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치>

 

 

올겨울은 포근한 편입니다.

지금 겨울을 지나고 있는 것인가 착각할 정도로 겨울이라는 계절이 빠져나가 한 해의 한 부분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는 새해가 온 것 같지 않다는 이야기도 추운 겨울을 보내지 않기에 더 그런 기분이 드나 봅니다.

찬 겨울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지만 뉴스 속보를 보며 지금 살아가는 모든 시민들 마음은 찬 겨울을 보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힘찬 한 해를 맞이하며 무심천에서 사는 가장 힘찬 가물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가물치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민물고기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크기가 크고 힘이 좋습니다.

큰 것은 1미터 이상 자라며 몸무게가 15kg이 넘게 나가기도 합니다.

온몸은 레슬러 마냥 근육 지고 탄탄하여 한번 잡을라치면 힘겨운 사투를 해야 합니다.

또한 생김새도 머리는 뱀 같이 생겼고 날카로운 이빨과 큰 입이 있습니다.

그런 가물치랑 친해진다는 것은 몸보신 마니아가 아닌 이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물치는 예로부터 가까이 살던 물고기입니다.

보통 약재로 유명한데 산모들이 몸보신을 하기 위해서 고아 먹기도 하였고, 여러 지역에선 가물치를 막걸리에 절여 회로 먹기도 했습니다.

가물치는 지방에서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는데 가마치, 가모치, 감시, 까맟 등으로 불렸습니다.

이름에 ‘감’, ‘가마’라는 단어가 있는데 옛 고어에 ‘검다’라는 뜻인 ‘감다’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예를 들어 현재 천자문에서 검을 현(玄)이라고 부르지만 옛 분들은 가물 현(玄)이라 불렀다 합니다.

검다는 뜻 ‘감’에 물고기를 칭하는 ‘-치’가 합쳐서 검은 물고기인 ‘감을+치’라고 부르다가 ‘가무치’, ‘가물치’로 변형된 것이라고 보입니다.

또 ‘검다’라는 뜻을 가진 다른 옛 단어인 ‘고마’가 있는데 예로부터 산에 살고 있는 검은색 동물인 ‘곰’도 ‘고마’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가물치는 보통 풀이 많고 물이 천천히 흐르는 곳에서 살아가는데 연못이나 물이 고이는 습지에서 자주 채집됩니다.

수온이 낮거나 높아도 잘 견디는데 물이 적어 물 밖에 나와도 가물치는 한동안 살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가미의 등 쪽에 있는 상새 기관으로 호흡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물만 살짝 적셔주면 이틀 정도 살 수 있으니 가끔 비가 오는 날 습지로 올라가 기어 다기도 한다고 합니다.

오래전 TV 방송에서 잡아온 가물치를 수조에 넣어 창고에 보관했는데 감쪽같이 살아졌다는 미스터리 한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보면 아마도 가물치가 기어서 탈출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동물들의 부부애를 말할 때 원앙이 꼭 등장하지만 실제 원앙은 부부애가 없고 수컷이 여러 암컷을 만나 짝짓기를 하며, 암컷 혼자 새끼를 낳고 기르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물속에서 부부애라고 하면 바로 가물치 부부를 이야기합니다.

보통 5~8월에 가물치는 알을 낳기 시작하는데 수컷과 암컷이 함께 수초를 끌어와 1m 정도 크기의 원형 둥지를 짓습니다.

그 후 며칠 동안 암 수컷이 둥지를 청소하며 관리하는데 알을 낳는 시기가 되면 암컷은 둥지에 산란을 하고 수컷이 방정을 합니다.

그 뒤에 암, 수컷은 둥지 밑에서 알과 새끼를 지킵니다.

가끔 다 자란 가물치를 채집하면 장소를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보내주는데 다른 배우자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물치는 육식을 하는데 주로 물고기, 개구리 종류를 먹고삽니다.

대부분 물속에 사는 물고기를 다 섭취하는데 요즘 말이 많은 외래종 배스나 블루길을 먹기도 하고, 황소개구리 올챙이를 먹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땅에 살아온 가물치는 민물에 최고 포식자이며 물속 생태계의 균형자 역할을 합니다.

만약 이렇게 큰 물고기가 겸손하지 못하고 욕심을 낸다면 생태계 파괴의 주역이 되곤 합니다.

가물치가 옮겨간 미국이나 일본에는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잡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배스와 같은 취급을 받고 퇴치 당하고 있습니다.

바로 구성원이 될 수 없는 환경의 변화가 본연을 바뀌게 합니다.

생태계는 자신이 맞는 자리가 있습니다.

각각 여러 생명의 구성원들이 함께 있지만 하나의 큰 생명체이기도 합니다.

혹 천천히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과 같아 보입니다.

그것은 우리도 인간 생태계라는 큰 생명체이기 때문입니다.

힘을 갖은 자가 가물치처럼 물속 생태계의 균형자가 될 것인지 아님 파괴자가 될 것인지 우리는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