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시평 426]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다

지역

[시평 426]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다

익명 (미확인) | 수, 2017/10/25- 11:27

시민은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다

대의제는 한국 민주주의의 공리인가?

 

진시원 부산대학교 사범대학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촛불집회 이후 민주개혁 정부가 다시 들어서고 적폐청산이 추진되고 있는 2017년 현재, 촛불집회의 의미를 폄하하고 시민들의 역량을 과소평가하며 대의 민주주의만이 한국 민주주의의 공리이자 바른 길이라고 강변하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최장집 교수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선거로 선출한 대표에게 통치를 위임하는 귀족주의의 장점과 평등한 인민주권을 실현하는 민주주의의 장점을 결합한 체제이기에 (직접 민주주의보다) 더 우월하다'는 취지의 글을 발표했으며(중앙일보, 10월 11일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주권은 시민 개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그들의 전체 의사이자 그것을 합법적으로 위임한 것을 가리키는 바, 민주주의에서라면 그것은 법을 만들고 집행할 권리를 시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위임받은 선출된 대표들에게 주어진다'고 주장했다(동아일보, 10월 10일자). 그런데 이 분들의 글은 오해와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 있다.

 

첫째, 촛불시민 중 대다수는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다고, 혹은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을 듯하다.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 보다 낫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촛불시민들의 열망은 오작동 중인 대의 민주주의와 비민주적이고 자기 이익추구적인 정치 엘리트를 주권자 시민이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통제하겠다는 것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즉, 촛불시민들은 '유권자'에 머물지 않고 '주권자'가 되겠다는 것이고, 주권의 '소지자'뿐 아니라 주권의 '직접 행사자'도 되겠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촛불혁명이 만들어낸 주권자 시민은 대의 민주주의와 엘리트 민주주의를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대의 민주주의의 오작동과 자기이익 추구적인 정치인을 주권의 직접 행사를 통해 통제하고 이를 통해 대의제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촛불시민이 바라는 직접 민주주의는 두 가지 형태일 듯하다. 하나는 국민(주민)투표, 국민(주민)발안, 국민(주민)소환을 통해 대의제와 정치 엘리트를 직접 통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방자치와 분권 그리고 풀뿌리 차원의 직접 민주주의를 확대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직접 민주주의 강화 움직임은 이번 개헌과정에서 상당수 시민들의 열망임이 확인되고 있다. 둘째, 정치체제가 대의 민주주의이든 아니면 직접 민주주의이든 간에 민주주의 국가에서 주권은 시민 개개인의 소유이자 시민 전체의 소유이다. 즉, 주권은 그 누구도 아닌 시민들에게 있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주권의 소유자는 시민이며 주권의 행사자는 선출된 정치 엘리트이지만, 직접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주권의 소유자와 직접 행사자이다. 주권은 절대로 선출된 정치인, 즉 대리인의 것이 아니다. 따라서 주권은 시민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주장은 박상훈 학교장의 오해이자 왜곡이다.

 

더욱이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인 한국의 정당과 의회는 그 존재 자체가 상당히 퇴행적이다. 한국 정당사와 정당의 제도 경로성을 보라. 그리고 대다수 시민은 그 많은 정당의 명칭 변천사를 기억하지 못한다. 영국이나 미국, 유럽 국가들의 정당과 한국정당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우리 국회의 비민주성과 갈등 증폭 성향은 더 이상 말해 무엇하겠는가? 회생가망이 그리 높지 않은데, 정당과 의회가 살아야 한국 민주주의가 산다는 주장은, 약효 없는 약을 과신하는 것일지 모른다. 거의 기약 없는 정당과 의회를 붙들고 사는 것보다, 그것을 추구함과 동시에 오작동 중인 한국의 대의 민주주의와 공익보다 사익추구적인 정치인을 주권자 시민이 직접 통제하여 개선하는 것이 한국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민주화되는 길인 듯하다. 촛불집회가 만들어낸 유권자이자 주권자인 시민, 주권의 소지자이자 직접 행사자인 시민이 한국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하기엔 너무 엄청난 전환기적 정치 경험이다. 다시 말하지만, 촛불시민은 오작동 중인 대의 민주의의와 이기적인 정치 엘리트를 시민주권 민주주의로 개선하고자 한다. 대의제를 폐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공리(axiom)라는 것은 그것이 진실하다는 점이 자명하고, 그 내용이 아주 잘 확고하게 정리되어 있어 합리적인 인식 공동체 내에서 의심받지 않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진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의 민주주의는 한국 민주주의의 공리이고 한국 민주주의는 반드시 그 길을 가야만 하는가? 촛불집회 이후 시민들은 더 이상 '유권자'가 아니라 '주권자'이다. 촛불시민을 다시 '유권자'로 퇴행시키려는 기획은 다분히 복고적이고 보수적이며 시대착오적이다. 주권자 시민들에게 대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더 이상 한국 민주주의의 금지옥엽도 아니고 불사조도 아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출범 토론회

지방선거에 제안하는 인권 보육·유아교육 정책

 

 

 

 

인권, 노동권, 돌봄권, 공공성이 실현되는 보육 현장을 만들기 위하여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가 출범하였습니다. 출범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보육 현장의 인권 실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여 왔습니다.

 

이에, 출범 기념 토론회를 열어 인권에 기반한 보육 현장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6월에 예정된 지방선거에서 각 지자체와 교육청에 제안하는 좋은 보육, 유아교육 정책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토론회 개요

  • 일시 | 2018년 3월 28일 오전 10시
  • 장소 | 서울특별시 교육청 본관 906호
  • 주최 | 보육 더하기 인권 함께하기

 

프로그램

  • 사회 |  이경란(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사무총장)
  • 발제
    • 아동인권 기반 보육정책 방향: 서정은 3P아동인권연구소 소장 
    • 지방선거에 제시할 보육·유아교육 정책: 김진석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토론
    •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 서진숙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
    • 장기성 공동육아와공동체교육 운영위원장
    •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 정정옥 성남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 질의응답
목, 2018/03/08- 11:10
582
0
요즘 핫한 민관협치, 그런데.. “주민토론회는 왜 평일 낮에만 열리지?” “어린이나 청소년 의견은 안 들어?” “주민 발의 주민투표는 0건…” 뭔가 부족하다! 협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시민에게 말을 거는 방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tyle-TVx-1 tyle-TVx-2 tyle-TVx-3 tyle-TVx-4 tyle-TVx-5 tyle-TVx-6 tyle-TVx-7 tyle-TVx-8 tyle-TVx-9 tyle-TVx-10 tyle-TVx-11 tyle-TVx-12 tyle-TVx-13 tyle-TVx-14 tyle-TVx-15 tyle-TVx-16 tyle-TVx-17 tyle-TVx-18 tyle-TVx-19 tyle-TVx-20
월, 2017/06/05- 09:36
563
0

 

창원시 대산정수장 강변여과수 사업 관련 성명

 

 

1. 수백억 원을 들인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대산정수장 강변여과수 2단계 개발사업 취수정 5개 중 3개가 수년째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12일 창원시의회 환경해양농림위원회 소속 노창섭 의원(정의당)은 상수도사업소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대산정수장 2단계사업 후 취수정 5개 중 2개만 가동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하고 나머지 3개 취수정의 미가동으로 초래된 예산 낭비와 책임자 처벌 부실에 대해 지적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2.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3개 취수정이 설계용역 과업지시서에 나타난 취수용량·수질에 부합하지 않는 데도 감리업체가 준공검사를 완료했고 창원시는 준공을 승인했고, 창원시가 이 모든 것을 수년간 숨겨왔다는 점이다. 시공회사, 감리회사, 창원시가 알고 있으면서 관련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숨겨온 것이다. 이로 인해 수백억 원의 혈세가 낭비된 것이다.

 

창원시는 사업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처도 없이, 2013년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고도 준공처리를 한 것이고, 2013년 2월 준공 시부터 2016년 새로운 상수도 사업소장이 와 자체 감사를 하기 전까지, 약 3년 동안 전혀 조치를 취하지 않고 숨겨왔다. 창원시는 자체 감사에서 문제점이 확인되자 하자 보수 만료 시점 3개월을 앞두고 시공 및 감리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늦장 대응은 물론, 책임회피용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더군다나 현재 창원시와 업체 간 책임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도 이번 사태의 1차적 책임이 있는 창원시가 업체와의 소송을 이유로 관련 자료 공개는 물론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3. 대산정수장 강변여과수 2단계 개발사업 시작부터 현재까지 전 과정을 보면, 부실시공에 대한 관리감독의 문제부터 안일한 대처, 혈세 낭비, 사건 은폐, 책임회피 등 창원시의 총체적 난맥상이 드러나고 있다. 근본적 책임은 창원시에 있고, 관련 공무원은 물론 전·현직 시장도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뒤늦게 진행된 창원시 자체 감사 결과를 보면, 창원시와 공무원들의 책임을 회피하고, 업체에게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창원시는 업체와의 법적 소송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모든 책임에서 회피하려는 무책임한 자세에서 벗어나 지금이라도 관련 자료 공개와 정확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에 이 사안 전반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감사원 감사,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 또한 우리는 앞으로 지역 시민사회와 협의하여 주민감사청구, 주민소송 등 가능한 법적 대응을 전개할 것이다.(끝)

 

2017.6.22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 마창진환경운동연합 / 창원YMCA

 

 

 

창원 대산정수장 문제 성명서.hwp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월, 2017/07/03- 15:59
562
0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 10년, 진단과 개혁과제

 

이미진 | 건국대학교 사회복지전공 교수

 

들어가며

2008년 7월에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올해로 제도 시행 10년을 맞이하였다. 제도 도입은 대상자 확대와 돌봄의 탈가족화라는 성과를 달성하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종사자들의 저임금 착취에 의존한 저비용 구조, 민간공급에 의존한 전달체계 문제로 인한 공공성 실종, 이로 인한 폐해인 노인학대, 방치, 종사자 인권침해, 서비스 단절과 분절, 비연속성, 그리고 느슨한 규제와 지방자치단체의 지도감독의 부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2017년 9월에는 공공성 강화를 기치로 한 대책위가 구성되기에 이르렀고, 학계에서도 “공공성”의 문제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핵심적 의제로 설정하고 이에 대한 개혁 없이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는다고 진단 내리고 있다(석재은, 2017). 흥미로운 점은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문제점에 대해 적어도 학계에서는 대체로 합의된 견해를 표출하고 있고, 공공성 강화의 가장 강력한 수단인 국공립 공급기관의 신설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기류가 형성되어 가고 있는 듯하다. 국공립 공급기관의 확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개혁이라는 대장정의 시발점이 되겠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지난 10년을 살펴보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개혁과제가 무엇인지, 어떤 주요한 대안들이 논의되고 있는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현황

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장기요양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해 사회보험방식으로 대응하는 사회보장제도이다. 이 제도는 전 국민을 적용대상으로 하되 급여대상자는 65세 이상 노인 및 노인성 질병을 가진 64세 이하 국민 중 장기요양등급판정위원회에서 1-5등급 판정을 받은 자이다. 제도 도입인 2008년에는 1-3등급만 급여대상자격을 획득하였으나 그 이후 장기요양인정점수의 기준점수를 하향화하는 제도개선 등을 통해 급여대상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왔으며 2014년 7월부터 5등급(치매특별등급)을 추가함으로써 현재는 1-5등급 제도로 운영되고 있다.

 

급여는 시설급여와 재가급여가 있으며, 예외적인 경우(예: 도서벽지에 거주하여 공급기관이 부재할 경우 등)에 한해 가족요양비(월 15만 원) 등의 현금급여를 제공한다. 시설급여는 노인요양시설에 장기간 동안 입소시켜 신체활동지원 및 기능회복훈련 등을 제공하는 급여이며, 재가급여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구입 및 대여가 포함된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노인 중 등급인정자는 7.0%에 달하고 있는데, 이는 제도 도입 초기 2008년 4.2%와 비교해 1.67배 증가한 것이며(<표 1-1> 참조), 등급판정 대상자 중 인정자 비율은 74.2%에 달한다. 등급인정자의 약 80%는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가급여와 시설급여의 비중은 각각 65.6%, 34.5%에 달한다(석재은, 2017).

 

 

2016년 말 장기요양기관은 총 19,398개소로 재가기관은 14,211개소, 노인요양시설(요양공동생활가정 포함)은 5,187개소가 있다. 2008년 재가기관은 3,762개소, 노인요양시설은 1,700개소이었고, 2008-2016년에 재가기관은 3.78배, 노인요양시설은 2.21배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방문요양시설의 증가세가 두드러지는데 2008년 6월 1,857개소에서 11,072개소로 5.96배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등급인정자의 증가에 비해 공급기관의 증가가 가파르게 진행되었고 이는 공급과잉, 과당 경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생산해 내고 있다.

 

본 제도의 관리운영기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으로 급여대상자 자격관리로부터 급여비 심사·지급, 시설 평가, 시설에 대한 지도감독 등에 이르는 제도운영 전반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도록 되어 있다. 다만 서비스 제공시설과 인력에 관한 사항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의 책임으로 되어 있어, 장기요양기관 지정·취소는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가, 요양보호사 자격증 발급 및 교육기관 관리는 광역시·도가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장기요양보험료의 요율은 2008년 4.08%(세대당 보험료의 평균 2,586원)에서 2010년 6.55%로 인상한 후 동일 요율을 유지하고 있다(2015년 세대당 보험료의 평균은 5,869원). 2015년도 수입은 4조 3,884억 원이고, 지출은 4조 3,139억 원이 소요되었다. 2008년 누적 수지(이월금+누적준비금 적립금)는 3,141억 원이었으나 이후 빠르게 증가하여 2015년에는 2조 7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장기요양보험료 수입액의 20%를 국가가 책임져야 하나, 제도가 도입된 첫 해인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에 미달하는 금액(2013년에는 18%)을 지원해 오고 있다. 일반 노인의 본인부담률의 경우 시설은 20%, 재가는 15%이며, 수급자는 전액 국가가 부담하며 저소득층(의료급여수급자 및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금액이하인 보험가입자 및 피부양자로서 의료급여, 희귀난치성 만성질환자, 건강보험 하위 10%이하인 자, 농어촌은 하위 15%인 자)에게는 본인부담률을 50% 경감해 주고 있다.

 

문제점 진단

등급판정의 공정성, 객관성, 선별성

제도 도입시 중증노인으로 급여대상자를 제한하였으나 제도개선을 통해 급여대상자를 확대하였다. 지속적인 대상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등급판정의 공정성은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등급인정자의 절대적인 규모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1등급의 절대적인 숫자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등급판정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가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된다(<표 1> 참조). 또한 치매특별등급이 도입되었지만 등급판정이 신체기능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 역시 지속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의 판정도구를 기준으로 하였을 때 우리나라 노인의 등급인정자는 독일의 약 85% 수준이며, 일본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의 약 93%수준으로 나타나, 등급판정의 기준 자체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높은 수준(즉 낮은 등급 인정율)인 것으로 나타났다(이윤경, 2015).

 

뿐만 아니라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았지만 노인요양시설이 아닌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사례가 다수 있다. 이는 요양병원 입원기준이 마련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장기요양등급 판정도구가 장기간 돌봄을 필요로 하는 노인만을 선별(즉 단기간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노인은 배제시킴)하는 기능이 떨어짐을 보여준다. 2013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내부 자료에 의하면 요양병원 입원자 중 장기요양등급인정자의 47.2%는 치료가 아닌 “요양”이 목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윤종률 외(2009)의 연구에서 요양병원 입원 환자 중 10-30%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용상의 형평성 문제

서비스 이용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용상의 형평성 문제 역시 제도 도입부터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다. 첫째, 장기요양시설이 전반적으로는 과잉 공급되었지만 지역별로, 시설의 종류별로 공급이 불균형적으로 이루어졌다. 도시지역은 노인요양시설의 공급이 부족한 반면 농촌지역은 재가시설, 특히 단기보호, 방문간호시설의 부족이 심각하다. 농촌지역 중 단기보호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는 137개, 방문간호시설이 없는 시군구는 59개소나 된다(맹진영·이용재, 2017). 2008년 대비 2016년 재가시설의 증감을 보면 노인인구 1천 명당 주야간보호(126.7%), 방문목욕(126.3%), 방문요양(91%)은 증가한 반면 방문간호(33.3%), 단기보호(76.9%)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맹진영·이용재, 2017).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대도시가 아닌 농어촌 등 원거리에 있는 시설에 입소함으로써 가족방문이 어려워지고 이는 노인의 삶의 질 저하, 가족에 의한 서비스 기관에 대한 모니터링 빈도 감소 등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2014년 7월에 도입된 치매특별등급은 인지활동형 주야간보호나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서비스만을 이용할 수 있다. 인지활동형 방문요양서비스에서는 일반적인 방문요양과는 달리 가사서비스 등을 제공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치매의 특성상 “인지”기능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5등급 노인에만 한정시킬 필요는 없으며(즉 1-4등급 중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에게도 인지활동형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며), 이들 노인은 지속적인 관찰과 보호, 일상생활 지원 등의 돌봄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지활동형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게 제한한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치매노인 가족의 스트레스를 경감시키기 위해서 가사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방문요양이 노인 중심이 아닌 가족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방문요양보다는 주야간보호나 다른 서비스 제공이 보다 활성화가 되어야 한다는 정책적 의도는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치매특별등급 노인에게 가사서비스를 포함한 돌봄서비스가 불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등급별로 서비스의 양을 제한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치매특별등급만 예외로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치매특별등급노인이 인지활동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방문요양서비스와 유사한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셋째,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난주(2013)의 연구에서 저소득층 가구의 가족요양보호사는 경제적 부담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여 가족요양보호사로서 돌봄과 생계를 병행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건강보험료 1분위에 속한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월액 대비 장기요양 본인일부 부담금 지출비율이 재가급여 이용자는 15.7%, 시설급여 이용자는 40.0%로 나타나 경제적 부담이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국공립시설의 부족 및 개인소유시설의 난립으로 인한 공공성 실종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기관의 수익추구가 아닌 노인에게 적절한 돌봄서비스 제공이라는 실질적인 공공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요양시설의 공급이 민간영리부문에 의존하거나 공급체계의 시장화 전략은 지양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제도 도입 이전 공급인프라의 부족만을 크게 우려하여, 공공부문의 인프라 구축은 도외시한 채 서비스 공급을 민간(영리)부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석재은(2017)에 의하면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시설에서 국공립(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시설은 2.0%, 재가는 0.6%에 그치고 있는 반면, 민간 비영리는 시설이 27.1%, 재가는 15.3%이며 민간 영리는 시설이 70.9%, 재가는 8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공립이 압도적인 스웨덴(시설은 89.0%, 재가는 93.0%)이나 민영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영국(국공립 시설: 19.2%, 재가: 32.4%)이나 독일(국공립 시설: 8.2%, 재가: 18.0%)과 비교하여도 민간 영리 부문이 과도하게 높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민간 영리의 압도적 다수는 개인소유시설이며, 이들 시설의 난립은 과당 경쟁, 빈번한 폐업 등의 사회문제를 창출하고 있다. 이 문제는 특히 재가에서 더욱 심각한데, 재가서비스 기관은 1개소당 평균 이용자수가 25명에 불과하여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표준모형인 평균 이용자 수 40명에 크게 미달하고 있으며, 재가서비스기관 중 약 30%는 폐업과 설치를 반복함으로써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있다(석재은, 2017). 특히 폐업과 설치 신고의 반복이 장기요양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고, 이러한 기관의 수가 4,620개에 이른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확연하다.

 

열악한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여러 가지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5년 기준으로 노인요양시설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는 월 188시간 근무할 경우 평균 115만원을, 재가시설 요양보호사는 월 88시간 근무에 평균 64만원을 받아 저임금 일자리의 전형을 보여준다(이건복, 2017).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노인요양시설은 6,117원, 재가는 7,272원으로 가사도우미 시급인 1만원 수준에도 미달함을 알 수 있다. 노인요양시설 요양보호사는 87.6%가 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일자리의 안정성이 높지만 재가시설 요양보호사는 이 비율이 42.2%로 절반에 미치지 못하여 고용불안정성이 매우 높다(이정석, 2015).

 

이외에도 요양보호사의 경력 미인정, 산재 적용을 받지 못하는 어려움, 노인과 가족으로터 받는 성추행·성폭력 등을 포함한 인권침해, 사회보험 및 퇴직금의 사각지대, 인건비 가이드라인의 비현실적인 적용 등(이건복, 2017)은 요양보호사의 노동환경이 열악함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로 인해 잦은 이직, 양질의 요양보호사 공급 부족의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느슨한 규제와 감독 미흡으로 인한 폐해

혼탁한 장기요양시설 시장에 대한 규제·감독은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먼저 시설 및 인력의 국가 최소 기준이 낮게 설정되어 누구나 쉽게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다음으로 제도 도입 이후 기관들의 수급자 유인·알선, 허위·부당청구, 입소 거부 등의 불법 운영 사례는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공단의 관리감독은 미흡한 상태이다. 이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의 현재 인력으로는 2만 여개가 넘는 장기요양시설의 불법 운영사례를 제대로 감독하기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행정처분과 지정취소의 권한이 지자체와 공단으로 이원화되고 있어 공단의 조치에 따라 지자체에서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특히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노인학대가 발생한 것임을 인지한 경우에도 시설폐쇄 등으로 인한 전원 조치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노인학대를 묵인, 방조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이는 담당 공무원의 인권 감수성이 떨어지고 도덕적·윤리적 책무성이 떨어지는 데에도 일부 기인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폐업에 따른 절차, 이에 대한 매뉴얼의 부재, 폐업 후 대책의 부재 등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석재은(2017)의 지적처럼 장기요양시설의 시장진입에 대한 규제는 느슨한 형태로 이루어지지만 운영에 대한 규제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영업정지, 폐업과 같은 가혹한 처벌만 존재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지자체에서 처벌을 하지 못하거나(예: 전원조치할 시설의 부재) 재정적인 책임이 없는 지자체의 대부분은 장기요양시설에 대한 책임을 거의 수행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요양시설의 불법적인 운영 역시 제도 도입부터 현재까지 계속 끊이지 않고 있다. 서비스 기관의 담합이나 부당청구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으며 최근 3년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부정수급액은 385억 4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공적인 장기요양보험재정이 누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석재은, 2017)1). 또한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편법적인 운영이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규정 위반으로 장기요양기관 취소로 폐쇄처분을 받는 기관이 노인복지시설로 전환되어 입소자의 자부담으로 지속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은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서비스의 질 개선 등을 위해 시설평가를 2009년부터 격년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항변하지만, 시설평가는 최소한의 품질에 대한 기준을 제공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적절한 서비스 제공자를 선별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비스 질 개선에 한계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혁과제 및 대안 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점에는 거의 누구나 동의하는 양상을 띤다. 개혁의 청사진은 공공성 강화 전략을 통해 노인에게는 좋은 돌봄을, 종사자에게는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할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인이 살던 지역사회에서 나이들어가기(aging in place)’라는 노인복지이념을 달성하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 등의 입소는 최대한 자제·지연시키고 지역사회내에서 가족, 이웃, 자원봉사자 등의 비공식적 돌봄과 공식적 돌봄재가서비스를 통해 노인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통합적이고 연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연구자마다 공공성의 개념이나 그 방법론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 다음과 같은 개혁과제가 필요하다고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거의 일치한다.

 

첫째, 장기요양서비스의 시장화를 제어하기 위해 국공립과 민간 비영리 부문을 확대하고 둘째, 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셋째, 장기요양서비스의 제공인력, 특히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국가개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넷째, 노인 및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해 서비스의 통합화, 연계, 연속성 보장, 예방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하고 다섯째,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객관성, 공정성, 선별성을 제고하고 노인 돌봄의 대상자 확대를 고려하고 여섯째, 본인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노인장기요양공공성강화를위한공대위

 

첫 번째 개혁과제는 공공성 강화의 핵심적인 전략으로 국공립시설의 비중 확대는 필자를 포함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소수의 연구자만이 주장해 온 대안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실제 실현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 기금 등을 활용하여 국공립시설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야하고, 사회서비스 공단과 지자체·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관계 설정, 사회서비스 공단의 정체성 및 기능의 명확화, 민간시설의 저항 및 시설의 폐업 등에 따른 후속 대책 마련 등의 관련 대책을 꼼꼼하게 설계, 기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석재은(2017)의 제안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단독 서비스 기관을 준공공의 중규모 이상의 통합재가서비스 기관 중심으로 공급체계를 개편하는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하여 민간 영리 비중을 낮추는 정책(다시 말해 민간 비영리 비중의 확대) 또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서비스 시장에 대한 규제 및 감독을 강화하는 과제는 먼저 진입에 대한 규제 강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시설 및 인력배치기준을 낮게 설정함으로써 화재와 같은 안전사고의 빈번한 발생, 노인학대 및 방치의 구조적 여건을 제공하고 있음을 상기할 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시설에 한정해서 장기요양시설 설치/지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력배치기준을 상향 조정하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적인 여건을 마련해야 하며, 지역별 시설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별 수급계획 수립 및 수량통제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와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인력을 적극 확대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시설 폐업조치에 대한 6단계적 접근(전용호, 2017)을 벤치마킹하여 시설의 문제 발생시 기관에서 이를 정정하고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시간과 단계별 절차를 제시해야 한다. 단계별 절차에 따라 지자체와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수시로 모니터링을 하고 시설운영에 대한 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단계적 접근을 통해서도 시설의 문제가 시정되지 않는 경우에 한해 폐업과 같은 강력한 제재를 취하도록 한다. 또한 노인요양시설의 일정 비율을 단기보호나 응급침상으로 지정하여 노인학대로 인한 폐쇄조치에도 지자체가 즉각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배치기준의 탄력적 기준 허용과 일정 수준의 공실도 감안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장기요양보험 수가라는 정책이 맞물려 시행되어야 한다. 이외에도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평가제를 인증제로 전환하고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 제공 등을 병행함으로써 좋은 돌봄의 실현이라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앙정부, 지자체, 국민건강보험공단, 서비스 제공기관이 서로 소통,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셋째, 장기요양서비스의 제공인력, 그 중에서도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을 향상시켜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석재은(2017)의 제안처럼 서비스의 공급방식과 재가서비스의 수가체계의 전면적 개편 등과 같은 제도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석재은(2017)의 주장처럼 현재와 같이 시간별 수가제하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재가 요양보호사의 직업 안정성 제고, 생활임금 보장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따라서 회원제 통합재가서비스 기관으로 서비스 공급기관을 재편하고 회원제 통합재가서비스 급여에 대응하는 수가체계를 개발함으로써 재가시설에서 정규직 비중을 높이고 서비스 제공인력의 이탈을 막고, 인력의 안정적 확보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토록 해야 한다. 이는 또한 이용 노인에게 탄력적이고 유연한 서비스 제공을 가능하게 하고, 노인보다 가족의 욕구에 초점을 맞춘 방문요양서비스 이용의 편중 현상을 지양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요양보호사의 노동조건 향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요양보호사 등 종사자 교육을 강화하고 실질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교육시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 공적인 교육기관에서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등의 방안을 실행해야 한다.

 

넷째, 노인 및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해 서비스의 통합화, 연계, 연속성 보장, 예방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치매특별등급 노인은 인지활동형 서비스만 이용하게 하거나 돌봄종합서비스를 양자택일하게 되어 있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다음으로 재가서비스의 종류를 보다 다양화시키고(단기간병서비스, 영양, 재활, 이동지원서비스 등), 재가서비스와 주거지원서비스(예: 호텔서비스만 제공하는 주거지원서비스)를 결합시키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단기간병, 재활, 영양, 이동지원(교통편의)서비스는 노인 건강을 개선, 유지시키고 만성질환을 관리, 예방하는 데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도입이 시급한 서비스이다. 이와 맞물려 필요한 서비스의 선택을 이용자에게(특히 가족) 맡기기보다 노인 맞춤형 서비스 이용을 지원하기 위한 사례관리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객관성, 공정성, 선별성을 제고하고 노인 돌봄의 대상자를 확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유사, 중복 서비스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장기요양등급외 판정을 받으면 유사한 서비스로 노인돌봄종합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나 저소득층을 제외한 일반 노인의 경우 100% 본인 부담을 해야 하기에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이외의 다른 재가서비스 역시 소득기준이나 독거노인만 이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어 일반노인, 가족과 동거하는 노인은 전혀 혜택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는 문제가 있다. 장기요양의 대상자 확대를 통해 노인돌봄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기존의 노인돌봄종합서비스의 소득기준 폐지를 통한 대상자 확대 등의 정책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 대상자 확대 및 유사 서비스의 중복, 정리는 분절화되고 파편화된 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혁과 맞물려 있는 과제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본고에서는 제외하고자 한다.

장기요양등급 판정의 객관성,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이와 관련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판정도구의 선별성을 기하기 위해 장기요양등급인정자 중 요양병원 입소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의 보완책 강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요양병원 입원이 노인요양시설에 비해 경제적으로 비용이 절감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혁하는 작업 역시 필수적이다.


여섯 번째로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에 대한 경제적 비용 경감방안은 다양한 안들이 제시되고 있다(권진희 외, 2014). 감경대상자 수를 확대하는 방안, 감경률을 차등화하는 방안, 재가급여 본인 일부부담률을 인하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다. 시설급여 대신 재가급여 이용을 촉진하고 경제적 비용을 경감시키기 위해 필자는 재가급여 본인 일부부담률을 인하하는 방안을 가장 선호한다. 다만 이 안이 이용자들에게 경제적인 비용 부담을 감소시키고 혜택을 받은 이용자의 수가 크기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24시간 수차례(스웨덴처럼 7회까지) 방문요양 이용이 가능하고, 방문간호, 주야간보호, 단기보호 등 필요한 서비스의 조합(mix)이 가능한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진다는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즉 시설에 노인을 입소시키지 않고 재가에서 노인돌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절감시켜야 할 것이다.

 

 

마무리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면서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 특히 재정적인 측면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앞서 열거한 개혁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이 소요될 수도 있으며, 보험수가의 인상 역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노인장기요양보장제도에 대한 이견이 가장 첨예한 부분은 재정일 것이다. 여러 학자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재정전망에 의하면 2060년 노인 중 장기요양등급인정을 받는 비율은 11.9%로 2015년에 비해 등급인정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4.5배 증가하고(2015년 468천 명에서 2,090천 명) 재정지출은 2060년 최소 45.8조 원에서 최대 98조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계된다(이호용·문용필, 2017). 2015년 대비 최소 10.8배에서 최대 23.1배 증가하는 것으로 GDP 대비 0.69%에서 1.47%에 달하는 수치이다. 증가추세만 보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며, 제도의 개혁을 위해서는 이보다 더 많은 재정소요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2008년 OECD의 장기요양보장제도 지출비중이 GDP 대비 평균 1.5%로 나타나고 대부분 노인인구비율이 20% 내외인데, 2060년 우리나라 노인인구비율은 42.5%로 그 2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을 비교해 본다면 과연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느낄 만큼 걱정을 할 필요가 있는지 필자는 의문스럽다. 걱정을 할 수는 있겠지만 필자는 우리사회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인구의 40%를 넘는 노인,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위해 GDP의 1.47%(그것도 최대 수치임)도 지출하지 못한다면 과연 경제성장은 왜 하는 것이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은 왜 하는 것인지,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가가 지출해야 하는 항목은 무엇인지? 기본적인 노인돌봄도 제공하지 못하는 국가는 무엇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1) 물론 부정수급액 전체가 불법적인 운영으로 인한 것인지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불법운영의 대부분이 인력배치기준 위반인데, 인력배치기준을 악의적으로 어기지 않은 경우(예: 직원이 갑자기 이직하였으나 직원 충원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 등) 또한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과다 추정된 것으로 볼 여지도 있음.

2) 석재은(2017)은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이 구조적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생산해 내기 어렵고, aging in place를 실현하기 위한 대안적인 노인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점에 착안하여 현행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유료노인복지시설로 전환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참고문헌>

권진희 외. 2014.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경감방안 연구. 서울: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맹진영·이용재. 2017. 재가장기요양기관 지역별 분포의 불평등과 변화. 노인복지연구, 72(2), 85-112.

 

석재은. 2017. 장기요양정책과 정부의 역할: 공공성 강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국회토론회 자료집.

이건복. 2017. 요양보호사가 본 노인장기요양보험 10년 평가와 개선 요구. 국회토론회 자료집.

이윤경. 2015.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 선정도구의 타당성 검증: 독일과 일본의 장기요양대상자 선정도구를 기준으로. 사회복지정책, 42(3), 271-292.

이정석. 2015.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근로환경 실태와 처우개선정책 방향. 한국노인복지학회 국제추계학술대회 자료집.

이호용·문용필. 2017.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장기요양보험 재정전망. 사회보장연구, 33(2), 129-151.

윤종률 외. 2009. 노인의료비 절감 및 효율적 노인보건의료체계 정립을 위한 노인요양병원 현황 및 문제점 – 노인요양병원의 질적 서비스 개선방안 -. 국회위원간담회 자료집.

전용호. 2016. 최근 영국 장기요양시장의 감독방안과 한국에의 시사점. 한국노인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일, 2017/10/01- 17:47
562
0

20대 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후보 천여 명의 출신 직업 등을 뉴스타파가 분석한 결과 기업인 출신이 노동자 출신보다 5배 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과 법조인, 공직자, 학자, 의료인, 언론인 등 우리 사회에서 엘리트나 기득권 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예비후보는 55%에 달했다. 우리 정치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은 과소 대표되고, 기득권 계층은 과대 대표되는 이른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대표의 위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 19대 국회의원도 기업인 출신이 노동자 출신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재산은 일반 국민의 10배인 것으로 분석됐다.(관련기사 : 생쥐 나라의 고양이 국회.. 당신을 위한 대표는 국회에 없다)

엘리트들의 리그, 대한민국 선거판

뉴스타파는 1월 19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예비후보 1,022명의 출신과 경력 등의 정보를 전수 분석했다. 예비후보는 선관위에 등록할 때 직업과 경력을 제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후보자가 임의로 적는 방식이기 때문에 신뢰하기가 힘들다. 뉴스타파는 후보자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핵심 경력이 무엇인지 일일이 찾아서 재분석했다.

1. 기업인이 노동자의 5배…사회적 약자 대변자 극소수

2016012102_01

총선 예비후보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력은 ‘전문 정치인’이었다. 비교적 젊은 시절부터 본격적인 정당활동을 시작했거나, 의원 보좌관 등으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들이다. 전문 정치인은 225명으로 22%였다. 그 다음으로는 기업인 출신(대기업 임원, 중소기업 대표 등)이 가장 많았다. 180명으로 18%다. 반면 대기업 임원급 이하의 회사원 등을 포함한 노동자 출신은 40명이었다. 4%가 채 되지 않는다. 총선 예비후보 가운데 기업인이 노동자 보다 5배가 많다. 180명의 기업인 가운데 111명은 새누리당이었고, 더불어민주당은 32명이었다.

2. 법조인·공직자 출신, 20대 총선에도 대거 출마

2016012102_02

기업인 다음으로는 법조인과 공직자가 많았다. 법조인은 119명(12%), 공직자 출신은 116명(11%)이었다. 19대 현역 국회의원 가운데 법조인은 50명(15%)이고, 공직자 출신(경찰,국정원 등 포함)은 60명(18%)이다. 법조인과 공직자 출신은 후보로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당선될 확률도 높다는 말이 된다.

3. 학자, 언론인, 의료인 등도 많아…’성공한 엘리트’ 55%

2016012102_03

기업인과 공직자, 법조인에 이어 학자와 언론인, 의료인의 비중도 높았다. 이들 6개 직종을 합하면 전체 예비후보의 55%에 이른다. 성공한 명망가, 엘리트들이 국회의원 선거판에서도 주류였다. 아래는 예비후보들의 주요 경력을 분석한 결과다.

4. ‘대표의 위기’…정치의 위기

정치가 사회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균형있게 대변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대표의 위기’라고 부른다. 대표의 위기는 필연적으로 정치의 위기로 이어진다. 이관후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실제 유권자에 대한 대표성이 떨어지게 되면, 국회의원은 일상적으로 유권자의 이해 관계를 지속적으로 정치에 반영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역주의 정당체제에서는 재선을 하기 위해서 유권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보다 당내 계파 경쟁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고 이관후 연구원은 말했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선거 운동 현장을 취재한 충북 제천단양 지역구의 경우 유권자의 대다수가 농업, 자영업, 노동자이지만 12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유권자를 대변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제천단양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들은 경찰청장, 지방국토관리청장, 청와대비서관, 변호사, 기업인 등 사회적으로 성공한 엘리트들이 대부분이었다. 농민 출신은 없었고, 노동자 경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1명에 불과했다.

노동자의 도시라고 알려진 울산의 경우 역대 지역구 국회의원 중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노동운동가 경력이 있는 조승수 전 의원 단 1명이다. 특히 울산 동구의 경우 정몽준 현대중공업 회장이 5선을 했고, 이후 정 회장의 비서 출신 안효대 의원이 재선이다. 울산 동구는 조선업의 불황으로 폐업과 실업, 임금체불 등이 심각한 상황이고, 현대중공업이 운영하고 있는 울산과학대에서는 2년 째 청소노동자의 파업사태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치는 무관심하거나 무력하다. 안효대 의원은 19대 총선에 출마하면서 현대중공업 비정규직 해결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아무런 가시적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제천단양과 울산 선거구의 ‘대표의 위기’는 영상 리포트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취재 : 김경래 조현미 김새봄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김수영 신승진
편집 : 정지성

목, 2016/01/21- 19:35
559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