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한 학원 원장이 뉴스타파를 찾아왔다. 사교육 시장에 관해 비밀이 있다며 제보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보자는 대치동에서도 손꼽히는 큰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동안 정부 덕에 돈도 많이 벌었다고 했다.
제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외고와 자사고의 폐지를 통해 사교육 근절과 공교육 정상화를 추진중인데 이같은 해법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외고, 자사고도 문제지만, 더이상사교육 몸통이 아니라고 했다. 영재학교가 사교육 시장의 중심이라고 했다. 영재고 사교육 시장을 잡지 않은 채 외고, 자사고의 폐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
그의 설명은 이렇다. 현재 대치동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학원은 영재학교 전문 입시학원이다. 대치동 학원가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은 2010년 무렵, 외고의 자체선발 시험이 폐지되면서 영어중심의 외고입시학원이 큰 타격을 입었다. 외고 졸업생의 서울대학 합격자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성적 우수자들이 외고에 몰리던 현상도 줄었다. 외고 입시시장이 무너진 자리에 수학과 과학 중심으로 운용되는 영재학교와 과학고 입시학원들이 대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대치동 학원가의 강자는 영재학교 입시전문 학원
영재학교는 지식사회를 선도할 과학영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육성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2001년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를 시작으로 전국에 8개 학교가 운영중이다.그런데 과학영재를 육성할 목적으로 설립된 영재학교가 지금은 재학생 비율로 따져 서울대학교에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입시명문 고등학교로 자리잡았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과고 학생 중 절반 가량이 서울대에 진학한다. 또 서울과고의 2017 의대 진학률도 20%였다. 국가 예산으로 양성한 영재의 상당수가 과학 분야 대신 돈벌이가 보장된 의사의 길을 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과학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영재학교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입시명문고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초1부터 중3까지, 영재학교 사교육비 1억 5천만 원에서 2억 원 추산돼
영재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은 초등학교때부터 시작된다. 초등학교 1학년 창의력 수학 교실을 다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 선행심화학습을 시작한다. 중학교 입학 전 중등과정을 모두 마쳐야 한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때까지 고등과정인 수2를 마친다. 이후 경시대회로 수상 실적을 쌓고 중학교 2학년 때는 영재고 시험 준비를 더욱 집중적으로 한다. 이런 전 과정에서 대략 1억 5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의 사교육비가 필요하다. 결국 천재성이 잠재된 영재가 발굴되기보다, 사교육을 통해 영재학교 입학시험에 익숙해 진 아이들이 영재로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사교육도 ‘실력’이자 ‘교육의지’라는 논리가 지배
문제는 이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것. 1억 원이 넘는 돈을 사교육비로 지출할 여력을 가진 학부모들이 많지 않다. 영재학교를 거쳐 서울대로 가는 길은 부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치동에서는 사교육도 ‘실력’이고, ‘교육의지’ 라는 논리가 철저히 적용된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과학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영재학교가 값비싼 사교육을 통해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입시명문고가 되고 있는 모습과 함께 영재학교가 사교육의 몸통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취재했다. 오늘(21일) 1부 <사교육 몸통은 영재고다>와 25일(화) 2부 <누가 영재고에 진학하나>를 연속 방송한다.
25일 방송하는 2부에서는 영재학교에 가는 학생들은 누구인지,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에서 유독 영재들이 많이 배출되는 비밀은 무엇인지 취재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 제작진은 18년 전 촬영한 8mm 테이프 하나를 다시 꺼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테이프의 존재도 잊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한일 양국 간의 일본군 ‘위안부’ 협상 타결 소식을 듣고 테이프를 찾았습니다.
▲ 1991년 故 김학순 할머니는 한국에서는 최초로 ‘위안부’ 피해를 증언했다.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8mm로 촬영했는데, 故 김학순 할머니의 생전 마지막 증언이 담겨 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국내 거주자로서는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임을 증언하셨습니다. 수십 년 동안 제기하지 못했던 ‘위안부’ 문제가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 이후 공론화 됐습니다.
2) 1997년 7월, 상계동 임대아파트
18년 전, 1997년 7월, 그날은 무척 무더웠습니다. 제작진은 서울 상계동 임대아파트에서 김학순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지병으로 늘 누워 계셨습니다. 하지만 그날만은 단정하게 차려 입으시고 꼿꼿하게 앉아 취재진을 맞이했습니다. (당시 촬영은 현재 뉴스타파 목격자들 제작에 참여중인 박정남 PD가 맡았습니다.)
▲ 1997년 7월, 제작진은 김학순 할머니의 자택에서 인터뷰 했다. 할머니는 5개월 뒤 지병인 폐질환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우리 죽으면 우리 죽은 뒤, 나 죽은 뒤에는 말해줄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싶은 생각에 내가 이제 나이가 이만치나 먹고 제일 무서운 것은 일본사람들이 사람 죽이는 거, 제일 그걸 내가 떨었거든. 언제나 하도 여러 번 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끌려가서도 봤지만도 사람 죽이는 걸 너무 많이 봤고 그렇기 때문에 젊어서는 사실 무서워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어)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인터뷰는 1시간 20분 동안 진행했습니다. 더 시간을 내 말씀을 듣고 싶었지만 할머니의 건강문제로 더 이상 인터뷰를 진행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어떻게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가 됐고, 어떤 수모와 고초를 겪었는지, 그리고 수치스러웠지만, 위안부 피해를 처음으로 증언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우리 정부에, 일본 정부에 무엇을 바라는지 말씀하셨습니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정말 기가 막혀요. 그 어마어마한 군인들이 강제로 달려들 때는 정말 기가 막혀서 하도 입술을 깨물고 도망을 가려고 뿌리치고 도망을 나오다가 붙잡혀서 끌어가면 당하면서도 어떻게 기가 막하고 가슴 아프고 말이 안 나와. 그때 생각을 안해야지 하면 내 마음이 아주 그냥 더 어떻게 할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그때 생각을 하면…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김학순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 1924년 만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후 어렵게 살다가 16살 나이에 일본군에 끌려가 ‘위안부’가 됐습니다. 일본군이 운영하던 수용시설에서 온갖 능욕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 끔찍했던 고통은 평생 커다란 멍울이 됐습니다.
16살 난 것을 딱 끌어다 가서 그 군대에다가 일본 군대에 넣어서 그렇게 참 강제로 그 모양을 해서 사람 이 꼴 만들어서 평생을 이렇게 혼자 살면서 참말로 남 안 보는 데에서 밤 날 눈물로 세상을 살게 하니 정말로 그 분을, 그 화를 어떻게 해야 풀지를 모르겠어. 아주.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기가 막혀서 생각할수록 아주… 생각할수록 분하고 원통하고 죽겠어. 아주 그냥 아주. 정말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주 펄펄 뛰다가 내가 죽겠어 그래서 더 이렇게 이렇게 되는가 봐 숨을 제대로 못 쉬고 그러는가 봐, 호흡곤란이…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 생전 김 할머니는 거북이를 키웠는데, “내가 오래 사나 ‘네’(거북이)가 오래사나”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생전 김학순 할머니는 집안에 거북이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거북이를 보며 늘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거북이)가 오래 사나, 내가 오래 사나. 한번 해보자”, 그렇게 “110살이든 120살 까지든 살아서 내 귀로 직접 일본 정부와 일왕의 사과를 듣겠다”던 김학순 할머니는 인터뷰 후 5개월이 지난 1997년 12월 겨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날의 인터뷰가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이 되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 생전에도 일본 정부는 민간 기금 지원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단호히 거절했습니다.
돈 몇 푼 줘서 그 일을 이제 무마하게 하려고. 이제 나라에서 우리는 사죄를 하고 이제 배상을 해라. 이렇게 되고 있고 사죄는 거기에서 할 수가 없다는 징조로 나오면서 하는 소리가 이제 배상도, 정당한 배상을 할 수가 없으니까 얼마만큼 위로금으로 모금해서 일본에서 여성단체들이 모금을 해서 200만 엔인가 얼만가 일본 돈으로 200만 엔인가 얼마인가 위로금을 준다. 우스키 게이코가 그런 소리를 하는데 우리는 절대 그런 그럴 수는 없다. 그건 ‘천만에’다 말이야 위로금이라니 왜 우리가 위로금을 받아? 뭐 했다고 위로금을, 천만에 그럴 수는 없다 정정당당하게 사죄하고 배상해라.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日王(일왕) 으로부터 직접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야겠다.”
김학순 할머니는 일본 왕 (인터뷰 당시 김학순 할머니는 천황이 아닌 일왕이라고 표현했습니다.)으로부터 범죄 사실을 상세히 고백받고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반드시 일왕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힘줘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법에 따라 배상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역사교육을 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렇게 병마와 힘겹게 싸우면서도 일본의 사죄를 받기 전에는 눈을 감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내 수치는 둘째 문제야. 둘째 문제 억울한 생각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어 전 세계에서 지금 가만히 생각해봐. 세상에 일본에서 전쟁을 한다고 해서 자기네는 전쟁이 아니고 무슨 아시아 여러 나라를 위해서 했다고 독립을 시켜서 했다고 이런 소리를 하지만 말답지 않은 소리를 말이지 그것이 말이 닿는 소리야? 일본이 전쟁을 했기 때문에 이런 피해 본 나라가 한 두 나라야? 아시아에 이 여러 나라가 피해를 봤는데 그렇다면 자기네가 잘못을 스스로 뉘우치고 이렇다 할 사죄 한마디라도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이야. 원체 인간이라면 난 다른 사람 다 필요 없어 일본의 저이는 천황이라 하지만 난 일왕이라고 할 수밖에 없어 일본 왕이니까 일왕이라고 하지 일왕한테 그때 일은 자기네가 잘못했다 전쟁 시작한 것은 잘못했다만 그건 반드시 사죄해야 된다 생각해 다른 사람도 필요 없어 일본에 다른 사람도 다 필요 없어 일본의 일왕이 사죄를 해야지 다른 사람이 무슨 소용 있어. 그렇잖아.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 김학순 할머니는 세상을 떠난 지 18년 만에 소녀상 옆 석상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일본으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할머니는 끝내 소원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학순 할머니가 떠나신 지 18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일본 정부의 태도는 그때 보다 더 나아졌을까요? 우리 정부는 할머니가 ‘사과’를 받으실 수 있도록 충분한 노력을 해 왔을까요?
어쨌든 내가, 어쨌든 끝나기 전에는 내가 안 죽는다 110살까지도 살란다. 120살까지도 살란다 지금 그러고 악을 쓰고 있잖아 그냥 내 직접 내 눈으로, 내 귀로 (사과를) 들어야 하겠다고.
– 1997년 7월 김학순 할머니 생전 마지막 인터뷰 중
3) 2016년 1월, 소녀상을 지키는 젊은이들
▲ 영하 15도가 넘는 한파에도 청년 학생들이 20일 넘게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을 지키면서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는, 올 겨울 들어 가장 차가운 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는 소녀상을 지키려는 청년들의 노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벌써 20일이 넘었습니다. 보온병이 얼고, 이가 시리는 추위가 계속되는데도 침낭과 비닐에 의존해 노숙을 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잠을 자기에 날이 춥지 않느냐는 물음에 한 여학생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는 고작 20일이지만, 할머니들은 20년을 계속해서 싸워오셨잖아요.
자료제공 :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진제공 : 안해룡, 이토 다카시
취재작가 : 이우리, 박은현
글 구성 : 정재홍
연출 : 박정남
왜 ‘헬 대한민국’이 아니라 ‘헬 조선’일까요? 지금의 한국 사회가 조선시대처럼 ‘부(富)’뿐만 아니라 신분까지 대물림되는 사회로 퇴행하고 있다는 우려와 자조가 반영된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사실일까요?
자수성가로 부자 되기, 필리핀 보다 어렵다
우리나라의 10대 부자 가운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스스로 부를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는 3명에 불과합니다. 각각 7, 8, 9 위에 오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김정주 넥슨 회장, 이중근 부영 회장이 그들입니다. 나머지 7명은 지겹도록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이건희, 서경배(아모레 퍼시픽 회장), 이재용, 정몽구, 정의선, 최태현, 이재현이 그들인데요, 7명 가운데 6명이 범 삼성 가문과 현대 가문, SK 가문 출신입니다.
글쎄, 10명 가운데 3명이면 많은 건지, 적은 건지 잘 모르시겠죠? 그래서 뉴스타파는 해마다 전세계 부자들의 명단과 순위를 발표하는 포브스 자료를 토대로 13개 나라의 30대 부자들 가운데 자수성가형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해봤습니다.
중국이야 자본주의의 역사가 짧아서 그렇다 치고, 자본주의의 역사가 우리보다 훨씬 긴 일본이나 미국도 우리나라보다 자수성가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특히 미국은 최근 부의 세습과 양극화가 큰 사회문제가 돼서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는 나라인데도요.
충격적인 것은 우리보다 경제 수준이 낮고 양극화가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인도보다도 우리나라의 자수성가 비율이 훨씬 낮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이 나라들보다도 자수성가로 부자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뜻입니다.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봐도, 10억 달러 즉 1조 원 이상을 가진 억만장자 1,926명 가운데 자수 성가형은 1,191명, 65%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한국에서 왜 헬 조선과 ‘금수저’, ‘흙수저’가 유행어가 됐는지 이해할 만 하죠?
계층 상승의 가능성이 막힌 사회
계층 상승의 가능성은 거의 막힌 반면 하락은 쉽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중앙대 신광영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나름대로 먹고 살만했던 ‘중간 계급’ (신광영 교수는 논문에서 학력과 직업,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인 사람들 ‘중간 계급’이라고 정의했다)이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드러납니다.
2000년에 중간 계급이었던 사람들 가운데 처지가 그대로 이거나 나아진 사람은 56%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44%는 처지가 더 나빠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포자기가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8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의 81%는 “개인적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계층 상승 가능성은 낮다”고 대답했습니다.
박근혜 내각 자녀들의 직업…신분 세습의 단면
뉴스타파는 박근혜 정부의 내각, 즉 전현직 총리와 장관 38명의 자녀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전수 조사를 시도했습니다. 이들은 한국 사회의 최상층 엘리트 집단인만큼, 그 자녀들의 직업을 보면 대한민국을 ‘헬 조선’으로 만드는 신분 세습의 단면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자녀는 77명으로 파악됐습니다.이 가운데 미성년자와 학생이 32명이었고 나머지 45명 가운데 31명의 직업이 확인됐습니다. (공개 거부 7명, 미확인 7명)
최다수를 차지한 직업군은 법조인이었습니다. 31명 가운데 8명으로 25%가 넘습니다. 이밖에 대기업 혹은 대기업 계열사가 4명, 외국계 금융회사가 2명, 유학 뒤에 현지 취업한 경우가 3명이었습니다. 그밖에 기자와 교사, 대학교 교직원 등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안정된 직장을 가진 자녀가 31명 가운데 24명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나머지는 중소기업 6명이었고,인터넷 쇼핑몰 1명이었습니다.
장관들의 자식 농사 성공 비결
박근혜 정부의 총리와 장관들이 이렇게 자식 농사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비결은 유학으로 추정됩니다. 대학생 이상이거나 직업이 파악된 58명 가운데 40%에 해당하는 22명이 유학 경험을 갖고 있었습니다. 일반 서민의 자녀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입니다.
두 번째 비결은 사교육입니다. 전현직 총리와 장관 38명 가운데 22명, 즉 60%가 서울 강남 3구와 경기도 분당 또는 특목고에서 자녀들을 교육시켰습니다. 실제로 서승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의 부인은 지난 2004년 발간된 한 사교육 관련 지침서에 자녀의 합격 수기를 기고했는데, 10년이 지난 책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꾸준히 철학 교실에 다녔고, 서울대 심층 면접을 앞두고 특별 과외를 받았다.
엄마는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는 그날부터 수시로 학원 설명회에 쫓아다녀서 정확한 정보 입수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사교육 1번지, 대치동 엄마들의 입시 전략 중
마지막 비결로 볼 수 있는 것은 잘 나가는 부모의 영향력입니다. 실제로 총리나 장관들의 인사 청문회 때마다 심심치 않게 자녀의 취업 특혜 의혹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최경환 기재부 장관입니다. 최 장관의 딸은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2년 사이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 삭스에 입사해 26살 나이에 890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됐습니다. 최 장관의 아들 역시 첫 직장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합니다. 이 중소기업의 사장은 최 장관의 고교 후배였습니다. 그리고 최 장관의 아들은 2년 뒤 삼성전자로 이직합니다. 최 장관의 자녀들이 이직한 시점은 모두 최 장관이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원내대표였을 때입니다. 이주영 전 해수부 장관의 딸은 로스쿨을 졸업한 뒤 학교 추천 형식으로 네이버에 입사해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신분 세습 →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의 악순환
박근혜 내각의 자녀들이 이렇게 ‘잘 나가는’ 것, 이 사실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신분 세습의 단면을 보여준다거나 최상류층의 반칙을 시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더 중요한 함의는 우리나라의 정책을 결정하고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리를 특정 계층이 독식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 그리고 공권력을 행사하시는 분들이 과거에는, 고도 성장기에는 대부분 농촌이나 어려운 계층에서 많이 나왔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평등 지향적인 의식이 있었어요. 그것이 한국이 역동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런 분야에 굉장히 유복한 계층의 자녀들만 진출을 하게 되다 보니까 아예 공공 정책에서 그런 배려가 점점 없어지는 거에요. 악순환이죠. 그러다 보니까 정책이 더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한 그런 정책이 되고 계층 간의 격차는 더 심화되고 그러다 보니 개천에서 용 나는 건 더 힘들어지고..빨리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앞날은 정말 어두울 수 밖에 없습니다.
늘 고되면서도 또한 사소롭지 않았고,
공직의 소방대원인 우리에게는 그 모든 노동이
각자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밥벌이인 동시에
인명에게 다가가는 임무를 지닌 자로서의 사명이었다.
– 오영환 소방관
가장 위급한 순간, 사람들은 보통 119를 누른다. 화재진압, 교통사고 등 긴급 구조 등 늘 위험 속으로 소방 공무원들은 뛰어든다.
재난 현장은 전쟁터입니다. 아무리 주의를 기울인다 할지라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최주 소방위
그러나 이들이 감내해야 할 몸과 마음의 상처는 언제나 상상 그 이상이다. 그들의 헌신의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업무상 사고를 당했지만 치료비를 걱정하는 소방관들
지난 8월 광주광역시 서부소방서 소속 노석훈 소방장이 전신주에 붙어있는 벌집을 제거해달라는 119 신고를 바고 출동했다가 2만 2천 볼트 고압선에 감전돼 화상을 입었다. 그는 왼쪽 손목을 잃고 오른 팔에도 4도 이상의 큰 화상을 입었다. 그러나 노 소방장은 그 날, 자신이 전신주에 오른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가 아니면 다른 동료가 올라갔을 테고, 더 나쁜 결과가 발생했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 노석훈 소방장
사고 당시 언론은 ‘윤장현 광주광역시시장과 한전병원의 긴급작전으로 노 소방관을 살렸다’는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광주시장도, 한전병원도 해결해줄 수 없는 치료비 문제가 남았다. 아내 이민정 씨는 “소방공무원이 공무를 집행하다 사고를 당했으니, 간병만 신경쓰면 된 줄 알았다”고 말한다.
▲ 지난 8월 사고 이후 노석훈 소방장은 크고 작은 수술만 10회 이상 진행했고, 현재도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지난달까지 노 소방장이 자비로 부담한 치료비만 2천만 원이 넘는다. 치료와 재활을 얼마나 더 해야하는지 기약이 없으니 그가 내야하는 치료비가 얼마가 될지 역시 알 수 없다. 화상 치료 분야에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치료재와 치료보조재, 약제가 개발되는데 공무원연금공단의 공무상특수요양비 지급기준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의수 비용이다. 절단된 손을 대신할 의수 비용도 만만치 않다. 노 소방장이 제작의뢰한 의수는 3천8백만 원이다. 그러나 공무원연금공단의 ‘재활보조기구 지급기준’에 따르면 의수 구입비용으로 지급되는 돈은 550만 원이 전부다.
550만 원으로는 손 모양만 흉내낸 ‘미관용 의수’ 만 가능하다. 아내 이민정 씨는 손을 구부릴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이 있는 의수를 선택했다. 어느 날 갑자기 팔목을 잃어버린 남편에게 최소한 그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 감당해야 하는 비용이 아득한 건 어쩔 수 없다. 공무원연금공단의 지급 기준은 2007년 개정됐다. 2015년 지급 신청을 하는 노 소방장에게는 낡은 기준으로 보인다.
업무중 사고위험성은 크지만, 제대로 인정 못받아
뉴스타파 목격자들 취재진이 만난 다른 소방관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8년 환자를 옮기다 허리에 통증을 느끼고 치료를 받았던 최주 소방위는 공상 신청을 했지만 ‘퇴행성 질환인 디스크는 공무와 인과관계 요소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전국의 소방관 8천2백여 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가운데 39%가 디스크 진단을 받았고, 진단 시기는 대부분 ‘소방관이 된 후’였다.
지난 1월 비인두암 4기 판정을 받은 금성웅 소방장도 걱정이 많다. 비인두는 코 뒷부분과 목의 위쪽에 있는 호흡기의 관문이다. 크고 작은 화재 현장에서 구조대원으로 활동해 온 지 20년 째. 금 소방장은 호흡기 질환인 비인두암과 자신이 20년 동안 노출돼 온 유독 가스 등에 상관관계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법원은 폐암과 소방공무와의 인과관계가 없다는 공무원연금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 지난 3년 간 부상을 당한 120명의 소방관 중 공상 처리된 소방관은 단 21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화재 진압 중 화상을 당해도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할 정도로 소방관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만성적인 장비 부족,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소방관하면 흔히 화재 진압을 떠올리지만, 이들의 업무는 훨씬 광범위하다. 응급환자 이송, 문 개방, 벌집처리 등을 요구 등 광범위하다. 119전화가 서울 지역에서만 12초에 한번 꼴로 울린다.
넘쳐나는 출동건수에 인원과 장비는 늘 부족하다. 실제 대한민국 소방대원 한 사람은 평균 1340여명 국민의 안전을 담당한다. 미국과 프랑스가 1000여 명. 일본과 홍콩은 800여 명 수준이다.
모든 문제의 핵심에는 인력 부족이 있어요.
예를 들어 출동에 필요한 직제상의 정원이라는 게 있는데, 지역별로 직제 상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요.
– 김승섭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
인력 부족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하다. 목격자들 제작진은 한 개 군 전체를 관할 지역으로 하는 소도시 규모의 중심소방서를 찾았다. 겉보기에는 화재나 구조 구급시 필요한 소방 장비는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특수 차량을 움직일 대원이 부족했다. 대형 소방차량을 혼자 몰고 나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지기도 한다.
왜 인력 충원이 어려운 걸까? 소방관 99%가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이른바 ‘총액인건비제’에 따라 전체 공무원 숫자가 묶여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정작 그 업무로 인해 그들의 생명이 위협 받았을 때, 국가로부터 버림받고 있는 게 대한민국 소방관들의 현실이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소속 A/S 기사 진 모 씨가 건물 외벽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 수리를 하던 중 추락해 숨졌다. 그런데 이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이 ‘위험의 외주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간접 고용된 A/S 기사들은 원청에서 직접고용을 했다면 작업 환경이 이렇게까지 열악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 지난 6월 23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소속 A/S 기사 진 모 씨가 건물 외벽에 있는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중 창문안전대가 떨어지면서 추락해 숨졌다.
고객서비스의 대부분을 직접 담당하는 이들은 전국 100여 개에 달하는 협력업체 소속이다. 그들은 어떤 작업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것일까?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A/S 기사들의 작업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한 시간 한 콜’ 시스템, 수당과 직결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A/S 기사는 늘 촉박한 일정에 쫓긴다. 한 시간 내로 한 집의 수리를 완료해야 하는 이른바 ‘한 시간 한 콜’ 시스템 때문이다.
A/S 기사 이정구 씨가 텔레비전 수리 의뢰를 받아 처음으로 고객을 찾은 시각은 8시 50분. 1시간의 작업 끝에 텔레비전 고장 원인을 찾았지만 부품이 없어 수리를 하지 못했다. 실적에 포함되지 않는 ‘미결’로 처리됐다.
미결로 처리되면 기사에게 출장비가 나오지 않는다. 수리 기사 입장에서는 허탕을 치고 만 것이다. 다음 집은 10시까지 도착해야 하지만 이동시간에 밀려 15분 늦게 도착했다. 이 곳 역시 미결로 끝났다.
가까우면 10분, 20분. 먼 거리는 20분, 30분 정도 거리가 있어요. 그걸 포함해서 50분 동안 수리를 해야 하는 거예요. 계속 일이 힘들고 밀려날 수밖에 없고… 이정구 /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11시30분. 세 번째 가정을 방문했다. 이 곳은 수리 부품을 챙겨 재방문한 곳이어서 실적이 인정됐다.
오전 내내 작업을 했지만 이정구 씨에게 인정되는 실적은 단 한 건 뿐이다.
▲ 이정구 씨는 점심도 먹지 못한 채 네 집을 방문했지만 실적에 포함된 것은 한 집 뿐이다.
저는 해드리고 싶은데 부품이 없어서 못 해 드리는 거니까… 그런데 물론 회사에서 평가할 때는 이 기사는 오늘 처리 건이 적을 것이고 그 다음에 당일 처리, 약속 잡은 거 바로 약속해서 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 평가는 낮아지겠죠. 이정구 /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한 협력업체 사무실 게시판에는 기사들의 순위가 붙어있다. 완료한 작업 건수에 관한 실적 순위다.
▲ 처리 건수를 토대로 점수를 메겨 수리기사들의 순위가 정해진다.
이 실적에 따라 기사들의 임금이 달라진다. 현재 이 회사 A/S 기사의 경우 기본급은 130만 원, 처리 건수 60건을 넘겨야 건당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기사들은 이 건당 수수료 체계가 기사들의 안전과 무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내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시간이 돈이거든요. 내 급여 자체가 오전에 한 건 하면 똑같은 일이지만 이 한 건을 안전 장비를 갖추고 처리하려면 오전을 다 써야 하거든요. 서비스를 한 시간에 대한 보상이 아니고 한 건에 대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진행할 수 없는 거고…라두식 /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지회장
작업 시간 맞추기 위해선 안전 장치 확보 불가능
삼성전자 A/S 기사 박영환 씨는 주로 에어컨 수리를 담당한다. 얼마 전 숨진 진 모 씨와 같은 역할이다. 그가 에어컨 수리 요청을 받고 첫 번째로 간 곳은 한 아파트 7층. 30kg에 달하는 실외기 수리는 자칫 잘못하면 무게중심이 흐트러져 추락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수리 중 그가 의지할 것은 베란다 난간 뿐이었다. 난간 이외에 다른 안전 장치는 없었다.
▲ 아파트 7층에서 난간에만 의지한 채 에어컨 실외기 수리 중인 박영환 A/S 기사
고층 실외기 작업을 할 때 가장 안전한 방법은 이동식 발판을 갖춘 ‘스카이차’를 불러 외부에서 작업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을 확보해주는 ‘스카이차’를 요청하고 기다리는 시간을 합하면 1시간 내 작업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고 그렇게 빨리빨리 처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전 장비를 못하게 만들어 내는 거죠.박영환 /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는 A/S, 즉 사후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이를 토대로 업계 고객만족도 1위 기업이 됐다. 이 화려한 명성 아래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이 있다. 하지만 수리기사 중 누구도 자신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는 별 느낌 없어요. 사실 우리는 상관 없잖아요. 우리 직원들하고 상관 없는 거니까 삼성 이름을 가지고 일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삼성 직원이 아닌 거죠.박영환 /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협력업체 A/S 기사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측은 A/S 기사의 작업 중 안전 확보와 건당 수수료 체계와 관련해 “도급 계약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접 사용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보훈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대형 공공병원이 각각 MRI 등 고가의 검사를 늘리고, 값싼 의료진료품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병원 수익을 늘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2013년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의 ‘비상경영’을 실시했는데, 이 기간 동안 162억 원의 추가이익을 냈다. 그런데 뉴스타파 목격자들의 취재 결과, 이 수익 가운데 상당부분은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을 늘리고 값싼 의료 물품을 사용한 결과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2013년 8월 서울대병원은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입수한 당시 서울대병원의 ‘2013년도 하반기 실무부서 연간운영계획 추진(안)’을 보면 환자에게 돈을 받지 못하는 ‘비수가재료’의 사용을 얼마나 줄이는지 여부를 주요 성과 평가 지표로 명시돼 있다.
특히 2013년 8월에 작성된 한 진료파트의 비상경영 실무대책 발표 자료에는 환자에게 돈을 받지 않는 ‘비처방성 물품’ 사용을 10% 줄여 약 34억 원의 비용을 절감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 자료는 병원이 내놓은 비상경영 지침에 따라 해당 부서가 실행 계획을 제출한 것이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이 확인한 이 진료파트의 비상경영 실무대책 발표자료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두 가지로 명시돼 있다. 먼저, 환자들에게 돈을 받을 수 없는 비수가 물품을 환자들이 돈을 내야 하는 수가 물품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 사용하던 소독세트 대신 수가 물품인 일회용 포비돈 스틱으로 바꾸고, 화상거즈 대신 외과용 패드로 바꾸는 것이다. 투석을 할 때 붙이는 반창고도 환자가 돈을 내는 물품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 2013년 서울대병원 비상경영 당시 한 진료파트의 실무대책 발표자료.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고 병원 부담의 의료물품을 값싼 물품으로 교체하겠다는 계획이 제시되어 있다.
또한, 병원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 용품을 저단가 물품으로 교체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같은 저단가 의료물품의 사용은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증언도 나왔다.
서울대 내부 간호사들은 비상경영체제 시행 이후 진료를 할 때 주사기, 장갑, 기관 내에 삽입하는 도관(석션팁) 등이 값싼 제품으로 대체됐다고 증언했다. 모두 환자의 안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용품이다. 간호사들은 주사기는 눈금이 쉽게 지워져 약의 용량을 정확하게 재기 힘든 경우가 많았고, 비닐 재질의 장갑은 쉽게 찢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 주사기에 있는 눈금이 쉽게 지워져 주사할 약의 용량을 정확하게 재기 힘든 경우가 많았다고 서울대 병원 간사호사들이 증언했다.
또 기관에 삽입하는 도관은 기존에 썼던 부드러운 라텍스 석션팁 대신 끝이 딱딱한 PVC 석션팁으로 교체되었는데, 간호사들은 PVC 석션팁을 기관 내에 삽입하면 환자의 기관 점막에 출혈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증언도 했다.
▲ PVC석션팁(위)과 라텍스 석션팁(아래). 간호사들은 병원이 2013년 비상경영체제 시행 이후 기존에 썼던 라텍스 석션팁(아래)을 딱딱한 PVC석션팁(위)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실 측은 이러한 일들은 서울대 병원의 지침과는 무관하게 일어난 일이고, 자체 조사 결과 질 낮은 의료 물품이 사용된 사례는 없고, 일부 교체된 물품들도 다른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물품들이라고 해명했다.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는 일은 2013년 비상경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소독약, 반창고, 거즈, 의료용 젤 등 기존에 병원이 부담했던 소모성 물품들이 환자부담으로 바뀌면서 환자들의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병동 간호사 A씨는 자신의 병동에서 사용하는 처치성물품(환자에게 돈을 받는 의료물품)이 40종에 달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노조의 분석에 의하면, 서울대병원의 환자1인당 진료 수익은 2013년에 전년 대비 2.5% 늘었고, 2014년에는 전년 대비 6.4% 늘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달성한 162억 원의 초과 수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홍보실은 비수가물품을 수가물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병원 운영상 필요하고 정당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 측은 저단가 의료물품은 일선 의료진들이 환자 안전을 이유로 강력하게 항의하는 부서에 한해 이전에 사용하던 물품으로 교체했다고 주장했다.
▲ 보훈병원은 국가유공자를 무상으로 진료하고, 국가유공자 가족에 한해 의료비를 50% 감면해주는 공공병원으로 전국에 5곳이 운영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보훈병원에서도 환자를 두고 돈벌이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환자 수가 감소하자 2015년 9월, 이사장 명의로 공단 산하 전국 5곳의 보훈병원에 공문을 전달했다. 이 공문에는 병원의 수익을 늘리기 위한 지시사항이 담겨있었다.
이 공문에는 고가의 MRI, CT, 초음파 등 고가의 검사를 활성화하고, 단순 투약처방환자(당뇨, 고혈압)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와 검사 주기를 단축하라는 내용이 있다.
▲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에서는 2015년 9월, 이사장 명의로 공단 산하 전국 5곳의 보훈병원에 특별 지시사항을 전달했다.
보훈병원 노조측은 이러한 공문이 직원들을 성과 경쟁으로 내모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 측은 지난해 서울 중앙보훈병원의 경영실적을 평가 분석한 결과, 국비로 전액지원되는 환자를 제외하고 개인 비용을 부담하는 환자의 경우 경영 목표치를 초과해 수익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측은 단순히 메르스 사태로 인해 진료가 밀렸던 대기 환자들을 진료하라는 차원에서 보낸 공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목표로 했던 매출액도 달성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환자를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는 행태를 보이는 공공병원과 성과연봉제 도입의 문제점을 이번 주 월요일과 금요일에 걸쳐 2회 연속 방송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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