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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생각] 군부가 장악한 '유사 민주주의' 태국의 앞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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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생각] 군부가 장악한 '유사 민주주의' 태국의 앞날

익명 (미확인) | 수, 2017/10/11- 11:06

* 한국은 아시아에 속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이슈는 곧 아시아의 이슈이고 아시아의 이슈는 곧 한국의 이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에게 아시아는 아직도 멀게 느껴집니다. 매년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아시아를 여행하지만 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에 대한 이해는 아직도 낯설기만 합니다.
 
아시아를 적극적으로 알고 재인식하는 과정은 우리들의 사고방식의 전환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또한 아시아를 넘어서 국제 사회에서 아시아에 속한 한 국가로서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나가야 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 기반을 두고 참여연대 국제연대위원회는 2007년부터 <프레시안>과 함께 '아시아 생각'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이 아시아 국가들의 정치, 문화, 경제,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인권, 민주주의, 개발과 관련된 대안적 시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2017 아시아생각] ① 시리아 토마호크 공습, 짜고 친 힘자랑 

[2017 아시아생각] ②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된 시리아 비극, 해법은?

[2017 아시아생각] ③ 세계병역거부자의 날, 평화의 페달을 밟는 사람들

[2017 아시아생각] ④ 아세안 50주년을 지배한 '이명박근혜' 그림자 

[2017 아시아생각] ⑤ '계엄령' 두테르테, 왜 필리핀 민주주의 위기인가

[2017 아시아생각] ⑥ 로힝자 인종청소, 소수민족이 불법체류자인가? 

 

군부가 장악한 '유사 민주주의' 태국의 앞날

[아시아 생각]군사정권과 새 국왕과의 공생모델 구축중


김홍구 부산외국어대 교수

 


태국에서 2014년 5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년이 넘었다. 하지만 차기 총선일자마저 확정되지 않았다. 헌법개정안은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통과했지만 이후 선거관련 기본법 제정이 지연돼 2019년 상반기 중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할 뿐이다.  태국에서 1980년대 쿠데타 이후 총선을 통한 민간정부로의 이행기가 지금보다 오래간 적은 없었다. 

 

당시 쿠테타로 정권을 장악하기 위해 만든 '국가평화유지위원회'는 아직까지 존속되고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쿠데타 당시 육군사령관)를 비롯해 최고사령관, 해군사령관, 공군사령관, 경찰청장 등을 포함해 모두 8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13개 정부 부처의 장관을 포함해서 모든 국가 주요 부서의 최종 책임자로 임명되어 있다. 또 군부가 지명한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 250명 가운데 과반수 이상이 전·현직 군인출신이다.  

 

쿠데타 후 만들어진 임시헌법 44조는 국가평화유지위원회 위원장에게 비상대권을 부여했다. 국가질서와 안보, 왕실에 위협을 가하는 일체의 행동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위원장인 총리 1인이 갖고 있다. 5명 이상의 정치집회를 금지시키고, 영장 없이 7일간 구금할 수 있으며, 유언비어 유포라는 구실로 언론을 통제하고, 군사법정도 운용하고 있는 실정이니 사실상 게엄령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태국 군사정권 실력자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 부부가 지난 10월2일 미국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부를 만나고 있다. ⓒAP=연합 

 

 

새 헌법과 군부 정치개입의 제도화 

 

태국 민주주의 위기의 심각성은 지금과 비슷한 정치상황이 새 헌법이 완성되고 총선이 실시된 후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2016년 8월 7일 헌법 초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민정복귀 이후 군부의 지속적인 정치개입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투표였다. 투표결과 찬성 61.35%, 반대 38.65% (투표율 59.4%)로 새 헌법 초안이 통과했으며, 군부는 총선 후에도 정치에 깊이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었다. 

 

이와 관련한 새 헌법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개정안은 완전한 문민 통치가 복원되기까지 잠정적으로 5년 동안을 민정 이양기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상원의원은 군부가 임명한다. 군부 지도자들도 상원의원에 자동적으로 포함된다. 그렇게 되면 태국은 2014년부터 약 10년이라는 기간을 군사정권 (또는 군부 주도의 정권) 아래 있게 되는 것이다. 총리 선출과 관련해서도 선출직 의원이 아닌 자도 임명될 수 있게 해 군 출신 인사의 총리선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또 국가 위기 시에는 최고사령관, 3군사령관,경찰청장 등이 포함된 위기관리위원회가 행정과 입법권을 장악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도 모자라 사회 경제 발전에 관한 20년 국가 전략법안을 국가입법회의에서 심의 중인데 2018년 중반기부터 실행될 예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차기정부가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국가전략위원회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반부패위원회에 고발할 수 있다. 국가전략위원회는 6개의 소위원회-안보, 국가경쟁력, 인적자원개발, 사회평등, 환경, 공적영역 관리-로 구성되며 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다. 이것은 정부 위 옥상옥의 기구로 차기 정부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혀놓을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 반대세력 탄압 

 

군사정부의 막강한 정치권력과 비교해 정치적 반대세력의 힘은 왜소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쿠데타로 물러난 잉락 친나왓 총리는 얼마 전 실형이 예상되는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해외로 도피한 상태이다. 잉락은 총리 재임 중인 2011∼2014년 농가 소득보전을 위해 시장가보다 50%가량 높은 가격에 쌀을 수매하는 정책으로 농촌 지역에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가 잉락을 쌀 수매 관련 부정부패 혐의로 탄핵해 5년간 정치 활동을 금지시켰고, 검찰은 정부의 재정손실과 부정부패를 방치했다며 잉락을 법정에 세웠다.  

 

민사소송에서 10억 달러의 벌금을 물게 된 잉락은 지난 9월 25일 형사소송 판결 직전 해외로 도피했으며 잉락이 부재한 상태에서 치러진 재판에서 대법원은 5년형을 선고했다.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탁씬 친나왓은 2008년 권력남용 및 부정부패 혐의로 실형을 받기 2주 전에 해외로 도피했으며 2010년 2월 대법원은 탁씬 가족의 국내 동결 재산 23억 달러 중 14억 달러를 국고에 귀속시키라고 판결했다. 두 사람의 정치적 운명은 놀라울 정도로 닮음꼴이다. 

 

지난 3월 태국 군부는 탁씬 전 총리에게 세금미납 혐의를 적용해 수천억 원을 추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탁씬은 친코퍼레이션 주식을 자녀들에게 양도하고 이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에 되팔아 차익을 남겼다. 그러나 당시 태국법에는 주식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조항이 없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었다.  

 

지난 7월 군부가 주도하는 국가입법회의는 부패 정치인의 재판 절차에 관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 부패 혐의를 받는 정치인이 해외로 도피한 경우라도 대법원 형사부가 궐석재판 진행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은 과거 행위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되는 것으로 망명중인 탁씬에게도 해당이 된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현 군사정권 최대 정적인 탁씬 일가의 정치적 재기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탁씬을 지지하는 레드셔츠 '반독재민주주의 연합전선'이나 2014년 쿠데타 직전 집권여당이었던 프어타이당은 외부압력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반독재민주주의 연합전선' 의장인 짜뚜펀 프롬판은 얼마전 1년 징역형에 처해졌다. 2009년 행한 연설에서 당시 아피씻 웻차치와 총리를 모독한 혐의 때문이다. 전 의장이면서 현재 고문의 직을 맡고 있는 티다 타원쎗은 지난 8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레드셔츠와 프어타이당의 상황을 아주 비관적으로 설명한 적이 있다.

 

"지금은 레드셔츠와 프어타이당은 몸을 낮추어야 할 때이다. 프어타이당은 새로운 정부 구성에 나서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며, 차기총선에서 누가 총리가 되어도 법적분쟁이 발생해서 구속을 면치 못할 것이다. 2018년 정치환경은 프어타이당에게 낙관적이지 않을 것이며 정권 장악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비록 가까스로 정권을 잡는다 해도 레임덕 정권이 되고 말 것이다. 군이 지지하지 않고 상원이 지지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당이 유지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다. 과거 시위 관련해서 '반독재민주주의 연합전선'의 더 많은 지도부들의 구속이 예상된다. 짜뚜펀의 구속은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될 일종의 정치적 신호이다. 따라서 차라리 의장 없이 조직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짜뚜펀 구속과 달리 그와 악연을 갖고 있는 아피씻 전 총리는 2010년 레드셔츠 거리시위 당시의 유혈진압에 대해 지난 8월 대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010년 4~5월 반정부 시위자 수천 명은 수도 방콕의 도심을 점령한 채 정부 퇴진을 요구했다. 탁씬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들 레드셔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서 91명이 숨지고 1800명이 다쳤다. 대법원은 아피씻 전 총리와 쑤텝 트억쑤반 전 부총리의 '살인 및 살인 모의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호응하듯 쑤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쁘라윳 총리가 국정운영을 아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계속해서 적극 지지할 의사가 있음을 노골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2014년 쿠데타 후 군사정부는 어느 때 보다 왕실모독죄를 가혹하게 적용해 정치적 반대세력들을 탄압하고 있다. 이는 군사정권의 통제뿐 아니라 새롭게 즉위한 라마 10세 와치라롱껀의 후계구도를 강화시키고자하는 의도로 보인다. 

 

2015년 8월 방콕 군사법원은 동일인물이 페이스북에 올린 몇 건의 글을 문제 삼아 60년 형(후일 30년으로 감형)을 선고했다. 왕실모독죄 혐의로 구속된 용의자 중 적어도 세 명이 구치소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사인규명 전에 급히 화장해 버린 일도 있었다. 심지어 국왕의 애완견을 모독한 혐의로 한 남성이 투옥 당하는 웃지 못할 사건도 발생했다. 2015년 말 데이비드(Glyn Davies) 태국 주재 미국대사가 왕실모독죄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데이비드 대사는 2015년 11월 태국 외신기자클럽에서 형법 112조 이른바 왕실모독죄의 가혹성을 비난한 바 있었다.  

 

와치라롱껀이 즉위한 후에는 태국 학생운동가 짜뚜팟 분팟타라락싸가 왕실모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아 실형을 살고 있다. 학생운동 단체 '다우딘' 회원으로 활동해온 그는 지난해 12월 왕실모독 논란을 일으킨 BBC타이의 국왕 관련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석방됐으며, 이후 또다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구금상태로 재판을 받아왔다. 구속 중인 그를 대신해 그의 아버지가 올해 광주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컨깬대 법학부 학생인 짜뚜팟은 지난해 8월 개헌 국민투표를 앞두고 개헌안 반대 유인물을 살포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기도 했는데 현재 쿠데타에 대항하는 태국 민주화운동의 핵심인물로 부상되고 있다.  

 

정치적 반대세력에게 최대 악법으로 인식되고 있는 왕실모독죄에 대해서 지난 6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국제법에 따라 왕실모독을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는 왕실모독죄를 엄격하게 단속해 어느 시기보다도 많은 수의 구속자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국가 안보 위협 및 왕실모독 내용을 담고 있는 게시물에 대한 사용자의 접근을 차단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태국에서 페이스북 접근을 차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군사정권과 왕권의 강화 

 

군사통치의 장기화, 정치개입의 제도화,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가혹한 탄압 등 군이 막무가내로 나가는 이유는 새롭게 탄생한 왕권의 강화와 깊은 관련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0월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서거하고 장남 와치라롱껀 왕세자가 라마 10세로 즉위하면서, 70년 만에 새로운 군주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동안 비호감 인물이던 와치라롱껀이 차기 국왕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론이 꽤 만연했었다. 공식적으로 세 차례 결혼한 왕세자는 여성문제가 복잡하고,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부정적 이미지가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4년 쿠데타 발생 이후였다. 쿠데타 실세들이 왕세자를 지지하고 이미지 쇄신에도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성공시킨 것은 항상 왕세자 편에 섰던 어머니 씨리낏 왕비의 근위대 출신들인 '동부 호랑이 파벌' 이었다. 쁘라윳 총리를 비롯해 현 군사정권 실세들이 모두 이 파벌에 속한 인물들이다. 이들은 집권 후 자전거 타기 등 몇 차례 이벤트 행사를 통해서 젊고, 효심 깊은 이미지의 왕세자 띄우기에 적극 나서 후계구도를 공고히 했다. 

 

와치라롱껀은 즉위하면서 예상치 못한 강력한 정국 장악력을 발휘했다. 푸미폰 국왕의 서거 직후, 선왕을 애도한다는 명목으로 즉위시기를 미루어둠으로써 군부에서도 통제가 쉽지 않은 만만치 않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돌발적인 행동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12월 즉위한 와치라롱껀은 이어 지난 1월에는 새 헌법의 일부 조항에 대한 수정을 요구했다. 그 내용은 국왕의 일시적인 부재 시 섭정자를 지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원래 조항에서는 왕실 자문기구 추밀원이 국왕 부재시 섭정을 지명하고 의회승인절차를 밟도록 규정했다. 오랜 세월동안 자신이 차기 왕위에 오르는 것을 반대하고 둘째 공주 씨린턴 공주를 지지했던 추밀원 의장 쁘렘 띤쑬라논을 견제한다는 목적도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 그는 추밀원을 개편해 자신의 사람들을 임명하고 군부에 대해서도 각별한 배려를 했다. 모두 18명의 위원 중 7명을 해임했다. 그들 중 4명은 전직 원로 군장성들이었다. 이들을 대신한 사람들은 '국가평화유지위원회' 위원이면서 장관직을 겸직하고 있던 장성출신 2명(교육부 장관 다퐁랏따나쑤완 장군, 법무부장관 파이분 쿰차야 장군)과 전 육군사령관(티라차이 낙와닛)출신으로 모두 2014년 4월 쿠데타 핵심세력이었다. 

 

지난 1월 국가입법회의는 국왕이 불교계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불교계는 승왕 선출을 앞두고 불교계 내부의 대립, 정부와 불교계 간의 대립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 국왕에게 승왕임명권을 주기로 함으로써 일거에 문제를 해결했다. 1992년 개정된 승왕 임명 조항에서는 원로회의에서 승왕을 추천하여 국왕이 임명토록 했는데 국왕이 승왕을 직접 임명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승왕 임명에 관한 절대적 권한을 돌려 준 셈이다.  

 

무엇보다 새 국왕의 권한을 막강하게 만든 것은 지난 8월 국가입법회의가 왕실재산관리국을 국왕이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왕실재산관리국은 싸얌 상업은행(Siam Commercial Bank)과 싸얌 시멘트회사(Siam Cement Company)를 소유하고 있으며 방콕과 전국에 막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왕실재산관리국은 원래 재무부 장관이 위원장이며 사무총장을 포함한 4명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되었으나 국왕이 직접 위원장과 위원들을 임명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국가입법회의는 왕실재산관리국에 관한 규정을 바꾸기 전에 왕실관련기구들의 운영주체를 정부에서 왕실로 바꾸는 법안도 통과시켰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들은 와치라롱껀의 새로운 왕권을 강화시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으며 대부분 군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왕권강화의 댓가로 군부는 정치개입의 제도화를 꾀한다고 볼 수 있겠다.  

 

향후 정국전망 

 

현 군사정권이 최종적으로 가고자 하는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일까? 2016년 8월 군부주도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한 후 쁘라윳 현 총리가 차기 임명직 총리에 올라 80년대식 "쁘렘 모델"의 통치방식이 적용될 것이라는 논의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진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 

 

"쁘렘 모델"이란 1980년대 초반 육군사령관 출신 쁘렘 띤쑬라논이 주요정당들과 임명직 상원의 지지를 받아 임명직 총리가 되었고, 다당제 하에서 정당간의 정치적 갈등을 무난히 조정해 정치안정과 경제발전을 이룬 정치적 모델을 일컫는다. 얼핏 보면 앞으로 총선 후 전개될 정치상황과 유사할 것 같다.  

 

하지만 현 정권이 선호하는 임명직 총리제가 실현된다 해도 1980년대식 "쁘렘 모델"에 따른 정치적 안정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쁘렘의 경우는 정치권내에 절대 비토세력을 갖고 있지 않았으며 정당간의 갈등을 조정해 줄 수 있는 인물로 선택되었으나 쁘라윳은 프어타이당과 친 탁씬 레드셔츠 세력이라는 절대 비토세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총선 후 프어타이당을 배제한 다당제 연립정부 구성을 이상적인 정치구도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지만 강력한 야당으로 남게 될 프어타이당의 존재는 여전히 큰 정치적 의미를 갖고 정치불안의 상수로 작용할 것이다. 2006년 쿠데타 후 친 탁씬계 정당은 번번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따라서 해산되면서도 타이락타이당, 팔랑쁘라차촌당, 프어타이당으로 당명을 바꿔 집권해 오면서 그 현실적인 정치적 힘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그 배후에는 탁씬이 있었다. 그는 해외 망명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차례의 총선을 압승으로 이끌고 3명의 총리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탁씬과 지지세력들이 지금은 정치적 존재감이 미미할지 모르나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무시 못할 세를 과시할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 있다고 봐야한다. 

 

탁씬과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것은 와치라롱껀과의 관계이다. 정국의 향방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탁씬은 총리에 오르기 전부터 와치라롱껀 왕세자의 재정적 후원자 역할을 했다고 널리 알려지고 있다. 2006년 쿠데타로 탁씬이 물러난 후 2014년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까지도 왕세자가 대체로 친 탁씬 편에 섰다는 것은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다.  

 

필자는 금년 7월과 8월 사이 두 명의 태국측 주요 관계자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와치라롱껀과 탁씬 관계에 대해서 두 명의 대답은 달랐다. 한 명은 "양자 관계는 탁씬에 의해서 부풀려진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관계가 좋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른 한 명은 탁씬이 해외 망명한 후 직접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인물이었는데 이 문제에 대한 답으로 "나만큼 왕세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고 탁씬이 반문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2014년 쿠데타 후 군부의 절대적 지지를 업고 새로운 국왕에 즉위함으로써 탁씬과 와치라롱껀과의 관계는 애매해졌다. 와치라롱껀은 왕권의 강화를 위해서 군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하고, 군부는 왕권의 지지 속에 정치개입을 제도화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군사정권과 새로운 왕권의 호혜적 공생모델이 구축 중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태국 사람들(왕실에 대해서 극히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조차)은 와치라롱껀이 국민의 마음속으로부터 지지를 얻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곤 한다. 와치라롱껀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막강한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었던 푸미폰 국왕과는 다르다. 그럴수록 동북부와 북부 농민, 도시 빈민층의 지지를 확고히 받고 있는 탁씬과 레드셔츠 세력의 지지는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널리 알려진바 같이 푸미폰 국왕의 정치개입은 상황적응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곤 했다. 그 주요한 이유 중 한 가지는 왕실보전과 왕권강화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군사쿠데타를 지지했으나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화 운동세력을 지지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왕권강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와치라롱껀이 지금은 탁씬의 정치적 기반을 철저히 말살하려는 군부와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상황에 따라서 그 관계는 변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군부와 친 탁씬 정치세력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복원되는 상황이 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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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img alt="20190314_아시아팟19_710-450.jpg" src="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106661/082/617/001/91a…; style="vertical-align:middle;" /></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span style="font-weight:700;">아시아팟 19회 / 우리는 말하고 싶다 : 동남아시아의 언론 자유</span></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마약과의 전쟁'과 함께 '언론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필리핀,</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모든 신문의 유일한 편집장은 국가'라는 베트남, 그리고 미얀마와 말레이시아 언론까지</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동남아시아 언론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하신 박성현 박사님을 모시고 네 나라의 언론 자유 실태를 들여다봅니다. </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팟빵에서 듣기 : <a href="http://bit.ly/2XVvrig&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http://bit.ly/2XVvrig</a></p&gt;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팟티에서 듣기 : <a href="http://bit.ly/2T0DKFO&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http://bit.ly/2T0DKFO</a></p&gt;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유튜브로 듣기 : <a href="https://youtu.be/1w0mJ-wMbeQ&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https://youtu.be/1w0mJ-wMbeQ</a></p&gt;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 </p> <h3 style="font-weight:500;line-height:1.1;color:rgb(102,102,102);margin-top:20px;margin-bottom:10px;font-size:18px;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아시아팟] 목록</h3> <p> </p> <blockquote style="padding:10px 20px;margin:0px 0px 20px;border-left:5px solid rgb(91,192,222);background:rgb(248,248,248);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12786&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회. 두테르테 1년, 필리핀 가도 될까요?</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17871&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2회. 한국에서 난민으로 산다는 것은?</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21846&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3회. 버마의 '로힝쟈', 존재를 부정당하는 사람들</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27456&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4회. 아시아 사람들은 한국 기업을 반가워할까요?</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32428&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5회. 미안해요, 베트남!</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37739&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6회. 우리가 몰랐던 '아세안'</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44140&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7회. 인도네시아 민주주의는 안녕한가요?</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48837&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8회. 트럼프의 예루살렘 선언, 후폭풍은 어디까지?</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51540&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9회. 한국의 원조로 고통받는 필리핀 선주민</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56721&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0회. 시리아에 평화를 Peace for Syria</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61512&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1회. 세상을 바꾸는 여행, 동남아 공정여행</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67474&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2회. 독립 후 첫 정권교체, 말레이시아에서 무슨 일이?</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71517&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3회. 국제분쟁전문기자가 본 아시아</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75312&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4회. 예멘 난민 문제, 어떻게 봐야 할까요?</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81377&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5회. 이 댐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a></p> <p style="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85781&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6회. 일본은 안녕하십니까?</a></p> <div><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90532&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7회. 베트남, 그리고 우리</a></div> <div><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598059&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8회. 사우디 한 언론인의 죽음과 중동 분쟁</a></div> <div><a href="http://www.peoplepower21.org/PeopleTV/1617082&quot;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66,139,202);" rel="nofollow">19회. 우리는 말하고 싶다 : 동남아시아의 언론 자유</a></div> </blockquote></div>
목, 2019/03/1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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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독일 통일의 혼란을 줄인 비결, '이것' 덕분이었다</h1> <h2>[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대북제재 연속기고 ②] 대북 보건의료 지원 적극적으로 나서야</h2> <p style="text-align:right;"> </p> <p style="text-align:right;">신영전 한양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p> <p> </p> <p><span style="color:#95a5a6;">지난 2월, 제2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되었습니다. 정부는 4월 1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 동력을 되살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북 제재'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동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어떻게 바라보고 다뤄야 할지에 대해 다양한 필자의 칼럼을 연속 기고합니다. - 기자말</span></p> <p> </p> <p><img alt=""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0108/IE002442681_STD.jpg&…; style="width:800px;height:553px;" /></p> <p><span style="color:#e74c3c;"><span style="font-size:12px;">▲ 타미플루 정부는 북측에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20만명 분을 지원하려고 했다. ⓒ 한국로슈</span></span></p> <p> </p> <p> </p> <p>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선언과 9월 19일 평양선언이 이루어지자 한반도의 평화를 염원하던 많은 보건의료인들 역시 큰 기대를 가졌다. 평양선언 중에 보건의료 부문 내용은 "남과 북은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어 이 선언에 기반을 둔 남북 보건의료 협력 분과회담(11.7)과 실무회의(12.12)가 개성에서 열렸다. </p> <p> </p> <p>실무 회의에서는 남북 인플루엔자 정보를 상호교환하고 이후 인플루엔자 약인 타미플루 20만 명분을 북으로 보내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보건의료 교류와 협력의 내용이 감염병, 그것도 인플루엔자에 국한되는 것이 다소 실망스러웠으나, 이것이 첫걸음이고 차차 교류의 폭과 깊이가 넓어지겠거니 했다.</p> <p> </p> <p>그러나 신규 구매가 아니라 유효기간이 남은 비축분을 보내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쪽의 일부 사람들은 왜 국산을 안 보내고 스위스제 '타미플루'를 보내냐고 딴지를 걸었다. 또 '유엔사가 약을 실어 나를 트럭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아 전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후속 기사가 나오더니, 결국 북쪽의 답변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 됐다.</p> <p> </p> <p>판문점선언 이후 최초 보건의료 부문 교류 협력이 이렇게 어이없이 멈춘 것이다. 항간에서는 약을 실은 트럭 이동을 문제 삼은 유엔사가 하노이 북미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이기 위한 미국의 입장에 부응한 것은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p> <p> </p> <h3>장면 둘, 대북 결핵·말라리아약 지원 사업의 갑작스런 중단  </h3> <p>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단체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위한 글로벌펀드'(The Global Fund to Fight AIDS, Tuberculosis and Malaria, 아래 글로벌펀드)는 2018년 2월 갑자기 지난 7년간 1억300만달러(약 1500억 원)를 들여 북쪽 결핵과 말라리아 사업을 지원하던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중단 이유로 사업의 투명성을 들었지만, 그간 글로벌펀드는 자체적으로 높은 평가인 H1(말라리아 사업), H2(결핵 사업)를 받았다고 자랑해 오던 터였다. </p> <p> </p> <p>갑작스러운 결핵약 중단 결정은 결핵 환자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뿐만 아니라 결핵 치료의 중단은 결핵약의 내성 문제까지도 야기한다는 점에서 실로 심각한 일이다. 북한 보건성 부상 김형훈은 즉각 이러한 조치에 대해 항의했다. 국제사회에서는 갑작스러운 글로벌펀드의 사업 중단 결정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의 입김 때문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후 글로벌펀드는 6개월씩 두 차례나 중단 결정 시한을 연장하고 있으나, 언제 중단될 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p> <p> </p> <h3>대북 경제제재와 보건의료 부문 인도적 지원</h3> <p>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보건의료 부문 인도적 지원의 어려움은 인플루엔자 약, 결핵 약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제재는 인도적 지원을 금지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심각한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p> <p> </p> <p>실례로 대북제재 결의 2375호 내용을 보면, 북한 사람들에 대한 복지와 존엄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한 주민의 반 이상이 식량과 의료 지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는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 조사 결과를 재차 언급하고 있다. 이 결의안에서도 북한 주민들을 위한 식량 원조, 인도적 지원, 경제적 활동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됨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p> <p> </p> <p>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많은 이들이 인도적 사업에 대한 기금 지원을 중단하고 있다. 북한으로 물건을 실어 나를 배를 구하지 못해 예전엔 며칠이면 운반하던 것이 6개월이나 걸리기도 한다. 은행 거래가 금지되어 인도주의 단체 활동가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현금 주머니를 몸에 차고 제3국을 경유해 움직인다. 그 과정에서 1만 달러 이상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는 중국의 외환법 위반으로 구금되어 고초를 당하기도 한다.</p> <p> </p> <p>신용카드 사용이나 은행을 통한 대금결제도 하지 못해 시급히 필요한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국경 검색 강화로 인도적 물자 반입도 차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또한 오랫동안 대북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해오던 한 미국인은 사실상 방북이 금지되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약품 등이 끊길 위기에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p> <p> </p> <p><img alt="" src="http://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19/0411/IE002482309_STD.jpg&…; style="width:800px;height:545px;" /></p> <p><span style="color:#e74c3c;"><span style="font-size:12px;">▲ 김정은, 노동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 주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당 제7기 제4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span></span></p> <p> </p> <h3>경제제재와 '괜찮아 담합'을 넘어서</h3> <p>경제제재는 인도적 지원의 어려움을 야기하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발생하게 만든다. 이른바 '괜찮아 담합'이다. 미국으로 대변되는 경제제재 주체들은 경제제재로 인한 인도적 지원의 어려움이나 북한 내 식량부족, 연료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적극적으로 보도하려고 하지 않는다.</p> <p> </p> <p>이는 북한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끄떡없다"는 모습을 보이려 애쓴다. 이른바 '괜찮아 담합'이다. 문제는 이러한 '담합'은 진실을 왜곡하여 실제 현실, 특히 북한 주민의 긴박한 인도주의적 문제들을 은폐하고 적절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p> <p> </p> <p>실제로 지난 4월 6일 유엔은 북한 내 식량 사정이 매우 어렵다면서 주민 380만 명에 대한 긴급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억200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도 영국 <가디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이 영양 결핍 상태에 있다며 미국 등 서방국들에 식량 지원을 호소했다.</p> <p> </p> <h3>보건의료 부문 인도적 지원이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야</h3> <p>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그리고 각 나라의 평화는 중요하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로도 어린이와 노약자를 굶주리게 하고 아픈 환자를 치료받지 못하게 하는 상황을 정당화해선 안 된다. 더욱이 인도적 지원의 제공 여부가 자국의 이해를 위한 정치적 무기로 활용돼선 안 된다. </p> <p> </p> <p>작금의 위기를 풀 수 있는 열쇠는 '인도주의'와 '실용적 접근'이다. 다시 말해, 비핵화와 체제 위협 등의 정치 문제로 인해 경제제재가 이루어지더라도 인도주의적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정치적 문제 역시 상호 이해에 기반한 '실용적 접근'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p> <p> </p> <p>이러한 인도주의적, 실용적 교류의 핵심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보건의료 분야이다. 독일 통일 과정만 보더라도 동서독 간 제일 먼저 이루어진 것이 보건의료협정이었고, 통일 과정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도 보건복지 분야의 선제적 조치들 덕분이었다. </p> <p> </p> <p>평화로운 한반도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평화국면이 실질적인 남북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것은 다시 한반도의 평화를 깨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남북한 평화와 번영 선언은 구체적인 실천 속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다. </p> <p> </p> <p>이 과정에서 보건의료 부문은 (1) 가장 안정적인 통로, (2) 공동의 이익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만 하는 영역, (3) 먼저 길을 내는 역할, (4) 번영으로 가는 두 가지 철로, 즉 '경제'와 '사회안전망'의 한 축으로써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p> <p> </p> <p>특별히, 추가로 강조하고 싶은 건 남북관계에 경제적 이윤만이 앞서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경제교류가 야기할 문제들을 사전, 사후에 막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 또한 뜨거운 열정도 중요하지만, 그 열정이 차가운 이성과 '함께' 달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는 '경제와 사회정책', '열정과 이성'이 함께 달리는 '두 개의 레일 전략'(two rail strategy)이 필요하다. </p> <p> </p> <p>과도한 경제제재 하에서 보건의료 분야가 해야 할 일은 첫째, 인도주의적 원칙에 어긋나는 경제제재 조치에 대한 문제 제기를 전 세계 인권 옹호 집단들과 함께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남북 정부 간, 전문가 간 긴밀한 협조 관계를 지금보다 훨씬 정교하고 적극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북한 당국의 책임도 중요하다. </p> <p> </p> <p>현재 남북한 보건 협력이 필요한 인도주의적 보건사업인 (1) 어린이 영양식, (2) 예방접종, (3) 결핵, 말라리아 등 중요 감염병에 약제와 검사장비,  (4) 산모와 영유아를 위한 분만시설, 장비, (5) 혈액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장비 등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구체적 활동이 필요하다.</p> <p> </p> <p>특히 현재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결핵 등 감염병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개성지역에 감염병원과 검역 시설들을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협상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인도주의적 민간단체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락사무소에 전문 인력들을 상호 배치하는 등, 새로운 교류협력의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p> <p> </p> <p> </p> <p>이번 한반도 평화 국면은 다시 오기 힘든 기회의 시기이다. 또한 정치적 '경제제재'로 인해 인도주의가 힘을 잃는 위기의 시기이기도 하다. 보건의료 부문을 비롯한 남북한 모든 부문에서 지혜와 열정을 모아 기회를 활용하고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작게는 한반도, 넓게는 인류의 평화와 건강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p> <p> </p> <p><a href="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27611&quot; rel="nofollow">*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a></p> <p> </p> <blockquote> <p>[연재 기사 보기] </p> <p><a href="http://bit.ly/2Dny047&quot; rel="nofollow">①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 실상은 이렇다</a></p> <p><strong>② 독일 통일의 혼란을 줄인 비결, '이것' 덕분이었다</strong></p> <p><a href="http://bit.ly/2Z4XFrr&quot; rel="nofollow">③ 북한이 양보할 거라고? '제재만능론'은 틀렸다</a></p> </blockquote></div>
금, 2019/04/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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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그림. <strong>소복이</strong></p> <p style="color:rgb(102,102,102);text-align:justify;background-color:rgb(255,255,255);font-family:'나눔고딕', NanumGothic, ng;">혼자 살다가 짝꿍과 살다가 아기까지 셋이 사는 이 생활이 어리둥절한 만화가입니다.</p> <p><a href="https://www.flickr.com/gp/pspd1994/1o3618&quot; title="월간 참여사회 2019년 3월호 (통권 263호)" rel="nofollow"><img alt="월간 참여사회 2019년 3월호 (통권 263호)" height="800" src="https://farm8.staticflickr.com/7879/47226231771_313d5f80c4_c.jpg&quot; width="585" /></a></p> <p><a href="https://www.flickr.com/gp/pspd1994/FwyMcQ&quot; title="월간 참여사회 2019년 3월호 (통권 263호)" rel="nofollow"><img alt="월간 참여사회 2019년 3월호 (통권 263호)" height="800" src="https://farm8.staticflickr.com/7883/47226231321_d05a55f7b7_c.jpg&quot; width="585" /></a></p></div>
수, 2019/02/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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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US-North Korea Summit: Despite Ending without an Agreement, Dialogue and Negotiation Must Continue</h1> <p> </p> <p>On February 28, the second US-North Korea summit ended without agreement. It is regrettable that the two leaders, who met for the first time 260 days earlier, were unable to reach a concrete agreement as they had eagerly expected to make a breakthrough on the issues of denuclearization and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p> <p> </p> <p>Differences between the US and North Korea lead to the failure in reaching a final agreement, but that does not mean this should be a time for pessimism. We should not discount the importance of the meeting of these leaders, who technically are still in a state of war with each other, as such encounters increase their understanding of the other side and create a relationship beyond simple hostility. </p> <p> </p> <p>While the official position of North Korea on the outcome of the summit has not been confirmed, President Trump made it clear that it was ‘a constructive meeting’ that made progress on important discussions, albeit that it failed to lead to an agreement. The US agreed that negotiations will continue and it will not take actions to aggravate the situation. Therefore, the talks should not be hastily labeled as a failure.</p> <p> </p> <p>It is difficult for the two countries, which have been enemies for nearly 70 years, to normalize relations within such a short period of time. The second US-North Korea summit confirmed once again that building a peace regime and denuclearization on the Korean Peninsula cannot take place overnight. Most of all, it is clear that dialogue and negotiation is of utmost importance in the current situation. </p> <p> </p> <p>Military hostilities have ceased as a result of last year's inter-Korean and US-North Korea summits, and the Korean Peninsula is enjoying a period of relative peace not seen since the time of the Armistice Agreement. Further effort and patience is needed to continue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and reap the fruits of a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The efforts of both the US and North Korea, as well as strong support from the citizens of neighboring countries and around the world, are urgently needed. Among these is the role of South Korean civil society, where Korean NGOs will make every effort to promote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p> <p> </p> <p>*<a href="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Peace&document_srl=1614291&l…; target="_blank" rel="nofollow">Korean Version>></a></p></div>
목, 2019/02/2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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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xe_content"><h1 dir="ltr">보호종료 청소년은 보호의 마침이 아닌 시작, 새로운 시작입니다</h1> <p> </p> <h3 dir="ltr" style="text-align:right;">라형규 강원도청소년상담복지센터 소장</h3> <p> </p> <h2 dir="ltr">들어가며</h2> <p dir="ltr">이번 설 명절을 지내면서 한 공영방송의 뉴스를 보게 되었다.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비교적 앞부분에 “18세 보호 종료”, 5백만 원 쥔 채 ‘세상 밖으로’라는 제목이 있었다. 이 제목은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끌만한 주제이고, 명절을 앞둔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모습인 듯 했다. 그리고 다음 화면에서 나타난 또 다른 제목은 “18살 되었으니, 혼자서도 잘 살아보렴”이었다. 이어서 보호종료 예정자인 한 청소년은 “혼자 살면 시끌벅적한 그런 것이 없으니 외로운 느낌이... 혼자서 아예 ‘0’으로 생활해야하는 건데, 딴 가정집 애들 보면 부모님도 있고 그러니까...”(MBC 뉴스데스크, 2019.2.4)</p> <p> </p> <p dir="ltr">이 뉴스를 보면서 필자도 아동복지설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위와 같은 청소년들을 만났던 기억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시설에서 18세 이상이 되면서 대학진학 등의 사유로 보호 연장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일정한 금액의 자립정착금과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 그리고 자립 준비라는 명목하에 지원했던 프로그램 등의 경험들을 가지고 퇴소하던 청소년들의 모습들과 겹쳐졌다. 또한 시설을 운영하면서 자립할 연령이 되었지만 개인적인 이유들로 자립을 못하고, 자립관이라는 자립을 지원해 주는 시설도 정원이 초과되어 입주하지 못하는 청소년들도 많이 보았다. 이럴 때에는 아동양육시설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 함께 이런 청소년들이 공동으로 머물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전셋집이나 원룸을 함께 찾았던 기억들도 있다.</p> <p> </p> <p dir="ltr">현재 보호가 종료되는 연령에 달한 청소년들의 퇴소의 경우, 먼저 아동복지법 제16조에서는 “18세에 달하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되면 아동의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시켜야 한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그러나 동법 시행령 제22조에서는 “보호 연장에 해당하는 아동은 계속 보호조치를 하도록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관심이 시설이나 관련자들의 관심을 넘어서 사회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데에는 현실과 관련 법률과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글은 보호종료 청소년(아동복지법에서 아동은 18세 미만이고, 18세 이상의 퇴소 대상자들을 아동이라는 용어 대신 청소년기본법에서 정한 9세 이상 24세 이하를 청소년이라고 규정하므로, 보호종료 청소년이라고 통칭)과 현실적인 정부 지원 사이에서 그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기존의 아동복지시설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아동양육시설과는 별도로 특수 시설이라고 일컬어지는 다른 아동복지시설들에서 생활 중인 보호종료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p> <p> </p> <h2 dir="ltr">보호종료 청소년의 사례</h2> <p dir="ltr">먼저 아동복지법 제1조에서 “아동이 건강하게 출생하여 행복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아동의 복지를 보장할 목적으로 제정되었다.”고 법의 목적을 설명한다. 그리고 아동의 복지를 달성하기 위해 “특히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를 ‘보호대상아동’으로 분류하여(제3조 제4호) 특별한 보호를 제공한다.”라고 표현한다.</p> <p> </p> <p dir="ltr">그리고 아동복지법 제16조에서 퇴소란 “보호조치 중인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18세에 달하였거나, 보호 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되면 해당 시ㆍ도지사,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 보호 중인 아동의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시켜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이 퇴소 조치도 “보호조치 중인 아동이 대학 이하의 학교(대학원은 제외한다)에 재학 중인 경우, 직업능력개발훈련시설에서 직업 관련 교육ㆍ훈련을 받고 있는 경우, 그 외에 아동복지시설에서 해당 아동을 계속하여 보호ㆍ양육할 필요가 있다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아동의 보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p> <p> </p> <p dir="ltr">다음의 사례에서 소개하는 한 청소년도 위의 법률들에서 언급하는 ‘보호대상 아동’으로 공동생활가정, 직업훈련시설, 자립생활시설 등에서 생활하다가 보호종료를 했던 한 사례이다.</p> <p> </p> <blockquote> <p dir="ltr">○군은 어릴 때 다양한 이유로 부모와 헤어져서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을 했다. 이 공동생활 가정에서 생활을 하다가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상급학교 진학에 필요한 성적 미달로 인해, 자립과 더불어서 본인이 희망하는 직업훈련을 생각했다. 그래서 상급학교를 진학하는 대신 직업훈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직업훈련시설로 옮기게 되었다. ○군은 이 직업훈련시설에서 생활하면서 고등학교 진학을 ○○부설 방송통신고등학교로 했다.</p> </blockquote> <blockquote> <p dir="ltr">○군은 이 ○○직업훈련시설에서 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조금씩 자립 준비를 했다. 이 훈련시설에서 생활을 하면서 더 나은 기술과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 취업사관학교(내일이룸학교로 개명)에 입학을 해서 배웠다. 그리고 관련 분야 자격증을 습득한 후에 자신에게 알맞은 직장을 다니면서 ○○자립생활관으로 옮겨서 자립의 기회를 구체적으로 마련해서 생활했다.</p> </blockquote> <p> </p> <p dir="ltr">이 자립생활관에서 함께 생활했던 다른 시설 퇴소 청소년들이 방황할 때, ○군은 작은 돈이지만 담당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고 저축을 했다. 또한 기계 관련 일을 할 수 있는 경기도 ○○에 위치한 회사를 3년 정도 꾸준히 다녔다. 그 후에 시설 퇴소 아동들에게 주는 혜택으로 자립정착금과 LH주택청약을 해서 현재도 직장을 계속 다니고 있는 중이다.</p> <p> </p> <h2 dir="ltr">주요 아동복지설의 종류 및 인원 현황과 보호종료 청소년 현황</h2> <p dir="ltr">물론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시설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립에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위의 사례에서처럼 ○군의 경우는 다른 아동복지 양육시설에서 퇴소를 앞둔 대학 진학 청소년들이나 자립을 위해서 자립생활관에 들어가는 소수의 학생들에 비해서도 성공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군의 사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군이 원가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계속해서 시설보호를 받은 시설들의 성격을 소개하면 <표3-1>과 같다.</p> <p>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표 3-1> 아동복지시설의 종류" src="https://lh5.googleusercontent.com/HQksQQxK1tbr17CMpuJjrDIoxCjEAthdLnmeu…; /></p> <p> </p> <p dir="ltr">위 사례인 ○군의 경우나 서두에서 언급한 보호종료 예정인 한 청소년의 고백처럼, 원가정에서 양육과 교육, 그리고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위탁보호가 아닌 아동복지시설들 가운데 약 95% 이상을 차지하는 <표 3-1>의 시설들에서 가정을 대신한 대리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아동복지의 한 단면이다. 더 구체적으로 그 주요 시설들의 현황은 <표 3-2>와 같다.</p> <p dir="ltr"> </p> <p dir="ltr" style="line-height:1.56;margin-top:0pt;margin-bottom:0pt;text-align:center;"><span style="font-size:12pt;font-family:Arial;color:#000000;background-color:transparent;font-weight:400;font-style:normal;font-variant:normal;text-decoration:none;vertical-align:baseline;"><img alt="<표 3-2> 아동복지시설 현황" src="https://lh3.googleusercontent.com/x5EczZTlVIoAe8qIcuU16b3olbZ5qU-HvycU5…; /></span></p> <p dir="ltr"> </p> <p dir="ltr">그리고 이와 같은 주요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종료되는 18세 이상의 청소년들의 현실은 다음의 한 보고서에서 잘 소개되고 있다.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방안’에 따르면 2017년에는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보호종료 조치된 2,593명이 사회로 나왔다. 이 가운데 32%(835명)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LH임대주택이나 자립지원시설, 공동생활가정 등에서 살고 있었지만 68%(1,758명)는 개인이 월세를 부담하거나 기숙사, 친인척 집 등에 머무르고 있었다.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주거비 부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p> <p dir="ltr"> </p> <p dir="ltr">또한 시설아동 대다수는 퇴소 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학 진학보다 취업을 택하고 있었다. 전체 보호종료자 중 대학 진학자는 4년제 160명, 3년제 이하 195명 등으로 진학률이 13.7%에 그쳤다.</p> <p dir="ltr"> </p> <p dir="ltr">이는 2017년 전체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 (68.9%)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상급학교 진학률도 낮지만 제대로 된 취업교육의 기회가 적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 2017년 보호종료 청소년 가운데 38.8%(1,006명)가 취업에 성공했는데, 취업자 2명 중 1명은 서비스 판매직이나 단순노무 업종에 종사했다. 더구나 만 18세 보호만료 청소년들 가운데 경제적 자립의 기회 상실로 인해서 보호종료 후 5년 내 30.6%가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현실도 이를 반영한다.</p> <p dir="ltr"> </p> <p dir="ltr">더 구체적으로 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에서 보호 중인 아동들의 취학 현황과 시설 퇴소 후에 공식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자립지원시설 정원 등을 비교하면 <표 3-3>과 같다.</p> <p dir="ltr">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표 3-3> 아동복지시설 보호 아동 취학 및 보호 종료 현황" src="https://lh6.googleusercontent.com/tJLE6JkH0lzkcHDr640dgjea55uQrLexd0LpQ…; /></p> <p dir="ltr"> </p> <p dir="ltr"><표 3-3>에서 보듯이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 가정에서 대학에 진학중인 청소년 약 800명과 더불어서 기타로 분류되는 청소년도 500여 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 두 시설에서 18세 보호종료를 마치고 들어 갈 수 있는 자립지원시설의 숫자와 정원은 전국적으로 12개 시설에 221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러한 자립지원시설은 전국적으로 공평하게 분포되어 있는 현실도 아니다. 또한 <표3-3>에서 기타로 분류되는 청소년들도 많은 숫자의 청소년들인데, 고등학교 졸업, 낮은 숙련도 직업 선택, 서비스업 종사 등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두 시설에서 보호종료 청소년들 가운데 만기 종료 861명, 연장 종료 434명으로 총 1,295명의 보호 후 종료 청소년들이 발생하고, 기타 이유 등으로 발생하는 보호종료 청소년들까지 합하면 약 1,800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보호종료가 되는 현실이다.</p> <p dir="ltr"> </p> <h2 dir="ltr">보호종료 청소년의 자립은 제도적이며 사회적인 지원이어야 한다</h2> <p dir="ltr">이처럼 보호조치를 필요로 하는 청소년에 대한 보호와 동시에 퇴소 후에도 보호종료 청소년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서는 제도를 통한 자립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측면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들에 대한 보호종료에 따른 지원이 부실하고 지자체별로 격차가 심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현실이다.</p> <p dir="ltr"> </p> <p dir="ltr">먼저 아동복지법 제2절에서 “취약계층 아동 통합서비스지원 및 자립지원”들에 대해서 언급하는 지원 대책들을 현재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들과 연계해서 요악하면 <표 3-4>와 같다.</p> <p dir="ltr"> </p> <p dir="ltr" style="text-align:center;"><img alt="<표 3-4> 보호종료 청소년 지원제도와 서비스" src="https://lh6.googleusercontent.com/36wCtopS1lrgtOZ5gb7cuWfyv98wjpzxEmWWV…; /></p> <p dir="ltr"> </p> <h2 dir="ltr">나가며: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위한 노력</h2> <p dir="ltr">보호종료 청소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모습들을 시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 몇 가지 결론을 대신하면서 생각하는 점들이다. 이 점들은 청소년들을 우리의 미래라고도 하는데 보호종료 청소년들에게는 미래가 아닌 현실, 현실이라는 절박한 상황 속에 놓여있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p> <p dir="ltr"> </p> <p dir="ltr"><strong>첫째,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사후 관리</strong></p> <p dir="ltr">시설에서 보호 중인 아동이나 청소년들은 15세 때부터 시설 내 자립전담요원의 도움을 받아 진로를 고민하고 자립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제 18세가 되면 퇴소를 하거나 상급학교 진학, 직업훈련, 질병 등의 사유로 퇴소를 연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설에서 퇴소를 한 보호종료 청소년들은 시설의 사후관리 측면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담당 직원의 부재나 업무의 중복으로 인해서 또 다른 업무 과중이 되어서 그들 관리에 공백이 생기는 현실이다. 또한 청소년의 입장에서도 시설에서의 퇴소가 곧 자립이라는 생각으로 생활의 규칙 상실과 무절제한 소비 등의 모습으로 다시 시설에 연락을 해서 도움을 청하거나 아예 연락이 두절되는 등의 모습들도 빈번한 것이 현실이다.</p> <p dir="ltr"> </p> <p dir="ltr">그리고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 가장 최근의 조사도 2016년 조사인데, 지난 5년간 보호종료 청소년 12,844명 가운데 약 9.5%의 유효 데이터를 분석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보호종료 청소년들의 실태와 현황의 파악이 안 되는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먼저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생활하던 시설에서의 사후 관리의 중요성과 더불어 정부에서의 실태조사에 따른 제도적인 개선과 보안은 중요한 점이다. 그리고 이 제도적인 개선과 보완에서 보호종료 청소년들의 경험과 상황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는 점도 또 다른 과제이다.</p> <p dir="ltr"> </p> <p dir="ltr"><strong>둘째, 시설에서 청소년자립 연령의 현실화</strong></p> <p dir="ltr">보호종료 청소년들의 ‘18세 퇴소’ 기준이 청소년들의 발달적인 측면에서나 자립 준비 등에서 미루어 볼 때에 빠르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청년들의 취업이 늦어지면서 일반 가정에서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자녀들이 늘어나는 등 자립시기가 점점 늦춰지는 현실과 비교하면, 시설아동의 보호종료 시점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복</p> <p dir="ltr">지법에서 관련 조항을 개정해서 보호종료 연령을 상향시키고, 별도의 연장 자격 요건을 진학, 직업훈련, 질병 외에도 그 범위를 넓혀서 보호종료 대상자의 요청이나 시설 장의 요청으로 보호기간을 연장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또한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는 자립지원시설들을 확충해서 보호종료 청소년들이 입소할 있는 기회를 더 확대해야 한다.</p> <p dir="ltr"> </p> <p dir="ltr">최근 공개된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방안’에서 허민숙은 “해외연구에 따르면 보호대상 아동을 보호 상태에 더 머무르게 할수록 교육기간도 길어지고, 조기임신도 지연되며, 경제적 곤란과 사회일탈행위 등 범죄와의 연관성도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시설보호기간이 연장된 청소년들이 퇴소 청소년에 비해 높은 대학진학율과 높은 사회적응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p> <p dir="ltr"> </p> <p dir="ltr"><strong>셋째,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적인 정책과 지원의 필요성</strong></p> <p dir="ltr">아동과 청소년 관련 많은 전문가들은 아동 청소년관련 사업과 프로그램들에 투입되는 예산의 ‘중 앙정부화’라는 슬로건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아동이나 청소년 사업들과 관련한 예산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매칭으로 관련 시설, 기관에 교부되고 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예산과는 별도로 지자체의 예산들은 아동과 청소년 분야보다는 기초보장 분야, 노인과 장애인, 그리고 여성 분야 등에 우선적으로 배분되면서 아동이나 청소년 분야에 배분되는 예산들이 지자체에 따라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위에서 살펴 본 보호종료 청소년들에 대한 서비스들도 지자체에 따른 차이가 크며, 이점이 보호종료 청소년들에게는 더 열악한 현실이 되고 있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p> <hr /><p dir="ltr"> </p> <p dir="ltr"><strong>참고문헌</strong></p> <p dir="ltr">국민권익위원회(2016), 보호대상아동의 보호 및 자립지원 개선.</p> <p dir="ltr">여성가족부(2019), 청소년사업 안내.</p> <p dir="ltr">보건복지부(2018), 아동분야 사업안내.</p> <p dir="ltr">보건복지부(2018), 아동복지시설과 공동생활가정 현황.</p> <p dir="ltr">보건복지부ㆍ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아동자립지원단(2016), 아동자립지원 통계현황보고서.</p> <p dir="ltr">로앤비, 아동복지법, http://www.lawnb.com/Info/ContentView?sid=L000000190</p&gt; <p dir="ltr"> </p> <p dir="ltr">허민숙(2018),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방안, 국회입법조사처.</p></div>
금, 2019/03/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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