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중의 건강시선]

 

포괄수가제 논란에 의료민영화는 왜 끼어들었나?

 

김양중 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오는 7월부터 모든 병의원에서 충수돌기염 수술(맹장 수술) 등 7개 수술에 대해 포괄수가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들은 수술 거부 등과 같은 초강경 대응책으로 응수하고 있다. 물론 보건복지부는 의사들의 진료거부는 의료법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의사협회가 의원이나 병원들의 수술 거부를 독려한다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오는 7월부터 예정대로 포괄수가제 전면 확대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포괄수가제는 특정 수술에 대해 미리 수술 및 입원비를 결정해 놓고, 환자는 이의 일부(20%)만 부담하도록 한 제도다. 진료비 혹은 입원비 정찰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복지부는 이 제도를 통해 병의원이 수익을 위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하지 않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면시행을 통해 환자들의 부담은 평균 21% 줄어들고 병의원도 평균 2.7%의 진료비를 더 받게 된다며,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다소 개선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의료의 질이 떨어지며, ‘판박이 진료’ 혹은 ‘붕어빵 진료’가 돼 의사의 전문적인 판단에 따른 수술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미 10년 동안 이뤄진 포괄수가제 시행 과정을 보면, 의료의 질이 떨어졌다거나 의사들의 전문적인 재량권이 침해됐다는 근거는 없다. 유럽이나 미국 등 이미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의 경험에서도 의료의 질이 우려할 만하게 떨어졌다는 근거는 없고, 대신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진료만 환자들이 받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런 포괄수가제 논란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말이 있다. 바로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이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말이다. 이 주장을 요약해 보면, 포괄수가제를 하게 되면 병의원이 받을 수 있는 진료비와 환자 부담액이 결정되면서 환자 부담이 크게 주는 것이 민영보험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왜냐면 민영보험사의 실손형 보험의 경우 환자들이 내는 부담액의 상당 부분을 보상하는데, 환자들이 내는 부담액이 줄었으니 실손형 보험을 파는 민영보험사의 지출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설명에 대해 보건복지부 담당자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포괄수가제라 아니더라도 건강보험 보장성이 늘어나면 민영보험의 지출이 줄어들게 된다며 그렇다고 해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반대하지 않지는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의료 민영화에 반대하는 보건의료 시민단체들 역시 포괄수가제 전면 시행에 찬성하고 있는 점도 이런 의혹을 씻어 내는 중요한 근거라고 주장했다.

물론 포괄수가제를 확대 시행하는 것이 ‘의료민영화 정책’은 아니다. 의료민영화 정책이 나오기 이전부터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10여년 이상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을 주장해 왔다. 그런데 왜 이런 말이 나오게 됐을까? 여기에는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등 ‘의료민영화 정책’을 검토 및 추진해 왔고, 최근에도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설립’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등 의심을 받을 일이 많기 때문이다. 또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에만 급급한 나머지 건강보험 적용범위의 확대에 대해서는 크게 드러나는 정책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에 대해서 기획재정부가 목소리를 높인 점, 최근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한 대학의 강연에서 민영보험이 건강보험의 보충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 점 등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다.

단지 7개 질환에 대해 모든 병의원에 포괄수가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해서 보건의료 개혁이 이뤄지는 것도, 돈없는 이들이 마음 놓고 질병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 건강보험 보장성은 62~64%정도다. 여전히 중병에 걸리면 가계가 파산하는 중저소득층이 많다. 포괄수가제가 ‘의료민영화 정책’이라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면, 획기적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및 의료체계의 개혁이 필수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