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물질 최후의 방벽, 원전 격납건물 철판 부식은 왜 일어났을까?
한빛원전 1호기 재가동이 어제(5일) 승인되었다. 한울 1호기를 시작으로 원전 격납건물 철판 부식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원전 사업자는 물론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인규명조차 하지 못한 가운데 해당 원전들의 재가동 승인이 이루어지고 있다.
부식이 확인된 원전은 총 4기의 원전이다.
< 점검 결과 (CLP 공칭두께 6mm, 최소요구두께 5.4mm) >
원전 | 두께 감육 위치 | 감육 부위 개소 | 최소 두께 | 비고 |
한빛 1호기 | 226‘-6’‘ | 11개판 49개소 | 2.53mm | ·대기 노출기간 (5.5개월) |
218’-3‘’ | 1개판 1개소 | 2.84mm | · 이물질(목재) | |
한빛 2호기 | 226‘-6’‘ | 12개판 135개소 | 0mm(관통) | ·대기 노출기간 (16개월)
·돔CLP낙하사고 |
한울 1호기 | 43.5m | 2개판 7개소 | 2.75mm | ·대기 노출기간 (4개월) |
고리 3호기
(정밀점검중) |
226‘-6’‘ | 9개판 59개소 | 1.98mm | ·대기 노출기간 (7개월)
·정밀점검중 |
128‘ ~ 158’ | 10개판 35개소 | 5.35mm | ·정밀점검중 | |
118’-3’‘ | 7개판 33개소 | 2.29mm | ·대기 노출기간 (3개월)
·정밀점검중 |
* 6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안건자료
환경운동연합은 원자력안전연구소(준)과 함께 최근 발생하고 있는 원전 격납건물 철판 부식 사건에 대한 검토를 통해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짚고 원전 안전 확보를 위한 앞으로의 과제를 발표했다.
간담회에서 원전 격납건물 철판의 역할과 기능 상실에 따른 안전성 우려점, 이 사건 접근 방식의 문제점, 원인규명이 되지 못한 상황의 문제점, 해외 사례와 다양한 원인 가능성, 앞으로의 과제 등을 발표했다.
국내외의 경험에서 얻어진 여러 이유들 중 현재까지 가능성이 보이는 원인들은 공정 절차에 따른 부실 시공, 설계, 환경의 영향, 노후화 결과, 재료의 결함이나 불량 등으로 볼 수 있다.
아래는 발표자료의 ‘문제제기와 과제’부분이다.
1) 접근 방식의 문제: 해외 사례가 이미 알려져 오고 있었으며 이에 따른 규제 기관의 안전성 점검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이미 있었다면 최소한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발견의 시기는 앞당길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며,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초기에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또한, 사업자는 기술적으로 설계 기준 조건에서, 라이너 플레이트는 상당한 변형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고 및 환경 부하에 대한 안전의 설계 마진을 감소시킬 수 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초기부터 크레인 무너짐이나 해풍방향 부식과 같은 초급적인 국제적으로 초유의 상황이라 할지라도 격납건물 전체 안전성 측면에서의 고찰을 성실하게 수행하였어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적 시행착오는 국가원자력 안전에 대한 정책 의지의 문제점과 함께 기술적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2) 종합누설률 시험의 실효성: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을 보장하는 다중 방벽의 최후의 보루인 격납건물시스템은 안전등급 구조물인 원자로 건물에 설치되는 안전등급 기자재로서 수명기간 이전에 성능을 상실한 기간이 있었음은 점검의 부실과 동시에 원전 안전성에 허점을 노출한 것이다.
격납건물의 종합 누설 검사를 수행하기 이전에 육안검사를 통하여 격납검물 라이너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절차상의 무용성이 입증되었다고 의심할 수 있으며, 더욱 2000년대 초반 기존 5년에 1회 시행하던 격납건물 종합누설율시험(ILRT)을 확률론적 평가방법을 적용하여 10년에 1회로 주기 연장한 상황에서 시험주기의 연장을 통하여 격납건물에 주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목적의 검사주기 완화가 이에 상응하는 검사의 강화와 이어지지 않고 단순히 계획예방점검 기간의 단축을 통한 경제 논리로 이어진 결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폭넓게 시도되고 있는 확률론적 규제 접근 방법들에 대한 주의가 필요함을 반증한다.
또한 그간 부식이 발생한 원전에 대한 격납건물 종합누설율 시험이 다수 수행되었으나 어떠한 이상이 관측되지 않았음은 그 수행 방법과 결과에 대한 검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현행 규제에서 요구하는 24시간의 본 실험과 부속 시험을 통하여 확인하는 격납건물종합누설율시험이 라이너 플레이트의 부식 및 관통 조건에서 어떠한 차이점이 발견되지 아니함은 시험방법 또는 조건의 부적절함을 의미하거나 라이너 플레이트의 무용성을 방증하지만 후자의 경우 국제적으로 널리 적용되는 설계 개념에서 적용되기는 힘들다. 그런데 재가동 승인의 요건으로 종합누설률 시험 통과를 전제한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3) 원인규명 노력 소홀하고 단기 대책 부재: 설계 기준 이내의 원전 사고 시 격납건물 내부의 압력 상승에 따른 방사능의 누출을 차단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라이너 플레이트의 기능 상실이 한빛 2호기에서 발견된지 10개월이 되었으나 언제부터 관통이 발생하여 불완전상태로 있었는지에 대한 결과가 제시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안전성 저하에 대한 정량적인 결과 제시가 없으며 향후 가동중검사시 초음파검사(UT)를 이용한 CLP 두께측정 강화를 제외한 어떤 기술적인 노력이 없다. 이는 해외 사례와 같은 명확한 원인이 파악된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것으로 다양한 해외 사례 및 가능성을 감안할 경우 또 다른 부식-보수의 반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4) 원전 노후화에 따른 진단과 평가방법 필요: 격납건물 철판 부식이 콘크리트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철판은 탄소강 재질인데 탄소강은 풍화로 인해 두께가 얇아진다. 10% 여유를 두어 6mm 두께로 시공되는데 육안 관찰로 두께 감육을 확인한다. 강염기인 콘크리트와 밀착된 철판 뒷면(배면)은 원칙적으로 부식이 일어날 수 없는데 공간이 생기게(재료분리발생) 되면 그때부터 부식이 시작되는 것이다. 관통은 오랜 기간 부식을 의미한다.
시공 당시의 염분과 물이 투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콘크리트가 굳는 과정에서 가수반응(물을 흡수함)이 진행된다. 지속적으로 열려있는 공간으로부터 부식시킬 수 있는 수분 등이 공급되어야만 부식이 진행되는 것이다. 재료 분리 현상은 노후시설물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노후원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방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5) 재료의 결함 가능성 확인 필요 : 프랑스에서는 탄소강에서 탄소 함량이 높은 철판이 배관 재료로 공급되면서 문제가 되어 해당 원전을 가동 중지하고 교체하고 있다. 탄소함량이 높으면 연신율이 떨어지고 쉽게 깨진다. 재료의 이상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되어야 한다.
67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안건자료 중에 ‘부식 감육이 아닌 최소요구두께 미달 부위에 대한 정밀분석 필요’라는 항목이 있으며 고리 3호기 35개소 5.35mm에 부식 원인을 추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철판 시공 당시에 최소요구 두께인 5.4mm를 만족하지 못하는 불량 철판이 공급되었을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운영허가 전에 가동 전 검사가 부실하게 진행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6) 새로운 접근 방식 필요: 정부의 대책이 검사와 결함에 대한 조치 및 건설원전 관리규제 강화 만 제시할 뿐 국외사례와 비교하여 초유의 상황임을 강조할 뿐 국외에서 확인되지 않은 격납건물의 안전성 관련 기술 항목에 대한 어떠한 추가적인 연구가 없다. 이미 일례로 2003년 미국 국립연구소(Sandia National Laboratory)에서는 1/4 규모 격납건물 실험을 통하여 극한조건에서의 격납건물의 폭파와 가압중인 격납건물에서의 비대칭적 팽창과 이에 따른 국부적인 격납건물 라이너플레이트의 이상 변형 등을 실험하여 보고하였다. 국내 원전의 경우 동일 설계의 원전도 시공과정 등의 영향으로 다른 구조물의 특성을 가질 수 있음에 따라 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따라서 격납건물 누설률 시험 주기 연장의 배경으로 제안하였던 격납건물 스트레스를 입증할 수 있는 국외 연구와 같은 기술적 가능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7) 원인규명 노력 필요: 국내외의 경험에서 얻어진 여러 이유들 중 공정 절차에 따른 부실 시공, 설계, 환경의 영향, 노후화 결과, 재료의 결함이나 불량 등의 원인을 포함한 폭넓은 기술 근거에 대한 검토와 확인이 있어야하고 그 결과가 공개되어야 한다.
또한, 현재로써는 종합 누설률 시험방법, 검사 주기 및 방법 등을 바꾸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으므로 향후 유사한 사건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원전격납건물 철판(CLP)은 원전 사고 시 방사성물질을 격리하는 최후 보루의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대책은 다음과 같다.
원전 격납건물 철판(CLP) 검사 방법과 지침에 대해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원인 분석을 위해 부실 시공, 설계, 환경의 영향, 노후화 결과, 재료의 결함이나 불량 등의 원인을 포함한 폭넓은 기술 근거에 대한 검토와 조사, 분석이 있어야 한다.
규제의 일관성을 가지고,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면 재가동 승인 보류해야 한다.
첨부자료: 원전 격납건물 철판 부식 현황 문제점과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