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환경피해 구제를 외면한 환경오염피해구제법
–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김포 환경피해주민에 대해 환경피해구제급여 신청대상이 아니라고 결정 –
환경부 산하 한국산업환경기술원이 김포 환경피해 지역주민들은 환경오염피해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이하 환경오염피해구제법)에 의한 구제 급여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2.16)하고 이를 주민들에게 통지하였다.
김포 거물대리 초원지리 지역 21명의 주민들은 지난 12월8일 환경오염피해구제 신청을 접수하였으며 이는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시행(2016년 1월1일)후 접수된 첫 사례였다.
이에 대해 피해구제신청 접수 및 운영기관인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피해 원인을 제공한 자를 알 수 없거나 그 존부가 분명하지 아니하거나 무자력인 경우’를 구제급여 지급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김포 환경피해의 경우는 지역주민들이 환경 피해를 유발한 특정 업체를 지목하고 있음으로 구제 신청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을 너무 협소하게 해석하고 엄격하게 적용한 것으로 법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한다. 김포 거물대리, 초원지리 일원의 환경피해의 심각성은 역학조사 등을 통해 확인되었는데 초원지리의 경우 폐암 표준화발생비가 2.08로 높게 나타나기고 하였다. 이는 지역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적, 집단적 피해가 확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주민 개개인의 피해가 어떤 특정업체에서 배출하는, 어떤 물질 때문인지 인과 관계를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인과 관계를 밝히는 것은 물론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환경피해의 특성상 긴급 구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갖지 못한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은 이런 상황에서의 피해주민들에 대한 구제를 법 제정 목적으로 두고 있음에도 주민들이 동네에서 피해 유발업체를 지목하고 있다는 이유로 피해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것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피해구제를 위한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김포 환경피해가 환경구제급여 지급대상이 아니라는 이번 결정은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자체의 한계와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이 ‘원인이 불분명한 피해 구제(23조)’를 하겠다고 하지만 법 구조는 ‘원인이 불분명한 피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법 23조에서 규정하듯이 ‘원인이 불분명한 피해’에 대하여 구제급여를 지급한다고 하지만 그 대상을 ‘시설’로 인한 환경피해만을 인정(3조)하고 있고, 한편으로는 구제급여 신청 및 예비조사 과정에서 주민에게 피해 원인업체를 특정할 것을 법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원인자가 불분명한 환경피해’란 존재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는 김포 환경피해주민에 정부와 환경부의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김포 개별입지공장 난개발과 유해물질배출시설의 문제에 대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대대적인 집중 단속을 하고 앞으로 공장입지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하면서도 당장 피해를 당한 주민들에 대한 의료 지원이나 이에 대한 조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에 주민들의 자구적인 조치로써 피해구제를 신청한 것조차 구제급여 신청 대상이 아니니 필요하면 소송을 하라고 결정한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다. 더구나 환경오염피해구제법 23조 2항의 3은 여러 가지 명시화된 구제급여 지급 조건 이외에도 ‘환경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구제급여를 선지급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음에도 운영기관은 이미 만들어진 환경오염피해구제법의 부실함을 핑계 삼을 뿐 법의 취지를 수용해서 적극적인 구제를 위한 노력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환경산업기술원이 구제급여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 통지한 주민은 지난 12월 18일 1차 신청했던 21명이다. 그 이후 지난 1월 11일에도 22명의 주민이 구제급여를 신청했으며 이에 대한 심사가 진행 중에 있다. 이번 급여지급이 거부된 주민들은 당연히 재심의를 요구해야 되겠지만 그 전에 정부가 먼저 전형적인 환경피해를 당하고 있는 김포 주민들에 대한 구제차원에서 1차 심의 대상자는 물론 2차 대상자 그리고 추가 신청자에 대해 구제급여 신청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구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2017년 2월 22일
환경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