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화성시 우정읍사무소에서 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환경운동연합 주관하는 “화성연안 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을 위한 워크샵”이 열렸습니다.

이날 워크샵에서는 화성시와 화성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조사한 “매향리갯벌 시민 모니터링 결과 보고”를 화성환경운동연합 박혜정 교육팀장이 발표했습니다. 보고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매향리·화성호(화옹지구)에서 조사된 조류의 총 종수는 83종이었습니다. 주로 봄가을에는 도요물떼새가 주종을 이루며 겨울에는 오리·기러기류가 주요 종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특히 법적 보호종인 멸종위기I.II급 또는 천연기념물 조류가 18종이 조사되었습니다.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노랑부리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검은머리갈매기, 검은머리물떼새 6종은 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매향리와 화성호 두 곳 모두에서 4계절 쉬이 볼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봄에 민물도요와 붉은어깨도요를 우점종으로 하는 도요물떼새 무리가 상시 2만~3만 마리가 서식하는 점은 국내 습지보호지역(해양보호구역)뿐 아니라 국제 람사르(ramsar)습지 선정기준에 부합하는 것으로, 매향리갯벌의 생태적 우수성과 보호해야 할 가치가 충분함을 말해 줍니다. 특히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물떼새는 8월에 468마리가 조사되었고 8~9월에 저어새가 100마리 이상이, 노랑부리백로도 80여 마리 조사되었습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조류가 이렇게 많이 출현한다는 건 생물다양성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입니다. 실제로 시민모니터링단은 매향리 갯벌 일대에 대형저서생물인 절지동물 13종, 연체동물 10종, 유형동물 1종, 환형동물 4종, 척삭동물 1종을 확인했습니다. 매향리 갯벌의 풍부한 저서생물 현황은 조류뿐만 아니라 갯벌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어민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풍부한 갯벌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습지보호지역을 지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안정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법적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습지보전법에 따르면 습지보호지역 지정대상은 1. 자연상태가 원시성을 유지하고 있거나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지역 2. 희귀하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거나 나타나는 지역 3. 특이한 경관적, 지형적 또는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지역입니다. 특히 물새류에 있어서 습지보호지역 지정 기준은 법적보호종의 서식처 또는 도래지, 2만 개체 이상의 물새출현, 한 종의 개체수가 전세계 개체수의 1% 이상 서식하는 지역이어야 합니다. 매향리 갯벌은 매년 도요물떼새가 2~3만 마리가 도래하고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넓적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등 법적보호종 8종이 서식하고 있어 습지보호지역 지정 요건에 부합하고도 남습니다.

이제 화성연안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추진 단계이기 때문에, 아직 구체적인 구역을 설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조제를 중심으로 매향리 갯벌과 궁평갯벌이 그 대상이 될 것이고 간척사업으로 형성된 화성호 배후습지도 포함될 것입니다. 갯벌이 만조로 잠기면 새들이 방조제를 넘어 인공적으로 형성된 배후습지로 이동해서 활동하기 때문입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해양수산부장관도 할 수 있지만 지자체 시장이나 도지사도 할 수 있습니다. 현재 화성연안 습지보호지역 지정 추진은 화성시가 매우 적극적인 상황이고 갯벌을 터전으로 살고 있는 어민들도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화성의 상황은 나쁘지 않다고 보여집니다. 다만 습지보호지역과 같이 어민들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안은 이후 추진 과정에서도 어민 및 어촌계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워크샵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결국 성공적인 보호지역 지정과 사후관리를 위해서는 보호지역 지정이 지역 주민들에게 어떻게 이익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모델을 만드는 문제가 가장 중요합니다. 워크샵에서도 2007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선정된 고창 갯벌 사례를 통해 보호지역 지정이 지역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발표했습니다. 자연보전->생태관광 및 생산->지역경제 활성->자연보전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 보호지역 관리를 위한 지속가능한 체계를 만들어야 함을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국방부가 수원전투비행장(공식명칭은 ‘수원군공항’이지만 “전투비행장화성이전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는 더 정확한 용어인 ‘수원전투비행장’을 병행하여 사용) 예비이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선정한 것입니다. 화옹지구는 간척사업으로 형성된 화성호 배후습지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화옹지구로 전투비행장이 이전되면 화성연안 갯벌 조류 서식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화성 연안은 이미 50여 년 간의 매향리 사격장과 간척사업으로 고통을 받은 역사가 있습니다. 매향리 사격장 폐쇄와 화성호 해수유통으로 이제 겨우 회복된 생태계를 전투비행장 이전으로 또 다시 파괴할 위험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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