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6기 목민관클럽 19차 정기포럼이 ‘시민의 기억이 지역을 만든다’는 주제로, 2017년 3월 21~22일 이틀간 경기 안산시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기억문화의 중요성과 기억문화가 지역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생생한 현장의 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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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목민관클럽 19차 정기포럼은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조문으로 시작했다. 공식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1시가 되기 30분 전부터 많은 참석자(지자체 단체장, 공무원 등)가 분향소 앞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검은색 옷을 입고 가슴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달고 있었다.

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안산경기교육청에 있는 세월호 기억교실에 방문했다. 2014년 당시 단원고 2학년 교실은 총 9반까지 있었는데, 세월호 기억교실에도 이와 동일하게 1층에는 1~3반, 2층에는 4~9반 그리고 교무실이 있었다. 유가족 어머니들께서 직접 안내해주시며 설명해주시는 걸 듣던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빨개지고 여기저기서 한숨이 들렸다. 아이들이 사용하던 교실의 빈 책상 위에는, 아이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겨놓은 사진과 편지 등이 놓여 있었다. 아이들의 빈자리와 방문객들의 글을 접하니, 세월호 참사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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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안산 스퀘어호텔에서 본격적인 포럼 행사가 진행됐다. 제종길 안산시장의 기조발제와 독일 초청연사 발제, 지자체장 사례 발표로 이어졌다.

안산의 기억과 기록 : 기록을 위한 안산시의 노력

안산은 단원고가 있는 곳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산시의 역할이 중요했다. 지난 3년 동안 안산시는 다양한 기록 작업을 해오고 있었다. 2017년 3월 기준으로 4·16 세월호 참사 기록물이 무려 181,354건이라고 한다. 기록물 종류는 단행자료, 연구자료, 박물자료, 멀티미디어자료 등으로 다양했다. 또한 안산시민 각계각층 39명을 대상으로, 참사 이전의 일상과 그 이후 변화된 일상 등을 주제로 한 구술기록을 담았다. ‘2014 안산의 기억 구술백서’가 그것이다. 또한 416기억저장소 시민기록단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기록물 외에도 안산시에는 다양한 행정기록(전자 약 28만 철, 비전자 약 11만 권, 행정간행물 약7천 건 등 1999년부터 DB구축)과 역사문화기록(성호기념관, 안산향토사박물관, 최용신기념관, 단원미술관 등)이 있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큰 논란이 된 블랙리스트에 행정가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고 한다. 웃으며 이야기 했지만, 지난 3년간 중앙정부의 비협조 아래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점이 참 인상 깊었다.

기억문화를 위한 독일의 노력

이번 포럼을 위해 독일에서 두 명의 연사가 안산에 방문했다. 첫 번째 발표자인 미하엘 파락(Michael Parak, 반망각·민주주의진흥재단 사무총장)은 ‘아래로부터 기억문화’라는 주제로 나치, 홀로코스트, 2차 세계대전, 레지스탕스, 공산독재, 사회주의 통일당, 동서독 분단, 평화혁명, 통일’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과거 여러 사건에서 무엇을 기억할지에 대한 논의방법과 기념관 형성, 시민사회의 역할, 보상방법 등을 설명하고, 기억문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전해 주었다. 두 번째 발표자인 팀 레너(Tim Renner, 前 베를린 시 문화부 장관)는 ‘베를린의 기억 문화-테러의 토포그래피 박물관’이라는 주제로, 지역민이 기억에 관해 직접 논의를 시작한 것과 독일 통일, 기억문화에 대한 제도적 논의 및 합의, 기념관 설립, 다양한 활용 시도 등을 거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토포그래피 박물관과 그 구성요소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기억문화가 앞선 국가다’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는데, 두 연사의 발표로 독일의 기억문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독일도 처음에는 지역 단위의 소소한 논의에서 시작하여 지금까지 왔다는 것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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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기억문화, 더 큰 힘으로

제종길 시장과 독일 연사의 발제에 관한 반응이 뜨거웠다. 질의응답이 계속 됐다. 때문에 이후 예정돼 있던 지자체장 사례 발표가 늦춰졌는데도 모두가 진지한 자세로 포럼에 임했다. 13명의 지자체장이 각 지역의 기억문화 사례를 소개했다. 많은 지자체가 지역이 지닌 역사문화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후대에 그 의미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축제, 기념관, 공원 등으로 지역을 가꾸고 있었으며, 공공기록물도 충실히 관리하면서 내실화에 애쓰고 있었다. 또한 비제도권에서 쉽게 사라지는 지역의 기억과 이야기를 체계적으로 기록·조사·정리하기 위해 구술·사진기록을 하고, 지역주민을 위한 아카이브 공간 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던 독일의 두 연사도 한국 지역사회에서 세밀하게 작업 중인 기억문화 활동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한 아래로부터 시작하는 기억문화가 모이기 시작하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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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의 새로운 모습

포럼 둘째 날에는 참석자들과 함께 안산시의 다양한 지역자산을 살펴봤다. 시화호조력발전소를 견학하고, 대부해솔1길을 걸었다. 과거 환경문제로 골칫거리였던 시화호를 조력발전소로 전환하여, 지속가능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번 포럼을 통해 한국의 기억문화가 한발 나아가 성숙한 공동체를 만드는데 기여하길 바랐고, 각 지역에서 그런 역할을 하기로 다짐했다.

– 글 : 박정호 | 경영지원실 연구원 · [email protected]
– 사진 : 목민관클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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