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자비 없네 잡이 없네’ 시리즈로 2030세대의 노동이야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에 살을 붙여 한 권의 책을 펴냈는데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일한 지가 몇 년인데 모아 놓은 돈도 없냐고요?
모르시는 것 같아 알려드립니다, 우리의 노동
현재 청년 실업률은 연일 치솟고 있는 중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5세~29세 청년 실업률(9.2%)은 IMF 직후였던 1999년(10.3%)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험난한 취업 시장에서 2030세대는 학자금 대출을 등에 진 채 분투하고 있다.
다른 한편, 높은 장벽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신입 사원 4명 중 1명은 1년 안에 퇴사하고 있다. ‘세상 무서운 줄’ 누구보다 잘 아는 청년들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가 있다. 보상 없는 초과근무, 잦은 회식, 성폭력이나 폭언, 개인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조직 구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프리랜서로 전향한 사람들은 임금 체불의 위험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고, 다시 구직자가 된 사람들은 ‘슈퍼 을’이 되어 ‘면접관님’이 만족하실 만한 자소서를 써야 한다. “그 정도도 감내하지 못하다니 약해 빠져가지고.” 하는 타박을 들으며.
압박 면접과 갑질, 주말 출근과 임금 체불…
야생에 가까운 노동 환경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민간싱크탱크 희망제작소가 기획하고 20~30대 연구자 여덟 명이 참여한 이 책은 지금 청년 세대가 마주하고 있는 무자비한 노동환경을 폭로하는 것을 넘어 일과 삶의 균형이 가능한 사회,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2030세대가 일터에서 겪고 있는 복잡다단한 고통의 실체를 고용 안정, 충분한 휴식, 안정적 소득, 조직 노동, 조직 밖 노동, 전문성, 가치 지향 노동, 구직자의 알 권리라는 주제들로 구체화한다. 아울러 열띤 주제별 좌담을 통해 노동 현장 곳곳에 있는 부조리를 포착하며 20~30대 구직자와 노동자가 알아둬야 할 정보와 다양한 노동 방식을 공유한다.
알고 있나요?
‘연차 15일’은 법으로 규정한 최소 기준일 뿐이라는 것을
당신이 만약 일하고 있다면, 사장님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연차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을 통해 고소할 수 있다. 법에서 정하는 최저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근로조건을 높일 수도 있다. 노동조합과 함께 집단 차원에서 회사와 협상하면 된다. 노동조합이라 하면 왠지 불법적인 조직 같고, 발을 담갔다가는 어디론가 끌려갈 것 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한 법적인 권한과 보호 장치를 갖고 있는 강력한 단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노동조합 경험자는 100명 중 서너 명일 정도로 적다. 우리 사회에 노동조합 자체가 드물다는 뜻이다. 아직 노동자가 아닌 구직자는 노동조합이나 노동 관련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한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취업에 실패한 개인들은 자기반성과 더 ‘노오력’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진짜 문제는 구직자들 스스로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것이다. 입사 전까지 근로계약서를 보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임금이나 휴가 등도 그냥 알려 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238~240쪽
가까운 예로 현재 구직 사이트의 채용 공고 중 급여 항목을 보면 대다수가 ‘내규에 따름’ ‘협의 후 결정’처럼 모호하게 제시돼 있다. 법적인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법에는 ‘거짓 채용 광고를 내거나 구인 광고 내용을 구직자에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을 뿐이고, 채용 공고에 어떤 정보를 넣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우리는 더 많이 원한다고 말하자
2030세대 당사자들의 집단 구술로 발견한 ‘좋은 일’과 ‘노동 존중 사회’의 밑그림
답답한 상황 가운데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개선해야 할 여러 가지 노동조건을 반영한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로 한다. 각 주제별 좌담에서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하고, ‘2030세대의 노동 현실 개선을 위한 여덟 가지의 정책’으로 정리한다. 그 내용은 ‘채용 공고에 정확한 정보 기재 의무화’ ‘다양한 노동시간 제도 확산’ ‘일하는 사람 관점의 유연성 확대’ ‘조직 내 민주주의 강화’ ‘초·중·고 노동권 교육 강화’ ‘사용자 대상 노동권 교육 실시’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 강화’ ‘전반적 임금수준 상승’이다.
정책들은 2030세대가 요구하는 좋은 일의 요건이 ‘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에게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자신의 가치와 일상적인 삶을 지켜 내는 수단’이자 ‘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2030세대는 사회적으로 중요시되는 가치보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내 삶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개인주의자이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전 세대보다 사회적인 가치를 더 추구한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박명준 박사는 좌담에서 나온 여덟 가지 정책이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 존중 사회’와 이를 이루기 위한 ‘사회적 대화’의 방향과도 일치”한다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우리에게 요청한다.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가 반영되도록 더 많은 목소리를 내 달라”고.
촛불 집회 이후 우리 사회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제대로 된 주권자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주권은 자기 결정권이다. 이제는 일터에서도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 2030세대가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를 반영해 노동조건을 개선한다면, 노동 현장에서도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 글 : 서해문집
* 이 글은 ‘자비 없네 잡이 없어’ 출판을 담당한 ‘서해문집’에서 작성한 서평입니다.
* ‘자비 없네 잡이 없어’ 책 소개 보기(클릭)
저임금에 기반하여 낮은 품질로 생산하여 낮은 가격에 수출해서 먹고사는 로우로드(저진로) 전략에서 탈피하여, 높은 임금을 받는 고숙련 제조인력이 생산하는 높은 품질의 제품을, 높은 가격을 받고 수출함으로써 높은 이윤을 달성하고, 이를 다시 고임금 숙련인력과 고품질 제조로 연결시키는 선순환의 지속적인 고리(하이로드 전략)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고숙련 노동자 양성을 위한 직업교육시스템이다.
그래서 폴 크루그먼(P. Krugman)은 이렇게 말했다.
“(중략) 일자리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잘 알기에, 공교육 후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의 고용에 대해 그처럼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독일과 같이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하고, 고진로(하이로드) 전략을 취하는 경제구조 안에서는 탄탄한 직업교육시스템을 통해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하다”
330개 직업…이론과 실습 병행
독일의 직업학교는 1969년에 처음으로 제정된 직업교육법(Berufsbildungsgesetz)에 따라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는 이원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도제교육의 흔적으로서, 현장실습을 중시하여 직업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즉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에서는 연방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연방경제에너지부에서 정한 약 330개의 공인된 직업(anerkannte Ausbildungsberufe)에 한하여 직업학교에서 직업교육이 실시된다.
직업학교의 과정은 직업의 종류에 따라 2년에서 3년 6개월까지 그 기간이 상이하다. 이 기간동안 일주일에 1~2일은 직업학교에 등교하여 이론교육을 받고, 나머지는 기업현장에서 실무교육을 받는다(Teilzeitform).
이런 방식 외에도 매년 3개월 가량은 직업학교에 등교하여 이론수업을 받고, 나머지 9개월 가량은 기업에서 실무교육을 받는 방식(Blockform)도 있다.
독일에서는 초등학교(4년) 졸업 후, 성적에 따라 세가지 상급학교(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웁트슐레)에 진학하는데, 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상급학교 졸업생의 약 60% 정도가 졸업(졸업증서가 직업학교 입학의 요건이다) 후 직업학교에 들어간다.
약 480,000개 가량의 기업이 회사 내에 직업교육생을 받고 있는데, 이 중 80% 이상이 중소기업들이다.
직업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직업학교를 통하거나, 상공회의소 혹은 개별적으로 회사와 접촉하여 회사와 직업훈련생계약(Berufsausbildungsvertrag)을 체결해야 한다. 이 계약은 회사에서 직업교육훈련 과정이 시작되기 이전에 체결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직업학교의 개강이 9월이므로, 회사에서는 이 시기에 맞추어서 봄부터 직업훈련생을 구하고, 여름 무렵에는 이미 직업훈련생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회사의 입장에서 볼 때, 자질있는 직업(교육)훈련생을 구하여 비교적 낮은 직업훈련생 보수를 지급하면서 회사의 업무를 충분히 가르치고, 이를 통해 잘 훈련된 인력을 추후 정직원으로 충원할 수 있다면 그만큼 회사의 인력계획에 도움이 되므로, 여러 경로를 통해 자질있는 교육훈련생을 모집하기 위해 연초부터 미리 준비하게 된다.
직업훈련생(Azubi 라는 약자를 많이 쓴다)을 채용하고자 하는 회사는, 사내에 사용자의 위임을 받아 교육훈련생에 대한 직업교육 전반을 주관하는 직업교육담당자(Ausbilder 혹은 Trainer)를 반드시 두어야 한다.
이 담당자는 해당 직종에 대해서 전문적인 업무지식과 숙련기능 그리고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자로서, 상공회의소(IHK) 혹은 수공업회의소(HWK)에서 주관하는 직업교육담당자 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을 갖춘 자이어야 한다.
기업 맞춤형 교육
직업교육의 대상이 되는 약 330여개의 직업은 연방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아야 하지만, 직업학교의 교과과정 및 관리는 주(州)정부의 소관사항이다.
직업훈련생은 기업에 채용되어 소정의 보수를 받는다고 했으므로, 독일 직업교육의 비용은 상당부분 기업이 부담하는 셈이 된다. 따라서 교과과정에서도 기업의 요구가 상당히 많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기업들이 (의무)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상공(및 수공업)회의소가 직업학교의 졸업시험을 관장하고 있는 것도 그 점을 뒷받침한다.
그러니 우리사회에서처럼 채용한 신입사원들의 수준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볼멘 소리가 기업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 대신 기업은 지갑을 열어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노동력의 수준을 높이는 제도에 기꺼이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어차피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새로이 입직교육을 하는 비용은 기업별로 각각 발생하기 마련이다.
독일에서는 기업이 직업교육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그리고 제대로 훈련된 신입사원을 받게 된다. 비용은 비슷하게 소요되지만, 독일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근사한 직업교육시스템을 사회적으로 갖게 된다.
우리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보다 명확해 지는데, 우리의 청년 구직자들은 취업시 기업이 요구하는 “경력”에 어리둥절할 뿐이다. 취업을 해야 경력을 쌓을 수 있는데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력이 있어야 한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그러니 여기저기 인맥에 기대어 인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고, 그 과정에서 열정페이니 뭐니 해서 사회적인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한다. 게다가 지방에는 그러한 인턴 자리 조차도 찾기 힘든 형편이다.
그러나 독일의 청년 구직자들에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은 직업교육 과정에서 이미 실무를 충분히 익힌다. 회사 입장에서도 이미 회사의 업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직업훈련생을, 직업교육훈련과정이 끝난 후 정규직원으로의 채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된다.
그러니 직업교육과정이 끝난 후에는 정규직으로 가볍게 취업이 이루어진다.
직업교육 통해 기업 조직문화 익혀
조직문화는 쉽게 형성되지 않고, 또한 그 문화를 습득하는 것도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직문화란, 겉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대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의식적 수준에서 형성되는 가치만이 아니라, 의식 이전의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서 형성되는 믿음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드가 샤인(E. Schein)은 이를 인공물과 가치 그리고 기본적 가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직문화는 조직의 구성원이 그 조직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며, 한 조직 내에서 어떤 태도와 행동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알려준다. 처음 입사를 하게 되면, 개인들은 그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를 조직사회화 과정이라고 한다.
이 사회화 과정이 바로 조직문화에 구성원이 적응해 가는 과정이다. 이것은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조직의 효과성(Effectiveness)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기업의 M&A가 성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조직통합에 실패하는 것인데, 이것은 상이한 조직문화가 강하게 부딪치기 때문에 그렇다.
또 한가지, 민주시민으로서의 교양이 필요한 것처럼, 기업이라는 조직 안에서도 조직시민행동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ship Behavior)이란, 공식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업무도 아니고, 그에 따른 공식적인 보상도 주어지지 않지만, 내가 속한 조직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활동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행동)을 말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요소들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조직 내 인간관계에 따른 갈등을 줄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독일 직업교육의 이원모델에서는, 정규 입사 이전에 2~3년간 회사에서 직접 근무하면서 업무를 배우게 되는데, 이 기간동안 조직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조직문화를 이미 익히기 때문에 종업원에게도 그리고 회사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도 대졸 신입사원의 약 10%(300인 이상 기업) ~ 32.5%(300인 미만 기업)가 1년 이내에 퇴사를 한다고 한다. 취업 자체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취업 후 퇴사 비율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해서 그렇지 이는 심각한 문제이다.
조직문화에 적응한다는 것은 이처럼 간단한 일이 아닌데, 독일식 직업교육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이원모델을 통해 쉽게 극복된다.
마이스터교…국적 불명의 제도 모방
독일의 직업교육과 관련해서 또 한가지 언급해 둘 것이 있다. 독일의 직업학교는 학생들이 정규 공교육 과정을 “졸업한 후”에 가는 곳이다. 이는 스위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론은 학교에서 배우고, 실습은 기업(현장)에서 한다는 개념 때문에 종종 고등학교에 재학하면서 기업에 실습을 나가는 것으로 오해하고 작성한 자료가 많다.
굳이 이해를 해보자면, 독일에서는 정규 대학과정 이전에 직업학교 과정이 위치해 있으니, 직업교육은 고등학교급에 해당한다고 보는 모양이다. 독일의 학제(초등학교 과정은 4년으로 끝나고, 중고등학교 과정의 이수연수는 학교의 종류별로 다름)가 우리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길 여지도 있다.
그렇지만 정규 공교육 과정(중고등학교)을 끝내고 직업교육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명박정부 시절, 독일의 직업학교를 모방해 마이스터고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특성화/마이스터고의 중도 이탈자가 매년 1000명 이상에 달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출처: 베리타스알파)
독일과 스위스의 직업교육 모델을 벤치마킹해서 도입했다고 하는 마이스터고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정규 공교육 과정과 직업교육 과정을 섞은 것이 창의성의 발로인지, 아니면 정체불명의 어정쩡한 발명 혹은 섣부른 모방인지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우리사회에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업계약 입학제, 취업인턴제도 등 현장 실습교육을 강화하는 여러 제도들이 도입,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렇게 강화된 현장실습제도를 통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 안전에 열악한 실습현장 등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 사례가 노출되더니, 급기야 사망사고까지 일어나고 말았다.
현장실습생을 값싼 노동력만으로 보는 기업과, 껍데기 취업률에 혈안이 된 학교, 그리고 정부의 무대응과 무책임이 합작하여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것들이 혹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독일(스위스) 사례를 제대로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쉽게 도입해서 생긴 문제라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노파심에서 그런 우려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만약 우리가 해외의 선진제도를 그 겉모습만 대충 이해하고, 또 우리사회에 대충 적용한다면, 그런 제도는 지속될 리도 없고, 문제점만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말 것이다.
우리만의 제도를 위한 창의적인 발상
독일의 직업학교 모델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사회에 관련 제도를 착근시키기 위해서는 이 제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 더해서,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할 것이다.
되풀이 하지만 창의적 발상을 위해서는 정확한 이해가 우선이다. 창의적 발상이라는 요리를 위해 필자가 생각하는 기본재료는 이렇다.
1. 공교육과 구별한다. 공교육과 직업교육의 목표는 다르다. 공교육 과정에서 직업훈련을 시켜서 사회에 내보내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이다.
공교육 과정에서 습득해야 할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가르치는 것에 소홀히 한다면, 이는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하고 쌓여만 가는 현상의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
2.법규정을 통해서 신분이 보장되어야 한다. 법에 따라 직업훈련생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소정의 보수(직업훈련생보수)를 지급한다. 독일의 경우, 관련 법(직업교육법)에 따라, 시용기간(1~4개월)에는 해고가 가능하나, 그 이후에는 특별해고만 가능하다는 점도 언급해 둔다.
3. 교육과정에 기업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다. 독일에서는 기업이 의무적으로 회원이 되는 상공회의소(수공업회의소)가 사내 직업교육담당자의 자격과 직업학교의 졸업시험을 주관한다.
직업훈련기관들이 저마다 알아서 교육훈련을 시키고, 의무시수만 채워서 내보내면 그만인 식의 직업교육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4. 비용의 상당 부분은 기업이 부담한다. 독일에서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비용은 주정부가 부담하지만, 기업은 직업교육을 시키면서 직업훈련생 보수를 지급한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어차피 입직교육을 위한 비용은 드는 것일테니, 이를 공동기금으로 조성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모아서, 민관 협력을 통해 효과적이고 지속성 있는 사회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5. 중앙정부가 기본틀을 만들고, 직업교육 시스템의 운용은 지자체가 민간기업과 협력하여 한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직업교육에 관한 법체계를 정비하고, 기왕에 공들여 만든 국가직무능력표준(NSC)을 보완, 활용하여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운용의 주체는 지자체와 지역의 민간기업이 된다.
6. 단기적인 경쟁력 향상보다는 미래의 지속적인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당장의 비용을 감당한다.
7. 직업교육 과정에서 조직시민행동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개발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사회에 선진적인 노사관계를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소통하고, 경청하는 태도와 갈등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를 갖추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시민행동을 중요시하는 의식변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런 것들이 직업교육 커리큘럼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제도를 통해 청년실업이 실질적으로 해소되고,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기능 및 사무인력이 양성되어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노와 사가 모두 만족하는, 그래서 종국에는 우리사회에 새로운 노사관계가 형성되는 일대 전기가 직업교육제도의 혁신을 통해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와 적극적인 복지 확대를 주창했고, 수없이 많은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선되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고, 이에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약속해서 당선되어 놓고도 대선공약집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핵심 공약을 폐기해버렸다!”는 각계각층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경제민주화와 갑을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적 연대기구인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가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23가지의 이행 상황을 분석․평가․점검해보니 이 같은 비판은 모두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경제민주화 포기라는 지적도 관대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역주행하거나 후퇴한 부분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와 참여연대가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과 태도는 “경제민주화를 포기한 것뿐만 아니라, 아예 역주행하고 있다”라고 규정하게 된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박근혜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재벌․대기업 특혜정책”과 “무분별한 규제완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역주행과 퇴행에도 불구하고 ‘가만히 있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지난 2013년 봄,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가맹점주들의 반발과 저항, 그리고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의 폭로와 투쟁으로 시작된 갑을 투쟁이 전국으로 번지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 ‘갑을 문제’의 해결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드높습니다.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이 존중받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먹고는 살 수 있는’ 경제민주화를 갈구하면서도 그 구체적인 해결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재벌․대기업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강자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수탈과 횡포, 이른바 ‘갑질’을 근절하자는 호소가 울려 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 우리 국민들은 누구보다도 “무분별한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에, 이에 대해서도 박근혜 정부가 그 기조를 바꿀 것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재벌․대기업 특혜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노동자, 중소상공인, 청년들을 위한 ‘제대로 된 경제민주화 정책’이 절실하다는 얘기입니다.
▣ 별첨자료 :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노동관련 공약 평가
박근혜 정부 경제민주화․노동관련 정책 공약 평가
* 공동 평가 :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노동사회위원회․민생희망본부/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1. 평가 대상 공약(경제민주화 관련 대표 공약 총 23개 평가)
① 중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재벌․대기업 규제
② 공정거래를 위한 제도개혁
③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및 불법행위에 대한 사법 처벌 강화
④ 비정규직 보호 등 노동시장정책
2. 공약 평가
1) 공약대로 충실히 이행된 경우는 1~2개에 불과
∎ 평가 대상 전체 23개 공약 중에서 공약 취지대로 이행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약은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은행에 대한 산업자본의 지분한도 축소 2개에 불과. 그런데,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한도 축소와 관련해서는 최근 인터넷 은행 도입을 빌미로 다시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어서 공약을 온전히 이행했다고 보기 어려움.
∎ 6개 공약은 공약 내용을 일부분 반영하거나 최종 입법 과정에서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변질
: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 제고, 대형유통업체·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 근절,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일감몰아주기 근절, 금융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최저임금 산정기준 개선
∎ 15개 공약은 공약 내용에 현저히 못 미치거나 불이행
: 중소도시 대형마트 신규입점 지역협의체 합의 요건 필수화,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징벌적 손배제와 집단소송제 도입, 사인의 금지청구제도 도입,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횡령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와 중대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 독립적 사외이사 시스템 구축,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금융계열사 의결권 행사 제한, 상시·지속적 업무 비정규직 정규직 고용관행 정착,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최저임금제 위반 처벌 강화, 근로시간 단축
2) 경제민주화 포기와 경제활성화론으로의 전환
∎ 2014년 2월 <한국일보>와 참여연대의 박근혜 정부 공약이행 평가 당시 상기 공약 중에서 공약 내용대로 비교적 충실히 이행된 것으로 평가한 공약은 5개에 불과.
∎ 이 상태에서 2014.2.20. 공정위 업무보고의 캐치프레이즈 “경제민주화를 토대로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을 만들겠습니다”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경제민주화 완성론’에 부적절하게 화답하는 것임
∎ 박근혜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는 경제민주화론(대선 전)-경제민주화 완성론(집권 1년차 지난 시점)-경제 활성화론(집권 2년차)로 변화
∎ 경제 활성화는 그 수단이자 방법으로서 재벌·대기업에 사업 기회를 늘려주는 집중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로 연결(경제민주화 포기를 넘어 퇴행과 후퇴)
3. 공격적 반(反) 경제민주화
1) 경제민주화, 포기가 아니라 역주행
∎ 박근혜 정부의 포지션은 경제민주화를 중단하거나 폐기한 것이 아니라 매우 공격적으로 반(反)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
∎ 집중적인 규제완화 드라이브와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바로 그 실례
2) 무분별한 규제완화
∎ 경제민주화는 재벌·대기업 위주, 수출 경쟁력 위주, 친자본 일변도 노동시장정책 등 그간의 신자유주의적 국정운용기조의 한계와 파산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정치적 합의의 산물이었고, 그 핵심은 재벌·대기업에 대한 규제의 재강화를 통해 중소상공인, 노동자, 가계,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었음.
∎ 따라서 집중적인 규제완화 정책 추진은 그 자체로 경제민주화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임
∎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의 내용은 의료 민영화, 그린벨트 해제지역 개발 확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지자체 조례의 폐지, 수직증축 허용과 부동산 임대사업 특혜 등을 통한 부동산 경기 활성화, 파견제 확대와 비정규직 사용기한 확대, 특정재벌들을 위한 학교앞 관광호텔 허용, 선상도박장 설치 등으로 오로지 재벌·대기업의 사업기회를 확장할 뿐 경제민주화의 가치, 국민안전의 가치에 역행하는 것들 일색임
3) 비정규직 종합대책
∎ 박근혜 정부의 공약 중에서 거의 ‘제로’ 수준의 이행상태를 보이는 것이 노동시장 분야의 공약인데, 박근혜 정부는 단지 공약을 불이행하는 것이 아니고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이름의 공격적인 반노동 정책을 관철시키려고 하고 있음
∎ 종합대책 안에 특히 ‘파견제 확대’는 제조업 중심의 간접고용 활용을 축소하려는 판례가 축적되는 상황에서 이에 역행하여 오히려 파견 고용을 더욱 확대시키는 정책이며, 비정규직 사용기한 확대는 현행 2년으로 제한되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오히려 4년으로 늘리는 것으로, 대선 공약이 부분적으로나마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었다면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비정규직을 지금보다 더 늘리겠다는 것임
1.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이하 연금행동)과 사회공공연구원은 공동으로 ‘국민 노후소득 보장에 대한 19대 국회 활동평가’ 보고서를 발표함.
2. 20대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정책중심이 아닌 정치 공학적 논의에만 집중되고 있는 양상. 20대 국회는 한국사회가 2017년 노령사회로 진입하는 길목에서 의정활동을 하게 됨. 심각한 노인 빈곤문제와 노후에 대한 불안은 커져가고 있지만, 정작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하다 못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음.
3.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관련법안 제·개정안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음. 19대 국회는 총 119건(정부 발의 포함)이 발의됐는데, 16대 국회가 12건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양적으로는 약 10배 증가했음(17대 55개, 18대 84개 법안). 이는 노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문제해결이나 대책마련이 필요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 그러나 실제 의원입법안이 통과한 경우는 법안 발의 대비 국민연금은 7.4%, 기초연금은 8%에 불과한 실정.
5. 특히, 발의나 통과 건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안이 노인 빈곤해소와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가 하는 점임. 이에 연금행동과 사회공공연구원은 ILO가 제시한 연금개혁의 5가지 원칙(①소득보장의 보편적 적용, ②권리로서의 급여와 빈곤예방, ③급여와 기여 간 형평성, ④건전한 재원, ⑤관리운용의 국가책임)을 기준으로, 기존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국민연금, 기초연금 관련 법안 및 국회의원을 평가함. 그리고 이를 기준으로 긍정적인 법안이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법안은 <지못미 법안(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법안)>으로, 이와 반대로 부정적인 법안을 <노후불안 법안>으로 선정함.
6. <지못미 법안>으로 선정된 것은 기초연금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기간 연계폐지, ▷소득연동방식으로의 전환, ▷급여 상향 ▷재원부담의 전액 국고지원 등이며, 국민연금의 경우,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소득대체율 삭감중단 및 급여상향 ▷사각지대 해소(특수고용노동자의 사업장 가입전환, 저소득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양육 및 청년크레딧 도입, ▷국민연금기금의 민주적·안정적 운용 및 가입자 대표성 강화 등이 포함된 법안임. 반면, <노후불안 법안>은 정부의 기초연금법을 포함해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공사화 ▷국민연금 저축계정 신설 등 국민연금의 근간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으로 선정됐음.
8. 아울러, 19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2년 이상 활동한 의원들의 노후소득 보장 입법 활동 평가결과, 새누리당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 간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났음.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못미 법안>에 참여한 경우가 거의 없으며, 오히려 ‘노후불안 법안’을 주도 또는 동조한 것으로 나타남.
9. 개별 의원으로는 전체 27명 의원 가운데, <지못미 법안>을 가장 많이 대표 및 공동발의하며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한 의원은 김성주 의원(5.0)이었으며, 그 뒤로 남인순(4.9) 의원임. 반대로 가장 <노후불안 법안>을 가장 많이 발의한 의원은 이명수와 문정림 의원(-0.9), 그 다음 박윤옥 의원(-0.8)으로 나타났음(별첨 표 참고).
10. 연금행동과 사회공공연구원은 19대 국회는 ‘빈 수레만 요란’했다고 평가하며, 노후빈곤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비해 전반적으로 초라한 성적이라고 지적했음. 정당 또는 의원별 상대적 차이가 있긴 하나, 전반적으로 국민노후에 대한 정치권의 무관심과 무능, 무책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20대 국회에서는 <지못미 법안>들이 시급히 처리되는 한편, <국민 노후불안>와 같은 법안이 다시 발의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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