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조계종 성역화’로 전락한 10.27법난기념사업

지역

‘조계종 성역화’로 전락한 10.27법난기념사업

익명 (미확인) | 금, 2017/12/22- 19:27

서울 종로구 견지동 32-3번지. 이 곳에는 필방, 승복점, 표구사, 찻집 등 네 가게가 세들어 있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넘게 이 건물에 터를 잡았다. 건물과 이웃해 있는 조계사에 오가는 스님과 불자들이 주요 손님이다.

네 가게 중 하나인 대흥동필방. 모필 장인인 고 권영진 씨가 시작한 가게는 그의 며느리 김용태 씨로 이어져 30년 째 운영되고 있다. 가게 진열장에는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각양각색의 붓들이 걸려 있다. 칡뿌리로 만든 붓에서부터 소뿔에 무늬를 새긴 붓까지, 털이 귀했던 시절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붓들이 작은 가게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김 씨는 “가게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붓을 보고 신기해 한다. 사람들이 작지만 오래된 붓 박물관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2017122203_01

하지만 내년 6월이 되면, 30년 전통의 이 필방은 문을 닫게 된다. 이웃해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이 건물을 사들였기 때문. 조계종은 조계사 일대를 한국 불교의 중심지로 확장한다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일명 ‘성역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필방이 세들어 있는 건물부지가 이 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필방이 있는 자리 인근에는 앞으로 기념관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10.27 법난기념관이 ‘조계종 성역화 사업’으로

2017122203_02

조계종 성역화 사업의 핵심은 10.27법난기념관 건립이다. 10.27법난은 지난 1980년 10월 27일,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종교계 정화사업을 명목으로 전국의 사찰 수백 곳을 수색해 스님과 불자 등 1,776명을 감금, 고문한 사건을 말한다. 불교계는 오랫동안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고, 결국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지난 2009년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아래 10.27법난위원회)가 만들어졌다. 10.27법란기념관 건립은 법난위원회의 중요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법난기념관 건립을 두고 불교계 안팎에선 수년째 논란이 거듭돼 왔다. 10.27법난기념관 사업에 150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기로 결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원규모가 유사한 사업과 비교해 너무 크고 진행과정도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0.27법란기념관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유사한 형태의 부산민주항쟁기념관(160억 원), 거창난민학살추모공원(192억 원), 동학농민기념공원(383억 원)보다 적게는 4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크다.

10.27법란기념관 사업 비용이 이렇게 큰 이유는 기념관 부지가 서울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부지 매입에만 사업비의 절반에 가까운 710억 원이 사용되도록 설계돼 있다. 예정 부지의 토지가액은 3.3세제곱미터당 8,000만 원을 넘는다. 게다가 지주들의 비협조로 3년이 넘도록 예정 부지의 13%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언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사업 진행 방식도 논란을 빚고 있다. 국가가 나서 특정 종교와 관련된 사업을 위해 토지를 사주는 방식이 이례적일 뿐 아니라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정부와 조계종은 사업 추진방식에 대해 합의한 뒤 협약서를 맺었다. 조계종이 토지 매입을 진행,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 뒤 조계종이 이 부동산을 다시 정부에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비록 사업 부지가 정부 소유가 된다고 해도 조계종이 사실상의 영구적 사용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개별 종단인 조계종에 땅을 사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정부 돈으로 부동산 중개업소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법난기념관을 만든 뒤 국가에 기부 채납하면 국가가 법난기념관을 처분하거나 다른 데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계종이 계속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하면, 소유권이 설사 국가에 있다고 할지라도 사실상 조계종의 것이죠. 제가 볼 때는 조계종을 위한 특혜인데 한번 시작된 것을 조계종이라는 종교 세력 때문에 회수하지도 못하고 계속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10.27법난이라는 엄청난 유린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오히려 지금하는 행태는 그런 특혜를 바라고 있고 정치권력은 종교에 지원을 함으로써 적절한 표를 획득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

그러나 조계종은 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신군부의 불교계 정화 사업 작전명이 조계사가 있던 견지동 45번지를 따 ‘작계 45’였다. 이같은 상징성 때문에 사업 부지를 조계사에 정한 것이지 조계종의 성역화 사업을 위해서 법난기념관과 같은 부지를 정했다는 주장은 포인트가 안 맞다. 조계종이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조계종 공식 입장

매입 부지 세입자들, “정교분리 위배” 헌법소원

2017122203_03

지난 19일 조계사 앞에 선 김용태 씨 등 세입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부지 매입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사실상의 성역화 사업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배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조계종이 대책이 없이 저를 내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 다 저희의 원통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대책을 세워주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김용태 /대흥당필방

(조계종측에서) 12월 중에 이주를 할 경우에 이사비 정도 준다고 하여 우리는 그 소리를 들었을 적에 청천병력같은 소리였습니다. 12월이면 한창 추울 때고 더이상 갈 데가 없고, 이사갈 데가 없고요.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김성규 /부산승복

뉴스타파는 10.27법난기념관 사업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불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특혜의혹, 영세 사업자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문체부는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법난기념관 사업은 특정 종교나 종단에 대한 특혜가 아니며 인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토지 매입으로 인한 보상비용으로 17억 원이 책정돼 있어 세입자들이 일정부분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취재: 강민수
편집: 윤석민
촬영: 오준식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박민식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간 가상대결이 오차범위내 초박빙... 이곳 북구·강서구갑에서 박민식 후보와 전재수 후보간 대결은 '세번째'다. 경쟁후보들이 서로에 대해 잘 아는...
화, 2016/04/05- 11:13
107
0
경북 경주)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김용남(새누리당, 수원시병) 김을동(새누리당, 서울 송파구병) 김진태(새누리당, 강원 춘천) 나경원(새누리당, 서울 동작구을) 오세훈(새누리당, 서울 종로) 윤상현(무소속...
수, 2016/04/06- 15:59
12
0
Worst 10 후보에는 김석기(새누리당 경북 경주시),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나경원(새누리당 서울 동작구을), 김진태(새누리당 강원 춘천시), 김을동(새누리당 서울 송파구병), 윤상현(무소속 인천 남구을), 오세훈...
수, 2016/04/06- 14:34
31
0
Worst 10 후보에는 김석기(새누리당, 경북 경주시),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나경원(새누리당 서울 동작구을), 김진태(새누리당, 강원 춘천시), 김을동(새누리당, 서울 송파구병), 윤상현(무소속, 인천 남구을), 오세훈...
수, 2016/04/06- 14:26
16
0
한편, 지역구 의사출신 출마자는 서울 노원구병 안철수(국민의당), 서울 송파구갑 박인숙(새누리당), 인천 계양구을 윤형선(새누리당), 광주 광산구갑 이용빈(더불어민주당), 대전 서구을 이동규(국민의당), 경기 성남중원구...
수, 2016/04/06- 13:33
58
0
이 지역 한 후보 캠프 관계자는 "후보간 여론조사결과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흑색선전과 협박이 더 정교하게... 북구강서구갑, 사하구갑, 사상구 등 4곳이다. 시선관위는 이들 지역을 대상으로 전담팀을 꾸려 금품...
수, 2016/04/06- 16:20
226
0
Worst 10 후보에는 김석기(새누리당 경북 경주시),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나경원(새누리당 서울... 총선넷의 설문조사는 미신고 여론조사로 공직선거법에 저촉된다고 선관위는 밝혔다 이에 대해 총선넷 측은...
수, 2016/04/06- 14:34
282
0
Worst 10 후보에는 김석기(새누리당, 경북 경주시),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나경원(새누리당 서울...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6총선넷의 온라인 투표를 “미신고 선거 여론조사”로 규정하고 중단을 요청한...
수, 2016/04/06- 14:26
221
0
발표한 Worst 10 후보에는 김석기(새누리당 경북 경주시), 김무성(새누리당 부산 중구영도구), 나경원(새누리당 서울 동작구을), 김진태(새누리당 강원 춘천시), 김을동(새누리당 서울 송파구병), 윤상현(무소속 인천...
수, 2016/04/06- 16:38
36
0
경북 경주시 후보가 유권자들이 뽑은 4·13 총선 ‘최악의 후보’로 뽑혔다. 전국 10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설문조사가 여론조사 결과 공표를 금지한 ‘선거법 108조’에 위배된다며 중단을...
수, 2016/04/06- 20:15
371
0
유권자가 뽑은 Worst 10 후보는 김석기(경북 경주시), 김무성(부산 중구영도구), 나경원(서울 동작구을), 김진태(강원 춘천시), 김을동(서울 송파구병), 윤상현(인천 남구을), 오세훈(서울 종로구), 황우여(인천 서구을), 최경환...
수, 2016/04/06- 20:15
13
0
= 7일 서울 송파구 마천시장에서 어린이들이 4.13 총선 국민의당 송파구병 차성환 후보 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2016.04.07. [email protected] [사진 영상 제보받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가 독자 여러분의...
목, 2016/04/07- 16:15
20
0
= 7일 서울 송파구 마천시장에서 어린이들이 4.13 총선 국민의당 송파구병 차성환 후보 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2016.04.07. [email protected] [사진 영상 제보받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가 독자 여러분의...
목, 2016/04/07- 16:15
12
0
앞에서는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서울 송파구병에 출마한 차성환 후보의 지원유세를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내일로 다가온 선거 이석우기자 [email protected]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일은 13일이지만 실제 투표는...
목, 2016/04/07- 16:46
20
0
한편 3월 28일 포항MBC와 경북매일신문이 실시한 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인 폴스미스리서치가 경주시민 성인남녀 1141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전화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는 2.9였다. 4월 5일과 6일...
토, 2016/04/09- 09:45
53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