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불법과 조작으로 이뤄진 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관리
책임자처벌과 핵산업계 전반으로 조사 확대되어야
이번 사건은 국민안전을 등한시한 ‘매우 중대한 범죄 행위’
안전규제에 실패한 원자력안전위원회도 책임을 물어야

한국원자력연구원 핵폐기물 기록조작·불법매립·무단폐기에 대한 에너지정의행동 성명서

오늘(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핵폐기물 관리실태에 대한 중간조사를 발표했다.

원안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원자력연구원은 핵폐기물인 콘크리트와 토양을 불법 매립했으며, 연구원에서 나온 장갑과 비닐을 무단 소각했다. 또한 작업복 세탁과정에서 나온 액체 폐기물을 일반 하수도로 배출하고 소각과정에서 나온 배기가스 감지기의 측정기록을 조직했다.

우리는 이번 원안위 조사결과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1960~1970년대 핵폐기물 처분에 대한 국제기준과 국내 인식이 갖춰지기 전에 핵폐기물이 해양 투기 등의 방법으로 처분되기는 했다. 이로 인한 환경 문제는 심각하였고, 결국 국제적으로 핵폐기물 해양투기는 금지되고 처분 방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이런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에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이런 일이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에서 이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이다.

원안위는 이번에 문제된 핵폐기물의 방사선량이 많지 않고 나머지는 회수하여 방사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원자력연구원에 대해서는 과태료와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핵산업계에선 핵폐기물 관리가 허술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소문과 비공개 증언이 많았다. 각종 측정 데이터가 조작될 가능성, 무단 배출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경로로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 때마다 정부와 핵산업계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번 원안위의 조사 결과는 그간의 우려와 의혹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원자력연구원이 있는 대전 유성지역은 하나로 원자로 내진설계 문제, 핵재처리와 사용후핵연료 보관문제로 연일 홍역을 겪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오늘 원안위의 발표는 원자력연구원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뜨리게 만든다.

이는 핵폐기물 관리를 감독·규제해야할 원안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간 드러난 대부분의 핵에너지 관련 비리가 그러했듯이 이번 사건 역시 ‘무단 폐기 제보’를 바탕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실상이 드러났다. 즉 일상적인 핵에너지 규제 체계는 작동하지 않고, 정작 규제기관은 사후에 제보를 확인하는 수준에만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매번 각종 비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원안위의 책임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넘어갔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날 수 밖에 없는 처벌조항, 사후적인 평가와 재발방지 노력 미흡 등으로 매번 문제는 흐지부지되었고, 또다른 제보가 있지 않으면 문제를 적발할 수 없는 답답함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원안위에 책임 추궁과 재발방지 대책은 물론이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학계와 핵산업계 전반으로 핵폐기물 관리 실태조사를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 핵발전소와 각종 방사선동위원소 사용 업체에서의 허술한 핵폐기물 관리는 그동안 계속 지적되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미흡했고, 학계와 국책연구기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도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이번 사건에 대한 처벌과 재발방지 노력은 원자력연구원에 국한되어서는 안되고 전국의 대학과 국책연구소, 산업체, 핵발전소로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국가 핵폐기물 관리 정책을 다시 세우는 일을 해야 할 것이다.

2017. 2. 9.

에너지정의행동