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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팍스 코리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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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팍스 코리아나’

익명 (미확인) | 화, 2018/03/1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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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세계일보)

    “이렇게 잘 나가도 되는 거예요?” 요즘 전화나 sns를 통해 받는 질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곧 한다더니(3월 6일 평양 발 뉴스), 이제 북미 정상회담도 목전에 왔다(3월 9일 워싱턴 발 뉴스). 질문에 붙는 말이 있다. “갑자기 너무 잘 풀리니까 어쩐지 불안하네요 …” 뒤에 붙은 무언, 침묵이 꽤 심각하게 들렸다.

믿기지가 않아서였겠다. 작년 하반기 내내 북미 간에 오간 그 험악하고 아슬아슬했던 막말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뿐인가. 평화의 물꼬가 트이는가 싶었던 평창 올림픽 기간에도 펜스 부통령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 대표단에 대해 ‘투명인간’ 취급과 ‘코피(bloody nose) 전략’ 으름장으로 일관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바뀔 수 있나. 그렇다 보니 왠지, 뭔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난 웃으며 “좋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자신을 가집시다”라고 답한다. 분명히 기분 좋게 웃을 일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이따 밝히기로 하고, 우선 놀랄 일 하나를 더 들어보자. 지난 토요일(3월10일) 조선일보는 “트럼프는 북한과 수교하고 김정은은 핵 폐기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올렸다. 특히 마지막 문단은 인용할 만하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북한과 미국·일본의 수교로 북이 국제사회의 정상적 일원으로 나서고 북한 체제 안전은 유엔과 한·미·북·중·러 등 동북아 관련국이 모두 참여하는 안전보장 체제로 푸는 것이다. 북이 핵만 버리면 이 세계에 북을 공격할 나라는 하나도 없다. 이 경우 대북 제재 해제와 국제사회의 경제 지원으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은 단기간에 크게 개선될 수 있다. 김정은이 핵을 버리고 미·북 수교와 제재 해제를 얻는 것이 살길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리길 바랄 뿐이다.

그 동안 모든 문제에 대해 북에 가장 적대적이었던 조선일보고, 그 사설이다. 그 조선일보가 “북한과 미국·일본의 수교”를 주장하고 “동북아 관련국이 모두 참여하는 북한 체제 안전보장”을 말하다니! 상전벽해로다! 가히 ‘역사적인 사설’이라 치하해주고 싶다.

물론 북이 궁극적으로 핵폐기를 결단할 정도의 확실한 체제보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두 가지가 분명해야 한다. 하나는 북미, 미중 관계의 장기적 안정이다. 그런데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할까? 남북 양국 간 두터운 신뢰에 기초한 평화공존체제, 즉 한반도 양국체제의 정착이다. 그것이 핵심이다. 그 길로 가는 첫 고리가 대한민국이 주도하여 성사시키는 북미·북일 수교다.

<다른백년>이 출범 이후 줄곧 주장해 온 바다. 이제 조선일보조차 <다른백년>의 합리적 주장에 공감하게 된 것이라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싶다. 부디 일회성 주장으로 그치지 말고, 조선일보의 사시(社是)로 확정해주기 바란다.

조선일보의 이 입장이 평지돌출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는 그 동안 ‘한반도 양국체제’는 이미 1991년 남북한 유엔동시 가입에서부터 싹이 트기 시작했음을 밝혀왔다. 그때 한국이 러시아, 중국과 수교한 것처럼 북도 미국, 일본과 수교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였다. 남북기본합의서도 그런 취지에서 채택되었고, 그 정신에서 92년에는 ‘한반도비핵화(남북)공동선언’도 나왔다. 합리적 보수라면 당연히 이 취지를 이어 받아야 한다.

이제 조선일보까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대열에 나섰으니 “지금 세계에 (이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베와 홍준표 딱 두 사람뿐”이라는 모 정치인의 재치있는 코멘트는 정곡을 찌른 말이다. 여러 나라가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자기나라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단지 북미 간, 남북한 간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평화의 문제임을 온 세계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세계적 경사에 진심으로 일익을 맡고 싶은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아베씨와 홍씨도 속 보이는 쪼잔한 짓을 그만하고 세계적 경사를 환영하는 세계인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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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연합뉴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큰 흐름을 읽어야 한다.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 불안한 이유는 사태의 흐름을 짧은 시각, 짧은 기억 속에서만 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자.

작년 북에서 수폭 규모의 6차 핵실험을 하고, 그 전후로 연이어 ICBM 실험을 감행했을 때, 그리고 미국에서는 정말 금방이라도 전쟁이 벌어질 것처럼 위협했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북·미를 향해 대화와 평화를 내세우고 요지부동 밀고나갈 수 있었던 힘, 그 지속성, 일관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거꾸로, 지금 정부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여전히 존속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작년과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면 대대적인 반북·종북 소동이 정말이지 요란하게 벌어졌을 것이고, 그 결과 박근혜가 그토록 꿈꾸었던 제2의 유신이 진짜 현실이 될 수도 있었다. 지금과 같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은커녕 평창 올림픽의 북한 참가도 전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니 평창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조차 불투명했을 것이다. 이미 그 때 한반도는 부분적이든, 전체적이든 전화(戰禍)에 말려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정부 외교 저력의 원천은 촛불혁명

지난 1년여 대한민국 외교는 바른 방향으로 잘 왔다. 길이 멀고 험하더라도 갈 방향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된다. 좀 돌아가더라도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가 왜 어떻게 그렇듯 ‘물가에 선 나무처럼’ 흔들림 없을 수 있었던가?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듯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밀고가는, 밀어주는, 거대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6~2017년 촛불혁명의 위대한 힘이다.

큰 문제일수록 큰 변화를 못 읽을 수 있다. 촛불혁명의 실체적 존재감은 시종 지지부진하다 실패로 끝난 6자회담 5년과 지금 상황을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국제관계상 당시와 지금은 여러 기본 변수들에서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 결정적인 차이는 단 하나, 대한민국 촛불혁명의 동력이라는 새 변수다. 북의 핵과 발사체 수준이 높아졌다는 점 그리고 미국의 새 정부가 기존의 미국 대외정책 패턴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보려고 한다는 점도 물론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그 변화들은 그 동안 트럼프-김정은 충돌에서 보아 왔듯 긍정적이기보다는 오히려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었다. 오직 대한민국 민의의 가히 혁명적 변화, 그리고 그러한 민의를 충실히 받드는 새 정부의 출범만이 이러한 변화를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킬 힘으로 작용했다.

정상회담은 준비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정상회담은 상징적 큰 합의 정도가 나오면 된다. 북이 한미동맹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이라는, ‘미리 재 뿌리기’ 식의 추측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94년 북핵 위기 시 김일성과 카터가 만났을 때, 김일성 자신이 그런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북에서 김일성-김정일의 유훈(遺訓)이란 신성한 것이다. 북미든 남북이든 상호 불신과 의혹을 남길 요구를 들고 나올 이유가 없다. 그보다는 남북·북미 관계가 정상화됨으로써 생기는 장기적 이점에 당사자 모두가 집중할 것이다.

한국정부가 집중해야 할 점은 남북 평화관계를 장기적 구조로 굳히는 데 있다. 남북 간의 깊고 두터운 신뢰의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 간 신뢰에 균열이 가면 북미·북일 수교는 물 건너간다. 그렇다면 ‘남북 간의 깊고 두터운 신뢰’의 핵심은 무엇일까? 남북 상호의 주권과 존재를 확실히 인정해주는 데 있다. 바로 양국체제다. 양국체제만이 남과 북 주권의 존립을 장기적·안정적으로 보장해준다. 실은 미국의 북 체제보장보다 더 실질적인 요점이다. 양국체제가 확실히 굳혀지고 있다는 믿음이 생길 때 북도 북미·북일 대화에 보다 큰 자신감과 믿음을 가지고 나설 것이다.

남북 평화관계 굳히기와 양국체제

한 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아니 90년대 초반 노태우 정부 북방정책 시 잠깐 반짝했을 때를 빼곤 도대체 제대로 존재했던 적이 없었던, 한국 외교가 갑자기 세계적 각광을 받고 있다. 이어질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면, 세 나라 정상이 올 노벨 평화상의 공동수상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 1년간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줄곧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견지했던 쪽은 오직 대한민국 정부였다.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이러한 즐거운 변화 속에서 필자는 ‘팍스 코리아나(Pax Koreana)’를 생각해본다. 필경 이 말에 물음표를 다는 분들도 없지 않을 것이다. 팍스(Pax)라니? 그건 힘에 의한 평화, 초강대국, 제국들이나 하는 폭력적 평화 아닌가? 우리 코리아가 그런 식의 팍스와 무슨 관계가 있는가?

팍스

그렇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부터가 그러했다. 그 계열의 팍스 브리태니카,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다 그러했다. 모두 힘과 정복을 전제한 평화였다. 제국에겐 평화였으되 약소국엔 지극히 괴로운 세월을 감내해야 했던 팍스였기도 하였다.

동양에도 팍스가 있었다. 세계사상 가장 영토가 넓었던 팍스는 바로 몽골 대제국 시대, 즉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였다. 몽골제국만이 아니다. 진시황의 통일 이후의 중화제국, 팍스 시니카(Pax Sinica) 역시 그렇다. 한때 일본도 제국을 꿈꾸었으니 팍스 자포니카(Japoinca)였다 부를 수도 있다. 그런 동쪽의 팍스 역시 힘과 정복을 전제한 평화였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럼에도 팍스의 주체가 되었던 나라들, 그리고 그 후예들은 하나 같이 자신들이 인류문명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주변에서 복속해야 했던 나라들에서는 사정이 결코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팍스 시선
한반도 발 세계평화, 한반도가 주도하여 이룩해가는 세계평화, ‘팍스 코리아나’를 기대해 본다. (이미지 출처: 시선 뉴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팍스 코리아나’가 더욱 특별하다. 우선 기존의 모든 팍스가 그랬던 것처럼 ‘팍스 코리아나’도 분명 세계평화를 만들어낸다. 지금 남북·북미 정상회담부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명백하지 않은가.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양국이 평화공존체제를 이루어, 미중, 중일 간의 긴장과 갈등을 풀어간다면, 이것이 바로 팍스 코리아나의 진면목일 것이다. 한반도 발 세계평화, 한반도가 주도하여 이룩해가는 세계평화다. 더구나 폭력의 절대적 반대명제인 촛불혁명, 즉 순수한 평화의 힘, 위력으로 말이다.

또 하나 ‘팍스 코리아나’가 특별한 것은, 그 ‘팍스’는 코리아 내부의 깊은 폭력적 분열과 적대의 상처를 성숙하게 이겨낸 팍스일 것이기 때문이다. ‘팍스 코리아나’의 시작은 한반도 양국체제다. 한반도 양국체제란 상호 서로를 부정하고 적대하면서 처절한 전쟁을 벌였던 남과 북이 서로 인정하고 공존하자는 것이다. 한반도 내부에서 고난 속에서 싹튼 성숙한 평화의 힘이 세계평화의 밀알이 된다.

한국전쟁(Korean War)은 힘 대 힘의 극한 상황, 극도의 시련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2차대전 이후 3차 세계대전에 가장 가까이 접근했던 순간이기도 하였다. 다시금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과연 힘 대 힘을 신봉하다 또 다시 세계 3차대전의 불쏘시개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오직 평화의 위력으로 세계평화의 선도자가 될 것인가.

기존의 제국 중심의 팍스(Pax)의 세계사에 질적으로 전혀 새로운, 진정으로 평화로운 팍스의 시대가 가능한가. 다른 어느 곳이 아닌 바로 이곳, 코리아에서 열어갈 길이 바로 그것 아닌가. 이 길을 필자는 ‘팍스 코리아나’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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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중대한 군사계획이 바로 지금 벌어지는 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근 쏟아지는 트위터 메시지와 섹스 관련 폭로, 온갖 조사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백악관의 변명 속에서, 누가 여기에 관심이라도 가질 것인가? 그러나 펜타곤의 현재 계획을 보면, (위험한 신종 변형의 모습으로) 21세기 판본의 냉전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 거의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도 못 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 국방부가 안보에서 향후 스스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던 2006년에 국방부는 단 하나의 미션을 최우선으로 보았다.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장기전’이다. 국방부가 4년에 한 번 발간하는 국방검토보고서 역시 2006년 발간되었는데, 이 보고서는 “다가오는 상당 기간 동안 미국은 동맹 및 동반 국가들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이 전쟁을 치를 준비가 반드시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게릴라를 상대로 적어도 7건의 충돌이 맹렬하게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펜타곤은 이 장기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장기전이 막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유라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한 영구적 군사작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6,866억 달러의 펜타곤 예산 요청을 공개하면서 국방부 차관 데이비드 노키스트(David Norquist)는 “테러리즘이 아니라, 세계 최강국을 향한 경쟁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적인 도전으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의 권위주의적 가치에 합치하도록 세계를 바꾸길 원하며, 이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지구적 안보와 번영을 가능케 했던 자유와 개방의 질서를 대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제협약을 뒤집고 전 지구적 무역전쟁에 불을 붙이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가 “자유와 개방의 질서”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가 현재 국제질서의 와해를 진정으로 추구하는지 아니면 그저 지금보다 덜 미국 중심적인 국제질서를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으며, 단지 오늘날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언론에서 쏟아내는 상황을 목도해 왔어야만 했다. ‘미군이 다가오는 미래에 관하여 결정을 내렸다. 아시아와 유럽 및 중동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을 저지하는 삼면(三面, three-front)의 지정학적 싸움에 미군과 국가 전체를 동원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전략의 전환에 관하여 대통령으로부터 한 마디로 듣지 못할 것이다. 그는 광범한 전략적 사고에 필요한 넓은 시야를 결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적수라기보다는 “친구이자 적(frenemies)” 정도로 바라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군 전략의 중대한 변화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펜타곤의 경전을 아주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펜타곤의 예산문서, 그리고 지역 사령관들이 이제 막 시작된 삼면전략의 실행을 총괄하면서 해마다 내놓는 전비태세보고서가 그것이다.

테러와의 전쟁_위키백과
테러와의 전쟁(이미지 출처: 위키 백과)

새로운 지정학적 체스판

미군의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를 새롭게 강조하는 것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전 지구적 전략 등식을 현재의 최고위급 군 장성들이 어떻게 재평가하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911 이후 미군의 상급 지휘관들이 “대테러 장기전”이라는 세계전략 접근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때때로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장소와 오지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대테러작전이 기본적으로 아무런 성공도 거두지 못했으며,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그들의 군사력을 최신식으로 변모시키고 이를 통해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테러 장기전에 관한 이들의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테러와의 장기전은 펜타곤 특수작전부대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는 데 불을 붙였고 지금도 확대일로에 있다. 전체 미군 안에 현재 7만 명의 비밀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테러와의 전쟁은, 육군 전차여단과 해군 항모전단 및 공군 폭격기 부대 등 미군의 “중무장” 부대들에게는 어떤 목적의식이나 실질적인 과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작전에서 공군이 중요한 지원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이들을 비롯한 지역에서 정규 부대는 거의 침묵하고 있었다. 경무장한 특수작전부대 병력이나 드론이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과 무기로 무장한) “대등한 상대”와의 “진짜 전쟁” 계획에는 최근까지 우선순위가 높게 부여되지 않았다. 범중동권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나지도 않을 싸움을 우선했던 것이다. 정규부대에 몸담은 이들은 이런 상황에 당황했고 심지어는 분노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이 나설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펜타곤의 새로운 국가방위전략은 “오늘날 우리는 전략적 위축의 시기로부터 벗어나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의 군사적 우위는 침식되어 왔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 지구적 무질서의 증대는 규칙에 기반을 둔 오랜 국제질서의 쇠퇴로 특징지어진다.”고 지적한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IS)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 행위가 국제질서 쇠퇴의 원인이라고 최초로 지목되었다. 이란과 북한을 주요한 위협으로 거론했지만, 두 강대국이 제기하는 위험에 비교하면 이들은 분명 부차적이다.

이러한 전략 전환이, 값비싼 최신식 군사장비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할 것과 함께 전 지구적 전략지도를 정규군 위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테러와의 장기전 시기에는 지정학과 경계가 그다지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다. 질서가 무너진 곳이라면 어디서나 소규모 테러리스트 조직이 활개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멀리 떨어진 전장으로 신속하게 병력(때로는 비밀작전부대를 포함하여)을 전개할 준비를 갖추어야만 한다고 믿었던 미군에게 국경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지정학 지도에서 미국은 자신의 국경을 방어하려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적들과 대면한다. 따라서 이제 미군은 오래 전부터 매우 익숙한, 현대판 삼중의 대치 선을 따라서 정렬하는 중이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핵심 동맹국들(남한, 일본, 필리핀, 그리고 호주)은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에 이르는 긴 라인을 따라 중국과 마주한다.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스칸디나비아와 발트 해 국가들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와 루마니아, 동쪽으로는 흑해에서 카프카스 산맥에 이르는 선을 따라 러시아와 대면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형성된 대결의 두 무대 중간에, 훨씬 사납게 요동치는 범중동권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미국은 이 지역의 두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러시아의 거점인 시리아와 날이 갈수록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바싹 다가서고 있는 이란과 대치한다.

이것이 가까운 미래를 규정하는 전 지구적 전략지도라는 것이 펜타곤의 시각이다. 향후 주요한 군사 지출과 계획은 이들 라인의 안쪽에 위치하는 미국의 해군과 공군 및 지상군의 강화 그리고 이들 라인을 따라서 노출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약점을 겨눌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변화된 전략적 시각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육군과 해군, 공군과 해병대 사령부를 망라한 통합전투사령부의 전비태세보고서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보다 더 나은 방법이란 없다.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둘러싼 모든 지역을 관할한다. 아시아의 모든 미군을 책임지는 태평양사령부(PACOM), 스칸디나비아에서 카프카스에 이르는 미군을 관할하는 유럽사령부(EUCOM), 미국의 대테러전쟁 다수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관리하는 중부사령부(CENTCOM) 등이 포함된다.

이들 상위 기관의 최고위 사령관들은 그들의 “관할구역” 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관리들이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 파견된 어떤 미국 대사보다 (그리고 때로는 해당 지역의 국가수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들이 내놓는 진술 그리고 언제나 그 진술에 딸려 나오는 무기 구매 리스트는, 펜타곤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미군의 미래에 관하여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펜타곤_위키백과
펜타곤의 모습(사진 출처: 위키백과)

인도양-태평양 전선

태평양사령부의 사령관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Jr.) 제독은 오랜 기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지난 3월 1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전비태세보고서에서 해리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지위에 관하여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하는 위험에 더하여, 중국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가공할만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해리스는 주장했다. “현대적인 최첨단 전투부대로 빠르게 변모하는 인민해방군의 변모가 인상적인 동시에 우려되며,” “인민군의 능력이, 확고한 자원 조달과 우선순위 설정에 힘입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 제고에서 가장 위협적인 분야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전함이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으며, 팽창하는 중국 해군은 중국 연안에서 미 해군에 도전할 수 있고 어쩌면 언젠가는 미국의 서태평양 제해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이러한 전함 건조 프로그램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잠수함과 호위함 급 이상의 전력에서, 2020년까지 세계 두 번째 해군력으로 부상하며 러시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력 증강에 맞서고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해, 최신 무기시스템 특히 정밀유도미사일에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지출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의 현재 및 미래 전력을 압도하고 공중과 해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군의 군사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들 무기에 대한 투자를 엄청난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해리스 제독은 요구했다. “인도양-태평양에서 잠재적인 적대국을 저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핵심적인 군사력과 혁신의 가속화에 투자함으로써 더욱 치명적인 전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그는 단언했다.

예산에 담긴 해리스의 구매희망목록은 대단히 놀랍다. 그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역설한 것은 차세대 전투기와 미사일이다. 펜타곤 용어로는 “반 접근 지역거부(anti-access/area-denial)” 시스템이라고 불리는데, 미군이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포대 및 여타 무기 시스템을 타격하고 중국 영토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무기 시스템이다.

해리스는 또한 이러한 목적을 위해, 새로운 핵미사일의 보유도 개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거리핵탄두미사일을 금지하는 조약으로서 미국도 서명국의 하나인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저촉되지 않기 위하여, 함선이나 공중에서 발사 가능한 미사일을 거론했던 것이다. (펜타곤의 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불가사의한 언어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저촉되지 않는, 가공할 타격 능력을 계속 확대해야만 한다. 적대국의 반 접근 지역거부(A2/AD) 능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생존전술을 강요하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해리스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방어선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남한, 필리핀과 호주 등 다양한 동맹 및 동반 국가들과의 군사연계 심화를 요구했다. 그는 태평양사령부의 목표가 “뜻이 맞는 동맹 및 동반 국가들의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원칙에 입각한 안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네트워크가 종국에는 인도까지 포괄하여, 보다 강력하게 중국을 포위하는 상황이 이상적이라고 해리스는 덧붙였다.

 

유럽 무대

지난 3월 8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증언한 유럽사령부 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장군은, 배경이 다르고 거주하는 행위자들도 다르지만, 유럽의 미래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에게 러시아는 또 하나의 중국이다. 스캐퍼로티의 설명을 들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러시아는 자국 정권을 보호하고 주변국에의 패권을 부활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국제질서의 변경과 나토의 분열 및 미국 리더십의 약화를 추구한다. …… 러시아는 변경 국가들에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이미 과시했다. 중동에서 특히 그러하다.”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러시아를 확실한 적대국가로 묘사하기를 꺼렸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러한 전망을 들을 수 없음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및 정보 관리들에게, 러시아가 유럽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에 대한 명백한 위협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러시아를 언급하는 방식은 냉전 시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스캐퍼로티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 및 동반 국가들에게 더 이상 공격적으로 나오거나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못 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을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옵션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유럽사령부의 러시아 억제 조치 중 최첨단 수단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여 만든 유럽억지이니셔티브(European Deterrence Initiative, EDI) 프로젝트이다. 초기에는 유럽수호이니셔티브(European Reassurance Initiative)로도 알려졌던 유럽억지이니셔티브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이른바 “최전방 국가”에 전개되어, 나토의 “동부전선”에서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는 미군과 나토군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펜타곤이 지난 2월 제출한 구매희망목록에 따르면, 2019년 유럽억지이니셔티브에 할당되어야 할 예산은 약 65억 달러이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최전방 국가들 안에 군수품을 쌓고, 공군기지의 인프라를 개선하며, 동맹국들과의 합동군사훈련을 확대하고, 미국에 주둔하는 병력을 이 지역으로 순환 배치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펜타곤이 우크라이나에 “고문을 파견하고, 훈련을 돕고, 장비를 제공”하는 작업에는 추가로 2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다.

태평양사령부의 해리스 장군과 마찬가지로, 스캐퍼로티 장군 역시 비용이 많이 드는 무기구매리스트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개량된 항공기와 미사일 및 여타 첨단 무기들이 포함되는데, 스캐퍼로티는 이들 무기가 러시아군의 현대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능란한 사이버전쟁 수행 능력을 지적하면서, 사이버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해리스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 유럽 전장에서 “사용가능한” 핵전력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시사했다. 말을 빙빙 돌려서 했지만 말이다.

중부사령부_중앙일보
중부사령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트럼프 대통령(사진 출처: 중앙일보)

동방과 서방 사이 : 중부사령부

미 중부사령부는, 태평양사령부의 서쪽 경계에서 유럽사령부의 동쪽 경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점점 더 불안이 심화되는 이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관할한다.

중부사령부는 최근 역사의 대부분 시기에 걸쳐, 테러와의 전쟁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 집중하여 왔다. 이전의 지루한 전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중부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범중동권으로부터 봉쇄하기 위한 새로운 냉전에 대비할 채비를 이미 갖추기 시작했다. 냉전이라는 한물간 용어를 부활시켰으며, 중단 없는 투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중부사령부 사령관 조지프 보텔(Joseph Votel) 장군은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상대로 한 미군의 작전 현황에 집중했다. 그러나 보텔은 중국과 러시아의 봉쇄가 향후 중부사령부의 핵심 전략과제가 되었다고 단언했다. “최근 발간된 미국 국방전략보고서는 초강대국 간 경쟁의 부활이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주요한 도전이라는 점을 올바르게 지적했다. 우리는 이 지역 전체에 걸쳐서 강대국 간 경쟁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의 시리아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그리고 이 지역의 여타 핵심 행위주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러시아는 중부사령부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점점 더 뚜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텔은 주장했다. 중국 역시 지정학적 영향력 제고를 추구하는 중이다. 경제 측면에서,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군사적 존재감의 확대를 통해서다. 인도양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과, 홍해에서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건너편 지부티에 존재하는 중국 군사기지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보텔은 역설했다. 이러한 시설들은 중부사령부 관할구역에서 중국의 “전비태세와 군사력 진출”에 기여하며 향후 미군에 위협이 될 신호라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평양사령부 및 유럽사령부와 합동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기세를 꺾는 일은 중부사령부의 의무라고 보텔은 증언했다. “그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뿐만 아니라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들 위협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채 보텔은 증언을 이어갔다.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지에 관하여 우리는 대단히 훌륭한 계획과 절차를 마련해 왔다.”

보텔의 언급이 무슨 의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공약을 통해, 이슬람국가와 탈레반이 패배하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및 시리아로부터의 미군을 철수하겠고 공언했지만, 중부사령부가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이들 국가에 (그리고 어쩌면 다른 국가에서도) 미군을 무기한 주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명백해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이고,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미군의 영구 주둔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파국으로의 초대

미군 지휘관들은 미국이 새로운 장기전에 들어섰다는 그들 주장의 후속 조치를 대단히 신속하게 취했다. 이들이 그린 봉쇄선의 윤곽은 아시아의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중동을 가로질러 동유럽의 옛 소련 영토 일부에 닿고 마침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이른다. 이 계획에 의하면, 신뢰할만한 동맹국들의 군대로 증강된 미국의 군사력은 봉쇄선의 모든 부분을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가설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 규모로 벌이는 깜짝 놀랄만한 거대 계획이다. 다가올 역사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도를 넘은 미군의 시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타당한 전략인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인지가 다가올 미래에 제기될 의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이런 식의 시도가 대항수단을 불러올 것이란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이버 공격과 다양한 종류의 경제전쟁 등의 수단이 활용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이 유일한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벌여온 전 지구적 차원의 시도라고 상상했다면,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세 개의 긴 봉쇄선에서 대규모 중무장 전력을 유지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며, 이는 국내 예산지출 우선순위와 충돌할 것이 분명하고, 어쩌면 징병제의 부활을 둘러싼 여론의 심각한 양분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워싱턴에서 제기되지 않은 진정한 질문은, 애초에 왜 그런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지 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 행위를 관리할 다른 수단은 없는 것인가? 삼면전략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충돌과 오판, 긴장의 고조, 그리고 단순히 웅장한 전쟁준비에 끝나지 않고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발트 해, 흑해, 시리아,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전 지구적 봉쇄선의 다수 지점에서 미군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이미 심각하게 대적하고 있다. 적대적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방식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 밀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이와 같은 대면은 어느 순간 화력을 동원한 전투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단계적 긴장 고조, 어쩌면 전면적 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후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는 핵무기의 사용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점 확대하는 전략으로 미국 국민을 몰고 가기 전에, 아직까지는 계획으로서의 장기전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실제 장기전으로 전환되기 전에, 워싱턴 관리들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 톰디스패치(TomDispatch)에 최초 게재된 글

** 글쓴이 마이클 T. 클레어는 햄프셔 칼리지의 평화와 국제안보학 교수이다. 톰디스패치(TomDispatch)의 정기 기고가이며 작가이다. 최근 저서로는 <마지막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주(The Race for What’s Left)>가 있다. 그의 저서 <블러드 앤드 오일(Blood and Oil)>의 다큐멘터리 영화 버전을 미디어 에듀케이션 파운데이션에서 구할 수 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mklare1 이다.

일, 2018/04/0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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