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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노동이라는 신화와 생활세계의 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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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노동이라는 신화와 생활세계의 탈환

익명 (미확인) | 목, 2017/06/29- 11:50

노동이라는 신화와 생활세계의 탈환

 

한동우 | 강남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기이한 욕망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1)에서 주인공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는 하루 종일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의료기기를 판매하지만 변변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맡겨 놓은 아들을 데리러 갈 시간에 늦기 일쑤다. 결국 아내와 이혼한 후 아들과 함께 길거리 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공중화장실 바닥에 아들을 눕혀야 했던 크리스는 배고픔보다 비참함에 눈물을 흘린다. 크리스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토머스 제퍼슨 토머스 제퍼슨2)은 미국독립선언문에서 “생명(life), 자유(liberty), 행복에의 추구(pursuit)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고유하고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로 규정하고, 정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썼다.
은 왜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를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이라 하지 않고 ‘행복에의 추구’라고 했을까?” 


‘가난한 사람에게 물고기를 주면 하루를 살 수 있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면 평생을 살 수 있다’고 한 말은 참으로 고약하다. 강이나 바다에 제멋대로 살고 있는 물고기를 누가 누구에게 줄 수 있다고 믿는 것이 그렇고, 어떤 사람의 필요를 누군가 마음대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그러하며, 무엇보다도 결국 물고기를 주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 가난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물고기이지, 물고기 잡는 법이 아닌데도 말이다. 한 주거복지 토론회에서 어떤 교수가 “모든 사람에게는 안전하고 충분한 주거를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주거는 명백한 권리입니다.”라고 주장하자, 그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이 이렇게 말했다. “말씀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만 제게 필요한 것은 주거권이 아니라 집입니다(Ferguson, 2015).” 물고기나 집은 이미 모든 사람에게 분배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생산된다. 한국의 경우, 1인당 GDP는 2016년에 3만 달러에 육박하고 주택보급률은 103%를 넘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누는 것이다. 만약 내가 배고프다면, 그것이 물고기 잡는 법을 몰라서인가? 당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당신에게 행복을 추구할 천부적이고 양도불가한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인가?  


모든 사람이 일자리를 원한다.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단결하며, 실업자들은 다시 일자리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한다. 평생 일하다가 은퇴한 노인들도, 갓 대학에 입학한 젊은이들조차 모두 일자리를 원한다. 아기를 낳은 사람은 경력단절여성이라는 괴이한 이름표를 단다. 현대사회에서 인간 실존의 삶은 일자리를 기준으로 구획된다. 노동자, 실업자, 알바, 비정규직, 취준생, 공시생은 한국사회에서 가장 실용적인 인간분류목이 되었다. 애타게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노동은 인간의 삶과 세계를 만들고, 인간 자신을 생산하는 행위로서 인간의 유적(類的) 본질(맑스)’이라는 말이나, ‘노동은 주체와 객체를 통일하고, 대상에 자아의 고유한 형식을 부여함으로써 대상 속에 자신을 외화하는 행위(헤겔)’라는 명제는 공허하다 못해 비아냥으로 들린다.


현대사회에서 일자리는 노동이라는 추상명사와 동의어가 되었다. ‘흙에서 왔으니 다시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구약성서 창세기 3:19)’는 신의 언명을 저주로 받아들였던 인간은 노동을 숙명에서 의무로, 의무에서 권리로, 이제는 궁극의 욕망의 대상으로 바꿨다. 노동(work, arbeit)이라는 말은 초역사적이고 비규정적인 보편 개념이 아니다. 노동을 인간의 유적 본질로 파악했던 맑스도 한편으로는 가장 현대적 범주에서만 노동의 참된 의미가 드러난다고 함으로써 노동개념의 초역사성을 부정한다. ‘노동의 신성함,’ ‘노동권,’ ‘노동윤리’ 등의 개념들은 노동이라는 말의 사회적 추상성을 가장 높은 단계로 전제하는 것이다. 마치 사과, 배, 오렌지를 과일이라는 개념으로 추상하듯이. 노동개념의 높은 사회적 추상성은 인간의 생활세계를 구성하는 일상 활동과 임금을 벌기 위해 타율적으로 강제되는 노동을 구별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와 자본가,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신화가 되었다.  


생산주의 패러다임에서 노동은 생산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인간은 타율적으로 부여된 노동기회를 통해 임금을 획득한다. 노동은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되며, 따라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생산의 세계에 속하지만, 화폐임금을 통한 소비는 규율을 결여한 탐욕과 쾌락의 세계에 속한다. 노동의 규율과 소비의 방종 사이에서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문화적 모순이 발생한다. 윤리의 외피를 입은 노동의 비인간성을 위로하는 말은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쓰면 된다는 것이지만 이건 헛소리다. 개같이 버는 사람은 정승이 어떻게 쓰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문화적 모순은 체제의 존속을 위한 자본주의 스스로의 선택이다. 노동은 생산을 위한 것이지만, 생산은 소비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생산을 위한 소비가 필요하게 된다. 노동은 노동자의 욕망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기이하게 이식된 자본의 욕망이다. 

 

복지국가에서 재현되는 노동사회의 역설: 소외와 인정투쟁

사회가 임금노동을 중심으로 조직화되며, 개인의 정체성이 시장에 복속됨에 따라 노동이 개인에게 내면화된다는 점에서 현대사회는 노동사회이다(Heide, 2009). 노동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노동에 참여하는 사회도, 단지 노동시간이 긴 사회도 아니다. 노동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나 시간만으로 노동사회를 판단해야 한다면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새벽부터 저녁 어스름까지 논밭에 나가 일하던 전통사회를 노동사회로 불러야 할 것이다. 아로노위츠(Aronowitz, 1994; 1998)나 고르(Gorz, 1999) 등은 굳이 한국처럼 장시간 노동체제를 갖는 과노동사회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비평가들이 주목하는 노동사회의 전형은 주당 평균 40시간을 노동하는 일반적인 사회이다. 노동사회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개인의 정체성과 삶이 노동을 통해 구성되고, 노동윤리에 의해 규율되는 사회를 말한다. 노동사회는 노동의 관념은 넘쳐나지만 정작 일자리는 부족한 사회, 노동윤리와 신성함은 신화화되어 있지만 노동을 도구화하는 사회이다.  


노동사회에서 개인의 복지는 소비를 통해 실현되는데, 소비는 시장에서의 현금교환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복지수준은 구매력에 따라 결정된다. 시장 구매력은 노동을 교환한 대가로 얻는 임금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매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노동에 종사해야 한다. 노동을 통해 지배력을 유지하는 현대사회에서 자본의 논리는 임금노동을 통해 노동자에게 내면화된다. 구매력에 따라 자신의 복지가 결정되는 노동자들은 일자리 상실의 공포 때문에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며, 경쟁은 노동자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이런 의미에서 노동자들 간의 경쟁은 일자리 공포를 공유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연대는 일자리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다. 노동사회에서 노동운동은 역설적으로 노동자들의 생활세계를 국가와 자본의 지배하에 방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 구조 속으로 투항시키고 있다.


누구나 노동을 해야 한다는 윤리규범은 개인의 정체성을 ‘노동하는 인간’으로 구성한다.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전적으로 개인적이고 주체적인 것으로서의 노동은 노동윤리를 통해 타율의 범주 속으로 편입된다. 노동이 타율의 범주에 포함되면서 인간의 신체활동인 노동이 그 주체인 인간을 소외시키며, 급기야 노동을 하지 않는 실업이 인간을 소외시킬 정도로 노동은 개인에게 내면화되고 있다. 경쟁적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획득한 개인은 일자리가 갖는 상징성이 부여하는 일종의 상징자본(symbolic capital)을 소유하게 된다. 인간이 노동으로부터 획득하는 것은 임금 뿐 아니라, 일자리 자체가 갖는 상징성이다. 현대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는 임금이 높거나, 상징가치가 높은 일자리이다. 굳이 보드리야르(Baudrillard, 1991)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개인이 시장에서 소비하는 것은 생물학적 효율성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음식물과 잠자리일 뿐 아니라, 그러한 상품에 부여된 상징이기 때문이다. 노동이라는 매개물 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하는 현대의 인간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빼앗겼을 때 심각한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 상징소비는 개인화된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의 실존적 인정투쟁이다.


2017년 1월 19일 심상정이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기치로 정의당 대통령후보 경선출마를 발표했을 때 한국 진보정파의 현실적 한계가 어디인지 드러났다. 심상정은 노동개혁을 새로운 정부의 제 1의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선언하면서 “모든 사람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누구든 노동을 통해서 자아실현을 하고 자신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받을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그리고 이 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인의 1호 공약은 81만개의 일자리를 공공부문에서 만든다는 것이었다). 물고기와 물고기 잡는 법, 행복과 행복에의 추구 사이에서 한국의 진보정파가 차라리 길을 잃은 것이었기를 바라지만, 실상은 노동사회 패러다임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명백히 천명한 것으로 밖에 판단할 수 없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말은 모두가 지지하는 시대적 교리가 된 듯하다.   


노동사회의 특성은 복지국가의 체제 내부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복지국가가 임금노동을 사회조직화의 기본 전제로 삼는다는 점, 복지국가의 제도적 급여들이 임금노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복지제도의 수급자와 납세자 모두 노동시장에 참여하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복지국가는 노동사회의 특성을 복제한다. 노동시장정책은 물론, 고용과 임금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보험체계, 열등처우원칙이 관철되는 공공부조, 비공식 영역을 합리화함으로써 돌봄을 (재)상품화하는 사회서비스제도 모두 노동사회의 특성과 조건을 강화하는 프로그램들이다. 시장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일자리에 따라 구성되지만, 복지국가체제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수급권의 종류와 여부로 구성된다.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 취준생으로 불리던 개인은 기초생활수급권자, 의료보호대상자, 장기요양 3등급으로 불리며, 급기야 사회보장급여 발굴대상이 된다. 발굴이라니. 


다니엘 블레이크의 가난한 장례식은 동네 사람 몇 명만 참석한 가운데 아침 아홉시에 시작됐다. 이웃이었던 케이티는 다니엘이 작성했던 상병급여 이의신청서의 내용을 유언처럼 읽는다. “나는 의뢰인도, 고객도, 서비스 이용자도 아닙니다... 나는 사회보험번호도, 컴퓨터 스크린의 점도 아닙니다... 나는 자선을 받아들이거나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시민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는 영국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다니엘과 사회복지공무원의 갈등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은 개인과 체제, 시민과 국가의 충돌에 관한 것이다. 영화는 개인은 선하고 정부는 악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영화가 하는 말은 복지국가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제도에 의한 개인의 소외, 그리고 소외에 대한 개인의 인정투쟁에 관한 것이다. 다니엘은 스코틀랜드에서 이주해 온 가난한 싱글맘 케이티에게 말한다. “존엄함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오.”


복지국가는 새롭게 등장하는 다양하고 개별적인 사회 문제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확장해왔다. 사회문제가 제도의 불완전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은 약이 없어서 병이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회복지정책 관료들과 학자들의 마음속에는 습관처럼 ‘사각지대’가 자리 잡고 있다. 어떠한 제도도 완전할 수 없기에 모든 제도에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래서 사회문제를 제도의 사각지대로 파악하는 것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지 못하며, 제도 자체의 확장성과 지속가능성만을 지향할 뿐이다. 사각지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의 틀이 아니라,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틀이다. 복지국가의 제도적 확장이 사회문제를 모두의 보편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국가의 책임과 권한을 통해 집합적으로 대응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자체의 완결성에 대한 믿음과 집착으로부터 발생하는 개인의 소외와 이에 대항하는 인정투쟁은 역사적 복지국가의 다른 얼굴이다. 

 

노동자의 시간: 노동과 여가의 이분법

2012년에 손학규가 ‘저녁이 있는 삶’을 외쳤을 때, 사람들은 그 말의 의미를 성찰하기 보다는 문학적 감성에 취했던 것 같다. 우리에게 언제 저녁이 없었던가? 어떤 대기업이 노동시간을 아침 일곱 시에서 오후 네 시까지로 정했을 때, 노동자들은 늘어난 저녁에 괴로워했다. 저녁은 늘었지만 새벽이 줄었기 때문이고, 늘어난 저녁에 할 일도, 그 시간을 충실히 떼울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노동자의 시간은 아침과 저녁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는 시간과 노동하지 않는 시간으로 나뉠 뿐이다. 노동하는 시간은 자신으로부터 분리시킨 노동을 팔아 임금을 버는 시간이고, 노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다음 날 내다 팔 노동을 만드는 시간이다. 세상에 이처럼 강고한 이분법은 없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의 주인공 모모는 이탈리아 어느 도시에서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사람들과 싸운다. 회색양복을 입은 신사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희한한 계산법을 보여주며 시간을 저축하라고 한다. 자신들에게 시간을 맡기면 이자에 이자를 붙여 나중에는 엄청난 시간을 쓸 수 있다고 속이는 회색양복 신사들에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기꺼이 맡기고 있었다. 시간을 저축하면 더 부유해지고 행복해질 거라고 믿었던 마을 사람들은 오히려 시간을 저축할수록 바빠졌고 불행해졌다. “사람들은 시간을 저축할 때마다 다른 것을 잃는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무도 인생이 점점 가난해지고, 더 어두워지고 단조롭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삶 그 자체이며, 삶은 인간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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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생활세계는 노동하지 않는 시간(여가, leisure)에 만들어진다. 형식논리상 여가시간은 노동을 재생산하는 시간이다. 산업주의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는 여가마저 소비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노동사회에서 소비는 생산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소비시장에 편입된 여가는 상품과 서비스의 형태로 교환되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노동을 만들어낸다. 좋은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들은 시장화된 여가영역에서 여가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소외를 극복하고 노동을 재생산할 수 있지만, 저임금 일자리 노동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저임금 노동자들이 여가소비를 통해 노동을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임금을 벌어야 한다. 노동자들의 선택은 장시간 노동이다. 이 때 임금은 늘어나지만 시간이 줄어든다. 장시간 노동으로 여가시간을 적게 확보할 수 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시간빈곤(time poverty)에 시달리게 된다(노혜진, 김교성, 2010).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주인공 애라는 신입사원 면접에서 자신에게 질문이 주어지지 않자 “제 소개를 할 준비를 해 왔는데 지금 해도 될까요?”하고 묻는다. 면접관은 거의 빈 칸뿐인 애라의 이력서 끝을 잡고 흔들며 “25번! 여기 있는 사람들의 시간은 금입니다. 이 분들의 시간을 뺏으려면 자신의 시간부터 스펙으로 채웠어야죠.”라고 말한다. 애라의 눈동자는 힘없이 풀리며 흔들린다. “저는... 시간이 없었습니다.”  


시장에서 노동을 교환하지 못한 노동자는 재생산노동 시장에 진입한다. 이들은 자신의 여가를 소비하는 대신 타인의 여가소비를 위한 노동자가 된다. 개인이 지출할 수 있는 여가소비 비용은 자신의 임금을 초과할 수 없기 때문에 여가시장에 고용된 노동자의 임금은 생산시장에서 임금을 벌어들이는 노동자의 임금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 재생산영역에서의 일자리는 돌봄 등 주로 사회서비스 노동이 차지한다. 복지국가의 사회서비스전략이 이 부분에 집중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 등 제3자 지불방식에 의해 임금이 지급되는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논리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허망하다. 재생산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다. 노동을 재생산하는데 실패한 노동자들은 노동빈곤층(working poor)이 되거나, 노동시장 주변부에서 항상적 불안에 시달리는 프리케리아트(precariat)가 된다. 


버트란드 러셀이 유명한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In Praise of Idleness)』에서 하루 4시간 노동을 주장한 것은 1932년이었다. 당시 영국의 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에서 15시간까지 노동을 해야 했으며, 한편으로는 극심한 실업난을 겪고 있었다. 노동시간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어서 실업자들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이 더 많은 여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러셀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는 현재도 그대로 유효하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남는 시간이 허비될 것이라는 생각은 노동자들에 대한 부자들의 편협한 윤리적 태도 때문이라고 러셀은 주장했다. 보드리야르(Baudrillard, 1991)가 현대사회에서 시간 ‘낭비’의 불가능성이 인간의 비극이라고 지적한 것과 일치한다. 생산을 통한 이윤창출만이 바람직한 행위라는 관념은 러셀의 20세기 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노동은 바람직하지만, 노동자들이 영화를 보는 것은 나쁘다는 것이다! 노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아무것도 생산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윤리적 규율을 만들어 낸다. 시간을 아껴서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모모』의 마을 주민들이 시간을 저축할수록 삶이 더욱 피폐하고 단조롭게 되는 것을 겪었듯이, 시간을 아끼는 것은 삶을 줄이는 것이다. 시간이 곧 삶이다. 


생활세계의 탈환: 탈노동과 생산력 복원

산업자본주의 이후의 빈곤은 개인의 생존과 삶의 조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생산력을 시장에 위임하여 소비의 대상으로 전환하고, 가족과 지역은 소비-공동체로 전락한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가족과 지역에 유보되어 있던 돌봄과 생산력이 시장에 위임되면서 생산과 소비는 완전히 분리되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분리되었으며, 생산하는 장소와 소비하는 장소도 분리되었다. 이때 생산과 소비의 관계는 소비를 위한 생산이 아니라, 생산을 위한 소비가 된다. 인간의 삶과 복지수준은 온전히 소비능력에 의존하게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생산과 소비의 인격성은 소멸된다. 맥도날드방식(McDonaldization)은 더 이상 패스트푸드 업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식품과 의복, 주거, 그리고 사회서비스 공급에 이르기까지 표준화된 생산체계와 규격화된 질 관리, 그리고 광역 물류(전달)체계가 철저히 관철된다. 


노동사회에서 노동과 여가로부터 소외된 개인은 생산과 소비과정에서 역시 소외된다. 인간의 실존적 자아정체성이 구성되고 삶의 행위와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생활세계는 노동과 사회적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제도의 관료행정이 구성하는 상징세계(symbolic world, 체계)에 의해 식민화된다. 상징세계는 합목적적 경제이성(Gorz, 1999)에 근거하여 인간의 행동을 효율성 관점에서 통합하고자 한다. 한편, 생활세계는 개인의 행위를 구성원 간의 공유가치와 상호이해를 통해 조직함으로써 동일성을 유지한다. 사회복지의 사명은 개인으로 하여금 ‘노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행복에 이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통해 조직화되고, 노동윤리에 의해 규율되는 사회체제와 지배 패러다임을 변혁함으로써 경제이성에 의해 지배되는 상징세계로부터 생활세계를 탈환하는 것이다. 


생활세계의 탈환은 시장에 위임된 개인과 가족의 생산력을 복원함으로써 내면화된 타율노동으로 부터의 해방을 의미한다. 생산력 복원은 노동을 통해서 얻은 임금을 소비함으로써 개인의 복지를 이룰 수 있다는 신화를 전복하고, 인간 간의 상호의존과 지역 내에 배태되어 있는 역량에 대한 믿음을 조직화하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복지국가가 노동의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of labor)를 지향했다면, 새로운 복지체제는 사회의 탈노동화(delaborization of society)을 지향한다. 탈노동은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이 임금노동에 의존하는 정도를 급격히 줄이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시간을 줄어야 하며, 상대적으로 여가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노동시간 감소는 필연적으로 임금감소로 이어지지만, 늘어난 여가를 통해 복원되는 생활세계의 생산력이 임금상실분을 상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국가는 완벽하게 통제된 기술사회를 지향해 왔지만, 새로운 복지체제는 해방된 사회를 지향한다. 새로운 복지체제 하에서 국가의 역할은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 자유를 평등하게 분배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들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비화폐적 교환의 활성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충분한 수준의 기본소득 지급, 재화의 공유범위 다양화, 사회적 경제 등 시민사회의 자발적 경제결사체 활성화 등이 주요 정책 이슈가 될 것이다. 

 


1) 영화에서는 고의로 행복의 철자를 happyness로 틀리게 썼다.

2)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독립선언문에서 “생명(life), 자유(liberty), 행복에의 추구(pursuit)를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고유하고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로 규정하고, 정부는 이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썼다.

 

<참고문헌>

노혜진, 김교성(2010) “시간과 소득의 이중빈곤,” 『사회복지연구』, 4(12), 159-188.
Aronowitz, S. and J. Culter(ed.) 1998. Post-work: The Wages of Cybernation, New York: Routledge.
Aronowitz, S. and W. DiFazio, 1994, The Jobless Future: Sci-Tech and the Dogma of Work,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apolis Press.
Heide, H., 강수돌(역) 2009.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 자본의 내면화에서 벗어나기』, 서울: 이후.
Ferguson, J. 조문영(역) 2015, 『분배정치의 시대: 기본소득과 현금지급이라는 혁명적 실험』, 서울: 여문책.
Baudrillard, J. 이상률(역) 1991,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서울: 문예출판사
Gorz, A. 1999, Reclaiming Work: Beyond the Wage-Based Society, Cambridge: Polity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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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4년차 보건복지예산(안)의 기조

 

정부의 보건복지예산(안)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포기하고 공공부조 현상만 유지하는 것임. 보육 및 제반 돌봄 서비스 등 사회서비스 전반의 축소 기조이며 잔여적 복지체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표1-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 정부 4년차인 2016년도 사회부문(보건・복지・고용) 예산은 기금 포함 122조 원으로 편성되었다. 이는 2015년도 대비 6.4% 증가한 규모이나 2010년에서 2015년까지 평균 증가율 8.4%보다 2%p 낮다. 보건복지예산안 중 사회보험 기금을 제외한 일반회계 예산은 ‘15년 추경대비 △3.0%(△1조 230억 원) 감소한 32조 9,160억 원이다<표1-2>. 기초생활보장의 개별급여 항목인 주거급여 및 교육급여 예산 1조1546억 원(주거급여 1,009,960백만 원+교육급여 144,646백만 원)을 합산하여도 전년대비 증가율은 0.4%(1,316억 원)에 불과하여 교육 및 주거급여 예산을 포함한 기초보장분야 예산 증가율 6.4%와 사회보험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절대적 감액 또는 실질적 감액이 이루어졌다. 한마디로 기초연금이나 의료급여 등 의무지출예산의 자연증가분에도 턱없이 부족한 실질적인 복지축소 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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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예산안은 지난 8년 동안 보수정부 하에서 진행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화의 핵심인 (1)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를 통한 시장의 역할 확대, (2)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및 공공책임성 방기, (3) 가족의 역할 강화로의 기조를 더욱 강화한 예산안이다.

 

선별적 소득보장체제의 공고화

 

기초생활보장 제도를 욕구별 맞춤형 개별급여 체제로 전환한지 2년차가 됨에도 2016년 예산안은 2015년 9조2,649억 원보다 5,525억 원 감액된 8조 7,124억 원으로 편성되어 비수급 빈곤 사각지대 해소는 요원한 실정이다.

 

생계급여기준선이나 의료급여기준선이 모두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하여 종전 최저생계비보다 높게 설정되었는데도 2016년도 예산안에서도 수급자 수가 정체되는 것을 기초로 예산 편성을 하고 있다. 결국 2016년 기초생활보장 예산으로는 ‘세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공공부조의 핵심적 문제인 비수급빈곤층 문제를 완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예산은 3.8% 증가하였으나 기초연금 수급 노인 16만 7천 명 증가(수급자수 3.6% 증가)에 기준연금액 증가(1.1%)조차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65세 이상의 노인의 70%를 하회하는 대상자들에게 국한하여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현실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부의 기초생활보장제도 및 기초연금 예산은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포괄하고, 중간계층 이상의 시민들의 노후보장은 공적 사회보장에서 배제하는 선별적 복지의 기조를 분명히 하는 예산이다.

 

사회서비스의 공공책임성의 악화 및 시장화 지속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의료시장화(상업화)와 민간 중심의 돌봄서비스 정책이 있다.

 

아동 돌봄으로 대표되는 보육예산에서 가정양육지원사업 및 시간제 보육이 확대되는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또한 노인예산 중에서 공공노인요양시설확충 예산의 감축을 통하여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강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의 지방자치단체 사회보장 제도 폐지·축소 심의 조정을 통한 지역복지의 축소

 

올해 박근혜 정부는 중복적인 복지제도의 정비와 지역 간의 복지 형평성 및 지방재정 절감 등을 명분으로 사회보장기본법상의 보건복지부장관의 지역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협의권과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권을 적극 행사하고 있다. 지난 8월 11일 사회보장위원회의 의결로 전국 지자체의 자체 사회보장사업 5,891개 중 중앙정부 사업과 유사・중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496개 사업, 9,997억 원 규모의 지역별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전국적으로 하달한 것이다.

 

또한 올해 9월 30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사회보장위원회의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에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해당 자체사업에 소요된 예산만큼 교부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조문을 신설하여 지역복지 제도의 폐지・축소 강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에서 실시하는 미흡한 사회서비스 제도를 지역 특성에 맞게 보완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을 정부가 강제로 축소・폐지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2016년도 사회보장위원회 분야 예산은 전년도 대비 110%로 크게 인상되었다<표1-3>. 이는 박근혜 정부가 사회보장위원회를 내세워 2015년도 하반기부터 추진하고 있는 중앙정부 강제하의 ‘지역복지 폐지・축소 및 전국적 하향 평준화’의 정책적 기조는 더욱 확대되고 가속화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따라서 반복지적 기능 확대에 투입되는 사회보장위원회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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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도 예산(안)을 통해 본 한국 복지체제

 

한국 복지체제는 공적역할을 제한하고, 시장의 역할을 확대하는 잔여주의적 성격의 복지가 강화되고 있다. 현 정부는 시민들의 연대를 통해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할 기회를 차단하고, 각자 도생하는 길을 재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취약계층 중 일부에게만 선별적인 공적복지를 제공하고, 비취약계층은 각자의 능력에 따라 자신의 위험에 대한 대비를 시장을 통해 담보하는 체제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보수정권의 의도는 보편적 복지체제를 위한 사회적 연대의 근간을 불가역적으로 해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2016년도 사회보장기본법상의 지자체에 대한 사회보장사업 관련 보건복지부의 협의권 및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권행사와 불이행시의 지방교부금 삭감이라는 재정적 강제수단을 통하여 지자체 차원의 사회보장제도를 대폭 폐지・축소하는 정책 기조가 더욱 강화되어 전반적인 복지축소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우려된다. 이는 보편적 복지의 강화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한국 복지체제의 잔여주의 체제가 공고화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화, 2015/11/1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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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불온대장정 2기

 

그들이 돌아왔다. 국가폭력이 휩쓸고 간 수많은 장소들. 불온한 20대 청년들이 함께 가서 희망과 연대의 마음을 전파한다! 

 

모집인원 : 20명


지원자격 : 매우 불온한 20대 (만28세 이하)


활동기간 : 8/14~8/17 (총 3박4일)


활동일정 :  * 대장정 전, 총 3회의 사전프로그램 진행(직접행동 작당모의)
                  ⇒ 8/7, 8/9, 8/13 저녁7시 참여연대에서 진행(추후 공지)
1. 용   산 : <무한랜드 철가면레이스> 용산화상경마장 연대방문
2. 오   산 : <당신들의 어메이징 그레이스> 오산 미군기지 탄저균 관련 활동
3. 청   도 : <살매 새순> 청도 삼평리 투쟁현장 농활
4. 고   리 : <저, 고리 벗자> 부산 고리원전 관련 활동
5. 안   산 : <잊지않을게> 안산 416 기록저장소, 단원고, 합동분향소, 유가족간담회 진행
(방문장소는 추후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참가비용 :  10만원 (만 28세이하) : 내일로열차권 + 3박4일 숙식제공 + 단체티
             
접수방법 : (참여연대 홈페이지 참조 www.peoplepower21.org)
                 1. 신청서 쓰러가기!를 클릭, 작성
                 2. 참가비 입금! (국민은행 995701-01-057713 예금주 : 참여연대)
                 3. 접수완료 되면 개별 연락

 
접수마감 : 2014. 8. 6(목) 자정까지 (선착순 마감)
 
문     의 :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이정민 간사 02) 723-4251  

금, 2015/07/1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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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 진단 긴급좌담회

이 걸로는 해결 안된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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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도]

12/10일 정부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개최하여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심의, 확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사회적 불평등, 성차별에 대한 문제인식은 배제한채, 저출산의 원인을 만혼 및 비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바, 이는 전통적 가족 개념에 기반한 시대착오적인 측면이 있음. 특히 저출산 극복 대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할 우려가 있는 노동개혁을 내세우고, 주거대책, 돌봄, 일가정 양립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현실반영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49.6%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음에도 정부는 고령화 대책으로 주택연금 및 개인민간보험 활성화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노인연령 기준 재검토 계획을 언급하고 있어 차후 사회보장제도 퇴행 및 노인복지 축소가 우려가 됩니다. 이에 정부의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대하여 각 영역별로 평가를 하는 긴급좌담회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개요]

- 일시 : 2015년 12월 18일(금) 오전10시~12시

- 장소 : 참여연대 아름드리홀(2F)

- 주최 : 참여연대

 

[진행안]

사회자 : 김남희(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 총괄평가 : 윤홍식(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일자리 및 청년고용 : 정준영(청년유니온 정책국장)
 - 주거지원 : 임경지(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 보육•여성 : 박차옥경(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 노인돌봄 : 최혜지(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노후소득보장(연금) : 주은선(경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 종합토론

 

[문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02-723-5056 [email protected])

화, 2015/12/1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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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근거도 없이 100만원 넘은 입학금
미취업자를 더욱 서럽게 만드는 졸업유예 등록금

 

입학금·졸업유예제 개선 고등교육법 개정안 청원 제출
입학금은 실비만 징수 · 졸업유예 등록금 강제 금지하는 내용 담아

 

 


1. 반값등록금국민본부/청년참여연대/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는 산정근거 없이 계속 인상되고 있는 입학금과 미취업자에게 부담을 안기는 졸업유예 등록금 강제를 개선하는 고등교육법 개정 법률안을 청원 제출(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소개)합니다. 대학과 교육부는 학생들에게 편법적으로 비용을 강제하는 입학금을 즉시 폐지·인하하고, 졸업유예제 등록금 강제를 중단하여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덜어야 할 것입니다.

 

2. 최근 대학생들에게 입학금은 커다란 부담감으로 와 닿고 있습니다. 고려대와 동국대는 입학금을 100만원 넘게 받고 있습니다. 전국의 4년제 사립 대학교 134 곳 중 입학금을 90만 원 이상 받고 있는 학교는 37개(27%), 70만 원 이상은 108개(80%)에 달합니다.

 

3. 우리나라 대학들의 입학금 수준은 미국, 중국 대학과 비교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수업료가 상당히 비싸다고 알려진 미국의 IVY 리그 명문대라 하더라도 입학금이 연간 수업료 대비 2%를 넘지 않고, 중국의 명문 대학들도 3% 내외를 넘지 않는데, 우리나라의 일부 대학은 14%에 도달하고 있습니다.


4. 가장 큰 문제는 이렇게 과도한 입학금의 용도와 산정 근거가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홍익대학교 2015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학생위원 측이 입학금 산정 근거에 대한 자료를 요청하였으나 학교 측 위원이 “관련 법규는 없다.”라며“신입생들은 과거 선배들이 이룩해 놓은 여러 가지 유무형의 혜택을 받는 것이므로 입학금을 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5. 홍익대학교 측은 아무런 산정근거도 없이 입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입학금 이라는 단어에서 보이듯이 입학 관련 사무에 필요한 비용으로 충당하고 그 남는 비용은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한데도 아무런 산정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입학금을 정해두고 있는 것입니다. 홍익대는 입학식·신입생의 전산등록·학생증 발급·학교 안내 책자를 지급하는데 정말 신입생 1명당 99만6천원이나 든단 말입니까?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학교 측의 태도는 홍익대뿐만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일반적인 풍토인 것입니다.

 

6. 한편, 졸업유예제 또한 편법적으로 학생들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수단입니다. 대학 9학기 이상 재학생들은 2014년 12만 명에 달하고 이중에서도 취업이 안 되서 부득이 졸업유예를 한 학생만도 2만 5천명에 달합니다. 미취업을 이유로 졸업유예를 한 학생들이 낸 졸업유예 등록금 규모만 해도 56억 원이나 됩니다.

 

7. 대학생들이 졸업 후 사회에 당당히 진입하여 기술을 연마하고 숙련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그리고 취업난으로 인하여 대학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우리 사회가 그 청년을 더욱 배려해주고 원활한 사회 진입을 위하여 도움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대학은 학생들의 미취업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학생들의 어려움을 틈타 졸업유예 등록금 납부를 강제하고 있습니다. 졸업유예 제도를 실시하는 대학 중에서 등록금 납부 강제 대학이 2013년 35.5%에서 2014년 62.2%로 늘었습니다.

 

8. 이러한 대학들의 졸업유예 등록금 납부 강제에는 교육부도 그 책임을 갖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대학구조개혁 평가 중 재학생을 기준으로 교육환경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졸업유예생들도 재학생으로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불이익을 피하고자 졸업유예생들에게 등록금 납부를 강제하여 졸업으로 유도하고 있습니다. 연쇄적인 피해를 막으려면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평가 할 때 졸업유예생 산정으로 인한 불리한 지표 반영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9. 반값등록금국민본부/청년참여연대/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는 최근 학생과 학부모님들께 커다란 부담이 되어버린 입학금과 졸업유예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의 소개로 청원 제출합니다. 입학금 개선 법안은 입학금의 운영이 학교 일반 회계에 산입되어 구체적인 입학 실비를 가늠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입학 관리에 소요되는 실비 상당액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하였습니다.졸업유예제 개선 법안은 졸업이수학점을 취득하고 수업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에게 대학교가 등록금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교육부가 대학 구조개혁 평가 등 학교 지표를 평가할 때 졸업유예 학생의 유무가 불리한 지표로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10. 반값등록금국민본부/청년참여연대/참여연대민생희망본부 교육부와 대학 측에 입학금 폐지 또는 인하와 졸업유예 등록금 강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를 위하여 캠페인 및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며 특히 청년참여연대는 입학금의 산정근거와 지출내역이 어떻게 되는지 대규모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할 것입니다. 끝.


▣ 별첨자료 
1. 입학금 개선 법률안(고등교육법 개정안)
2. 졸업유예제 개선 법률안(고등교육법 개정안)
3. 2015년 대학 입학금 현황 (출처 : 대학교육연구소)

수, 2015/11/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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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도입의 함의와 쟁점 1)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한국 아동의 삶이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다. 2013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동이 직접 평가한 삶의 질이 한국의 경우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아동 삶의 질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지표인 10대의 자살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인 것은 사실과 다르지만2) 사안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10-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인 점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에서도 아래 <그림 2-1>에 정리된 바와 같이 십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2013년 기준으로 10만 명 당 8.2명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1990-2013년까지의 청소년 자살 자료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전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1990년 6.1명에서 2000년 6.4명, 그리고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에는 8.4명으로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동이 매우 현실적인 삶의 위기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아래 <그림 2-2>에 제시된 바와 같이 OECD 평균 가족지원정책에 대한 공적지출이 2011년 현재 2.5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OECD 전체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최하위 수준인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족지원 정책에 대한 공적 지출은 그 총량에서뿐만 아니라 지출구조에 있어서도 다른 국가들과 상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지원 정책은 세제혜택, 사회서비스 제공, 그리고 현금 급여 등의 급여 방식을 채용하며 이들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적으로 전체 가족지원 공적 지출금액의 약 53%를 이루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현재 OECD 최하인 4%에 불과한 반면 사회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지출규모는 역시 OECD 최고 수준인 77%에 이르고 있다 (OECD 평균 37%). 이와 같은 극단적인 수치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가족지원 정책이 그 총량 차원에서 매우 빈약할 뿐만 아니라 공적 지출의 구조면에서도 매우 불균형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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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현재 제도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에 대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도입의 의의 및 기대효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아동수당과 복지국가 - 아동수당의 정의와 필요성

 

아동수당(children’s allowance; child benefit)은 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개별 아동을 기준으로 가족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가족수당(family benefit; family allowance)이라 불리우는 경우도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에 대한 양육을 조건으로 별도의 자격여건에 대한 조사(means test) 없이 양육비(의 일부)를 급여의 형태로 보호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가족이 아동을 양육하면서 성공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아동수당 제도는 아동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책으로서 아동정책 및 가족 정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아동수당의 개념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부양자녀가 있는 피고용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아동수당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장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아동의 복지를 향상할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아동수당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뉴질랜드는 1926년 아동수당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가 되었으며, 초기에 유럽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되다가, 1949년에 영국, 핀란드, 프랑스, 독일, 캐나다를 비롯한 27개국으로 확산되었고, 1967년에 65개국, 그리고 2006년 현재 전 세계 92개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아동수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과 시행은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과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의 이론적 기반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베버리지는 아동수당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아동 양육에 대한 국가지원의 보편성과 보장수준은 아동 양육에 대한 해당 복지국가의 책임분담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은 일찍이 아동을 키우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을 지급해오고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을 다음 세대 노동력으로써 사회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국가의 주요 기초생활보장 정책의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제공되어 왔다. 

 

아동수당의 도입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동수당이 노령, 의료, 실업, 산재 연금과 더불어 5대 사회보장 프로그램 중 하나이면서도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1차 분배의 실패에 대한 노동 계급의 리스크 보호라는 특징이 약하다는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3)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은 그 도입부터 아동의 기초생활보장이라는 정책적 측면과 더불어 ‘가족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남성 생계 부양자에 대한 공적 부조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수급자로 정했다는 점에서’ 4) 가족 수당은 가족 내에서 행해지는 무급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성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5) 영국에서 가족수당의 도입을 위한 사회 운동이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주도된 점은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6) 

 

아동수당제도의 필요성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자녀양육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보조함으로써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보장한다는 아동권리 실현의 측면이다. 둘째, 자녀가 없는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지출비용의 규모가 큰 자녀가 있는 가구에로의 소득 이전을 통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아동이 있는 가구에 대한 보편적 소득보장의 제도적 특성에 따라 빈곤가구 위주의 선별적 정책에 비해 사회통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여성의 무급 돌봄 및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통해 여성지위향상의 의미가 있다. 다섯째,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 강조에 따른 출산율장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전통과 다양한 도입 배경 및 효과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아동수당은 20세기 후반 서구 복지국가의 위기를 겪으면서 일정한 부침을 경험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아동의 건강하고 안전한 발달과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안정적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정책으로 운용되고 있다. 아동수당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동양육이라는 조건 외에 소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고려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이 사회부조적 성격이나 고용연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국가별 아동수당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고찰하고자 한다.

 

타국가의 아동수당 사례

 

아동수당 제도는 급여자격요건, 재원조달 방식, 지급기간, 재정 지원 규모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재정부담에 있어서 국고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용주와 국가가 공동분배하는 방식의 활용도 상당수 국가에서 발견된다. 지급대상 아동의 연령과 대상아동 구분의 측면에서는 최저 15세에서 최고 19세까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첫째 자녀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둘째 자녀부터 지급함으로써 아동수당의 출산장려 성격을 강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급여수준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첫째 아이의 경우 아동 당 최소 약 $120에서 많게는 $200불이 넘게 지불하고 있다. 

 

한국 기존 정당 및 제도정치권내 아동수당 정책 논의 현황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의원은 연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가정(기초생활보장법 기준 중위소득의 2배)의 만 0~12세 아동 554만 명에 대해 연령에 따라 10만 원~30만 원을 차등지급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이상 가구는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금 대신 거주지 주변 골목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이 다르지만 대상 아동이 많은 만큼 연간 1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의원은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통합세(아동수당세법) 도입을 주장했다. 아동수당법과 마찬가지로 아동수당세법을 대표발의 한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세법은 목적세로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과표 200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 상속세와 증여세, 개별소비세 중 사치품목에 대하여 일정비율만큼 아동수당세를 부과한다는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약 8.5조 원에서 9.5조 원의 재원이 마련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개인들에 대해서는 초고소득층의 불로소득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 상속세는 전체 상속자의 2%, 증여세는 증여자의 46%만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상위 10%의 실효세율은 18%~22%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과 증여에서 일정 부분을 아동수당세로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하여 김병관 청년 최고위원은 “현재 51개국은 기업이 아동수당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적정인구와 활발한 소비가 뒷받침 되어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아동수당정책이 곧 친기업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현재의 보육체계를 유지한 채 0세~만 6세 미만 아동 약 274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월 1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육·육아 학비지원, 가정양육수당 등 기존 제도는 현재대로 유지한다는 방침 아래 3조 3,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국민의당은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의당

정의당은 지난 2016년 9월 20일 심상정 의원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의 부분적 실시를 제안하면서 0-5세 아동에 대한 기본소득 제공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원칙적 수준에서 제안하였을 뿐 구체적 지급액, 지급기준, 재원 마련과 관련한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표안)는 만 0~15세 아동 770만 명을 대상으로 기본급여로 월 30만 원, 추가로 소득 하위 50% 이하 만 0~6세 아동에게는 월 15만 원의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요 재원은 무려 연간 27조 2,700억 원(기본 아동수당 25조 3,000억 원, 추가 지원 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봉주 교수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보육예산(13조 원)을 활용하고 부족분은 특수목적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대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보육 · 육아 학비지원, 가정양육수당 등 기존 제도는 아동수당으로 단일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동수당 관련 쟁점들

 

아동수당과 출산율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과 관련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으로라도 아동수당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으로서의 아동수당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일관된 근거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7) 아동수당이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당연한 얘기지만 인구정책으로서의 아동정책에 대해 국내 자료를 이용한 실증적 논의가 거의 없는 상태이며 이와 관련한 논의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의 연구들 중에는 아동수당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있는 반면 8) 다른 연구들에서는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출산율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있다. 9) 이렇게 일치되지 않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로부터 다음의 사항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이 보편적인 수준에서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의 유의미성은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아동수당이 계층에 따라 다른 수준의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Riphahn & Wiynck (2016)은 아동수당이 상대적으로 고수입 부부들이 둘째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10) 또한 Gonzalez (2011)는 아동수당이 전반적으로 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산모가 출산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연장함으로써 가족의 안정성과 전반적 안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11) 

 

이상의 논의들은 주로 이미 아동수당을 도입 및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아동수당의 급여액을 조정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수당 도입을 최초로 시도하는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던지는 함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아동수당의 도입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과 기타 보육정책과의 관계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보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보육료지원정책과 가정양육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제도의 목적에서부터 수급 대상에 이르기까지 아동수당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지만 가정양육수당의 경우는 0-5세라는 제한된 연령층에 한해 보편적인 아동에 대한 현금성 급여라는 측면에서 중복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동수당의 도입과 더불어 기존 무상보육 정책은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동일한 현금성 급여인 가정양육수당제도는 아동수당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육정책의 경우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과 유치원의 획기적 확대, 보육 및 유아교육 종사자의 신분강화 및 처우개선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되, 보육료지원의 경우는 도입되는 아동수당의 수준에 따라 지원의 규모와 성격(전면 무상 vs. 차등형 지원)에 있어서 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육정책의 측면에서 아동수당의 도입과 관련하여 한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이 우파적 기본수당 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기존의 공적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해체하고 보육과 같은 주요 사회서비스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12) 이와 같은 주장은 결국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통한 서비스 질의 개선이라는 주요한 정책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육시장의 공급자 중심성을 강화함으로써 시장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아동수당 도입의 정책적 효과성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타: 지급기준 및 방식, 급여지급대상, 적정급여액의 문제

지급방식의 측면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고려없이 (no means test)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이 사회부조적 성격이나 고용연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아동인권보장, 사회통합, 여성인권향상 등 아동수당의 정책적 기대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급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여지급대상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무교육연한에 해당하는 시기까지를 급여지급기간으로 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경우 중학교 졸업시기인 만 15세까지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고등학교까지 대부분의 아동들이 학교를 다니는 점과 이시기에 사교육비 등 양육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학교에 다니는 아동에 대해 선별적으로 만 17세까지 지급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적정급여액의 경우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족급여의 지급수준을 아동 1인당 임금의 3%로 권고하고 있다. 13) 이와 같은 권고액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급여 264만원의 3%인 약 8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반면 2006년 OECD 국가의 아동수당 규모는 아동 2명 가구를 기준으로 총소득 대비 7.7%, 가처분소득 대비 9.3%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2015년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하면 대략 아동 1인당 약 16만원에서 20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14) 이 외에도 소득공제제도, 비과세감면제도, 근로장려세제 등 기존 아동부양가구에 대한 소득보장정책과 병행할 것인지,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1) 이 원고는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토론회: 아동수당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어줍니다. (2016. 10. 26.)’에 발표한 필자의 발제문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6740
3)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4)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5) 윤홍식송다영김인숙. (2011). 가족정책: 복지국가의 새로운 전망. 공동체.
6)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7)  Riphahn, R.T., & Wiynck, F. 2016. Fertility effects of child benefits. CESifo Area Conference. Munich, Germany.
8)  Gonzalez, L. 2013. The effect of a universal child benefit on conceptions, abortions, and early maternal labor supply,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 5(3), 160-188.;  Cohen, A., Rajeev D., & Romanov, D., 2013, Financial Incentives and Fertility, Review of Economis and Statistics 95(1), 1-20.; Milligan, K., 2005, Subsidizing the stork: new evidence on tax incentives and fertility,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87(3), 539-555.
9) Crump, R., Goda, G. S., & Mumford, K. J., 2011, Fertility and the Personal Exemption: Comment, American Economic Review 101(6), 1616-1628.; Baughman, R., &  Dickert-Conlin, S., 2009, The earned income tax credit and fertility,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22(3), 537-563.
10) Riphahn, R.T., & Wiynck, F. 2016. Fertility effects of child benefits. CESifo Area Conference. Munich, Germany.
11) Gonzalez, L. 2011. The effect of a universal child benefit. Barcelona GSE working paper series 574.
12) Murray, C. (2016). In our hands: A plan to replace the welfare state. Washington, DC: The AEI Press. 
13)  최성은 외. (2009). 아동수당 도입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4) 최영. (2016). 한국형 아동수당제도 도입방안.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토론회-네번째, 국회.

 

목, 2016/1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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