기획단의 핵심 고려 대상은 재산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었다. 그 과정에서 공단의 보고서에서 유의미했던 양도․상속․증여 소득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삭제된 반면, 피부양자의 자격상실 기준을 연간 4,000만 원 이상에서 2,000만원으로 낮췄다. 이렇게 될 경우 공적연금 수급자 중 월 167만 원 이상 연금을 받게 되는 노년층은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어 월평균 최소 65,000원의 보험료를 책임지게 된다. 그러나 8억 원 상당의 주택소유자이지만, 국세청에 소득이 드러나지 않는 노인의 경우 한 푼의 보험료를 내지 않게 된다. 즉 문제의 핵심은 고액 자산가들에 대한 보험료 인상기준이 소득중심 부과체계에서는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소득중심 방안은 국세청의 과세자료를 근거로 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는데, 부동산을 매개로 증식되는 소득에 대한 과제자료 및 세금 산정이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다. 2012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소득 파악률은 62.7%, 근로자의 소득파악률은 100.3%, 임대소득의 경우 과세 대상자 중 신고자는 단 6%로, 신고 된 수입은 추정치 44조원의 단 2%에 머무는 1조 2,963억 원이다. 이렇게 볼 때 소위 ‘불로소득’의 근원이 되는 재산에 대한 부과기준 마련이 오히려 필요하다. 이러한 고자산가들에 대한 재정 책임은 불명확한 반면, 소득이 낮은 가입자에 대한 재정책임은 명확하게 했다. 

 

기획단은 ‘소득이 없더라도 누구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회보험 원칙을 고려’해서, 소득파악 문제로 인한 무임승차를 방지하기 위해 소득 없는 세대에 대해 정액의 최저보험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보험의 원칙에서 소득이 없는 대상자가 반드시 갹출해야 한다는 원칙은 없다. 이것은 가입자의 재정 책임 원칙을 과도하게 적용함으로써 국가 재원으로 지원해야할 공공부조 대상자에게 정액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마치 사회보험의 정의인 것처럼 호도하고 것이다. 현재 월 보험료 16,480원 이하 세대는 지역 가입자 중 127만 세대로 16.8%에 이르고, 체납세대 비율을 보면 이들 중 대부분은 보험료 납부 자체가 어려운 상태이다. 500만원 미만 소득이 없거나 소득 자료가 없는 세대에 대해 최저보험료를 적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저소득층에 대한 정액 보험료를 신설한다는 것이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의 원리와 지원은 구분되어야 하고, 국가는 공공부조 대상자에 대한 의료보장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급여 수혜율이 전 국민의 단 2%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의료급여 대상자의 획기적인 확대가 국가재정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의 공평성보다는 재정책임에 대한 공정한 부과에 역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제까지 논의된 소득중심 부과체계는 재산증식형 소득에 대한 부과체계 기준 마련보다는 노동을 매개로 한 소득에 대한 더 많은 보험료 부과의 우려가 있다. 또한 국가와 자본의 책임이 축소되지 않고, 강화될 수 있는 방안역시 고려되어야 한다.

금, 2015/04/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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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중심의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 김종명

 

기대를 모았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결국 흐지부지될 위기에 처해 있다. 보건복지부가 백지화 선언이후 비판적 여론에 밀려 새누리당과 정부간 당정협의로 재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애초의 후퇴된 정부안조차 제대로 추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론에 밀린 정치적 액션인 만큼 여론이 잠잠해지면, 유야무야될 것이기에 그렇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를 조금 경감해주는 선에서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편,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제대로 추진하도록 감시하고 요구해야할 시민사회진영은 엉뚱하게도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노동자증세, 혹은 서민증세로 바라보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시민사회진영의 입장은 비록 의도치 않더라도 부과체계 개편을 소폭으로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정부에 명분을 주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글에서는 다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현재 일부 시민사회단체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의 필요성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요구는 주로 학계와 보험자단체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도해 왔다. 10여년 전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계속되어 왔고 많은 연구보고서들이 제출되었다. 특히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로 인해 지역가입자들의 항의와 민원들이 쏟아졌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일찍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함을 인식해 왔었다. 이에 보수적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대 전이사장 조차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임기동안 핵심과제로 추진하게 된 것이다. 반면, 진보적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 진영은 상대적으로 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관심뿐 아니라 입장조차 갖고 있지 못했다. 현재 부과체계 개편에 대한 혼선은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공평하지 못하다는 인식은 지역가입자에서 먼저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부담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기에 그렇다. 지역가입자는 직장가입자와 달리 소득기준 외에도 재산, 자동차에도 건강보험료가 각각 부과되고 합산되어 부담한다. 특히 재산에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가 매우 과다하고, 공평하지도 못하다. 특히 소액재산에도 과다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고 있다. 5천만 원의 재산이 있으면 4만 7천원이 부과되고, 1억에는 7만7천원, 3억이면 12만원이 부과되고 있다. 재산으로부터 소득이 발생되기 어려운 전월세, 소액의 1주택에 매우 과도하게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들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47%가 재산요소에서 발생한다. 지역가입자는 소득기준이 아니라 재산기준으로 건강보험료가 부과된다고 할 정도다. 이 재산기준으로 인해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이 실제로 없는데도 건강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다. 더욱이 연 소득이 50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가구원수와 성/연령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송파세모녀의 건강보험료가 5만원이 부과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직장가입자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연 7천200만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부과되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대상자는 3만 7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더욱이 분리 과세되고 있는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은 제외되어 있어 실제로는 1억 원 이상의 근로 외 소득이 있더라도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다. 이는 또 다른 형평성 문제를 낳고 있다. 근로소득만을 유일한 소득원으로 가진 대다수 평범한 직장가입자는 자신의 소득만큼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는 반면, 근로소득 외의 종합소득이 있는 경우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지 않아, 부담능력(소득)에 비례한 건강보험료 부과라는 사회보장제도의 원칙이 어긋나고 있다. 직장가입자 중 15%정도가 종합소득을 갖고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피부양자는 소득이 있더라도 금융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 연금소득이 연 4천만원이하, 기타소득이 4천만원이하라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이 소득기준은 총 소득기준이 아니라, 개별소득기준이라서 마찬가지로 각 소득 기준에만 부합하면 총 소득이 1억이 넘더라도 피부양자로 유지되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고소득이 있는데도 피부양자로 등록되어 무임승차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소득기준이 아니라 총소득기준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점을 감사원조차 지적한 바 있다. 이렇듯 고소득이 있는데도 근로소득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고 무임승차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로 인한 부담은 지역가입자와 평범한 직장가입자에게로 전가되고 있다.  

 

한국사회는 점차 소득의 불평등과 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고소득으로부터 금융자산과 부동자산을 축적하게 되고, 그 자산은 또 다시 불로소득을 만들어 낸다. 이 불로 소득의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금융소득, 임대소득, 양도소득, 상속증여소득은 모두 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이다. 그 자산(금융 및 부동산)은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그로부터 불로소득이 발생된다. 그런데 이러한 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의 불공평은 우리사회의 부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건강보험료 부담에 대한 형평성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불공평한 부과체계는 또 다른 문제도 발생시킨다. 요즘은 일부 안정된 고용계층을 제외하면 직장의 불안정성이 커서 이직률이 크고, 그때마다 직장가입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그런데 직업을 잃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은 사라지는데도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더 높게 부과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안정된 직장으로부터 정년퇴직을 하게 되더라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지금은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이다. 정년퇴직을 하게 되면, 또 다시 가입자격이 변동된다. 정년퇴직 후 다행이도(?) 직장이 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지만, 자녀가 무직이거나 실직상태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어 건강보험료를 부담해야하는 문제가 발생된다. 이원화된 부과체계로 인해 황당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간의 건강보험료의 부과방식의 불형평성, 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의 종류에 따른 불형평성은 매우 심각하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의롭지 못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사회보장제도인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신뢰를 추락시키고 있다. 

 

건강보험료 개편, 왜 ‘소득중심’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편할 것인가. 그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공평하다고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기에서 제시된 기준이 바로 ‘소득’이다. 현행 건강보험료 체계는 이원화되어 있고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소득 범위도 제한적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 성·연령, 재산, 자동차를 기준으로 부과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만 부과하고 있다. 공평한 부과방식이라면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공평한 잣대는 ‘소득’일 것이다. 현행 사회보험제도는 ‘부담능력’에 비례하여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에 그렇다. 소득을 기준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현행 이원화된 체계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를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소득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소득이 같으면 동일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게 되면, 소득이 있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지 않는 무임승차 문제가 해결된다. 또한, 실직이나 퇴직 후 소득이 사라지는데도 건강보험료가 오히려 급등하는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소득의 종류를 따지지 않고, 소득만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공평할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험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할 가장 공평한 기준은 소득기준이라는 점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한편 어느 소득까지 건강보험료를 부과할 것인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행 소득세법상 소득에는 종합소득(근로, 이자, 배당, 사업, 연금, 기타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이 있고, 상속세및증여세법상 재산이전으로 인한 소득이 있다. 애초 정부안은 근로외 종합소득까지만 확대하는 안을 담고 있다. 그 역시 연 2,000만원 이상의 종합과세소득에만 부과하자는 안이다. 그리고, 양도소득 퇴직소득은 일회성 소득이라는 점, 상속 및 증여소득은 재산이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근거로 배제했다. 이에 반해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방안은 양도, 퇴직 소득뿐 아니라 상속 및 증여소득까지 포함하자는 안이다. 양도, 퇴직소득도 소득이며, 상속재산과 증여재산 역시 부의 무상이전에 따른 소득이기에 그렇다. 원칙적으로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어야 할 것이다. 

시민사회진영의 일부는 지역가입자에게 ‘재산’ 요소를 배제하는 것에 비판적이다. 특히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지난해 무상의료본부가 이를 두고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경감해주는 ‘부자감세’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이는 완전한 착각이다. 객관적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사실 고액재산가의 문제를 지역가입자의 문제로 여기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다. 현재 고액재산가들은 대부분이 지역가입자가 아니라 직장가입자로 전환되어 있다. 과거 한때는 고액재산가들은 대체로 지역가입자였지만, 현재는 대부분이 직장가입자다. 현행 건강보험제도는 1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는 모두 직장가입자로 편입하고 있다. 고액재산가들은 이런 규정을 편법적으로 활용하여 직장가입으로 편입하고, 소액의 근로소득을 책정하여 여기에만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사례가 매우 많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때 건강보험료를 2만원만 낸 사례가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은 대부분의 고소득 자영업자들은 과거엔 지역가입자였지만, 지금은 대부분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다. 의사, 변호사, 약사 등의 고소득 전문직 개인사업자들, 음식·숙박업을 영위하는 개인사업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 결과 지역가입자는 고용 없이 자가 노동력만으로 운영하는 영세자영업자, 일용직, 특수고용직, 농어업 자영업자, 은퇴자, 노인, 무직자, 실직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형적으로 서민, 영세민들이다. 이들은 소득도 적기에 재산도 많지 않다. 그런데도 재산기준으로 인해 과다한 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황은 부과체계 기획단의 자료에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지역가입자의 중위 재산은 1천 1백만 원에 불과하다. 지역가입자의 81%가 1억 미만의 재산을 갖고 있을 뿐이다. 3억 이상을 소유한 지역가입자는 6.3%에 불과하다. 즉, 대다수의 지역가입자는 소액재산만을 갖고 있으며, 그 재산으로부터는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데도 건강보험료가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일각의 주장처럼 ‘재산’기준을 유지하고자 한다면 형평성 있는 방식은 직장가입자에게도 동일하게 ‘재산’기준 보험료를 적용해야 한다. 이게 과연 합당한가? 그리고 직장가입자에게도 재산기준 보험료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아마 못할 것이다. 더욱이 현행 재산기준은 고액재산가의 부담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기에 더 그렇다. 

물론 여전히 고액재산가들을 중심으로 해서는 ‘재산’기준 건강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일리 있다. 그러나 남는 문제가 있다. 고액재산가의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을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더욱 고액재산가들의 대부분은 지역가입자가 아닌 직장가입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즉 직장가입자에게 적용을 확대하자는 주장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산기준을 배제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주장한 바가 없었다. 지역가입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여전히 형평하지 못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지역이든 직장가입자든 고액재산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한다고 하자. 그러면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에는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이중부과논란 때문이다. 특히 양도소득, 임대소득, 상속증여소득은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여기에 부과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합당한 부과기준이라면 재산이 아니라, 재산으로부터 발생되는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할 것이다. 건강보험료 부과 소득 범위를 ‘모든 소득’에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자산의 불평등이 심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재산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액 자산 자체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은 사회보험의 원리에 꼭 부합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는 조세정책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에도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부유세가 존재한다. 비록 MB정부가 부자감세를 하여 고액재산가의 세부담을 줄여주었지만, 이는 반드시 다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사회보험방식에서는 정률방식을 취하지만, 조세방식은 누진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액재산에 대한 접근은 조세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현행 사회보험의 원리에 충실한 방향이라면 재산, 자동차, 성, 연령과 같은 기준을 폐지하는 대신 ‘모든 가입자’에게 ‘모든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것이 가장 합당할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역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전히 소득파악문제가 남아 있기에 그렇다. 십분 동의한다. 현행 세무행정 구조하에서는 100%완벽한 제도를 설계하기란 실제로 어렵다. 여전히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은 남는다. 그러나 그 문제 역시 지역가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가입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의 소득탈루 문제 역시 주로는 현행 직장가입자로 편입되어 있는 고소득 자영업자에서 발생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무엇을 원칙으로 삼을 것인가와 그 원칙을 보완해야할 문제는 무엇인가를 구별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소득기준’이 완벽하지 못하다고 그 원칙을 버리는 것과, 그것을 보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접근방식이다. 소득을 기준으로 부과하되, 소득파악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의 문제는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원칙을 흔드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해야할 문제일 뿐이다. 

 

몇 가지 논쟁지점에 대한 평가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들이 있다. 몇 가지만 간추려 보자. 

우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보다 국고지원과 사업주 부담률 조정에 대한 문제제기이다. 특히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을 지적하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핵심은 국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는 지적을 한다.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건강보험 재원의 세 주체인 국민, 국가, 기업 중 ‘국민’이 부담하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을 어떻게 제고할 것인가의 문제라는 점에서 논점이 다른 주장이다. 설령 국고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국민들이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되어 발생되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즉, 국고지원 문제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은 다른 문제일 뿐이다. 국고지원율을 현행보다 더 상향하더라도 부과체계 개편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에서 국고지원을 상향하게 되면 그만큼 국고수입을 늘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이는 또 다른 사회적 논란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다. 조세로 이뤄지는 국고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다. 현재 조세의 형평성이 결코 건강보험료의 형평성보다 우수하다는 근거는 없다. 간접세 비중이 매우 크기에 그렇다. 조세와 건강보험 재정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비중은 오히려 건강보험이 더 크다. 건강보험 재정의 30%는 기업주의 부담이지만, 조세에서 법인세 부담이 차지하는 비중은 20%정도 수준이다. 조세보다 오히려 기업부담이 더 많다. 어찌되었든 건강보험료의 부과체계 개편 문제는 국고지원이나 사업주부담률 조정과는 다른 논점이다. 논점을 정확히 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을 서민증세, 노동자 증세로 바라보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황당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오히려 그간 과도하게 부담해온 서민들, 특히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부담능력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방안을 실행하게 되면 대부분의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줄어들게 되어 있다. 굳이 붙인다면 이는 서민감세에 해당하지 서민증세라고 볼 근거는 없다. 단, 지역가입자의 하위 15%정도는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실질적인 부담경감은 없다는 문제는 남아있다. 이들은 사실상 빈곤층으로 건강보험료를 면제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저소득층의 건강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맞지 않다. 부과체계 기획단과 정부는 최저보험료 설정으로 저소득층의 보험료가 인상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몇 차례 밝힌 바도 있기에 그렇다. 송파세모녀의 예처럼 최저보험료를 설정하더라도 대부분의 서민들의 건강보험료 부담은 대폭 경감되기에 그렇다. 

 

한편 노동자 증세라는 주장도 그렇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온전히 시행하게 되면, 직장가입자중 16.7%는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이들은 소액이라도 근로 외소득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상위 소득을 가진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들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 부과체계 개편을 노동자증세로 바라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는 전적으로 상위 노동계층의 이해를 대변하는 시각이 짙게 깔려있다. 그러나, 이는 온당치 않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은 부자의 부담을 늘리고, 서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제기된 것이 아니다. 단지 건보료 부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고자 함이다. 누구는 소득이 없는데도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고 있고, 누구는 똑같이 100만원의 소득있는 데도 소득의 종류가 다르며 근로소득에는 부과하는 반면, 금융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이게 공평한가. 그렇지 않다. 단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방안은 그간 무임승차해왔던 근로외 종합소득에 대해서도 근로소득과 같은 동일한 소득이라면 동일하게 건강보험료를 부담시키자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로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의 효과는 근로외 소득을 가진 상위 소득계층은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게 되고, 지역가입자의 대부분인 서민들은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거기에 상위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이를 노동자증세로 바라보는 것은 절대 온당치 않다. 대부분의 평범한 노동자들이라면 근로외 소득을 갖긴 어렵다. 근로외종합소득이라면 이자소득, 금융소득, 임대소득이기에 그렇다. 노동자의 85%는 오직 근로소득만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부과체계 개편을 노동자증세라고 한다면, 명확히 단서를 붙여야 한다. ‘상위 10% 노동자증세’라고 말이다. 이를 노동자 일반의 증세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왜 상위 10%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나? 왜 대다수 평범한 노동자의 시각으로, 과다한 건강보험료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가입자·서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는 건가. 더욱이 ‘증세’라는 표현도 가당찮다. 그건 증세가 아니라, 그간 부당하게도 무임승차를 누려왔던 특혜를 환수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른 한편, 소득중심으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범위에 연금소득이 포함된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연간 2천만 원의 연금소득자가 부자냐는 항변이다. 노동자 증세라는 비판과 상통하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의 기저에는 노동자이 부담은 가중시키는 것은 절대 반대하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러나 그렇게 볼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는 연금소득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연금소득자 입장에서는 여기에 건강보험료가 부과되는 것이 마땅찮을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공적 연금체계는 시장소득이 연금소득으로까지 이어지는 특성이 있다. 고용이 안정되고 소득이 많은 계층일수록 연금수령액도 높다. 반면,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이 적은 계층은 연금수령액이 적다. 더욱이 비정규직, 영세자영자 등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국민연금제도가 안정화된 후라도 전체 국민이 절반이상은 국민연금의 혜택에서 배제되어 있다. 노후의 연금소득 역시 시장소득의 양극화가 그대로 이어지는 구조이다. 또한 온전히 소득중심의 부과체계를 개편했을 때와 현행 체제를 유지했을 때를 비교하자면, 연금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중심의 개편안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현행 구조에서는 연금소득이 발생하는 시점인 퇴직 후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이거나, 혹은 지역가입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피부양자라면 연금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지만,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경우에는 현행 체제에서도 연금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부과되고 있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에는 연금소득이 20%가 반영될 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 기준이 적용되어 오히려 건강보험료가 소득에 비해 과다하게 부과되고 있는 실정이기에 그렇다. 여전히 연금소득에 대해 형평성 문제가 남게 된다. 더욱이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방안에서는  연금소득 전체가 아니라 일부인 25%정도만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 부담이 크지 않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의 디딤돌

 

지금까지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 왜 소득중심의 개편이 필요한지, 그리고 관련하여 진보진영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몇 가지 논점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비판 논리를 보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것은 일차적으로는 애초부터 자신의 입장을 갖지 못한 데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여기에 보수적 인사로 알려진 김종대 전이사장이 강력히 추진함에 따라 오히려 왜곡된 시각으로 바로보지 않았나 싶다. 더불어 우리사회의 다양한 현안을 너무 이념적 잣대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라고 보여진다. 부자 대 서민(혹은 노동자) 프레임이다. 소위 1%대 99% 프레임이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는 단지 공평한 부과체계를 위함이지 부자증세(혹은 노동자증세)를 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프레임으로만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형평성 문제는 사라지고, ‘왜 내가 더 내야 하느냐’는 항변만이 존재한다. 이런 잘못된 프레임은 올바른 개혁조차 못하게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소득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상위 1%만이 아닌 상위 10%의 고소득 노동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를 ‘노동자 증세’로 규정하는 주장은 결국 상위 10%의 ‘나는 더 내기 싫다’는 반증세 정서를 대변해주는 것에  불과하다. 상위 소득계층의 건보료 무임승차를 정당화시켜 주고 있을 뿐인 거다. 우리 사회가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사회연대 의식’ 형성을 가로막는 역할을 해줄 뿐이라고 본다.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향후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라는 무상의료는 요원할 것이다. 형평성 있는 부과체계 없이 재원을 확충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설령 그 책임을 국가와 기업에 온전히 넘긴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국민들은 복지확대를 위해 증세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으나, 증세의 가장 큰 걸림돌은 조세의 형평성과 그것이 과연 복지에 제대로 쓰일 것인지에 대한 신뢰부족으로 인해 선뜻 동의하지 못하고 있다. 조세든, 건강보험료든 동일한 숙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기업의 부담률을 높이는 것 역시 간단하지는 않다. 기업 소득은 대부분 대기업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고용은 그 반대이기에 그렇다. 여전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건강보험의 보장을 위한 개혁은 현행 건강보험제도 자체에서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올바른 해법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건강보험의 형평성을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그 잣대로 소득기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대중적 동의도 간편하다.

 

소득중심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을 발판삼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획기적으로  확대하자. 

금, 2015/04/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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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략

 

김윤 l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왜 보장성 강화인가?

 

건강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본 조건 중 하나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행복하게 살 수도 없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인간의 건강할 권리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중요한 복지제도이다. 건강보험은 사람들이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고,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여전히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의 건강,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약 60%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 80%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총 진료비 중 40%를 부담해야 하지만, OECD 국가에서는 환자가 총 진료비 중 20%만 부담하면 된다는 뜻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역대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중요한 정책목표 추진해왔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2005년 61.8%였던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10년이 지난 후인 2014년에 63.2%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겨우 1.4%가 높아진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으면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많아진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소득수준에 비해서 의료비 부담이 과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1) 이는 OECD 국가들에 비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빚을 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하였다. 2013년 기준으로 의료비 부담이 컸던 가구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1.4배 더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중요한 원인임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으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에서 5명 중 1명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으며, 이는 고소득층에 비해 1.5배 높은 수준이었다. 2) 저소득층 20명 중 1명은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으며, 이는 고소득층에 비해 6.5배 높은 수준이었다.3) 저소득층의 약 절반은 가구 소득에 비해 의료비를 과중하게 부담하고 있었으며, 이 같은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고소득층에 비해 12배 더 높았다. 4)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단골처럼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기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역사적 기원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이유는 ‘저부담-저급여’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97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건강보험을 시작할 때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천 불 수준이었다. 그래서 보험료를 적게 걷는 대신 건강보험에서 보장도 적게 해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낮고,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비율이 높게 설계되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소위 ‘비급여’ 진료비까지 포함하면 의료비 부담은 더 커진다. 2014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은 전체 진료비의 63%만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풍선효과로 인한 절반의 성공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보험재정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택했다. 첫 번째 전략은 중증질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크게 낮추는 ‘산정특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보통 중증질환에서 진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었다. 30~60% 수준이던 외래진료비와 20% 수준이던 입원진료비를 모두 5~10% 수준으로 낮추었다. 

 

첫 번째 전략은 보장률을 높이는 데 성공적이었다. 2004년 암환자에서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추자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50%에서 66%로 껑충 뛰었다.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본인부담률이 5~10% 수준인 4대 중증질환에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4년 현재 78%로 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 높은 수준이다. 

 

두 번째 전략은 기존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를 늘리는 것만큼 새로운 비급여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때문이었다. 이는 병의원이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생기는 손실을 비급여 진료에서 생기는 초과수익으로 메꾸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 것이다. 원래 비급여였던 초음파나 MRI 검사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면 병의원은 이들 비급여에서 얻던 초과수익을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된다. 병의원은 건강보험진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내는 풍선효과가 생겨난다. 또한 비급여 진료로 높은 수익을 내려는 일부 병의원의 행태 역시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평가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대상을 4대 중증질환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비급여를 포함해서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약속이었다. 그런데 당선 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말하며소위 3대 비급여 대한 정책이 추가되었다. 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 중 소득계층별 본인부담금 상한제 개선책은 비급여 진료비 감소를 통한 보장성 강화정책과는 성격이 달라 이번 글의 논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첫째,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대 비급여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말하며,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중증질환에서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절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선택진료비를 할 수 있는 의사를 줄이고, 선택진료비를 부과할 수 있는 금액을 줄여 올해부터 선택진료비는 원래의 1/3 규모로 줄었다. 원래 선택진료비 중 1/3은 ‘의료질평가지원금’이라는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1/3은 건강보험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수술료 등을 올리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상급병실료를 줄이기 위해 4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전체 병원 병상 중 1~2인실 병상이 최대 7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2014년까지는 아직 이들 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간호사가 간병까지 담당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어 간병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요약하면 3대 비급여 급여화 정책은 아직 효과가 크지 않지만 2016년 이후에는 점차 원래 계획했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4대 중증질환에서는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여 풍선효과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가 ‘선별급여’ 제도이다. 이는 의학적인 효과나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법정비급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함으로써, 적어도 4대 중증질환 진료에서는 비급여를 모두 없애기 위한 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와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본인부담률을 50~80% 수준으로 대폭 높였다. 이와 함께 새로운 비급여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와 비급여 서비스를 함께 환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준을 합리화해서 소위 ‘임의비급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임의비급여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이지만 병의원이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진료비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문제는 건강보험에서 정한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아서 생기기도 하고, 병의원이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실망스럽게도 검사, 약 및 수술과 같은 의학적 비급여를 해소하기 위한 둘째와 셋째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건강보험 급여확대 효과를 상쇄하는 비급여 풍선효과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62.5%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출범 후 2년이 지난 2014년에는 63.2% 수준으로 불과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로는 줄어든 반면 의학적인 비급여라 부르는 검사, 약, 처치와 수술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정부는 2013~2014년 2년 동안의 보장성 강화 정책평가 결과만을 가지고,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3~2014년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시점이라서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정비급여를 줄이기 위한 선별급여제도와 임의비급여를 줄이기 위한 급여기준 합리화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의학적 비급여는 적은 폭으로라도 줄었어야 맞다. 그런데 실제 의학적 비급여는 오히려 늘었다.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의학적 비급여 진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보장성 강화계획을 수립할 당시 조사에서 누락된 항목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다. 대규모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를 통해 선별급여를 확대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새로운 비급여가 늘어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원래 시행하기로 했던 일본의 ‘혼합진료금지’ 정책을 조속히 도입해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와 함께 급여기준이 합리화되지 않아 임의비급여가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임의비급의의 원인이 된 급여기준을 어떻게 얼마나 고쳤는지에 대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아 효과와 한계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이다. 정부가 낙관적인 전망을 앞세워 대책이라고 마련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번 정부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보장성 강화 방안

 

보장성 강화를 새로운 전략(1) : 비급여를 포함하는 포괄수가제

이제까지 여러 정부에 걸쳐 추진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비급여 풍선효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 결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비급여 풍선효과로 인한 보장성 강화정책이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비급여 풍선효과는 근본적으로 건강보험의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구조적 현상이다. 건강보험 진료행위의 원가 대비 수가의 비율은 86%에 불과하다. 이는 병의원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행위를 할 경우 14%를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낮은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풍선효과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건강보험 수가를 올린다고 비급여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비급여 진료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는 병의원이 상당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와 비급여 풍선효과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는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존 포괄수가제와 달리 모든 비급여 진료비까지를 포함하는 수가를 설정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낮은 건강보험 급여수가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높은 비급여 수가에서 발생하는 이익 상쇄되기 때문에 비급여 풍선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 물론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시행되는 ‘혼합진료금지제도’와 같이 새로운 비급여의 출현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포괄수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계를 설득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해서 파업을 불사했을 정도로 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했던 이유는 포괄수가제를 수가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병별 또는 수술별로 진료비가 정액으로 미리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신의료기술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신포괄수가제를 운영하기는 거버넌스에서 전문가의 참여에 기반하여 적절한 수가가 결정되고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포괄수가제 보다는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의 중간에 해당하는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용이할 것이다. 또한 지금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이 같은 질병이나 수술에서 진료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위별수가제를 부분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에게 모두 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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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를 새로운 전략(2) : 새로운 비급여 출현을 억제하는 정책

비급여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급여가 출현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크게 3가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진료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함께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제도’이다. 이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를 한 가지라도 있으면, 병의원은 모든 진료비를 환자에게 비급여로 청구해야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병의원이 함부로 비급여 진료를 하기 어려워져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둘째, 비급여 진료 전에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에 대한 동의를 얻도록 하는 ‘비급여 진료 사전동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병의원은 비급여 진료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항목, 건강보험에서 해당 진료행위에 대해 급여하지 않는 이유, 예상 진료비, 해당 비급여 진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고, 동시에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셋째, 비급여 신의료기술를 시술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의사와 진료체계를 갖춘 기관에 한해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신의료기술 시술기관 인정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되면 한편으로 필요한 경우 환자들이 신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신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맺음말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서 지난 여러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은 비급여 진료의 풍선효과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비급여 진료의 풍선효과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기존처럼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비급여 풍선효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병의원이 비급여 진료에 매달리는 이유는 건강보험 급여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에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적자로 인해 병의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급여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함과 동시에 비급여 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비급여 진료비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이러한 상황을 재난적 의료비라고 말하며, 전체 가구 소득에서 식비를 제외한 가처분 가구 소득 중 의료비 부담이 10~4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가처분 가구 소득 중 의료비 부담이 10%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하였다.
2)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연간 미치료율은 소득 분위 하위 1/4에서 20.6%였던 반면, 상위 1/4에서는 14,2%였다. 
3)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로 인한 연간 미치료율은 소득 분위 하위 1/4에서 5.9%였던 반면, 상위 1/4에서는 0.9%였다. 
4) 저소득층은 소득 기준 하위 20%를 의미하며, 고소득층은 상위 20%를 의미한다. 자료의 출처는 “송은철, 신영전. 재난적 의료비 예방을 위한 포괄적 의료비 상한제: 비용 추계를 통한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35(2), 2015, 429-456”이다. 

목, 2016/12/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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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복지와 마을공동체: 내가 변하고 지역이 변해야 복지국가가 완성된다.

 

홍영준 l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복지국가란 국민전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사회를 의미하며 보편적인 시민의 권리(사회권)가 보장되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복지국가의 담론 중에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민간 혹은 시민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너무 일방적으로 기술 혹은 묘사되어 복지국가 내 시민의 역할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복지국가란 그 누구도 아닌 시민이 만들어가는 이상적인 사회의 형태라고 믿고 있으며 시민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복지국가만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복지국가내의 새로운 지역사회복지실천에 관한 원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역사회복지의 배경과 개념화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실천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사회복지라는 개념은 어찌 보면 모든 사회복지실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지역사회복지의 대표적인 기능 중 복지국가성립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최근 논의가 급증되고 있는 지역조직화에 한해 논하고자 한다. 지역조직화를 관의 측면에서 볼 때는 지방분권화 강화로 인하여 지역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구축과 지역욕구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체계에 대한 필요성의 증대로 이해할 수 있고, 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하려는 주민 욕구를 기반으로 복지서비스를 재편하려는 요구로 설명가능하다. 즉, 복지수요에 비해 한정된 복지공급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새롭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웃만들기 지원사업,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것이다.

 

지역조직화기능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사례관리기능, 서비스제공기능과 함께 사회복지관 3대 주요 기능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조직화의 기능은 복지네트워크 구축, 자원개발 및 관리, 주민조직화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복지국가의 설립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주민조직화일 것이다. 주민조직화란 주민이 지역사회 문제에 스스로 참여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주민조직의 육성을 지원하고 이러한 주민협력강화에 필요한 주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으로 정의된다(이찬희, 문영주, 2012). 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주민조직화란 지역 내의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기 위하여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전문가(professional leadership)가 주민을 조직하여 그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 및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지역조직화는 지역사회 조직화, 주민조직화, 주민참여, 주민 임파워먼트 등 유사 용어들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개념들 중에서 지역조직화 기능에 대한 국내외 선행연구 및 지역사회기반참여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지역조직화는 대부분 주민조직화와 가장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이 글에서 나타나는 지역조직화 논의 또한 주민조직화를 기본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밝힌다.  

 

지역조직화기능은 사회복지관의 3대 주요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천경험과 사례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지역조직화 사업들은 동네주민들의 동호회 설립과 같은 단기적이며, 소규모로, 가시적성과를 위한 사업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는 한국의 독특한 복지환경에 기인한다. 한국의 사회복지사는 서구사회와 다르게 조직에 속함으로서 그 역할과 지위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개인자격의 실천(independent practice)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지분야에서의 지역조직화 실천은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이미 규격화 혹은 공식화 되어 있는 조직화 실천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조직화실천은 사회복지사가 복지관을 기반으로 정부 예산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며, 정부예산 사용은 곧 정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이다. 현재 복지관의 평가시스템은 국내 지역조직화 사업에 많은 제약과 한계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단기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조직화사업의 고유한 성질은 현재의 양적평가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는 많은 복지기관들이 지역조직화사업을 협의의 의미에서 해석하고, 가시적 성과가 높은 의제의 선택과 실행을 반복함으로서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영향 및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을 추구하게 하였다. 또한 복지현장의 지역조직화기능의 교육기회 및 정보 부족과 복지관의 정부 재정의존도 또한 지역조직화의 장기적이며 사회개혁적 기능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지역조직화사업은 이상향으로 자리 잡은 복지국가를 이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지역조직화의 실천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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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주도하는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지역조직화 원리

 

첫째, 과정중심적 접근(process-oriented approach)이다.  현재 사회복지 실천모델의 경우 결과중심 원칙이 대부분 실천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성과위주 평가시스템의 고착으로 인해 실천과정 중에 파생되는 긍정적 효과 및 그 영향력을 등한시 혹은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복지 분야에 팽배하다. 지역조직화사업의 경우 사업특성 상 단기간의 성과(short-term outcome)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이고 따라서 단순히 결과중심의 사업평가는 새로운 지역조직화 사업의 계획 및 진출을 가로 막는 대표적인 진입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평가시스템의 변화가 선 전제되어야 하지만, 앞으로의 지역조직화사업은 결과중심(지역사회의 유형적이며 가시적인 변화)적인 접근과 더불어 과정중심(과정 자체의 무형의 의미를 인지함)적 접근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즉, 과정중심의 접근은 가시적인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지역사회를 조직하고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비가시적이며 무형적인 지역사회의 자본을 하나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지역조직화 과정의 참여를 배움의 과정(learning process)으로 인식해야 하고 조직화과정 참여만으로도 배움의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비가시적이며 무형적이지만 인간관계 내 파생되며 존재하는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으로 인식되며 이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된 행동 규범과 공통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결국 지역사회의 모든 종류의 생산 활동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는 결국 결과중심의 접근이 추구하는 가시적이며 유형의 변화 또한 일종의 지역 생산 활동의 산출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양쪽의 가치는 동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조직화의 최종 결과가 그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이라면 지역조직화 과정의 결과는 참여자들의 개인적 변화(성장)를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둘째, 가치 중심적 접근(value-centered approach)이다.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한 지역조직화사업은 사회복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적 근본 및 가치(philosophical foundation and value)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다양한 기본적 가치 중 사회권, 시민권, 강점관점, 사회정의와 같은 가치들이 적용될 수 있다.  

 

사회권의 경우, 지역조직 실천과정은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를 찾아가는 일련의 활동으로 인식해야하며 시민권의 경우 지역조직화 실천과정을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다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완전한 참여”를 한다는 의미로서 해석이 가능하다. 강점관점의 경우 지역사회내의 환경(구조 및 제도 포함) 및 구성원이 현 지역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충분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강점을 우선적으로 발굴하고 그 강점을 기반으로 드러난 결핍(deficit) 혹은 단점을 상쇄 및 극복하려는 접근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정의는 지역사회의 조직화 과정은 지역사회 내 드러나 있거나 혹은 숨어있는 불평등에 항거하는 과정이다.

 

셋째, 선 순환적 접근 (virtuously circular approach)이다. 지역조직화의 과정은 끊임없는 선순환과정을 겪어야 한다. 즉, 선순환이란 우선 지역사회에서 해결해야하는 지역사회문제 혹은 의제를 선정해 나아가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발굴된 다양한 의제 중에서 가장 시의성이 있고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를 선택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방법 및 결과가 다른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끝으로 지역조직화 전체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한 번의 조직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이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첫 단계로 돌아가 다른 의제로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을 거쳐 끊임없는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해야한다. 즉, 지역조직화과정은 상시체계로 이루어져야한다.

 

넷째, 상호 성장 중심적(reciprocal growth approach)이여야 한다. 지역조직화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으로서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으나, 동시에 지역조직화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개인적 성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즉, 지역조직화의 문제 해결은 지역사회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었으나, 참여자 혹은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성장은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 원칙은 과정중심적인 접근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지역조직화의 과정을 구성원이 하나의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지역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사회복지사와 주민과의 관계를 도움을 주는 사람(helper)과 도움을 받는 사람(beneficiary)으로 정의하는 사회복지 전통과 다르게 지역사회조직 실천과정을 통해 복지사와 주민간의 긍정적, 호의적, 교육적인 상호 작용을 통한 지역주민의 성장과 동시에 사회복지사의 개인적 성장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다양성 강조 접근(diversity emphasis approach)이다. 다양성의 강조는 오래전부터 사회복지의 근간을 이루는 전통적 원리이다. 다양성의 강조는 두 형태로 이해가능하다. 첫째는 지역조직화 활동 주체(player)의 다양화이다. 기존 지역조직화 사업이 사회복지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업에 한정되었다면 미래의 지역조직화 사업은 전통적 복지영역의 틀을 깨고 다양한 주체, 예를 들면 시민사회와 협동조합(사회적경제)과 같은 새로운 주체와의 적극적인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지역 복리 증진을 위한 최상의 성과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현재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마을 사업과 같이 일부 지역사업이 관주도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조직화의 가장 이상적인 발전 방향은 ①관주도에서 민주도로 또한 ②복지기관에서 민간 자조 집단(self-help group)으로 발전일 것이다. 두 번째로, 의제의 다양화이다. 기존 많은 지역조직화 사업의 경우 지역 내의 자신들의 이익 혹은 편의를 추구하는 위주의 의제였다면 앞으로는 이기(利己)에서 이타(利他)로, 즉 자신의 이익이 아닌 지역 내·외의 취약계층을 포함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의제로 더욱 발전 되어야 할 것이다.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하여 지역복지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지역조직화사업을 위해 몇 가지의 새로운 접근 원리를 논의해보았다. 위와 같은 원리들이 지역조직화의 모든 원리는 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새로운 논의의 시발점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원리들을 통한 지역조직화, 즉 나를 변화시키고 결국엔 지역을 변화시키는 지역조직화 사업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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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수, 류진석. (2014). 지역사회복지론. 서울. 학지사.

이찬희, 문영주. (2012). 부산 사회복지관 지역조직화 운영모델 연구. 부산복지개발원. 
이찬희, 문영주. (2013). 부산지역 사회복지현장 실무자의 지역조직화사업 수행경험에 관한 연구. 한국지역사회복지학. 45, 1-32.

최옥채(2001) 지역사회 조직화모형에 관한 소고. 한국사회복지학회 추계학술대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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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일섭, 류진석(1997) 지역사회복지론 서울대학교 출판부
Parachini, L., & Covington, S. (2001). Community organizing toolbox: A funder’s guide to community organizing. Washington, DC: Neighborhood Funders Group. 

목, 2016/12/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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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주의: 순환적 역동 1)

 

한동우 l 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복지국가의 언어체계

 

시장자본주의체제 내에서 모든 국가는 복지국가이다. 복지국가는 시장자본주의의 반(反)명제로 등장한 것이기 때문에, 자본주의체제에 포섭되어 있는 한 그 국가는 복지국가이다. 시장과 가족의 상대적 존재로서 국가의 존재양식은 시장과 가족에 대한 국가의 개입정도와 범위, 그리고 국가-시장-가족의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된다. 복지국가 레짐(regime) 역시 이러한 국가의 존재양식을 복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 복지국가란 이론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복지국가의 다양한 이념형들이 존재할 뿐이다. 복지국가의 이념형은 그 국가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경험과 역동에 의해 결정된다. 

 

복지국가는 복지문제에 관한 국가주도(state-initiative)를 제도화한 체제이다. 국가주도성은 법률과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지국가의 모든 제도는 법률에 의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공공재정을 통해 실행을 보장받는다. 흔히 복지국가의 수준을 평가하는 지표로서 특정 제도의 도입여부 혹은 정부 지출 중에서 사회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는 것은 복지에 관한 국가주도성 정도를 따지기 위해서이다. 종종 이것이 복지국가에 대한 착시를 일으킨다. 복지제도의 다양성이 클수록, 그리고 정부의 지출 중에서 복지 관련 지출이 많을수록 그 국가를 적극적인 복지국가(국가주도성이 높은 국가로)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적극적인 복지국가가 반드시 복지수준이 높다고 단정할 논리적 근거는  없다. 국가의 복지수준은 경제활동의 세 주체 - 국가, 시장, 가족 -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 결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가의 제도들은 특정한 언어체계(Bourdieu, 2004)를 통해 사회규범과 합의에 위배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조율된 범주 내에서 인간의 문제들을 파악한다. 이는 일종의 문화자본 독점을 통한 권력행위이다. 제도의 범주 내에서 인간의 문제는 제도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 유폐된다. 국가는 본질적으로 언어에 적대적이다. 인간의 다양한 문제와 욕구를 보편적인 제도를 통해 해결하려는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시민사회의 언어는 복잡하고 난해하기 때문에 국가는 언어와 법률담론의 표준화를 통해 사회에 대한 가독성(readability)을 높이려 한다(Scott, 1999). 복지국가에서 시민은 ‘국민’으로 호명된다. 모든 국민은 제도의 대상으로의 지위를 갖는다. 복지국가의 국민은 ‘국민연금가입자,’ ‘기초생활수급권자,’ ‘장기요양 3등급,’ 등으로 불린다. 시민사회에는 이러한 언어가 없다. 국가의 언어체계는 시민사회의 복잡한 생활을 무질서로 간주하고, 질서의 완성을 통해 무질서를 제거하려는 실현불가능한 꿈을 꾼다. 제도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야 하는 개인은 사회 내에서 자신의 생존과 복지를 위해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기 보다는 제도에 의존하게 된다. 제도의존은 개인의 삶과 복지의 상당부분이 제도에 의해 보장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역설적으로 제도의 대상으로서 자신의 일대기를 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스스로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여건 하에서 개인의 삶은 매우 모순적으로 구성되며, 그것을 해결해야 할 책임은 온전히 개인에게 돌아간다. 

 

복지국가는 일종의 기술결정론을 추종한다. 인간의 문제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 정보와 데이터 관리를 통한 합리적 제도설계를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사회가 동원할 수 있는 과학적 지식과 관료제적 제도화의 정도에 따라 그 사회의 복지수준이 결정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문제와 인간의 문제와 욕구는 언제나 구체적인 서비스에 대한 수요로 치환되고, 제도는 이러한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주력하게 된다. 결국 제도는 문제의 본질을 획일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만드는 일종의 '프로그램'이 된다. 제도는 다양한 프로그램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을 것이므로, 사회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건드리게 된다. 그러나 그것 역시 제도라는 시스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마치 장기판 위에서 말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히 많지만, 어떤 경우에도 말이 장기판을 벗어나는 경우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권위주의적 국가와 허약한 시민사회의 조합에서 나타난다. 권위주의적 국가는 인간과 지역의 다양성을 간과하고 시민사회의 전통적이고 토착적이며 구체적인 지식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보다 표준화된 시스템을 더욱 신뢰하는 것이다. 허약한 시민사회는 자신의 문제를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상실할 뿐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역량이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제도와 시스템에 의존하는 사회는 결코 건강하거나 행복한 사회가 아니다.

 

상호의존의 시민사회

 

인간 사회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 시스템에 적합한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며, 시스템이 가진 기능과 역량을 유지하고 회복하는 방식이라야 한다. 최근 사회복지 뿐 아니라 정치철학에서 중요한 이념적 토대를 구성하고 있는 생태담론은 바로 이런 점을 강조한다.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는 다분히 자연발생적이다. 생태계 내에서 생명체들이 공동체를 형성하는 방식과 모양은 일종의 프랙탈(fractal)이다. 사적 영역에서 가족의 형성 원리는 작은 공동체가 형성되는 원리와 방법으로 복제되며, 지역공동체 등 더 큰 공동체의 원리와 방법으로 반복 복제된다. 그래서 모든 인류 문명에서, 국가 이전에 공동체가 존재하는 것이고, 여전히 지구상에는 아직 미처 근대 국가의 모양을 갖추지 못한 지역도 있으나, 공동체는 어디에나 존재한다. 

 

시민사회는 시장과 국가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가족의 외부에 존재한다. 시민사회는 단순히 배타적 경계를 갖는 생활공간으로서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주민들이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려고 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유재(commons)을 두고 발생하는 개인 간의 갈등과 그 해결과정을 연구해 온 오스트롬(Ostrom, 1990)에 따르면, 정부나 시장보다 시민사회의 자발적 조직과 규범이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으며, 시민사회의 축적된 역량을 중심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국가나 시장의 역사보다도 훨씬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복지는 인간이 가족과 사회를 형성하는 원리에 충실한 방향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일정 수준의 제도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 서구의 복지국가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며, 복지와 관련한 매우 중요한 유산이다. 그러나 그 제도 역시 인간 사회 구성의 기본 원리를 재확인하고 이를 회복하는 방식으로 구축되어야 한다. 스웨덴의 복지국가 형성과정을 사민주의 정치이념의 역사적 성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한 버먼(Berman, 2006)의 지적은 의미가 크다. 버먼에 따르면, 스웨덴이 사회민주주의 정치철학이 제도적으로 구현되고, 그 결과로 가장 진보적인 복지국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공동체주의적 호소에 기반을 둔 좌파의 전략” 때문이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가장 적극적으로 전제되는 스웨덴의 복지국가도 그 바탕에는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시민사회가 있다는 것이다.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은 인간사회의 구성 원리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상호의존은 공동체의 어떤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과 떨어져서는 생존할 수 없는 일방적 의존 관계와는 다르다. 상호의존 관계에서 참여자들은 정서적, 경제적, 생태적으로 서로 의지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갖는다. 따라서 상호의존 관계는 협력적이고 자율적인 참여자들 사이에서 발생한다.  정치철학 개념으로서 상호의존의 사회구성 원리는, 근대 국가 이후에는 국가와 시장의 존재를 정당화하는 정치 논리와 빈번히 대치해 왔다. 복지국가 역시 국가의 역량과 주도를 비교 우선의 위치에 부여한 복지체제이다. 복지국가의 성장을 설명하는 이론은, 그래서, 하나같이 국가 주도의 제도주의를 확인한다. 국가 중심의 제도화는 사회복지 제도와 서비스에 대한 인간의 욕구를 확대 재생산한다. 그것이 제도의 기초가 되기 때문이다.

 

상호의존 패러다임에서의 복지체제는 제도와 서비스에 대한 인간의 욕구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인간의 능력과 보살핌의 의지를 강조한다. 국가주도의 제도가 의학적 은유를 사용하여 문제 해결 중심의 접근을 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상호의존 패러다임은 문제에 대항할 수 있는 능력이 이미 가족과 지역사회에 담보되어 있다는 점을 전제한다. 정치철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역량을 사회자본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사회자본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핵심적인 구성요소이다. 물론 특정한 제도를 통해 사회자본의 양이 더 많이 축적될 수도 있다. 요컨대, 사회자본과 제도는 상보적인 관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자본이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화폐를 매개로 거래되는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복지’가 시민사회의 주체인 개인의 문제임에도 이를 둘러싼 무대의 주연들은 언제나 국가 또는 시장이었다는 점은 의아하다. 복지국가 논쟁을 둘러싼 담론들은 복지라는 공유재가 마치 국가와 시장 사이에서 선택적으로 소유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복지국가는 복지라는 공유재를 정부라는 통치체로 실현되는 국가의 관리와 규제 하에 두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가정한다. 이것은 이념적으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양자택일에 상응한다. 공유재와 관련해서 시장과 국가가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것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게다가 국가와 시장은 모두 그 역동성을 공동체적 형태에 의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그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컬하다(Giddens, 1998). 

 

상호의존 패러다임은 비화폐적 교환(non-cash trade)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적 영역에서 호혜적 관계를 통해 교환되던 서비스가 화폐경제 속에 편입되면 개인과 개인의 관계는 더 이상 상호의존적이 아니다. 화폐는 임금노동에 의해서 획득되며, 그러한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내몰려야 한다면 상호의존 패러다임은 성립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역사회 내의 자원활동, 지역화폐, 조합운동 등은 매우 중요한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활동 역시 제도권 내에 편입되어 있다는 점은 다시 극복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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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의 탈정치화와 민주주의

 

과학적 지식과 기술에 의존하는 제도공학적 사회에서 시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정치공간에서 주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형식적으로 제도화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의 규칙과 장치들로 부터 경쟁자들 사이에서 안정적인 협력구조를 제공받는 정치 엘리트들은 이러한 제도들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배타적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내부 정치공간에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기 위해 제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한편 제도의 대상자들은 정치공간의 주변부에서 제도의 수급권을 획득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권력게임에 몰두한다. 기술적으로 세분화된 사회문제와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확장되어 가는 복지제도에 기인하는 이익집단정치는 반복지정치(anti-welfare politics)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생활세계 주체로서 개인의 정체성과 제도와 법률의 언어로 호명된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간극에서 혼란을 경험하는 개인들은 역설적으로 공동체를 찾아 헤맨다. 최근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공동체 열풍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동적 행동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제도화된 국가 공동체로부터 타자화된 개인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한 성찰적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근대국가를 탄생시킨 계급으로서의 시민이 주체가 되는 정치공간은 복지국가의 태동과 성장으로 이어졌지만, 제도의 대상으로 파편화된 개인들이 구성하는 정치공간은 다분히 폐쇄적인 집단적 결속과 이해를 중심으로 한다.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개인을 폐쇄적인 가족 내부로 후퇴시키고 경력개발에만 몰두하게 했다면, 복지국가의 제도들은 개인들을 정치공론장의 외부에 주변화시켰다. 이것은 매우 아이러니컬한 문제다. 복지국가의 형성과 팽창의 토대가 되어 왔던 정치적 역동이, 복지국가의 사회정책들이 정교한 제도들로 구축되어 갈수록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제도의 대상으로서의 개인은 대상으로서의 자격을 유지 혹은 확대하기 위한 권력게임에 참여한다. 이 권력게임은 제도와 개인 사이의 일대일 관계를 구성한다. 이렇게 구성된 관계는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조차 개인 차원의 정치적 발언권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일방적이다. 따라서 개인들은 제도의 개선 혹은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정치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정치적 연대는 제도의 수급권을 둘러싼 길거리 권력을 형성하게 된다. 

 

복지국가 정치공간의 분절화는 시장의 분절화와 닮았다. 분절된 공간 안에서 교환의 규범과 방식은 별개로 존재하며 작동한다. 내부 정치공간은 정치 엘리트들의 지위 투쟁의 공간이며, 주변부 정치공간은 제도 수급자들의 투쟁 공간이 된다. 적어도 두 개로 분절된 정치공간 사이에는 소통이나 교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투표에 의한 선거방식으로만 구현되는 대의민주주의의 형식적 합의에 의해 유지될 뿐이다. 개인과 가족의 복지 수준은 정치엘리트들의 이익과 제도에 의해 일시적으로 집단화한 수급 권력자들의 이익 사이에서 균형을 이룬다.

 

복지를 둘러싼 국가-시민사회-민주주의의 관계는 변증법적으로 순환한다. 복지국가의 제도는 시민사회의 참여와 합의를 통해서 수립되고, 시민사회의 역량은 제도화된 민주주의에 의해 조직된다. 그러나 한편으로 복지국가의 제도들은 시민사회의 정치적 역량을 형해화하고, 민주주의를 형식적 수준에서만 작동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국가-시민사회-민주주의의 순환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지배하거나 식민화하려 할 때 대립적이 되며, 결과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약화시킨다. 복지국가 체제를 통해 충분히 강화된 국가의 권력은 시민사회 역량의 조직화와 동원을 통해 합목적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형식적 수준에서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가 더 나은 삶과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을 구현하는 것이라면, 실질적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국가와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답이다.

 

 

1) 이 글의 일부는 다음 논문들의 내용을 요약적으로 발췌했음: 한동우(2012) “복지국가와 시민사회: 제도의존을 넘어서,” 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30: 57-77; 한동우, 최혜지(2015) “복지국가는 사적영역을 어떻게 식민화하는가,” 한국사회복지학, 67(2): 161-181.

 

[참고문헌]

한동우(2012). “복지국가와 시민사회: 제도의존을 넘어서,”『한국사회복지조사연구』, 30: 57-77.
한동우, 최혜지(2015). “복지국가는 사적영역을 어떻게 식민화하는가,”『한국사회복지학』, 67(2): 161-181.
Berman, S.(2006). The Primacy of Politics, 김유진(역)(2010).『정치가 우선한다』후마니타스.
Boudieu, P. 최종철(역)(2004). 『구별짓기: 문화와 취향의 사회학』, 새물결.
Giddens, A.(1998). The Third Way: The Renewal of Social Democracy, 한상진, 박찬욱 (역)『제 3의 길』, 생각의 나무
Ostrom, E.(1990).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University Press.
Scott, J.(2009). Seeing Like a State: How Certain Schemes to Improve the Human Condition Have Failed. Yale University Press.

목, 2016/12/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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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편집위원장

 

때론 촘촘함의 부족이 누군가의 안위를 위협하고, 때론 지나친 촘촘함이 또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옥죈다. 균형의 미학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균형점은 시원하게 제 위치를 드러낸바 없다. 정신질환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또 다른 균형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이라는 이름으로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우려스런 모양새로 인해 각자의 견해에 무게감을 더하려는 서로 다른 시각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 중이다.

 

사회제도는 인간 집단 지성의 순수한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미 수명을 다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일부 사회제도는 집단 지성에 대한 인간의 신뢰를 조롱한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도덕성을 빌미로 징벌적 인권 제한을 허용했던 과거의 제도는 집단 지성의 한계를 과장 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정신질환자에 관한 사회제도만은 집단 지성에 대한 견고한 신뢰에 힘입어 더디게 변화해 왔다. 

 

정신질환은 범죄의 선제 또는 충분조건으로 단순화 되어 정신질환자는 사회로부터의 분리가 강제되어 왔다. 사회구성원 다수의 안위를 명분으로 사회적 존재인 정신질환자에게 사회를 몰수하는 국가권력이 오랫동안 지지되어 왔다. 정신질환은 자유의사를 지닌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에게 부여된 인간적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는 신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정신질환자가 범죄에 연류 될 때마다 정신질환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지지되고 사회적 격리는 불가피한 이성적 결정으로 정당화 되었다. 이동의 자유, 거주의 자유는 너와 나, 우리의 천부적 권리임에도 그들에게 만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자, 전문가, 국가의 권력이 개인의 의사위에 행사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구법의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다. 촘촘해진 규정으로 강제입원의 오용 가능성이 감소할 여지는 인정되나 강제입원이 지닌 정신질환자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종식시킬 의지는 결여되어 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한 지지는 종종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주장하는 다수의 안전의 권리와 충돌한다. 그런데 다수의 안전은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와 개입을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 사회로부터의 격리라는 징벌적 수단이 다수의 안전을 보장하는 해법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쌍수 들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번 호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음영을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자 했다. 

월, 2016/08/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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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26/03/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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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난민의 소수성에 시비한 다수의 무시는 잔인한 폭력이다. 배제된 적극성을 방패로 존재하는 자의 시간과 공간을 비현재화 하는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 

 

‘존재자체가 역모’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존재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에서 난민은 존재에 대한 인정조차 거부되었다. 때문에 문화다양성의 가시성이 재촉한 다문화의 기류 속에도 난민은 쟁점의 표면으로 부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줄 곧 우리 사회는 난민의 존재를 외면해 왔다.    

 

2014년 한해 전쟁이 야기한 난민은 5,590만 명에 이른다. 시리아에서만 4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누군가는 지중해를 건넜고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향했다. 2015년 5월까지 우리 정부에 난민인정을 신청한 건수는 이미 11,172건에 이른다. 우리라는 인지적 공간 내에 존재한 바 없는 난민이 이미 우리의 경계 내에 터했음이다.

 

이 중 496명이 난민으로 인정되었다. 5%를 넘지 못하는 인정률이다. 올 한해 1,633명의  신청자 중 1.2%만이 난민지위를 인정받았다.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가입국의 평균 인정률은 38%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률이 정상범주에서 벗어나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인구수 대비 난민인정자 비율은 0.0005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 0.2명과 견주기도 민망한 수치이다. 난민을 가장한 불손한 의도에 기만당하지 않겠다는 강박이 기승한 결과이다.

 

쉽게 허락되지 않는 이름 ‘난민’은 절박에 기댄 비참의 인내를 요구한다. 난민으로 인정되기까지 생존은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옹색한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1) 그나마 6개월의 지원을 끝으로 생존은 각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이곳에서 난민은 생존이라는 이름의 또 다른 전쟁을 강요받는다. 난민의 뿌리 되기를 거부하는 우리 정부의 비겁한 자기표현이다.

 

이산은 우리의 역사적 현실이다. 피난민은 과거의 우리이며 여전히 우리 정체성의 일부이다. 연유와 형태는 제각각이나 이동은 현대인이 삶을 운영하는 방식이고 동력이다. 이산과 난민은 이동의 결과이다. 나고, 자라고, 늙어갈 공간이 서로 다른 이동의 시대에 난민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는 좀 더 ‘떳떳’해야 한다.

 

1) 난민신청자는 4인 가족의 경우 월 1,105,600원의 생계비를 6개월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는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670,000의 66%에 불과한 금액이다.

월, 2015/11/02-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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