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를 졸업하던 해 음력 2월 29일, 우리 가족은 성남이라는 곳으로 왔습니다. 그저 서울 옆 어딘가에 있다는 것 말고는 성남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로부터 몇 년만에 성남이라는 곳으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던 것 뿐입니다. 한동안 방황하던 아버지는 성남에서 식구들과 함께 힘 모아 살아보자는 생각을 갖고 계셨나 봅니다. 나는 친구들과 달리 중학교에 진학할 수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고향 친구들을 떠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향 안동을 떠나는 날, 비가 한 없이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이사 가는 날 비가 오면 잘 산다'는 말은 아마도 처량한 신세를 위로하기 위해 생겨난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