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대선 연속기획 - 새 정부를 위한 개혁과제 ① 정치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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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시민행동 전 운영위원)
  

“대통령 탄핵 후 첫 번째 정치개혁 과제는 선거법 개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광장을 채웠던 촛불민심은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부패, 정경유착, 권력남용이 없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제대로 실현되는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폐청산과 함께, 재벌개혁, 검찰개혁, 행정개혁, 조세·예산개혁, 직접민주주의 확대, 지방자치개혁 등 수많은 개혁조치들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의 상황을 보면, 적폐청산과 개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재벌개혁, 검찰개혁 등 숱한 개혁입법들이 국회에서 통과가 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반드시 이뤄졌어야 할 만18세 선거권, 유권자 표현의 자유보장 조차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60만명이 넘는 만18세 청년들이 5월 9일로 예정된 대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는 대한민국 정치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적폐청산과 다른 모든 개혁을 위해 필요한 첫 번째 개혁은 정치개혁이고, 그 핵심은 선거제도 개혁이다. 최소한 아래의 4가지 과제가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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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선거와 관련한 시민의 정치적 표현을 억압하는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곧 열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시민들의 입과 손발을 묶기 시작했다. 대통령 탄핵 결정 직전까지는 시민 누구나 광장에서 자유롭게 얘기했지만, 이제는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단속되고 처벌받게 된다. 공직선거법 93조 1항 등 때문이다. 이런 선거법은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악법이다. 유권자의 정당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억압하는 선거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
 
둘째, 선거권 연령을 만18세로 낮춰야 한다. 민주주의의 역사는 참정권 확대의 역사이다. 이번 촛불시민혁명에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동참했다. 그러나 만18세-만19세의 시민은 이번 대선에서도 투표할 수 없다. 전세계 147개국이 만18세 이하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한 국가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만18세로 낮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앞으로 만16세로 낮추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셋째,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5년 2월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꿀 것을 국회에 권고했다.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300명중 253명을 지역구에서 1등한 후보로 채우고, 비례대표는 47명에 블과한 ‘지역구 소선거구제’ 중심의 제도이다. 그래서 지역구 1등 당선자 아닌 후보에게 보낸 국민의 선택은 사표가 된다. 
반면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제도이다. 30%의 정당지지를 얻으면 30%의 의석을 배분받고, 10%의 정당지지를 얻으면 10%를 배분받는 제도이다. 이렇게 하면, 사표가 줄어들고 민심이 정확하게 반영된다. 그리고 다양한 정당들이 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가 가능해진다. 독일,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 우리가 부러워하는 높은 ‘삶의 질’을 자랑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선거를 치르고, 정책중심의 정치가 이뤄지는 국가들이다. 지방의회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의회 선거에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특정 정당이 득표율에 비해 과도한 의석을 차지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넷째, 대통령과 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 대통령,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뽑는 선거제도 역시 문제가 많다. 단 한 차례의 투표를 통해 30%를 얻든, 40%를 얻든 1위가 당선되는 것이 현행 선거제도이다. 그래서 투표한 유권자 과반수의 지지를 받지 못해도 당선이 되어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늘 당선 가능성을 따져 투표할 것을 강요받는다. 
반면에 1차투표에서 1위를 한 후보자가 과반수를 얻지 못했을 때, 1위와 2위 후보자만 놓고 2차투표를 해서 과반수 얻은 사람이 당선되게 하는 것이 결선투표제이다. 대통령을 직선으로 선출하는 다수의 국가들이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다. 한 사람을 뽑아 많은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에는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그들만의’ 개헌논의는 중단하고 시민들이 참여하는 개헌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률 하나 개정하기 위해서도 의견수렴절차를 거치고, 공청회를 거치는데, 국가의 근간이 되는 헌법을 개정하면서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또한 개헌이전에 법률로 할 수 있는 선거법 개혁부터 먼저 하는 것이 순서이다. 선거법 개혁없는 개헌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오스트리아식 ‘분권형 대통령제’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지만, 오스트리아는 만16세부터 선거권이 주어지는 국가이다. 오스트리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국회의원 선거를 하는 국가이고,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도입하고 있다. 이런 선거제도가 전제가 될 때, 권력구조 개편도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거법 개혁이 먼저다. 
이번 촛불시민혁명은 주권자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는 정치를 바라는 시민의 열망으로 이룬 것이었다.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을 만들기 위해 선거제도를 혁신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통령 박근혜 탄핵 이후의 첫 번째 정치개혁 과제는 선거법 개혁이다.

 

헌정이 농단되고 민생 경제가 위기에 처한 가운데 치러지는 2017년 조기 대선. 우리 사회의 여러 질곡이 해소되기를 소망하는 시민들의 기대가 관심이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급박하게 진행되는 대선 과정에서 어떤 구체적인 개혁들이 필요한 지에 관한 논의는 많이 부족합니다. 이에 2017년 조기대선을 맞아 시민행동의 임원·회원들이 각 분야별로 필요한 개혁 과제들을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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