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테러라는 이름의 막연한 공포가 인권을 침해할 수는 없다

테러방지법 첫 기소 사건, 전부 무죄 판결을 환영하며

 

1.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이하 ‘테러방지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에 대해 인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세창)는 오늘 검사가 제기한 테러단체 가입 권유, 가입 선동 부분 전부를 무죄로 선고하였다(인천지방법원 2019. 7. 12. 선고 2018노4357 판결). 우리 위원회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입각하여 테러방지법 해당 규정(제17조 제3항)에 대한 엄격한 해석기준을 제시한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

 

2. 테러에 대한 대비나 사전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테러’라는 막연한 공포를 이용하여 인권침해행위를 정당화시키는 것이 허용될 수는 없다. 이번 사건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3. 수사기관은 IS에 대한 단순한 호감이나 지지 표현행위를 테러단체 가입 권유 및 선동 행위로 규정하였다. 피고인이 둘째 딸 출산 시기에 맞춰 고향에 다녀온 일정을 IS조직원 접촉시기라고 추정했다. SNS 대화방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저장되는 사진이나 동영상들을 피고인이 목적의식을 가지고 저장한 것으로 단정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별도로 저장 관리했던 폴더들 내의 천 개가 넘는 일상생활 모습들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자료의 존재에 관하여는 침묵하였다(재판부의 열람복사허용 결정이 내려진 이후에도 변호인들에게 제공하지 않다가 항소심 마지막 공판기일이 다 되어서야 하드디스크 등의 이미지 파일을 제공했다).

 

4. 재판부는 피고인의 테러단체 가입 권유 부분에 대해서는 원심의 무죄 판결이 옳다고 하면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테러단체 가입 선동에 대해서도 “표현행위에는 테러단체 가입에 적합한 수단이나 방법이 포함되어야 하고, 매체나 맥락을 통하여 테러단체 가입에 관한 최소한의 수단이나 방법이 제시되어야 하며, 이것이 상대방에게 진지한 인상을 줄 정도가 되어야 한다.”라는 법리를 제시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는 선동죄에 관한 판단에서 이른바 “객관적 진지성” 요건을 처음으로 설시한 것이다.

 

5. 먼 이국땅에서 영문도 잘 모른 채 ‘테러범’으로 낙인찍혀 약 1년 간 수감생활을 해 온 피고인의 항소심 최후진술은 “오랜 기간 일도 하게 해주고 그래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참 고맙습니다.”라는 취지였다. 억울한 피고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in dubio pro reo”(의심스러운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원칙을 현실의 법정에서 다시 확인해 준 이번 판결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온다.

 

6. 나아가 재판부는 피고인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은 기각하였지만, 이 사건은 오히려 테러방지법의 위헌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례이다. 수사기관의 무리한 기소는 피고인을 우리 사회에 이미 ‘테러범’이라 규정지었다. 피고인은 수사기관의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IS’ 대원이 되었고, 자신이 근무하던 폐차장 도구들이 ‘사제폭탄’의 재료로, 핸드폰에 자동 저장된 사진들이 ‘지령’으로 둔갑되었다. 이처럼 이미 ‘테러범’으로 취급받고 있는 피고인이 석방 이후 한국에서 이전과 같이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테러방지법은 이미 무고한 피고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끼쳤다.

 

7. 우리 위원회는 테러방지법이 수사기관에 의하여 남용되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해왔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위헌적 요소를 여전히 내포하고 있는 테러방지법 폐지를 다시 한 번 촉구하며 오늘 재판부가 설시한 내용 중 일부로 논평을 마무리한다.

 

처벌의 필요성과 위험성, 테러의 공포심만으로우리 사회가 견지해 온 법치주의의 원칙을 양보하게 된다면 오히려 그것이 테러단체에 굴복하는 것일 수 있다.”

 

 

201971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위원장 조지훈(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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