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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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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옵니다”

익명 (미확인) | 금, 2018/04/20- 20:18
희망제작소가 12년 만에 마련한 보금자리 희망모울은 단장을 하며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유독 심했던 한파 때문에 일정이 조금 늦춰졌지만, 새 공간에서 시민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3월의 어느 날, 희망모울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이일훈 건축가님과 희망모울 설계와 건축을 맡고 계신 박창현 건축가님(에이라운드 건축 대표)을 만났습니다. 두 건축가님은 어떤 인연으로 희망제작소와 함께하게 되셨을까요? 그 두 번째 이야기인 박창현 건축가님과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희망모울을 만드는 사람들 ② 박창현 건축가
“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옵니다”

희망제작소가 12년 만에 마련한 보금자리 희망모울은 단장을 하며 시민연구공간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유독 심했던 한파 때문에 일정이 조금 늦춰졌지만, 새 공간에서 시민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3월의 어느 날, 희망모울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주신 이일훈 건축가님(인터뷰 보기)과 희망모울 설계와 건축을 맡고 계신 박창현 건축가님(에이라운드 건축 대표)을 만났습니다. 두 건축가님은 어떤 인연으로 희망제작소와 함께하게 되셨을까요? 그 두 번째 이야기인 박창현 건축가님과의 대화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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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현 건축가가 한상규 이음센터 팀장에게 희망모울 공간을 설명하고 있다

한상규(이음센터 팀장, 이하 한) : 이렇게 인연이 닿아 시민의 공간을 만드는 일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박창현건축가(에이라운드건축 대표, 이하 박) : 반갑습니다. 이번 프로젝트가 잘 되어서, 희망모울에 많은 분이 오셔서 연구도 하시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혹시 본인 만의 건축철학이 있나요? 그리고 건축이란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 저는 학부 때는 가구를, 대학원에서는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직접 시간을 들여 가구를 만들었던 경험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건축물과 사람의 접점에 관심이 많고, 시간을 머금을 수 있는 건축을 좋아합니다. 건축에 관한 기본적 접근에서 벗어나 그 의미를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물리적 공간인 건축물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울릴 수 있는가 고민하는 거지요. 다르게 이야기하면, 사람의 마음과 연결되는 건축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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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창현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 작업물을 설명하고 있다

: 그런 부분을 설계와 콘셉트에 적용하시는지요?

: 요즘은 기능과 비기능의 경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건축물은 용도와 기능에 따라 다르게 지어지는데요. 저는 그 밖에서의 기능이 어떤 역할을 할지 흥미를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 희망모울에 오시는 분들이 1층 장애인 화장실을 잘 살펴보셨으면 해요. 문을 받치는 목재 기둥에 제 콘셉트를 반영했거든요.

: 모두 유연한 사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네요. 올해 희망제작소에 ‘이음센터’라는 부서가 신설됐는데요. 시민과 시민, 희망제작소와 시민을 연결하는 일을 하게 될 예정이에요. 이런 연결 역시 유연성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듭니다.

: 그동안 공동주택을 많이 설계했는데요. 개별 공간뿐 아니라, 사람들이 공용 공간에서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아직 사람들의 관심은 적지만, 사회 흐름을 보니 공용 공간은 미래를 위해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 형성을 돕기 때문이지요. 이런 생각을 희망모울 설계에 반영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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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부터 이일훈 건축가, 한상규 이음센터 팀장, 박창현 건축가

: 희망제작소는 어떤 곳 같아 보이나요? 또 어떻게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 희망제작소는 그 이름처럼 사람들에게 긍정적 변화와 희망을 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연구원분들과 이야기하던 중, 조직이 경직되지 않고 굉장히 유연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많은 시민과 함께할 공간의 활용도를 생각해보면, 이번 설계 콘셉트와 잘 맞았지요.제 은사님이신 이일훈 건축가님의 소개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요. 오래된 건물을 수선해야 했는데요. 옛 것과 새 것의 접점을 잘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희망모울을 설계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요? 또 특별히 신경쓰신 부분이 있다면요?

: 어떻게 하면 희망제작소의 모든 식구(연구원, 후원회원, 시민 등)가 저희가 설계하는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열린 마음으로 잘 써보겠다는 생각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희망모울이 여타 공간과 조금 다르게 설계되다 보니, 적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해야겠죠. 하지만 희망제작소가 잘 활용해서, 이런 공간이 필요한 기업이나 단체들에 좋은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3~4층 업무 공간을 설계할 때가 가장 어려웠어요. 실제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기도 하고요. 보통 사무실에서는 의자와 책상이 고정돼 있고, 각자 지정된 곳에서만 업무를 봐야 하잖아요. 하지만 희망제작소는 유연한 사무공간을 원했어요. 이를 받아줄 수 있는 또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유연한 구조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오듯 그때그때 쉽게 이동하고, 흩어졌다가 다시 모이기도 하는 유동적 사무공간을 설계했지요. 이런 의미가 사용하시는 분들께 잘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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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모울 설계를 위해 건물을 둘러보는 이일훈 건축가와 박창현 건축가

: 희망모울에서 특별히 자랑하시고 싶은 공간이 있나요?

: 모든 시민의 의견이 모이고, 이야기마당이 될 수 있는 1층 카페공간입니다. 1층 정문에 서면, 사람들이 카페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카페 뒷배경으로는 정원이 있죠. 정원에서도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하고 차를 마실 수 있어요. 사람과 공간이 교차하고 내부와 외부가 교차하면서 이어지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공간을 구현했습니다.

: 건축가님의 말씀을 들으니 완성된 공간을 빨리 보고 싶어지네요. 혹시 설계자로서 희망모울을 한 마디로 표현해 주실 수 있을까요?

: 한마디로 말하자면 ‘유연한 공간에서 유연한 사고가 나온다’입니다.

: 마지막으로 희망모울이 어떤 건물이 되기를 바라시는지요?

: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이에 따라 변화하는, 즉 살아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용하시는 분들도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애착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가 되는 시대’를 열기 위한 베이스캠프인 희망모울을 차곡차곡 짓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희망모울의 적합 지역과 건물을 함께 찾아주신 이일훈 건축가, 살아있는 공간을 설계해주신 박창현 건축가, 오늘도 더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설계사무소·건축현장·자재생산공장에서 땀 흘려 일하시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마지막으로 희망제작소의 비전과 미션에 깊이 공감하고, 따뜻한 응원으로 함께 해 주시는 후원회원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한상규 | 이음센터 팀장 · [email protected]
– 사진 : 조현상 | 이음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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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평창동에서 성산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양한 시민과 마포구 지역주민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연속세미나를 열고 있습니다. 그간 시민참여, 고향사랑기부제, 일상에서 변화를 일구는 활동가와의 대담 등을 진행는데요. 지난 10월 19일에는 사회혁신센터 주최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소셜리빙랩, 살아있는 뒷이야기’라는 주제로 집담회를 열었습니다. 현장 이야기를 전합니다.

 

어느덧 희망제작소가 평창동에서 마포구 성산동으로 이사한 지 다섯 달이 지났습니다. 희망제작소의 새 보금자리 ‘희망모울’은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려지고 있는데요. 이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위한 희망제작소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이번 세미나를 준비한 사회혁신센터에서는 ‘국민해결2018’ (자세히보기)을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주요 방법론인 ‘소셜리빙랩’도 앞서 언급한 희망제작소의 기치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연구자만이 아닌, 문제를 가진 당사자가 해결에 직접 참여하는 실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각 지역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개인과 공동체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셜리빙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셜리빙랩’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시민들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이 협력하는 공론장 겸 안전한 실험실”, “주체적인 시민이 누릴 수 있는 공동체”, “사회 속 개인이 공동체 의식을 느끼며 사회문제를 해결해 가려는 노력과 결과물이 모이는 공간”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셜리빙랩을 정의 내렸습니다. 이제는 마을공동체의 대명사가 된 성미산 마을, 그리고 대구에서 청년과 도시와 농업을 엮어내는 시도를 벌이는 희망토농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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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도, 성미산 마을과 희망토농장

성미산 마을이 처음 형성된 계기는 공동육아였다는 이야기는 이제 많이들 알 것 같습니다. 공병각 마포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1994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힘을 모아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국내 최초로 만들었고, 2001년 성미산을 깎아 정화시설을 만들겠다는 어디의 계획에 맞선 학부모 간 사례를 취재한 기자가 성미산 마을을 작명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성미산 마을에서는 공동육아 외에도 여러 시도를 벌였습니다. 유기농 음식을 만들던 엄마들이 ‘작은나무 카페’를 만들었고, 한발 더 나아가 조합원과 생산자와의 협동으로 안전한 생활재를 공급하는 ‘두레생협’을 마을에 들여오고, 공동체 카센터 ‘차병원’을 차리기도 했습니다. 작은 시도에는 성패가 있기 마련이죠.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되었던 ‘차병원’은 2009년 문을 닫았습니다. ‘작은나무 카페’는 건물주가 바뀌면서 쫓겨났다가 어렵사리 서울시 지원으로 마련한 마을회관 1층에 1년 만에 다시금 문을 열었습니다.

공 대표는 이 경험으로 성미산 마을은 시민 자산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공모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으로는 한계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외에도 마을의 생애주기가 바뀌면서 주거, 청년, 그리고 옆 동네와의 관계 맺기 등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성미산 마을의 다양한 시도와 그 과정에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생생하게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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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도시의 청년들과 농업을 콘텐츠로 소통하는 희망토농장의 이야기였습니다. 유쾌한 에너지를 지닌 강영수 희망토농장 이장은 스스로 ‘이장’이라는 직함을 달았다고 본인을 소개했습니다. 농업 종사자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인데요. 청년을 ‘이장’이라고 부르니, 호칭만으로도 농업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청년 일손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 청년을 불러들이려는 시도는 많지만, 그리고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이 귀촌, 귀농을 꿈꾸지만, 청년들이 농업을 일자리로써 그리고 생활로써 구체적인 매력을 느낄 기회가 너무 없다는 게 희망토농장이 가진 문제의식입니다.

그래서 희망토농장에서는 직접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는 모습을 여러 채널로 공유하며 스스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청년에게 익숙한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모임을 열면서 농업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B급 농업 예능을 꿈꾸는 세 명의 청년농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유투브 방송 ‘농사직방’(자세히보기)과 농부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청년 농부의 낭만’을 통해 농업에 관심 있는 청년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어쩐지 우리에게 익숙한, 소셜리빙랩

성미산 마을과 희망토농장의 사례를 통해 소셜리빙랩의 개념을 이해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은 “리빙랩 사례발표나 강의를 하다 보면, 지역활동가들이 ‘저거 우리가 해봤던 건데.’라는 말씀을 많이들 한다”며 소셜리빙랩이 ‘새로운 무언가’라기보다 이미 우리 지역 곳곳에서 변화를 일구는 작은 활동들이 소셜리빙랩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센터장은 리빙랩을 접했을 때, 마이크로크레딧을 처음 시도한 그라민은행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라민은행은 무함마드 유누스가 1983년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설립한 소액대출은행으로, 가난한 사람들에게 소액대출을 통해 빈곤에 벗어나게끔 한 업적으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곳곳에서 축적된 선행 사례들이 사회혁신이나 소셜리빙랩의 개념으로 체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사회혁신이나 소셜리빙랩이라는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사회문제를 가진 당사자가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낸 사례들이 우리 주변에도 구석구석 숨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윤 센터장은 리빙랩의 핵심은 ‘참여’라고 강조했습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그리고 현장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혁신이 경영혁신, 기술혁신 등과 다른 지점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점을 짚어주었는데요. 이러한 맥락에서 기존 ‘리빙랩’이라는 개념 앞에 ‘소셜’이라는 용어를 붙인 희망제작소의 취지를 다시금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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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병각 마포마을공동체네트워크 대표. 강영수 희망토농장 이장, 윤찬영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현장연구센터장이 한자리에 모여 시민과 함께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성미산 마을의 공동체 내 의사결정 구조 및 성미산 마을 2세대 청년의 고민에 대한 질문부터 지역에서 청년이 주도하는 희망토농장 실험에서 어떻게 자원 발굴이 이루어지고, 지역에서의 실험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실제로 해봤던 주체에게만 물을 수 있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절실한 필요를 가진 시민이라면 누구나 쉽게 대안을 만들 수 있는 방법론 중 하나로 소셜리빙랩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희망제작소의 역할은 소셜리빙랩이라는 장을 통해 시민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데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성미산 마을과 희망토농장 사례 둘 다 실험이라는 형태를 처음부터 가지고 시작한 사례는 아니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는 (예비) 시민연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을 짐작해볼 수 있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 글 : 유진 | 사회혁신센터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사회혁신센터

화, 2018/10/3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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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2018년 시민의 십시일반 후원으로 공간기금을 마련하여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을 조성했습니다. 평창동에서 성산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세미나, 워크숍을 비롯해 시민과 함께 나누고 즐기는 명사특강을 통해 다양한 시민과 마포구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있는데요. 지난해 8월부터 김민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작가,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 김정헌 4·16재단 이사장(화가)과 함께 ‘연결’, ‘행복’, ‘문화예술’을 키워드를 주제로 한 강연을 열었습니다.

2019년 새해를 맞이하는 첫 명사특강으로 우리 삶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명사특강의 주인공은 바로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20여 년 넘게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선생이자 학자로서 지냈습니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창립 구성원이자 1997년 외환위기 직후에는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맡는 등 현장과 공직을 가로지르며 한국사회 경제 변화의 길목마다 서 있었는데요. 희망제작소는 지난달 30일 김 교수님을 모시고 ‘시민이 만드는 경제민주화’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어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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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은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거나 들어봤을 법한 말입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2.7%)의 수치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행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지만, 하루하루를 꾸리는 시민들은 나날이 사는 게 팍팍해지고, 물가도 올라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이라는 내용이 눈에 띕니다. 경기지표와 체감경기 격차가 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 저성장의 시대로 진입하면서 시민들의 ‘유리지갑’이 꽁꽁 닫힌 일상도 겹쳐집니다. 수치와 다르게 소득의 양극화에 따른 부익부 빈익빈, 불평등의 고착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습니다. 이처럼 한국 경제가 꼭 풀어야 하는 비정상적인 문제들은 도처에 존재하지만 마땅히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김 교수도 양극화는 이미 한국사회의 병폐라고 지적합니다. 지역차별, 정규직-비정규직 차별, 중소기업 차별이 만연해있으며, 이를 발판 삼아 재벌, 외국자본(금융자본, 군산복합체, 투기자본)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재벌세습 ▲권력기관의 부패 ▲반복적인 금융위기 등을 꼽습니다.

특히 재벌세습의 일환으로 대기업의 순환출자를 사례로 듭니다. 순환출자는 출자 없는 회사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계열사 확장 및 안정적인 계열사 지배가 가능하지만, 소유·지배구조 투명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요. 김 교수는 지주회사 특혜, 불공정 거래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양극화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고 꼬집습니다. 이를 감시해야 할 권력기관(사법부, 검찰)도 재벌의 부패행위를 제대로 규명하지 않아 양극화에 힘을 실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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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일까요. 김 교수는 ‘경제민주화’에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김 교수는 분배 정의의 실현을 위해, 성장의 지속을 위해, 그리고 행복추구권과 기회균등을 구현하기 위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답합니다. 실제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제10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제11조)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김 교수는 ▲재벌개혁 ▲부동산개혁 ▲금융개혁 ▲재정개혁 ▲직장민주주의 ▲노동3권보장 ▲지역균형개발 ▲소비자민주주의 등을 양극화 해소의 방안으로 꼽았습니다. 이는 새로운 대안이 아니지만, 그간 한국사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놓칠 수밖에 없었던 부분을 다시금 환기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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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거시적으로 사회적 구조와 제도를 개혁하는 방안 외에도 시민들이 직접 경제민주화의 추동력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컨대 시민들이 대통령, 국회의원, 시도지사 등을 선출할 때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부터 시작해 희망제작소처럼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일구는 시민사회단체에서 직접 활동을 하거나 후원을 하는 것도 경제민주화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민 스스로 원한다면 직접 NGO를 조직해 활동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방편입니다.

김 교수의 이번 강연은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방안을 모색하는 게 중요한만큼 헌법 제1조에서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된 것처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주권자로서 역할이 경제민주화의 버팀목이 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 글: 방연주 | 이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 사진 : 이음센터

금, 2019/02/1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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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평창동에서 성산동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양한 시민과 마포구 지역주민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연속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그간 시민참여, 고향사랑기부제를 주제로 한 세미나와 일상에서 변화를 일구는 활동가와의 대담 등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명사특강을 열며 많은 시민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월 31일에는 성장 담론을 넘어서 행복 담론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현장을 소개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트렌드는 누가 봐도 ‘적당히 벌어서 잘 살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청년세대 내에서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행복 담론까지 유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이러한 라이프스타일은 자신을 희생하더라도 함께 잘 살기를 택했던(또는 그걸 행복이라고 믿기에) 기성세대에게 쉽게 이해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지난달 17일 발표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행복지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는 미래안정성에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60대 이상은 행복 관련 수치에서 가장 점수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희망제작소는 행복에 관한 물음을 풀어보고자 지난달 31일 <성장이 아닌 행복을 택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열었습니다. 강연자로 나선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대학 교단에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경제를 연구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간 격차를 줄이고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지역재단도 설립하는 등 헌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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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의 바람과 헌신에도 날이 갈수록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성실히 공부해 졸업했지만, 막상 취업난에 시달리는 제자들의 모습을 마주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현실이 과연 개인의 문제인지를 묻습니다. “16년 이상 공부하고 대학까지 졸업했는데, 취업을 못 하면 네 잘못이 아닐 거야. 왜 분노하지 않니.” 그는 우리 사회의 패러다임이 옳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경제성장 지상주의’가 만든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것이지요.

성장과 행복 사이 괴리가 큰 대한민국

한국의 경우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불,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GDP 순위는 15위(2018년 기준)입니다. 그러나 이에 걸맞지 않은 삶의 만족도가 생각거리를 던집니다. 2016년 발표된 UN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58개국 중 58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생활지수에 따르면 38개국 중 28위를 차지했습니다. 박 이사장이 제시한 지표는 사회의 패러다임에서 비극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196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지배한 담론인 ‘경제성장 지상주의’는 우리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경제성장에만 몰두하는 분위기를 조장해왔습니다. 그 결과 물질적 풍요와 달리 성장 중독에 따른 불평등, 부의 양극화가 두드러졌습니다. 박 이사장의 주장대로 경제성장이 행복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어도, 완전한 행복을 가져올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을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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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측정하는 국민총행복

박 이사장은 GDP를 넘어 ‘국민총행복’이라는 개념을 제시합니다. 196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로버트 케네디 후보는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을 측정한다”라고 일갈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케네디 후보는 GDP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은 포함하는 반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 가치 있는 것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일례로 우리 몸에 해로운 담배, 환경오염의 주범인 자동차는 GDP에 포함되지만, 우리의 건강 혹은 지혜는 물질로 거래되지 않기에 GDP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UN에서는 2011년 “행복이란 GDP가 아닌 보다 포용적이고 공평하고 균형 잡힌 발전.(holistic development)”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많은 이들이(아마 저처럼) 질문을 던질 것 같습니다. ‘그럼 우리가 가난해질 때 행복해지나요’ 박 이사장은 행복의 ‘다차원성’과 ‘집단성’을 언급하며 “행복은 주관적이나 객관적 조건 역시 중요하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행복은 실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성장의 과실이 고루 돌아가지 않는 이 사회에서 결국 개인이 느끼는 행복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는 ‘아직 행복해지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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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국민의 행복이 가장 중요한 나라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세우는 나라, 바로 부탄입니다. 박 이사장은 부탄에서 행복의 비밀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과연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은 나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은 제게 부탄이 국민의 행복을 해석하는 시스템, 제도, 그리고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부탄은 국내총생산(GDP)보다 국민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 GNH)이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부탄은 국민이 체감하는 행복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체계적인 지표로 구성된 GNH 조사를 벌이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설문 결과 점수가 낮은 사람을 ‘불행한 사람’으로 단정짓지 않고, ‘아직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부른다는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이 노력한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지요.

부탄의 시스템과 제도를 한국 사회에 바로 반영하긴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부탄 국민이 부러운 이유는 적어도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보다는 경제성장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 행복에 관심을 표하고, 지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박 이사장이 이끄는 ‘국민행복전환포럼’도 그 일환입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혹시 아니라고 대답하셨다면, 함께 행복해지는 건 어떨까요. 개인의 노력만으로 행복이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한 개인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으로서, 국민으로서, 우리가 행복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아직’ 행복하지 않은 것이니까요.

글: 유다인 | 이음센터 연구원·[email protected]
사진: 이음센터

수, 2018/11/07-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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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완성된 시민연구공간 희망모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경제학자인 김태동 교수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냈습니다. 또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새천년 국가비전수립 작업을 맡았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한국금융학회 회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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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9/01/1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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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 유치원은 정말 사유재산일까?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들어가며

최근 사립 유치원들의 회계부정 문제로 유치원의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다. 한국 사립 유치원을 대표하는 ‘한국사립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은 모든 사립 유치원이 회계부정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전체를 ‘비리’ 유치원으로 매도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아울러 한유총은 ‘회계비리’ 문제는 그간 사립 유치원에 알맞은 재무회계규칙이 없어서 생긴 구조적 모순의 결과이며, 국가가 사립 유치원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유치원의 회계를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립 유치원의 사유재산이 지켜져야 하고, 사유재산인 유치원을 국가가 사용했으니 국가가 시설사용료를 내야한다고 했다. 이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자한당)의 어느 국회의원은 모든 개인의 사유재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해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한유총과 뜻을 같이 한다는 뜨거운 동지애를 표현했다.

 

그런데 질문 하나! 사립 유치원의 회계 투명성과 사유재산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사립 유치원 원장님들이 평생 모아오신 사유재산을 도대체 누가 침해했단 말인가? 그리고 앞으로 도대체 누가 원장님들의 금쪽같은 재산을 가져갈 것 같은가?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공영형 유치원’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한유총은 사유재산인 개인 유치원을 국가가 ‘공공성’이라는 미명하에 법인화하도록 하여 사유재산을 가져가려고 한다며, 이를 주장하는 정부와 연구자들을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했다.

 

그래 맞다. 사립 사인 유치원은 설립자 또는 원장님의 사유재산이다. 사립 사인 유치원은 법인이 아니므로,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한 것도 아니니 개인 재산 맞다. 사립 유치원의 건물과 토지는 개인의 사유 재산 맞다. 아무도 개인의 사유재산임을 부정한 적 없고, 빼앗은 적 없다. 그런데 대체 뭐가 어쨌다는 것인가?

 

‘한유총’의 자기모순과 공공성 기제의 부재

2018년 4월 기준, 한국의 사립 법인 유치원은 545개이고 나머지 87.6%가 모두 사립 사인 유치원이다. 토지와 건물이 원장님의 개인 소유인 사립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에서 ‘학교’로 명시되어 있으며, ‘사립학교법’에서 사립학교로 명시되어 있다.

 

<표 1-1> 유치원의 학교 규정

 

이렇게 현행법상 비영리기관인 학교로서의 공익을 하는 기관이기에 사립 유치원 원장이 개인 사업자 등록증을 가지고 있어도 소득세를 내는 개인 사업자와 다르다. 개인 사업자는 소득세법에 따라 소득이 생기면 소득세를 낸다. 그런데 사립 유치원은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만약 사립 유치원 원장님이 놀이학교로 전환하여 학원으로 운영하시게 되면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한다. 법인 유치원 원장님도 마찬가지다. 법인을 운영한다면 법인세법에 따라 법인세를 낸다. 사립 법인 유치원도 공익을 수행하기에 과세대상에 제외되어 법인세를 내지 않는다. 보조금이든 분담금이든 회계상 이익이 남으면 소득세를 내야하지만 유치원은 제외된다. 사립 유치원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고, 취득세와 재산세도 85%정도 면제를 받으며, 나머지 15%도 교비회계에서 낼 수 있다. 어떤 자영업자가 한국에서 이런 혜택을 얻을 수 있는가?

 

또한 국가는 유아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사립 유치원을 인가했다. ‘관’이 인정하는 ‘관인’이다. 사립 유치원은 정부로부터 공공기관을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은 것이다. 국가가 유아를 위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라고 인증한 것이다. 일본은 70년대에도 공공기관 이외에 보조금을 민간에 주지 않았다. 국가 보조금이 보조금을 받으려면, 유치원을 공공기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을 해야 했다. 이른바 ‘선 지원 후 법인화’ 정책이다. 일본 사립 사인 유치원들은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모두 학교를 법인화해야 했다. 현마다 다르지만 일본 정부는 사립 사인 유치원과 법인 유치원에 3~5배 차이가 나게 차등지원을 했다. 이런 이유로 현재 일본 사립 유치원의 97%가 학교법인 유치원이다.

 

물론 세제 혜택은 일부이고, 사립 유치원이 원아모집이 안되면 개인의 재산을 투입해야한다는 개인사업자로서의 특성을 또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비록 보조금의 형태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고가 매달 민간(개인) 유치원에 들어가고 있다. 2012년 누리과정 도입 이후 국민 세금으로 국고가 사립 사인 유치원에 연간 약 2조 원씩 들어가고 있으며, 사립 유치원 재정 구조의 45%를 국가가 지원하고 있다. 국가가 진정 사립 유치원이 유독 예뻐서 돈을 주는 것일까? 그렇다. 사립 유치원이 유아를 교육하고 보육하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국가가 예뻐서 돈을 주는 것이다. 자영업을 하는 개인 사업자는 사업상의 리스크가 생기면 개인이 책임지지만, 사립 유치원은 국가가 관심을 기울인다. 왜냐하면 사립 유치원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우리의 아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자영업자가 한국에서 이런 혜택을 얻을 수 있는가? 만약 유치원이 개인사업장이고 사유재산이라면, 사립 유치원은 이러한 혜택과 유아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으로서의 자격을 버리고 정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해 본다면,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비영리 기관으로서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 사립 유치원이 사유재산을 주장하고, 시설사용료를 주장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인 것이다. 사인이 운영한다는 특수성이 있고, 학교법인처럼 재산을 출연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립 유치원은 학교로서의 공적인 책무를 수행해야하는 것이다. 사립 유치원이 ‘자영업자’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면, 110년간의 유아교육의 역사를 자기부정을 하는 것이며, 매년 제출하는 예결산서는 가짜 자료를 내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사립대학은 매년 예결산서를 제출하고, 이를 철저히 공개하도록 하며 감사도 철저히 받아왔다. 그러나 사립 유치원은 이것도 해오지 않았다. 가계부 회계라도 예산을 집행했으면 어떻게 쓰였는지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동네 조기 축구회 운영 예산도 총무가 돈을 걷어서 예산을 지출했다면, 돈의 출처를 회원에게 밝히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지 않고 축구회는 신뢰를 받으며 운영되지 못한다. 한유총이 개인사업자라고 계속해서 주장한다면, 답은 하나다. 세금을 내면 된다. 그냥 학원을 운영하면 된다.

 

유치원은 유아학교이며, 비영리기관이다!

교육부는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방안’(‘18. 10)을 공표하고, 사립 유치원 공공성 강화 및 정책에 관한 로드맵 제시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는 유치원이 ‘학교’이며 ‘공교육기관’임을 재천명하며, 사립 유치원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유치원은 교육기본법, 사립학교법, 유아교육법상 엄연히 ‘학교’이며, 앞으로 유치원은 유아가 다니는 ‘첫 학교’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립 사인 유치원의 법인화, 공영형 유치원 확대, 협동조합형 유치원 등의 사립 유치원 운영 모델을 제시하였다. 또한 국공립 40% 조기달성 정책과 함께 부모와 지역사회 공동체(共.common)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하며, 국가가 책임지는 유아교육의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2018년 국공립 유치원은 4,801개(53.2%), 사립유치원은 4,220개(46.8%)로 유치원 수로 보면 국공립 유치원이 조금 더 많다. 그러나 국공립 유치원 취학율은 25.5%, 사립 유치원 취학율을 74.5%이다(교육부, 2018). 즉, 유치원에 다니는 유아들 중, 75%가 사립 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다. 2016년 OECD 35개국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67%, EU 22개국 국공립 유치원 취학율 54%(OECD, 2018)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우리나라는 25.5%로 턱없이 낮은 수치이다. 국공립이 만능이 아니라는 주장도 존재하나, 국가가 책임지는 유아교육 정책을 펼치기에 상당히 낮은 수치임은 분명하다. 또한 2018년 4월 기준으로 사립 법인 유치원은 545개로 12.4%밖에 되지 않으며, 나머지는 모두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 유치원이다. 사립 유치원의 역사는 ‘유아교육의 공교육체제 확립’과 ‘유-보 통합’을 통한 유아교육 질 제고를 위한 ‘허스토리(herstory)’였다. 1980년대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에 따라 당시 정부는 사립 유치원 인가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하여 전국의 많은 사설학원과 미인가 유치원들이 한동안 정식 유치원이 되는 역사적 원죄도 존재하였다(1980년에 861개였던 사립유치원 수가 1987년 3,233개로 4배 가까이 증가). 이에 대한 정비가 끝나기도 전에 본격적인 무상보육 시대에 접어들면서 누리과정으로 연간 2조원의 국가 예산이 유치원에 지원되어왔던 것이다.

 

2004년 제정된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은 ‘학교’임을 명시하였음에도 실질적으로 유치원이 학교처럼 운영되지 않았던 유아교육의 역사를 돌아볼 때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의 사립 유치원 정책과는 대조적이다. 2017년 5월 기준으로, 일본은 전체 10,878개 유치원 중, 사립 유치원 6,877개이며, 사립 사인 유치원은 전체 유치원 중 3%이다. 이렇게 일본은 일찍부터 사립 유치원이 공공성의 기틀을 세웠고, 원장님들은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재 학교법인 유치원은 공공성을 기반으로 이사장이 최대한의 자율성을 유지하며, 사립 유치원을 운영해나가고 있다.

 

<표 1-2> 일본 유치원 설립별 현황(2017년 5월 기준)

 

또한 사립 유치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뉴질랜드(98.6%)는 해마다 정부가 감사를 하기 때문에 뉴질랜드 유치원들은 매년 6월 30일까지 유치원 운영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한다. 정부는 보고서를 미제출하는 유치원에 지원을 끊는다. 그리고 감사결과에 따라 감사 결과에 따라 지원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식으로 유치원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유치원들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재정문서를 기록하고, 감사 확인서에는 평등보조금의 구체적인 보조금 액수와 지출 내역을 기입해야 하며, 문서를 서면으로 기록할 시 펜을 사용해야 하며 수정테이프 사용은 금지한다. 그리고 문서들은 교육부와 교육감사처가 열람할 수 있도록 7년 이상 보관하도록 하고, 사립유치원 감사는 교육부 소속의 회계사가 직접 방문해 하루 동안 진행한다. 유치원이 감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의제기가 가능하고 자료가 모호해 감사가 불가능할 경우 보조금 지급이 중단 될 수 있다.

 

이에 비해 지금의 한국 사립 유치원의 현실은 어떠한가? 우선 현재 사립 유치원 운영자들은 유치원이 학교이며 공공재라는 법인식이 부족한 상태이며, 공공성을 위한 공적 기제와 시행 수준 또한 미흡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교비회계의 내용이 보조금이든 지원금이든, 유치원 회계로 들어온 이상, 교비회계는 유아들을 위해 써야하는 것은 상식이다. 이는 사적으로 유용되어서는 안 되며, 교육의 목적으로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시행되지 않았다. 그동안의 교육청의 관리감독은 유아교육법 제 18조(지도·감독)에 따라 교육감의 지도감독과 장학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제대로 된 감사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는 유치원들이 태반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사립 유치원은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준용하고 있음에도, 사립 유치원은 국가회계시스템을 사용해 오지 않았다. 예결산 서류에서 잉여금만 없으면, 세부내역은 확인조차 하지 않는 그동안의 암묵적 관행은 사립 유치원을 비리집단으로 만들었다. 특히 2012년 누리과정 시대에 접어들어 정부는 유아교육의 보편성과 평등성을 강조하며 누리과정 지원금과 보조금을 늘려왔는데, 이를 감독할 공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채 재정지원에만 집중해온 정책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문제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남은 과제와 해결방안

정부는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제안하였다. 에듀파인 도입, 학부모 운영위원회 기제 강화, 공영형 유치원과 협동조합형 유치원 확대,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 40% 조기달성 정책 등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디테일과 현장에서의 실행 가능성일 것이다. 또한 기존의 공적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단위 유치원 운영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안 마련이 중요할 것이다. 예컨대, 에듀파인과 ‘처음학교로’ 사용, 유치원 알리미 정보 공시 운영, 회계장부 관리 등의 실질적인 실행을 위해 유치원 행정지원인력의 지원과 배치, 그리고 교육청의 지도감독 인력 보강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현장에서 적절한 인력과 재정지원 없이 유치원 회계 제도의 현실적인 정착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이러한 공적 기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기관혁신 운영 모델’을 제시하고, 단위 유치원의 조직 생태계에서 핵심 관계자들의 견제와 균형이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유치원의 문화와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부모회, 교사회, 운영자간의 평등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도록 유치원 문화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교사 제도의 공공성도 반드시 제고되어야 한다. 국공립에 준하는 교사봉급의 현실화와 투명한 교사 채용 시스템의 구축,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예비교사 교육도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유치원 내 공익제보와 내부고발자 보호제도를 마련하고, 교사의 노조활동을 인정하는 것도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

 

나가며

사립 유치원들은 희미한 기억 속에 사라져 버린 ‘유아학교’의 꿈을 다시 환기해야한다. 사립 유치원이 ‘학교’라는 사실을 잊게 되면, 학원과 다를 바 없다. 국가가 하지 못한 유아교육의 책무를 지난 110년의 역사동안 묵묵히 해왔던 그 공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스스로 ‘학교’가 아니며 ‘교육자’가 아니라는 자기부정은 사립 유치원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결과적으로 자가당착에 빠지는 우를 범하게 한다. 비리 유치원으로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 그간 한국 유아교육 발전에 기여해왔던 사립 유치원의 교육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원장님들의 항변은 유치원이 ‘사유재산’이라는 주장 하나로 의미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사립 유치원이 더 이상 개인의 우연한 의지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공적 기제를 마련하고, 건강한 사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앞으로 사립 유치원의 공공성 정책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는다면, 무상교육정책, 저출산 정책 등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쏟아낸다 하더라도 백약이 무효한 상황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사립 유치원의 자율성은 공공성의 토대 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다. 사립 유치원의 자율성은 유아학교의 테두리 내에서 설립자의 교육철학과 이념을 올곧게 실현할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립 유치원 원장님들이 교육자로서 부모들과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유아학교 교장 선생님이 되시기를 기대한다.

화, 2019/01/01-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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