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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삼면(三面)의 ‘장기전’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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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삼면(三面)의 ‘장기전’을 계획 중이다

익명 (미확인) | 일, 2018/04/08- 15:52

역사상 가장 중대한 군사계획이 바로 지금 벌어지는 중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최근 쏟아지는 트위터 메시지와 섹스 관련 폭로, 온갖 조사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백악관의 변명 속에서, 누가 여기에 관심이라도 가질 것인가? 그러나 펜타곤의 현재 계획을 보면, (위험한 신종 변형의 모습으로) 21세기 판본의 냉전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점점 강하게 든다. 거의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도 못 하고 있지만 말이다.

미국 국방부가 안보에서 향후 스스로 어떤 역할을 담당할 것인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던 2006년에 국방부는 단 하나의 미션을 최우선으로 보았다.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장기전’이다. 국방부가 4년에 한 번 발간하는 국방검토보고서 역시 2006년 발간되었는데, 이 보고서는 “다가오는 상당 기간 동안 미국은 동맹 및 동반 국가들과 함께 동시다발적으로 이 전쟁을 치를 준비가 반드시 되어 있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게릴라를 상대로 적어도 7건의 충돌이 맹렬하게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펜타곤은 이 장기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그리고 새로운 장기전이 막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유라시아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기 위한 영구적 군사작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6,866억 달러의 펜타곤 예산 요청을 공개하면서 국방부 차관 데이비드 노키스트(David Norquist)는 “테러리즘이 아니라, 세계 최강국을 향한 경쟁이 미국의 안보와 번영에 핵심적인 도전으로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들의 권위주의적 가치에 합치하도록 세계를 바꾸길 원하며, 이를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지구적 안보와 번영을 가능케 했던 자유와 개방의 질서를 대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물론 국제협약을 뒤집고 전 지구적 무역전쟁에 불을 붙이려고 결심한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가 “자유와 개방의 질서”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가 현재 국제질서의 와해를 진정으로 추구하는지 아니면 그저 지금보다 덜 미국 중심적인 국제질서를 원하는지도 알 수 없다. 이 문제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으며, 단지 오늘날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 이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헤드라인을 언론에서 쏟아내는 상황을 목도해 왔어야만 했다. ‘미군이 다가오는 미래에 관하여 결정을 내렸다. 아시아와 유럽 및 중동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진출을 저지하는 삼면(三面, three-front)의 지정학적 싸움에 미군과 국가 전체를 동원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렇게 중요한 전략의 전환에 관하여 대통령으로부터 한 마디로 듣지 못할 것이다. 그는 광범한 전략적 사고에 필요한 넓은 시야를 결여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을 호락호락하지 않은 적수라기보다는 “친구이자 적(frenemies)” 정도로 바라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미군 전략의 중대한 변화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펜타곤의 경전을 아주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펜타곤의 예산문서, 그리고 지역 사령관들이 이제 막 시작된 삼면전략의 실행을 총괄하면서 해마다 내놓는 전비태세보고서가 그것이다.

테러와의 전쟁_위키백과
테러와의 전쟁(이미지 출처: 위키 백과)

새로운 지정학적 체스판

미군의 전략이 중국과 러시아를 새롭게 강조하는 것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기 훨씬 이전부터 시작된 전 지구적 전략 등식을 현재의 최고위급 군 장성들이 어떻게 재평가하고 있는지를 반영한다. 911 이후 미군의 상급 지휘관들이 “대테러 장기전”이라는 세계전략 접근법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때때로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지는 장소와 오지에서 쉴 새 없이 벌어지는 대테러작전이 기본적으로 아무런 성공도 거두지 못했으며, 또한 최근 몇 년 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그들의 군사력을 최신식으로 변모시키고 이를 통해 이웃 국가들을 위협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테러 장기전에 관한 이들의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테러와의 장기전은 펜타곤 특수작전부대가 엄청난 규모로 확대되는 데 불을 붙였고 지금도 확대일로에 있다. 전체 미군 안에 현재 7만 명의 비밀부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놀랍게도 테러와의 전쟁은, 육군 전차여단과 해군 항모전단 및 공군 폭격기 부대 등 미군의 “중무장” 부대들에게는 어떤 목적의식이나 실질적인 과업을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 작전에서 공군이 중요한 지원 역할을 수행했던 것은 맞다. 그러나 이들을 비롯한 지역에서 정규 부대는 거의 침묵하고 있었다. 경무장한 특수작전부대 병력이나 드론이 역할을 맡았을 뿐이다.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과 무기로 무장한) “대등한 상대”와의 “진짜 전쟁” 계획에는 최근까지 우선순위가 높게 부여되지 않았다. 범중동권과 아프리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끝나지도 않을 싸움을 우선했던 것이다. 정규부대에 몸담은 이들은 이런 상황에 당황했고 심지어는 분노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들이 나설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펜타곤의 새로운 국가방위전략은 “오늘날 우리는 전략적 위축의 시기로부터 벗어나고 있으며, 그동안 우리의 군사적 우위는 침식되어 왔다.”고 선언한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 지구적 무질서의 증대는 규칙에 기반을 둔 오랜 국제질서의 쇠퇴로 특징지어진다.”고 지적한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IS)가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공격적 행위가 국제질서 쇠퇴의 원인이라고 최초로 지목되었다. 이란과 북한을 주요한 위협으로 거론했지만, 두 강대국이 제기하는 위험에 비교하면 이들은 분명 부차적이다.

이러한 전략 전환이, 값비싼 최신식 군사장비에 더 많은 예산을 지출할 것과 함께 전 지구적 전략지도를 정규군 위주로 재편할 것을 요구한다는 점은 전혀 놀랍지 않다. 테러와의 장기전 시기에는 지정학과 경계가 그다지 중요하게 보이지 않았다. 질서가 무너진 곳이라면 어디서나 소규모 테러리스트 조직이 활개 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멀리 떨어진 전장으로 신속하게 병력(때로는 비밀작전부대를 포함하여)을 전개할 준비를 갖추어야만 한다고 믿었던 미군에게 국경이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지정학 지도에서 미국은 자신의 국경을 방어하려는 흔들리지 않는 의지와 최신 무기로 무장한 적들과 대면한다. 따라서 이제 미군은 오래 전부터 매우 익숙한, 현대판 삼중의 대치 선을 따라서 정렬하는 중이다.

아시아에서 미국과 핵심 동맹국들(남한, 일본, 필리핀, 그리고 호주)은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에 이르는 긴 라인을 따라 중국과 마주한다.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스칸디나비아와 발트 해 국가들에서 시작하여 남쪽으로 내려와 루마니아, 동쪽으로는 흑해에서 카프카스 산맥에 이르는 선을 따라 러시아와 대면한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형성된 대결의 두 무대 중간에, 훨씬 사납게 요동치는 범중동권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미국은 이 지역의 두 핵심 동맹인 이스라엘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러시아의 거점인 시리아와 날이 갈수록 더욱 공세적으로 나오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바싹 다가서고 있는 이란과 대치한다.

이것이 가까운 미래를 규정하는 전 지구적 전략지도라는 것이 펜타곤의 시각이다. 향후 주요한 군사 지출과 계획은 이들 라인의 안쪽에 위치하는 미국의 해군과 공군 및 지상군의 강화 그리고 이들 라인을 따라서 노출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약점을 겨눌 것이라고 예상해야 한다.

변화된 전략적 시각의 역학을 이해하는 데 육군과 해군, 공군과 해병대 사령부를 망라한 통합전투사령부의 전비태세보고서를 깊이 들여다보는 일보다 더 나은 방법이란 없다. 통합전투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둘러싼 모든 지역을 관할한다. 아시아의 모든 미군을 책임지는 태평양사령부(PACOM), 스칸디나비아에서 카프카스에 이르는 미군을 관할하는 유럽사령부(EUCOM), 미국의 대테러전쟁 다수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관리하는 중부사령부(CENTCOM) 등이 포함된다.

이들 상위 기관의 최고위 사령관들은 그들의 “관할구역” 안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 관리들이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 파견된 어떤 미국 대사보다 (그리고 때로는 해당 지역의 국가수반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따라서 이들이 내놓는 진술 그리고 언제나 그 진술에 딸려 나오는 무기 구매 리스트는, 펜타곤이 전 지구적 차원에서 미군의 미래에 관하여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펜타곤_위키백과
펜타곤의 모습(사진 출처: 위키백과)

인도양-태평양 전선

태평양사령부의 사령관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Jr.) 제독은 오랜 기간 공군 전투기 조종사로 근무했던 인물이다. 지난 3월 15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전비태세보고서에서 해리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지위에 관하여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북한의 핵무장이 초래하는 위험에 더하여, 중국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대한 가공할만한 위협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해리스는 주장했다. “현대적인 최첨단 전투부대로 빠르게 변모하는 인민해방군의 변모가 인상적인 동시에 우려되며,” “인민군의 능력이, 확고한 자원 조달과 우선순위 설정에 힘입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 제고에서 가장 위협적인 분야는 중거리탄도미사일과 전함이다. 중거리탄도미사일은 일본과 괌의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으며, 팽창하는 중국 해군은 중국 연안에서 미 해군에 도전할 수 있고 어쩌면 언젠가는 미국의 서태평양 제해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해리스는 “이러한 전함 건조 프로그램이 지속된다면, 중국은 잠수함과 호위함 급 이상의 전력에서, 2020년까지 세계 두 번째 해군력으로 부상하며 러시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전력 증강에 맞서고 중국의 영향력을 봉쇄하기 위해, 최신 무기시스템 특히 정밀유도미사일에 훨씬 더 많은 세금을 지출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이다. 중국의 현재 및 미래 전력을 압도하고 공중과 해상에서 중국에 대한 미군의 군사우위를 확보하기 위하여, 이들 무기에 대한 투자를 엄청난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해리스 제독은 요구했다. “인도양-태평양에서 잠재적인 적대국을 저지하기 위하여, 우리는 핵심적인 군사력과 혁신의 가속화에 투자함으로써 더욱 치명적인 전력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고 그는 단언했다.

예산에 담긴 해리스의 구매희망목록은 대단히 놀랍다. 그가 무엇보다 열정적으로 역설한 것은 차세대 전투기와 미사일이다. 펜타곤 용어로는 “반 접근 지역거부(anti-access/area-denial)” 시스템이라고 불리는데, 미군이 중국의 중거리탄도미사일 포대 및 여타 무기 시스템을 타격하고 중국 영토를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는 무기 시스템이다.

해리스는 또한 이러한 목적을 위해, 새로운 핵미사일의 보유도 개의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상에서 발사하는 중거리핵탄두미사일을 금지하는 조약으로서 미국도 서명국의 하나인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저촉되지 않기 위하여, 함선이나 공중에서 발사 가능한 미사일을 거론했던 것이다. (펜타곤의 핵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불가사의한 언어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자 한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중거리핵전력조약에 저촉되지 않는, 가공할 타격 능력을 계속 확대해야만 한다. 적대국의 반 접근 지역거부(A2/AD) 능력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생존전술을 강요하기 위해서이다.”)

마지막으로 해리스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방어선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남한, 필리핀과 호주 등 다양한 동맹 및 동반 국가들과의 군사연계 심화를 요구했다. 그는 태평양사령부의 목표가 “뜻이 맞는 동맹 및 동반 국가들의 네트워크를 유지하여, 원칙에 입각한 안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네트워크가 종국에는 인도까지 포괄하여, 보다 강력하게 중국을 포위하는 상황이 이상적이라고 해리스는 덧붙였다.

 

유럽 무대

지난 3월 8일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증언한 유럽사령부 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Curtis Scaparrotti) 장군은, 배경이 다르고 거주하는 행위자들도 다르지만, 유럽의 미래 역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에게 러시아는 또 하나의 중국이다. 스캐퍼로티의 설명을 들으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러시아는 자국 정권을 보호하고 주변국에의 패권을 부활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하여, 국제질서의 변경과 나토의 분열 및 미국 리더십의 약화를 추구한다. …… 러시아는 변경 국가들에 개입할 의지와 능력이 있음을 이미 과시했다. 중동에서 특히 그러하다.”

오랫동안 블라디미르 푸틴을 비판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러시아를 확실한 적대국가로 묘사하기를 꺼렸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이러한 전망을 들을 수 없음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및 정보 관리들에게, 러시아가 유럽에서 미국의 안보 이익에 대한 명백한 위협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러시아를 언급하는 방식은 냉전 시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스캐퍼로티는 이렇게 주장했다. “우리 전략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가 우리의 동맹 및 동반 국가들에게 더 이상 공격적으로 나오거나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못 하도록 억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 작전 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유럽 동맹국들을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군사적 대응옵션을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유럽사령부의 러시아 억제 조치 중 최첨단 수단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 이후 2014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하여 만든 유럽억지이니셔티브(European Deterrence Initiative, EDI) 프로젝트이다. 초기에는 유럽수호이니셔티브(European Reassurance Initiative)로도 알려졌던 유럽억지이니셔티브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등 이른바 “최전방 국가”에 전개되어, 나토의 “동부전선”에서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는 미군과 나토군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펜타곤이 지난 2월 제출한 구매희망목록에 따르면, 2019년 유럽억지이니셔티브에 할당되어야 할 예산은 약 65억 달러이다. 이 예산의 대부분은 최전방 국가들 안에 군수품을 쌓고, 공군기지의 인프라를 개선하며, 동맹국들과의 합동군사훈련을 확대하고, 미국에 주둔하는 병력을 이 지역으로 순환 배치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펜타곤이 우크라이나에 “고문을 파견하고, 훈련을 돕고, 장비를 제공”하는 작업에는 추가로 2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다.

태평양사령부의 해리스 장군과 마찬가지로, 스캐퍼로티 장군 역시 비용이 많이 드는 무기구매리스트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진다. 여기에는 개량된 항공기와 미사일 및 여타 첨단 무기들이 포함되는데, 스캐퍼로티는 이들 무기가 러시아군의 현대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의 능란한 사이버전쟁 수행 능력을 지적하면서, 사이버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요구하고 있다. 해리스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향후 유럽 전장에서 “사용가능한” 핵전력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 역시 시사했다. 말을 빙빙 돌려서 했지만 말이다.

중부사령부_중앙일보
중부사령부에서 회의를 주재하는 트럼프 대통령(사진 출처: 중앙일보)

동방과 서방 사이 : 중부사령부

미 중부사령부는, 태평양사령부의 서쪽 경계에서 유럽사령부의 동쪽 경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 점점 더 불안이 심화되는 이 지역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관할한다.

중부사령부는 최근 역사의 대부분 시기에 걸쳐, 테러와의 전쟁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쟁에 집중하여 왔다. 이전의 지루한 전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제 중부사령부는 중국과 러시아를 범중동권으로부터 봉쇄하기 위한 새로운 냉전에 대비할 채비를 이미 갖추기 시작했다. 냉전이라는 한물간 용어를 부활시켰으며, 중단 없는 투쟁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중부사령부 사령관 조지프 보텔(Joseph Votel) 장군은 최근 상원 군사위원회 증언에서, 시리아의 이슬람국가와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을 상대로 한 미군의 작전 현황에 집중했다. 그러나 보텔은 중국과 러시아의 봉쇄가 향후 중부사령부의 핵심 전략과제가 되었다고 단언했다. “최근 발간된 미국 국방전략보고서는 초강대국 간 경쟁의 부활이 우리 국가안보에 대한 주요한 도전이라는 점을 올바르게 지적했다. 우리는 이 지역 전체에 걸쳐서 강대국 간 경쟁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Assad)의 시리아 정권을 지원함으로써 그리고 이 지역의 여타 핵심 행위주체들에 대한 영향력을 제고하려는 노력을 통하여, 러시아는 중부사령부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점점 더 뚜렷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텔은 주장했다. 중국 역시 지정학적 영향력 제고를 추구하는 중이다. 경제 측면에서, 그리고 크지는 않지만 군사적 존재감의 확대를 통해서다. 인도양에서 중국이 운영하는 파키스탄의 과다르 항과, 홍해에서 예멘과 사우디아라비아 건너편 지부티에 존재하는 중국 군사기지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보텔은 역설했다. 이러한 시설들은 중부사령부 관할구역에서 중국의 “전비태세와 군사력 진출”에 기여하며 향후 미군에 위협이 될 신호라고도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태평양사령부 및 유럽사령부와 합동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기세를 꺾는 일은 중부사령부의 의무라고 보텔은 증언했다. “그들이 자리 잡고 있는 장소뿐만 아니라 그들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에서, 이들 위협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은 채 보텔은 증언을 이어갔다. “어떻게 임무를 수행할지에 관하여 우리는 대단히 훌륭한 계획과 절차를 마련해 왔다.”

보텔의 언급이 무슨 의미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는 선거 공약을 통해, 이슬람국가와 탈레반이 패배하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및 시리아로부터의 미군을 철수하겠고 공언했지만, 중부사령부가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이들 국가에 (그리고 어쩌면 다른 국가에서도) 미군을 무기한 주둔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점점 더 명백해 보인다.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이고, 강대국 간의 지정학적 경쟁 격화가 예상되는 지역에 미군의 영구 주둔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파국으로의 초대

미군 지휘관들은 미국이 새로운 장기전에 들어섰다는 그들 주장의 후속 조치를 대단히 신속하게 취했다. 이들이 그린 봉쇄선의 윤곽은 아시아의 한반도에서 시작하여 중동을 가로질러 동유럽의 옛 소련 영토 일부에 닿고 마침내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이른다. 이 계획에 의하면, 신뢰할만한 동맹국들의 군대로 증강된 미국의 군사력은 봉쇄선의 모든 부분을 요새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 진위가 밝혀지지 않은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가설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 규모로 벌이는 깜짝 놀랄만한 거대 계획이다. 다가올 역사의 상당 부분은 이처럼 도를 넘은 미군의 시도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이것이 타당한 전략인지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정책인지가 다가올 미래에 제기될 의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봉쇄하려는 이런 식의 시도가 대항수단을 불러올 것이란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사이버 공격과 다양한 종류의 경제전쟁 등의 수단이 활용되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는 일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테러와의 전쟁이, 미국이 유일한 강대국으로 가기 위해 벌여온 전 지구적 차원의 시도라고 상상했다면, 좀 더 두고봐야 한다. 세 개의 긴 봉쇄선에서 대규모 중무장 전력을 유지하는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 드러날 것이며, 이는 국내 예산지출 우선순위와 충돌할 것이 분명하고, 어쩌면 징병제의 부활을 둘러싼 여론의 심각한 양분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워싱턴에서 제기되지 않은 진정한 질문은, 애초에 왜 그런 정책을 추구해야 하는지 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 행위를 관리할 다른 수단은 없는 것인가? 삼면전략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부분은, 충돌과 오판, 긴장의 고조, 그리고 단순히 웅장한 전쟁준비에 끝나지 않고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발트 해, 흑해, 시리아,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전 지구적 봉쇄선의 다수 지점에서 미군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이미 심각하게 대적하고 있다. 적대적 상황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 방식으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서로 밀치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이와 같은 대면은 어느 순간 화력을 동원한 전투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은 단계적 긴장 고조, 어쩌면 전면적 전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후에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 심지어는 핵무기의 사용을 포함해서 말이다.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을 점점 확대하는 전략으로 미국 국민을 몰고 가기 전에, 아직까지는 계획으로서의 장기전이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실제 장기전으로 전환되기 전에, 워싱턴 관리들은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야만 할 것이다.

 

* 톰디스패치(TomDispatch)에 최초 게재된 글

** 글쓴이 마이클 T. 클레어는 햄프셔 칼리지의 평화와 국제안보학 교수이다. 톰디스패치(TomDispatch)의 정기 기고가이며 작가이다. 최근 저서로는 <마지막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주(The Race for What’s Left)>가 있다. 그의 저서 <블러드 앤드 오일(Blood and Oil)>의 다큐멘터리 영화 버전을 미디어 에듀케이션 파운데이션에서 구할 수 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mklare1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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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용비자용 초청장을 발급하던 중국 여행사가 초청장 발급 업무를 중단해 중국을 사업상 방문하려는 여행자들에게 큰 불편이 일어나고 있다. 사드(THAAD)배치 결정으로 인한 중국 당국의 보복 조치가 아닌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무발국제여행사유한책임공사(이하 무발여행사) 한국 영업소는 오늘(8월3일) 오전 비자발급 대행업무를 맡아오던 국내 여행사들에 이메일을 보내 오늘부로 초청장 발급 업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상용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중국측 업체의 초청장을 첨부하거나 무발여행사가 발급하는 초청장을 첨부해야 했다. 중국 현지에 공식적인 협력사가 있는 경우는 해당 협력사가 발행한 초청장을 첨부했지만 마땅한 중국 협력사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의 경우는 비자발급 대행업체를 통해 무발여행사가 발급하는 초청장을 첨부해 왔다.

무발여행사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상용비자 초청장 발급 기관으로 국내에 사업소를 두고 상용비자 초청장 업무를 독점해왔다.

그러나 이번 무발여행사의 초청장 발급 중단 조치로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경우 비자 신청에 큰 불편을 겪게 됐다. 뿐만 아니라 상용비자 발급 서비스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아온 국내 여행업체들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비자발급 대행사인 H 여행사 관계자는 무발여행사 측이 전화를 걸어와 “중국 정부의 정책 변경으로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초청장 발급 계약을 파기하고 보증금을 환불해주겠다”고 밝혔다면서 일시적인 중단이 아니라 사업소를 철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지난 7월 초청장 제도가 일부 바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지난 5월에 사전 공지가 있었다”면서 이번 조치는 사전 통지 없이 매우 급작스럽게 이뤄져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면서 덧붙였다.

또 다른 비자발급 대행사인 M 여행사 관계자는 “이제 상용비자를 신청하려면 신청자가 직접 중국 업체가 제공하는 초청장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일반인들의 경우 초청장 발급 업무를 직접 하기 힘들기 때문에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무발여행사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초청장 발급 업무가 중단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중국 대사관의 지시”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대사관이 중단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선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 측은 중국 대사관 영사부가 상용비자 발급 중단 공문을 여행사에 보냈다는 일부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비자발급 업무에 대해 어떤 공지도 보낸 사실이 없으며 평소와 같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무발여행사에 초청장 발급 중단을 지시했는지에 대해선 “자신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상용비자 초청장 발급의 갑작스런 중단 조치가 한국의 사드배치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비자발급 대행업체인 J 여행사 관계자는 “업계 모두 진행하던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면서 사드로 인한 피해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의 영사서비스과는 “무발여행사가 초청장 발급을 중단하게 된 것은 주한 중국 대사관과는 무관한 것으로 업체 내부에 문제가 발생해 중국 정부로부터 자격정지 조치를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사드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중국업체가 다른 업체를 초청장 발급사로 지정할 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밝혀 중국 상용비자를 받으려는 한국인의 경우 상당 기간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수, 2016/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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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중국과 가장 많이 무역을 합니다.
수출의 26.1%,수입의 16.1%가 중국 시장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 다음으로는 미국, EU, 일본 등과 무역을 많이 하지요.


그런데 중국도 미국, EU, 일본과 무역을 많이 합니다.


게다가 지금 저유가로 경제가 휘청이는 브라질, 러시아도 중국과 무역을 많이 하지요.
그래서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전세계가 불안합니다.

그런데 유독 우리시장이 중국 경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뭘까요?

먼저 우리 수출입이 중국에 매우 의존적인데다가


GDP대비 무역의존도가 상대적으로 가장 높기 때문이죠.
보세요. 한국만 GDP대비 무역의존도가 100%가 넘습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은 무역이 안 되면 내수로 버티는데…우리는 그게 쉽지 않습니다.

중국 경제에 저당잡힌 세계 경제.


국내 소비라도 반등하면 좋겠습니다만, 1200조 원 가계빚이 또 내수를 짓누릅니다.

우리 경제, 정말 자가당착에 빠진 걸까요?

<자료 : WTO 2014년 기준>

리서치/구성 : 최경영
인포그래픽 : 최미정

수, 2016/01/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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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의 전현직 위원 8명이 비밀 페이퍼컴퍼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렉사 올센(Alexa Olesen), 웬 유(Wen Yu) 기자

구카이라이(Gu Kailai)는 자신이 감춰온 비밀이 드러날까 싶어 몇 달 동안 좌불안석이었다. 이제 곧 중국 정치 지도부에 오르게 될 남편이 그 비밀 하나 때문에 자리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모종의 조치를 했다.

중국 남부 대도시인 충칭의 한 호텔방, 영국인 사업가인 닐 헤이우드(Neil Heywood)가 호텔 침대에서 술에 취해 멍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녀는 작은 그릇에 차와 쥐약을 섞어 건넸다.

호텔 직원이 그의 시신을 이틀 뒤에 발견했다.

구카이라이는 결국 2011년 범죄에 대해 고백했다. 그녀는 헤이우드가 지구 건너편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계좌의 수백만 달러 부동산의 비밀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녀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프랑스 남부에 있는 빌라의 소유권을 숨겼음을 헤이우드가 폭로한다면, 남편인 보시라이(Bo Xilai)가 중국 정치권력의 정점인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들어가는 것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고 구카이라이는 생각했다.

살인이 일어난 2주 후, (이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알려진 바 없는 내용이다) 구카이라이의 페이퍼컴퍼니 소유권 구조가 갑자기 바뀌었다. 유출된 기록에 따르면, 그녀와 페이퍼컴퍼니의 관계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 목적으로, 또는 일이 터지면 그녀의 동업자가 신속한 조치를 하도록 만들 목적으로 구카이라이의 주식이 동업자에게 이전되었다.

하지만 구카이라이는 자신의 비밀을 감출 수 없었다. 페이퍼컴퍼니를 숨기려던 노력은 헤이우드의 죽음, 그리고 남편과 구카이라이의 투옥으로 끝났다. 또한 중국의 엘리트들이 그들의 부를 숨기기 위해 어떻게 조세도피처를 이용하고 있는지에 관해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구카이라이의 해외 거래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드러낸 유출문서는, 그 밖의 중국 권력층 가족이 보유한 해외 재산에 관해서도 많은 새로운 정보를 담고 있다.

유출문서는 중국의 국가주석, 공산당 총서기 및 당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진핑(Xi Jinping)의 매형이 조세도피처에 회사들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규모가 매우 작은 상무위원회에 과거 혹은 현재 속한 인물 중 최소 그들의 친척 7명도 해외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자산을 가진 친척 중에는 서거한 중국 국가주석이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의 손녀사위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혁명 영웅들의 자녀와 손자 손녀 중 많은 수가 사업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크고 억만장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 내 가장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페이퍼컴퍼니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자산을 숨기고 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이 네트워크를 이용하는지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독일 신문 쥐트도이체 차이퉁(Süddeutsche Zeitung) 및 기타 미디어 파트너들이 기밀 자료를 입수했다. 전체 1천100만 건이 넘는 기록은 자산을 숨기는데 이용되는 기업 구조 설립 전문인 파나마 법무법인, 모색 폰세카(Massack Fonseca)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보여준다.

모색 폰세카의 크게 성공한 중국 고객 중에는 중국 최고 지도자이자, 반부패를 내세워온 시진핑의 매형인 덩쟈구이(Deng Jiagui)도 포함되어 있다. 덩쟈구이는 모색 폰세카를 통해 2004년 페이퍼컴퍼니 한 곳을 취득했으며, 2009년 두 곳을 더 취득했다.

이 페이퍼컴퍼니들의 이름은 슈프림 빅토리 엔터프라이즈(Supreme Victory Enterprises Ltd), 베스트 이펙트 엔터프라이즈(Best Effect Enterprises Ltd.) 및 웰스 밍 인터내셔널(Wealth Ming International Ltd.)이다. 이 회사들이 무슨 일에 쓰였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슈프림 빅토리는 2007년 해산되었고, 나머지 두 회사는 시진핑이 2012년 공산당 서기가 되었을 무렵 휴면 상태에 들어갔다.

또 다른 유명한 고객은 1987년부터 1998년까지 중국 총리였던 리펑의 딸이다. 리펑은 1989년 톈안먼 광장 민주화 시위의 유혈 군사 진압을 이끌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리펑의 딸인 리샤오린과 그녀의 남편은 1994년 설립된 한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인, 코픽 인베스트먼츠(Cofic Investments)를 소유하고 있다. 내부 이메일에서 리샤오린의 변호사들은 코픽 인베스트먼츠의 자금은 유럽에서 중국으로 산업 설비를 수출하는 일을 돕는데서 발생한다고 밝혔다. 유출 문서에 의하면, 이 소유관계는 이름이 등록되지 않은 소위 무기명주를 이용해서 수년 동안 은폐되어왔다. 무기명주는 오랫동안 자금 세탁 및 그 밖의 부정행위를 위한 도구로 알려져 왔으며, 검은돈을 막기 위한 규제가 각국에서 강화되면서 이제 전 세계적으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소위 붉은 귀족이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는 젊은 시절 페이퍼컴퍼니의 세계를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2012년까지 중국 상무위원회 서열 4위였던 지아칭린(Jia Qinglin)의 손녀도 해외 자산을 가지고 있다. 재스민 리 지단(Jasmine Li Zidan)은 스탠포드 대학교에 1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2010년 하베스트 선 트레이딩(Harvest Sun Trading Ltd.)이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소유주가 되었다.

그 이후로 재스민 리는 20대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큰 규모의 비즈니스를 구축해왔다. 그녀의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는 총 등록 자본 30만 달러로 베이징에 2개의 회사를 설립하는데 이용되었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 2곳이 베이징 회사들 내에 재스민 리의 주식을 보유함으로써, 그녀는 그녀 가족의 이름이 공식 명부에 등장하지 않도록 만들 수 있었다.

그 밖에 친척들이 페이퍼컴퍼니 거래와 연관이 있는 5명의 전,현직 상무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장가오리(Zhang Gaoli), 현 상무위원으로서 그의 사위인 리셩푸(Lee Shing Put)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3개 기업, 제논 캐피탈 매니지먼트(Zennon Capital Management), 시노 릴라이언스 네트웍스 코퍼레이션(Sino Reliance Networks Corporation), 글로리 탑 인베스트먼트(Glory Top Investments Ltd.)의 주주였다.

류윈산(Liu Yunshan), 현 상무위원으로서, 그의 며느리인 지아리칭(Jia Liqing)은 영국령 버진 아앨랜드에 2009년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인 울트라타임인베스트먼트(Ultra Time Investments Ltd.)의 이사 겸 주주였다.

쩡칭훙(Zeng Qinghong),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중국 부주석이었으며, 그의 남동생인 쩡칭화이(Zeng Qinghuai)는 니우에(Niue)에서 처음 설립되었다가 2006년 사모아(Samoa)로 주소가 옮겨진 회사인 차이나 컬츄럴 익스체인지 어소시에이션(China Cultural Exchange Association Ltd.)의 이사였다.

고인이 된 후야오방(Hu Yaobang),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였으며, 그의 아들 후덴화(Hu Denhua)는 2003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회사인 포탈렌트 인터내셔널 홀딩스(Fortalent International Holdings Ltd.)의 주주, 이사이자 실질소유주이다. 후덴화는 그의 아버지가 공산당 총서기이던 시절에 살았던 전통 가옥인 본인의 집 주소를 이용해서 페이퍼컴퍼니를 등록했다.

마오쩌둥(Mao Zedong)은 1949년부터 1976년 사망할 때까지 공산주의 중국을 이끌었다. 그의 손녀사위는 2011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킨 베스트 인터내셔널 리미티드(Keen Best International Limited)를 설립했다. 천둥성(Chen Dongsheng)은 현재 생명보험회사와 미술경매회사의 대표이며 킨 베스트(Keen Best)의 1인 이사 겸 주주였다.

공산주의, 자본주의를 만나다

유출기록은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자산을 감추기 위해 어떻게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하는지 드러내고 있다.

모든 페이퍼컴퍼니 거래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와 기타 지역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들은 정치 엘리트와 부유한 후원자들 간의 금융 거래를 숨겨주고, 자산을 감춰주며, 조세를 회피하고 익명 주식 거래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인물도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자국에서 몰래 기업을 설립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공산주의 속성을 지닌 현대 중국의 자본주의 바퀴에 기름을 칠하는 기술 중 일부일 뿐이다.

모색 폰세카의 중국 고객들 중에는 중국 쇼핑몰 체인 인타임(Intime)을 설립한 셴구오준(ShenGuojun)과 같은 슈퍼부자도 포함되어 있다. 셴구오준은 쿵푸 스타인 성룡(Jackie Chan)을 비롯한 여러 인물들과 함께 2008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된 드래곤 스트림 리미티드(Dragon Stream Limited)라고 불리는 회사의 주주였다.

Jackie Chan. Photo: Gage Skidmore (CC BY-SA 2.0)

Jackie Chan. Photo: Gage Skidmore (CC BY-SA 2.0)

또 다른 억만장자이자 음료수 재벌인 쫑칭호우(Zong Qinghou)의 딸인 켈리쫑푸리(Kelly Zong Fuli)는 2015년 2월 모색 폰세카의 도움으로 퍼플 미스테리 인베스트먼트(Purple Mystery Investments)라 불리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 서신 기록에 의하면 해당 회사의 목적은 “중국 내 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셴구오준, 성룡, 켈리쫑푸리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코멘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전 세계 페이퍼컴버니 설립 법무법인들 중 5위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여겨지는 파나마 법무법인인 모색 폰세카는 모색 폰세카 세크러테리즈 리미티드(Mossack Fonseca Secretaries Limited)라는 회사를 1989년 홍콩에 설립했다. 그리고 설립 초기에 박물관과 쇼핑으로 널리 알려진 침샤추이의 카오룽 센터에 사무실을 운영했다. 모색 폰세카는 2000년 중국 본토에 첫 사무실을 설립했다. 모색 폰세카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이 법무법인은 중국 본토 8개 도시(심천, 닝보, 청도, 다롄, 항저우, 난징, 지난)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유출기록 분석에 따르면, 2015년 말에 모색 폰세카는 홍콩과 중국 사무실을 통해 설립된 16,300개 이상의 페이퍼컴퍼니로부터 수수료를 거둬들였다. 이 회사들은 모색 폰세카가 전 세계에서 관리하는 활동 중인 기업들 중 29 퍼센트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 비중은 단일 시장으로서 모색 폰세카에게 독보적이다. 모색 폰세카의 지점 중 아시아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바쁜 사무실은 홍콩에 있다.

자금 세탁에 관한 국제 규범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와 같은 중개인은 정부 관료와 그  가족의 자금이 부당한 이득을 통해 축적된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음료수 재벌, 쫑칭호우의 아내인 시유첸(Shi Youzhen)과 같은 일부 고객은 그녀의 페이퍼컴퍼니가 보유한 자산에 관해 “강도 높은 실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었다.

유출문서의 조사 결과, 모색 폰세카는 여러 중국 고객들에 대해 고위급 정치인들과 가족관계가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시진핑의 매형인 덩쟈구이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들을 2004년과 2009년 설립하는 것을 도울 당시에 모색 폰세카의 그 누구도 덩쟈구이의 가족관계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색 폰세카는 또한 수년 동안 중국 전 총리 리펑의 외동딸인 리샤오린의 가족관계를 인지하거나 깨닫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모색 폰세카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가 무기명주 사용을 금지하는 보다 엄격한 반(反)자금세탁 기준을 도입한 2009년까지 리샤오린과 그녀의 남편이 소유한 회사인 코픽 인베스트먼츠를 지배하기 위해 무기명주를 사용하는데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유출문서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는 코픽 인베스트먼츠의 소유권 구조가 2010년 무기명주에서 또 다른 비밀 구조인 중부 유럽의 작은 리히텐슈타인 공국 내 재단으로 이전될 때도 해당 회사의 진짜 주주들의 배경을 파헤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무렵, 리샤오린은 중국 내에서 유명한 정치 지도자의 딸 이상의 명망을 얻고 있었다. 그녀는 “중국의 전력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중국 에너지 분야의 최고 경영인이 되었고, 중국 입법부의 자문기관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위원이 되었다.

이메일 기록을 보면 모색 폰세카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의 금융 규제 당국이 보낸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2014년이 되어서야 리샤오린과 그의 남편이 코픽 인베스트먼츠의 실제 소유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질의가 무엇이었는지 문서 상에 분명히 드러나지 않지만, 심지어 그 때도 적어도 법무법인의 직원 중 일부는 리샤오린이 중국 정치 및 재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아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픽 인베스트먼츠의 이사이자, 제네바에 기반을 둔 변호사인 찰스-앙드레 주노드는 이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지만 그는 항상 관련법을 준수해왔다고 말했다.

리샤오린은 거듭된 코멘트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보낸 편지에서 모색 폰세카는 정치인들이나 이들과 관련된 사람들과 연관된 사례를 발견하고 다루는 “정책 및 과정을 적절한 절차에 따라 확립”했다고 밝히고 있다. 모색 폰세카는 이런 사례는 “고위험” 사례로 간주하고, 강도 높게 체크하고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있으며, “우리 회사를 비롯한 기타 법무법인들이 지켜야 하는 기존 규칙과 기준의 엄격한 수준을 자주 벗어나는 모든 신규 및 유망 고객에 대해서 꼼꼼하게 자산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Identity documents from the Panama Papers. Clockwise from top left: Patrick Henri Devillers, Jia Liqing, Hu Dehua, Deng Jiagui and Li Xiaolin.

Identity documents from the Panama Papers. Clockwise from top left: Patrick Henri Devillers, Jia Liqing, Hu Dehua, Deng Jiagui and Li Xiaolin.

1 달러짜리 회사

큰 주목을 끌지 않고 모색 폰세카의 조사 절차를 뚫고 들어온 또다른 군주는 전 상무위원의 손녀인 재스민리(Jasmine Li)이다. 페이퍼컴퍼니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녀는 스탠포드 대학교 학생이었다.

모색 폰세카의 유출문서를 보면 사진이 담긴 신분증 사본을 확보하는 것이 표준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사진이 담긴 신분증 사본을 법무법인에서 확보했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만약 모색 폰세카 직원들이 좀 더 면밀하게 확인했다면, 또다른 모색 폰세카 고객인 중국 고급시계유통업체인 형득리(Hengdeli)의 대표이자 창업자인 장유핑(Zhang Yuping)과 그녀 사이의 금융 관계를 발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장유핑은 하베스트 선 트레이딩 리미티드(Harvest Sun Trading Limited)라고 불리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의 1인 주주였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하베스트 선은 2010년 4월 차이나 스트레티직 홀딩스(China Strategic Holdings)라 불리는 홍콩 상장회사의 주식을 매수하는 데 이용되었다. 홍콩 증권거래소 기록에 따르면,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난 8월에 하베스트 선은 주식의 일부를 매각하고 9월에는 나머지 보유 주식도 매각했다.

2010년 12월, 모색 폰세카 기록에 따르면, 장유핑은 당시 비어있는 페이퍼컴퍼니의 소유권을 (재스민리의 링크드인(LinkedIn) 페이지 정보에 따르면) 당시 스탠포드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재스민리에게 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매 가격은 1달러였다.

모색 폰세카의 기록에 따르면 재스민리는 신 셩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Xin Sheng Investments Limited)라는 두 번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회사도 소유하고 있다. 재스민리는 하베스트 선과 신 셩을 엔터테인먼트 및 부동산과 관련된 두 곳의 비슷한 이름을 지닌 베이징 회사를 설립하는데 이용했다. 페이퍼컴퍼니들은 그녀의 정체를 감추는데 이용되었다.

장유핑의 변호사인 빅터 리(Victor Lee)는 하베스트 선이 장유핑으로부터 재스민리에게 2010년 이전되었다는 사실을 이메일을 통해 확인해주었다. 빅터 리는 이전 당시 하베스트 선은 자산이 전혀 없었으며, 장유핑은 그 회사가 “자산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전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우리 고객은 재스민리와 전혀 관계가 없고, 어떤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우리 고객에게 그녀를 소개해준 것”이라고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빅터 리는 적었다. 그는 해당 이전 거래는 재스민리가 “스스로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할 필요 없이” 회사를 보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사업가들은 고위급 지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들의 배우자, 자녀, 손주 및 기타 가까운 친척들을 돕는 일이 자주 있다. 이와 같은 은밀한 유대관계의 속성은 구카이라이와 그녀의 남편 보시라이의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 부부는 중국 북동부 출신의 플라스틱 재벌인 수밍(Xu Ming)에게 상당히 의지하고 있었다. 보시라이는 2013년 8월 그의 부패 혐의에 대한 재판 중에 “수밍은 나의 가족에게 막대한 규모의 재정지원을 해줬다… 나는 그가 ‘신속하게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왔고, 그는 내 아들을 도와줬다” 고 언급했다.

흰 장갑

10년 이상 구카이라이는 페이퍼컴퍼니 지분을 캐러비안의 비밀로 유지하면서 그녀의 지중해 빌라를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보시라이는 중국의 권력자 부부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었다.

The luxury French villa of Bo Xilai. Photo: Fine and Country

The luxury French villa of Bo Xilai. Photo: Fine and Country

구카이라이는 전 중국인민해방군 장군의 딸로서 문화혁명 시기에 정육점 직원으로 일했지만 나중엔 성공적인 변호사가 되었다.

보시라이는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8대 혁명원로” 중 한 명의 아들이며, 확장해가는 주요도시인 충칭을 2011년까지 운영했고, 상무위원회의 유력한 후보였으며, 중국의 차세대 국가안보 지도자가 될 가능성도 있었다.

구카이라이는 남편이 유력한 지도자로 부상하기시작할 때쯤, 프랑스 리비에 근처 칸 지역에 방 6개짜리 빌라를 샀다. 그 집은 2011년 수밍의 자산으로 매입했다. 수밍은 강철 작업장을 구입하기 위해 320만 달러를 이체하는 것으로 꾸며 중국의 엄격한 자본 통제 망을 피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강철 작업장을 판 회사는 320만 달러 중 적은 금액만 가져가고 나머지 금액은 구카이라이와 동업자인 프랑스 건축가 패트릭 앙리 드빌리에(Patrick Henri Devillers)가 비밀리에 공동 소유하고 있는 러셀 프로퍼티즈 S.A.(Russell Properties S.A.)로 이체했다. 러셀 프로퍼티즈 S.A.는 해당 자금을 빌라를 구입하고 관리한 프랑스의 한 회사로 이전했다.

문서상으로 러셀 프로퍼티즈는 구카이라이와 그녀의 막강한 남편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있다.

구카이라이는 빌라 퐁텐 상 조르쥬(Villa Fontaine St. Georges)로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투자했다. 이후 그녀는 세금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회사와 빌라의 소유권을 숨겼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녀는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해외 자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않았으면 했다”고 말했다.

빌라를 관리하기 위해, 그녀는 번드르르하고 비밀스런 분위기를 풍기는 친구인 헤이우드에게 의지했다. 그는 “007”이란 번호가 적힌 번호판을 단 재규어를 베이징 시내에서 몰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디언(Guardian)은 그가 구카이라이를 용서를 잘 하지 않는 “여제”라고 지칭했다고 보도했다.

구카이라이를 도우면서 헤이우드는 해외 자산을 비밀로 유지하기를 원하는 부유한 중국인들의 간판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중국에서 “흰 장갑”이라고 알려진 대리인들은 종종 부동산 등의 실소유자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기업 및 당 엘리트들을 위해 흰 장갑 역할을 하는 것은 중국에서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다. 그러나 헤이우드에게는 이 사업이 치명적인 일로 변했다.

수수께끼가 풀리다

모색 폰세카는 2011년 중반 또 다른 등록된 중개인을 통해 이전된 페이퍼컴퍼니들 몇몇의 일부로서 러셀 프로퍼티즈 S.A.를 “상속”받았다.

당시에 해당 회사의 지분은 채널 제도의 저지(Jersey)에 위치한 대리인인 IFG 트러스트(IFG Trust)와 IFG 세크러테리즈(IFG Secretaries)가 보유하고 있었다. 등기부상에 이사와 주주로 드빌리에나 구카이라이는 언급되지 않았고 중국과의 뚜렷한 연결고리도 없었다.

그때 미스터리가 풀리기 시작했다.

구카이라이는 프랑스 빌라를 관리하고 있던 헤이우드에게 충칭의 부동산 거래에서 생겨나는 수익을 일부 떼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헤이우드는 그가 정당한 지분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2011년 초에 헤이우드는 그녀의 아들인 보과과(Bo Guagua)에게 접근해 그의 가족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고 그녀는 이후 증언했다. 헤이우드가 그녀의 빌라 소유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고 구카이라이는 주장했다.

Gu Kailai, the wife of disgraced politician Bo Xilai, listens to the verdict during her trial. Photo: AP Photo / CCTV via APTN

Gu Kailai, the wife of disgraced politician Bo Xilai, listens to the verdict during her trial. Photo: AP Photo / CCTV via APTN

구카이라이 재판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카이라이와 헤이우드는 이 분쟁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2011년 11월 13일 충칭의 럭키 홀리데이 호텔에서 만났다. 그들은 저녁 식사를 하고, 술을 마시기 위해 그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는 로얄 살루트 위스키를 반병 마신 후 보시라이 가족의 보조원인 장시아준(Zhang Xiaojun)이 그를 침대까지 끌고 가기 전에 구토했다. 헤이우드는 구카이라이에게 물을 청했다.

그녀는 쥐약과 차를 간장 종지에 섞어 그가 조금씩 마시도록 줬다.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의 맥박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호텔방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유출문서의 내용에 따르면, 그 일이 있은 지 2주가 약간 더 지나, 모색 폰세카는 빌라를 통제하는 페이퍼컴퍼니인 러셀 프로퍼티즈 S.A.의 소유자 지분을 IFG 대리인으로부터 패트릭 앙리 드빌리에에게 이전하는 것을 도왔다. 패트릭 앙리 드빌리에는 2000년 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도왔던 건축가이다.

드빌리에는 구카이라이의 전 베이징 법무법인 파트너의 주소를 이전을 위한 문서 작업에 이용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러셀 프로퍼티즈는 초기에 두 곳의 채널 제도 대리인을 통해 구카이라이와 드빌리에가 50/50으로 소유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와 같은 이전 작업이 살인 후에 이렇게 빨리 이뤄진 이유 또는 구카이라이의 지분이 드빌리에에게 이전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사실, 드빌리에가 그의 실제 이름을 회사에 올리고 구카이라이의 전 직장 주소를 문서에 사용하면서 본질적으로 그와 그녀의 지문을 회사에 남긴 것은 이상해 보인다.

이 이전 작업 덕분에 ‘중개인’으로서 IFG는 사라졌다. 그 결과 드빌리에는 모색 폰세카와 직접 연락할 수 있게 되었고, 회사에 대한 강력하고 직접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

2012년 초까지 드빌리에는 중국, 영국, 프랑스, 호주 및 미국의 뉴스에서 구카이라이의 살인 재판 및 보시라이의 부패 스캔들과 그의 연결고리 때문에 자주 거론되었다. 그러나 유출문서에 따르면 모색 폰세카는 2012년 초 몇 달 동안 이 사건에 대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시기 동안 드빌리에는 모색 폰세카에게 러셀 프로퍼티즈에서 또 다른 페이퍼컴퍼니인 모건 앤 모건 (Morgan & Morgan)으로 이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2012년 6월 7일,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규제 당국이 러셀 프로퍼티즈 S.A.에 대한 조사를 시작하면서 모색 폰세카에게 해당 회사의 소유주, 이사 및 기타 상세 내역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4일 후, 모색 폰세카의 특별 감사 책임자는 내부 이메일로 그녀의 동료들에게 드빌리에가 중국 조사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알렸다.

6월 12일과 13일, 모색 폰세카는 드빌리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냈다. 그 메일을 통해 보시라이-구카이라이 스캔들과 드빌리에의 역할에 대한 뉴스 링크들을 보내면서 걱정되는 점들을 지적했다. “기사가 당신의 이름과 국적을 가진 인물을 언급하고 있다”고 모색 폰세카는 적었다. 그리고 “문제의 인물이 당신과 동일 인물인지 확인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드빌리에는 이에 대해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당국에 대한 회신으로, 모색 폰세카는 패트릭 앙리 드빌리에라는 이름의 인물은 러셀 프로퍼티즈의 1인 주주이자 이사이자, “이 회사와 관련하여 마지막으로 연락한 인물”이라고 답했다. 모색 폰세카는 더 자세히 조사하고 드빌리에와 회사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나중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중국에서 밝혀지고 있는 스캔들과 해당 회사의 분명한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집 팝니다

드빌리에는 현재 캄보디아에 살고 있다. 그의 증언은 구카이라이와 보시라이의 재판에서 모두 사용되었지만, 그는 어떤 범죄로도 기소되지 않았다. 그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거듭한 코멘트 요청에도 답하지 않았다.

보시라이는 언젠가 그의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현재 뇌물수수, 횡령 및 권력 남용으로 종신형을 살고 있다.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2015년 12월 중국 당국은 그녀의 형벌을 종신형으로 감형했다.

중국 법원은 보시라이에 대한 판결에서 중국 정부가 해당 빌라를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중국 관영 언론은 2014년 빌라가 매물로 나와 있다고 보도했다.

제안된 가격은 미화 850만 달러이다.

 ※기사 원문 보기(영어) 

목, 2016/04/07-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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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러분,

우리(이 글은 저와 구예린 아시아인스터튜트 연구원이 함께 쓴 글입니다)는 손에 촛불과 직접 만든 포스터를 들고 광화문광장에 모인 여러분들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대학생도 있었고, 고등학생, 심지어 중학생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법치와 책임정치를 요구하는 모습은 매우 숭고했습니다. 거기에는 정치의식의 맥박이 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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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www.ecumenian.com/news/articleView.html?idxno=14613)

언론들은 평화로운 시위를 칭찬했고, 이제 한국은 민주주의 모범국가가 됐다고 추켜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그의 절친 최순실이 철창에 갇혔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이제 새로운 도전이 남아 있습니다.

반동으로 끝난 시민혁명들

1960년 4월 26일에도 한국에서 어떤 대통령이 사임했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이 학생들과 시민들의 요구에 밀려 사임했을 때, 학생들은 환호했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설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정세에 어두웠고, 앞으로 어떤 정부를 세우고, 어떤 정책을 추진할지에 대한 분명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이승만 사임 이후의 권력공백기를 틈타 누군가가 권력 찬탈을 노린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장면 정부는 분명한 비전이 없었고, 위험한 정치게임에만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박정희라는 영리한 젊은 장군이 군대 내 불만세력을 규합해 1961년 5월 16일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그 후 수 십년 동안 한국의 민주주의는 질식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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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사는 시민혁명의 열광이 잦아들 쯤, 항상 반동이 찾아왔다. 이런 과오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왼쪽 사진부터 1961년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 1979년 정치적 혼란을 틈타 집권에 성공한 신군부의 전두환, 그리고 1987년 야권의 분열을 틈타 합법적으로 독재권력을 연장한 노태우.

혹은 1980년 서울의 봄을 떠올려 보십시오. 3김의 정치적 분열은 결국 전두환 장군의 야만적 통치로 귀결됐습니다.

1987년에도 3김은 분열했고, 결국 노태우 장군이 집권했습니다. 한국 현대사를 잠시만 들여다보면, 시민들의 수많은 민주화 투쟁이 정치인의 분열, 그리고 정치적 기회주의자의 득세로 실패하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물론 한국은 그후로 꾸준히 발전했습니다. 그렇다고 더 이상 과거처럼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생각입니다. 박근혜를 몰아내는 것이 결코 최후의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경유착 해체를 위한 첫걸음일 뿐입니다.

한국이 처한 상황

한국경제는 무역에 크게 의존하며, 식량과 에너지를 수입합니다. 올해에는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됩니다. 언론은 애써 감추고 있지만, 이미 해운업, 조선업, 그리고 철강업이 붕괴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근근히 버티는 산업에 국민의 혈세를 뿌려 겨우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그건 결국 실패하고 말 것입니다.

한국은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경제교류를 빠르게 줄이려는 중국, 그리고 관세 등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미국의 트럼프정부 사이에 끼여 있습니다. 부모세대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완전자유무역체제는 붕괴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더군다나 트럼프정부는 한국에 보수정권을 세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트럼프 주위에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는 매파가 가득합니다. 신임 국방장관 제임스 마티스는 중국을 미국의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이라는 논쟁적인 책을 쓴 무역보좌관 피터 나바로는 미국이 겪는 모든 어려움을 중국의 불공정무역 탓으로 돌립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면 사드계획도 철회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맞서 한국을 미일 동맹으로 묶으려고 갖은 수를 다 쓰고 있습니다.

사드는 드론, 헬리콥터 등 한국이 구매하는 미국 무기 세트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한국은 2014년 78억 달러의 미국 무기를 산 최대 고객이었습니다. 미국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한국에 대한 무기 구매 압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한국 청년들의 처지

한국의 학생들은 진정으로 자기 나라의 발전에 관심이 많지만, 사실 잘못된 교육시스템이 그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인문학은 고등학교와 대학의 커리큘럼에서 사라졌고, 많은 젊은이들이 지루함을 참아가며 경영, 경제, 회계학 수업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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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문학을 홀대하고, 그에 대한 지원을 축소한다면, 결국 우리는 돈과 권력에 지배당할 것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52)

아무리 삼성그룹이 경영 전공자를 찾더라도, 만약 여러분이 좋은 정부와 건강한 사회를 갖고 싶다면, 정치철학, 역사, 문학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특히 인문학은 지금과 같은 정치적 혼란을 극복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떻게 권력을 견제하고, 책임있는 시민성을 만들며, 독재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면, 플라톤과 공자, 베버와 맑스를 읽으십시오. 또 그들을 읽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지금 듣고 있는 경영학 수업은 지금과 같은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부모세대들, 그러니까 1960년, 1979년, 1987년의 시민항쟁에 참여했던 그 세대들은 지금의 젊은세대보다 철학과 윤리학,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전략에 더 밝았습니다.

혹시 이번 촛불집회 이후에 함께 모여 정치개혁과 정부의 본질 등에 대해 토론해본 적이 있나요?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고, 어떻게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만들지 밤늦도록 토론한 적 있나요?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또는 홉스의 ≪리바이던≫을 읽으면서 책에다 빼곡이 메모를 한 적이 있나요?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꼭 그렇게 하십시오. 다시 한 번 정치인에게 속지 않으려면 젊은이들이 정치와 정부, 공공정책의 원리를 제대로 확실히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촛불시민은 위대하다고 부추기는 언론의 감언이설을 조심하십시오.

오마이뉴스나 프레시안 같은 언론도 상당히 상업화되면서 날카로움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기사는 심층 분석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더 몰두합니다. 그래야 수입이 생기니까요.

그러나 호기심만 자극할 뿐 세상이 진짜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습니다.

대중매체와 전자 콘텐츠, 그리고 SNS는 정부의 무능과 부패를 감시할 기회를 줬습니다. 그렇지만 이들 매체는 한국사회를 병들게 하는 부패에 눈을 감고 있습니다. 이들 매체는 24시간 내내 최순실 사태를 보도함으로써 정작 한국을 위태롭게 하는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외교적 도전에 대해 알지 못하게 합니다.

보수매체든, 진보매체든 의회를 통과한 법안, 정부지원금을 받고 법을 집행하는 기관에 대해서는 거의 보도하지 않습니다. 언론이 정책에 대해 말해주지 않으니, 우리도 알 길이 없는 것입니다.

예컨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이들이 갈취한 금액은 이명박정부에서 4대강사업에 쏟아부은 21조 원 또는 자원외교에 낭비된 수 십조원에 비하면 적은 편입니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멀쩡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명박의 경우 정부 관련 기관을 중간에 끼고 정책결정을 했기 때문에 대통령 개인의 비리가 감춰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새누리를 보수정당, 민주당과 정의당을 진보정당으로 착각합니다만, 정치인이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기후변화, 또 다른 위협

혹시 촛불집회를 할 때, 바깥 공기가 매우 나쁘다는 것을 눈치챘나요?

박근혜정부는 대기 관련 규제를 없애고, 공장 감독관을 축소했습니다. 그 공장들은 앞으로 20년 동안 암과 수많은 질병을 야기할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곳입니다. 지금 우리들은 헌법 10조에 규정된 ‘행복추구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괘물 사이 대한 민국
이 이미지는 이 글의 저자가 직접 디자인 한 것입니다.

한국의 스모그가 매일 중국에서 건너온 오염물질과 결합됩니다. 지금은 중국의 오염이 한국보다 심하지만, 중국은 향후 10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OECD국가 중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이 가장 낮고, 오히려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번 촛불집회에서 이 문제는 20번째 의제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유일한 의제는 박근혜 탄핵이었습니다. 마음 속에 갖고 있는 의제가 20개는 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12월 얼마나 이례적으로 따뜻했는지 아십니까? 물론 여러분의 어머니가 아침 출근 때마다 매우 추우니 꼭 껴입으라고 말해주곤 했겠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진짜 진실은 서울이 지난해 12월처럼 따뜻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입니다. 왜 그럴까요? 수많은 과학자들이 화석연료, 환경파괴로 인한 생태지옥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를 복구하려면 천 년이 걸릴지도 모릅니다.

기후변화는 한국을 사막으로 만들 것입니다. 벌써 중국 베이징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북한의 땅도 황폐해지고 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해수면 상승은 부산과 인천을 삼켜버릴지도 모릅니다.

정치인이 이런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분까지 이에 대해 눈감는 것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의제가 있을 것입니다. 예컨대 기술문명에 대한 과도한 의존, 초경쟁문화에 따른 가족과 공동체의 붕괴 등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차고 넘칩니다.

손 잡고, 행동하라!

여러분들에겐 한국과 세계를 바꿀 힘이 있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여러분들에게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말한 문제들은 단순히 촛불집회를 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수 십 년의 싸움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러니 일단 호흡을 고르십시오.

우선 고등학교 시절부터 체화된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십시오. 동료와 힘을 모아 서로 돕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유연하게 생각하십시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십시오. 부모의 시선, 대중매체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산업화와 소비주의의 낡은 이데올로기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기존의 시스템은 실패했습니다. 스스로 학습해야 합니다. 설사 진보적이라고 평가되는 정치인의 말이라고 하더라도 의심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치인의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들을 판단하십시오. 특정 경제시스템을 절대선 또는 절대악이라고, 또는 어떤 나라를 영원한 적 또는 동지라고 제단하지 마십시오.

규칙을 지키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직장을 얻고 잘 살게 될 것이라는 부모의 말을 거부하십시오. 그것은 다 거짓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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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에서 이겨라! 이것이 지난 세대의 모토였다. 그 결과 공동체가 무너졌고, 개인의 삶은 위협받고 있다. 개인이 살기 위해서라도 공동체와 그를 위한 시민의 덕성이 살아나야 한다. (사진 출처: 동아일보)

설사 당신이 아직 선거권이 없더라도 당신의 행동으로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나라를 바꿀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당신이 무엇인가를 요구하지 않는데, 대통령이나 재벌회장님이 당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제로입니다. 젊은이에게 투자하는 것이 한국을 발전시키는 길임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십시오.

권위 또는 권위있는 인물에 기대지 마십시오. 그런 권위가 없더라도 당신이 바꿀 수 있습니다.

정치인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당신을 돕는데 쓰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을 돕는 것이 자신의 권력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즉시 발벗고 나설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사람들은 리더가 아니라, 기적을 일으킬 메시아를 원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투표장에서 우리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줄 초인을 뽑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초인은 절대, 어떤 경우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신 밤낮으로 여러분이 뽑은 정치인들을 관찰하고 감시해 보십시오. 그러면 작은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당신을 이끌 리더를 원하십니까. 그렇다면 거울을 보십시오. 거기에 당신이 찾던 사람이 있을 겁니다.

열정적인 풀뿌리운동이 정치인을 움직이고, 세상을 진보시킵니다. “차분하게, 조직하라(don’t get mad; organize!)” 이 말처럼 한국 젊은이에게 필요한 말도 없을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촛불집회는 과거와는 달랐습니다. 여전히 변화를 위한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하십시오. 여러분의 부모세대들은 더 이상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고, 안주하다가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한국이 이미 선진국이 됐다고 착각합니다. .

여러분은 리무진 뒷자석에 몸을 기댄 정치인이나 재벌회장님과 달라야 합니다. 변화의 주인공이 되십시오. 용기를 가지십시오. 상상하고, 확신하십시오.

더 나은 한국을 만들 수 있다는 상상과 확신을 멈추지 마십시오.

목, 2017/01/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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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는 좋은 제도인가?” 최근 결선투표제가 제도개혁의 큰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란 (일반적으로)(각주1) 투표결과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각주2) 1, 2위에 한해서 2차 투표를 실시해서 과반 득표자를 당선시키는 제도이다.

도입과 관련해서 개헌여부, 정당 간 합의 여부 등 여러 난관이 지적될 뿐, 이 제도가 바람직하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¹®ÀçÀÎ-¾Èö¼ö, '¾î»öÇÑ Á¶¿ì'     (¼­¿ï=¿¬ÇÕ´º½º) ÀÌ»óÇÐ ±âÀÚ = Á¶±â ´ë¼±ÀÇ ÃÊÀÔ¿¡¼­ ¾ß±ÇÀÇ ÀáÀçÀû ´ë±Ç ÁÖÀÚÀÎ ´õºÒ¾î¹ÎÁÖ´ç ¹®ÀçÀÎ Àü ´ëÇ¥, ±¹¹ÎÀÇ´ç ¾Èö¼ö Àü ´ëÇ¥°¡ 22ÀÏ ¿ÀÀü ¼­¿ï ¿©Àǵµ Áß¼Ò±â¾÷Áß¾Óȸ¿¡¼­ ¿­¸° 'º¸¼ö¿Í Áøº¸ ÇÔ²² °³ÇõÀ» ã´Â´Ù' Åä·Ðȸ¿¡¼­ ¸¸³ª ÀÚ¸®Çϰí ÀÖ´Ù. 2016.12.22     leesh@yna.co.kr/2016-12-22 12:37:38/
올해 조기대선이 가시화되면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결선투표제의 제도 효과에 대한 과학적 분석 없이 각 대선 후보, 또는 정파의 유불리에 따라 제도 도입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http://www.huffingtonpost.kr/2016/12/23/story_n_13809718.html)

그리하여, “결선투표제는 좋은 제도인가?”라는 물음은 우문으로 들린다.

결선투표제는 만병통치약?

최근 프레시안이 마련한 대담(“결선투표제가 개헌 사항? 점쟁이 독심술하나?”)에서 사회자는 “결선 투표제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선 이견이 없지만, 난관은 이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이다”라며 토론을 시작했다.

결선투표에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결선투표제를 하면 단일화 게임에 매몰된 대선 과정이 뒤바뀌어서 정책경쟁이 활발해진다.
  • 사생결단식의 상호적대를 벗어나서 정당 간 연합이 활성화되어 협치가 자리 잡는다.
  • 소수 정당도 자신의 정책노선을 앞세워 선거완주를 할 수 있다.
  • 더 많은 선택지를 갖게 된 유권자는 종전처럼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하는 고통 없이 자신의 진정한 선호에 따라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의제도에 대한 효능감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 당선된 대통령은 50% 이상의 지지로 당선된 만큼 지금보다 한층 높은 정통성(legitimacy)을 가질 수 있다.

이런 기대에 따르면 결선투표제는 우리 현실에서 정언명령이요,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없다.

전혀 다른 학계의 논의

“결선투표제는 좋은 제도인가?” 대통령제 연구는 사실상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민주화를 경험한 신생민주주의 연구의 일환으로 발전해 왔다.

대통령제를 비교연구하는 학문 공동체 안에서 “결선투표제는 좋은 제도인가?”라고 묻는다면 이 또한 우문으로 들릴 것이다. 왜냐하면 기존의 경험분석에 따르면 “결선투표제는 정말 나쁜 제도인가?”가 오히려 적절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14.3
결선투표제는 과반 이상의 득표자가 없을 때, 한 번 더 투표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제도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사례에 대한 비교정치학적 분석이 요구된다. (이미지 출처: http://www.redian.org/archive/46829)

후안 린즈(Juan Linz), 아르투로 바렌주엘라(Arturo Valenzuela), 마크 존스(Mark Jones), 아니발 페레즈-니난(Aníbal Pérez-Liñán) 등 절대 다수가 결선투표제는 대통령 선출방식으로 위험하다는 의견을 피력해 왔다. 이들의 반대논리를 살펴보기 전에 결선투표제가 부각된 이유를 우선 살펴보자.

결선투표제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며, 실지로 많은 대통령제 국가에서 도입했고, 그 결과가 별로 신통치 않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선투표제 도입의 배경

(대통령 선출방식이 아니라) 선거제도 일반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결선투표제는 단순다수제에 비해 우월한 것으로 평가돼 왔다. 1등만 하면 득표율과 무관하게 당선되는 단순다수제에서 이른바 ‘콩도세 승자’가 당선자가 되지 못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콩도세 승자(Condorcet winner)란 일대일로 붙였을 때 다른 모든 후보를 누를 수 있는 후보를 말한다.

하지만, 단순다수제에서는 상대 진영의 분열로 인해 어부지리로 1위가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화 이후 첫 대선이었던 1987년 선거이다. 민주정의당 노태우 36.64%, 통일민주당 김영삼 28.03%, 평화민주당 김대중 27.04%를 각각 득표했다. 노태우 후보는 과반은커녕 채 40%도 안 되는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2위, 3위의 지지층이 공통적으로 싫어하므로 당선의 정통성과 집권의 통치력이 모두 낮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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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에서 결선투표제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은 것은 1987년 대선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야권 분열로 노태우 후보가 당선된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결선투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선투표제의 도입 여부는 단순히 대선의 승리 여부 뿐 아니라 정당체제 등 정치질서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필요로 한다. (사진 출처: https://kr.pinterest.com/kiss7kiss/?redirected=1)

당시 콩도세 승자는 김영삼이었으며 결선투표제가 있었다면 김영삼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각주3)

세계적으로 이러한 문제로 인해 민주주의가 무너진 사례가 있는데, 바로 칠레의 아옌데 정권이다.

1970년 칠레 대선에서 인민연합(Unidad Popular)의 살바도르 아옌데(Salvador Allende)는 36.6%로 당선되었는데, 2위가 35.3%, 3위가 28.1% 득표했다. 대통령이 된 아옌데는 선거과정에서 제시한 주요공약을 이행했다.

물가동결, 임금인상, 석탄 및 철강산업 국유화, 주요 구리광산과 시중은행의 국유화 등. 그 결과는 기득권층의 강력한 반발이었고, 3년 뒤 피노체트의 쿠데타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선거연구자들은 이를 ‘아옌데 신드롬’이라면서, 단순다수제에서 취약한 지지기반으로 승리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태로 이해한다.

아옌데 신드롬은 이후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대거 민주화되면서 선거제도를 설계할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었다.

과반, 즉 절대다수(majority)에 이르지 못하고, 상대다수(plurality)에 그칠 경우 상위권에 대해 재선거를 하는 것이 결선투표제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제한적’(qualified) 상대다수 제도를 취하기도 했는데, 꼭 50%가 아니라 40%로 관문을 낮춘 경우도 있고, 1위가 30% 득표하더라도 2위와의 격차가 10%p. 이상이면 승자로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 재선거를 하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면, 또 한번 선거를 치르며 많은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2차 투표의 가능성이 열려 있게 되면 후보난립으로 정당의 파편화(fragmentation)가 우려되기도 한다.(각주4)

아래 <표>에서 절대다수나 제한적 상대다수제를 취하는 경우는 모두 결선투표를 갖고 있는 제도이다. 반면, 상대다수제도가 한번 선거에서 1표라도 많은 1위 득표자가 승리하는 단순다수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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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의 문제점

만약 결선투표제를 했다면 1987년 한국과 1970년 칠레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노태우와 아옌데는 당선되지 않았거나, 정책노선을 한결 온건화해야 했을 것이다.

사실상 어부지리로 당선된 노태우는 1988년 총선에서 여소야대 상황을 맞이했고, 국회에 끌려 다니다 급기야 3당합당을 추진했다. 남북기본합의서, 북방외교 등 당시 보수정권으로서는 상당히 개혁적인 조치도 취한 것도 이러한 수세적 상황과 관계돼 있다.

아옌데가 결선투표에 가야했다면, 2위였던 호르헤 알레산드리(Jorge Alessandri)와 재대결하고, 3위 기독민주당의 토믹(Radomiro Tomic)이 획득한 표(28.1%)를 서로 가져오려고 경쟁을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옌데는 당선을 위해 공약을 대폭 수정해서라도, 산토끼를 가져오고 집토끼를 어느 정도 잃어버리는 모험을 감행했을지 모른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콩도세 승자가 당선되고 정치안정과 지속가능한 개혁이 가능하다고 기대할 수 있다.

(1) 결선투표제는 콩도세 승자를 당선시킬까?

앞서 보았듯이, 단순다수제에서는 콩도세 승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할 개연성이 있다.

메릴 3세(Samuel Merrill Ⅲ)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두 제도를 비교했는데, 결선투표제에서는 콩도세 승자가 당선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각주6)

하지만, 확률이 높아질 뿐 결선투표제가 언제나 콩도세 승자를 당선시키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메릴 3세의 연구는 후보자수가 같다는 가정을 하고 있는데, 결선투표제는 후보자를 증가시키기 마련이고, 이 경우에는 오히려 콩도세 승자가 당선될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각주7)

(2) 결선투표제와 후보자 증가, 정당파편화

결선투표제는 유효한 득표를 하는 후보자 수를 증가시킨다.

단순다수제라면 어차피 당선되기 어렵다는 전망 때문이거나, 괜히 완주했다가 자신보다 이념거리가 먼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우려해서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결선투표제에서는 이러한 걱정이 한결 줄어든다. 소수정파로서는 1차 투표에서 자신의 세를 보여주기만 하면, 2차에서 구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모든 경험연구에서 결선투표제는 후보자수를 증가시키고 정당파편화를 가져온다고 밝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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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가가 있을 때마다 소수 정당들을 거대 여당에 맞서 야권단일화의 압력을 받았으며, 이는 소수 진보정당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로 인식됐다. 그러나 다양한 정당의 출현이라는 잇점이 있지만, 동시에 다당제 하에서 대통령의 통치가능성 저하라는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결선투표제 도입은 결국 우리 정치체제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느냐의 문제이다. (이미지 출처: http://www.ziksir.com/ziksir/view/2918)

소수정당에게는 세력을 확대하고 자신의 의제를 내세울 기회가 되지만, 집권세력에게는 통치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제와 민주화 연구자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는 헌정위기이고 정당파편화와 대통령-의회 간 교착이야말로 최대의 위험으로 간주돼 왔다. 이런 맥락에서 관련 학자들은 다수가 결선투표제를 반대해 왔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담론에서는 양대 정당의 독식구조가 주로 문제시돼 왔고, 이를 해체하기 위한 제도개혁으로 결선투표제가 제시되고 있다.

“정치안정과 통치력의 확보”와 “다양한 세력의 진출 허용”이라는 두 목표는 서로 대체 관계(trade-off)에 있다. 하나가 강화되면 다른 하나는 약화된다.

현재는‘제왕적 대통령제’를 개혁한다는 명분 때문에, 집권 대통령의 통치력 부족 사태에 대해서는 너무 무관심하다.

(3) 정통성 제고

30, 40%로 당선되는 것보다는 50%를 넘는 득표를 통해서 당선되면 유권자의 절반이상의 지지이므로 대표로서 정통성(legitimacy)이 확보될 수 있다.

하지만 페레즈-니난의 경험분석(각주8)에 따르면 1979년부터 2002년까지 모든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단순다수제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지지율은 48.4%이며, 결선투표제의 승자가 1차에서 득표한 비율은 44.2%이다.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이런데도 굳이 결선투표를 해야만 하는가에 의문이 든다.

결선을 치르는 한 과반이 뽑히기 마련이지만, 1차 투표에서는 오히려 득표기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선자는 오히려 자신의 취약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다.

2차 결과는 제조된 과반(manipulated majority)일 뿐, 진정한 의미의 과반은 아니며, 2차에서 연합하는 인센티브는 특정 후보에 반대하는 사람들 모이자는 부정적 합의(negative consensus)이기 십상이다.(각주9)

당선자의 취약한 기반을 확인하는 것은 한편으로 필요한 것일 수 있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소수의 선택을 갖고도 전체를 대변하는 양 정부를 운영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단순다수제에 비해 결선투표제의 제조된 과반이 질적으로 다른 정통성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애초에 지지세가 약하므로 다른 후보들의 지지를 가져와서 통치기반을 확대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불안정한 지지기반을 갖게 되기도 한다.

더구나 2차투표에서 투표율이 낮아지는 게 일반적인 만큼, 이렇게 제조된 과반이 부여하는 정통성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는 남는 것이다.

(4) 순위 변경의 효과

일반적으로 단순다수제나 결선투표제나 실제 선거결과에 별 차이가 없다 하더라도, 드물게라도 두 제도에서 결과가 달라진다면 결선투표제는 이런 상황을 위해서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단순다수제였다면 끝나버렸을 1차 투표에서 2위에 머무른 후보가 2차에서 1위로 올라선다면, 이것을 결선투표제의 진정한 효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페레즈-니난의 연구에 따르면 이런 경우가 결선투표제가 낳는 진정한 위험이다.

라틴아메리카에서 1979-2002년 사이에 1차 결과가 2차에서 뒤집힌 경우는 7차례에 불과한데, 많은 경우 헌정위기로 이어졌다. 그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헌정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결선투표제 자체보다 1, 2차의 1위자가 뒤바뀌는 경우이다.

에콰도르에서 1996년에 당선된 부카람(Abdalá Bucaram)은 1차에서 23%만 득표하고도 2차에서 54%를 얻어 당선되었다. 부카람의 롤도시스타당(Partido Roldosista Ecuatoriano)은 의회에서 23%의 의석만 갖고 있었고, 연합을 구성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그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취임 6개월 여 만에 8%까지 내려앉았다. 의회 반대파와 대규모 시위가 결합되어 결국에는 탄핵되고 말았다.

페루의 후지모리도 1990년 선거에서 1차 33%, 2차 62%로 당선되었지만, 의회와 끊임없이 갈등하다가 1992년 스스로 쿠데타를 일으켰다.

과테말라의 엘리아스(Jorge Serrano Elías)도 1991년 1차 26%, 2차 68%로 당선되었고 의회와 교착이 지속되었다. 그는 후지모리와 같은 해법을 모색하다가 국내외 압력에 직면해서 1993년 중도사퇴하고 해외로 망명하였다.

(5) 전략투표가 아닌 진심투표

단순다수제에서 소수정파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경우 진정한 선호대로 투표하는 진심투표(sincere voting)를 하게 되면 사표가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성향의 유권자는 할 수 없이 차선이나 차악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거나, 기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선투표제에서는 적어도 1차 투표까지 소수파도 완주할 수 있으므로, 유권자의 선택지는 넓어진다.

하지만, 이는 앞서 지적했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후보난립을 수반한다. 더구나 2차 투표에 가서 전략적 투표를 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며, 이 과정에서 1차에 비해 투표율 하락이 일어나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6) 정략적 합종연횡 문제

현재와 같은 단순다수제에서도 누굴 당선시키느냐보다 누굴 떨어뜨리느냐하는 부정적 연합이 일어날 수 있다. 이른바, 단일화 게임이 선거과정을 지배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선투표제에서도 1차 이후 2차 선거를 앞두고 보다 노골적인 연합게임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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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politicstory.tistory.com/770) 2012년 프랑스 대선은 ‘제조된 과반’이라는 결선투표제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자 2차 투표에서 범진보연합과 범보수연합이 결성됐고, 결국 범진보연합의 올랑드가 51.6% 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렇게 제조된 과반으로 구성된 정부는 내부에 비토세력을 갖게 된다. 이것은 좋게 말하면 다양성이 대변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통치안정성이 낮은 것이기도 하다.

바깥으로는 의회가, 안으로는 연합상대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행 제도에 비해 소수정당이 정책의제나 공직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되지만, 통치력이 약해지는 것 또한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다.

불안정한 정당체제와 결선투표제

결선투표제가 도입된다면 기대되는 긍정적 효과는 분명히 있다. 소수정당에게는 영향력을 확대할 기회가 생길 것이고, 1차 투표에서는 지금보다 정책을 둘러싼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

우려되는 효과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후보난립, 정당난립의 가능성이 크다.

개별 유권자 입장에서는 선호에 꼭 맞는 후보를 가질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지만, 당선 후의 통치가능성을 낮출 확률 또한 높아진다. 특히, 1, 2차 선거에서 순위변경이 통치력 약화를 가져오는 게 중대한 위협이라 할 수 있다. 앞서 페레즈-니난의 연구는 정당체제가 불안정할수록 이럴 확률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교연구에서 정당체제의 제도화 내지 안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는 선거변동성(electoral volatility)이다. 선거 간 정당에 대한 지지가 이동한 정도를 말하는 데, 선거 때마다 유권자들이 지지정당을 바꾼다면 그만큼 정당체제는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아래의 <그림>(각주10)은 1945년 이래 현재까지 67개 민주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618번의 선거기간 선거변동성을 보여준다.(각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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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보다시피 한국의 정당체제는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으로 정당체제가 불안정하다.

일반적으로 정당체제의 안정은 민주주의의 지속기간에 비례하는 데 한국은 민주화 이후 시간이 흘러도 정당 체제의 안정성은 크게 강화되지 못하고 있는 예외적인 국가 중의 하나이다.

현행 제도에서도 오로지 선거승리를 위해서 당을 깨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며, 새로 만들기도 하며, 없애기도 한다. 오로지 선거승리를 위해서 정책과 이념은 뒷전이고 후보와 세력 간 합종연횡을 추구한다.

이러한 정당체제의 불안정은 한국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결선투표제가 없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면 이로 인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소수파들에게는 결선투표제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주로 원내․외 진보정당들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이들 세력은 진보적인 의제를 실천할 기회를 갖기 위해 오랜 기간 고투해 왔으며, 현재까지 이룬 성과도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선거 때면 급부상하는 정치적 아웃사이더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의 등장으로 진보정당이 어렵사리 쌓은 공든탑은 번번이 침식되어 왔다. 언론과 재벌, 관료 사회는 정치적 회의주의 확산을 주도해 왔고, 이는 언제나 현재의 정치세력 바깥에서 대안을 찾게 만든다.

결선투표제로 열리는 공간은 사실 현재의 정당행위자보다는 정치적 아웃사이더들에게 훨씬 넓게 열릴 것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를 통해서 등장하는 신생정당이라면 오로지 대통령 권력을 겨냥한 “떴다방” 같은 정당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런 정당이 늘어나는 다당제가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

양대 정당의 독점구조를 해체하고 다양한 이념과 정책이 대표체제에 반영되도록 하려면 차라리 의회 선거제도의 비례성을 높이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화, 2017/01/1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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