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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선거법 특집 ⑤] 후보자 검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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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비평 선거법 특집 ⑤] 후보자 검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익명 (미확인) | 월, 2017/05/08- 10:07

드디어 대통령 선거가 내일로 다가왔습니다. 촛불이 만들어낸 대선이었는데, 과연 촛불을 든 시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이번 선거기간 충분히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한 이후에도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선거법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개정요구의 목소리는 계속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거가 끝나면 보통 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형사재판과 헌법소원이 뒤이어 제기됩니다. 선거법의 해석, 적용과 위헌성 판단은 선거법 그 자체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우리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과연 이전에 국민들의 선거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려왔을까요? <선거와 정치적 자유>를 주제로 한 판결비평칼럼을 통해 확인해봅니다. 
 
<선거법 특집 ①> 군대 가고 공무원도 하는 18세, 투표는 왜 안 되지?
<선거법 특집 ②> 후보와 정당을 말하지 않고 '정책'선거가 가능할까 
<선거법 특집 ③> 언론인과 사회복무요원은 국민이 아닌가
<선거법 특집 ④> 온라인 선거운동 규제의 전환점, 한정위헌결정
<선거법 특집 ⑤> 후보자 검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후보자 검증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전주지방법원법 2013고합96판결[판사 은택(재판장), 강동훈, 윤양지], 광주고등법원(전주) 2013노237 판결[판사 임상기(재판장), 김세용, 이수환]

류제성 변호사(법무법인 진심)

 

1. 들어가며

 

선거에서 후보자의 공직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자질, 도덕성 등에 대하여 의혹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런데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는 공직선거법상 낙선을 목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허위사실공표죄나 당선 또는 낙선을 목적으로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를 “비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후보자비방죄로 처벌될 수 있다(공직선거법 제250조 제2항, 제251조). 

이 두 규정, 즉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에 대한 중요한 판결로 시인이자 대학교수인 안도현에 대한 판결을 살펴보자. 

 

2. 박근혜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무죄를 받기까지

 

안 시인은 2011. 10. 30.경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 프로그램에서 ‘문화재청 관리기록상 청와대가 소유자로 되어 있는 안중근의사의 유묵이 현재 청와대에 있지 않고 소재를 알 수 없다’는 내용의 방송을 보고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한 결과, 박근혜 18대 대선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청와대를 나오면서 당시 청와대에 있던 유묵을 가지고 나와 소장하여 왔던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안 시인은 ‘박 후보가 직접 유묵의 행방에 관하여 책임 있게 해명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박 후보가 도둑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여러 차례 게시하였다. 

 

검사는 안 시인이 ‘박 후보가 안중근 이사의 유묵을 훔쳐서 소장하고 있거나 유묵 도난에 관여하였다’는 허위사실을 공표함과 동시에 후보자를 비방하였다는 이유로 안 시인을 기소하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은 전원일치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모두 무죄로 평결했지만, 법원은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서는 무죄, 후보자비방죄는 유죄라고 판단하면서 형의 선고를 유예하였다. 후보자비방죄에 대해서는 배심원 평결과 달리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선고를 유예한 이유로 ⅰ) 대선 후보 자격 검증이라는 공익목적은 명목상 동기에 불과하고 낙선시킬 목적으로 박 후보를 비방한 것이어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하여 위법하다. ⅱ) 이 사건은 법리적 쟁점이 많아 법률전문가가 아닌 배심원들이 판단하기 어렵고, 사안의 성격상 정치적 입장, 지역의 법감정, 정서에 따라 좌우될 수 있어 배심원 평결이 법관의 법적 평가를 기속할 수 없다, ⅲ) 따라서 배심원 평결은 양형에 한해서만 사실상 기속력을 가지므로 절충적으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항소심은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서는 1심 법원과 마찬가지로 무죄라고 판단하였고, 후보자비방죄에 대해서는 해당 표현이 ‘비방’에는 해당하나 피고인으로서는 진실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점과 피고인의 의혹제기가 박 후보의 공무담임 적격성을 검증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다시 검사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무죄가 확정되었다.

 

해당 사건에서의 쟁점은 여러 가지이나 글의 성격과 지면의 제약상 아래에서는 허위사실공표죄 및 후보자비방죄에 위헌성은 없는지, 합헌이라고 하더라도 해석·적용상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및 그러한 기준에 의할 때 1심 및 항소심 판결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에 관해 주로 살펴보고자 한다. 

 

3. 허위사실공표죄의 위헌성 및 적용상 한계 

 

허위사실공표죄는 선거와 관련하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목적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를 규제하므로 정치적 표현의 자유 및 유권자의 알 권리를 직접적으로 제약한다. 그런데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헌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없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허위사실과 진실인 사실은 서로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그 구별이 언제나 간단한 것은 아니며 역사상 허위라고 여겨진 사실이 사후에 진실로 밝혀지거나 그 반대인 경우도 많이 있다. 그리고 제기된 의혹이 진실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 일반 유권자에게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실상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차단하는 위축효과를 초래한다. 우리 헌재도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만으로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비교법적으로 보더라도 허위사실공표를 형사처벌하는 민주주의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공인에 대하여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 즉 그것이 허위 사실임을 알면서(knowingly), 또는 중요한 사실에 대한 비상식적인 무시(reckless disregard of material facts) 속에서 허위의 진술을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다는 판례가 확립되어 있다. 더 나아가 선거에서 설령 허위진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법원이 나서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으며 선거와 정치적 자유를 근본적으로 제약할 수 있으므로 그에 대한 규제는 매우 신중하고 엄격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정립해 가고 있다. 

 

반면 우리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는 단순히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는바 법조문의 표현 자체가 매우 모호하고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위헌의 소지가 매우 크다. 따라서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후보자에게 위법이나 부도덕함을 위심케 하는 사정이 있는 경우 그에 관한 공적 판단이 있기 전이라도 의혹제기가 쉽게 봉쇄되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의혹사실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가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지고 소명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하고, 소명자료에 의하여 제기한 의혹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하여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유죄의 입증책임을 검사가 진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무너져 버리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허위성에 대한 피고인의 소명부담은 검사의 입증책임보다 그 양과 질에 있어서 반드시 가벼워야 한다. 피고인이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제출한 자료가 구체성이 없는 막연한 내용에 불과한 경우에만 소명의무를 다 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허위사실임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유권자를 기망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내용을 공표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으로 좁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1심은 ‘박근혜후보가 안중근의사의 유묵 도난에 관여하였다거나 도난된 유묵을 소장하였다’는 사실은 진위불명의 사실로서 의혹을 제기하는 피고인이 해당 사실이 진실하다는 점을 소명하여야 하는데 피고인이 이를 소명하지 못하였으므로 허위사실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어 결과적으로는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의혹을 제기하는 자의 의혹사실의 존재에 대한 소명의 부담을 검사의 유죄입증책임과 동일한 수준으로 본 것이다. 반면 항소심은 의혹을 제기하는 자가 그 의혹사실의 존재에 대한 소명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르면서도 피고인이 의혹을 제기하게 된 경위와 동기, 피고인의 소명 및 검사의 수사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허위성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라고 하였다. 무죄라는 결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지만 1심은 검사의 입증책임이라는 형사법의 대원칙을 무시하고 피고인에게 과도한 소명부담을 지운 반면 항소심은 그 오류를 시정한 것이다.  

 

4. 후보자비방죄의 위헌성 및 적용상 한계

 

후보자비방죄는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여 후보자 등을 비방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다. 그런데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비방’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해석하더라도 ‘비방’의 의미가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정치적 의사표현이나 비판행위와 어떻게 구별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후보자의 정책에 대한 평가나 의혹제기, 진실로 밝혀진 것들에 대한 공표조차 봉쇄당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후보자비방죄에 대해서도 엄격하고도 제한적인 해석과 적용이 요구된다. 

 

특히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ⅰ) 적시된 사실이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에 부합하고, ⅱ) 그 내용이 객관적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고, ⅲ)행위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그 사실을 적시한다는 동기에서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처벌할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진실인 것으로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비록 사후에 진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1심은 배심원의 전원일치 무죄평결과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면서 피고인이 제기한 의혹이 진실인지, 진실이 아니라 하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고, 별다른 논증 없이 피고인이 주장하는 대통령 후보 자격 검증이라는 공익목적은 명목상 동기에 불과하다고 단정하였다. 그러면서 배심원이 법리적 사안에 대한 판단을 잘 하지 못할 것이라거나 편향된 판단을 할 것이라는 법관의 편견을 드러내고 있다. 시민의 건전한 상식과 토론에 기초하여 유무죄를 판단하자는 국민참여재판의 입법취지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5. 결론

 

후보자에 대한 의혹제기와 비판을 봉쇄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고, 후보자의 공직적격에 대한 검증을 방해하여 자격없는 대표자가 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는 폐지 내지 개정하여야 하고 존속할 경우 항소심처럼 엄격하고도 제한적인 해석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참고문헌

김경호, ‘후보자 검증을 위한 의혹제기와 후보자비방죄의 위법성조각 판단 기준에 관한 연구 : 대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언론과학연구 제13권3호, 2013.
백태웅,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미필적 고의의 법리’, 법과사회 49호, 2015.
조국,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판례 비판을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법학 제53권 제3호, 2012.
홍승희, ‘국민참여재판법 개정안의 개선방안 - 배심원 평결의 기속력을 중심으로 -’, 형사정책연구 제25권 제3호, 2014.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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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등은 후보자나 예비후보자가 후원회를 만들어 선거자금을 모집할 수 있게 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예비후보자나 자치구의 구의회의원 예비후보자는 후원회를 가질 수 없습니다. 정치에 새롭게 도전하는 젊은 세대가 정당하게 선거자금을 모집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것입니다. 이에 위헌법률심판이 제기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지자체장 예비후보자 후원회 금지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도 자치구의원에 대해서는 합헌을 유지했습니다. 정치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유, 풍족한 이들만 선거에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의 탓도 있지 않을까요?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비평했습니다. 


 

젊고 가난한 정치신인에게 후원회를 허하라

[광장에 나온 판결] 지자체장 선거 및 자치구의원 예비후보자의 후원회 설립을 금지한 정치자금법 제6조 6호 헌법불합치 및 합헌 판결

헌법재판소 재판장 유남석 재판관 이선애 이석태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2018헌마301·430(병합)

https://drive.google.com/open?id=1pbDUTJTo8Wl9U52h3UTAIJUHs704Y0Cb" target="_blank" rel="nofollow">[결정문 보기 / 다운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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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변호사,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

 

 

 

선거의 시즌이다. 곧 다가올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기저기서 예비후보자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이 '출판기념회'이다. 선거에 나오시는 분들은 사람을 만나고 지역의 현안을 파악하느라 많이 바쁘실 텐데 언제 그런 고독하고 고요한 집필의 시간을 가지셨는지 여기저기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필자가 강의를 나가는 대학에 며칠 전 차가 가득 들어차며 주차요원들이 주차 정리를 하고 있기에 무슨 행사가 있는지를 물었더니 지역의 국회의원에 출마하고자 하는 분의 출판기념회라는 안내를 해주었다. 씁쓸했다. 책 판매를 빙자하여 정치자금을 모으고 세력을 과시하는 행사임이 명백한데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선거를 준비하며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돈을 모으고 자신을 알린다. 정치신인들에게 "합법적으로 자신을 알리고 돈을 모으는"일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출판기념회도 합법이기에 어떻게든 많은 정치 신인들이 그러한 행사를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우리 정치지형에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젊고 가난한 정치 신인이 등장할 여지는 매우 적다. 기껏해야 각 정당이 기획하여 입당시키는 몇 명에 불과할 것이고 국회는 여전히 돈 많고 나이 많은 기존의 정치인들로 채워질 것이다.

 

2019년 12월 27일 우리 헌법재판소는 젊고 가난한 정치 신인에게는 불편한 결정을 하나 내놓았다. 그것은 자치구의 지역구의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는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지정을 할 수 없다는 기존의 법이 합헌이라는 내용의 결정이었다(2018헌마301). 이 결정은 청구권자 중 한 명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였고,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청구하였던 광역자치단체장의 후원회 지정 불가 부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더 유명하다.

 

즉 헌법재판소는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는 국회의원선거보다 지출하는 선거비용의 규모가 크고 후원회를 통해 선거자금을 마련할 필요성 역시 크다는 것을 논거로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 및 그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와 광역자치단체장선거의 예비후보자 및 이들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 보았다. 그러나 같은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자치구의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와 그에게 후원하고자 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후원회를 둘 수 없도록 하는 현재의 법이 합헌이라 보았다. 자치구의회의원의 경우 활동범위가 해당 자치구의 지역 사무에 국한되고 그에 수반하여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는 정도나 소요자금의 양이 적기 때문에 후원회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다.

 

정치는 나를 둘러싼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한다. 그러한 욕망은 지역의 아주 작은 부분부터 바꾸어 나가겠다는 각오로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젊고 가난한 정치신인들이 주로 등장하는 무대는 국회의원이나 광역자치단체장이 아닌 자치구 또는 기초자치단체 의원선거가 될 것이다.

 

기초자치단체의 의회에서 조례를 만들어 가며 공공성을 고민하고, 지역의 살림을 챙겨가며 예산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정치신인들이 많이 등장하여야 그들이 결국 다시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하거나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성장해 갈 것이다. 이러한 정치신인들이 자치구의회에 등장하기 위하여 거쳐야 하는 선거도 규모는 작지만 엄연히 우리나라의 중요한 선거이며 또한 많은 돈이 들어가는 선거이다. 선거는 결국 돈을 필요로 한다. 선거에 사용되는 돈이 투명하게 모금되어야 하고 지출되어야 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다. 후원회 제도는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모금하고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이고 그렇다면 젊은 정치신인들이 기초자치단체의 의회에 진출하고자 하는 경우에도 후원회는 필요할 것이다.

 

자치구의 지역구의회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는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지정을 할 수 없다는 기존의 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사실 4인의 소수의견이었다. 5인의 다수 재판관은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본 조항을 위헌이라 보았다. 하지만 위헌정족수인 6명을 충족하지 못하여 합헌으로 결정이 났고 당분간 지방선거에 있어 가난하고 젊은 정치신인들은 여전히 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었다. 필자는 법정의견은 아니지만 5인의 다수의견의 내용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의견은 아래와 같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이은애,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문형배의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에 대한 인용의견 :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경우에도 선거를 위해 선거사무소 설치, 기탁금 납부, 향후 선거 홍보 비용 지출 등을 위한 선거자금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후보자에 대하여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할 것이다. 군소정당이나 신생정당, 무소속 예비후보자의 경우에는 후원회 제도를 활용하여 선거자금을 마련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함은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자치구의회의원은 주민의 개별적·이질적 그리고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통합하고 자치구의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므로, 그 선거에 있어 그 후보자에게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오히려 후원회제도의 입법목적 및 철학적 기초에 부합할 것이다. 또한 자치구의회의원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염결성의 확보는 정치자금법의 관련규정 등으로 보장될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국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와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고 입법재량을 현저히 남용하거나 한계를 일탈한 것이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 중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에 관한 부분은 청구인들 중 자치구의회의원선거의 예비후보자 및 이들 예비후보자에게 후원금을 기부하고자 하는 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지역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가난하고 젊은 정치신인들에게도 정치자금법상 후원회 제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그들에게 후원회의 도움이 더 절실한 것 아닐까?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정치신인에게 후원회를 허하는 입법적 결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화, 2020/02/04-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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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노조할 권리'가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대표적 재벌그룹 삼성은 오랫동안 '무노조경영'을 고집해왔습니다. 그간 적지 않은 노동자들이 삼성 안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해왔지만 번번히 삼성의 갖은 대응 전략에 실패해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12월, 이런 삼성의 노조 탄압 행위에 대해 법원이 주요 임원들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습니다. 박다혜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가 판결의 의미를 비평했습니다. 


 

법원조차 '전례 찾아보기 어렵다' 삼성의 '헌법농단'

[광장에 나온 판결] 노조파괴를 넘어선 삼성의 헌법농단 단편(斷片)을 확인한 판결

삼성에버랜드 노조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 손동환 부장판사, 2019고합25 판결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3부 유영근 부장판사, 2018고합557, 704, 756, 828, 918, 926, 927, 1025, 1045, 2019고합20, 442(모두 병합)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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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혜 변호사, 금속노조법률원

 


우리가 각자 속한 일터에서 자신과 동료들의 일상을 돌아보며 노동조합을 만들거나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노동3권, 그러니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아니 상당히 자주 노동자로서 권리를 행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일터를 빼앗기거나 불법사찰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목숨을 위협 당하는 일을 겪는다. 특히 삼성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단언컨대 자신과 가족의 일상을 모두 거는 일이라고 많은 이들이 증언한다.

 

그동안 고용노동부와 검찰은 이러한 현실에 애써 눈감아 왔다. 대법원이 2016년 삼성에버랜드 부당해고 사건에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의 진정성립을 인정하며 무노조경영 전략의 존재를 확인하였고, 국제노동기구(ILO)는 2017년 3월 삼성의 노조탄압을 '심각한 반노조 행위'로 규정하며 우리 정부에 결사의 자유 보장을 위한 조치를 하라는 등의 권고를 하였지만,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우연히 노조파괴 문건들이 담긴 하드디스크가 압수될 때까지 수사기관은 삼성의 변명을 그대로 주워 삼킬 뿐이었다.

 

이번 판결들에서 법원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 삼성전자 등 각 계열사 - 자회사 및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노사전략의 실행 및 보고 체계가 존재함을 확인하며, 이 사건의 본질은 "삼성그룹 차원의 조직적 범행"이라고 밝혔다. 미전실은 회장 이건희, 부회장 이재용을 정점으로 하는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각 계열사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전실 인사지원팀 노사파트는 그룹 전체의 노사 문제를 다루면서 각 계열사 및 그 자회사와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주요 노사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무노조경영 방침을 구체화시켜 노사정책을 지휘·감독하였다.

 

검찰은 회장 직속 미전실에서 그룹 노사전략을 총괄하였다고 확인하고는 정작 최종의사결정권자에 대한 기소 없이 일개 노무담당 임원을 최고 윗선으로 보아 기소했는데, 법원은 미전실이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복수노조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 문건, '회장님 경영철학 전파' 문건, 최지성 미전실 실장의 지시사항 등을 판결 곳곳에서 언급하면서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이건희, 최지성 등의 관여 정황을 밝혀두었다.

 

단결과 연대를 어떻게 박멸하는지 보여준 판결

 

삼성은 '노조는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방해물'이라는 인식 하에 매년 '그룹 노사전략'을 수립한 후, 정기적인 사장단 세미나, 임원 교육, 노사 담당자 교육 등을 통하여 전 계열사 등에 순차 지시하고, 노사관리 능력을 평가항목에 포함하여 각 계열사 사장단과 임원 전체의 업무능력을 평가하였다.

 

'그룹 노사전략' 주요 내용은, 미전실 주관 계열사별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노조대응 전략 전파를 위한 그룹 화상회의 실시, 무노조 경영 철학을 견지할 수 있는 임직원 정신교육 강화, 노조원 개별 탈퇴 유도를 위한 노조 조기 와해, 노조 발생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거나 기존 노조 와해를 위한 인력(노무사 자격 소지자 등) 충원, 노조를 설립('사고'로 칭함)하거나 노조활동을 할 것으로 우려되는 소위 '문제인력'에 대한 동향 파악, 지속적인 채증 등을 통하여 형사고발, 징계 등의 방법으로 압박, 노조 대응 활동을 위한 비상상황실 설치·운영, 교섭 과정에서 단체교섭 지연을 통한 노조 장기 고사화(故死化), 진성노조가 설립되거나 설립될 것이 예상되는 경우 회사 차원에서 대항노조 설립 등이다.

 

한편 미전실은 각 계열사 등의 복수노조 대응실태 점검 위해 문제인력 현황, 문제인력의 안정화 및 퇴출실적 등 세부영역을 담은 체크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고, 노사담당자용, 임원/부서장/현장관리자용, 우군화 인력용 등으로 세분화하여 구체적으로 실태를 점검하고, 실전 대응을 위해 모의훈련도 실시하였다.

 

미전실의 '그룹 노사전략'이 각 계열사에서 어떻게 구체화되는지를 살펴보면, 분명 삼성은 전지전능(全知全能)하다. ①전체 조합원 및 조합원이 될 우려가 있는 인력에 대한 미행 내지 감시를 통해 대화내용 수집 ②노조탈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인 등 친분관계, 개인비리, 재판진행상황, 채무 등 재산상태, 가족과의 휴일 활동내역, 본인 및 가족의 건강정보 등 개인정보 취합하여 일일 동향 보고 ③주동자 및 적극 가담자 징계·해고 ④취업 방해 ⑤반복적인 고소·고발 조치 ⑥경찰과 수사전략 협의를 통한 체포 ⑦고용노동부 근로감독 총력대응 ⑧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통한 단체교섭 지연 ⑨공세적 직장폐쇄 및 협력업체 폐업 유도 ⑩표적감사 ⑪그린화(노조탈퇴) 회유 및 협박 ⑫파업 무력화 조치 등의 각종 노조 대응 전략을 실시하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청 직원을 섭외하여 은밀하게 신고필증을 받는 식으로 대항노조 설립, 단체교섭을 체결한 후 계속적으로 대항노조에 교섭대표 노조로서의 지위를 부여하여 진성노조의 교섭요구권을 봉쇄했다. 또 대항노조 위원장을 섭외하여 대내외 행동지침, 단체교섭 시뮬레이션, 언론 인터뷰 등 교육하고, 경찰들에게 뇌물을 공여하고 장례식장에서 허위 112 신고 등을 통해 경찰병력이 투입되도록 하여 조합원 시신 탈취 등. 지면의 한계로 판결내용의 일부만 옮긴 것일 뿐, 삼성은 노조가 생기는 '사고'를 막고 이미 노조가 생긴 경우 '그린화'를 하기 위해, 경찰, 고용노동부, 경총, 대항노조까지 동원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삼성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에서 2011년과 2013년 각 조직된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을 어떻게 대하고, 그 단결과 연대의 움직임을 어떤 식으로 박멸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 삼성은 위 두 노조 외에도 각 계열사(중공업, 테크윈, 전자, 물산, 증권, 화재, SDI, 에스원, 정밀소재, 의료원 등)와 일부 해외법인의 문제인력을 특정해 감시했고, 심지어 회사 밖의 반삼성 인물과 단체를 사찰한 사실도 확인된다.

 

삼성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이는 판결에 피해자로 적시된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이 수년간 직접 겪어내고 또 여전히 겪고 있는 고통의 역사이고, 이번 기소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조금도 다르지 않은 경험을 버텨온 노동자들에게는 그들의 의심을 확신케 하는 증거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비단 삼성의 '노조파괴' 사건이라고 부른다면 어쩌면 사건의 실체를 축소하는 것일 수 있다. 삼성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대변하며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들, 종교기관들을 '불온단체'로 명명하고, 이들을 후원한 노동자들에 대한 밀착 관리 지침을 만드는 등 불법적으로 사찰했다.

 

삼성은 노동3권만 부인한 것이 아니라, 양심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종교의 자유 등 온갖 헌법상 자유와 권리를 적극적으로 저버리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이것은 분명 삼성의 '헌법농단' 사건이라 불려야 마땅하다. 법원도 "삼성의 반헌법적 태도는 일관되고 적나라하다", "(삼성이 저지른 범죄는) 그 규모와 파급력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라는 판단을 판결문 곳곳에 남겼다.

 

법원은 피고인들을 그 죄책에 상응하게 처벌함으로써 자기 점검 및 통제의 계기로 삼기를 바랐다. 향후 이와 같은 반헌법적인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필요가 있고, 헌법상 근로자의 단결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히면서, 미전실 임원 등 삼성 각 계열사 임직원, 협력업체 임직원, 경찰, 경총 교섭담당자, 대항노조 위원장, 자문위원에게 업무방해, 노조법위반, 개인정보보호법위반, 근로기준법위반, 특가법위반(뇌물) 등 유죄를 각 선고했다.

 

하지만 삼성은 판결 선고 이후 언론을 통해 무노조경영 방침을 폐기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고, 시민단체 등에 대한 불법사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판결에서도 확인되었듯 검찰이 압수수색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의 직원들은 마치 군사작전을 수행하듯이 각자의 업무서류들을 파기하고 업무용 컴퓨터에 영구삭제 프로그램을 구동했다. 그리고 미처 은폐되지 못한 일부 증거들이 우연히 이번 사건의 증거가 된 것이다.

 

이렇듯 삼성은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존재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노조를 파괴하는 삼성, 경찰을 투입해 유족의 뜻까지 꺾으며 조합원의 시신을 탈취하는 삼성, 마치 매뉴얼을 작동하듯 조직적으로 증거를 은폐하는 삼성은 오늘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그 삼성이다. 삼성의 헌법농단 사건의 전모(全貌)가 드러나는 날에서야 삼성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화, 2020/01/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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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다문화시대입니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외국인 수는 243만여 명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4.8퍼센트에 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도심 번화가의 주말은 한국어보다 여러가지 외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듯 외국인의 존재가 친숙해진 오늘날이지만, 여전히 한국사회 곳곳에 잔존한 '다름'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혐오는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29일, 법원은 원어민 강사에게만 에이즈 검사를 강요했던 교육부와 광역시의 지시는 불법적 차별이라며 이에 대한 피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가 이 판결의 의의를 비평했습니다.


 

한 원어민 교사가 우리 시대의 외국인 혐오에 던진 경종

[광장에 나온 판결] 원어민강사에게 에이즈검사를 강제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5단독 김국식 판사, 2018가단5125207 

https://drive.google.com/open?id=1OjdoluJL2oJELqA_Q8dzYvsiM1VuyWtq"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문 보기 / 다운로드]

 


한상희 교수 사진http://www.peoplepower21.org/files/attach/images/37219/528/234/001/8e852... style="width:176px;height:200px;" />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

 

 

 

공포는 혐오가 움트는, 최적의 토양이다. 그 공포의 원인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거나 유언비어성의 집단심리에 의할 때에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이런 허무맹랑한 혐오는 대중추수주의에 물들기 쉬운 국가에 의해서도 너무도 쉽사리 이루어진다. 2009년 이주노동자에게 에이즈(HIV) 검사를 강요한 교육부와 00광역시 교육청의 조치를 불법적 차별이라 판단하면서, 그에게 국가가 3000만 원을 배상할 것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이를 잘 보여준다. 

 

사건의 내역은 이러하다. 뉴질랜드 사람인 A는 2008년 8월 입국하여 울산광역시의 한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로 근무하였다. 이때 그는 고용계약에 따라 자발적으로 에이즈 검사와 마약 반응 검사 등의 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1년 후인 2009년, 원어민 영어교육 사업(EPIK)을 주관하던 국립국제교육원은, 원어민교사에게 마약, 에이즈 등의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제출할 것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2009년도 지침>을 마련하였다.

 

지난 1년 동안 원어민 교사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재계약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던 A는 이 지침이 외국인을 차별하는 조치라는 이유를 들어 건강검진을 거부하였다. 그러자 교육감은 그를 재계약 대상에서 빼버렸고, A는 어쩔 수 없이 2009년 9월 대한민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 사건에서 A는 이 지침이 자신의 평등권, 근로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들 기본권을 보장하는 헌법과 근로자에게 에이즈 검진 결과서 제출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한 (구)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나아가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인종차별 철폐협약 등의 국제인권규범에도 반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그는 2009년 7월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상사중재원에 이런 차별적 조치를 고발하는 진정을 하였으나 이듬해 4월과 6월 각각 거부당하였다. 하지만 유엔은 달랐다. 그가 2012년 12월 유엔의 인종차별철폐위원회에 이 사건을 진정하자, 이 위원회는 2015년 5월 제86차회의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각하결정 자체가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계 외국인교사나 한국인 교사에게는 실시하지 않는 에이즈·마약검사를 외국인 교사에게만 강제하는 것은 인종차별철폐협약을 위반한 차별임에도 아무런 구제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위원회는 대한민국에 대하여 A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는 한편, 외국인 혐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 등의 조치를 권고하였다(이후 자유권위원회와 사회권위원회도 같은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이 결정과 맥을 같이 한다. 교육청이 A에 대하여 에이즈 검진을 요구한 것은, (구)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을 위반한 것인 동시에, "감염인 또는 감염인으로 오해받아 불이익을 입을 처지에 놓인 사람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저버린, 위법성이 농후한 행위로서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행위"로서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는 원어민 영어교육 광풍에 따라 외국인 강사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자녀들에게 '본토식'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는 욕망과 영어권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교차하던 시기였다. 틈틈이 보도되는 "불법 외국인 영어 강사"와, "한국여성과 원어민 강사의 교제"에 대한 왜곡된 반감, 극소수 원어민 강사들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생소함 등등이 9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한 외국인 거주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가중시켰고, 여기서부터 '원어민 강사들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자'라는 요구들이 가시화되고 있었던 것이다. "성추행-에이즈 위협까지...일부 외국인강사 변태행각 충격"(2007. 5. 27. 스포츠조선)과 같은 가십성 기사는 이런 불안에 불을 붙인다. 

 

<2009년도 지침>은 이와 같은 당대의 공포 위에 만들어진다. 내국인교사나 한국계의 외국인교사에 비하여 일반 외국인이 에이즈에 감염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가능성이 더 많다는 그 어떠한 증명도 없는 상태에서, 그래서 "갑작스런 정책 변경을 정당화할 만한" 그 어떤 사정도 없는 상황에서 그 지침이 만들어졌다.

 

이 판결이 지적하듯, 2007년 ~ 2009년 사이에 경기도 교육청에서 에이즈 양성반응으로 계약 해지된 원어민 교사는 겨우 3명에 불과하며, 2013년 ~ 2017년의 경우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다(더구나 2010년부터는 이런 에이즈 검사를 요구하는 지침 자체가 폐지되기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이런 식의 외국인 차별과 혐오를 단 한 치의 반성도 없이 <2009년도 지침>이라는 이름으로 가공해 버렸다. 

 

그래서 A씨의 처절한 투쟁을 두고 "결코 권리 위에 잠자고 있지 않았음"이라 표현한 이 판결문은 "[5년이라는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대한민국의 뻔뻔함을 지적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그것은 "원고의 조치에 대하여 다투기만 할 뿐 현재까지도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피고 대한민국의 반인권적 처사에 대한 신랄한 비난이자, 외국인 혐오의 현실을 과감히 깨쳐 나가지 못하는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뼈아픈 경종이다. 

 

A씨의 진정을 받아들인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법무부는 2017년 7월 외국인 강사에게 에이즈 검사를 강제하던 고시를 폐지하였다. 그리고 이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에 대하여 피고 대한민국은 더 이상의 상소를 포기함으로써 그나마 인권보장에 철저하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 판결의 의미는 그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가 저지른 반인권적 행위에 대하여 국제인권기구가 구제결정을 내린 경우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 결정이 내려진 때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판결의 내용 또한 우리의 인권을 보장하는 또 하나의 발판으로 자리매김된다. 민변과 경향신문이 이 판결을 2019년 디딤돌 판결(참조 기사)로 선정한 것은 그래서 당연지사이다. 사족으로, 10년 전 A씨의 진정을 각하해버린 국가인권위원회는 이 판결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알 수 없음이 아쉽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토, 2020/01/11- 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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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성난 민심이 역대 최대 촛불집회로 응답했다.

11월 12일 광화문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 100만, 경찰 추산 26만명이 참가했다.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실망으로 처음 집회에 참여했다는 사람들,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 중, 고등학생등 다양한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시민들은 한결같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책임을 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것을 촉구했다.

오후 민중총궐기 집회 후 거리 행진을 시작한 시민들은 법원이 행진을 허용한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진출해 청와대를 향해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외쳤다.야 3당의 의원들도 집회에 참여해 촛불 민심과 함께 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등 야권의 주요 대선 주자들도 모습을 보였다.

이번 집회에 당초 예상했던 50만명보다 2배가 넘는 100만명의 시민이 모여 박근혜 정권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면서 다음 주 검찰 조사를 앞둔 것으로 보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민심의 분노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토, 2016/11/12-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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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에 기반한 상식적 판단, 제주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 부가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2심.

‘국내 최초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2018년 12월 제주도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습니다. 내국인의 진료를 제한하고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한다는 조건이었는데요. 이에 반발해 녹지병원은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는 녹지병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하지만 2023년 2월, 2심 재판부는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 취소 결정을 내린 1심 판결을 뒤집고 허가조건 부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 영리병원의 위험성’이라는 전제 속에서 내려진 2심 판결에 대해 법무법인 새록 황영민 변호사가 비평했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231번째 이야기

제주 영리병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걸어 개원하게 한 것이 위법하다는 1심을 뒤집은 2심 판결

1심 :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 김정숙(재판장), 박종웅, 민양이 판사 2022. 4. 5 선고. 2019구합5148 [판결문 보기] / [1심 판결비평 보기]

2심 :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행정부 이경훈(재판장), 오지애, 류지원 판사 2023. 2. 15 선고. (제주)2022누1441 [판결문 보기]

황영민 변호사의 사진

황영민 변호사 / 법무법인 새록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법 규정의 의미가 명확하거나 판례가 축적된 사안에서는 법 규정이나 법률 행위의 의미를 달리 해석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 해석을 둘러싸고 견해가 대립할 때, 관련 법률과 제도의 입법 취지와 목적, 제·개정 연혁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법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다. 다만 사건 당사자나 소송대리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판결에서는 해석에 이르는 고민의 과정을 엿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 녹지병원의 개설 허가를 둘러싸고 진행된 일련의 사건들에서 보여준 법원의 태도도 다르지 않다. 제주도지사의 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처분을 다룬 판결(대법원에서 취소처분이 위법하다는 항소심 판단을 인정)과 개설허가에 부가된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의 취소를 다룬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영리병원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의 배경을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국내 1호 영리병원의 허가처분 내지 허가조건을 둘러싼 다툼은, 근본적으로 현행 보건의료제도의 형성 과정과 외국의료기관(영리병원)의 허가가 현행 제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위 사건에서 법원은 형식적으로 법 논리를 적용하여 판결에 이르렀을 뿐, 그 과정에서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이해와 고민의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 특히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은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제도가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공익적 목적에 따라 의료기관의 의료행위 내용 및 급여비용을 법으로 규정하여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다는 점 등을 간과하고, 내국의료기관과 외국의료기관 허가의 법적 성질을 동일하게 판단하여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위법하다는 결론에 이르는 우를 범하였다.

외국의료기관에 대한 허가조건 부여의 적법성은 ‘보건의료의 공공성’에 기반해 판단해야

반면, 대상 사건의 항소심은 녹지병원 개설허가에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부가한 것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과 1심 판결이 동일한 사실관계에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조건 부가의 적법 여부를 판단했는지에 따른 것이다. 이는 항소심 판결문의 서술 체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항소심 판결은 서두의 ‘기초사실’에서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의 개괄” 항목을 두고, 세부적으로 ‘의료보험제도’와 ‘요양기관 지정제도’, ‘의료기관 개설 주체의 제한’ 등 사건과 관련된 대한민국의 보건의료제도를 살폈다. 또한 제주특별법상의 ‘외국인 운영 의료기관 개설에 관한 특례제도 개괄’과 ‘제주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의 진행 경위’, ‘원고의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절차의 진행 경위’ 등도 비교적 상세하게 기술하였다.

이에 기반해 항소심은 핵심 쟁점에 대한 본안 판단에서,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재량행위”에 해당하므로 제주도지사가 녹지병원 개설허가에서 별도의 근거 규정 없이도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부가할 수 있으므로 그 조건 부가 행위가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1심 법원은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국내의 일반적인 의료기관개설허가의 법적 성질과 동일하게 “기속재량행위”이므로 ‘조건’(행정법 용어로 ‘부담’)을 부가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았다]1).

특히, 항소심은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가 “재량행위”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 헌법 제36조 제3항에 따라 “보건의료는 단순한 상거래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중대한 것”이고, “국민에게 가장 바람직한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과 정책에 대한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부에서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입법정책으로 결정할 재량사항으로서 입법형성의 자유에 속하는 분야”라는 점, △ 우리나라는 ‘영리병원 금지, 건강보험 의무가입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등을 주축으로 하는 보건의료체제를 완성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고, 제주특별법상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위와 같은 보건의료체제의 예외를 인정하는 강학상 특허로서 ‘재량행위’인 점, △ ‘영리병원이 개설될 경우, ’영리추구, 환자의 무리한 유치,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미개설 또는 과소 공급‘ 등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그로 인해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점, △ 제주특별법에 따른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로 보건의료체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있고, “보건의료체계의 중대한 공익성”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여 행정청이 폭넓은 재량을 가지는 점 등을 들며, 영리병원의 문제점과 외국의료기관의 개설허가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허가에 행정청이 조건 부가 등 재량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였다. 아울러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이 비례의 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는지 여부 등 여타의 법적 쟁점에 대한 판단에서도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을 전제하여 판단하였다.

대법원이 영리병원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항소심 법원의 재판부가 형식적 법리에 매몰되지 아니하고, 현행 보건의료제도의 역사와 취지, 목적 등을 충분히 살펴 개설허가조건의 적법 여부를 판단한 것은 분명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기실 대상 판결이 제시한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 영리병원의 위험성’ 등은 하늘에서 떨어진 새로운 논리가 아니다. 이미 의료법을 둘러싼 여러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보건의료의 공공성, 영리병원의 위험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고(헌법재판소 2020. 2. 27. 선고 2017헌바422 결정 등2)), 오히려 대상 사건의 1심 판결이 예외적 해석으로 부당한 결론을 도출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항소심 판결 후 녹지병원측이 상고하여 대상 판결은 이제 대법원에서 판단이 예정되어 있다. 대법원이 외국의료기관과 영리병원에 대한 소모적 논란을 조속히 마무리하길, 아울러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이해와 국민의 건강권 보호를 고려해 상식적인 판단을 내리기를 기대한다.

1) 1심과 항소심은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의 법적 성질이 부관의 일종인 ‘부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판단하였다. 법리상 ‘기속재량행위’에는 법령상 근거 없이 부관을 붙일 수 없으나, ‘재량행위’에는 부관을 붙일 수 있다고 해석된다.

2) 예컨대 헌재 2001헌바87 결정 中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기업형 병원은 국민 건강보호라는 공익보다는 영리추구를 우선하여, 환자의 무리한 유치, 1차진료 또는 의료보험 급여 진료보다는 비급여 진료에 치중하는 진료 왜곡, 수요가 적은 전문진료과목의 미개설 또는 과소 공급, 과잉진료로 인한 의료과소비, 의료설비와 시설에 대한 과대투자로 장기적인 의료자원 수급 계획의 왜곡, 의학교육·연구 등 사회적 필요에 따른 요청의 경시, 소규모 개인 소유 의료기관의 폐업 등으로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로 의료비 지출 증가,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 국민의 의료기관 이용의 차별과 위화감 조성, 의료의 공공성 훼손 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또한 영리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경우, 영리법인의 다른 사업상의 필요 특히 대규모기업집단이 영리법인을 운영할 경우에는 관계계열사의 사업상의 필요, 투자자의 자본 회수 및 이윤배당 등에 따라 의료기관의 운영이 왜곡되고 의료의 공익성 내지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이 존재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The post [판결비평] 보건의료제도의 공공성에 기반한 상식적 판단 appeared first on 참여연대.

화, 2023/03/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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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아프다고?” 대통령 와병 중이라는 소식을 듣는 순간, 불경하게도 생뚱맞았다. 재임 중 대통령이 아프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 없었다. 우산을 직접 드시던데, 무거웠나? 누리꾼들은 신속하게 국가원수가 아픈 것은 ‘국가 기밀’에 해당한다고 알려줬다. 누리꾼들은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는 보도자료를 왜 내는지 의심스럽다 선동했다. 나쁜 사람들! 아프다잖아! 위경련과 인두염.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이미지=한겨레21)



‘아픈 사람이 있다’ 소리쳤지만

비슷한 때, 엄마 한 명도 병원으로 실려갔다. 네 개의 갈비뼈에 금이 갔지. 그녀 아이가 지난해 이맘때 바다에 빠진 날이었지. 엄마가 한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남미 순방 같은 어마어마한 일은커녕, 밤늦은 서울 종로 거리에서 광화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지. 이 길도 막고 저 길도 막고. 가는 길목마다 알뜰히도 서 있던 경찰들의 촘촘한 경비구역을 뺑뺑 돌고 있었지. 어느 곳에서 경찰과 밀고 밀리다 넘어진 거야. 말에 따르면 경찰이 엄마를 손으로 확 밀쳤다고. 엄마는 화단 모서리에 옆구리를 부딪치며 넘어졌고. 그때 이미 골절이 시작되었는지 고통을 호소하며 울었지. 다른 이가 엄마를 안고 유리문에 기대서 119에 전화했겠지. 누워서 울고 있는 엄마를 분명히 보고도 경찰은 방패로 밀어붙였다지. ‘아픈 사람이 있다’ 소리쳤지만 아랑곳없이 밀어붙였다지. 밑에 깔린 엄마는 소리조차 내지 못했고. 화난 사람들이 울부짖자 지휘관은 이렇게 말했다지. “입 닥치고 그 안에 가만히 있으라.”

누가 그런 말을 하더군. “대통령은 인격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그는 대통령일 때 국가의 얼굴이다. 국가가 아프고 국가가 울기도 하는가, 기묘한 일이지….”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국민이 그걸 보게 해. 몰라도 되는 사실을 자꾸 알게 한다는 거지. 정말 알고 싶은 건 알 수가 없는데. 죽은 자의 유서에 등장한 정부 전·현직 각료들이 돈 봉투를 받았다는데, 그게 대통령과 무관한지 알고 싶거든. 살아 있던 목숨들이 눈앞에서 서서히 사라졌는데, 그 순간 국가는 무얼 했는지, 긴박했던 7시간 동안 당신은 도대체 어디 계셨는지. 사실 국민이 알아야 할 것들은 그런 것이거든. 그런데 그건 알면 안 된다는 거지. 알고 싶어서 만들어낸 특별법은 대통령 시행령으로 짓뭉개버리고 있어.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1주기 날 “그분들이 원하는 가족들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충고를 하고 허겁지겁 공항을 빠져나가는 그토록 인간적인 모습 말고. 우리가 보고 싶은 건 책임지는 국가의 모습인데, 그건 영 보여주지도 알려주지도 않아.

철옹성 같은 차벽에 산산이 깨진 마음

아프시다니까, 사람들은 어김없이 여당에 투표하잖아. 존재감으로 치자면 부끄럽기 한량없는 어느 야당은 말도 말자고. 선거라는 게 웃기기 그지없어서 민심의 반영으로 읽히지. 그러니 그걸 믿고 밀어붙인다고 해. 그렇게 되면 다음은 이른바 ‘공안 정국’ 같은 거 아니겠어. 아픈 대통령 모함하고 최고 존엄에 항거한 자들에 대한 구속과 손해배상 청구 같은 것이지. 아, 그렇긴 해… 아프다는데, 병문안 못 갈망정 그러면 안 되지. 한데 지난 1년간 당신들 철옹성 같은 차벽에 산산이 깨진 마음은 어떻게 배상해주려나. 비통함을 계산기로 두드릴 수 있다면, 나는 저 청와대 뒤 인왕산을 청구하겠어. 그 산에 살고 죽어, 민심을 못 살피는 통치자의 꿈에 밤마다 시뻘건 피 흘리며 찾아가려고. 국가로부터 구조 못 받고 죽은 자식 기일 날, 또한 국가에 의해 뼈가 부러진 엄마의 고통이 바로 진짜 인간의 얼굴이라는 걸 누군가는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2015. 5. 6. 한겨레21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한겨레21] 외면 당한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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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시평 312]
 

왕이 되고 싶은 박근혜 vs. 신민이 되기 싫은 시민

허위의 정치를 넘어서자

 

이양수 한양대학교 강사

 

국회법 개정안에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이미 위헌 논란을 제기하던 터라, 모처럼 여야 합의의 중재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메르스 국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회의장의 간곡한 부탁에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물론 어느 정도 예측된 바였다. 다만 어떻게 논란을 종식시키고, 어떤 판단 근거를 제시할 것인지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발언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 국민들에게 25일 국무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은 예상 밖을 넘어 경악 수준이었다.

 

거부권은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삼권 분립 정신에 의거하여 권력 간 균형을 잡는다는 취지에서 헌법으로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지금까지 76번의 거부권이 행사되었고, 그때마다 정국은 소용돌이에 빠지곤 했다. 대통령의 합법적인 권한 행사인 만큼, 거부권 행사에는 그에 알맞은 타당한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상황과 이유에 따라 언행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안정적인 정국 운용을 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타당한 이유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민주주의 헌정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자 민주주의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76번째 거부권 행사는 권력 남용의 사례로 역사에 남을 만하다. 대통령은 국민을 설득시키지도,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지도 못했다. 대신 여당 지도부를 향한 분노, 조롱, 경멸의 메시지를 퍼부었다. 5쪽 분량, 16분 동안 읽어 내려간 직설적이고 감정적인 대통령의 언어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일어날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발언이다. 그것은 독선과 아집의 언어였다. '짐은 이렇게 생각한다'는 투로 대통령은 자신만이 옳다고 말했다. 말로는 '위민(爲民)'을 내세우지만, 대통령에게 동등한 주권자로서 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마치 복종의 대상, 신민으로 여길 뿐이다. 이 모든 것이 세월호의 데자뷔처럼 아른거린다. 대통령은 태생적인 무능,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

 

무책임은 무능의 징표이다. 그럼에도 이번 발언에는 무능과 무책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 나름의 정치를 하고 있다. 대통령의 사적 보복으로 정치를 활용하고 있다.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처단할 것을 주문한다. 여당 원내대표에 대해 공개적인 불만을 제기했다. 거부권 행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던 것이다. '배신의 정치인'으로 지목 받은 유승민 원내대표. 그를 축출하려는 친박 진영의 압박. 대통령은 이렇듯 여당을 한 치 앞에 내다볼 수 없는 정쟁으로 몰아넣었다. 더더욱 놀라운 일은 대통령은 배신자들을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 달라고 호소한 점이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보면 거부권 행사에서 제시한 대통령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의심스러워진다. 이를 두고 수많은 해석이 오고가고 있지만, 어느 것이 가장 적절한 것인지, 대통령의 진의는 무엇인지 헤아리기 어려워 보인다. 분명한 건, 대통령의 발언으로 날선 정파 갈등이 전면화되고 있다. 줄 세우기의 무자비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메시지의 진의는 대체로 수신자의 수용 과정에서 밝혀진다. 대통령은 의당 국민을 상대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국민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메시지는 공교롭게도 여당을 향해 있고, 또한 즉각적인 반응도 여당에서 나왔다. 여당의 정파 논리가 대통령의 의지를 결정한다. 친박, 비박의 한판 싸움의 전운이 감도는 이유이다. 어찌 되었든 대통령은 정치를 혐오한다. 정치인 모두를 구태 정치로 몰아치면서 국민에게 심판해줄 것을 요구한다. 물론 그 국민은 대통령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들이다. 이번 정부의 수사를 빌리자면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시국을 조성하고 있다.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이 전개되고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대통령에 대한 공개사과, 반성문 작성. 친박의 조직적인 사퇴 압력, 의총 의결의 거부. 이 모든 과정은 비-민주주의적 발상이고, 왕정체제의 행태들이다. 주말 사극에 나올 법한 이 현실이 믿어지지 않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시계는 과거에 멈춰있다. 마땅히 주인이어야 할 주권자는 정치에서 사라졌다. 우리 모두는 이전투구(泥田鬪狗) 정치인들을 구경하는 방관자일 뿐이다.

 

대통령은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 위민을 내세우지만 국민은 안중에 없는 기만인 것이다. 이것은 공약 준수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의 기본인 언행의 일치, 신뢰조차 사라진 '허위의 정치'의 산물이다. 누구도 듣지 않고 지키지 않는 언행에는 현재도 미래도 기대할 수 없다. 진실한 말과 행동에서만 미래가 있을 수 있다. 소통 안에서 얻어진 말과 행동의 의미만이 진실인 것이다. 무릇 진정성에 기반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이다. 대통령의 발언에는 주권자에 대한 존중마저 없다. 당청 간 소통 부재를 해결해 달라고 국민에게 떼쓰고 있는 꼴이다. '저 배신자를 처단해 달라'고 호소한 대통령.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대통령의 호소는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자부하는 우리들을 혼란하게 한다. 주춧돌 없는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듯이 민주주의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산산조각이 나고 있다.

 

무너진 민주주의. 21세기 우리 민낯이 드러나는 현주소이다. 아니 민주주의는 죽었다. 오직 관념으로 이해될 뿐이다. 다양성에 대한 관용, 정당 정치는 현실에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권력 투쟁으로 귀결된다.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 살아남느냐의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오직 승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모든 것이 허용된 권모술수만 난무할 것이다. 기득권 사수를 위해서는 민주주의는 허울일 뿐이다. 음모는 음모를 낳고 입에서 입으로 회자될 것이다. 여기서 사라진 것은 시민의 정치 참여 기회이다. 지금 우리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빠져 있다. 국정 안정을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만든 무책임한 상황이다. 앞장 설 선장도, 나아갈 방향도 오리무중이다. 이런 현실은 내일에 대한 믿음마저 갉아먹는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상황에도 여전히 희망을 품을 수 있는가? 지금 우리는 원론적인 물음에 봉착하고 있다. 믿을 것은 우리 자신들이다. 희망을 품는 사람은 우리 자신이다. 희망은 우리라는 생각에서 나오고, 시민으로 거듭나는 태도에서 싹 터 오른다. 대통령도 인정하고 있다. 최종 심판자는 우리 자신들, 시민 정치의 주권자들임을. 지역주의, 지연주의야말로 구태이다. 구태는 허위를 키우는 정치다.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허위의 반대는 진실임을. 아직도 진정되지 않는 메르스 국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허약한 공공성의 기반이 문제가 아니던가. 공공성은 하루아침에 세워지지 않는다. 또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상호 신뢰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다. 오로지 우리의 말과 행동을 통해 축적되고 전승된다.

 

더 이상 방관적 태도론 미래가 없다. 소수의 손에 흔들리는 정치, 국민의 위상을 변두리에 두는 정치에서는 그 어떤 것도 기대할 수 없다. 이를 벗어나야 한다. 그 첫걸음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요구대로 심판하는 것이다. 주권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것, 그것이 진정 새로운 정치를 위한 발판이다. 대통령에게 기대할 수 없다면 우리가 나서야 할 때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http://www.pressian.com/ '시민정치시평' 검색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수, 2015/07/0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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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팟캐스트가 정태인, 한상희와 함께 시즌 3을 시작합니다. 프로그램 제목은 청취자 여러분에게 공모를 받아 정하려고 합니다. 회원과 시민 여러분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기다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바랍니다.

 

앞으로 시민과 함께하는 만들어가는 팟캐스트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이벤트 : 홈페이지 또는 참여연대SNS(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에 올라온 팟캐스트에 댓글로 제목을 달아주는 분 중에 추첨하여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오늘의 출연자 

  • 진행 :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 고정출연 : 정태인 교수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 한상희 교수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이슈손님 :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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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 / 3회 박근혜 대통령의 분노와 지리멸렬한 야당, 어찌하오리까

 

정부의 무능을 남 탓으로 돌리는 메르스 사태부터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그리고 격정적인 국무회의 발언까지 그동안 대통령이 보여준 모습은 '제왕적 대통령'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정한 참여연대 팟캐스트 시즌3 3회의 주제는 '여왕이 되고픈 대통령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였습니다. 하지만 이슈 손님으로 모신 이철희 소장이 이 문제를 찬찬히 분석하면서 주제는 대통령에서 시작되어 야당의 실력 평가까지 이어졌습니다.
 
"흥분하면 진다" 는 이철희 소장과 함께 나눠본 국회법 파동부터 한국의 정치가 나가야 할 길, 그리고 야권의 승부수는 결국 2016년 종이 짱돌(paper stone)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를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 모바일 접속 :
http://m.podbbang.com/ch/episode/8005?e=21734678
https://youtu.be/XTPjF4qe618

 

흥분하면 진다.

 

이철희 : 현재의 문제는 '대통령의 심리'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흥분을 유발시키고 있고, '진영'대결의 프레임을 다시 작동시키고 있다. 흥분하지 말고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상희 :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보면 안된다. 현정권은 분명히 '새누리당' 정권이며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으로 정의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철희 :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은 원래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복지는 다 접고 2007년의 정체성인 '줄푸세'노선이다. 새누리당내에서 개혁적 보수와 수구적 보수의 충돌도 현재의 문제에 깔려 있다. 이 충돌에서 누가 이기냐에 따라서 한국 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정말 국회법 때문인가?

 

한상희 : 노선싸움이건 행태문제이건 상관없이 이것이 왜 '국회법' 인가. 그동안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로 약간 고치자는 걸 무위로 돌리다니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안진걸 : 한국의 국회가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현대 민주주의에서 대부분 문제가 되는 것은 행정부 독재다. 의회가 힘을 더 가져야 국민의 의사가 정치에 반영된다.

 

정태인 : 지금까지 '시행령'이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를 검토하자는 것은 너무 당연한 요구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행령'은 자기 권한,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이철희 : 국회법은 핑계다. 세월호도 정리 안돼있고, 메르스 터지고, 지지율은 떨어지는 상태, 외교도 엉망진창인 상황, 아무것도 해논 것도 없는 상태에서 '반전'의 계기를 삼고자 한 것이다. 이것을 통해 여권내부를 확고하게 틀어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박근혜 대통령 뭐했나' 라는 문제제기는 빠지고 민주-반민주 로 질문이 바뀌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박근혜 대통령이 뭘 했는지 잘못했는지는 간데 없어진다.


무능한 대통령 vs 만만하고 무능한 야당

 

이철희 : 대통령이 원하는 프레임이 작동되나 안되나는 야당에 달렸다. 야당이 사회 경제적 이슈에 대한 문제제기를 계속 해내면서 자기 할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아까 말한대로 흥분하지 말고 하고 싶은 얘기를 계속 해야 하는데, 야당이 그런 정치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민생, 사회경제 문제가 중요하다는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이 문제를 의제화시키고 쟁점을 만드는 실력이 없다. 

 

정태인 : 여러가지로 국민을 실망시킨 것은 맞다. 박정희대통령의 딸이니까 조금 독재적일 것 같지만 경제는 일사분란하게 뭔가 잘 할 것 같았는데 세월호, 메르스를 드러난 것은 아무런 리더쉽이 없는 대통령이었다. 오히려 일이 터지면 도망가는 대통령. 경제도 계속 나빠지고 있다.

 

한상희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에 '종북, 안보' 이슈를 들고 나올 것이다. 청년실업부터 골목상권까지 문제는 너무 많은데 이것들이 내년 총선에 이슈화 되지 못한다면 정말 큰 문제다.

 

이철희 : 이명박정부의 키워드가 '탐욕', 박근혜 대통령의 키워드가 '무능'인데, 야권의 키워드도 '무능'이다. 선거는 계속 지는 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 그러고도 130석이 되는게 정말 신기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세력'을 제대로 세우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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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7/0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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