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연속기획 - 새 정부를 위한 개혁과제 ② 경제 편 

 

이필상(시민행동 고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경제, 절대위기 어떻게 이기나

(1) 절대위기(Perfect Storm)
 
세계경제가 무역전쟁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각국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계기로 신 고립주의로 나가고 있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기 위해 통화를 무제한 팽창하는 아베노믹스를 고수하고 있다. 중국은 중화주의 실현을 목표로 경제영토 팽창정책을 펴고 있다. 
pic1.gif
세계무역전쟁
 
실로 큰 우려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다. 700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무역적자 중에서 대중 적자가 절반을 차지한다. 미국이 중국경제를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보복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등 갖가지 제제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굴하지 않고 미국에 대한 투자억제, 비관세규제 강화 등으로 맞불전략을 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세계경제가 적대적인 무역전쟁터로 바뀔 경우 국제교역질서가 혼돈상태에 빠져 모든 나라가 피해를 입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pic2.gif
 무역전쟁의 포로
 
대외의존도가 절대적인 우리경제는 사면초가다. 자칫하면 세계 무역전쟁의 포로로 잡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어 빠른 속도로 부실화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 등 외부압박이 태산이다. 우선 문제가 트럼프노믹스다. 미국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발효한 이후 무역적자의 증가를 내세워 재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환율조작국 지정의 가능성도 있다. 또 문제는 중국경제의 침체와 사드배치에 대한 보복이다. 최근 중국경제가 고도성장을 멈추고 침체국면에 접어들어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중국이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무역보복을 본격화하자 우리경제는 설상가상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유럽국가들의 인기영합적인 탈 유럽연합 정책도 우리경제의 불안을 가중하고 있다. 
 
현 상태로 나갈 경우 우리경제가 절대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경제가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상태에서 무역전쟁의 피해를 입어 부도위기에 처한다는 것이다. 우선 내부적으로 가계부채와 기업부실이 심각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 총 규모가 1,300조원을 넘었다. 가구당 평균 7,000만원에 달해 언제 부도의 뇌관이 터질 지 모른다. 여기에 상장기업 중에서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한 한계기업이 1/8이넘는다. 이런 상태에서 무역전쟁의 피해가 본격화 하고 외국자본이 이탈할 경우 기업부문과 가계부문이 함께 무너지는 동반부도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경제는 이미 실업대란, 주거대란, 가계부채 대란 등 3대 대란을 겪고 있다. 청년들은 아무리 취업준비를 열심히 해도 거의 절반이 취업을 하지 못한다. 직장을 갖고 있는 근로자들도 40%가 계약이 끝나면 실업자로 전락하는 비정규직이다. 정규직도 다수가 구조조정 때문에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월세가 치솟아 살 곳을 찾지 못하고 거리를 헤매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 전세 값이 집값에 육박하고 전세의 월세 전환률은 기준금리의 4배가 넘는다. 더욱이 고용불안과 소득감소로 인해 생계비, 주거비, 교육비, 이자상환 등을 다시 빚에 의존해야 하는 가구가 많다. 이런 상태에서 세계무역전쟁의 포로가 되어 전 산업이 붕괴위기에 처할 경우 국민은 생존기반을 잃는 재앙을 맞을 수 있다.
 
 
(2) 정경유착과 관치경제
pic3.gif
정경유착 비리
 
우리나라의 경우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결탁하여 국정을 농단하는 정경유착체제가 경제와 사회의 발전을 막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경유착체제하에서 정치는 갖가지 부정부패를 저질러 경제를 부실화하는 것은 물론 권력을 잡기 위해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반 국민적인 행위를 불사한다.  여기에 우리나라 행정체제는 규제로 나라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관료주의의 뿌리가 깊다. 이에 따라 모든 법안과 정책이 정경유착과 관료주의의 이해관계의 인질로 잡혀 변질되거나 사장된다. 이러한 정치의 낙후와 정부기능의 왜곡이 지난 60년간 온 국민이 피와 땀으로 이룬 민주화와 산업화를 파괴하는 역사적 불행을 낳고 있다. 
 
관치금융이 산업을 무너뜨리고 있다. 경제개발 초기에 관치금융은 한정된 자본을 효과적으로 배분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점차 관치금융은 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관료주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기업의 경영이 부실화하면 실업 등의 경제불안이 크다. 따라서 집권당과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여 관치금융을 동원한다. 즉 부실기업을 연명하는 정책을 펴 경제 불안을 최소화한다. 이 정책에 따라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자금을 지원한다. 그러면 국책은행과 부실기업이 맞물려서 부실을 확대재생산하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산업을 무너뜨리고 경제를 성장절벽의 수렁으로 밀어 넣고 있다.
pic4.gif
재벌기업 특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붕괴하는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60년간 정부는 대기업들에게 인허가, 금융지원, 세제지원 등 갖가지 특혜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여 경제를 급속도로 발전시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정부 특혜와 지원에 의한 지렛대 효과를 최대한 누리며 시장을 독점하고 이익을 독차지 했다.  또 중소기업들을 하청업체로 거느리는 수직적 산업구조를 만들어 부당이익을 취했다. 더 나아가 정치권력과 이권과 혜택을 주고받는 정경유착을 형성하여 갖가지 부정과 비리를 낳았다. 
 
고도성장과정에서 대기업들은 이익을 늘리기 위해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기계화를 서둘렀다. 그러자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심지어 공장의 해외이전을 서둘러 아예 국내고용을 차단했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이러한 산업구조 하에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근로조건과 임금의 격차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크다. 당연히 고용률과 노동효율성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도 심각하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이 제공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연간 16만개 정도이다. 이에 반해 대학이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나오는 학생 수는 연간 40만명에 이른다. 
 
 
(3) 경제개혁과 뉴 성장패러다임
pic5.gif
경제개혁과 민주화
 
우리경제가 세계무역전쟁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하려면 건전하고 강력한 시장경제체제를 다시 구축하여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방법이다. 특히 내면적으로 우리경제는 양극화를 해소하고 건전한 경제성장과 효율적인 소득분배를 위한 경제민주화 개혁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고 권력형비리를 차단하는 정치개혁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겨야 한다. 정부도 경제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관료주의를 배제하고 경제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체제로 기능을 바꿔야 한다. 특히 낙하산 인사로 사회주요기관을 지배하는 불법인사체제는 근절해야 한다. 다 나아가 정부는 경제외교정책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해외 경제영토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 그리하여 수출 및 투자를 다변화하여 해가 지지 않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최근 우리경제의 최대 현안인 중국의 사드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정책 등에 외교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산업구조개혁이다.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대기업이 이끄는 수출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경제력이 집중하고 미래산업 개척이 어렵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활성화하여 첨단산업을 일으키고 고용창출능력을 높이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이와 더불어 기업의 지배구조를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우리경제를 이끄는 주요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작은 자본으로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황제식으로 경영을 하며 대를 이어 세습을 하는 족벌경영체제이다. 따라서 갖가지 불법비리와 부의 부당한 축적이 많다. 기업의 소유분산, 투명한 전문경영제도 도입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개혁도 절실하다. 대기업 종사자와 중소기업 종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근로조건과 소득의 양극화가 심하다. 더 나아가 교육제도도 개혁해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은 능력보다 학력중심이다. 직업교육과 첨단과학교육을 획기적으로 강화하여 전문인력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경제회생은 어렵다. 마치 환자에게서 암세포를 드러내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정부, 금융기관,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독립적인 구조조정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기구의 구성은 이해관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중립적인 전문가로 해야 한다. 구조조정전담기구는 구조개혁에 대해 전권을 가지며 정부는 미래산업 발전과 구조조정의 기본방향을 제시한다. 구조조정전담기구는 내부조직으로 산업별 소위원회를 두어 해당산업에 대해 전문적인 평가를 하고 구체적이며 현실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의 내용은 산업이나 기업 유형별로 재무상태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사업구조, R&D, 시장수급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경쟁력 회복과 미래성장가능성을 중심으로 결정해야 한다. 구조조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부실채권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살리는 것이다. 자금을 투입하여 부채비율을 낮추고 현금유동성을 높이는 재무상태의 구조조정은 매출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경쟁력 회복과 거리가 있다. 특히 새로운 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성장성의 회복을 뜻하지는 않는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하려면 기업의 부실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소재를 밝히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한 실업과 지역경제위축 등 피해를 막는 대책이 전제조건이다.
 
 
(4)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은 미래 산업발전의 새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기존의 산업혁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은 각각 증기기관발명, 전기발명, 정보통신 혁명 등으로 기계가 인간의 손을 대체하는 혁명이었다. 이에 반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발명으로 기계가 아예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는 혁명이다. 앞으로 전개 될 문명의 변화는 예측 불허의 충격을 야기할 전망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이루어 질 경우 부작용으로 지식의 격차가 계층간 극단적인 양극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일단 우리경제는 4차 산업혁명의 선두대열에 서야 한다. 다른 나라가 인공지능기술을 먼저 개발하여 미래산업을 선점할 경우 성장동력을 잃고 있는 우리경제는 미래 희망이 없다. 이런 견지에서 4차 산업혁명을 우선적인 경제정책의 대상으로 삼고 선제적인 전략을 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충격과 부작용을 최소화 해야 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소득을 공유하여 사회구성원 모두의 삶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야 한다.  
pic6.gif
4차 산업혁명
 
4차 산업혁명은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산업과 융합해서 일어난다. 최근 진행되는 4차 산업혁명은 운전자 없이 목적지를 가는 자율주행차, 사람대신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로봇, 사람의 행동은 물론 생각과 의견까지 분석하는 빅 데이터,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사물 인터넷 등이다. 이렇게 볼 때 실물산업과 정보통신산업이 함께 발전한 우리나라에 승산이 있다. 그러나 스위스의 UBS은행의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준비 수준이 세계 25위 밖에 안 된다. 여러 분야에서 개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규제제도는 허용이 가능한 사항을 나열하고 나머지 사항을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제도다. 이런 규제제도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산업혁명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산업혁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려면 허용이 불가한 사항만 나열하고 나머지 사항을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기업환경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렵다. 기업의 창업과 혁신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전환과 정부의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 한편 4차 산업혁명의 성공여부는 얼마나 많은 첨단인력들이 자유롭게 기술을 개발하거나 창업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교육의 강화와 첨단인력의 공급의 확대가 절실하다. 한마디로 전 방위적인 산업혁명체제의 구축이 시급하다.
 

 

헌정이 농단되고 민생 경제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치러지는 2017년 조기 대선. 우리 사회의 여러 질곡이 해소되기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기대가 관심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대선 과정에서 어떤 구체적인 개혁들이 필요한 지에 관한 논의는 많이 부족합니다. 이에 2017년 조기대선을 맞아 시민행동의 임원·회원들이 각 분야별로 필요한 개혁 과제들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연재글 전체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