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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학교가 시작되고 다음해 후쿠시마 핵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매해 3월 11일이면 하자작업장학교는 추모행사에 참여하느라 신입생들은 어리둥절할 새도 없이 바쁘게 한 학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추모행사가 끝나면 숨돌리기 바쁘게 봄농사 준비로 빠듯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그해 4월 드디어 천지신명님 모시고 <시농>을 선언하던 그 다음날, 이제 본격적으로 한 해의 수업을 시작하려고 호흡을 고르던 그 때, 세월호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그해에 그렇게 학교생활을 시작했던 학생들이 드디어 졸업을 합니다.
니나, 레아, 마야, 베넷, 소라, 주난의 여섯 학생들입니다.
입학하자마자 겪었던 세월호에, 다음해에는 메르스까지 겹쳤고, 가뭄과 혹서, 혹한과 온난화가 뒤죽박죽하는 동안, 귀를 닫지 않은 청소년들이 어떻게 자신의 배움과 성장을 돌보며 학교에 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작년 봄,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출간한 생존학생들과 형제자매들의 육성기록집을 읽고 직접 들으며, '세월호 세대'로 스스로를 떠올리게 되었고, 드디어 지난 가을에는 광장의 사람들 사이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쥬디가 슬쩍 나타나 행진의 선두를 이끌어준 것도 2년이나 되었습니다.
살림집의 마감작업에서 손이 퉁퉁 붇고 움직여지지 않은 것을 신기해하며 흙미장에 골몰하던 청년과정 학생이었습니다. 청도 삼평리의 농성장에서 '의롭고자' 했던 청년들 사이에 있었던 쥬디는, 삼평리를 찾아간 페스테자의 뒤를 따라 함께 공부할 동료를 찾아 왔었고, 살림집을 짓고 농사를 짓고 틈틈히 노래와 연주를 부지런히 하면서 지냈습니다.

지난 가을, 소라의 눈에는, 광장의 사람들이 열어주는, '모세의 기적과도 같았다'며 감동했던 그 길을, 쥬디와 이 여섯 졸업생들이 중심이 되어 온 힘을 다해 뛰고 걸었습니다. 브라질 노예의 후손들이 광장을 가질 수 있게 했던 무기들 - 바투카다음악의 악기들을 두드리며, 많은 갈등과 개인적인 고민과 불안을 제쳐두고 그 혼란한 속을 종횡무진했습니다.

다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세월호 형제자매의 누군가는 다시, 어떤 봄이 오게 될까요?라고 물었습니다. 들뜨고 소란한 광장의 한 복판에서 하자의 청소년들은 각자의 희망을 떠올렸을 것입니다. 그 희망과 희망 사이를 엮어내는 '꽃 피는 봄'을 기다리는 것은 모두의 희망일 것입니다. 그때 이 젊은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얼어붙은 겨울을 지낸 올해 졸업생들의 가슴에 품은 꽃피는 봄의 씨앗, 그 이야기자리에 초대합니다.

쥬디, 주난, 소라, 베넷, 마야, 레아, 니나
일곱 사람의 겨울의 끝자락, 다시 꽃피는 봄을 살아가자
축원해주시기 부탁드려요.

2017년 2월,

하자작업장학교 담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