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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선언한 이후 공공기관에서 전환심의기구가 설치되는 등 정규직 전환 협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약77%(7월, 국회의장실·갤럽)의 국민이 압도적으로 지지할만큼 사회적 공감대가 높다. 상시지속업무를 비정규 일자리가 아닌 정규직 양질의 일자리로 전환하는 정책은 반드시 성공해야할 1호 국정과제다.
그러나 추진 과정은 험난하다. 일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사용자의 의지가 의심스러운 사례, 정규직 전환을 최소화하려는 꼼수도 여전하다. 지난 적폐 정부가 임명한 공공기관 관료와 사용자들은 그렇다해도, 더욱 사회적 충격을 준 것은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고 나선 사례들이다. 이런 일은 정부·사용자의 핑계거리가 되기도 한다.

▲ 공공운수노조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정규직노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기간제 교사 등 학교비정규직 부문에서는 일부 정규직과 취업준비생의 반발, 정부의 준비와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사실상 좌초하고 말았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직 소수에 불과하지만 일부 공공기관에서 비슷한 일이 확산되기도 했다. 참담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는 국민이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도, 심각한 사회양극화와 승자독식 약육강식의 사회를 바꿀 수가 없다. 일부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며 제시하는 이유들은 다양하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라도 상당부분 사실이 아닌 내용에 바탕을 둔 경우도 많다. 일부 정규직의 우려는 오해가 아니면 핑계로 보이는 이유다. 더구나,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국민적 요구, 우리 시대의 과제보다 중요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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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규직의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반대 사례>
최근에는 대통령이 직접 방문한 후 ‘연내 1만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제시된 인천국제공항에서도 일부 정규직 직원의 집단적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압력이 있다 보니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시 경쟁채용해야한다“는 요지의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일부 젊은 직원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집단행동(집회)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무기업무직의 특혜성 일반직화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노조·5678도시철도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협상에 나서는 등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심지어 일부 공공기관 정규직노조가 동조하여 자신들은 ”직접고용 제로(0)화가 목표“라고 주장했다는 언론보도까지 있었다.
<일부 정규직의 주장과 문제점>
일각에서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주장은 △“경쟁시험“을 거치지 않으면 공정하지 않다, △정규직의 임금·복지 혹은 승진 기회가 침해 받을 우려가 있다, △비정규직이 대거 직원으로 전환되면 해당 기관(직업)의 대외적 ”위상“(?)이 떨어질지 모른다, 심지어 △이제까지 관리자로서의 우월한 지위를 침해받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년 간 공공서비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미 자격이 충분하다. 최소한의 결격 사유만 걸러내면 된다. 또한 기관별 조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환과정에서 대부분 당장 정규직과 같은 처우보다는 점진적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물론 정규직과 동일·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차별없는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존 정규직의 임금·복지·승진을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직장 갑질’이 만약 있었다면 이제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

▲ 박대성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 수준을 원하지 않는다. 정규직들의 교섭권을 뺏을 마음도 없다. 비정규직은 여전히 눈물 흘리고 있다. 지금 바꿔야지만, 실업, 눈물, 불안정한 일자리 등의 단어가 다음세대에는 없어질 것이다. 모두 동등한 노동의 가치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이렇게 사회적 연대의 정신을 져버린 정규직 혹은 노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연대하고 돕는 사례가 조용하면서도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가입된 공공운수노조 안에서는 민주노조의 연대정신을 실현하는 이런 실천이 확산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2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범적인 연대사례를 통한 정규직 전환과정에 있는 사업장들 현자으이 목소리를 전했다. 철도노조, 발전노조, 가스공사지부, 서울대병원 분회 등 공공기관의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을 지원하여 노조에 가입시키는 것은 물론, 사용자에게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회사 정규직 전환, 처우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노조가 정규직 전환 조건으로 ‘공개채용’, 자회사로 전환 등을 요구하는 것과는 달리 조건없는 정규직 전환을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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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노조의 비정규직 조직화, 지원 사례>
철도노조의 경우 열악한 용역 수준에 불과한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가입시키는 것은 물론, 사측이 전환심의기구 논의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회사 정규직으로 전환을 주장하며 함께 투쟁하고 있다. 발전노조는 전국에 산재한 발전소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위한 캠페인 등 활동에 모든 노조 현장간부들이 나서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예외없는 정규직 전환과, 모회사로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노·사·전문가협의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미 청소·시설·식당 등 모든 직종의 직접,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에 조직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단협 교섭을 통해 예외 없는 직접고용은 물론, 정규직에 편입하고 차별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스공사지부의 모범적인 사례도 빛난다. 전국 모든 사업소에 존재하는 청소·용역부터 비서까지 전직종의 파견·용역 노동자의 노동조합 가입을 직접 조직하고 지원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

▲ 이경락 철도노조 사무처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드는 것. 이명박 박근혜정권을 지나며 5,000여명의 정규직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 자리에 장시간, 저임금,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과정의 문제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제로섬 게임처럼 몰아가는 것은 이런 본질을 왜곡하는 것'

▲ 신현규 발전노조 위원장 '한국노총 소속인 기업별노조가 정규직들의 근거없는 불안함을 증폭시키고 그에 편승해 기득권을 지키려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악의적인 선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위축되어있다. 발전노조는 사실을 정확히 알리고, 정규직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과 설령 문제가 있더라도 정규직 이 감당해야 된다는 명확한 사실을 현장에 전달하려는 노력중이다.'

▲ 최상덕 서울대병원 분회장 '98년 99년 같은 직원이었던 어린이병원 노동자들이 외주화로 비정규직으로 전환되었던 경험을 겪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은 정부의 책임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정확하고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 박희병 한국가스공사지부장 '그동안 민주노조 운동진영이 비정규직 철폐 외침을 사회적으로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내부의 울림이 없었던 것 같다. 다른 공공기관 노동조합도 함께 연대하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했으면 한다.
이들과 함께 한국소비자원과 같은 작은 공공기관에서부터 민주유플러스노조와 같은 민간부문 정규직 노조, 경기지역지부와 같은 조직된 비정규직노조까지 한 푼 두 푼 성의를 모아 ’비정규연대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1차 10억원 모금을 진행하고 있다. 이 기금은 각 지역·업종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지원된다. 정규직 전환은 무엇보다 당사자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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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10억’ 비정규직 연대기금 출연 사례>
가스공사지부는 최근 대의원회에서는 정규직 조합원 1인당 2만원 씩 비정규직 연대기금을 포함한 총 4억5천5백만원을 공공운수노조에 비정규직 연대기금으로 출연했다. 현장에서 조직화 지원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지원한다는 취지다. 조합원 200여명의 소규모 공공기관인 한국소비자원지부에서 500만원의 기금을 모금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을 조직한 것을 시작으로, 민주유플러스노조, 철도시설공단노조 2천만원 등 십시일반이 이어졌다. 비정규직인 경기지역지부, 공기업 자회사인 9호선메트로지부와 같은 열악한 노조들도 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원하기 위해 모금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는 서울지하철·5678도시철도·서울시설관리공단노조 등은 통상임금 소송분의 일부를 비정규직 조직화 기금으로 출연한 바 있다. 이 ‘비정규 연대기금’은 정규직 전환 정책을 홍보하고 비정규직 노동조합의 노조가입,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한 상담 및 법률지원, 비정규직 당사자의 노사협의 참여 지원 등 정규직 전환 활동을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각 지역과 업종에 활동가가 배치되어 비정규직 지원 사업을 전개한다. 최근 공공운수노조는 조합원수가 19만명을 돌파하여 한국 최대의 산별조직으로서 규모를 공고히 하고 2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정규직, 비정규직이 함께 하는 전조직적 투자는 비정규직의 노조할 권리 실질적 구현과 노조 조직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우리나라 모든 공공부문 노동자, 노동조합에 한 목소리로 호소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시대적 요구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으로의 단결과 함께, 정규직 노동자들이 연대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공공운수노조와 산하 공공기관의 정규직-비정규직 노조는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정규직화, 비정규직 없는 공공부문을 노동자의 연대로 만들어낼 것이다.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든다면, 앞으로 취업준비생들, 그리고 우리 자녀와 후배들에게도 ”청년선호 일자리“라는 공공부문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물려줄 수 있다.

▲ 이경락 철도노조 사무처장과 이대열 코레일관광개발 용산지부장

▲ 홍종표 한국가스공사비정규지부장과 박희병 한국가스공사지부장
또한 정부와 공공기관 사용자들에게도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우려와 불만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을 제대로 배정하고 정원도 인정하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 예산, 정원 등 지원도 없이 각 공공기관에 책임을 떠밀면서 문제가 확산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비정규직 양산에 책임이 있는 정부와 사용자가 먼저 책임질 것은 책임지고 모범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일부 정규직의 반발을 핑계로 정책을 후퇴하려고 할 경우, 투쟁의 대상은 정부와 사용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 세대, 촛불로 탄생한 이번 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내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한국을 비정규직 천국으로 만든 IMF 20년이다. 이제는 청산해야할 체제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시대에 해결해야한다. 공공부문에서 민간부문까지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이 정착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되고 노동자간 차별도 없어진다. 취업준비 청년의 선택도 더 넓어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아름다운 동행이 바람직한 정규직 전환으로 점차 확산될 수 있도록 응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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