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땅 속에 심어놓은 희망의 씨앗은 어느덧 싹을 틔우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두터운 땅을 뚫고 나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장 두 가지 문제와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먼저 공부할 분량이었습니다. 대입 검정고시는 7과목 뿐이었지만 예비고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14과목이나 공부해야 했습니다. 시간이 곱절로 필요했지요. 다음은 등록금이었습니다. '주간 대학에 갈 돈이 어디서 나겠느냐'는 형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대학을 꼭 가야겠다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야간 전문대를 가라던 아버지 말씀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이었지요. 그렇게 답이 없는 문제를 끌어안은 채 한 동안은 의미 없는 시간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