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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본 철도의 외주화 현황과 문제점

금, 2018/03/16- 16:01 익명 (미확인) 에 의해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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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IP칼럼] 일본 철도의 외주화 현황과 문제점 : JR 3사 사례를 중심으로

 

 

 

김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일본의 철도사업 민영화는 나카소네 내각(1982년말~1987년말) 시기에 노동자파견법(1985년)과 함께 추진되었으며, 1983년경부터 논의가 시작되어 1987년부터 실시되었다. 그러나 분할 과정에서 상하분리가 병행되지는 않았다. 누적된 채무 역시 정부가 일반회계로 떠안았고, 지역별 독점체계가 구축되었다. 다만, 홋카이도와 같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는 지역에서 적자가 누적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그러나 경영지원자금 제공과 더불어 홋카이도 신칸센의 신설 등에 따른 정부의 시설투자지원 등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여객철도의 지배구조는 민영화 이후로도 공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여객철도는 공공성을 포기하였다.

 

 

 

민영화 이후 일본여객철도의 '공공성 포기'의 결정판은 대규모 외주화

 

 

민영화 이후 JR각사의 가장 큰 외적 변화는 조직구조상의 변화이다. 우선 민영화 직후 JR각사는 국철이 통합적으로 운영하던 각 사업을 특성별로 나누어 사업본부를 신설하였다. 대표적으로 신칸센사업본부와 철도사업본부를 나누고 영업부를 신설한 것을 들 수 있다. 다음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는 JR각사의 본사 및 지사 규모를 축소하면서 대대적인 외주화를 실시하였다. 두 차례의 조직상의 변화를 관통하는 내용적 변화, 즉 경영방침은 ‘공공성의 포기’ 그리고 ‘선택과 집중’이다.

 

민영화 이후 사업 다각화와 다운사이징에 집중해 왔던 일본여객철도는 대중교통요금 공공성을 외면해 왔고, 또 적자노선 폐지를 추진하여 보편적 권리로서의 이동권을 침해해 왔다. 그런데 외주화가 급격히 진전되면서 이제는 안전위협과 시민불편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외주화가 ‘공공성 포기’의 결정판인 이유는, 그것이 다름아닌 공적 서비스 제공주체로서의 ‘책임’을 외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근 일본에서는 시설, 영업, 차량 등 부문간 유기적인 수평적 협력이 필요한 철도사업 부문에서, 분사화 형태의 외주화를 통한 수평분업 심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자회사 인력의 절반은 본사 정년퇴직자, 나머지는 기간제 비정규직... 재하청 규모도 상당

 

 

JR각사는 본사 인력규모를 줄이는 동시에 자회사를 중심으로 직접고용 및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한편, 본사 관리자 출신 퇴직자들이 늘어나면서 낙하산 인사로 인해 외주업체의 임원 및 간부층은 증가하는 반면, 현장 인력은 부족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외주업체들 또한 2차 하청업체에 비용을 전가하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강화와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JR동일본은 외주업체와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나, 외주업체 측에 업무수행에 필요한 시설, 장비, 비품, 기구, 원자재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외주업체는 사실상 노동력만을 제공하고 있어 위장청부, 즉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5-6년 후면 JR 전체 노동자의 40% 이상이 정년퇴직을 맞이하게 되는데, JR은 외주화를 통해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나, 숙련공백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심화하고 있다.

 

 

 

 

 

 

달라진 대형사고 발생 배경, 그리고 시민불편 증대

 

 

대형사고에 관해서는 기존의 주된 사고 원인이 민영화의 정치적 목표였던 노동조합 약화의 직접적인 결과였다면, 최근의 대형사고는 외주화의 부정적 측면이 겹쳐져 발생하고 있다. 이전에는 국철이 모두 담당하던 업무를 복수의 외주업체가 작업을 수행하다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노동안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JR동일본은 잘 정비된 사고예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본사 직접고용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되고 있다. 일본의 철도산업에서도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주화가 진전됨에 따라, 일본 철도의 ‘안전신화’ 역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외주화의 가장 큰 문제점 중 또 하나는 사고 대응 역량의 약화이다. 자회사 역무 노동자는 운전취급이 금지되어 왔고, 또 자격 및 숙련을 결여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어렵다. 때문에 2000년대 후반 이후 역무 외주화가 심화되면서 사고 대응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외주화, 그리고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둘러싼 우려

 

 

일본의 사례는 한국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과 관련하여 생명안전 관련 업무의 직접고용 원칙이 협소하게 적용될 때의 문제점 또한 보여준다. 역무 외주화의 경우 본사 측에서는 자회사 역무책임자(관리자) 이외에 조반장급을 포함한 노동자들에게는 직접 업무지시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나, 인명사고 발생 시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허용하고 있다. 이 점은 일본 내에서도 끊임없는 위장도급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영화를 저지한 나라이지만, 역설적으로 공기업 소유형태에 있어서는 외주하청 등 비정규직의 확대가 이루어져 왔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주목할 일이지만,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고용안정화의 길이 열렸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철도 및 에너지산업과 같이 안전 및 대국민 서비스와 직결된 기간산업의 경우, 고용 및 노동의 형태와 내용이 공공서비스의 형태와 내용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일본의 민영화와 외주화, 비정규직 증대의 폐해는 한국에서도 현재 진행형인 사례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본 칼럼은 사회공공연구원의 워킹페이퍼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원문 및 워킹페이퍼 다운로드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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