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소식] 화성시 150만 평 갯벌 매립, 이제 그만!

적극적인 갯벌 보호가 오히려 지역경제와 환경 모두 살리는 길
화성환경운동연합 정한철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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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환경운동연합[/caption]
경기도와 화성시가 2월 8일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약칭: 미군공여구역법)에 의거한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 변경(안) 공청회’를 화성시 우정읍사무소에서 열었다. 행사는 경기도·화성시 관계자 포함해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날 주제였던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이하 발전종합계획)은 주한미군이 대한민국에 반환한 공여구역과 반환공여구역이 소재한 읍·면·동 및 반환공여구역이 소재한 읍·면·동에 연접한 읍·면·동 지역의 발전 및 주민복지 향상을 위한 사업과 각종 지원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다. 경기도 내 반환공여구역 중 23,795,000㎡로 가장 면적이 넓은 ‘화성 쿠니에어레인저’(매향리 미공군 국제폭격장)를 가진 화성시도 발전종합계획 변경안을 제시했다.
화성시는 두 가지 신규 발전계획을 제출했다. 하나는 ‘매향 국제테마형 주택단지 조성 사업’이다. 또 하나는 현대산업개발(HDC)의 민간투자로 추진되는 ‘화성 우정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다. 아산국가산업단지 우정지구(기아자동차화성공장 등) 남측 갯벌 4,942,200㎡(약 150만 평)을 매립하여 약 1조 원으로 산단 부지와 전용 공업항을 만든 뒤 각종 첨단업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업 기대 효과로 “우정읍 지역 내 고용 증대, 새로운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와 “남양호 준설을 통한 저수 용량 확보, 수질 개선(농업용수 수질 기준 Ⅳ등급 회복) 및 침수 피해 예방”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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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가 발전종합계획 신규 사업으로 제출한 ‘화성 우정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 (출처: 화성시)[/caption]
우정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이 가진 심각한 문제들
우정일반산업단지 추진 계획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는 ‘대규모 갯벌 매립’이다. 갯벌 150만 평 매립은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다. 갯벌은 그 자체로 생명이다. 특히 해당 부지인 남양만 일대는 도요물떼새 전국 2위 중간기착지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이며 습지보호지역 지정 대상지에 속한다. 동아시아-대양주 이동성 물새에게 반드시 필요한 서식지이다. 주인이 따로 없는, 인류와 자연 모두에게 주어진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더 이상의 대규모 매립을 실시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혹여라도 특별법으로 공유수면 매립을 정당화하거나 의제 처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하며 화성 남양만갯벌의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 [caption id="attachment_188039" align="aligncenter" width="640"]
남양만(매향리갯벌) 화옹방조제 앞 도요물떼새 무리(붉은어깨도요 우점). 이 갯벌은 우정일반산단 갯벌 매립 대상지에 바로 붙어 있다. Ⓒ서정화(야생조류교육센터 그린새)[/caption]
갯벌 매립 추진의 배경에는 남양호 준설 논의가 있다. 수년 전부터 농민들은 남양호 수질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농업용수로 쓰기 어려울 정도로 수질이 악화된 것이다. 1973년 남양방조제로 하굿둑이 막히면서 하천이 바다와 만나지 못하고 45년간 오염원 유입이 누적되면서 생긴 당연한 결과이다. 수질 개선의 해법으로 준설 얘기가 나왔다. 하천 준설도 쉽지 않지만, 준설하면서 나오는 오염 퇴적 준설토는 폐기물로서 처리하기 어렵다. 갯벌을 매립하는 데 준설토를 씀으로써 폐기물 처리 비용도 아끼고 매립토 구입 비용도 아끼겠다는 게 화성시와 사업자의 계획이다.
과연 이것이 옳은가. 갯벌 매립만이 준설토 처리의 유일한 방법인가. 한편 갯벌을 매립하려면 상당한 양의 흙, 모래, 돌 등의 골재가 필요하다. 준설토로는 어림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어딘가의 산과 들판, 갯벌을 깎아 와야 하고, 해외에서 모래를 사와야 할 거라는 진단도 있다. 이렇게 갯벌 매립은 제2, 제3의 환경 파괴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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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호에서 낚시하는 모습. 갯벌 매립 추진의 배경에는 남양호 준설 논의가 있다.[/caption]
더 나아가 준설만이 남양호 수질 개선의 유일한 해법인가. 남양호 준설과 갯벌 매립은 환경영향을 생각하지 않는 근시안적인 계획이다. 근본 해법을 생각지 않고 당장의 성과만을 생각하는 대증적 행정이다. 썩은 준설토를 갯벌에 붓는 순간 생태계와 인근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방조제를 열어 해수 유통으로 수질을 낫게 할 수는 없는지, 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한 빗물을 이용한다든가 또 다른 기술적 대안은 없는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향남 1,2지구 택지개발, 유역 산업단지 등의 대규모 토목공사에 따른 토사 유입과 남양호 인근 축사에서의 비점오염원 유입을 차단할 노력은 게을리하고 당장의 눈앞의 결과만 내기 위해 무리한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 남양호 준설 문제가 심각한 둘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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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7월 열린 남양호 준설 결의대회. 지역농민들 앞에서 채인석 시장이 얘기하고 있다. (사진 출처: 화성시)[/caption]
셋째, 해당 계획의 적정성 및 입지의 타당성 문제이다. 이 사업은 환경영향평가와 공유수면 매립 허가를 위한 협의 절차만 수 년, 갯벌 매립 공사만 5~20년 걸릴 것이다(해수부 관계자는 20년, 사업 관계자는 5년을 예상했다). 그 뒤 업종 유치와 공장 건축은 별도로 진행한다. 날로 환경과 생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산업 여건은 시시각각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다. 먼 훗날 완공될 자동차공장과 항만을 위해 현존하는 갯벌과 수많은 생명을 죽이겠다는 게 적정할까. 다른 너른 땅에 지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마지막 이유다. 갯벌 매립에 의한 산단 조성은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이 아니다. 민간 기업이 개발 이익을 독식하고 그 일부를 지역에 베푸는 선심성 계획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민간 기업이 시혜하는 ‘지역발전기금’은 수혜자와 비수혜자로 공동체를 갈라놓을 것이며 심지어 수혜자와 피해받는 이로 나누게 될 것이다. 진정한 지역경제 발전은, 오히려 죽음에서 생명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매향리갯벌(남양만)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시급히 지정해 관광객 유치, 지역민 삶의 질 향상, 어민의 어업권 보장 및 친환경수산물 인증, 수익금의 지역민 배당(혹은 직불금 지급)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방안에서 올 것이다. 남양만습지보호지역은 매향리 평화생태공원과 연계되어 상승효과를 낼 것이다.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쓰레기를 주워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절대로 값지고 좋은 물건은 쓰레기로 나오지 않습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무조건 더 이상 필요가 없고, 더럽고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팔아서 돈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게 처치하려면 종량제 봉투를 사던지, 폐기물 신고를 하던지 비용을 내가 부담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도 이런 쓰레기의 본질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일본 정부에게 득이 되고, 팔아서 돈이 되고, 효용가치가 있는 것은 절대 버려지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기 싫고, 더럽고,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것을 버리는 데, 그 종량제봉투의 값이 최대한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더 이상 큰 사이즈가 없는 종량제봉투입니다. 바다입니다.
저는 이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로 진짜 무슨 심각한 인간 건강에 위해가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세계인 중 단 한명이라도, 바다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 중 한 존재라도 이번 오염수 투기의 악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 쓰레기가 단 한 존재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려면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육상에서 이 폐기물을 처리하고 감당했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부담도 지지 않으려면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안 됩니다. 원자력의 혜택은 있는대로 다 누리면서, 원치 않는 사고가 났을 때의 뒷감당은 해당 지역 주민이나 아무 관련도 없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나누어 지자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국제정치의 원리가 슬프게도 오로지 힘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지배되니, 일본 정부는 자국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해양투기 결정을 내렸구나하고 쳐봅시다. 더 어이가 없는게,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입니다. 8/31일자 KBS뉴스에도 나오던데, 우리 정부가 수산물 활성화를 위해 8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30여년에 걸친 오염수 방류가 우리 나라의 관련 산업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많은 금액의 세금을 투입해야 할겁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투입이 대체 누구 때문에 시작 된겁니까? 왜 일본의 쓰레기 투기를 위해서 우리가 이런 엄청난 감당을 해야하는 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오염수 방류에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들을 싸잡아서, 괴담을 만들어낸다느니 불안감을 조장한다느니 비난하는 것이 나라의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닙니다. 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지, 그것을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현명한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도자와 집권당이 해야 할 책무입니다. 대통령은 절반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말로 더 걱정되는 건 이번 오염수 방류가 끝이 아닐까봐입니다. 나쁜 선례라는 말이 있죠. 법에서도 앞선 비슷한 사례들에서 어떤 판결이 실제로 내려졌던지가 현재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되어 간다고 유엔 사무총장이 말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상당기간 우리는 해수면상승, 이상 기후의 빈번한 발생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을 포함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하고 있는 탄소절감 실천을 보면 지금 당장 온실가스 제로가 되긴 틀렸습니다. 지금처럼 탄소배출량을 신나게 늘려가다가는 북극곰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다가올 해수면 상승과 폭염, 폭우, 잦은 태풍, 해일, 산불, 토네이도 같은 극심한 이상기후현상들이 지금껏 우리가 해변에 잔뜩 지어놓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 정말 염려됩니다. 일본이 지진대비 강국이라고 자처하지만, 자연의 움직임 앞에 그 원전이 무력하기 짝이 없던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일본 탓만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현재 운전중인 원전만 422기, 건설중과 계획중인 것 까지 합하면 583기에 달합니다. 그 중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해안에 위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운행중인 한울, 월성, 새울, 고리, 한빛원전들. 한결같이 바닷가에 딱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제2, 제3의 후쿠시마를 잠재적으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번 오염수 방류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정말 중요한 시험대인 것입니다.
위험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안전하다고 하는 자와, 안전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위험하다고 하는 자의 싸움. 언뜻 보면 논리 싸움인 듯, 힘의 대결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순간에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논리에서, 힘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행복 그리고 자유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2011년에 일어난 또 하나의 비극,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우린 기억합니다. 그때도 환경부 그리고 옥시와 같은 제조사들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거라고 초반에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673명이 사망하고 총 피해자가 7800여명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훗날 인류에게 이런 구체적인 피해자 수치를 만들어 준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보수적으로 좀 더 보수적으로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 행복에 대한 추구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해주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제 꿈이 너무 야무진가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벌써 12년 전의 일이란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지금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모은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12년전 그 끔찍했던 날은 조용히 시간의 지층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일본 사고 현지의 주민들과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은 여전히 고통이 현재형이겠으나, 적어도 일본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보통 사람들의 시선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자력발전의 음영이 이렇게나 짙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진절머리 나게 반대하고, 분통터지는 여기에 모인 우리라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의 어두움 앞에서 남 탓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추구해 온 소비와 성공과 눈부신 경제적 번영 아래에는 핵 오염수와 미세플라스틱과 불에 탄 숲속 동물의 사체가 뒤엉켜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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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계획이 일본 정부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그 시점부터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보이고 운동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마음 깊숙이 자리했던 무력감, 어차피 아무리 반대해도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가 정한대로 흘러갈 거라는 허탈한 심정. 그것이 진작에 여러분과 함께 적극적인 행보를 걷는 것을 방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에! 여러분과 함께 있고 저의 속마음을 충분히 내보였으니, 이젠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우리가 만들어 갈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짧고 운동은 길다. 여러분 힘내서 함께 걸어갑시다!!
(이 글은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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