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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차 민변 총회 참가 후기 :아끼는 곳에서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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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차 민변 총회 참가 후기 :아끼는 곳에서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익명 (미확인) | 화, 2017/06/13- 14:27

제30차 민변 총회 참가 후기

아끼는 곳에서 아끼는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

경남지부 유태영 회원

올해로 민변에 가입한지 3년째, 어느새 5월 민변 총회, 6월 국제노동팀 ILO 총회 참가, 가을 노동위원회-오사카 민변단 교류는 내 연간 일정에서 주요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총회는 한해의 주요 사업을 공유하고 살림살이를 확인할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모인 반가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민변의 정체성을 다지는 자리이다. 게다가 올해 제30차 민변 총회는 경남지부에서 공동으로 준비하는 터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통영은 지금 근무하는 법무법인 희망으로 이직하기 전에, 노동청에 6개월간 근무하면서 경남 생활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곳이다. 내가 아주 아끼는 곳인 통영에, 아끼는 사람들을 초대한다고 생각하니, 장소 선정 소식을 듣는 순간부터 그 설렘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2017년 3월 16일, 총회 준비팀과 함께 한 사전답사부터 나의 총회 참가는 시작되었다. 백주선 회원팀장님, 이현아, 김서정 간사님, 신입회원 안지희 변호사님을 만나 후보지인 두 리조트 사이에서 어느 곳이 먼 길 달려온 민변 회원들의 고단함을 녹여줄지 신중하게 논의했다. 푸짐한 해산물이 끊이지 않는 다찌집에서 얼음 채운 바께스에 담겨 나온 소주와 맥주를 마시면서…

총회 당일, 점심 식사와 새 정부 출범 관련 사전 간담회, 중앙시장 투어로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한택근 변호사님께서 해저터널, 윤이상기념관, 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 완벽한 도보 코스를 안내해주셨다. 짧은 경험이었지만 민변 변호사님들의 오랜 동지로서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합과 풍성한 여행 노하우에 감탄했다. 필자는 김인숙, 하주희, 김유정, 전민경, 이현지 변호사님과 건어물 쇼핑, 충무 김밥 간식, 강구안 까페까지 촘촘하게 즐기고, 다른 변호사님들은 중앙시장에서 막걸리까지 한잔씩 하고들 오셨다는 알찬 시간이었다.

이후 늘 그럴 듯 5시간 이상 이어진 정기총회가 각 지부, 위원회 보고 등으로 시작되었다. 공익변론센터의 디지털도서관 시연은 기대가 컸으나 기술적으로 여의치 않아서 아쉬웠고, 신입회원들의 공연을 보며 후배들의 민변 활동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경남지부 박미혜 지부장님을 비롯한 전국 각지의 회원들의 모범회원상 수상, 오민애 변호사님의 멋진회원상 수상을 보면서는 자랑스러움과 부러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번 총회에서는 특히 회칙 개정안 안건에 대한 토론이 뜨거웠는데, 앞으로 1년간 민변 내 여러 단위에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더욱 널리 공론화되고 충실히 공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총회 장소 입구에서는 아시아인권평화디딤돌 ADI, 광주전남공익변호사모임 동행의 홍보 부쓰가 세워져 후원과 연대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총회 뒷풀이는 민변의 여러 변호사님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술 한잔 나누면서, 선후배 회원들의 경험과 인간미, 노래 실력까지 느낄 수 있는 자리다. 탄팟 팟캐스트로 익숙해진 김준우 변호사님의 맛깔난 진행을 다시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필자는 경남지부 내에서도 통영, 거제시 여성 변호사 1호로 송무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총회에서 만나는 선배 여성 변호사님들과의 교류는 특히 더 소중한 시간이다.

둘째 날 프로그램은 세병관과 소매물도로 나누어 투어가 진행되었다. 점심 식사로 통영의 맛집 한산섬식당에서 뽈락매운탕을 먹고, 통영의 특산물 멸치에서 이름을 딴 엔초비호텔에서 커피를 마셨다. 헤어지는 그 순간까지 한명의 회원이라도 더 마주하고 싶었는데, 수많은 후배들에게 커피 타임을 만들어 주신 심재환 변호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린다.

1박 2일 간 민변 회원으로서 가졌던 자부심과 앞으로의 민변 활동에 대한 의지, 거기다 통영의 쪽빛 바다의 아름다움을 가시 한번 기억하길 바라며 통영에서 태어나고 자란 박경리 작가의 ‘김약국의 딸들’ 도입부로 이 후기를 마친다.

 

제 1 장

통영(統營)

통영(지금은 忠武市)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중략)

지금도 흔히 여염집에 들르는 뜨내기 소반장수가 싸구려 소반을 통영소반이라 사칭하고

거래하는 풍경 있는데 통영갓, 통영소반은 그 세공이 정묘하여 매우 값진 상품이었다.

이밖에도 소라 껍데기로 만든 나전 기물이 이름 높다.

원료를 바다에서 채집하는 관계상 그랬는지 알 수 없으나

진주빛보다 미려하고 표질이 조밀한 소라 껍데기,

혹은 전복 껍데기를 갖가지 의장(意匠)으로 목재에 박아서 만든

장롱, 교잣상, 경대, 문갑, 자(尺)에 이르기까지

화려 찬란한 가구 제작은 일찍부터 발달되었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바다에 나가서 생선 배나 찔러먹고 사는

이 고장의 조야하고 거친 풍토 속에서 그처럼 섬세하고 탐미적인 수공업이

발달되었다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다.

바닷빛이 고운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노오란 유자가 무르익고 타는 듯 붉은 동백꽃이 피는

청명한 기후 탓이었는지도 모른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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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1172463_1920

민변 언론위원회가 최근 집중 논의 중인 이슈를 하나 전하고 회원님들의 도움을 요청 드립니다.

‘흉악범 얼굴 공개’ 문제입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강력범죄 피의자들의 얼굴, 실명 등 신상 정보가 경찰에 의해 공개돼 언론에 자주 등장했는데요. 공개가 되는 경우와 되지 않는 경우(예를 들어 ‘수락산 등산객 살인’ 피의자는 전자, ‘사패산 등산객 살인’ 피의자는 후자였습니다.) 사이의 구분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지극히 자의적”이라는 비판은 물론 나아가 “시국 상황 등에 따라 국민들의 현안에 대한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이에 경찰은 관련 지침을 개정해 신상 공개 결정을 기존처럼 경찰서가 아니라 지방경찰청이 맡는 등 운용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피의자 신상 정보 공개가 헌법상 무죄 추정 원칙, 이중처벌 금지 원칙 등에 위배되므로 법률적 근거가 되고 있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 제1항,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제1항 자체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유력합니다. 언론위원회는 위 법률 규정 등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송과 같은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위 대응을 위해서는 우선 신상 정보 공개로 인한 피해자(강력범죄 피의자)들 중 대응 의사를 지닌 당사자를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위 이슈에 대해 관심과 의견 있으신 회원님들께서는 언론위원회 소속 여부를 떠나 언제든 언론위원회로 연락하고 논의에 참여해 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변호인을 맡는 등으로 신상 정보 공개 피해자들과 직·간접적 접촉 경험이 있으신 회원님들께서는 꼭 관련 정보를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월, 2016/06/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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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WhatsHappeningInMyanmar 류다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국제팀장) 코로나19로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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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1/04/01-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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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권력 한국마사회의 개혁을 위한 싸움,

다시 시작입니다.

하태승 회원(민변 노동위원회, 민주노총 법률원)

2020년 2월 27일. 종로구청은 행정대집행의 명목으로 광화문 서울정부청사 인근에 설치된 문중원 열사 시민분향소를 철거했습니다. 분향소가 철거된 당일, 광화문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의 현장이었습니다. 좁은 도로에 집결한 200명의 용역직원들, 12개 중대의 경찰 병력은 말 그대로 유가족들과 연대 활동가들을 짓밟았습니다. 분향소 철거를 운운하기에 앞서 문중원 열사가 자결하게 된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유가족들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을 죽음의 레이스로 몰아넣은 주범, 한국마사회가 각성해야 한다는 활동가들의 호소는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수백명이 넘는 구청직원들, 용역직원들, 경찰병력의 폭력적인 철거로 인해 시민 분향소 철막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무너지던 시민분향소 천막을 바라보며, 행정대집행이 끝난 이후 오열하던 유가족을 바라보며 참담하기 그지없는 심정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스크럼을 짜고 저항했던 다른 활동가들, 유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참담하다, 분노한다. 이 외에 당시 현장에서 연대했던 사람들의 심경을 표현할 수 있는 다른 적절한 표현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감염법 예방법에 따른 코로나19의 예방, 도로법에 따른 도로관리의 필요성 등 허울 좋은 공익을 논하기에 앞서 문중원 열사의 죽음에 대해 진상을 규명해야 했습니다. 마사회 – 조교사 – 기수 사이에 이뤄지는 복잡한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죽음의 갑질구조를 청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유가족들의 절규에 수백명을 동원해 분향소를 강제철거한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존중이 도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100일. 문중원 열사가 자결한 뒤, 장례식을 치르게 된 날까지 걸린 시간이었습니다. 문중원 열사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기수로 근무하던 중 2019년 11월 29일 한국마사회가 만들어놓은 반인간적인 노동환경을 폭로하며 자결하였습니다. 고인께서 근무하셨던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2005년 개설 이후 7명이 자결했고, 문재인 정권에서만 4명이 사망하였습니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지속적으로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결국 사업장에 존재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에 2019년 12월 27일 결성된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조사보고서를 발표해 ▲ 기수들 생계(임금)의 불안정성, ▲ 기수들의 높은 재해율(2018년 기준 72.7%), ▲ 기수들에 대한 인권 침해, ▲ 한국마사회에 집중된 권한(기수 면허, 수입, 징계)과 영향력 등을 밝혔고, 열악한 기수들의 노동조건,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마사회 뿐만 아니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외치며 지속적으로 투쟁해왔습니다. 이에 고인께서 자결하신 뒤 99일 만에 한국마사회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서”에 서명하게 되었습니다. 합의서에 의할 경우 한국마사회는 재발방지를 위해 ▲ 경마관계자들의 계약관계와 업무환경에 관한 연구용역을 시행하고 ▲ 문중원 열사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자를 조사해 징계하고 ▲ 기수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일정 수준의 월 평균 소득 보장·재해위로기금 증액·조교사의 부당지시 금지 등의 근로조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약정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유가족들과의 합의서를 통해 약정한 내용은 어쩌면 당연한 내용입니다. 공공기관은 그 누구보다 모범적인 사용자가 되어야 합니다. 공공기관은 그러라고 설립된 곳입니다. 한 사업장에서 7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을 때, 정상적인 공공기관이라면 오히려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인간다운 근로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당연한 조치를 도출하기 위해 유가족들이 거리에서 100일 간 절규해야 했던 현 상황을, 수많은 기수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면서도 경쟁 중심의 임금체계를 유지한 무려 “선진 경마제도”를 버릴 수 없다고 고집한 한국마사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3월 9일, 마침내 문중원 열사의 장례식이 치러졌습니다. 그런데 한국마사회는 고인의 영결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합의서에 서명한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공증하기로 한 약속을 파기하고 추후 있을 마사회 투쟁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한국마사회가 작성한 합의안을 믿고 100일을 넘겨서야 고인을 보내려고 했던 유가족은 영결식 직전 또 한 번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일방적 파기 하루 만에 공증이 완료되었지만 영결식장에 걸린 그 흔한 표현 – “적폐권력 마사회” 라는 문구가 마음에 안 들어 진상조사도, 제도개선도 할 수 없다고 외치는 한국마사회는 스스로가 진정 적폐권력임을 자인하였습니다. 한국마사회의 완강한 거부로 인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과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공공기관 한국마사회를 만들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고, 이 글을 읽는 많은 회원님들께서도 관심을 놓지 않고 연대와 지지의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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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0/03/13-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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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읽기

갈 길이 멀지만,

그래도 촉법소년을 생각해보는 드라마, ‘히든’

안녕하세요. 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조덕상 변호사입니다. 제가 몸담은 아동위의 소년사법 TF에서는 현행 소년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아동의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30일 소년사법 TF에서는 촉법소년 문제를 다뤄 화제가 된 KBS 드라마 스페셜 ‘히든’을 감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1). 그 날 드라마를 함께 보고 나서 생각해본 이야기를 여기에 찬찬히 풀어볼까 합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소년과 소년법 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히든’은 1시간짜리 단편 드라마입니다. 약간의 내용누설이 있는 리뷰라는 걸 미리 양해 부탁드려요. 여성청소년과 소속 한주경 형사(류현경)는 존경하던 선배를 미성년자의 우발적인 장난으로 잃은 과거가 있는 인물입니다. 순찰 중 우연히 학교 친구 선주(오연아)의 아들 김건(서동현)이 선주를 폭행하고 가출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선주는 주경에게 건을 찾아달라고 부탁하게 됩니다. 선주는 중학교 2학년인 건의 방황을 사춘기 탓으로 둘러대지만, 주경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건의 책상에서 어둡고 섬뜩한 그림 노트를 발견하고, 학교에서도 건이 친구들의 돈과 물건을 빼앗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주경은 사건을 조사하는 중 건이 초등학생 시절 친구였던 이용현(유재상)과 함께 건물 옥상에서 돌을 던져 사람을 죽인(주경의 선배가 사망한 것과는 별개의 사건)소년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을 받습니다. 이후 주경이 건을 추적하면서 건에게 있었던 사건의 진실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이 드라마의 흐름입니다.

줄거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 드라마는 2015년 10월 8일에 실제로 발생한 용인의 아파트 벽돌 투척 사건을 중요 모티브로 삼고 있습니다. 그 사건의 당사자인 두 소년 중 1명은 10세 미만이라 기소되지 않았고, 11세였던 1명은 소년부로 송치되었습니다2). 그 외에 드라마 제작진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이 별다른 처벌 없이 사회로 복귀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범법, 촉법소년이라는 사법 시스템의 허점과 양면성을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드라마는 만 10세 미만의 범법소년과 만 10-13세의 촉법소년의 정의를 까만 화면으로 보여주며 시작되고, 만 13세인 김건이 촉법소년에서 소년으로 넘어가는 시각을 계속 보여줍니다. 다른 범죄 드라마가 범죄의 공소시효 만료일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약간의 긴장감을 주지요.

모종의 사건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는 경찰이 우연히 유사한 사건에 집착하며 범죄의 진실을 찾는다는 구성은 어디선가 많이 본 이야기틀입니다. 주경은 존경하던 선배의 죽음으로 소년에 대한 강한 분노를 담고 있는 인물이지만 사건을 조사하면서 ‘깊게 들여다봐. 한 사람의 인생이니까.’ 와 같은 선배의 유훈을 떠올리며 변화를 겪지요. 범죄 드라마나 추리 어드벤처 게임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익숙하면서 식상할 수도 있는 구성이고, 조금 촉이 좋은 분들은 드라마 초반에 이미 드라마의 대체적인 결말을 예측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잘못된 선택과 편견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동이라는 메시지는 표현이 다소 거친 감이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옵니다. 건의 부모는 우발적인 그 행위로 인해 충격을 받은 건에게 필요한 관심과 위로 대신 자신들의 사회적 체면과 지위를 위해 건의 존재와 행위를 학교와 사회에 감추는 데에 급급합니다. 그 과정에서 건이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고 반성할 기회는 박탈되었고, 그 상처를 온전히 받아줄 수 없는 건이 일탈 행위를 하자 그는 부모에게 ‘괴물’로 불리는 존재가 됩니다. 선주는 건을 위해서 그랬다고 말하지만 주경은 선주에게 너를 위해서였다고 일갈하지요.

사전 지식 없이 본다면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괜찮은 단막극이라고 평할 수 있겠지만 변호사의 눈으로 드라마를 깊게 들여다보면 제도의 실상에 대한 고증이 여러 가지로 아쉬운 작품입니다. 우선 드라마의 시작 화면에 등장하는 10세 미만의 범법소년이라는 용어는 실무상 정립되지 않은 용어로, 「소년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규정된 ‘범죄를 범한 소년’이라는 표현에서 임의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일반적으로 ‘범죄소년’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또한 드라마가 처음에 언급하는 것처럼 10세 미만의 소년은 형벌과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고, 10-13세의 소년은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맞지만 잘 아시다시피 위 보호처분에는 성인의 징역형과 유사한 단기 또는 장기의 소년원 송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촉법소년은 범죄의 경중 등에 따라 수사를 받고 그 결과로 자유를 박탈당할 수도 있는데도, 드라마는 촉법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 집중하여 건이 촉법소년에서 벗어나기 전에 범죄를 저지르고 책임을 면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물론 결말은 조금 다르지만요. 우리의 실상은 촉법소년은 물론이고, 법 위반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그럴 우려가 있다는 우범소년도 국가가 구금까지 시킬 수 있습니다. 드라마제작진은 이러한 사실도 알고 있었을까요.

건이 친구와 저지른 과실치사 행위는 형사처벌이나 보호처분의 대상이 되지 않지만 민사 손해배상의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갖춘 건의 부모(부는 법학과 교수, 모는 화가)가 사건의 진상을 적당히 덮었다는 정황만 언급될 뿐 피해자의 유족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잘 알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모임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제작진이 형사처벌의 부분에만 집중한 나머지 민사 책임에 대한 고찰은 부족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했고,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사회적 취약 계층이다보니 민사책임을 정당하게 추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했습니다. 피해자의 유족은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 얼마 후 건의 집에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울부짖는 소리와, 몇 년 뒤에 부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는 장면에서만 잠깐 등장합니다. 한편 드라마에서는 건과 용현이 범법소년이었을 때 조사받은 내용이 경찰서의 전과 기록에 남아 있어 주경이 건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초가 되는데, 실무상 범법소년의 수사 및 범죄 기록은 경찰에 남지 않는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가볍지 않은 옥의 티로 보입니다.

건이 저지른 잘못은 부모의 무책임, 소년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증오와 결합하여 두 주인공이 형사와 범인으로 재회하는 클라이막스로 발전하게 되고, 그 결말은 의외로 조금 허망하게 정리됩니다. 단막극이라는 작은 틀 안에서 죄를 저지르면 누구든지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메시지에 충실한 까닭이겠지요. 우리 모임은 이 드라마가 소년사법 제도에 질문을 던지는 방향이 과연 타당한지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건과 그 주변인물들이 고통받게 된 것이 과연 건이 합당한 형벌을 받지 않아서였을까요. 건이 과실치사 행위에 대해 어른과 마찬가지로 형벌을 받았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드라마의 기획의도가 다소 놓친 것 같은, 그리고 우리 모임이 이야기를 나누며 질문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국가는 소년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위해 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였습니다. 사실 저 질문에서 ‘소년’이라는 단어를 빼고 물어봐도 크게 다를 건 없을 것 같습니다. 뉴스에 보도되는 것은 소년의 잔혹한 범죄와 소년법에 따른 결정 뿐이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소년과 피해자 본인 및 가족들이 겪는 아픔에 대해 알지 못하며, 국가는 그에 대해 책임 있는 보호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원망과 고통에 집중해 가해자에게 필요한 것은 곧 엄중한 처벌이라고 이야기하며, 현 정부는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려고 하고, 소년원이 부족하니 민영소년원을 지으려고 하고, 20대 국회에서는 소년법을 아예 없애거나 소년에 대한 중형 선고를 가능하게 하는 온갖 개정안이 난무했습니다.

이러한 국가의 언행이 우리가 아동인권의 준거규범으로 삼고 있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는 사실은 정부와 언론이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2019년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게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지 말 것, 소년법상 우범 규정을 삭제할 것, 소년의 자유 박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이버전 제도를 활용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은 사회의 서슬퍼런 여론과는 정반대에 있습니다.

우리 모임은 소년의 사회 복귀를 돕는 합당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소년과 피해자 및 그 식구들의 피해를 회복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은 모두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양자에 대한 국가의 노력이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소년에 대한 처벌이라도 강하게 해야 된다는 여론으로 터져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건과 그 주변인들이 건의 행위로 인해 모두 고통스러워할 때 국가는 그저 형사처벌을 담당하는 경찰의 모습으로만 등장할 뿐 다른 곳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는 형벌의 필요성을 웅변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제게는 ‘제발 도와주세요’ 라고 곳곳에서 문을 두드리는 등장인물들의 호소가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고 최근에 크게 문제가 된 성남 소재 어린이집에서의 성추행 사건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가해 아동의 부모와 심지어 보건복지부 장관까지 피해 아동에 대한 공감이 결여된 언행을 했다가 피해 아동의 가족들과 사회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었죠. 이 사건과 이 드라마를 보더라도 소년 범죄 문제의 책임을 오롯이 국가에게만 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소년 범죄를 둘러싼 사회적인 오해를 걷어내고 소년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각각 필요한 조치를 만드는 것은 국가의 역할입니다. 우리는 국가에게 소년에 대한 엄벌이 아닌 소년과 피해자를 모두 보듬어 달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드라마는 촉법소년으로 대표되는 소년사법 문제에 대해 흥미롭지만 다소 아쉬운 답을 내놓았다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매체가 관심이 없었던 소년의 고통에 대해 주목했다는 점만으로도 한 번쯤 볼만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소년사법 문제 외에도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주었습니다. 우리 모임은 드라마 속 건에게 쏟아지는 악플을 보며 개인의 언행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문제는 사라지고 개인에 대한 극단적인 비난만 남는 세태를 읽을 수 있었고, 노키즈존과 같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사회적 차별을 떠올리기도 했지요. 어디선가 비난을 받겠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주제를 피하지 않고 응시하는 이런 시도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현재 소년사법 TF는 우리의 소년법을 소년과 피해자의 인권을 두텁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일반논평 24를 번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1대 국회와 정부에 부끄럽지 않게 내놓을 수 있는 소년법 개정안을 만들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응원, 의견을 부탁드립니다^^


1) ‘KBS 드라마 스페셜 2019’ 사이트에 가시면 회원가입 없이 무료로 시청 가능. 드라마 리뷰는 한겨레 2019. 12. 13. 자 기사 ‘논쟁적 소년법을 정면으로 응시하다 –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참고.

2) http://m.nocutnews.co.kr/news/4503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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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20/01/1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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