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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낙동강 고라니야, 그 물을 마시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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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고]낙동강 고라니야, 그 물을 마시지 마오!

익명 (미확인) | 수, 2017/06/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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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짙어진 낙동강 녹조, 무방비로 노출된 야생동물이 위험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처장([email protected])

[caption id="attachment_179567" align="aligncenter" width="640"]낙동강가에 나온 고라니 한 마리가 녹조라떼 강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낙동강가에 나온 고라니 한 마리가 녹조라떼 강물을 그대로 마시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임아, 그 물을 마시지 마오!
"임아, 그 물을 마시지 마오" 낙동강가에 나온 고라니 한 마리를 보고, 기자의 입에서 무심결에 터져 나온 말이다. "임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임은 그예 물을 건너네. 물에 빠져 죽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 고조선 시대 백수 광부의 아내가 불렀다는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이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는 슬픔이 애절한 노래인데, 낙동강에서 물을 마시는 고라니 한 마리를 보면서 이 공무도하가 문득 떠오른 것이다. 녹조로 짙게 물든 낙동강과 최소 수심이 6m에 달하는 낙동강에서 본 한 마리 고라니가 강물을 마시는 자연스러운 장면이 왜 그렇게 위험하게 보였던 것일까? [caption id="attachment_179568" align="aligncenter" width="640"]녹조범벅 낙동강에서 녹조라떼 강물을 마시고 있는 고라니 한 마리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녹조범벅 낙동강에서 녹조라떼 강물을 마시고 있는 고라니 한 마리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첫째는 아무리 물을 좋아하는 고라니라도 최소 수심 6m의 강을 건너면 그대로 빠져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고, 둘째는 맹독성 남조류가 창궐하는 낙동강 물을 마시고 그대로 즉사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 것이다.  
5일 첫 관측 이후 더욱 짙게 드리워진 낙동강 녹조
고라니가 물을 마시던 그곳은 기자가 조금 전까지 둘러본 곳으로, 녹조 띠가 짙게 드리워져 한눈에 보기에도 그 물을 마시면 녹조 속의 맹독성 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 때문에 너무나 위험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caption id="attachment_179569" align="aligncenter" width="640"]녹조 파도 녹조라떼가 파도가 되어 들이치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녹조라떼가 파도가 되어 들이치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기자의 낮은 탄식과 달리 낙동강 고라니는 그 물을 오랫동안 마시고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그의 운명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어떻게 됐을까? 둔치 숲으로 들어가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되는 상상을 하는 것은 기자만의 예민한 기우일까? 어디 비단 고라니뿐이겠는가? 야생동물들은 강물을 마실 수밖에 없다. 인간들처럼 수돗물이나 생수 같은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닌 야생동물들에게는 강물이 생명수이고, 그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시기 위해 강을 찾는 것이 야생동물의 생리일 것이다. 그런데 그 강물이 녹조로 범벅이 되어 있다. 강 전체가 맹독성 남조류로 뒤덮였고 그 물을 마시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왜 이들이 이런 강물을 마셔야만 하는가?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기 이전에 수많은 야생동물의 식수원이기도 한 것이다. 그 '야생의 식수원'을 MB의 4대강 사업은 낙동강을 녹조라떼로 만들어놓고 만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179570" align="aligncenter" width="640"]녹조밭 속에 핀 노란꽃. 이쁜 자라풀이 녹조로 범벅이 되어 있다. 낙동강을 이지경으로 만든 MB에게 바치고 싶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녹조밭 속에 핀 노란꽃. 이쁜 자라풀이 녹조로 범벅이 되어 있다. 낙동강을 이지경으로 만든 MB에게 바치고 싶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오호통재라,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우리 인간들이야 이명박근혜 정부 하의 관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른바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수돗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노래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야생동물들에겐 웬 날벼락이란 말인가?  
MB가 만든 녹조, 야생동물들에겐 날벼락... 야생의 관점으로도 녹조 문제 봐야 한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강이, 강이 아닌 호수가 되었고, 그곳에서 창궐하는 맹독성 조류가 있다는 사실을 누가 일러줄 수가 있을 것인가? 4대강 사업의 최대 피해자가 야생동물들인 까닭이다. "낙동강 고라니야, 제발 그 물을 마시지 마오"라고 탄식하지만 이내 대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다. 물을 마셔야 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물은 녹조로 뒤덮인 물뿐이니 말이다. 이를 어쩔 것인가? [caption id="attachment_179571" align="aligncenter" width="640"]녹조띠가 융단을 이루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녹조띠가 융단을 이루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그동안 녹조 문제는 우리 인간의 관점에서만 다루어졌다. 그러나 어쩌면 이 시대의 최대의 약자들인 자연의 관점에서, 야생동물들의 관점에서도 녹조 문제를 봐야 한다. 시급히 수문을 완전 개방해서 녹조 문제를 해결하고 마음껏 그 강물을 안전하게 마실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이전처럼 강을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해야 한다. 깊어진 강은 야생동물들이 강을 건널 수 없게 만들었고 행동반경과 서식처를 절반이나 없애버린 결과를 초래한 때문이다.  
1'찔끔 방류' 후 녹조는 더욱 창궐 중
6월 1일 4대강 보의 '찔끔 방류' 후 낙동강 녹조가 6월 5일 처음 관측된 이후 계속해서 녹조는 창궐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녹조는 더욱 짙어지고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79572" align="aligncenter" width="640"]녹조 범벅이 되어 있는 낙동강ⓒ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녹조 범벅이 되어 있는 낙동강ⓒ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낙동강 녹조 첫 발견 후 9일째 되는 13일 대구 성서지역 주부 모임인 '행복학교' 학생들과 함께 나가본 낙동강은 녹조 띠가 더욱 선명해진 모습이었다. 강정고령보 상류에서부터 합천 창녕보의 영향을 받는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터까지 녹조는 선명히 피었다. "이런 물을 우리가 정수해서 먹는단 말이지요? 어떻게 이런 물을 먹을 수 있나요? TV 모니터나 컴퓨터로 보는 것보다 더 심각하네요. 오늘 나와서 보길 정말 잘했어요." [caption id="attachment_179573" align="aligncenter" width="640"]녹조가 짙게 핀 도동서원 앞 낙동강을 둘러보고 있는 행복학교 학생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녹조가 짙게 핀 도동서원 앞 낙동강을 둘러보고 있는 행복학교 학생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행복학교 한 주부의 탄식이다. 그들은 강바닥이 썩은 펄로 뒤덮이고, 그 안에서는 수질 최악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유충들이 득실거리는 현장도 목격하고 난 터였다. 대구 성서지역은 거의 100% 이런 낙동강 강물을 정수해서 마시니 그들의 걱정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국가가 하지 않으면 그들과 가족의 안전은 주부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학교 주부들, 더 늦기 전에 수문 활짝 열어라
"선생님 말씀처럼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이 문제를 풀어야지, 그렇지 않고는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결국, 우리가 이 물을 마시고 있으니 우리가 나설 수밖에 없는 문제네요." 이날 낙동강 안내역할을 맡은 기자를 향해 행복학교의 또 다른 한 학생이 이렇게 이야기했고, 행복학교 차원에서 그들은 온오프라인 모임과 SNS를 이용해 대구시에부터 강력히 건의하기로 했다. 그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caption id="attachment_179574" align="aligncenter" width="640"]행복학교 주부들이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에서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행복학교 주부들이 도동서원 앞 도동나루에서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 외치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caption] "임아, 그 물을 건너지 마오", "고라니야, 그 물을 마시지 마오." 더 이상 이런 탄식이 울리지 않는 낙동강이 되어야 한다. 동물이 안전해야 우리도 안전하고, 동물이 안전하게 마실 물이라야 우리도 안전하게 마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더 늦기 전에,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라."   4대강후원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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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8/08/17-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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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가동 개방, 강바닥 펄층 씻겨 내려...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caption id="attachment_208324" align="aligncenter" width="1280"] ▲ 백제보 가동보 수문이 45일 만에 전면 개방됐다. 하늘과 물빛이 모처럼 하나가 되었다. ⓒ 김종술[/caption]

 

백제보 가동보 수문이 개방됐다. 100% 다 열린 것은 아니다. 콘크리트 고정보 60%를 제외한 40% 정도의 가동보 수문만 열렸다. 보에 갇혔던 강물이 흘러내리면서 강바닥에 쌓인 펄층도 함께 씻겨 내리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금강에는 3개의 보가 건설됐다. 2018년 세종보를 시작으로 공주보 가동보가 열렸다. 그러나 백제보는 인근 농경지 지하수 부족을 이유로 개방을 미뤄왔다. 환경부는 지자체, 농·어민,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백제보 민관협의체 및 금강수계 민관협의체 논의를 걸쳐 지난 5월 25일부터 열흘 간격으로 해발(EL.) 0.5m씩 단계적으로 수위를 낮춰 45일 만인 9일 완전 개방에 들어간 것이다.

10일 찾아간 백제보는 오전 소나기가 지나간 탓에 하늘은 맑고 평온해 보였다. 수력발전소 콘크리트 구조물에는 20여 마리의 가마우지들이 날개를 펴고 몸을 말리고 있다. 강물을 막고 있던 3개 가동보의 수문이 올라간 상태다. 오랫동안 닫혔던 탓에 강바닥에 펄층이 씻기느라 강물은 탁해 보였다.

 

녹조, 물고기 떼죽음, 세굴 등 온갖 치명타

[caption id="attachment_208325" align="aligncenter" width="1280"] ▲ 백제보 수문이 닫혀 있을 때는 녹조만 가득한 죽음의 강이었다. ⓒ 김종술[/caption]

 

[caption id="attachment_208326" align="aligncenter" width="1280"] ▲ 9일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고 강바닥에 쌓인 펄층이 씻기면서 강물이 탁하다. 그러나 녹조는 보이지 않는다. ⓒ 김종술[/caption]

 

2009년 10월 GS건설이 착공한 백제보(길이 311m, 폭 7m 높이 5.5m)는 총공사비 2553억 원이 투입됐다. 준공 초기부터 보 하류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이 발생하여 주기적으로 보강공사를 해야만 했다. 특히 세굴 공사를 위해 강물 속에 수중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수중 생태 오염과 물고기 떼죽음 등 환경오염을 가중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곳이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 떼죽음은 열흘간 반복되면서 하굿둑까지 확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마릿수 차이만 있을 뿐 크고 작은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됐다.

2009년 10월 GS건설이 착공한 백제보(길이 311m, 폭 7m 높이 5.5m)는 총공사비 2553억 원이 투입됐다. 준공 초기부터 보 하류 강바닥이 파이는 세굴이 발생하여 주기적으로 보강공사를 해야만 했다. 특히 세굴 공사를 위해 강물 속에 수중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수중 생태 오염과 물고기 떼죽음 등 환경오염을 가중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곳이다. 백제보 상류 왕진교 인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물고기 떼죽음은 열흘간 반복되면서 하굿둑까지 확산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마릿수 차이만 있을 뿐 크고 작은 물고기 떼죽음이 반복됐다.

 

금강의 모래톱에서 희망을 본다

[caption id="attachment_208327" align="aligncenter" width="1280"] ▲ 백제보 가동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상류에는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많은 생명이 찾아들고 있다. ⓒ 김종술[/caption]

 

다행인 것은 늦었지만, 하굿둑을 제외한 금강의 모든 수문이 열렸다는 것이다.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크고 작은 모래톱이 생겨나고 있다. 모래톱은 강에 있는 모든 생명을 품고 살아가는 곳이다. 공주보 하류 유구천 합수부와 만나는 지점에는 2km가량, 축구장 3개 크기의 모래톱도 만들어졌다.

모래톱이 생겨나면서 녹조 가득한 강물에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낮은 여울에서 늦은 산란이 시작되고 물고기 첨벙거림이 들렸다. 백제보 개방 이후 최근 공주시 백제큰다리 아래쪽과 유구천 합수부 모래톱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가 발견되었다. 맑고 흐르는 강물에 서식하는 쏘가리를 잡기 위해 낚시꾼도 몰리고 있다.

물고기가 돌아오니 새들도 증가했다. 지구상에 1천 마리에서 2만 5천 마리 정도만 살아남은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인 흰목물떼새도 돌아왔다. 꼬마물떼새와 흰목물떼새는 풀들이 없고 모래와 자갈이 깔린 뻥 뚫린 공간에 동그랗게 둥지를 만들고 알을 낳고 살아가고 있다. 낮은 물가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물고기를 사냥하는 왜가리, 백로가 증가하고 맹금류와 수달, 삵 등 야생동물도 자주 목격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4대강 사업 10년 만에 모처럼 강에 활기가 돈다. 강물이 막히면서 녹조가 창궐하고 악취가 발생했던 강에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모래톱을 찾은 사람들은 그늘막을 설치하고 모래찜질을 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낮은 물속에서 물고기를 잡고 자연을 만끽하고 있다.

다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백제보의 가동보 수문 개방이 9월 말까지다. 이후 개방할지 닫을지는 추가로 논의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강을 강으로 보지 않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보를 존치하면서 이익을 보려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4대강 논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토, 2020/07/11-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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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콩쥐와 밑 빠진 4대강의 자연성 회복

콩쥐의 새엄마는 나랏님이 개최한 큰 잔치에 가면서 콩쥐에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다 채워놓으라는 숙제를 안겼다. 하지만 콩쥐가 아무리 물을 채워봐도 독에는 물이 차지 않았다. 콩쥐는 두꺼비 친구 덕분에 겨우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울 수 있었지만, 사실 잘 생각해보면 콩쥐의 새엄마는 애초에 콩쥐가 달성할 수 없는 과제를 주고 잔치로 떠났다. 그것도 모르고 콩쥐는 미련하게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며 울고 있었다.

[caption id="attachment_201574" align="aligncenter" width="600"] ▲ 14일 오후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열린 '보 해체 반대 집회'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재오 전 장관이 참석했다. ⓒ 윤성효[/caption]

이낙연 전 총리, “단 한 명의 농민도 4대강 복원에 반대하지 않을 때까지 설득하라”

여기 콩쥐처럼 어려운 과제를 앞에 둔 사안이 있다. 바로 ‘4대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4대강 보 수문 개방을 지시했다. 하지만 낙동강과 한강 수문 개방이라는 잔치는 열리지 않았다. 밑빠진 독에 물을 다 채워야 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4대강 보의 수문개방을 하려면 단 한 명의 농민도 반대하지 않을 때까지 설득하라고 지시했다. 보 건설로 인해 물의 흐름이 막히면서 강에는 큰 저수지가 만들어졌는데, 보 구조물의 높이만큼 강물과 지하수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이 높이에 맞춰서 물을 쓰는 양수장, 취수장, 지하수 관정이 있기 때문이다. 수문 개방에 따라 강 본류의 수위가 내려가도 물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시설을 재조정해야하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이에 더해 해당 과정을 모든 농민이 납득할 때까지 설득하라는 지시였다.

하지만 2018년 3월, 감사원은 4대강 보 인근 양수시설 등의 설계가 잘못되어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확히 말하면 4대강 자연성 회복 국정과제의 추진 여부와 상관없이, 4대강 사업 당시 졸속적으로 추진된 행정을 바로잡으라는 것이었다. 잘못된 공사를 설계기준에 맞게 정상으로 되돌리면 되는 일인데, 총리의 ‘엄중한’ 말 한마디로 인해 수문 개방에 대해 모든 지자체와 농민들의 동의를 구해야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4대강 보 수문개방, 밑 빠진 독을 채우고 나면 다시 독 너머 독

농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물이지 보가 아니다. 그런데 물을 쓸 수 있는데도 보 수문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이 있다. 금강 공주보 수문이 개방된 지 1년이 넘었는데, 수문이 개방된 줄도 모르고 있었던 농민들이 수문 개방에 반대했던 것이다. 이들은 공주보가 아니라 지천의 상류에 위치한 저수지 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보 수문이 열린 줄도 모르고 농사를 잘 짓고 있었다. 이낙연 전 총리에게 묻고 싶다. 보 수문이 개방된 줄도 모르고 수문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을 대체 어떻게 설득하라는 말인가.

청와대와 환경부가 앵무새처럼 대답하는 ‘충분한 소통과 절차’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잘못 설계된 양수장을 고치려면 기초자치단체의 동의를 구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낙동강 인접 기초자치단체의 장 거의 대부분이 보수정당 소속인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채울 수 없는 독을 채우는 일’이다. 보수 정당 소속 기초지자체장은 잘못 설계된 양수장을 다시 바로잡으면, 보의 수문을 개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정당성을 잃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야말로 철저히 진영논리에 기초한 상황판단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농민들과 지자체 설득이라는 밑빠진 독을 채우고 나면 또 다른 독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각종 위원회의 전문가들이다. 4대강 보 처리방안은 농민과 지자체를 모두 설득해 수문개방을 통해 수질 개선 데이터를 얻으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역물관리위원회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거쳐 확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청와대는 이 위원회 구성원들을 국내 각종 학회의 추천을 통해서 각 분야의 가장 보수적인 기득권 인사들이 모이도록 구성했다.

그래서 이 마지막 독을 채우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국가물관리위원들은 건설 당시부터 사업목표에도 없었던 보의 홍수방지기능을 주장하거나, 물이 흐르면 수질이 정말 개선되는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상식을 대한민국 학회를 대표하는 교수들은 진정 모르고 있는 것일까.

[caption id="attachment_200646" align="aligncenter" width="530"] 보 수문이 개방되고 수질이 개선된 금강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caption]

밑 빠진 독 채우기 숙제는 거부한다

이낙연 전 총리는 풀 수 없는 과제를 던져주고, 대선이라는 다른 잔치에 먼저 가버렸다. 청와대와 환경부의 다른 책임자들은 세상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울면서 밑 빠진 독을 채우다가 잘 생각해보니 이들은 애초부터 4대강을 복원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환경부는 감사원의 지적만으로도 수문 개방을 위해 시설을 조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한강 취수장은 수문 개방 협조 요청 공문만으로도 충분히 관련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4대강 복원을 추진할 법적 근거도 차고 넘친다. 지방자치법 제170조에는 지자체의 양수장 공사 집행을 명령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국유재산법 41조는 활용계획이 없는 시설물 중 재산가액에 비해 유지/보수 비용이 과다한 경우나 용도 상실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철거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물환경보전법 19조의 2는 환경부 장관이 물환경의 중대한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면관리자에게 필요한 조치를 권고할 수 있으며, 28조 2는 환경부 장관이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복원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명할 수 있다.

콩쥐는 애먼 두꺼비 등으로 밑 빠진 독을 메울 것이 아니라 독을 부수고 두꺼비와 함께 잔치에 가야 했다. 애초에 풀 수 없는 숙제를 받아드는 상황을 거부했어야 한다.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감사원은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가 이명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대운하를 대비해 설계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4대강 보에서 이수(利水)나 치수(治水) 기능을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이유다.

대운하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면 16개 보는 용도가 없다. 그리고 강을 가로막은 저 보는 4대강의 수질과 수생태계를 심각하게 망가뜨리고 있다. 그렇다면 답은 자명하다. 우리는 밑 빠진 독을 치워버리고 4대강 자연성 회복이라는 잔치로 가야 한다.

 

글 /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활동가

금, 2020/07/31-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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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tion id="attachment_212333" align="aligncenter" width="640"] 합천보 앞 작은 모래섬에 텐트가 쳐져 있다.[/caption]

[caption id="attachment_212339" align="aligncenter" width="640"]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caption]

 

합천보 앞, 낙동강 한 가운데의 작은 모래섬 위에 텐트가 차려졌다. 기온이 영하를 웃도는 1월 말의 추위도 이들을 막을 수는 없어 보인다. 텐트가 차려진 모래섬의 한 편에는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라는 팻말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caption id="attachment_212337" align="aligncenter" width="640"] 합천보의 전경. 수문이 닫혀 물이 흐르지 않는 강은 조용하다.[/caption]

 

지난 26일 환경부는 합천보의 수문을 닫았다. 그 이전 21일에는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대한 낙동강네트워크의 항의방문 및 기자회견이 있었지만, 결국 수문개방 중단이 조기에 결정되었다.

 

 

[caption id="attachment_212335" align="aligncenter" width="640"] 합천보 앞 낙동강네트워크의 기자회견.[/caption]

[caption id="attachment_212336" align="aligncenter" width="640"] 합천보 앞 낙동강네트워크의 기자회견.[/caption]

 

낙동강네트워크는 27일 이와 같은 환경부의 불통 행태와 낙동강유역환경청장 및 4대강조사평가단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성을 결정하고 합천보 앞 모래섬 위에 텐트를 친 이유이다. 환경부가 취ㆍ양수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낙동강네트워크의 합리적인 요구를 번번이 묵살하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는 것이다.

 

 

[caption id="attachment_212334" align="aligncenter" width="640"] 국가물관리위원회의 4대강 자연성 회복 의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caption]

 

한편 지난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회의를 통해 금강과 영산강의 5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의결하였다. 차일피일 미루어지던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열린 날이었지만, 이 회의에서 낙동강과 한강의 수문개방이나 보 처리방안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못했다. 낙동강의 자연성 회복에 마음이 조급해지는 이유이다.

현 정부의 남은 임기는 약 1년. 국정과제로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지만, 무엇 때문인지 그 속도는 매우 더디기만 하다. 낙동강은 영남주민 1,300만여 명의 식수원이 되는 매우 중요한 강이다. 이러한 강에 매년 여름이면 녹조가 꽃피듯 발생하고 각종 오염물질이 창궐한다. 4대강 사업으로 지어진 낙동강의 보들이 물길을 막으며 지역 생태계 및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함에도, 정부는 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만 보인다.

 

 

[caption id="attachment_212338" align="aligncenter" width="640"] 낙동강은 흘러야 한다.[/caption]

 

국민의 건강한 환경을 책임져야할 현 정권과 환경부가 낙동강을 깨끗하게 지키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직무유기이자, 강력한 국정과제 이행의 의지 부재, 의지박약이다. 스스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정권에 무슨 믿음을 가질 수 있겠는가? 약속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환경부와 국가물관리위원회는 낙동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의결을 조속히 진행해야 할 것이다.

 

토, 2021/01/30-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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