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그림6

수질 오염과 퇴적물의 부패, 방조제로 인한 생태계 단절, 죽음의 공간이 된 새만금

 

김재병(전북환경운동연합 생태디자인센터 소장)

10b23d0e0ddc4fc3947bcd55249a2c5b

지난해(2016년) 8월 27일, 새만금호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당했다. 죽은 채로 떠밀려 왔거나 죽기직전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물고기들은 부안 양지 포구 일대에만 어림잡아도 수 만 마리가 넘어 보였다. 주변은 물비린내와 물고기 사체 썩는 냄새로 악취가 진동했다. 군산 하제 포구를 비롯해 새만금 전역에서 이런 일이 생겼다.

물고기 폐사 사건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김제 심포항, 2009년에는 동진강 고부천, 2011년에는 부안 계화도 선착장 근처, 2015년에는 배수갑문 주변 방조제에서 각각 수천, 수만 마리가 떼죽음당했다.

[caption id="attachment_174590" align="aligncenter" width="400"]새만금 물고기 폐사 모습. ⓒ이정현 새만금 물고기 폐사 모습. ⓒ이정현[/caption]

현재의 새만금호는 예전에 갯벌과 연안 바다였다. 물고기와 조개류, 그 외 수많은 바다생물의 산란처이자 서식처였다. 그곳이 수질 오염과 퇴적물의 부패, 그리고 방조제로 인한 생태계 단절로 인해 죽음의 공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연한 결과로 전라북도의 어업생산량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어민 생존권은 물론 전북 경제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통계청의 어업생산동향에 따르면 새만금사업 전인 1990년 전북의 어업생산량은 150,234톤인데, 2015년은 43,903톤으로 약 70% 감소했다. 전북과 유사한 조건인 충남은 어업 기술 향상 등으로 생산량이 2배로 늘어났는데, 이런 것을 감안한 잠재적인 어업생산량을 생각한다면 생산량 감소는 더 커진다.

[caption id="attachment_174592" align="aligncenter" width="600"]1990~2015년의 전북(황색 선)과 충남(하늘색 선)의 어업생산량 비교(출처 : 통계청) 1990~2015년의 전북(황색 선)과 충남(하늘색 선)의 어업생산량 비교(출처 : 통계청)[/caption]

금액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의 손실일까? 아쉽게도 통계청의 어업생산금액 자료는 2008년부터 나오기 때문에 1990년의 생산금액은 생산량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2015년의 어업생산금액이 약 1,848억원임을 감안하면, 1990년의 어업생산금액은 현재 가치로 약 6,159억원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새만금 간척으로 인해 전북은 2015년에 약 4,300억원의 어업손실을 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누적 손실을 계산해보면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전라북도는 7조 380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 보고서에서도 어류 감소는 확인되고 있다. 8개 지역에서 어류를 채집한 결과, 어류의 종다양성은 31종에서 13종으로 60%이상 감소했으며, 개체수도 1,096마리에서 165마리로 85%이상 감소했다.

[caption id="attachment_174593" align="aligncenter" width="600"]새만금 어류의 종과 개체 수 (출처 :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 새만금 어류의 종과 개체 수 (출처 :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caption]

그나마 남아있는 물고기들도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었다. 숭어의 질병율을 조사했더니 2008. 7.12~13의 조사시기에 약 85%의 숭어가 병에 걸려 있었다.

[caption id="attachment_174594" align="aligncenter" width="600"]병에 걸린 숭어의 모습 (출처 :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 병에 걸린 숭어의 모습 (출처 : 새만금 수역 및 간척지의 생태변화조사)[/caption]

새만금에 의지하고 살던 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의 오동필 물새팀장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4년 이후 2016년까지 새만금의 조류는 최대관찰수 기준으로 41만2천여 개체에서 5만9천여개체로 약 86% 감소했다. 특히 갯벌에 의지해 살아가는 도요물떼새의 경우 16만여개체에서 4,800여개체로 97% 급감했다.

[caption id="attachment_174595" align="aligncenter" width="600"]새만금의 도요물떼새류 관찰개체수 변화. (자료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의 도요물떼새류 관찰개체수 변화. (자료 제공 :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caption]

그나마 남아있는 새들도 간척공사로 서식처가 사라져 일부 지역으로 몰리고 있다. 갈 곳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나 농어촌공사는 전체를 보지 않고 그 일부 지역만 보면서, ‘새만금 사업으로 새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우긴다. 웃기지도 않은 소리다.

[caption id="attachment_174596" align="aligncenter" width="600"]서식처 파괴로 한곳에 몰린 새들. ⓒ 오동필 서식처 파괴로 한곳에 몰린 새들. ⓒ 오동필[/caption]

넓은 갯벌과 바다가 주던 수질 정화, 풍성했던 어패류, 아름답게 나는 새들이 주는 감동과 같은 생태계 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자연의 선물을 막아둔 채, 사람들은 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수질 개선사업을 벌이고, 생태환경용지를 만든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맘씨 좋고 힘센 부모의 도움을 거부한 채, ‘나 혼자 할 거야’ 하면서 끙끙대는 철부지 어린아이가 연상된다. 이제 그만 고집 부리자. 자연의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 받아들여야 할 때다. 아니, 그 수밖에 없다.

후원_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