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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한살림까지 7,000km

지역

북한에서 한살림까지 7,000km

익명 (미확인) | 금, 2018/05/25- 18:19

살림의 길에서 만난 이 사람

이철만·금향 충주공동체 예비 생산자 부부

이철만·금향 부부는 북한에서 건너온 새터민이다.
쉽지 않은 세월과 머나먼 길을 지나 남한 땅에서 부부를 이루고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고,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의 예비생산자가 되었다.
우리와 같지만 조금은 다른 과정을 살아온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철만 생산자는 북한에서 밥을 굶고 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고 한다.
밥 먹을 입을 줄이고자 집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그나마 중국 연변 조선족자치구에 접한 함경북도 회령에 살았던 덕분에 중국을 넘나들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평안도에 살았던 금향 생산자도 밥을 굶지 않기 위해 돈 벌러 중국으로 건너갔다. 돈을 벌어서 북한으로 다시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때까지도 남한이 북한보다 잘 산다는 걸 알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신발을 신고 잤어요. 항상 도망갈 준비를 한 거죠.” 금향 생산자는 중국 공안이 언제 잡으러 올지 몰라 항상 불안에 떨면서 일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여자가 나은 편이죠. 남자 잡을 때는 진짜 영화에서처럼 온다니까요.” 이철만 생산자는 중국공안이 탈북민을 잡으러 올 때는 총으로 무장하고 10명이나 되는 인원이 함께 온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부부는 서로의 존재를 몰랐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중국보다는 남한이 좋을 거라는 생각은 같았다. 중국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남한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못 사는 가족인데도 집이 세 칸, 네 칸씩 되는 거예요. 중국에서 고생하느니 잘 살고 말도 통하는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했죠.”
부부는 각각 중국을 넘어 제3국의 한국대사관을 통해 남한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직선으로 겨우 200km 거리지만, 그들이 남한 땅에서 부부를 이루기까지는 7,000km를 돌아와야 했다.

 

아주 큰 운동장에 버려진 짱돌
남한으로 오는 길은 죽을 고비의 연속이었다.
얼어 죽을까봐 바들바들 떨어서 야산에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부부는 각각 새로운 삶을 꿈꾸며 남한으로 왔다. 국가정보원에서 조사를 받고,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희망에 부풀었다.

조사와 교육이 끝나자 한국정부는 정착금 300만 원을 쥐어줬다.
하지만 정착금은 남한으로 오는 길을 인도해준 브로커가 수수료로 전부 가져갔고, 땡전 한 푼 없이 사회에 나왔다.
이철만 생산자는 당시 ‘아주 큰 운동장에 버려진 짱돌’처럼 외롭고 절망적이어서 중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고 한다.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회사와 사람
이철만 생산자가 가구공장에서 일을 할 때 지게차 운전사가 그렇게 부러웠다고 한다.
매일 녹초가 되도록 일했지만, 월급은 슥슥 운전만하는 지게차 운전사가 더 많이 받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닌 적도, 공부를 한 적도 없었다. 진짜 공부를 하기로 결심하고 대안학교를 찾았다.
탈북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셋넷학교는 한국사회에서 처음으로 부부를 따뜻하게 품어준 둥지 같은 곳이었다.
이철만 생산자는 셋넷학교에서 중졸·고졸 검정고시에 모두 합격하고, 일생의 반려자인 금향 생산자도 만났다. 서울 당산동에 있던 셋넷학교가 원주로 옮기면서 이철만 생산자도 원주로 함께 이사했다.

이철만 생산자는 빡빡한 서울을 벗어나 여유를 가질 수 있었고, 배움을 통해 자존감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를 나서 다시 노동자가 되면서 자본주의 대한민국의 민낯을 마주했다.

중장비 등 각종 자격증을 10개나 땄는데, 자격증은 종잇장에 불과했다.
건설장비를 운행하기 위해 취직을 했지만 장비에는 앉을 수도 없었다. 직업을 바꿔 자동차 정비도 하고, 특수장비차 제작도 했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에서 ‘사람’을 느낄 수는 없었다.
사장님과 단둘이 가족처럼 일했던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는데, “우리는 가족”이라고 했던 사장님이 돈 계산을 하면서 자꾸 말을 돌렸다.

 

 

북한에서 가장 싫어했던 농사
다행히 산재보상을 받고, 치료와 회복을 위해 몇 달을 쉴 수 있었다.
셋넷학교 교장선생님이 농사를 지을 것을 권했다. 하지만 이철만 생산자는 농사가 정말 싫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가장 안 좋은 직업이 농사였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비료, 농약 등 농사를 짓기 위한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반강제적으로 유기농사를 짓는데, 농기계가 없어서 순수하게 인력으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고민 끝에 농부가 되기로 했다. “자본주의에서 느낀 건 사람보다 돈을 중시한다는 거예요. 농사를 지으면 돈 버는 부품처럼 취급당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셋넷학교는 한살림원주 등 원주 지역 시민단체와 깊은 연대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철만·금향 생산자 부부도 그 인연으로 한살림 생산자공동체인 충주공동체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냥 농약 쓰지 않는 곳, 비싼 곳 정도로만 알고 있던 한살림이 부부에게 점점 더 새롭게 다가왔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한살림은 아이에게 먹일 건강한 음식을 보내주는 곳이었고, 농사를 시작하고 한살림 생산자가 되기를 기다리는 지금은 가족의 앞날을 돕는 고마운 손길이다.

이철만 생산자는 충주공동체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해식 생산자에게 특히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농사 걸음마부터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시고 자리 잡게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지금 감자 파종도 했고, 생강 심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철만·금향 생산자 부부에게 꿈을 물었다.
“돈도 벌고 싶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면 좋겠어요.”
평범한 대답이 오히려 반갑다.
한살림이 이 부부에게 자본주의 대한민국 사회에도 희망이 있음을 알려주는 곳이기를 바란다.

 

 

인터뷰·사진 장순철 정리 박근모 편집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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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진주 지역 파트너인 길잡이 교사 인터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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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1/08/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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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역 일자리가 주목받고 있다.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수도권으로 향한다. 지역에 남고 싶어도 생애 경로에 따라 나만의 커리어를 쌓기란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3일 양승훈 교수(경남대 사회학)와 줌(zoom) 인터뷰를 통해 ‘지방소멸과 청년 일자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양 교수는 저서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에서 지역사회와 산업의 관계. 산업의 흥망성쇠에 주목했고, <추월의 시대>에서 80년대 시각으로 한국 사회의 성장기를 들여다보고 재해석한 바 있다.

Q. 지난 10여 년 동안 청년들의 취업 절벽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 요인이 영향을 끼치겠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어떤 일자리를 공급했는지 살펴야 한다. ‘중위계층 청년이 취업하기 좋은 환경이었나’를 따져봐야 한다. 대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제조업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제조업 일자리도 1990년대 이후로 비정규직화되었다. 정규직 채용도 줄어들면서 누적된 게 청년 취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학생이 늘었난 점도 들 수 있다. 2000년대쯤부터 대학진학률이 70%까지 높아졌다. 대졸 청년들은 ‘화이트칼라’인 사무직이나 엔지니어직 혹은 연구직으로 가고 싶어 하는데 이러한 대졸 일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비정규직화 등 제조업 일자리의 질도 많이 떨어진 측면이 있다.

Q. 실제 정부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일자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산발적이고, 임시적이라 ‘좋은 일자리’는 아닙니다. 이에 관한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정부와 지방정부가 만들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공무원과 공기업밖에 없다고 본다. 청년취업 시장의 압박이 커지면서 공공부문에서 직접 일자리를 창출했지만, 시험을 치러야 하기에 허들이 높을 수밖에 없다. 다수의 청년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두고 ‘나하고는 먼 일자리’라고 여길 정도로 장벽이 높다.
또 다른 축으로는 정부가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며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 간접 일자리다. 대표적으로 고용노동부의 디지털 일자리 사업(개발자, 빅데이터 분석가, 유튜브 제작자)을 들 수 있다. 해당 사업은 정부가 기업에 인건비 제공 및 최소 6개월 고용을 보장하는 등 기업과 대학 간 이해가 맞물려 나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청년이 볼 때 근무형태, 근무조건, 처우의 질이 떨어지는 간접 일자리가 많았다.
일자리 사업이 잘 작동하지 않는 이유는 중소기업이 강소기업이 되는 동시에 청년은 커리어 패스를 만들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데 미진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독일 사례처럼 중소기업의 현황과 기술, 직무 등을 표준화해 업데이트하며 관리‧평가한다면 학교나 지자체에서 연결하는 간접 일자리의 질도 표준화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Q. 부산, 울산, 경남(이하 부울경)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제조업의 중심축입니다. 어찌 보면 청년일자리가 풍부할 것처럼 보입니다.

부울경 중 부산과 울산‧경남은 다른 양상이다. 부산은 영세기업과 중소규모 이상의 서비스업 위주의 일자리가 있지만, 임금이 열악하다. 부울경 청년 중 화이트칼라로 일하고 싶은데 수도권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아 부산으로 취직해 박봉으로 일을 시작한다.
노동시장의 공급은 많고 수요가 적기 때문이다. 반면 울산‧경남은 전체 일자리를 보면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다. 들여다보면 생산직 일자리가 많고 전문직, 사무관리직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 양승훈 교수(좌)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우)

Q. 실제 현황은 어떤가요. 부울경의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자리의 질적 전환 측면에서 보면, 생산직 일자리가 많아도 일자리의 질은 다른 문제다. 자동차 기업이 정규직을 채용하지 않는 추세다. 생산직 인력이 필요함에도 정규직이 아닌 원하청 도급 형태로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구직자가 ‘n차 하청’에 일할수록 일자리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열악해지고 있는 셈이다. 주로 생산직에 취업하는 남성 청년은 ‘하청 일자리’를 아르바이트처럼 경험할 수 있어도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성 청년은 서비스업이 많은 부산에서 일하는데 박봉이기 때문에 이직을 원한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울산‧경남의 사무보조직으로 이직하고 싶어도 단기‧무기계약 형태가 많다. 만약 결혼하거나 출산하는 등 생애 경로 변화를 감안하면 일자리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규직으로 자신만의 커리어 패스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역 일자리와 구인‧구직 간 구조적 미스매칭이 벌어지고 있다.

Q. 청년이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지방소멸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또 이런 흐름을 바꾸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청년이 지방을 떠나는 요인은 복합적이지만 일자리 문제가 크다. 현재 일자리가 열악하더라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면 지역에서 일하는 것도 괜찮다. 용접을 배워 생산직으로 일하다가 ‘이직 사다리’를 타고 커리어패스를 만들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일자리의 상향 이동이 어렵다. 대졸 사무직은 근속이 쌓여도 초봉 언저리를 맴돌고, 기술이 있는 생산직도 연봉 형편이 조금 나아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밖에 지역에서는 대기업의 스핀오프로 생긴 중소기업이나 지자체의 사업이나 정부의 보조금으로 인건비만 유지하는 정도의 기업이 많아서 청년들이 지방에 남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 관점에서 보면 이 중 하나는 보장돼야 한다. 진급 혹은 이직을 통해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거나 처우나 인정 등 대우를 잘 받을 수 있어야 한다.

Q. 지방소멸의 이슈와 연결되는데 지방대학의 위기도 심각한 상황입니다. 대학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지방사립대 중 올해 25%가 신입생을 뽑지 못한 곳이 다수다. 내년에는 지방대학의 위기가 전면화될 것이다. 지역에서 청년을 머금은 곳이 ‘일터’와 ‘대학’이다. 대학이 없어지면 지역에 청년이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지방사립대에서는 정원 미달한 학과를 폐과하고 있는데 향후 지역의 전문가가 사라지는 동시에 물리치료, 사회복지, 다문화 전공 위주로 남는 상황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들 전공은 유연화된 일자리가 대부분이고, 직업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 국립대 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즉, 지방국립대는 대학원 중심으로, 지방사립대는 학부 내실화 및 직업교육‧연계 전공 등으로 기초소양 역량을 보강하는 쪽으로 역할을 분담하면 어떨까 싶다.

Q. 지방정부들이 청년조례를 만들거나 다양한 청년정책을 벌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지역의 청년정책과 관련해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지방정부가 다양한 청년 정책 및 조례 제정 등을 펼쳤지만 청년 맞춤형으로 다원화된 모델을 개발한 경험이 미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마다 ‘베스트 프렉티스’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으로 ‘청년몰’ 사업이 아닐까. 청년몰은 ‘먹거리’, ‘미술’, ‘수공예’ 등으로 꾸려지지만 막상 사업을 들여다보면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렵다. 이처럼 ‘청년’의 이름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신화에 갇힌 정책들이 있다.
만약 해당 지역이 제조역량을 지녔다면, 이에 걸맞은 청년 정책을 발굴해야 하는데 오히려 관광산업으로 돌리는 등 선례를 따르고 있다. 지역의 전적인 잘못이기보다 다양한 청년 정책 및 사업의 개발이 더디고, 성공사례를 조직하지 못한 탓이다. 다만, 정책을 개발하는 더딘 속도보다 지방소멸 속도가 빠르다는 게 고민이다.

Q. 교수님께서는 지방소멸, 청년정책 등과 관련해, 여러 칼럼을 통해 청년의 언어가 없다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이에 대한 조금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나 ‘의대생 국시 거부 사태’ 등으로 ‘청년’과 ‘공정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들 사태는 엘리트 게임으로 노동시장을 자극적으로 소비하는 데 주목하고, 대다수 청년이 처한 현실은 다뤄지지 않았다. 대기업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도 일부 청년만 누릴 수밖에 없다.
청년으로 호명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봤을 때 다수 청년의 목소리는 투영되지 않고 있다. 고졸 남성과 여성, 전문대, 지방사립대 등 다양하게 구직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대표해야 한다. 오히려 지방의 기업에 청년이 일할 만한 환경을 만드는 표준 체제를 어떻게 도입할지 논의하는 게 건전하지 않을까. 청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논의에서 평범한 청년의 목소리가 자꾸만 소거되는데, 이러한 지점에서 청년의 언어가 필요하다.

Q. 우리나라에서는 산업구조의 전환도 함께 요구되고 있는 실정입니다(에너지전환, 전기차, 스마트팩토리 등). 청년 정책과 산업구조의 전환이 함께 결합될 수 있을까요.

자동차 산업이 수소차‧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자‧전기 계통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수도권에, 내연기관 클러스터는 대구‧경북‧울산 반경으로 있다. 산업 전환 관련한 연구의 원천 기술은 수도권에서 개발하지만, 실제 기술로 구현하려면 동남권의 현장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지역에서만 궁리할 수 있는 일자리와 작업이 있다는 것을 좀 더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대개 ‘회사의 다각화’라는 측면으로만 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지역의 ‘장소성’을 부각하고, 산업의 전환을 꾀한다면 역설적으로 지역에, 그리고 구직하는 청년에게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최근 희망제작소에서는 ‘지역차별언어 바꾸기’ 캠페인 설문조사(440명 응답)를 벌인 결과 40~50대 응답이 높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20대 청년의 응답이 높았고, 지역차별에 관한 체감도 높았습니다. ‘지역 격차’와 ‘차별’이 가까이에 존재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관한 의견 있으신가요.

대학의 서열화가 심해진 측면이 있다. 과거부터 대학의 서열화가 존재했고, 차별의 언어도 있었지만 갈수록 그러한 언어를 일상적인 언어로 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고졸자’를 향해 ‘고졸 인성’이라는 둥 학력을 인성과 연결 짓기도 한다. 또 젊은층 사이에서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이라면 지역 격차나 지역 차별도 덩달아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 인터뷰 진행: 임주환 희망제작소 소장
–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8/1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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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의 2명 중 1명은 수도권에 거주 중이고, 5명 중 1명은 서울특별시 사람, 4명 중 1명은 경기도 사람이다. 가장 최신 자료인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현황」 2021년 6월 기준, 전국 인구는 약 5,167만 명인데, 서울시 인구는 약 957만 명, 경기도 인구는 약 1,350만 명이다.

반면, 매년 대구·경북은 약 2만 명, 전북·전남은 약 1만 5천 명, 경남은 약 1~2만 명, 광주는 약 3~4천 명, 대전·울산은 약 1만 명 정도 계속 줄고 있다. 통계청의 전입·전출의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시군 지역에서 교육 및 취업을 목적으로, 도 소재 대도시 및 광역시(또 이들 지역서 서울로) 및 서울로 이동, 서울에서는 집값을 이유로 경기도로 이동하는 양상이다. 이 흐름은 사실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중소도시는 인구감소 및 지역쇠퇴를 겪고 있고 농어촌 군 단위 지역은 지역소멸을 겪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급속한 저출생 고령화의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19.6.27.)」로 확인되는데, 2020년 현재, 전국 고령인구 비중은 15.7%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강원·전북·전남·경북은 20%를 넘어 이미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2047년에는 수도권·충청권 제외 대부분 지역이 생산연령인구 50%미만, 경제활동인구 23%미만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농어촌 및 중소도시의 인구감소 및 활력감소, 일부지역 소멸위기의 확산 경향은 주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청년 인구가 도시에 집중해 있을 뿐 아니라 농촌 및 지방소도시로부터 청년층의 이탈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청년층 이탈은 가장 핵심적 이유는 역시 전문대졸·대졸 이상의 젊은 층들에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 및 수도권에 과도하게 인력 및 자원이 집중된 탓에 지방은 혁신을 위한 인재나 자원이 유출되고 부족하게 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다. 배규식 경제사회노동위회 상임위원(2021)은 이러한 ‘지역산업과 청년일자리의 악순환 구조’를 [지역산업 활력감소→양질의 일자리 부족→청년들의 출신지역 이탈→청년인력(인적자원) 부족→지역산업 정체/쇠퇴→지역 쇠퇴/소멸] 순으로 표현했다.

지역소멸 위기 속 거창군의 선택

지역소멸의 위기 속 나름 군 단위 농촌지역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대응을 하는 곳을 소개한다. 거창군의 승강기밸리로 거창군민·거창군청·중소기업 주도 산학연관 지향형 모델로 승강기 제조업을 기반산업화 하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창군 인구는 6만 1,555명(2021년 6월 기준)으로 지난 10년 사이 약 1500명 감소에 그쳤다. 인접 인구 유사지역인 함안군은 경우 지난 10년 간 3배 가까운 약 4,300명이 감소했다.

거창 승강기밸리의 성공요인을 찾자면 무엇보다 초기 거창군민들이 ‘교육도시’로 유명한 거창에서 폐교 위기에 몰린 거창기능대(한국폴리텍대Ⅶ 거창캠퍼스)를 어떻게든 존속시켜보자는 열망과 노력 끝에 한국승강기대학을 특성화 설립하면서 거창 승강기밸리의 시작 배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거창기능대는 지난 2005년 노동부 전국기능대 정비계획에 따라 폐교 위기에 놓이자 거창군민과 거창군이 합심해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더 나아가 지방의회인 거창군의회 건의문 채택을 이끌고 경남도·노동부·국회 방문 탄원까지 진행했다. 광역지자체, 중앙정부, 입법부 등 상위 정책결정 단위 모두에 거창군민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끝에 거창군이 노동부로부터 거창기능대를 무상 양수·양도 받게 되고 한국승강기대학을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함께 설립했다.

둘째, 거창군의 적극적 중소 승강기기업 유치 및 중소기업 주도 성장 모델이라는 점이다. 거창군과 경남도는 전국 최초로 승강기 밸리(산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초기에 분양가 90% 입지보조금 및 금융지원, 시제품제작비·승강기안전인증비용 지원, 직원사택 월세지원 등 파격적 지원을 약속하며 초기 22개 기업을 유치했다.

현재 37개 중소기업이 들어와 7백여개 일자리 창출, 연매출 2천억원 달성 등 거창군의 전략산업으로 거듭났다. 입주기업 중 코리아엘텍은 인력 12~14명에서 35명, 연매출 40~50억원에서 135억원으로, 누리엔지니어링(주)은 인력 12명에서 58명, 연 매출 2.8억원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성장했다.

셋째, 산학연관의 외형적 기반을 마련하고 (사)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를 조직했다. 구체적으로 산(승강기밸리기업-기반산업화·지역고용)·학(한국승강기대학-실무전문인력배출)·연(승강기안전기술원(승강기 R&D센터)-성능·시험인증,시제품제작지원)·관(거창군-지원조례제정) 클러스터의 외형적 틀을 갖추고,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를 통해 정기적 만남 및 정보교류, 의견 조율 및 국제승강기엑스포 참가, 신기술공동개발 기획 등을 하고 있다.

넷째, 승강기 제조업이라는 산업 선택이다. 승강기 산업의 신규설치 세계 시장규모는 ‘18년 기준(출처: 국제표준화기구) 92.2대인데, 한국이 약 5만대로 세계 3위다. 한국은 국토 면접이 좁고, 수도권 및 지역거점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되어 승강기가 구조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노후건축물 리모델링 및 고속엘레베이터 수요가 확대 되고 있다.

또한 기 설치된(우리나라 현재 약 75만대) 모든 엘리베이터에 대한 유지관리 보수도 법적으로 의무화 되어 있어 그 시장도 만만치 않아 인력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결국 거창군의 승강기전문인력 공급처인 승강기대학과 승강기제조업은 승강기 기술역량을 갖추고 집적효과를 보일 만한 클러스터를 가질 경우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갖게 되는 장점이 큰 산업이다.

하지만 한계 지점도 분명하다. 우선 승강기대 졸업생들이 주로 취업선호도가 높은 대기업과 공기업, 수도권 소재 기업에 취업하면서 거창관내 기업고용에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승강기밸리 기업들은 직원들의 잦은 이직, 고급 숙련인력 확보 어려움 등을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 승강기대학의 숙련인력 배출, 적정처우 바탕 지역고용 확대가 시급한 과제다.

또한 산학연관의 외형적 기반은 있으나 활성화돼 있지 않다. 승강기밸리기업협의회 활성화 및 승강기안전기술원의 역할 확대로 현재 중단된 G엘레베이터 사업(협업생산·브랜딩) 재개, 스마트기반구축사업 및 신기술개발 협업체계 구축 등 기업간 협업 및 산학연관 네트워크 강화에 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주택·병원·문화시설 등 입주기업 노동자들의 정주 여건 강화도 중장기 과제다.

거창 승강기밸리가 지역소멸 대응의 완전한 성공사례가 부르긴 어렵다. 하지만 거창군민과 거창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특성화 대학인 한국승강기대학을 유치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승강기 제조업을 기반산업화 해 37개 승강기기업 입주, 7백여개 일자리 창출, 연매출 2천억원 달성이라는 농촌 군 단위에서 보기 드문 성과를 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러한 성과 덕분에 인구감소에 비교적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거창군민의 지역고용, 거창군 외 지역 출신 노동자의 거창 정착이 좀 더 많아지고, 지속 가능하다면, 거창 승강기밸리가 지멸소멸 대응의 완전한 성공 사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며 그 점에서 거창은 현재 7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평가할 만 하다.

-글: 고광용 연구사업본부 연구원 [email protected]

화, 2021/08/17-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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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 대응을 위한 지역고용 확대 및 지역경제 회복 전략 선택 및 성공지역 벤치마킹은 지역의 인구 및 자원, 산업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래서 도시/농촌/도농복합지역으로 나누고, 산업 유형 별로 유형화한 지역고용 및 지역경제를 활성화한 성공 사례를 제시한다.

우선 도시지역은 크게 ▲제조업 혁신 ▲서비스업 혁신 ▲재생에너지혁신 등 3가지 모델, 농촌/도농복합지역은 ▲특정산업유치형 ▲혁신도시(이전기관)연계 산업유치형 ▲농업혁신형 ▲재생에너지산업유치형 등 4가지 모델로 유형화 해 소개한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읽고 싶다면 ▶지역특성에 맞춘 고용 활성화 전략은?

금, 2021/08/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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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을 겪고 있는 도시에서 청년들이 다채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8년부터 매해 1개 마을 1개 청년 그룹을 공모해 진행하는 ‘청년마을’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12개 마을, 12개 그룹(강원 강릉, 경북 상주·영덕, 경남 거제, 부산, 울산 울주, 인천 강화, 전남 신안, 전북 완주, 충남 공주·청양, 충북 괴산)이 도전에 나섰다.
‘청년마을’에 참여하는 청년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커뮤니티 공간, 창업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 특산물과 전통사업을 연계하는 등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탐색한다. 청년 다섯이 뭉친 스픽스(SPIX)의 ‘주섬주섬 마을’도 ‘청년마을’ 사업의 일환이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박현정 매니저를 지난달 25일 줌 인터뷰로 만났다.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곳, ‘불모지’가 ‘기회의 땅’으로

Q. ‘주섬주섬 마을’의 근황을 전해주세요.

박현정: 저희는 신안군 ‘청년마을’에 오신 분들을 ‘플레이어’라고 부르거든요. 상상하긴 쉬운데 상상을 깨고 현실로 옮기긴 어렵잖아요. 게임처럼 거침없이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 ‘플레이어’라고 부르는데 현재 각자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행 중이고요. 1기수는 15명이 모집되었는데, 미국, 서울, 목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오셨습니다. 이밖에 네트워킹을 하는 ‘주섬주섬 필요회’, 루프탑을 조성하는 주민회의 ‘비행청년’, 공간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무단점거’, ‘브랜드 탄생기록 피칭데이’ 등을 열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 소개해주세요. 

박현정: 간판 프로그램은 ‘주섬주섬 한 달 살기‘입니다. 안좌도에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건데요. 플레이어인 사진작가는 현재 저희가 머무는 ‘와우마을’(지명)의 주민 분들 얼굴을 찍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얼굴에 담긴 빛을 담아서요. 플레이어 한 분 한 분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게 핵심이죠.
또 주민과 네트워킹도 해요. ‘주섬주섬 필요회’와 ‘무단점거’를 들 수 있는데요. 안좌도는 인적 드물고,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돈도 벌어야 하고, 주민과 친해져야 하고, 스스로 행복을 얻어야 하잖아요. ‘주섬주섬 필요회’는 청년들이 일거리, 먹거리, 놀거리, 도울거리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해결하는 모임이죠.
마지막으로 ‘무단점거’는 4년째 방치된 폐교에 들어가서 일종의 청년을 위한 ‘메이커스 공간’을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공간에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 내부 소음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차음벽을 설치해 랩메이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요.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 공간, 영화관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주섬주섬마을 멤버들과 박현정 매니저(사진 맨 오른쪽) ⓒ스픽스

⛵ 목포에서 신안으로, 안좌도로, 지역을 떠나지 않는 이유

Q. 신안에 연고가 있었나요.

박현정: 스픽스가 신안에서 활동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목포를 주 무대로 활동하다가 신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물 매개 교육’을 했거든요. 방과후교실에 앵무새와 파충류를 직접 가져가서 준비해두면 아이들이 어깨 위에 앵무새를 얹어보고 경험하는 고정이죠. 이렇게 신안에서 자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부모님과도 친해졌어요. 목포에서 신안을 왔다갔다가 이렇게 안좌도로 들어와 ‘주섬주섬 마을’을 하게 된 거죠.

Q. 수도권보다 신안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현정: 예전부터 지역에 애착이 강했어요. 스픽스는 대학 졸업하고, 남들처럼 취업하는 회사라기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거든요. 신안군이 위치한 전라남도 서남권이 지역소멸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이잖아요. 저희가 이곳에 남아서 지역을 존속하면서, 앞으로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었어요.

Q. 안좌도에 막상 살아보니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박현정: 프로그램을 꾸리는 저희나 플레이어나 ‘안좌도는 생존의 영역’이에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더라도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고요. 택시도 없어요. 자연 그 자체의 환경이니까 지네에 물리기도 하고요. 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많은 불편함이 뒤따르죠. 이러한 애로사항은 ‘주섬주섬 필요회’에서 서로 도와주고 토로하니까 많이 해결되고요. 무엇보다 안좌도에 온 플레이 분들이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죠.

Q. 안좌도에서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게 어땠나요.

박현정: 외지인이니까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목포에서 신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안면은 튼 학부모님도 계셨고, 아이들도 저희를 좋아하니까 조금씩 풀어갈 수 있었어요. 전보다 학부모님을 자주 찾아가서 만나고, 마을 어르신도 찾아뵙고요. 어르신께 “언제 밭 나가는 날이에요?”라고 여쭤봐요. 누구나 처음부터 마음을 확 여는 건 어렵잖아요. 자주 얼굴 보고, 일손을 보태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중이에요.


▲ 주섬주섬마을 멤버들과 박현정 매니저(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스픽스

⛵ 작은 섬마을, 작은 도시에서 청년이 삶을 꾸린다는 것

Q. 지역에서 청년은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요.

박현정: 대개 수도권을 두고 기회의 땅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지역이 더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는 발굴되지 않은 여러 재미있는 문화와 이야깃거리가 많거든요. 발굴되지 않은 지역자원을 청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지역을 존속시킬 수 있고, 청년이 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봐요. 일종의 ‘청년의 방식’으로 지역을 이어가는 거죠.

Q. 지역에서 살아보니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박현정: 지역에서 청년이 원하는 건 정말 다양해요. 다만 원하는 걸 모두 누리긴 힘든 현실이죠. 단번에 모든 불편함을 해결할 순 없어도 지역에서 청년들이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청년운영협의회가 있다든지, 지역에서 청년 초기 정착할 때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리요.

Q. ‘주섬주섬 마을’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박현정: 주섬주섬 마을이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상상하는 것이 이상한 사회에서 상상하기 위해 모인 이상한 마을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저희 마을에 처음 플레이어 중 독특한 청년들이 많아요. 요새 ‘N포세대’라서 상상하는 걸 당연히 포기하는 게 당연시하잖아요. ‘주섬주섬 마을’은 상상을 실현하고, 즐거운 소통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박현정: 저희가 청년마을을 준비할 때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전라남도의 섬의 섬의 섬에 들어와서 꿈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요. 다사다난하고 무엇 하나 쉽게 얻는 게 없지만, 손때 묻은 공간과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청년마을 ‘주섬주섬 마을’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위치한 와우마을. 청년 다섯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라는 기대를 품고 ‘주섬주섬 마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안좌도는 청년이 200명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소멸, 멸종에 관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확산하여 사라져가는 것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인 청년들. 흔한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는 ‘불모지’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기회의 땅’에서 전국 각지에서 ‘플레이어’로 모인 청년이 섬살이를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1/09/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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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안다. 단명한 예로 피타고라스부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이르는 학자들이 진실을 탐구하는 거듭된 노력 끝에 ‘지구는 둥글다.’라는 명제가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청년정책 역시, 청년을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로 인식하던「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의 시대를 지나, 청년이 권리의 주체임을 천명한 「청년기본법」의 시대를 맞이하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왔다. 청년당사자가 먼저 움직이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호응하며, 「청년기본조례」를 제정하였고, 일자리 일변도 정책을 사회정책으로 전환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말이 가히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시민’인 청년, 사회정책의 권리를 찾다

원가족과 교육제도에서 벗어나 노동시장으로 이행하는 시기에 취업, 독립 등 생애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청년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자’로 분류되어 사회정책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왔다.

대표적으로 ‘국가건강검진’ 관련해 2019년 이전만 하더라도 직장 가입자거나, 혹은 지역 가입자의 세대주가 대상이었기 때문에 미취업 청년은 무료 국가건강검진 대상이 될 수 없었다. 2016년 전주에서 ‘청년의 건강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며, 청년 무료건강검진 사업이 최초로 시작되었다.

뒤이어 시흥에서는 <청년 빈곤·건강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청년들이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무료 청년건강검진 사업’을 제안하였고, 주민투표로 채택되어 시행한 바 있다. 이후 <광화문 1번가>에 한 청년활동가가 ‘청년 국가건강검진 지원 확대’를 제안하였고, 2019년에 이르러서야 20~30대 피부양자와 지역가입자 세대원으로 대상이 확대되어 학생, 취업준비생 등도 무료 건강검진을 받게 되었다. 또한, 40세에서 70세에만 각 1회 우울증 검사를 시행했던 부분도 확대되어, 20세, 30세가 포함되었다.

이처럼 사회보장정책에서 ‘보이지 않는 시민’이었던 청년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동안 청년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일자리 일변도 정책을 넘어 ‘사회정책’으로 확대하는 과정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 외에도 부모에게 지급되는 주거급여와 별도로 20대 미혼자녀가 학업이나 구직 등의 목적으로 부모와 따로 거주하는 경우, 주거급여를 분리 신청할 수 있도록 ‘청년 주거급여 분리지급’ 올해부터 시행되었는데, 이 역시 청년시민사회 진영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책을 제안한 결과이다.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지역에서부터 청년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조례를 만들고 청년정책을 추진한 경험들이 쌓여, 「청년기본법」이 작년 2월에 제정되고, 8월에 이르러 시행된다. 「청년기본법」이라는 법제도 기반이 갖춰진 뒤, 곧바로 법을 근거로 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구성되었으며,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한다.

기본계획에는 “원하는 삶을 사는 청년, 청년이 만들어 가는 미래”라는 비전과 △참여와 주도 △격차 해소 △지속가능성이라는 3대 원칙이 담겼으며, 참여·권리, 교육, 일자리, 주거, 복지·문화 등 5대 분야의 정책 방향과 20대 중점과제, 270개 세부과제가 포함되었다.

기본계획 수립과 발표 이후, 올해 「청년 고용 활성화 대책」을 정부합동 계획으로 발표함은 물론, 기획재정부가 「2021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튼튼한 청년 희망사다리 구축’에 관한 과제를 담았고 연달아 「자립준비청년 지원강화 방안」이 발표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4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 개최를 통해 18개 부처합동으로 반값 등록금의 실현과 주거취약청년 대상 월세 특별 한시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청년세대 격차해소와 미래도약 지원을 위한 청년특별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제 막 시작한 ‘형성기 청년정책’ 남은 과제는?

이처럼 발 빠르게 중앙정부가 ‘청년정책’을 합동계획으로 발표하고, ‘청년정책 전담부서’를 설치하는 변화를 가져오기까지 ‘끝까지 끈질기게 안녕, 거버넌스야 하자!’는 말을 청년 당사자 그룹과 수없이 주고받았던 것 같다. 과정은 지난했지만 여전히 청년정책은 이제 막 시작한 ‘형성기 정책’이라는 점에서 갈 길은 멀다.

다만, 청년정책이 ‘형성기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제 분야가 총 망라해 있다 보니, 작년 기준으로만 볼 때, 전국에서 시행된 청년정책은 총 2,930개(중앙정부 239개, 지방자치단체 2,691개)에 이른다.

정책은 많지만, 청년정책 평가 및 수요조사(2019, 변금선)에 따르면, 청년 당사자들의 정책 인지율은 평균 38.3%, 수혜율 평균 7.2%로 매우 낮은 수준이였으며, 필요수준 평균 85.9% 대비 도움 정도 73.4%로 더 낮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정책을 필요로 하는 청년에게 ‘청년정책’을 어떻게 가닿게 할 것인가?‘에 대한 집중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작년 연말 기준 전국 청년센터는 171개에 이르지만, 지역별 역량에 따른 격차가 크고, 예산 규모의 한계, 센터 인력의 고용불안정 및 전문성 확보 문제 등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청년정책 전달체계를 어떻게 구축하고, 발전시켜나갈 것이며, 자원·역량·인력·예산 등 지역별 청년센터의 격차 해소를 위해 ‘중앙-광역-기초’ 단위의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교통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청년참여보장 시즌1)에서는 주요한 청년과 관련된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시, 당사자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 등 기반을 구성하는 시기였다면, 청년참여보장 시즌2 에서는 사회와의 연결과 참여의 권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 경제, 문화, 정치 등 청년들이 미래인지적 관점에서 주요한 결정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국가재정법」 제16조 예산 원칙에 대한 내용 중, ‘미래인지적 관점’을 추가하여, 미래 세대에게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예산 결정에 있어서, 반드시 ‘청소년·청년’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도록 함으로써 참여 권한을 강화하고 효능감을 재고하는 수준까지 검토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사회·경제적 대전환의 시기에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중요한 삶의 과제를 청년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을 ‘일상의 결핍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험’을 통해 쌓아갈 수 있도록 청년 능력개발 정책의 새로운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전통적 노동시장에서는 해석되지 않지만, 새로운 일자리 전환기를 맞이한 변곡점에서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활동 지원을 통해 ‘업(業)’으로 전환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회적 실험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청년활동계좌제’, ‘청년참여소득’ 등의 도입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청년과 관련된 조례 제정 현황 중 한 흐름을 보면 청년들의 다양한 혁신 활동과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에서 ‘청년발전기금’, ‘청년미래기금’ 등의 이름으로 기금에 대한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 최초로 청년발전기금 100억원 조성을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영광군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청년 지원 사업 추진을 위해 <청년발전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2017년 제정하고, △청년 희망 플러스 통장 운영, △청년 취업 활동 수당 지원, △청년 프리마켓 운영 지원, △청년학교 및 청년동아리 활동 지원, △청년센터 운영 등에 사용하기 위한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연차별 재원 확보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뒤이어 충남 서천군, 서울 금천구, 부산 진구, 부산 남구, 광주 남구, 제주도가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한 상태이다.

청년의 삶을 둘러싼 과제는 앞에 열거한 내용 이외에도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삶의 위기 앞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그동안 사회정책에 소외되거나 배제되어왔던 청년들을 위해 사회보장 범위를 넓히고, 사회적 안전망 보다 더 촘촘히 만드는 일이다.

청년정책이 형성기를 넘어 ‘제도가 안착하는 성숙기’로 나아갈 수 있도록 언제나 그래왔듯 우리는 ‘끝까지 끈질기게 안녕, 거버넌스야!’라고 외치며, 더디 가더라도 올바른 방향을 함께 설정하고, 변화를 모색하며 삶과 현장을 지키는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글: 조은주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목, 2021/09/0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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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하는 사람들]

 

참으로 새콤한 그 맛 그보다 달콤한 마음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최춘삼·서두이 생산자

2016110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최춘삼 서두이 생산자) (4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최춘삼·서두이 생산자

숨 가쁘게 살았다. 최춘삼 생산자가 거쳐 온 직업을 어림잡기 위해서는 두 손이 모두 필요했다. 숙녀복 도매업, 횟집, 포장마차, 염소농장, 벼농사, 키조개양식 등 수많은 일을 쥐었다 놓았다 하던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참다래였다. 당시만해도 괜찮은 수익을 보장하던 참다래라지만 그것만이 몸에 잘 맞는 옷같이 느껴진 이유는 아니었다. 그를 뿌리박게 한 것은 함께 참다래를 재배하던 동갑내기 친구 김찬모 생산자, 그리고 그와 함께 가입한 한살림 공동체에서 마음 맞는 식구들이었다.

 

등골이 휘었다, 숙녀복 매장 시절 그를 만났다는 서두이 생산자는 수시로 바뀌어 온 남편 일을 함께 하면서의 고생을 그처럼 표현했다. 한살림을 만난 후 각종 모임을 찾아다니기 바쁜 그 대신 참다래밭을 책임진 것도 서두이 생산자였다. “나야 거들 뿐이고 집사람이 일을 다 하느라 고생했지”라는 남편의 말에 “그러게. 농사만 짓느라 이쁘던 얼굴이 못쓰게 되었자네”라며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절로 미소를 자아낸다. 올해부터 참다래농사에 합류한 아들 최선웅 생산자까지, 이 가족의 어울림이 참다래마냥 참 달다.

 

[이달의 살림 물품]

2016110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최춘삼 서두이 생산자) (8)

 

“저어기 꼭대기에서 밭 전체를 내려다보면 진짜 좋은 풍경이 나와요.”

 

그 말 한마디를 붙잡고 산에 올랐다. 배수에 민감한 참다래 특성상 최춘삼 생산자의 밭도 물 빠짐이 좋은 산비탈에 자리 잡았다.

 

밑에서 올려다볼 때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는데 막상 올라보니, 45도는 너끈해 보이는 경사와 딱 발목 높이에서 칭칭 휘감겨 들어오는 풀들이 좀처럼 발을 떼기 어렵게 만든다. 참다래가 주렁주렁 매달린 넝쿨은 또 왜 이리 낮은지. 허리를 바짝 숙이고 가자니 어느새 등판이 뻐근하다.

 

가쁜 숨을 달래며 겨우 오른 정상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아쉬움을 자아냈다. 넝쿨이라도 무성히 매달려 있었다면 좀 나았을까. 잘 들지 않는 바리캉으로 숱을 바짝 쳐올린 머리마냥 듬성듬성 뚫린 구멍 사이로 보이는 맨땅이 여간 껄끄럽지 않다.

 

“어때요? 보기 좋죠?” 어느새 따라온 최춘삼 생산자가 말을 건넨다. 남의 속도 모른다며 대꾸하려는 찰나, 이어진 그의 말이 입을 열지 못하게 막았다.

 

“이 풍경 만드느라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몰라.” 가만 생각해보면, 참다래 농사를 잘 모르는 이가 보기 좋게 여기는 풍경과 농부의 그것이 같을 리 없다. 농부의 기준은 사람보다는 자연의 잣대와 오히려 더욱 가까울 것이 짐작되기에 연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2016110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최춘삼 서두이 생산자) (67)

실제로 가지치기는 참다래 농사에서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다. 참다래 알이 한창 굵어지는 여름에는 뒤돌기가 무섭게 자라있는 가지를 잘라내 햇볕이 비집고 들어올 틈을 만들고, 수확이 끝난 후 잎까지 떨어진 겨울에는 길게 늘어져 있는 불필요한 넝쿨을 자르고 지지대에 묶어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넝쿨이 무성하면 햇볕을 많이 못 받아서 당도가 떨어져요. 해가 뜨면 노지에 심긴 나무를, 비가 오면 시설 안의 나무를 가지치기 하느라 쉬는 날이 없죠.”

 

“그럼 참다래 농사 중 가지 치는 일이 제일 힘든가요?” 당연히 그러리라 생각하며 던진 질문에 서두이 생산자가 손을 휘휘 내젓는다. “가지 치는 게 암만 힘들어도 수정하는 것에는 못 따라가죠. 가지 치는 것은 시간이 있으니 자기 호흡에 맞게 찬찬히 하면 되는데, 수정은 며칠 동안 정신없이 해야 하는데다 힘도 무지하게 드니까요.”

2016110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최춘삼 서두이 생산자) (19)

참다래는 암수나무가 따로 있는 데다 그 꽃 또한 벌에게 인기가 많지 않아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수정해줘야만 한다. 인공수정을 거치지 않은 참다래는 알이 제대로 여물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수나무의 꽃에서 채취한 꽃가루를 권총 모양의 수정건을 이용해 암나무의 꽃술에 넣어주면 되는데, 채 일주일도 되지 않는 개화시기에만 할 수 있는 일이라 손이 바쁘다.

 

“외국에서 수입하는 꽃가루는 10g에 6만 원 정도 하는데 우리 농장 규모 정도면 수천만원어치는 필요할 거에요. 내 품 들여 수꽃에서 채취하는 것도 고생이고 꽃가루를 암꽃에 넣어주는 것은 더 힘들죠. 꽃이 40만 송이쯤 열리는데 꽃 하나하나를 전부 수정한다고 생각해봐요. 머리 위쪽에 있는 꽃에 꽃가루를 쏘다보면 목이랑 팔이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이 아프죠.”

 

직접 만든 친환경제재로 참다래 힘 키워

 
공룡나라공동체에서 내는 참다래를 먹어본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생산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새콤달콤한 맛도 일품이지만 탱글탱글 꽉 찬 속이 마음을 잡아끌기 때문. 참다래가 자라기 적합한 환경에 공동체 회원들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2016110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최춘삼 서두이 생산자) (52)

참다래의 속살이 탱글하다

 

참다래는 연평균 기온이 15℃에 이르고 습해가 적은 곳에서 잘 자란다. 따뜻한 기온과 풍부한 햇볕, 적당한 해풍 등을 갖춘 고성은 그런 점에서 참다래의 재배적지다.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이기도 한 김찬모 생산자를 비롯해 공룡나라공동체 생산자들은 미생물을 배양하거나,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친환경 자재를 직접 만들어 병충해를 방제하고 땅심을 돋운다. 석창포, 쑥, 소나무가지로는 살균제를 만들고 제충국, 은행나무, 떼죽 등에서는 살충제를 추출해 병충해를 막는다. 전갱이새끼, 돼지뼈, 깻묵 등으로 각각 질소, 인산, 칼륨 비료를 만들어 일 년에 너덧번 뿌려준다. “병이 온 다음에는 유기자재로만 이겨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애초에 나무 자체를 건강하게 키워서 병에 대한 내성을 키워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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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대래 골드·레드·그린(왼쪽부터). 참다래 레드는 올해 가을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살림생명평화축제에서 조합원들로부터 스며들죠. 큰 호평을 받았다. 내년 지역물품 등으로 시범공급을 준비 중이다

 

그러한 노력 덕분일까. 최춘삼 생산자의 참다래는 몇 년 전부터 전국 참다래밭을 휩쓸고 있는 궤양병도 무사히 피해갔다. 잎과 줄기를 말려 결국 밭 전체를 못 쓰게 만든다는 궤양병 때문에 시중 참다래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 모양새다. “한살림과 약속한 것이 있는데 일방적으로 어길 수 있나요.”

 

그러고 보면 그가 한살림과 처음 만났던 그때도 그랬다. 참다래를 내긴 하지만 한살림의 정식 생산자는 아니었던 2004년, 갑자기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참다래 시세에도 그와 김찬모 생산자는 원래 약속했던 가격으로 한살림에 공급했다.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다른 한살림 생산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전의 그와는 달라졌다. 관행으로 재배하던 참다래는 친환경으로 바뀌었고 그는 소비자와 너나들이하는 한살림 생산자로 탈바꿈했다.

20161102 경남 고성 공룡나라공동체 참다래(최춘삼 서두이 생산자) (59)

지난 9월 태풍 매미에 휩쓸려 쑥대밭이 된 참다래밭

 

신뢰로 맺어진 관계는 한 방향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최춘삼 생산자의 참다래 밭 일부는 지난 9월 태풍 매미에 휩쓸려 쑥대밭이 되었다. 골짜기를 타고 넘어온 바람이 유독 그 밭만을 할퀴고 지나갔다. 그러나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한살림의 소비자 조합원들이 생산자와 함께 적립한 생산안정기금의 지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 “단순히 피해를 돈으로 보상 받아서가 아니라 그 마음 자체가 고마워서 웃음이 나죠. 한살림 생산자라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11월에 수확하는 참다래는 저온저장시설에 보관되어 이듬해 초여름까지 만날 수 있다. 공급받은 참다래는 상온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해 말랑해진 뒤 먹으면 된다. 최춘삼·서두이 생산자가 한살림과 오래도록 맺은 단단한 관계처럼 탱글한 참다래를 받았다면 거기에 우리의 마음까지 더해 푹 익혀 먹어보면 어떨까.

 

 

글·사진 김현준 편집부

 

[오늘의 새참] 

 

종종 썰어낸 참다래에
윙윙 갈아낸 참다래 주스의 궁합이란

 
참다래
 
참다래 골드·그린
달콤한 참다래 골드와 새콤한 참다래 그린을 번갈아 입에 넣어보세요. 향긋한 그 맛에 정신을 잃을지도 몰라요.

참다래 주스
참다래 그린을 그대로 갈아 한 잔 들이켜면 그 시원함이 뼛속까지 스며들죠.

 

 

화, 2016/11/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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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그 사람 이 물품 

 

국화꽃 한 송이에 담긴 지극한 정성,
그윽한 향기, 생기로운 시간
국화차

 

남탑산방 박문영 생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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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남탑산방 박문영, 조소순, 박정식 생산자

 

음력 6월 1일부터 9월 11일까지 국화를 수확해 차를 만드는 100일 동안 남탑산방 박문영 생산자의 하루는 새벽 3시 30분에 시작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 꼬박 1시간 동안 다관에 국화차를 5차례 우려 1.3리터 가량 음미한다. 생산을 위해 가장 좋은 맛과 향을 찾는 그만의 방법이다. 다도 시간이 끝나고 4시 30분부터는 풀베기를 시작한다. 가끔 풀 베는 것이 싫증나면 차밭을 둘러 달리기를 하기도 한다.

 

박문영 생산자가 풀을 베고 달리기를 하는 남탑산방은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국화향길에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생산하는 곳이 없던 품목인 국화를 관행농이 대부분인 지역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기 시작했다. 박문영 생산자의 유기국화차 재배는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지역 생산자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 이를 인정받아 지번에서 도로명으로 주소 체계가 바뀔 때 남탑산방은 국화향길이라는 뜻 깊고 아름다운 주소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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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향길’이라는 주소명은 국화가 만발한 가을 남탑산방 모습을 꼭 닮았다.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금빛 꽃송이가 가득한 11월 국화밭에는 바람이 크게 불면 짙은 꽃향기가, 바람이 잔잔히 불면 은은한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왔다. 그 그윽하고 풍요로운 풍경은 “차를 마시며 세속을 씻는 시간이 좋았다”며 차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힌 생산자의 말과 닮아 있었다. 박문영 생산자는 1992년 봉정사에 딸린 암자에서 국화차를 법제하던 돈수 스님과 인연을 맺으며 국화차를 처음 접했다. 스님은 박문영 생산자에게 국화차 법제를 모두 전수하고 참선에 들어갔다. 안동 시내에서 젓갈과 생굴을 팔던 그는 법제를 전수 받고 2000년 가족과 함께 귀농했다. 2001년부터는 차 가공을 시작했고 2002년에는 정부 허가를 획득하여 우리나라 최초로 국화차 판매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경황이 없었어요. 어차피 한 5년은 손해를 볼 것이다, 생각하고 시작한 귀농이에요.” 하지만 뜻밖에도 박문영 생산자의 남다른 삶과 그때만 해도 드물었던 국화차를 언론이 주목했다. 귀농하고 처음 7년 동안은 소비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그 뒤 국화차 가공생산자들이 여럿 생기고 국화차를 싼값에 유통시키면서 처음 예상과 다르게 농사나차 가공 모두 손에 무르익어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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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과 함께 일하게 된 것은 한살림 녹차 생산자인 임승용 생산자 덕분이었다. 임승용 생산자는 같은 차 생산자로서 박문영 생산자의 뜻을 높이 보고 한살림에 그를 소개하였다. “한살림을 이용하면 다른 곳보다 우리 국화차를 더 좋은 값에 살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한살림에 울며 겨자 먹기로 물품을 싸게 내는 것은 아니에요”라며 이제는 한살림 생산자답게 중간 유통과정이 없는 직거래 방식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좋은 거래를 할 수 있음을 막힘없이 설명한다. “한살림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에요. 한살림과 공유할 것들이 많은데 저는 컴퓨터에 익숙지 않아서 아들이 같이 일하지 않았으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아내 조소순 생산자, 아들 내외와 딸까지 온 가족이 함께 일하고 있다. 서로 도움을 많이 주고받겠다는 말에 “풀 베거나 험한 일에는 아내 힘을 빌리지 않아요. 대신 우리 아내는 물품 개발하 는 일을 잘 해줘요”라고 답한다. 실제로 조소순 생산자는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야산도 팔고 가구점도 팔게 되자 양파즙이나 고추장, 편강 등을 개발해 남탑산방을 꾸리는데 한 축을 담당해 주고 있다.

 

남탑산방은 국내 국화차 중에서 최초로 유기가공인증을 받은 곳이다. “우리가 직접 만들지 않은 것은 전혀 쓰지 않아요.” 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등은 쓰지 않고, 퇴비는 칡, 숯가루, 쌀겨, 게 껍데기, 깻묵, 풀, 볏짚, 효소 찌꺼기 등 180가지를 섞어 자체적으로 만든다. “유기농으로 하다 보니 꽃송이가 적어요. 관행농 2,000평에서 거두는 만큼 수확량이 되려면 유기농으로는8,000평 농사를 지어야 해요.”

 

11월 초의 남탑산방은 햇차를 가공하기 위한 수확이 한창이었다. 적은 인력으로 빠듯한 일정이었음에도 생산자들은 모두 꽃꼭지 5mm 밑에서 꽃을 따야 한다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차를 끓였을 때 꽃의 형태를 생생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다. 박문영 생산자는 생산부터 가공까지 모든 순간마다 정성을 놓치는 법이 없고 철학이 흐트러지는 법도 없다. “제가 신념을 가지고 만든 물품이에요. 믿고 아무 걱정 마시고 드세요.” 국화차는 11월에 수확한 뒤 2~3개월 숙성했을 때 가장 맛과 향이 좋다고 한다. 이제 곧 국화차를 마시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돌아온다.

 

글ㆍ사진 정연선 편집부

 

 

알고 마시면 더 그윽한

국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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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마당의 국화를 말려 차를 만들 수 있을까요?

주변 여기저기 피어 있는 국화가 모두 국화차로 이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국화차로 쓰이는 국화는 소국 중에도 꽃 가운데 열매를 맺게 하는 심이 없고 솜털처럼 부드러워 씨가 맺히지 않는 종류로 만듭니다.

 

남탑산방 국화차는 중국 국화차와 어떻게 다른가요?
중국에서는 국화를 말려 그대로 마시지만 그러면 독성이 남습니다. 남탑산방에서는 인삼, 대추, 감초 등 한약재 달인 물에 국화를 살짝 데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하면 독성이 사라지고 국화차의 찬 성질이 완화되어 체질에 관계없이 누구나 마실 수 있게 됩니다.

 

국화차와 잘 어울리는 물품은 어떤 것이 있나요?
녹차나 발효황차를 우려 국화를 띄워 마셔도 잘 어울립니다. 차는 냉성과 열성이 있는데 발효차는 열성, 녹차는 냉성을 지닙니다. 국화차는 본디 냉성이지만 제조과정에서 중성으로 만들어 어느 차에나 잘 어울립니다. 꿀을 함께 넣어 드셔도 맛이 좋습니다.

 

 

 

화, 2016/12/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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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 생산자의 창]

앞으로 30년은 청년 생산자의 몫!

20~30대 청년 생산자 연수

 청년 생산자 연수 1

청년 생산자 연수가 11월 24~25일 이틀 간 아산에서 열렸다. 제법 쌀쌀해진 날씨, 추수가 끝난 들녘만 보면 비어있는 듯 느껴지는 시간이지만, 생산자에게는 휴식과 충전이 되는 채움의 시간이다. 많이 모였을까 하는 기대와 조금은 설레는 마음을 안고 아산으로 향했다. 농촌은 홀로 일하는 시간이 많다. 환경농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가공에 관해 인식을 같이하는 같은 또래 청년을 만나는 일이 흔치 않은 공간이라 이런 만남은 언제나 반갑다. 많은 말이 오가지 않고 얼굴만 보아도 마냥 정겨운 것도 당연한 일이리라.

짧은 인사를 뒤로하고 첫 강의가 시작되었다. 이번 연수의 첫 강의의 강사는 생생농업유통의 김가영 대 표였다. 강의 주제는 청년 농업기업가의 혁신과 과제였다. 대학시절 농활을 갔다가 농촌의 매력에 빠졌다는 그는 젊음의 패기로 무작정 귀농을 결심했다고 한다. 소신껏 고추농사를 지었는데 동네 어르신들에게 호되게 혼이 났었다고 했다. 기존 농사법을 따르지 않고, 파종 간격을 넓게 띄웠기 때문이다. 서울 다녀와 보니 딱하게? 혹은 부족하게? 여긴 어르신들이 자신들의 심고 남은 모를 사이사이에 끼워 심어 놓으셨다 한다. 농사 방식과 입장 차이로 부모님 혹은 동네 어르신들과 신경전을 한 번씩은 겪어봤던 젊은 생산자들인지라 절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혼나고 다투며 아버지께 농사를 배우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다. 아마도 많은 젊은 생산자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으리라.

시골 분들의 정성이 가득한 농산물이 경매로 넘어가는 게 안타깝다는 생각에 그 농산물을 식재료로 하는 식당인 소녀방앗간을 서울에 시작했다고 한다. 몇년이 지난 지금 분점도 몇 개 있고 단골도 많이 생겼다고. 유기농업의 생산과 소비에 대한 인식과 실천이 부족하던 30년 전, 한살림농산에 모인 1세대 생산자와 실무자와 소비자가 이미 그러했듯이, 삶 속에서 농업에 대한 자신의 고민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풀며, 실천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두 번째 강의는 정규호 모심과살림연구소장님이 사회 변화와 한살림의 전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지난 30년을 한살림이 어떻게 걸어 왔는 지와 앞으로 3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연로해지신 1세대 생산자와 실무자, 그리고 소비자들의 노고가 모여 지난 30년을 이끌어왔다면, 이후 30년은 우리 20~30대 생산자의 책임과 몫이라는 생각에 새삼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녁에 진행된 간담회에서 한 사람씩 의견을 제시하고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했다. 우리와 전체를 고 민하는 청년생산자들의 모습을 보며 앞으로의 30년도 밝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 생산자 연수 2

둘째 날에는 아산의 푸른들영농조합과 식품공장을 방문했다. 두부생산공장을 새로 만들었는데 HACCP 인증으로 지어서 깔끔하고 정갈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두부 생산이 없는 관계로 생산 공정을 직접 볼 수는 없었다. 푸른들영농조합 미곡처리장으로 이동하여 한살림 쌀의 도정 공정을 견학하는 것으로 일정이 마무리 되었다.

환경농업에 열정을 가진 젊은 농부, 귀농자들이 한살림 청년생산자 층을 채워가고 있다. 내가 한살림 생산자인 부모의 삶을 보고 자랐듯이, 한살림 농부의 삶을 보고 자란 젊은 2세들이 한살림 생산자로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농촌에서 삶으로 실천하는 젊은 생산자들에게, 한살림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지고 토론하고 고민도 나누는 자리가 되는 연수 참여는 얼마나 소중한가. 바쁜 청년생산자들이지만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합소식지 565호 23면 생산자의 창 - 최성호 생산자-1

글을 쓴 최성호 생산자는 한살림 초기 생산자였던 고 최재두 생산자의 아들로 아버님의 뒤를 이어 한살림 생산자 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음성공동체 총무를 맡고 있으며 성미전통고추장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일, 2016/12/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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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보낼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요?

이웃, 지인들과 함께 둘러 앉아 입도 귀도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세요.

생산자와 이야기도 나누며 맛있게 요리할 수 있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나눠 먹기 좋은 요리로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팥죽, 메밀전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언제: 2016년 12월21일 동짓날 (수) 오전 10시30분

누가: 괴산잡곡 김은정 생산자님

무엇을 : 팥죽과 메밀전

어디서 : 한살림 고양파주 모심방(주엽 시대프라자 건물2층)

신청 : 031-913-1260 (10시~16시)

수강료 : 오천원 (선착순 16명) , 11월22일부터 접수 가능

▶입금계좌 : 하나은행 419-910020-08905 (예금주 : 한살림고양파주)

▶입금 시 : ‘농산위-입금자’ 기재 요망

 

*환불규정 : 강좌 취소 시 시작 3일 전까지만 환불이 가능합니다.

 

 

한살림고양파주 홈페이지
목, 2016/12/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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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남부 한살림 생산자 조직의 이해 강좌]

 

ㅇ 언제 : 2017. 08. 23(수) 10:30~12:30

ㅇ 어디서 : 본부 생명의교육장

ㅇ 대상자 : 농산물위원&amp;농산물분과원(필수교육),실무자,활동가,조합원

ㅇ 강사 : 한살림생산자연합회 김관식 사무처장

ㅇ 강의내용 :
2017 상반기 농산물위원 역량강화교육으로 진행했던 ‘유정란설명회’에 보내주신 성원에 힘입어, 하반기 농산물위원 역량강화교육은
‘한살림 생산자조직의 활동과 운영’을 주제로 진행합니다.

– 생산자 운동의 주체와 거점, 그리고 네트워크
– 생산자 조직 활동과 운영(생산관리, 조직운영, 도농교류, 농업살림, 기금운영 등)
– 조직의 구성과 운영
– 생산 현장의 이해
– 생산 약정체계
– 생산지 물류체계 등

위원회만 듣기에는 아까운 기회로, 한살림을 깊이 이해하시는데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니 많은 신청 바랍니다(010-2889-2455문자신청)~~^^

금, 2017/07/2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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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 폭염, 태풍과 호우. 올해 한살림 생산자는 기후재해의 삼중고를 겪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로 매년 농사짓기가 힘들지만, 올해는 특히 더 힘든 한 해였습니다.

수확량이 적어 더 시름이 깊은 생산지의 마음을 한살림 가족 모두가 함께 응원해주면 좋겠습니다.
조합원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 한 통은 어느덧 선선해진 날씨처럼 생산자에게 반가운 위로이자 선물이며, 내년에도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 참여방법
    생산지나 매장 행사, 소식지나 물품포장에서 만난 익숙한 생산자님께 편지를 써서 보내주세요.
    한살림 소식지 608호의 맨 뒷면 편지지를 활용하거나, 별도의 편지지에 편지를 써서 참여해 주세요.

 

  • 접수방법
    – 우편 서울 서초구 서운로 19 4층 한살림연합 홍보기획팀
    – 이메일 [email protected] (편지를 촬영해 원본 이미지로 보내주세요)
    – 카카오톡 카카오톡 오픈채팅 ‘한살림 소식지’ 검색, 「한살림 생산자님 힘내세요」 채팅방에 편지 촬영 원본 이미지 전송

 

  • 접수기간
    9월 27일(월) ~ 11월 11일(일) ※ 도착일 기준

한살림 소식지 608호 편지지

※ 조합원의 편지는 한살림 생산자에게 전달됩니다.
※ 모집된 편지 중 일부는 한살림 소식지 등 홍보매체에 소개될 수 있습니다.
월, 2018/10/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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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 폭염, 태풍과 호우.

올해 한살림 생산자는 기후재해의 삼중고를 겪었습니다.

 

시름이 깊은 생산자를 응원하기 위해

조합원들이 생산자에게 보내는 편지쓰기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지난 9월 27일부터 11월 11일까지 약 2개월 동안

매장, 홈페이지 게시판, 메일 등을 통해

300여통 이상의 정성스런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조합원의 편지 한 통은 생산자에게 반가운 위로이자 선물이며,

내년에도 농사를 이어갈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PDF 다운 >> https://bit.ly/2DGAVWt

영상 보기 >> https://www.youtube.com/watch?v=aMXF_K1rDWQ

 

월, 2018/11/2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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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유전자조작 작물(GMO)을 먹기 시작한 지 약 30년이 되었습니다. 1997년부터 GMO를 수입하기 시작한 우리나라는 세계 제1의 식용 GMO 수입국입니다. 한살림이 반GMO를 꾸준히 이야기하는 이유는 GMO 반대가 생명을 살리는 일임을 믿는 까닭입니다.

 

GMO에 대한 5가지 질문

 

  1. GMO가 무엇인가요?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는 우리말로 ‘유전자조작작물’입니다. 작물에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거나 인위적으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주입해 빠르게 품종을 개량한 것입니다. 자연상태의 진화 과정에서도 유전자재조합과 돌연변이가 발생하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주변 환경과 생태계와 맞춰 자연스럽게 적응하는 반면, GMO는 생태계와 무관하게 인위적으로 가공해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1. 안전한가요?

학자에 따라 “안전하다”, “위험하다” 주장이 갈립니다. 그러나 20만 년을 이어온 인류의 역사에 비하면 GMO를 먹은 30년은 참 짧은 시간이기 때문에 GMO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1. 꼭 표시해야 하나요?

내가 먹고 쓰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당연한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아직까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GMO이기에 더욱 알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공식품 원재료명에 식품첨가물을 표시하듯 GMO 또한 표시되어야 합니다.

  1. 식량위기의 대안이라고 하던데요?

2014년 전세계 GM작물 재배면적은 181.5백만 ha로 1996년에 비해 100배 이상 증가하였으며 전세계 농지의 1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GMO 전문가들의 주장처럼 농약 사용이 줄거나 기아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특허권을 가진 종자회사에 지불해야 하는 특허 사용권 때문에 인도나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파산한 농가만 늘어났습니다.

  1. 그래도 꼭 반대할 필요가 있을까요?

모든 생명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지속할 수 있습니다. GMO를 재배하는 농장은 단일 작물을 대규모로 재배하고, 주변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환경파괴와 생물다양성 훼손으로 GMO가 오히려 식량위기를 촉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한살림은 GMO를 반대합니다.

 

 

 

 


 

 

GMO를 피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토박이씨앗을 심습니다

한살림고양파주 박수진 조합원

 

한살림고양파주 박수진 조합원은 10평 남짓 꾸리는 텃밭에 토박이씨앗을 심고 기릅니다. 단순히 작물만 얻는 것이 아니라, 씨앗까지 채종하여 이듬해 다시 심기도 하고, 다른 조합원과 나누기도 합니다. GMO 문제는 결국 초국적기업의 종자 독점에서 시작합니다. 작은 텃밭에서 토박이씨앗을 길러 채종하며 그 작물을 먹는 것, GMO를 피하는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이 아닐까요? 박수진 조합원을 만나 GMO를 피하는 방법과 토박이씨앗 채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어라, 싹이 나네?

처음에는 옆 텃밭을 일구시는 분이 토박이씨앗이라며 한번 키워 보라고 주셨어요. 잘 키워도 그만, 못 키워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심었는데 신기하게 싹이 나는 거예요. 지금까지는 모종만 사서 길렀으니 몰랐죠. 그때가 5~6년 전인데, 그 이듬해에 한살림고양파주 농산물위원회에서 여러 종류의 토박이씨앗을 나눠줘 길러 봤죠. 지금까지 토종 옥수수, 울타리콩, 토종 아욱, 들깨, 토종무, 구억배추 등을 심었어요.

 

알싸해서 더 맛있는 토종무

토박이씨앗은 잘 자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아니에요. 아무래도 씨앗에서부터 싹을 틔우니 자라는 속도가 조금 느리긴 하죠. 수확한 작물 크기도 조금 작고, 생김새도 조금 달라요. 그런데 정말 맛있어요. 토종무는 일반 무보다 조금 더 둥그렇고 크기가 작지만 알싸하게 매운 맛이 있어서 김치를 담그면 정말 맛있더라고요.

씨앗을 심고 채종까지 하는 데 별다른 노하우가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그대로 두면 꽃대가 올라오고, 꽃이 피고, 꽃이 지면서 씨앗이 영글어요. 그때 씨앗을 갈무리해서 썩지 않도록 냉장고에 잘 넣어둡니다. 그렇게 잘 보관한 씨앗을 심으면 다시 싹이 나죠. 이 과정이 즐겁고 신기해요.

 

 

키우는 과정은 다른듯 비슷해요

토박이씨앗도 그렇고 일반 농사도 그렇고 결국 사람이 정성을 많이 들일수록 잘 자라는 것 같아요. 구억배추를 심은 적이 있어요. 일반 배추보다 조금 질기다는 이야길 들었지만 질기면 얼마나 질기겠냐 싶었죠. 배추는 물관리가 중요한 작물이라 물을 열심히 주어야 했는데, 그냥 길렀더니 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질긴 거예요. 그때 ‘농사는 정성이 들어간 만큼 지어지는 것이구나’ 생각했어요. 토박이씨앗이라고 키우기 너무 어렵다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정성을 쏟은 만큼 자라는 거죠.

하지만 이게 생계를 위한 농사였으면 무척 어려웠을 거예요. 일반 모종에서 자라는 작물은 일정한 모양과 크기가 있는데, 토종 작물은 그렇지 않거든요. 저야 제가 키운 것이니 맛이 있건 없건 제가 먹으면 되지만, 조합원에게 공급해야 하는 생산자에겐 무척 어려운 농사일 것 같아요.

 

GMO를 피할 수 있는 세상

GMO는 피할 수 없게 된 것 같아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중에 GMO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을 수가 없으니까요. 간장, 된장부터 옥수수시럽까지. 그저 내가 먹는 음식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고, 세 번 먹을 걸 두 번으로 줄이는 방법 밖에요. 먹거리에 들어간 GMO 원료를 알고, 피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조합원이 스스로 토박이씨앗을 기르고 나누는 것도 하나의 노력일 수 있겠네요. 씨앗을 심고 작물을 거두고 채종하고, 다른 사람과 씨앗을 나누는 활동이요. 씨앗의 출처를 알고, 우리 땅에서 계속 나고 자란 씨앗을 지키는 일이잖아요. 계속 토박이씨앗 한두 작물은 기를 생각이에요. 작물을 길러 먹는 것도 좋지만, 그 작물에서 자라는 꽃을 보는 일이 무척 재미있거든요. 꽃이 정말 예뻐요. 부추꽃도, 아욱꽃, 무꽃도요. 채종하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겠지요.

 

 


 

널리널리 퍼져라,

토박이씨앗

 

토박이씨앗 보존 활동을 이어가는 부여연합회 김지숙 생산자

 

 

GMO회사는 우리 밥상의 안전성 뿐 아니라 농부가 주체적으로 씨앗을 보유하는 종자 주권도 뺏고있습니다. 외국 종자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씨앗을 독점한 초국적 종자회사들이 GMO 종자를 도입해도 마땅한 대책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씨앗을 갈무리해 되뿌릴 수 있는 토박이씨앗은 GMO에 대항하는 농부들의 다부진 실천입니다. 딸기 농사만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해 토박이씨앗을 모으고 살리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김지숙 생산자를 만났습니다.

 

40여 가지 작물로 알찬 채종포

김지숙 생산자가 안내한 채종포는 마치 보물 상자 같았다. 수세미, 여주, 대파, 고구마, 땅콩, 콩, 목화…. 얼핏 보아도 생김새가 다른 수십여 가지의 작물이 200평의 밭을 알차게 메웠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작물들은 설명을 들으니 더 흥미롭다. 그 모양새가 꼭 사과를 닮은 ‘사과참외’, 줄기 중간에 씨가 맺혀 3층 모양의 줄기를 이룬다는 ‘삼층거리파’, 모양이 짧고 뭉툭한 ‘몽탁수수’. 또 같은 동부콩이라도 생김새나 색상에 따라 ‘갓끈동부’, ‘어금니동부’, ‘흰동부’, ‘검정동부’ 등 그 종류가 여러 가지다. 부여 여성생산자들이 함께 돌보고 있는 이 채종포는 말그대로 씨앗을 받기 위해 특별히 마련한 밭이다. 2006년 부여로 귀농한 김지숙 생산자가 부여군 여성농민회에서 시작한 토박이씨앗 받기 활동을 한살림에도 제안해 채종포를 꾸린 지 4년이 됐다. 여성생산자들이 함께 씨를 뿌리고, 풀을 뽑고, 수확해서 씨앗 갈무리까지 함께한다.

“이중고이기는 하죠. 농사일도 바쁜데, 이것까지 같이 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토박이씨앗을 지키는 일이 결국 우리 농업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해요. 우리가 씨앗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결국 몬산토를 비롯한 GMO 세력에 우리 농업과 먹거리가 잠식당하지 않을까요.”

 

씨앗은 농사의 시작이자 끝

이미 우리 농업은 시중 종묘상에서 씨앗을 사오는 구조로 고착화되었다. 파프리카 씨앗 1g에 십 만 원. 턱없이 비싼 가격도 부담스럽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씨앗을 심어 다시 씨를 받으면 발아율이 낮거나 아예 자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씨앗을 사게 하려는 종자회사들의 꼼수 때문이다. 우리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외국 종자로 등록돼 되레 우리가 값을 치러야 하는 씨앗도 많다. “요즘은 농사짓는 사람조차 씨앗의 중요성을 잊어가지만, 본래는 씨를 뿌리는 일이 농사의 시작이고 다시 씨를 받는 일이 농사의 끝이에요. 옛날 어른들은 다 그렇게 농사지었잖아요.”

그는 우리 씨앗의 맥이 끊기지 않고 퍼져나갈 수 있도록 원하는 사람에게 토박이씨앗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한살림 가을걷이에서도 조합원과 씨앗을 나눈다. 처음에는 가짓수가 많지 않았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모인 씨앗이 어느덧 74종. 그 중에는 지역 씨앗 실태조사를 하며 할머니들께 받은 것도 있다. “시집올 때 친정 엄마가 넣어준 것, 큰 집 장이 맛있어 얻어다 키운 것. 씨앗 하나에 이야기 하나가 있죠. 할머니들이 돌아가셔도 우리 씨앗이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해야 해요.”

 

토박이씨앗살림물품, 많이 이용해주세요

연말에는 공동체의 1년간의 씨앗 보존 활동을 돌아보고, 키운 작물들로 한 끼를 나누는 토박이씨앗축제를 연다. 작년에는 소식을 들은 조합원들도 함께 자리했다. “동부로 떡을 하고, 아주까리순나물을 무치고, 호박으로 죽을 쑤죠. 키우고 수확하고 요리까지, 모두 여성생산자들이 주축이 된 활동이에요.”

김지숙 생산자의 목표는 여성생산자들이 본격적인 토박이씨앗살림물품을 내는 것이다. “개량된 품종들은 수확량이나 크기 면에서 생산성이 좋고 토종보다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내니 토박이씨앗으로 작물을 내려는 사람이 점 더 줄고 있어요. 그래도 한두 명이라도 시작하는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작년에 토종고추에 도전했는데 망했지 뭐예요. 그래도 다시 도전할 거예요. 제가 씨앗이 되야죠.”

어쩌면 국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너무 생산자 개인의 력에만 맡긴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토박이씨앗을 살리기 위해 조합원이 해야 할 일이 있을지 물었다. “토박이씨앗살림물품이 나오면 많이 이용해주세요. 그래야 그 음해에도 계속 생산할 수 있어요. 모양은 볼품없어도 미가 있는 물품이니까요.”

 

 


 

[살림의 창]

어머니의 어머니부터 내려온

단단하고 알싸한 맛을 지킵니다

 

씨앗이 생명이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뿌리와 줄기, 잎과 꽃, 그리고 열매까지 모두 그 작은 씨앗 속에 담겨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한 개의 씨앗에서 수많은 씨앗을 거두어 되뿌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농촌에서는 씨앗을 갈무리해 이듬해 농사에 이용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종묘상에서 매년 씨앗을 새로 사서 농사짓습니다. 같은 농사를 짓는 이들이 같은 종묘상에서 산 씨앗을 심으니 당연히 누구의 밭에서나 같은 작물이 자랍니다. 우리는 대를 잇지 못하는 획일화된 생명을 먹고 있는 셈입니다.

생각해보면 씨앗을 매년 사서 농사짓기 시작한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닌 듯합니다. 저희 밭에서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게걸무는 제 기억만 더듬어 봐도 60여 년 전부터 대를 이어 자라왔습니다. 어머니가 귀히 여기던 씨앗이기에 저 또한 매년 심고 먹고 거두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 어머니에게,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는 또 그 어머니에게 게걸무 씨앗을 물려받아 심으셨겠지요. 수많은 어머니와 딸의 손을 거치며 아득히 전부터 내려온 게걸무를 먹는다니, 얼마나 벅찬 일인가요.

 

저도 그렇지만 어머니도 게걸무가 맛있고 예뻐서 심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게걸무는 팽이처럼 짤둥한 모양에 잔털이 부숭부숭 나 있어 보기에 딱히 좋지 않을뿐더러 겨자처럼 맵고 속이 매우 단단해서 처음 먹는 사람은 손이 잘 가지 않습니다. 하지만 얼핏 단점일 것만 같은 단단한 조직과 매운맛도 이용하기에 따라서는 큰 장점이 됩니다. 동치미처럼 짜게 담가 항아리에 넣고 땅에 묻어두면 다른 김치가 떨어졌을 이듬해 여름까지 아삭하게 먹을 수 있으니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얼마나 귀한 반찬이었던가요. 작을 때는 열무김치를 담가 먹고, 잎은 시래기로 엮어 말려두었다 삶아 먹으면 부드러운 맛이 좋습니다. 매운맛 덕분인지 소화제로도 쓰이고요.

게걸무는 무엇보다 힘 있게 잘 자랍니다. 쏟아지던 장맛비에 다른 채소는 다 녹아버렸는데도 게걸무 잎만 꿋꿋이 버텨 살아남았던 것이 떠오릅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게걸’이라고도 불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심어보니 왜 그런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폭염과 가뭄이 지속된 올해도 게걸무는 아주 튼튼히 자라고 있으니까요. 게걸무 뿐이 아닙니다. 토종가지, 사과참외, 토종오이 등 금당리공동체 회원들이 한살림 농장에 심은 토박이씨앗들을 보면 웬만한 병은 스스로 힘으로 이겨냅니다. 약을 덜 뿌려도 되니 유기농사를 짓는 한살림에는 딱 맞는 작물들이지요.

올해도 제가 속한 여주 금당리공동체 여성생산자들은 게걸 열무김치 시식회를 열 계획입니다. 어렵던 시절 텃밭에서 금방 뽑아온 게걸무로 뚝딱 만들어 낸 어머니의 맛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저 역시 손맛을 마음껏 발휘해보려 합니다. 알싸하고 튼실한 게걸무를 한 입 맛보여드리고 싶네요.

 

글 경영란 경기 여주 금당리공동체 생산자

글을 쓴 경영란님은 토박이씨앗 살리기에 관심이 많은 한살림 생산자입니다. 양파, 감자, 고구마, 대파 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한살림생산자연합회 경기권역 여성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화, 2018/10/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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