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Pacific CCRI

지난해 3월에 전해진 온두라스 인권·환경운동가 베르타 카세레스의 사망 소식은 전 세계를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했다. 그녀는 온두라스 렌카 원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강 유역에 건설 예정인 거대수력발전댐 건설에 반대하다 괴한의 총에 맞아 살해당했다. 이는 비단 온두라스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다. 전 세계 많은 원주민, 농촌 공동체들은 선조 때부터 오랜 기간 자연에 의존해 의식주를 해결하며 살아왔다. 숲은 아픈 이를 치유해 주었고, 강은 목마름을 잊게 해주었다. 땅을 조각내 소유관계를 입증하는 현대의 부동산 개념은 찾기 힘들다. 이 점을 노린 기업은 손쉽게 원주민들을 내쫓고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하는 개발사업을 진행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caption id="attachment_175713" align="aligncenter" width="610"]encuentro-internacional-de-los-pueblos-berta-caceres-vive-610x259 ⓒFriends of the Earth International[/caption]

 

지난 3월 19~24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활동가들이 방콕에 모여 각국의 공동체보호 활동 경험을 공유하고 전략을 강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Community Conservation Resilience Initiative(이하 CCRI, *역자주: '공동체보호 활동 강화계획' 정도로 풀이할 수 있겠다.)’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CCRI는 기존에 지역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던 방법을 존중하며 이를 강화하는 개념으로 현재 상황에 대해 더욱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 정부 및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개발하도록 돕는다. CCRI는 원주민공동체 활동단체와 이들과 밀접하게 일하는 환경단체가 함께 개발한 것으로 이미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태평양 등지의 22개국 60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caption id="attachment_175715" align="aligncenter" width="640"]11 이란의 CCRI 사례를 소개하고 있는 참가자 ⓒGlobal Forest Coalition[/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5712" align="aligncenter" width="640"]1 각국의 CCRI 사례와 전략을 공유하고 있는 참가자들 ⓒGlobal Forest Coalition[/caption]

 

CCRI는 각국의 맥락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 가능하나 주로 정리하고 분석하는 문서화 작업에 초점을 둔다. 말레이시아 톰보누오(Tombonuo) 지역사회는 대규모 새우양식으로 파괴되고 있는 맹그로브(mangrove) 숲을 지키기 위해 CCRI를 진행했다. 이곳은 2012년 이래로 2,000 acres가 파괴되었고, 1,000 acre가 기업에 의해 곧 추가 정리될 위기에 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오랜 기간 자체적으로 맹그로브 숲을 관리하던 방식을 꼼꼼히 정리하고, 관련법과 국가정책 등을 분석해 제도상의 허점을 파악했다. 또한, 거대 새우양식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이 과정을 통해 톰보누오 지역 맹그로브 숲의 환경·사회·문화적 중요성을 부각 시킬 수 있었고, 지역주민들이 숲을 관리하고 보호하던 방식을 주 정부와 기업에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caption id="attachment_175704" align="aligncenter" width="640"]5 톰보누오(Tombonuo) 지역사회가 관리하던 맹그로브 숲 ⓒPACOSTrust[/caption]

[caption id="attachment_175706" align="aligncenter" width="640"]6 대규모 새우 양식으로 파괴된 맹그로브 숲 ⓒPACOSTrust[/caption]

 

말레이시아 톰보누오 사례를 소개한 고든(Gordon)은 “CCRI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다. 그러나 기존에 지역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지식과 경험을 한자리에 모아 정리하고, 지역사회가 처한 상황을 보다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또한, 각국의 활동을 알리는 보고서나 포럼 등을 통해 전략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다.” 며 CCRI를 현장에서 진행한 코디네이터로서 느낀 점을 말해주었다.

이미 공고화된 주류제도에 맞서 원주민들의 전통적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지킨다는 것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스스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운동이 세계적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고, 지역과 국가를 넘나드는 국제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결국, 해법은 주민들에게 있다.

 

글/ 환경운동연합 국제연대팀 김혜린([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