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에 이어 ‘삵’까지 나타났다고? 자연성 회복한 도심하천의 마법

전주천 야생동물 모니터링 카메라에 '삵'의 이동 모습 포착
이정현 환경운동연합 부총장,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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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환[/caption]
“오메, 이 작것이 또 물어가버맀네, 열 마리도 넘는당게...” 초등학교 시절 늦은 밤 잠결에 닭이 홰를 치며 우는 소리가 들리면 어른들은 “또 살가지가 왔는가벼” 하며 흠흠 헛기침을 하며 문지방을 넘곤 했다.
“보고 싶어요, 붉은 산이 그리고 흰옷이...” 중학교 시절 국어책에 실린 김동인의 ‘붉은 산’의 주인공, 투전과 싸움으로 이름난 마을의 골칫덩이요 망나니의 별명이 바로 이 녀석이다. 나중에 개과천선 죽음으로 억울함을 대신 했으나 기억에 남는 건 여전히 천덕꾸러기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삵’이 사라졌다. ‘잘살아보세’ 새마을 노래가 전국에 울려 퍼지며 약을 놓아 쥐를 잡는 열풍이 휩쓸고 간 뒤였다. 아니, 집집마다 닭장을 짓고 닭을 칠 일이 없어진 때였는지도 모른다. 산에서는 호랑이나 표범, 늑대에 밀리고 먹을거리가 많던 민가 주변에선 사람들에게 치이던 ‘삵’ 그가 돌아왔다. 우리 강산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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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광[/caption]
세밑 30일, 전북환경연합이 전주천 한옥마을 남천교에 설치한 적외선 카메라에 ‘삵’으로 보이는 동물이 찍혔다. 하천 가장자리 돌무더기 사이로 민첩하게 이동하는 중이었다. 아니, 도심하천 구간에 ‘삵’ 이라니...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정확한 검증을 위해 국립 생태원 전문가들에게 사진판독을 의뢰했다. 흐릿하긴 하나 사진은 100% 국제적인 보호종이자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인 ‘삵’ 이라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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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천 한옥마을 구간 돌무더기를 따라 이동하는 삵이 무인카메라에 잡혔다. ⓒ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그간 전주권 일대에서 ‘삵’은 문헌 기록만 있었다. 전주시 환경보전 중장기 계획에 의하면 ‘삵’은 모악산 일대에서 서식하고 있으며 최근 개체수가 감소하는 경향이고, 전주천 상류인 완주 상관지역에서 배설물을 확인한 것이 외부로 알려진 전부였다. 그런데 지난 해 전주천 수달조사 중 도심구간에서도 삵의 배설물을 확인하면서 내심 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전주천에 수달에 이어 삵까지 둥지를 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천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수달이 가족을 이뤄 10년 넘게 살고 있을 정도로 전주천이 자연성을 회복한 것은 물론 주변 육상 생태계까지 안정화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림과 농경지가 많은 상류 쪽에 서식하던 삵이 먹잇감도 풍부하고 몸을 숨기기에도 적당한 이곳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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삵이 나타난 전주천 일대. 야생동물모니터링 카메라를 확인하는 이정현 사무처장.ⓒ전북환경운동연합[/caption]
삵은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와 달리 수영도 할 줄 안다. 생명력이 강하고 적응력도 뛰어나 하천이나 습지에서도 먹이 활동이 가능하다. 먹잇감으로 쥐를 좋아하지만 닭 대신 물새들도 가리지 않는다. 양서파충류는 물론 물고기도 잡아먹는다. 최근에는 시화호, 천수만 등 습지가 잘 발달한 곳에서는 흔하게 발견된다. 따라서 멸종위기 1급인 수달과 서식지를 공유 한다고 볼 수 있다.
국립생태원 최태영 박사는 “전주천 수변구역의 물억새, 수크령, 갈대 등 초지대가 야생 포유동물의 먹이 활동이나 은신처 역할과 이동 통로로서 매우 중요하다” 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는 지난 10여 년 전부터 전주천의 억새 군락 유지 및 수목 정리 최소화, 초지 유지를 주장해왔고 관철시켰다. 하지만 가끔씩 산책로 주변이나 하중도의 수풀이 베어지는 일이 있어왔다. 지난여름에도 서신교 부근 수달 가족 서식지 하중도의 초지가 절반 넘게 베어졌다. 보호대책을 요구하긴 했으나 수달 로드킬도 이어졌다.
청소년들과 전주천 수달 학교를 운영하는 한은주 팀장은 수달이나 삵 등 전주천을 근거지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고라니와 너구리 등 전주천과 삼천을 이동통로로 활용하는 야생동물의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야생동물보호구역’ 지정을 주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시는 야생동물과 공존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으나 전주시 야생동물보호구역은 덕진구 송천동, 덕진동, 우아동 단 세 곳, 면적도 0.23㎢에 불과하다. 보호대상 역시 백로, 왜가리, 멧토끼, 꿩 등 일반 야생동물이다. 당초 멸종위기종을 보호하자는 보호구역 지정의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매우 형식적인 지정에 불과하다. 전국 어디나 다 비슷한 상황이다. 야생동물특별보호구역은 단 한곳이다. 어쩌면 법적인 야생동물보호 시스템의 수준도 딱 이만큼일 것이다.
전주천 ‘삵’ 은 자연성을 회복한 도심하천과 자연과 공존하려는 사람을 잇는 행복의 메신저다. 삵과 수달이 신년벽두에 던지는 메시지는 ‘공존’ 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 같은 가슴 뛰는 행복한 마법이다. 올해 내내 이 마법에 사로잡히게 해주소서.








공사용 자재는 널려 있고 아직 공사가 안된 곳을 부직포 등으로 가려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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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에는 죽은 물고기에서부터 각종 쓰레기, 심지어 죽은 쥐새끼마저 둥둥 떠다니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그런데 이상하다. 곳곳에 공사용 자재와 쓰레기가 널렸고, 강물 속에는 죽은 물고기와 쓰레기, 심지어 쥐의 사체도 보였다. 아직 공사가 덜 끝이 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곳곳에서 탐방로 임시개통 현수막이 마구 나부낀다. 임시개통이란 또 무언가? 이 탐방로가 임시개통을 해야 할 정도로 그렇게 시급했던 걸까?
아니다. 왜냐하면 달성군이 내세우는 소위 '생태탐방로'의 최종 목적지인, 대구시가 건설하고 있는 생태학습관은 이제 겨우 공사 부지의 기초공사가 끝난 상태다. 완공까지는 아직 최소 1년의 시간은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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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에서 임시개통을 알리는 현수막을 떡 하니 붙여 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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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군이 연결하고 싶어하는 생태학습관은 이제 겨우 기초공사가 시작될 뿐으로 완공될려면 올해는 넘어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그렇다면 서둘러 탐방로 개통을 추진한 것일텐데, 그 정도로 다급한 이유가 있었을까? 더군다나 달성군은 4일 '생태탐방로 개통'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 소식은 일부 달성군 주재 기자들을 통해 화려한 개통 축하 기사로 언론에 실렸다.
현장의 상황과 동떨어진 홍보성 기사다. 보도자료를 그대로 담았다. 이런 식의 보도행태는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한 걸까.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탐방로에 한 번이라도 나와봤더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탐방로의 초입에 있는 이른바 피아노광장이다. 아직 공사가 덜 끝나 부직포로 덮어 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달성군이 공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임시 개통을 추진하고, 일부 언론에선 이에 화답하는 기사가 쏟아졌지만 사실 문제의 탐방로 공사는 이전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역 신문과 방송은 말할 것 없고, 중앙의 방송국에서도 이 문제를 취재해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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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탐방로 다리 밑에는 공사용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활동가가 추가 취재를 위해 투명카약을 타고 하식애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더군다나 최근 이곳에선 멸종위기종 삵와 수리부엉이의 모습이 포착됐다. 멸종위기종 삵이 화원동산 하식애의 7부 능선 부근에 앉아 있는 것이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고,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리부엉이의 존재도 확인했다.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와 멸종위기종 큰말똥가리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인 수달을 봤다는 증언까지 확보된 상태다.
그동안 대구시민사회는 "이곳은 희귀 자연의 보고이자 각종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로 이 앞으로 탐방로가 건설되면 화원동산 하식애가 그들의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된다"는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이것이 그대로 증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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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식애의 7부 능선 부근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삵의 모습. 삵이 서식할 정도로 하식애의 생태계는 잘 보존되어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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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동산 하식애에서 발견된 수리부엉이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이에 대해 대구 달성군의 관계자는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곳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라든지 번식지가 아니고 그 동물들의 먹이 활동지로 판명이 났다"며 "동물의 피해라든지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정리하자면, 탐방로가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아니라 먹이활동을 하는 곳이라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해당 관계자는 10일 활동가와의 통화에서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소개받은 전문가들이 조사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관계자와 전문가의 주장대로 그저 먹이활동을 하는 구역이라고 하더라도, 예민한 야생동물은 사람이 드나들게 되면 탐방로 인근을 떠날 수밖에 없다.
화원동산 하식애 위에서 목격된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의 비행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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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동산 하식애 창공 위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큰말똥가리의 모습. 화원동산은 다양한 희귀조류들의 서식처임이 증명이 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탐방로 사업은 그동안 달성군이 화원유원지를 중심으로 펼친 '관광사업의 완성'으로 이어진다. 즉 달성군이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왜곡된 낙동강의 구조를 십분 살려서 추진한 주막촌 사업, 유람선 사업과 연계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들은 현 김문오 달성군수의 대표적 치적 사업이다. 김 군수는 올 6월 지방선거에서 3선 군수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일 활동가는 탐방로 사업을 담당한 관계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활동가가 '서둘러 탐방로 임시개통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정식 개통식은 이달 중순에 계획돼 있지만 사람들이 언제 개통을 하느냐는 문의가 많아서 부득이 앞당겨 개통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사가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안전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간 시민사회단체가 지적해온 탐방로의 생태 교란 문제에 대해서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지난달 화원동산 하식애에 대한 1년짜리 생태조사 용역을 맡겼다"고 말했다. 또 "그 용역의 결과를 바탕으로 보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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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동산 하식애와 낙동강이 어우러진의 아름다운 모습. 4대강 공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2010년 봄의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하지만 이런 구상을 반박하는 전문가도 있다. 계명대 생명과학과 김종원 교수는 달성군 측의 해명에 대해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모감주나무 군락지를 산림유전자보호림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는 표식을 떡 하니 세워두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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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보호구역이란 팻말도 떡 하니 세워 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화원동산 하식애는 이렇게 중요한 생태 공간이다. 100억 원을 투입해 희귀 자연 자원 생태계를 교란하고, 이곳의 빼어난 경관마저 망치는 일이 벌어져선 안 된다. 탐방로 공사를 왜 강행해야 하는 것인가, 합리적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미 들인 비용 문제 때문에 공사를 멈추기 힘들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해명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22조 2천억 원을 들여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한 무용론이 이어지고, 재자연화에 대한 합리적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모두 4대강 사업 전부터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줄곧 지적한 것들이다.
달성군 또한 화원동산 하식애라는 이 희귀한 자원을 다 망친 다음에야 대구시민사회의 지적을 받아들일까? 자연은 한번 망가진 뒤 이전의 모습을 찾으려면 몇 갑절의 시간이 걸린다. 보존 가치가 있는 자연 자원을 더욱 보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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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보더라도 생태란 말과 어울리지 않은 구조물들이다. 관광용 탐방로의 전형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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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로가 바로 보이는 화원동산 하식애 가장자리에서 발견된 삵의 배설물.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4대강 사업을 강행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말로는 어떤 모습인가. 그가 저지른 온갖 비리 중에서 아마도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비리가 가장 심각한 죄악일 것이다. 각종 비리의 뇌물로 건넨 돈은 환수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망가진 자연은 되돌려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김문오 군수와 달성군은 지금이라도 이 공사를 중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의 사업을 밀어붙인다면 그 결과는 자명할 것이다. 관광용 탐방로와 희귀 자연자원의 보고이자 삵, 수리부엉이, 수달, 황조롱이, 말똥가리와 같은 희귀 야생동물의 터전을 결코 맞바꿀 수는 없다.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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